하숙생 구합니다 - 3. 처음 만난 사람들 (by. 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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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생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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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처음 만난 사람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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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량, 사진 많음 주의 *
 
 
*
 
 
조진웅 고준희
연우진 이민기
김민석 이솜
서강준 정일훈
ㅇㅇㅇ
 
 
 
*
 
 
 
결국, 퇴사라는 걸 하고야 말았다.
나와 맞지 않을 일이라고,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다고,
그렇게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걸
실천에 옮기고야 말았다.
 
몇몇 주위 사람들은 대단하다, 부럽다, 파이팅해라,
라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들은 달랐다.
미쳤네, 이제 뭐 먹고 사려고? 근본 없기는.
......그래,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꼴인가.
 
 

 
“...춥다.”
 
 
한 달 전 쯤 이쪽 동네로 이사를 하고 난 뒤,
내가 근근이 찾는 장소다.
그 흔한 가로등도 없는 좁은 골목.
너무 까매서, 마치 눈을 감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길.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딱 생각에 잠기기 좋았다.
 
이 덜컹거리는 소리,
헉헉대는 숨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
 
 
 

 
저주 할 거야.”
 
“......”
 
자기 전에 휴대폰 하다가
코에 떨어지라고 저주 할 거야
 
“......”
 
 
결국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건
강준이 아니라 저 남자였다.
그 순간 들렸던 괴성은 마치
2002년 월드컵 우리나라 4강 진출-
에 들렸던 환호성과 맞먹었다.
느낌은 확연히 달랐지만.
 
 

 
강준아 ㅇㅇ이 빨리 짐 풀게
빨리빨리 움직여~”
 
“......”
 
 

 
“......”
 
 
나를 미친 듯이 째려보는 강준을 피해
언니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이겼다는 걸 확인 한 남자는
쿨하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혼자 남은 강준은 계속 나를 저주하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언니, 아까 그 남자는...”
 
 

 
누구? 민석이?”
 
“...민석이가 누구죠...?”
 
, 강준이랑 티격태격하던 남자가 민석이야,
ㅇㅇ이 너보다 오빠구.”
 
 
, 그래.
그 민석이라는 남자의 이름도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건,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쌩하니 2층으로 올라 간 그 남자.
언니에게도, 강준에게도, 일훈에게도,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올라가버린 그 남자였다.
 
 
아까 바로 2층으로 올라가던 남자분이요.”
 
 

 
.... 이름은 이민기고,
나이는 스물여덟이랬나?”
 
 
언니도 잘 모른다는 듯이 입을 연다.
하긴 예상은 했었다.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도 없이,
다녀왔다는 눈맞춤 하나 없이 올라간 남자.
준희 언니라도 인사를 할 만 한데,
언니까지 어색한 표정을 보였다.
뭐지, 싸웠나? 하는 생각도 짧게 했다.
 
 

 
한 달 전 쯤 들어왔는데,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 했어.”
 
“......”
 
, 자기도 그러더라.
몇 개월만 있다가 나갈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구.”
 
“......너도 한 마디도 안 해봤어?”
 
 
옆에 앉아있는 일훈에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집에 사는데,
말 한 마디를 안 나눠받겠어?
 
 

 
딱 한 번. 처음에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게 끝?”
 
.
그 후론 아는 척도 안 해요, 그 형.”
 
 
. 이왕이면 다 같이
친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우리끼리만 지내면 괜히 소외시키는 거 같고,
....내가 오지랖인가?
 
 

 
자 그럼 우리 ㅇㅇ,
이제 우리 하숙집 들어오는 거 맞죠?”
 
, !”
 
 
일훈이의 말에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언니가 고개를 비틀며 말을 한다.
 
 
그럼 우선 한번 안자!”
 
.. ?”
 
 
당황함에 대답도 채 하지 못한
나를 와락 안아준다.
긴 팔로 내 등까지 꼭 품은 언니는,
토닥거리며 귀 가까이에서 입을 연다.
 
 

 
환영해, 우리 가족!”
 
“.........”
 
 
가족.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족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솔직히 너무 편하고 재밌어서,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도 하지 못했다.
 
 

 
, 누나 진짜 오글..”
 
 

 
흐힝......”
 
“......”
 
 

 
“...?”
 
진짜아... , 뭐야 이 언니이....”
 
 
뭔데 얼굴도 예쁘고 말도 예쁘게 하냐...
진짜 사람 울컥하게 만들어ㅠㅠㅠㅠ
 
 
울어???”
 
 

 
“......, 아니요 그냥 콧물...”
 
 

 
“......진짜 아까 시바부터
내 상상을 벗어나는 아줌마네요.”
 
나 아줌마 아니라고 이 자시가!!!ㅠㅠㅠㅠ
 
“......”
 
왜 준희 언니는 누나면서
난 아줌마야 왜ㅠㅠㅠㅠㅠ!!
내가 아줌마면 언니는 할머니지!!!”
 
“......”
 
그러니까 나도 누...!”
 
 

 
“......”
 
 

 
“......”
 
 

 
“......”
 
 
......방금 내가 뭐라..
설마 언니한테 할머.....?
 
 
아뇨 언니 할머니가 아니라
언니의 마음씨가 마치 저희 할머니처럼
곱고 넓으신 거 같다는 의미에서 한 말인데
막 오해하고 그러시면 저 진짜 또 울거
 
 
덜컥-!
 
 

 
누나 저희 할머니가 김치 보내셨대요!”
 
 

 
“...할머니?”
 
. 할머니가 친구 할머니들이랑
같이 할머니 모임을 만들어서
할머니표 김치를 만...... 분위기 왜이래
 
언니 머리 박겠습니다
 
“?”
 
그렇게 할머니 발언 사건은 마무리가 됐다.
 
 
 
*
 
 
 

 
하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ㅇ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한 말실수 합치면 시바할머니다
시바할머닠ㅋㅋㅋㅋㅋㅋㅋㅋ
흐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 없으니까 그만해
 
 

 
미안
 
 
방에서 나온 강준과 일훈,
그리고 언니와 주방으로 와
식탁에 둘러 앉았다.
언니는 내 말실수를 쿨하게 넘어갔다.
...그렇게 믿고 있다.
 
 
!!”
 
 
야식으로 라면이나 먹자며 라면을
끓이고 있던 언니가 갑자기
식탁 쪽으로 와 일훈의 뒤통수를 친다.
 
 

 
뭐에요?!”
 
 

 
너 때문이야 이 자식아!
저렇게 예쁜 애한테 아줌마가 뭐니?!”
 
, 누나라고 하겠습니다!!”
 
누난 왜 또 쟤한테 화풀이야ㅋㅋㅋㅋㅋ
 
“.........”
 
 
요 놈의 주둥아리를 확 꿰매야지 진짜
 
 
-
 
 
누구 왔나본데?”
 
 

 
제가 가볼게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주방을 나와
거실에 있는 인터폰 앞으로 갔다.
 
 
누구세요?”
 
[빨리 나와 봐요!
커피 쏟아질 거 같아!]
 
“...? 아 네!”
 
 
뜬금없이 나와 보라는 말에
뭐지, 싶었다가 커피가 쏟아진다는 말에
문을 열고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커피 쏟아지면 안돼!!
 
 
벌컥-!
 
 
이거 좀 들어.. ?”
 
 
커피가 담긴 봉지를 받자,
남자가 어? 하는 소리를 낸다.
아 맞다. 인사부터 해야지 이 바보야!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온 하..”
 
 

 
“......?”
 
 
왜 나만 남자친구가 없는 거지,
왜 다들 연애중인거지,
하며 외롭게 살아 온 내 23.
 
 

 
, 새로 온 분이시구나!”
 
 

 
......”
 
 
당신을 위해 외롭게 살았던 거군요...
 
 
저는 준희인 줄 알고... 반가워요.”
 
저도 엄청나게 반갑습니다...”
 
 

 
우리 제대로 된 인사는
안에 들어가서 해요. 밤바람 추워요.”
 
 

 
....”
 
 
우리... 우리라고 했다......
 
품 속에 따뜻한 커피들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라면 냄새가
폴폴 풍긴다.
우린 주방으로 들어섰다.
 
 
어 오빠 왔네?”
 
오셨습니까 형님
 
 

 
웬 커피에요?”
 
오늘 단체주문이 들어왔었는데,
다 만들고 보니까 장난 전화였어.”
 
 

 
“(멈칫)
 
먹지마, 먹지마
 
아냐 먹어도 돼ㅋㅋㅋㅋ
 
신고는 했어? 그냥 또 넘어갔지?”
 
 

 
무슨 신고야,
그냥 직원들이랑 나눠 마셨지.”
 
 

 
“...미친다, 미쳐.”
 
 

 
? 단체주문? 장난전화? 신고??
 
 
, ㅇㅇ이랑은 인사했어?
오늘부터 같이 살 예쁜이야
 
아이 참 무슨 예쁜이에욯ㅎㅎㅎ
 
 
멍하니 뒤에서 서있는 날 발견한
언니가 나를 옆자리에 앉힌다.
내가 앉자 바로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내게 커피 하나를 내밀며 입을 연다.
 
 

 
이름이, ㅇㅇ?”
 
 

 
정확히는 ㅇㅇㅇ (후루룩)”
 
“....방 정리는 다 하셨어요?”
 
“......”
 
 
이 양반은 왜 또 내 옆자리야.
쩝쩝 라면을 먹으며 내 대답을
확 잘라버린 강준에게 말했다.
짐 정리는 다 하고 나오신 건가요?
 
 
오늘 다 못 해
 
“...그럼 제 방은요?”
 
 

 
왜 존댓말이야, 한 살 차인데
 
내 방은
 
오늘은 누나랑 같이 자고
내일 다 정리 해줄게.
인간적으로 방이랑 작별인사는 해야지
 
 

 
그래, 오늘은 내 방에서 자.
다 정리 하려면 꽤 오래 걸릴 거야.”
 
, 그럴까요?”
 
“......아님 내 방에서 같이 ..”
 
 

 
그만해 더러워
 
 
 
일훈이에게 엄지척을 날려주고
다시 고개를 내 앞에 앉은
이 남자에게 돌렸다.
어쩜, 라면 먹는 모습도 잘생겼니.
 
 
ㅇㅇ씨가 그 방에 들어가면 강준이는?”
 
 

 
망할 김민석 방에 들어가야지 뭐
 
 

 
둘이 또 시끌벅적 하겠는데?”
 
 

 
......둘이 완전 비주얼 커플이야 모야...
 
 

 
아니! 아닌데!
나랑 더 잘 어울리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연우진이에요, 나이는 서른둘이고.”
 
, 최강동안이시네요??”
 
 

 
ㅋㅋㅋㅋ고마워요
 
 
오 갓 이 남자 웃는 모습 좀 보세요.
초콜릿이다 초콜릿
 
 

 
뭐야 나도 라면!!”
 
“......”
 
 
우진의 미소에 푹 빠져있던 그때
누군가가 후다닥 달려온다.
 
..., 난 여기가 참 좋은데,
문제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야.
즉 여긴 우진님과
단 둘이 있을만한 곳이 없어...! (?)
거기다가 난 저 인간
첫인상도 별로라고!
 
 
야 젓가락 좀 치워봐
 
아 존싫
 
 

 
존실? 존나 실패자? ?”
 
“......”
 
“...원래 저러고 놀아요...?”
 
참으로 성숙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언니에게 속삭였다.
완전 남고딩 둘이야 완전
 
 

 
놔둬, 둘이 잘 어울리네
 
ㅋㅋㅋㅋ그런 거 같기도?”
 
 
웃으며 아까 받은 커피를 홀짝였다.
 
 
, 커피 잘 마시겠습니다!”
 
참고로 이 오빠는 무려 카페사장!”
 
헐랭
 
 

 
이 근처에 있으니까 자주 와요.
제가 쏠게요
 
 

 
헐랭......”
 
 
아 오라버니...
역시 전 당신을 위해 살아온 게 맞나봐요...
 
 
헐랭이래ㅋㅋㅋㅋㅋ 아 요 귀여운 것
 
대학생이에요?”
 
아뇨 졸업하고 지금은....”
 
 
지금은... 지금 나는...
...그냥 백수네......
 
 

 
ㅇㅇ이 넌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 !”
 
그래?? 뭔데??”
 
연기요!”
 
“....?”
 
 


 
연기를 한다고요? ㅇㅇ씨가?”
 
....? 왜요...”
 
 

 
하핰ㅋㅋㅋㅋㅋㅋ연기래 연기!
ㅇㅇ이가 글쎄 연기를 한데!”
 
? 저 아줌마가??”
 
야임마 분수를 맞게 살앜ㅋㅋㅋㅋㅋㅋ
 
 

 
저 얼굴로 어떻게...”
 
“......”
 
 

 
ㅇㅇ, 다시 한 번 진로를 잡아봐요.
연기는 좀... ㅋㅋ....
거울 안 보고 사시나ㅋㅋㅋ...”
 
 

 
......?”
 
 
 
 
ㅇㅇ
 
 

 
ㅇㅇ!”
 
?!”
 
왜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하고 싶은 게 뭐냐니까??”
 
......”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꽤나 생긴 이 사람들 앞에서,
내 초라한 꿈을 말하기엔 너무 부끄럽다!
 
 
, .. , 비밀이요!”
 
? 뭐야 그게!”
 
 
착한 사람들이라 티는 안 낼 테지만,
속으로 분명 비웃을게 분명해..
차라리 꿈 없는 사람이 되마...
 
 
 
*
 
 
 
슬슬 그렇게 시끌벅적 하던 주방이
차차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있다며
민석은 먼저 방으로 들어갔고,
강준은 아, 귀찮아 진짜.
라며 내게 눈치를 주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진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거실에 일훈과 나, 언니가 앉아 티비를 틀었다.
 
 

 
... 아까 스물셋이라고 했지?”
 
? !”
 
알바 같은 건 해?”
 
지금은 안 하고 있어요.”
 
 
한창 티비를 보고 있다가,
언니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우렸다.
 
 


 
그럼 10만원. 한 달에.”
 
“...?”
 
 
10만원? 식비가?
아님 관리비 같은 거??
 
 
하숙비 10만원이라구.
식비나 여러 가지 다 포함해서
 
??!”
 
 
언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이런 좋은 집에서 살면서
한 달에 10만원 밖에 안 나간다니요?
진짜 이 언니 뭐지??
 
 

 
나이대로, 직업대로 받는 거야.
일훈이도 10만원이고, 강준이도 지금은 10만원.
여기서 제일 늙은 오빠 하나 있는데
그 오빤 35만원이다?”
 
“...35만원도 싼 거 같은데요...”
 
 

 
저도 처음에 진짜 놀랐어요.
어리다고 놀리나? 막 그 생각도 하고
 
진짜 그렇게 조금만 받으셔도 돼요...??”
 
 
진지하게 준희언니의 가계가
걱정돼 물었다.
다 포함해서 10만원이면
대체 언니는 뭐 먹고 사시는 거죠..?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서, 상관없어.”
 
“......”
 
돈은 많은데, 쓸 데는 없고.
혼자 살기는 싫은데, 가족이랑은 살기 싫고.”
 
“......”
 
 

 
그리고 내가 딱 ㅇㅇ
너 같은 애들 좋아하거든.
자기 소신대로 사는 애들, 꿈 찾으러 사는 애들.
여긴 다 그런 애들 뿐이야.”
 
“......”
 
 
언니의 말에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 소신대로 사는 애들,
꿈 찾으러 사는 애들....
내가 진짜 그런 애일까?
 
 
이런 말 하면서
그러니까 돈 안내도 돼!’
하면 진짜 멋질 텐데, 그치?”
 
이미 충분히 넘치도록 멋지십니다...”
 
 

 
둘이 무슨 얘기해?”
 
 
그때, 막 씻고 나온 듯한
우진이 거실로 나왔다.
 
 
ㅇㅇ이가 나 멋있다고 해줬어
 
그래?”
 
진짜 짱 멋있어요 언니.
이제부터 내 워너비임
 
 

 
아유, 일루와 내 동생!”
 
 
일훈이 옆에서 오글거리는 표정으로
보든 말든 언니가 날 꽉 안았다.
헤헤 오늘 언니랑 두 번이나 안았다!
 
 
집은? 서울이야?”
 
아뇨 서울에서 두 시간쯤 걸려요.”
 
 

 
그래? 서울 구경은 좀 했고??”
 
 
친절히 물어오는 언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 구경이라.... 생각해 보니까
도착 하자마자 바로 일훈이 만나서
하숙집 들어왔네.
 
 
그럴 시간도 없었고 생각도 못 했어요.”
 
, ㅇㅇ이 서울 구경
좀 시켜줘야 하는데..”
 
 

 
내일 시간 괜찮아요?”
 
?”
 
 

 
, 나랑은 좀 불편할라나...”
 
? 아니요!!”
 
 
고개를 미친 듯이 도리도리 돌리며
긍정의 목소리를 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대가 불편할리가요...
 
 

 
우리 좀 더 친해질 겸,
내일 나랑 나갔다 올래요?”
 
“......”
 
“......?”
 
 

 
“......진짜 좋아요......”
 
 

 
, ㅋㅋㅋㅋㅋㅋ그래요,
진짜 좋다 나도!”
 
 
우진님과의 데이트(?)라니...
황홀해 돌아가시겠네요 진짜......
 
 

 
나도 갈래요.”
 
 

 
“......”
 
저 방학이라서 심심해 미치.. 아악!!”
 
어머 왜 그래??”
 
 
우진과 준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일훈의 옆구리를 파바박하고 찔렀다.
이 자식은 눈치가 없는 거야,
일부러 이러는 거야?!
 
 
? 배 아파??”
 
.. 하하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
 
“......?”
 
 

 
하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
으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는 일훈.
미친놈처럼 보고 있으니 금세
웃음을 그치고 고개를 든다.
 


 
... 저 자러 갈게요
 
“??????”
 
 
진짜 미친놈이야 뭐야????
그렇게 일훈이 굉장히 뜬금 없고
갑작스럽게 자러 갔다.
그렇게 일훈이 들어가자, 느껴지는
조용한 침묵감에 우진에게 말을 걸려다,
멈칫, 하고 멈추고 말았다.
 
오빠라 부르기엔... 나이차가...
흐엑 9살이나 나잖아......
그렇다고 저 외모가 아저씨...?
 
 
, 저 뭐라고 부를까요...??”
 
?”
 
 

 
당연히 아저씨지! 10살 차이면 어후,
아빠뻘 아냐?”
 
...?”
 
, 아빠뻘은 좀 심했다.
쨌든 아저씨야, 아저씨.”
 
 
그치, 오빠는 좀... 그러니까...
아님 뭐 자기나 여보 같은...? ㅎㅎ...?
 
 
그냥 편하게 아저씨라고 해요
 
, ! 그럼 아저씨도
저한테 말 놔주세요! 편하게!”
 
 

 
, 그럴까요? 아 아니, 그럴까??”
 
 

 
아 아조씨... 너모 기엽자노...
 
 
그럼 아저씨 내일 저랑
서울 구경 가시는 걸로! 히히
 
그래그래
 
오빠 내일 카페 안 가도 돼?”
 
직원들 다 있는데, .”
 
 
설마 나랑 데이트 하려고
안 가는 거에요? 아 꺄르륵 진짴ㅋㅋㅋㅋ
 
 

 
아고, 이제 우리도 자러가자 ㅇㅇ!”
 
! 아저씨 안녕히 주무세요!!”
 
 

 
너도 잘 자요
 
 
아하핰ㅋㅋㅋㅋㅋ 너도 잘자요래ㅠㅠㅠ
아조씨 너모 귀여워 ㅠㅠㅠㅠㅠㅠ
 
속으로 웃다가 울다가 쇼를 하며
2층인 준희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갖고 온 짐을 내일 정리할테야
하며 구석에 두고, 이부자리를 펼쳤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켜버린 휴대폰,
엄마의 문자가 하나 와있다.
 
 
[진짜 서울 간 거야?? 미쳤니?]
 
 
후후......
엄마는 날 너무 과소평과 해왔어
 
 
혼자 뿌듯해하며 엄마에게
답장을 보내고, 씻는 듯 마는 듯
바로 자리에 눕고 말았다.
 
 

 
피곤한 하루여따...”
 
ㅋㅋㅋㅋㅋ그랬어?”
 
헤헤 네
 
 
내 옆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언니를
쳐다보니,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으로 날 보는 언니.
 
 

 
너 진짜 하고 싶은 거
뭔지 안 말해 줄 거야?”
 
“......”
 
?”
 
“......연기요...”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그래 언니라면, 라는 생각으로
대답은 했지만,
솔직히 너무 터무니 없는 꿈이라.
 
 
연기? 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아마도요.”
 
 

 
, 진짜 멋지네!!”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동그래진 눈으로 날 보는 언니.
언니를 따라 나도 슬며시 일어났다.
 
 
아까 왜 말 안했어?
이렇게 대단한 꿈을 가지고 있는데!”
 
... 그래요?”
 
 

 
그럼!”
 
 
마치 나를 이끌기 위해서 하는 말.
내 꿈에 자신이 없었던
내가 입을 열었다.
 
 
말만 연기하고 싶다, 이러고 있지.
정작 제가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솔직히 방법을 알아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고...”
 
“......”
 
제 친구들 중엔 벌써 취직한 애도 있고,
확실한 길을 찾아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
 
 
그러니까, 난 솔직히,
 
 
다들 열심히 뛰어가는데...
저만 느리게 걷고 있는 것 같아요.”
 
 
난 내 꿈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꿈만 꾸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부끄러웠다.
 
 

 
“......”
 
 
내 밝지 않은 말에 언니가 가만히
내 눈을 바라봤다.
 
 
“...여기 사는...
솜이라는 여자애 하나가 있거든?”
 
“......”
 
걔가 이 하숙집에서 제일 오래 산 앤데,
제일 얼굴 보기가 힘들어.”
 
“...왜요?”
 
 

 
학자금 대출 갚느라,
하루 종일 알바 하느라,
거기다 졸업 준비까지.”
 
“......”
 
나보다 더 열심히 사니까,
어쩔 땐 내가 동생 같고 그래.
근데 걔가 어느 날 나보고 그러더라?”
 
“......”
 
다 열심히 사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다고.”
 
“......”
 
 
속에서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ㅇㅇ,
넌 네 꿈 하나 보고 서울까지 왔어.
아무리 그게 무모해보여도
네 용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
 
 

 
솜이도, 너도,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라고.”
 
 
조명 하나 켜놓고,
그렇게 언니와 몇 마디를 나누었다.
언니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
 
 
 
ㅇㅇㅇ! 일어나세요!!”
 
아아......”
 
 
한 몇 분 눈 감고 있었던 거 같은데,
누군가 내 귀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잠 좀 잡시다 즈에발...
 
 
ㅇㅇ아 우진오빠 준비 다 끝냈데!!”
 
... ?!!”
 
 
우진오빠’ ‘준비 끝
만 듣고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준비를 끝냈다고?!
대체 몇 신데....!!
 
 
[AM 8 : 40]
 
 

 
헤헤 그짓말이지롱~”
 
“......”
 
 

 
오 참자. 상대는 준희언니야.
 
 
일찍 일어난 김에 아침 먹자!”
 
... 아침 참 좋네요...”
 
 
아침밥이라...
졸업하고 나선 내 인생에
아침밥이라는 역사는 없었는데...
 
 

 
빨리 내려 와~”
 
 
언니가 룰루랄라 먼저 1층으로 내려가고,
대충 머리만 정리한
나는 피곤함에 쩐 얼굴로
언니를 뒤따라 내려갔다.
 
 
으하아함 아침밥 뭐에요?”
 
? 콩나물국이네?”
 
콩나물국이네...?”
 
 
냄비 뚜껑을 연 언니는 몹시
실망한 얼굴로 국물 맛을 본다.
 
 
 

 
오 역시 조오빠야
 
조오빠...?”
 
ㅇㅇ이 넌 아직 본 적 없지?
조오빠라고 요리 잘 하는 오빠 있어.
어제 술 마시고 들어왔나 보네.”
 
 
조오빠라...
그럼 난 조저씨...? 낄낄..
 
 
나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애들 좀 깨워줄래?”
 
“......우저씨도요...?”
 
우저씨? ㅋㅋㅋㅋㅋㅋ
그래 우진오빠도 같이 깨워줘.”
 
 
낄낄 기다려라 우저씨 내가 간다!!
 
 
 
*
 
 
 
우저씨를 힘차게 깨우리라, 하며
방들이 있는 복도에 섰지만
어느 방이 누구 방인지
모르는 ㅇㅇㅇ이다.
 
 
똑똑-
 
 
들어가도 되나요~?”
 
 
아무 방 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
문 가까이에 귀를 댔다.
......, 역시 자고 있군.
 
문고리를 돌리니 바로 문이 열린다.
이런 조심성 없는 양반이!
하며 누군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
가려고 했지만 동방예의지국의 ㅇㅇㅇ
방 안에 한 발자국만 들어가 입을 열었다.
 
 
일어나세요~”
 
“......”
 
일어나세요~! 아침 드시랍니...!!”
 
 

 
“......”
 
“......”
 
“......”
 
“.........”
 
 

 
뭐하는 겁니까, 지금.”
 
 
언니와 일훈에게 이 남자얘기를 들었을 땐,
, 꼭 한번 얘기를 나눠봐야지.
했었는데.
 
 

 
왜 남의 방에 함부로..”
 
죄송합니다!!”
 
 
-!
 
 
내 첫마디가 죄송합니다’,
일 줄은.
 
 
 
*
 
 
 
[ 에필로그 ]
 
 
 
거실에서 깔깔 웃는 소리가
강준의 방까지 들린다.
뭐지? 나갈까? 하며 고민하던 강준의 앞에,
갑자기 일훈이 들어온다.
 
 

 
뭐야? 왜 내 방에 들어와
 
 

 
누나 내일 서울구경 간데
 
“...준희누나가?”
 
아니, ㅇㅇ이누나
 
누구랑?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우진이 형이랑.”
 
 

 
??”
 
 
관심 없어보이던 강준이
우진이 형이랑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생각했다.
우진이 형보단 나랑 더 친하지 않나?
 
 
아니 잠깐만.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그냥. 형 궁금할까봐.”
 
 

 
ㅇㅇㅇ 좋아하냐?”
 
 

 
미쳤어?”
 
이게 확 형한테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잠깐 생각에 빠졌다.
일훈은
뭐지, 이 형 누나한테
관심 있던 거 아니었나.’
강준은
뭐지, 이 새끼
 
 
아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어.”
 
아 뭐뭐!!”
 
 

 
누나가 우진이 형한테 완전 껌뻑 죽음.”
 
“......근데 뭐
 
내가 한번 떠 봤는데
내 옆구리를 확 찌르더라
 
 

 
“......어쩌라고
 
“......됐다.”
 
아아 잠깐만!”
 
 
시답잖은 반응에 김이 샌 일훈이
방을 나가려고 하자
이젠 또 강준이 붙잡는다.
그러곤 뒤를 돈 일훈에게
강준이 하는 말이,
 
 

 
“...둘이 어디 간데?”
 
 


 
“......”
 
 
일훈은 생각 했다.
내가 이 두 사람의 오작교가 되리라.
 
 
 .
.
.

※만든이 : 비또님
 
<덧>
 
2화와 3화 둘 다
엔딩은 민기씨가, 에필로그는
일훈과 강준이 장식하네요ㅋㅋㅋㅋㅋ
3화는 2화보다 1.5배 정도 많은데
읽으면서 느끼셨나요...? (제발)
 
그리고 아직까지 안 나온 두 분.
바로 조저씨와 솜이...!
많은 분들이 조저씨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일부러 숨겨놓고 있습니다
킬킬... 조저씨는 내꼬야...
 
여러분의 댓글은 저의 타자실력을 높이고
창작의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거,
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헤
 
그럼 4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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