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작가님! - 08 (by. 수백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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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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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가님!


w. 수백루


08. (1) 내 진심이 너에게 닿을 때.


ㅇㅇㅇ  유연석
서강준  고경표
김태형  성동일
김민석  정혜영
이청아  윤지성 
라미란 

.
.
.


*




“저기, 그 핑크색으로
20대 초반 여자 앤데,
추천 좀 해주시겠어요?”


“아, 20대 여자 분이면
아! 요즘 이 제품 많이 찾으시거든요.”


“아아...확실히 예쁘네.”


30분 째.
혼자 디자인을 찾던
연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점원의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선택한 디자인.


분홍색에 깔끔한, 요즘 유행한다는.
분명 좋아할만한 디자인이다.


“어. 죄송한데 지금 이 모델은
재고가 없어서요.
다음 주에 추가출고가 되네요.
괜찮으시겠어요?”


점원이 잠시만 기다리라며
뒤로 들어가더니
미안한 듯 말을 건넸다.






“음... 그 제품으로 예약할게요.”


분명 이런 제품으로 본다고 했단 말이지?


.
.
.



“ㅇㅇ이, 휴대폰
새로 사야한다며?”


“네. 근데 아직
못 정하겠어요.”


“음. 핑크는 안 좋아해?
카페 오는 손님들 보니까
여자 손님들,
핑크 좀 가지고 있던데.”


“핑크요? 음...글쎄요.”



“ㅇㅇ씨, 전에 가지고 있던
휴대폰도 핑크 아니었어요?”


“아, 맞네?”


“뭐, 어디 소개시켜 줄까?
내 이름 대면 싸게 해 줄 건데.”


“아. 아니에요.
나중에 바꾸게 되면
말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
.



뭐,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딱히 핑크라고는 얘기 안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ㅇㅇ이는 핑크가 어울려.

뭐랄까,
되게 복숭아 같다고 할까?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



짝!

정신차려.



차에 타고서야 이 상황이
내 감정이 이상함을 느꼈다.
나는 왜 그 아이 휴대폰을 사러 온 거지?
뭐야, 유연석.






*







두 번째 상담 날이다.


여전히 떨리지만
한 번 해보니
두 번째는 조금 수월한 것 같다.


강준 쌤도
편하게 친절하게 잘 대해주시니
더할 나위가 없는 듯하다.




“서 선생님,
ㅇㅇㅇ님 오셨습니다.”



간호사님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어서 와요!
오늘 날씨 화창하지 않아요?
막 놀러가고 싶은 날씨인 것 같아요.”




“네! 그러게요.
막-. 피크닉 가고 싶고 그러네요.”




“나중에는 우리 밖에서 만나서
얘기할까요?
날 풀리면. 어때요?
난 좋은 것 같은데.”




“저야 좋죠.
날씨만 풀리면.”




“요즘 고민거리는 없어요?”




“음...한 개?”




“뭐예요?
말 해 줄 수 있어요?”




“어....제가
사실 여기 올라온 게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서거든요.”





정말 정말 고민거리긴 하다.
담임 선생님이 쥐어주신
책 한 권을 쥐고 올라오긴 했는데


당장 급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공부는커녕 책 한 장을 넘기질 못했다.


그리고 막상 시작하려 하니
참.
이게.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어, 진짜요?
와, 몰랐네.”




“하하. 근데.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긴 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음.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일단 ㅇㅇ씨, 여기 서울로
올라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뭐든 해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용기가 정말 중요한 거니까.
우선 조금씩 요리에 대한 책도 보면서
공부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뭐 필요하다면 학원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음. 차근차근 하나씩.”




“급하게 가려다 체 할 수도 있어요.
천천히, 이제 시작하는 거니깐.”




“네, 감사해요.”





“그럼 ㅇㅇ씨,
롤모델도 있어요?”




“네? 롤모델요?”




“다들 인생이든
직업이든 닮고 싶은 사람들
하나씩 있잖아요.”




어...









“셰프님...”




“셰프님? 어떤 분이에요?”




“아! 이건 비밀이에요!
아직은.”



“궁금한데요?”




“하하.”




이렇게 가까이서나 멀리서나
선생님과 지내보니,
선생님은 정말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외향적인 성격에, 다정한 말투,
넘치는 배려심에 준수한 외모까지.

안 넘어갈 수가 없다.


여자 친구는 있으신가?





“저어...
선생님은 여자 친구 있어요?”




“어! ㅇㅇ씨, 상담이후 처음으로
나한테 질문한 거 알아요?
와, 두 번째 상담 만에
이렇게 많이 발전하다니.”




“아하...하.
그런가요? 그냥 궁금해서.”




“음. 아쉽게도 없네요.
내가 제일 아쉽다.”




“에이, 선생님 같은 분이
여자 친구가 없어요?
왜요?”




“하하. 그러게요.
나도 궁금하네.
그럼 ㅇㅇ씨는 없는 걸로 아는데
요즘 마음에 드는 분 없어요?
뭐 태형 씨라던가 경표 형이라던가?
어! 그 민석...씨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했죠?”




“헐, 민석 오빠는.
진짜. 얘기하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실수로 말 해버렸네요.
진짜 비밀에 부쳐주셔야 해요.”




“당연하죠.
여기서 말하는 모든 것들
비밀에 부쳐야 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마음에 드는 분
없어요. 그렇게
이성으로 보이는 분도 없,”







...
...



“너, 커피 좋아해?”





“뭐. 네가
따뜻한 커피 하나 내려주면
되겠네. 목도리 대용으로.”






“추우면 덮고.”






“뭐해.
집 가자.”






스륵.






...
...








“어어? 있나 본데요?
표정 봐, 얼굴 진짜 빨개요!”



“네에?!
아니에요!!”



“농담이에요. 농담”




“어휴...쌤은 그런 농담을..”




“근데 나도 의문이네.
ㅇㅇ씨도 남자친구가 없다는 게.
앞으로 남자친구 생기면
나한테 보여주고 검증 받고 만나요!
나 유능한 의사입니다.”




으름장을 놓듯
팔짱을 끼고선
말을 하기에

놀라고 당황해서는
삑사리가 났다.





“네? 왜요?”




“ㅇㅇ씨는, 너무 순수해서
어떤 이상한 남자가 와서
꼬시면 어떡해요?
안 돼, 안 돼.
그건 경표 형이나 태형 씨,
원장님도 그러실 걸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
.
.





“ㅇㅇ이, 너!
막 남자들이 번호 달라하고
그래도 주면 안 된다-.”






“네? 갑자기요?”




“갑자기가 아니고.
진짜 내가 이 동네 남자들은
믿을 수가 없어요.
밤에만 봐도
술 먹고 토하고 소리 지르고
에휴.
어찌 됐든, 카페에서도
조심해.”




“그래, 전에 한번
내가 번호 따려는 사람
봤다니까요?”




“언제, 어디서, 누가!”




“형 카페에서!”




“확 남자손님들 받지 말까보다.”






어어?
점점 얘기가.
나도 남자친구는
만들어야지!

내가 성인 돼서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게
19년 모태솔로를
졸업하고 싶었던 건데!



“다들 그만!
전 성인입니다.
누가 번호를 주건 말건,
제 연애는 제가 알아서-.
하하하하.”


“안 되겠어.
남자친구 만나려면
허락받고 만나.
면접 보고 그 때 결정한다.”



이제...들리지도
않으시나 보다...

하하하ᄒᆞ하하하하ᄒᆞ하하하하핳



“에? 형. 그건.”


역시, 내 편들어주는 건
태형씨 밖에 없어.


태형씨-.



“대박 좋은 생각.
진짜 ㅇㅇ씨, 걱정돼요.
이 동네가 진짜 안전한 동네가
아니라니까요?”


이런...
그럼 선생님은?








“....?”








“나도, 같은 생각.
ㅇㅇ이는 참고하고.”



성 쌤까지...


“하하하.
네...ㅎㅎ”




.
.
.




“진짜 그랬다고요?
저도 카페로 자주 가서
어디 나쁜 사람 없나-,
하고 돌아다녀야겠네요.”




“쌤까지 왜 그러세요.
저도 남자친구는 만나야죠.”




“하하. 노파심에 하는 얘깁니다.”




“다들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하죠. 근데, 남자친구는
만들고 싶다구요.”




울상을 지은 표정에
선생님이 싱긋 웃으며
오구오구 하는 표정으로
차를 내려주신다며
일어서셨다.




“허브티 좋아해요?”




“네. 좋아해요.”



“요즘 유 작가님은 어때요?”



“아, 작가님이요?
많이 달라지셨죠.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대화도 하고,
전에 아프실 때 죽도 끓여드렸는데.
맛있다고 해주시고.
얼마 전에도 카페 와서
얘기하고 가셨어요.”



“와. ㅇㅇ씨 진짜 신나 보여요.
작가님 많이 따르시나 보네?”



“아, 제가 신났나요?
저도 모르게.”



“그건 긍정의 신호예요.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 얘기를 하며
신나는 거.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거니깐.
유 작가님도 ㅇㅇ씨,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 거 아녜요?”



“진짜요?
그랬으면 좋겠다.”



“자, 여기 차.”


“감사합니다.”



성 쌤 진료실에 있는
차와는 다른 향이었다.



“근데, 여기는 항상
누가 찾아오면
차를 내려주시나 봐요?”



“네. 그렇죠.
원장님 운영 방식이
편안한 걸 추구하시니까,
차는 편안함의 상징이라시면서
항상 강조하세요.”



“아아.
그렇구나.”



“저희 간호사님들
업무 중 하나가
진료실하고 로비에
차 채우는 거일만큼
원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저, ㅇㅇ씨.
이거.”



“네? 이게 뭐에요?”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받아요. 잃어버렸다기에.”



“어, 휴대폰이네요?”



“봐봐요, 맘에 드나.”



“저, 휴대폰 해주시는 거예요?
왜요?”



“흠흠.
제 친구 중에 휴대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사정 얘기했더니 싸게 해준다고 해서.
얼른 얘기했죠.
친구끼리는 선물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디자인 봐요. 맘에 들어요?”



“어...감사합니다.
근데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에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그 정도는 법니다.”



“우와. 이거 너무 예뻐요.
감사히 잘 쓸게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
...





-그냥 사 줬다고 하면
부담 가지려나?



- 상대는 그럴 수 있지만,
서강준 정도면
핸드폰은 애들 과자 값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다.
야, 고마워.
내가 주변에 여자가 있어야지.



- 됐어. 나중에 한국가면
밥 한 끼 사.



-그래. 고맙다. 쏘. 끊어.


- See you.


한국은
여전하려나.

너도.





*






전화번호 받아야 하는데
민석 오빠는 조금 껄끄럽단 말이지?



췟.
다시 생각해도
오빠 진짜 그런 사람 같지 않았는데 말이야.











“어? 휴대폰 바꿨네?
어디서 바꿨어?”




“서, 선물 받았어요.”




괜히 이런 생각하는 게
찔린다.

하긴, 아직 확인도 안 했는데.

아니 근데,
그럼 왜 숨기는 거야?



“진짜?
누가? 와, 이거 비싼 모델인데?”



“비밀.
아 근데. 진짜 휴대폰 처음 선물 받아 봐요.
식구들 번호 다 저장해야지-.”



“누군지는 몰라도.
진짜 통이 큰 사람이다.”




그래도 같이 알바 하는 사람이니깐
번호 정도는 받아 놓는 게 좋겠지?


최대한 무심하게.

홱.




“얼른 번호 줘요.”



“오케이. 어?!”


홱.



“에이.
ㅇㅇ이 너 진짜 실망이다.
섭섭한데?
나한테 먼저 가져와야지-!”




사장님이 홱 가져가시더니
번호를 꾹꾹 입력해주셨다.




“항상, 이 오빠가 먼저. 오케이?
어? 근데 내가 먼저가 아닌데?
이거 서 선생번호 아냐?
뭐야, ㅇㅇ이.
서 선생 번호 먼저 받은 거야?”




“네?”


어, 그러네.


“몰랐어요.”




핸드폰을 돌려받고
저장된 이름을 보니,




‘짱 멋있는 서강준 선생님’


‘잘생긴 사장님.’


‘사장님보다 조금 덜 잘생긴 민석 오빠’



아니, 이 사람들이.
이렇게 저장을 하다니.

하하. 정말.
다 바꿔버릴까?






“아, 역시 사장님.
이길 수가 없어. 이길 수가.
축하해-.
좋겠다. 휴대폰도 선물 받고.”




“그러게요”





갑자기 너무 좋은 일들,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하나 둘씩 쌓인다.


조금 불안하기도 하네.

살면서 처음 가져보는 것들이라.








...
...












“자 직원들
쉬는 시간.”


“넵. 전화하러 가야지.”




민석오빠 또
그 애인한테 전화하러 가는 건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니
오빠가 비밀이라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 보였다.


흐익.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하는 거야.


오빠는 오빠고
그럼 나도 번호를 받으러 가 볼까?



“다음은 태형 씨한테 받아야지.”



오늘 상담 간다고 했으니깐
태형 씨 기다릴 겸
선생님 번호도 받아야겠다.



‘딸랑’




“어? 웬일이세요?
아까 상담 받으신 거 아녜요?”


“쌤...아니 원장님 좀 기다리려고요.”


“네. 들어가신지 꽤 되셔서
조금 있으면 나오실 것 같네요.
저기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넵”








“어? ㅇㅇ씨. 뭐해요.
여기서?”




강준 쌤이 퇴근하시는 듯
외투차림으로 진료실에서 나오셨다.



“아, 이거. 쌤 번호 받으려고요.”



“아아. 어때, 써보니까 좋은 것 같아요?”



“네! 완전요.
빨리 적응 됐어요.”



“다행이다.
읏차.”




자연스레 내 옆에 서류가방을
안고서 자리하시며
싱긋 웃어보였다.




“쌤, 퇴근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넵.
근데 혼자 기다리면
심심하니까 옆에 있어줄게요.”




역시 쏘 스윗.




“네. 근데
이름 되게 특이하게 저장하셨던데요?”




“하하. 봤어요?
친구가 그렇게 저장하라고 하는 거 있죠?
그래서 그렇게 해놨죠 뭐.
사실이니깐.”




어깨를 으쓱하며
본인도 조금 민망한 듯
쑥쓰럽게 웃어보였다.





“저, ㅇㅇㅇ씨”



“네.”



“원장님이 지금 들어 오시라네요?”



“아, 네.
쌤 저 가 볼게요.
조심해서 가세요-.”



“알겠어요.”










총총 들어가는 ㅇㅇ을 보며
강준은 씩 웃음을 지었다.
꽤나 귀여워 보이는 모습이다.









*






“뭐야.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네?”



오늘 일정이 바빠
운전을 하며 가게를 슥슥
보아도 볼 때마다 ㅇㅇ이
없었다.




“뭐 이렇게 돌아다녀.”





이젠 아예 가게 앞에서
기웃기웃 거리며
ㅇㅇ을 찾았다.






“작가님?”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니
서강준 선생님이 퇴근하던 참인 듯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아, 예.
오랜만입니다.”




왠지 모르게 거리가 느껴져서
스스로 혼란스러우면서도
웃으며 환대했다.




“그러게요.
몸 아픈 건 좀 괜찮으세요?”



어떻게 알지?
ㅇㅇ, 그 아이가 얘기한 건가?



“아, 네.
괜찮습니다.
퇴근하시나 봐요?”



“네. 요즘 바쁘시겠어요.
새 작품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쓰고는 있는데.
좀 걸릴 것 같네요.”


“아, 언제 한번
제대로 싸인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안 나네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씩.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나를 지나쳐가는 그에게서
또 그 향기를 맡았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느낌.




“저기!”


“네?”


그가 갑작스레 부르는
내 외침에
슥 뒤돌아섰다.


그의 앞으로 가
물었다.


나를 본 적이 있냐고.




돌아온 대답은


“물론.”





물론?
봤다는 건가?

기억이 나지 않는
이 부분은 뭘까.



“여기선 뵈었지만
대학 때를 물어보시는 거라면
전 생각이 안 나는데.
왜 그러세요?”


역시.
그냥 착각인가?
요즘 예민한가보다.



“아닙니다.
헷갈렸나 봐요.
그럼 가세요.”




간단한 목례 후
여전히 찜찜한 기분으로
다시 가게 앞으로 갔다.




“어이! 유연석이!”


경표가 반가운 듯
문을 열고 나왔다.




“뭐해. 일단 들어와-.”



“어, 그래.”



“어?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잘 지냈어?”



“요즘 자주 오시네요?”



“그래? 평소엔 쳐다도 안 보더니
ㅇㅇ이 들어오고 나서
얼굴 자주 비춘다?”





“내가 언제!
걔 들어오고 나서 얼굴을
자주 비춘다고 너는.”




괜히 찔려서는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면 돼지
뭐 이렇게 성을 내냐.
찔리냐?”



“아 됐어.
오늘은 유자차 줘.”



“웬일로?
차도남처럼 아메리카노 핫!
만 고집하던 애가?”



“아, 맛 좀 보려고.
얼마나 맛있나.”



“야, 아무리 그래도
이모 것만 하겠냐?”



“그건 그래.
따뜻하게 부탁한다.”



“네.
얼른 해드릴게요.”



“ㅇㅇ이, 휴대폰 바꾼 거 알아?”



“어? 휴대폰?”




어, 벌써?


“진짜? 자기가 바꾼 거야?”



생각보다 빠르네.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하더니.



“어, 바꿨더라고.
근데 세상에 처음에
내가 번호 저장하려고
열었는데.
서 선생 번호가 있던 거 있지?”




“서 선생?”




“어. 그렇더라.
요즘 둘이 꽤 친해 보이더라고?”




흠...
또 괜히 탐탁찮네.




“근데 서 선생,
ㅇㅇ이 좀 호감 있어 하는 것 같지 않아?
나만 그래?”



소녀처럼 파닥파닥 거리며
말을 건네 오는 녀석에
괜히 맘에 안 들어서는

호감이야 있겠지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답을 했다.



“그런가?
태형이도 그렇다던데?”



“아니, 태형이 이 녀석은
뭐. 다 그래?
조금 다정하게 대하고
손 잡고 그러면
좋아하는 건가?”



“에?! 둘이 손을 잡았어?”



“어?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후.”


괜히 그 아이를 잃어버렸던
그 날이 떠올라서는
열을 냈다.



더워.




“아닌데?
서 선생님,
ㅇㅇ이 볼 때마다
눈에서 꿀 떨어져요.”




유자차를 가져다주며
한 마디 거드는 민석이에
미간을 좁히고 올려다봤다.




“왜...왜 그러세요.”





“아니야. 고마워서.
나는 고마우면 미간을 좁혀.”




“아, 네.
아, 그리고 참!
그 휴대폰 선물 받은 거래요.
누군지는 비밀이라던데?”



“선물을 받아?
그럼 서 선생?
어머어머. 서 선생
그럼 좋아해서 선물?
꺄아아.”



“맞아, 그러고 보니까
ㅇㅇ이 처음에
핸드폰에 서 선생님 번호
있는지도 몰랐던데요.
그럼 아예 서 선생님이
줄 때부터 저장하고 줬단 거죠-.”




민석이랑 둘이서
입을 막고는 소녀처럼
꺅꺅 대는 데에
더 맘에 들지 않았다.


이것들이.



“에헤이!
뭔 말도 안 돼는.
좋아하면 다 휴대폰 주고 그러냐?”



“뭐어.
감정에 메마른 놈.
좋아하면 선물도 팍팍 주고
그러는 거지.”



“맞아요, 맞아요.”



“어, 나 이런 거 너무 좋아.
귀여워. 설레 막.”



“귀엽긴! 설레긴!
참 나!”



“넌 감정이 그렇게
메말라서는
어떻게 글을 쓰냐.
맨날 추리만 쓰니까
더 메말라가는 거 아냐?”



“얜 또 뭐래.
야, 편견이야 그거.
감정이 메마르긴 무슨.
너는 너무 넘쳐. 좀 줄여.
간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좋아하면 다 휴대폰 주나?
어?


그냥 친하면 여유 되면
내가 주고싶으면 줄 수도 있는 걸 뭐.






...
...






그럼.
나는 왜 산 건데?


나는 왜 주지?



밖으로 나오자
눈이 조금씩 내렸다.


그 사이로
ㅇㅇ이가 걸어왔다.



나는 무슨 감정인 걸까?
저 아이에게.






*






“휴대폰 샀어요?”



“네. 헿. 제가 산 건 아니고
선물 받았어요.
그래서 그런데 번호 좀 주세요.”



“여기.
참, 저녁은 먹었어요?”



“아, 아직 안 먹었어요.
원래는 오늘 셰어하우스 가족끼리
식사하기로 했는데
성쌤이, 아니.
원장님이 바쁘셔서.
다음으로 미뤄졌지 뭐에요.”




“아, 성 원장님이요?”



“네, 어?
여기 꽤 오래 계셨다고 하시니깐
잘 아시겠네요?
여기 건물주라고 하시던데요?”




“아, 그닥. 그렇게 친하진 않아요.”



“아-. 참, 내일 행사 있다면서요. 무슨 행사에요?”



“아, 별 건 아니고.
도시락 나눔 행사에요.
음식을 직접 하는 거라서
오늘 조금 만들어 보려고요.”



“아아. 그러시구나.
그럼 저는 가 볼게요.
방해 될 것 같아서.”



“아, 괜찮아요.
옆에서 봐요.
전에 들어보니깐
요리 쪽에 관심 있는 것 같던데?”



“아... 들으셨구나.
근데 방해만 되지 않을까요?”



“에이, 그런 말이 어딨어.
요리라는 게, 보고 해 보는 게
큰 일 인데.
나도 혼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좀 있다가요.”



“하하. 그럼. 잠깐만 있다 갈게요-.”




.
.
.




“어슷썰기로 한 번 썰어줄래요?”



어느새 선생님 앞에서
칼을 잡고선
도마 앞에 서 버렸다.


아아...
이러려고 남은 게 아니었는데.


진짜 부끄러운 칼솜씨 인데.



“저어...제가 아직 제대로 배워 본 적이...”



“뭐, 누군 처음부터 잘 해요?
나도 처음엔 진짜 못 했어요.
걱정하지 말고 해 봐요.
평가하는 자리도 아닌데 뭐.”



“그럼...”


엄마한테 배운 대로,

파를 송송 썰기 시작하고
도마와 칼이 부딪히는 듣기 좋은 소리가
시작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칼질이었다.



한 줄기를 다 썰고 나서
눈치를 보니

셰프님은
여전히 미소를 띈 모습이었다.




“이제 시작한 사람 치고는
잘 하네요, 어머님께 배웠나 봐요?”



“네. 하하.
딱히 재능은 없어서 고민이에요.”



민망해 머리를 긁적이며
칼을 내려놓았다.




“자, 봐요.
다 좋은데, ㅇㅇ씨가 쓰는 방법은
손목에 힘이 더 들어가서 오래 쓰다 보면
무리가 올 수도 있거든요.
이거 잡아 봐요.”



셰프님이 칼질을 알려주시겠다며
뒤에서 안는 폼을 취하시더니
직접 내 손을 잡고서
한 번 한 번
직접 조심히 알려주셨다.

진짜 너무 영광이었다.
어릴 적 셰프님의 요리로
감동받았던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커서 이렇게 만난 것도
진짜 인연인 것 같고.




“나 때는 이거 칼질 한 번 배우려면
진짜 오래 걸렸는데.
양파만 세 달 넘게 깠죠.”




농담을 넌지시 던지시며
슬쩍 물러나시는데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아, 진짜 부끄러워요.
셰프님이 직접 이렇게 알려주시고.”



“음, 그럼 이거 음식 한 번
만들어 볼래요?”



“네?!
아직 거기까진...”




“괜찮아요.
내일 반찬 어떤 음식 할까
고민하는 거니깐.”



“그래도...
민망한데...”



“불고기 어때요?
불고기 맡기면 잘 할 것 같은데?”



“아, 그럼.”



“나는 다른 반찬 만들고 있을게요.”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진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내가 셰프님과 한 주방 안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다니.


요리를 하면서도
슬쩍슬쩍 셰프님을 훔쳐봤다.


어쩜 저렇게 변함이 없으신지.


“양파랑, 버섯, 당면이랑.”



괜히 요리를 준비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이었다.









...
...








“와, 비주얼은 진짜
식당 메인 급인데요?
플레이팅도 그렇고.”



“아, 그냥 엄마가 손님 오셨을 때
하시는 거 조금씩 생각하면서 해 봤습니다.”



왜 긴장되는지,
셰프님 앞에 서니
과제를 검사 받는 학생 같았다.


음식을 하나하나 집는 손에
온 신경이 쏠리고
침이 꿀꺽 삼켜졌다.




“으음-.
와.”



어...어...
어떠신지...



“맛있는데?
진짜 요리 배운 적 없어요?”


아, 다행이다.
입맛에 맞으신가 보다.




“이거
조미료도 안 넣고 한 거잖아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었다.



“네? 아, 네.
조미료 안 넣고.
그냥 과일이랑, 이것저것. 하하.”



“아아. 오.
과일로 맛을 낼 줄도 알아요?
이거 요리 처음 시작한 사람치고는
실력이 괜찮은데요?”



“저, 정말요?”




진지하게 말 해주시는 모습에
정말 내 요리가 괜찮은가? 싶었다.



“감칠맛이나, 기름기 적게 나오는 거나.
참. 괜찮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맛있나요?”




“어린 친구가 잘 하네.”





하핳.
오늘은 쉽게 잠들진 못할 것 같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의 손이.
굉장히 따스했다.







*






“ㅇㅇ씨?”






“ㅇㅇ아?”





“뭔데?”




뭔 일인데 불러도 알아채질 못 해?


보던 신문을 살짝 내리고
ㅇㅇ이를 보니
TV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쟤는 뭐 다큐를 보면서 저렇게
웃음을 짓냐.





“ㅇㅇ이 기분이 좋은가 보다.
불러도 대답을 안 하네.
저저. 웃는 거 봐.
핰. 턱 떨어질 듯.”





기분이 좋다고?


좋아 보이네.
침 떨어지겠다.





“ㅇㅇ씨,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요?
TV채널은 심각한 다큐인데.
뭘 그렇게 웃어요?”




“아, 어머.
심각한 다큐 틀어놓고 웃고 있었나 보네요.
하하.”






피식.
근데. 이 페이지.
아까도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경제면...





“뭐야, 뭔데.
같이 공유해.
좋은 일은 나누면 더 좋잖아.”




“아, 저.
오늘 칭찬을 좀 받아서요.
진짜 너무너무 기분이 좋은 칭찬이라.
헤헤.”



칭찬?
누구한테?
서 선생한테?





“얼씨구. 얘 봐라.
진짜 좋은가보네.
상대가 누구였는데?”



“음. 롤모델?”



“롤모델?
너 롤모델도 있었어?
누군데, 누군데?”



“아, 안돼요.
아직 이르단 말이에요.
그리구 먼저 말해주기로 한 사람도 있어요.”



“뭐? 누구?
누군데?”



“비밀입니다.”




“뭐야, 서 선생 아냐?
휴대폰도 그렇고,
둘이 수상해-.”


뭐? 서 선생?

홱.
하고선 ㅇㅇㅇ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어? 웃어?



“아이, 무슨.
쌤이랑 저는 그런 사이 아녜요.
그냥 뭐. 노코멘트 할게요-.”



노코멘...트?
그럼 인정하는 거 아냐?
진짜 서 선생하고 뭐 있는 건가?



“아, 참!
저 이제 귀가 좀 늦어질 수도 있어요.
걱정하실 까봐-.
헤헤.”



웃으며 방으로 쪼로록 들어가는
녀석을 보며.
또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하아....
이 감정은 뭘까.

우주에 뜬 것 같기도 하고
나락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중력상태인가?





“작가님은 요즘 경제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뭐가.”



“아까부터 30분째.
경제면만 보시던데요?
처음부터 쭈욱-.”



“오늘부터, 관심가지기 시작했어.
찬찬히-. 보려고.
너 얼른 가서 너 일 해.
참, 태형이 너.
출품할 작품 쓰고 있는 거야?
간간히 가지고 오라니깐.
왜, 너도 요즘 슬럼프고 그래?”




“아, 그게.
쓰고 있긴 한데...
아직 보여드릴 정도는...”



“뭐 나한테 출품하라는 게 아니고.
그냥 봐 주겠다고.
아무 때나 너 시간 괜찮을 때 가져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
노는 중이라-.”



“네, 작가님.”



태형이 저 녀석,
초창기에는 꾸준히 가져오더니.
내가 여행을 너무 오래 다녀왔나.

애가 감 떨어진건가?



‘띠링’



‘야, 유연석.
너 그 날 이후로
얼굴도 안 비춘다?
오늘 점심 어때’


‘알겠다고?
좋아.
시간은 1시.
장소는 너희 건물 음식점.’



뭐야. 이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거야?


갑자기 왜 보자는 거야.



귀찮은데...



그래도 안 만나면 또
섭섭하려나.







*




“저 분은 누구에요?”



“눈 튀어나오겠다.
누구긴.”



“누군데요?”



“...나도 몰라.”



“연석이 여.사.친.
지금은 연석이랑 계약한 출판사 편집장.
둘이 죽고 못 사는 사이지.
앙숙이야 앙숙.”


여사친이면 여사친이고
앙숙이면 앙숙이지

둘 다라고?

무슨 사이야, 그게.






...
...







“야, 연락 좀 그만해.
누가 보면 우리 사귀는 줄 알아.
내가 지금 연락하는 여자 사람이
 너밖에 없어, 너밖에.”




“그걸로 어떻게 오해하냐.
문자 열어봐.
카톡도 아니고, 열면 일애기 뿐이다.
게다가, 내가 너한테 다- 매달리고 재촉하고.
이런 내용뿐인데 누가 우릴 오해해.
오해 할 건덕지도 없어. 임마.”



“말은.
그래서 오늘은 왜 만나자고 한 건데.
밥 먹을 때도 말도 없고.
뭐야, 뭔 일 있어?”



“아니, 뭐. 일은 아니고
우리가 이번에 신인작가를 찾고 있거든.
그래서 말인데.
네 문하생,”



“야, 걔 글쓰기 시작한 지
3년도 안 됐어.
아직 다듬어야 할 거 많아.
그리고 지금 나가봤자
상처만 입고 나온다.
안 돼.”




“야, 누가 데려간대?
구워삶는대?
그냥 글이나 한 번 보자고.
어떤지 궁금하니까.
문하생 안 받기로 유명한 네가,
처음으로 받은 문하생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런다.
내 이메일 알지?
그 친구한테 말해서 짧은 거라도
한 편 보여 달라고 해.
작품 빼돌리는 일도 없고
나만 보니까.”



“보면, 뭐.
채가게?”




“채가기는,
진지하게 궁금해서.
유자차 잘 마셨다.
웬일이야, 안마시던 유자차를 다 마시고.”



“뭐, 얼마 전부터
마시기 시작했어.
누구 덕분에.”


연석은 잠시 ㅇㅇ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근데 저 여자,
아까부터 나 꽤 쳐다보던데.
아는 사이야?”


“어?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라고 하지 않아?”



“널 왜 보냐.
분명 내가 예뻐서 보는 거야.
예뻐서.”


“말을 못하면.
아닐 걸.”




...
...





“아...예쁘다.”


진짜-. 닮고 싶다.
작가님 친구 분 중에
저렇게 예쁘고 멋있는 분이 계셨다니.
한 번 연락처나...
아냐.

그냥 눈에 담기나 하자.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한 번 입어볼까?



“뭘 그렇게 봐.
연석이가 그렇게 신경 쓰여?”



“네? 아니. 신경 쓰인다기 보다는.
저 여자분.
너무너무 제 워너비 스타일이에요.
스타일 하며, 외모며.
진짜, 분위기도 최고.”



“아. 큭큭.
귀여워. 닮고 싶어?”


응응.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다시 여자 분에게로 고개를 돌리니
이미 나가시고 없다.


“어, 없어지셨,”



“넌 우리가 그렇게 궁금해?
아까부터 쳐다봤다며.”



“아, 작가님 본 게 아니고요.
그 앞에 계신 여사친, 앙숙.
그 분 봤어요.”



“여사친? 앙숙?
걔가?
너 그 말 누구한테...
아, 고경표.”





...
...





“청아야, 오랜만.
잘 지냈어?”




“어, 경표 너도 오랜만이네.
얼굴 좋아졌다.”





...
...






“지 멋대로 정의 내리고 난리야.
앙숙은 맞는데.
여사친은 아니다.
남사친이야, 남사친.
쟤 여자 아니고 남자야.”



“뭐. 어찌됐든.
그 분. 완전 멋있던데요.
진짜 신여성 같은 느낌?
분위기도 대박이고...”





“이청아가 그렇게 예뻐?
이건 비밀로 해야겠네.
그런 칭찬 계속 해주면
애가 콧대가 하늘을 찌르거든.
앞에서라도 예쁘다. 멋있다.
그런 말 해 주지 마.
버릇 나빠져.”



“ㅇㅇ아, 이거 배달.
위에.”



“아, 네.”



“야, 네가 다녀 와-.
어려운 데야?”


뭐지, 이 분위기는.
작가님 지금 나 걱정해주신 건가?

그렇다기엔
표정이 너무 화나신...







“아, 그...게 아니고.
성 원장님 배달이라.
원장님이 ㅇㅇ이가 오는 거
좋아하셔서요.”



“아, 성 쌤.
아 성 쌤이면 뭐.
어, 다녀와.”



“아, 네. 하하.
다녀올게요.”



“형,
뭐 있죠.”



“있긴 뭐가 있어.”



“에이, 뭐 있는 것 같은데?
ㅇㅇ이랑. 뭐 있죠?”



“없어, 임마.
그리고 너.
잘 지내지?”



“아, 그 얘긴 둘이 있을 때만 하자니까요.”



“잘 지내는 거 맞지?
일은 없고?”



“형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뭐.”



“그래. 잘 좀 지내고.
이제 혼자도 아니니까.”



“그럼요.”



“뭐가 혼자가 아니야?”



“아쒸! 깜짝이야.
너 귀신이야?!
무슨 기척도 없이!”



“야, 조심스럽게 올 수도 있지.
뒷문으로.
그래서 몰랐구나? 아하항.”




“미친.”




“근데, 뭔 얘긴데 그렇게 조심스레 해?”



“네? 아... 그게.”



“별 거 아니고.
ㅇㅇ이 방금 병원으로
배달 갔다.”



“어, 안 그래도 마주쳤다.
걔 청아한테 완전 꽂힌 것 같던데?
아주 눈빛이 꿀이 뚝뚝뚝-.”



“그래?
참. 진짜 좋은가 보네.
나 간다.”



“야. 좀 더 있다 가지.”



“나도 일 해야지.
바쁘다-.”



“어, 가-.
바쁘다는 놈이.
청아랑 여기서 수다 떠냐.”





“그럼 저도, 일을 좀.”





“그래.”







*



“쌤!”


어, 안 계시네.

웬일로 자리를 비우셨대...


와. 여기 이렇게 자세히 보기도 처음이네.
맨날 긴장만 해서는.




흐음.



오래 걸리시려나.


 그냥 놓고 가야겠다.


툭.

우수수.


“흐익.”


실수로 쌤 책상에 있는 서류들을
떨어뜨려버렸다.


얼른 주워서 올려야지.



‘상담일지-정혜영’


어? 정혜영?
내가 아는 셰프님?


열어볼까?

아, 안 돼.
다른 분일 수도 있잖아.
그리고 이런 거 보면 안 된댔어.

훠이훠이.

절로 가 악마야.




“죄송합니다.”


합장을 하고선 선생님 책상에 사과를 올렸다.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나니.
쌤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깔끔깔끔.


어? 저 사진.
가족사진인가?



사진을 들고 보니.
선생님의 부인분. 딸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보였다.


“예쁘다...”


사진을 책상에 내려놓고 나가려는 순간.
문이 열렸고
선생님이 서 선생님과 함께 들어오셨다.






“어! 쌤. 이제 오시는 거예요?”




“어, 근데 웬일이야?
아, 맞다. 내가 커피 시켰었구나.
미안, 많이 기다렸어?
갑자기 회의할 게 생겨서.
서 선생 방에 좀 있었어.”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는데요, 뭐.
커피는 책상에 올려놨어요.”



“책상?
어. 그래.
고마워.
밥은 먹었니?”



“네, 쌤은요?”



“나야 뭐.
잘 먹었지.”




“어? 선생님.
아까 라면 드시는 거 다 봤는데.
시간 없으시다고.”





선생님이 놀라셨는지
서 선생님을 한 번 보시더니
나에게 아니라며
손을 홱홱 저으셨다.

밥 드시라니까
매번 이렇게 드시는 건가?




“에? 라면이요?
그런 거 드시지 말라니까요.
밥 드셔야죠, 밥.
바로 한 건물에
식당도 있는데.”



“서선생도 참.
못 하는 말이 없어.
괜한 말을 해선.
알겠어, 다음부턴 밥 꼭 챙겨먹을게.”



“아니, 날이 풀린다고 해도.
아직 추워요.
꼭 잘 챙겨 드세요.
목도리도. 잘 두르고 다니시구요.
저도 가 볼게요.”




“그래.”



“ㅇㅇ씨가 원장님 정말 많이 챙기네요.
꼭 딸 같아요.”



“그런가? 하하. 참.
처음부터 딸 같긴 했어.
마음이 더 간다고 해야 하나.”



“좋으시겠어요.
참, 원장님은
따님 자랑을 잘 안하시네요?”



“나? 뭐.
굳이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에이. 그래두.
부모들 낙은 자식자랑이라고들 하잖아요.
전에 보여주신 사진 보니까
사모님 닮아서 미인일 것 같던데.”



“우리 딸? 지 엄마 쏙 빼닯아서
예쁘긴 하지.
나는 하나도 안 닮았거든.”




“에이, 그럴 수 있죠.
원장님 닯았어도
예쁠 것 같긴,”



“왜 멈칫해?
서 선생. 왜 멈춰.
더 해.”



“하하.
사실 제가 거짓말은 잘...”




“뭐야? 이 사람이.
내가 뭐. 이런 사탕발림 같은 거에
이렇게 움직이진 않지만
아무런 영향이 없진 않아-.”



“아하하. 네?
정말요?
어우. 원장님. 놀랐습니다.
박보검이 여기.”



“됐네, 됐어.
자네 마음 잘 알았네.”



“아, 아닙니다.
하하하.”








*





“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커피 드시게요?”




“어머, 아가씨.
여기서 일 해?
어머 너무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덕분에요.
아주머니 덕분에.
제가 좋은 사람들 만나서
너무너무 잘 지내요.”



“얼마 전에.
길 잃어 버렸담서?
우리 남편이 집에 와서는
아가씨라고 하더라.”



“아이, 참.
그 분이 아주머니 남편분이셨어요?
얼마나 잘 챙겨주시던지.
감사했다고 인사도 못 드렸네요.”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해.
늘 열려있으니깐.
심심해도 놀러와.
나 하는 일이
많이 없어서. 시간 많아-.
나는 아메리카노 핫으로 한 잔 줘-.”



“네.”



“그나저나
여기 총각들은 잘 지내?”



“네, 뭐.
잘 지내시죠.”




“으음.
어? 저 총각.
어디서 봤는데?”



“네? 누구.”











민석 오빠?





“어디서 봤더라-.
산부인과였나?
대형마트였나.
기억이 잘 안나네.”



“산부인과요?”




“아니, 정확하진 않아.
내가 얼마 전에.
경부암 검사받으러 갔었거든.
거기서 봤던가.
무튼, 어디서 자주 봤었어.
여긴 자주 안 오니깐.
여기서 봤을 리는 없고.
앞으로 자기 때문에 자주 와야겠다.”



“하하. 네. 자주 오세요.”





산부인과?







.
.
.







“ㅇㅇ아, 오늘 외식 할 것 같은데.
갈래?”



“저요?
아, 저는 괜찮아요.”



“민석이는?”




“아, 저는.”


또 빠지려나?
그 여자 분 만나러?





“잠시만요.”


어머어머. 통화하러 가는 거임?
대박.
허락 맡으러 가나 봐.
그 바람 피는 분한테.




“오늘은 꽤 많이 모여서 먹겠다.
우리 식구들, 카페랑, 병원 식구들도 같이 먹으니깐.”



“어, 근데. 그
식당 식구들은 안 모이나 봐요?
지성오빠랑, 셰...아니 사장님이랑.”




“아아. 거긴 원래.
어? 생각해 보니깐.
아예 처음부터 안 모였던 것 같네.
뭐, 연결 고리도 없고 하니깐.”



“저 오늘 참석하겠습니다.”



“왜요? 누가 허락해줬어요?”






어? 미친.
나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이걸 내 입으로 뱉은 거야?
헐.





“응? 허락?
하하. 허락은 누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 하하.
그렇죠. 무슨 허락은. 하하.”





제발. 조심 좀 하자. ㅇㅇㅇ.







...
...





“어? 저기 회식가나 보다.
우와...부럽,”



“어디?”



“아, 사장님!
제가 부럽다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그냥, 가끔 저렇게 가시길래.
가는구나-. 하고 본 거예요.
정말 아니에요.”





“...
지성씨, 퇴근 해.”




혜영의 눈은
ㅇㅇ과 연석에게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달
고생한 것 같아서
보너스 좀 넣었어요.
다음 달도 잘 부탁해-.”





“어! 정말요?
감사합니다-.”




“내일 봐요-.”



딸랑-.







아무도 없는 가게.
혜영은 창가 쪽에만 불을 켜놓고선
혼자 앉아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기만 했다.

혼자 마시는 소주가
언제 마셔도 쓰다는 걸 느끼며.


조금씩 내리는 눈에.
반갑기 보단 마음이 조금
추웠다.









.
.
.


※만든이 : 수백루님


<덧>


안녕하세용
수백루입니다.
저는 뭐 이렇게 항상
글 한편 쓰는 게 오래걸릴까요.
하하하.

사실 중간중간
단편 소재가 생각이 나면
바로 써내리는 스타일이라
몇 편 쟁여놓고 나니
한 달이 훌쩍 가 있더라구요.
학교생활도 바쁘다 보니.
헤헿


이번 편도 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편으로 뵙겠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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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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