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n - 3 (b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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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n 3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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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n: 안식처, 피난처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날 꺼내 준 건, 너였다.

.
.
.

13.


그렇게 남자를 매일 기다린 지 일주일쯤 되자,
남자는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왜 요즘 여기서 책 읽고 있어요?
그냥, 1층이 제일 시원해서요.


남자는 늘 하던 대로, 뒷목을 매만졌다.
그리곤 내게 물었다.
층 바꿔줄까요?
..아니요, 그냥 밤에 잠깐 책만 여기서 읽으려고요.
알겠어요, 잘 자요.
, 잘 자요.


남자에게 대답을 하고는
침실로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오늘도 밖이 많이 추웠나 보네,
회색 머플러를 두른 걸 보면.


책을 읽으며,
별 것 없었던 대화를 몇 번이고 곱씹어 보았다.
사람과 이렇게 대화란 걸 한 게 얼마만인지.
그리곤 오늘도 역시 듣기 좋던 남자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새벽 네 시가 될 때까지 1층에 머물렀다.










14.


다음날 밤, 어김없이 책을 쥐고 1층에 내려갔다가
1층 거실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책꽂이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으로 가득 차 있더라.
그리고 책꽂이 오른쪽에는,
선물,이라고 정갈하게 두 글자가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책꽂이 바로 옆 벽에는,
가장 좋아하던 화가인 르누아르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한 손으로 액자를 매만지며
이 집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남자의 글씨는, 남자를 닮아 있었다.
각지고 시원시원한 글씨체.
내게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선물을 주는 걸 보면 그건 아니었나보다.

내 층에 올라온 적이 없는데, 내 취향은 어떻게 안 걸까.
하긴.. 이건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이긴 하지,
한동안 내가 르누아르 그림만 몇십 점을 수집했으니.
책이야 뭐, 내가 맨날 1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으니
그걸 봤으면 알테고.


남자가 사준 책 중 하나를 뽑아 들고 소파에 앉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다 보니,
어느새 그 두꺼운 책 한 권을 끝냈다.
이미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닫혀 있던 남자의 침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니
남자가 집에 왔지만, 내가 책에 
너무 빠져 있어 듣지 못한 듯 했다.
항상 집에 오면 침실 문을 닫는 남자인데,
지금은 왜 열어 놓고 있는 걸까.
호기심에 끌려 처음으로 남자의 침실 앞으로 걸어갔다.


혹시나 발소리가 들릴까,
조심조심 발을 내딛었다.
그리곤 숨죽여 문 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남자는 안경을 낀 채로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안경을 낀 남자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또 남자는, 단추가 채워진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다.
수트를 입지 않은 남자의 모습도 역시 처음이었다.


말없이 남자의 모습을 눈으로 훑다,
혹시 들킬까 싶어 발걸음을 뒤로 하려 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순간,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남자는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뭐해요, 거기서.
.. 그냥 방문이 열려 있길래요.


어차피 남자가 내 모습을 보았으니
남자에게 그냥 물어봤다.
오늘은 왜 방문 열어 놨어요?
오늘은 저 못 봤잖아요, 혹시 보고 싶으면 보라고.
그리고 남자는 마치 다 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씩 웃는다.
그런데 그게, 묘하게 매력적이더라.


남자는 곧, 노트북을 테이블 위로 올리고
옆에 나란히 안경을 벗어 두었다.
그리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내게로 느릿하게 다가왔다.
책 다 읽었어요?
.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그러게요.
선물은 마음에 들어요?
.. , 감사해요.
그래서 제 선물은요?
..?


남자의 말에 당황하자, 남자는 피식 웃으며
그냥 한 말이에요, 대가를 바라고 
준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농담도 할 줄 아는 남자구나.


..제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자고 하셨다구요.
, 그랬죠.
그런데 왜 저한테 관심이 없으세요?
관심이 없으면, 제가 선물을 줬겠어요?
남자의 대답에 할 말이 없어졌다.
오늘 말고는, 내게 관심을 보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어서 묻는 말이지.


오른손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곤 물었다.
..왜 저한테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세요?
그런 것 같아요?
.
바라는 거 있어요, 나랑 이혼하지 않는 거.
..그게 전부에요?


내 대답에 슬며시 웃은 남자는,
내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곤 나와 한발짝 거리에서 멈추더니,
오른 팔을 벽에 기대며 내 눈을 바라봤다.
이 날은, 남자에게서 종종 나던
 여자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남자가 물었다.
원래 호기심이 많아요?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아요.


남자는 뒷말을 기다리는 듯
아무 대답도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런 남자를 보고 잠시 생각하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뭔가에 잘 끌리지도 않아요,
라고 덧붙였다.


, 그런데 간혹 하나에 꽂히면.. 
계속 파고드는 것 같아요.
..잘 질려요?
.. 아뇨, 그래도 다들 시들해지긴 하더라고요.

잘 질리냐는 남자의 말에, 잠깐 생각에 빠졌다 대답했다.
내가 살면서 무언가에 꽂혔던 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여섯 살 때 피아노에 꽂혀서는
그 뒤로 10년을 내리 배웠다.
열 여섯 살 때는, 르누아르의 그림 
하나를 보고 꽂혀 수십점을 샀지.
열 아홉 살 때는 같은 반이었던
아이를 좋아해, 4년간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스물 여섯인 지금,


요즘은 그 쪽한테 관심이 가네요, 자꾸


또 내가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말을 내뱉고,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남자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곧 남자가 내게 물었다.
..무언가에 빠지면 어떤데요?
그냥, 그게 제 인생 최대 관심사가 되는 거죠.
사람한테 꽂히기도 해요?
, 전에도 한 번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내 말을 듣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나른하게 뒷목을 매만지는 남자다.
그럼 어떤데요, 그 사람이 최우선이 되는 거예요?
아뇨, 최우선은 저죠.
내 대답에,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남자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이것 저것 많이 재는 스타일이에요?
..아뇨, 저는 늘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편이에요.
좋네요.


남자가 물었다.
들어 올래요?
남자의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 있자,
생각하는 거 맞아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면서요,
라고 답하는 남자다.


저한테 관심이 간다면서요


약간은 장난스러운 남자의 말투에,
피식하고 웃으며 남자의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웃음을 입가에 걸치더니
내 뒤로 왼손을 뻗어 침실 문을 닫았다.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남자가 내게 입을 맞춰왔다.
내 윗입술을 머금더니,
이내 살짝 벌려진 입술 틈을 가르고 남자가 들어왔다.
왼손으론 문을 짚은 채로
열정적이지만, 그렇다고 급하지는 
않게 입을 맞추던 남자는
곧 오른손을 벽에서 떼고 내 허리를 감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또 세게.

남자의 키스를 표현하라면,
그냥 잘했다,라고 말하겠다.
남자는 능숙했고, 또 나를 적당히 애태울 줄 알았다.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살짝 옆으로 틀고는,
손을 뻗어 남자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그러다 남자는 입을 떼더니,
금방이라도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곧 남자는 눈을 예쁘게 휘며 미소를 짓더니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남자와 멀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남자의 등을 감싼 상태로,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나도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갔다.
곧 남자의 다리가 침대 끝에 닿았고,
남자는 나와 여전히 눈을 맞춘 상태로 
말없이 침대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나는 남자의 목에 양 팔을 감으며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입을 맞췄다.
아니, 맞추려 했으나 남자가 살짝 몸을 뺐다.
그리곤 여전히 나와 눈을 맞춘 채로,
양손으로 내 허리를 한 번 쓸더니
내 원피스를 잡아 올린 후 옆으로 던졌다.
그리곤 내 맨 등을 만지며 내게 계속해서 키스를 했다.

그러다 남자는 내 양 손을 잡고 
남자의 가슴에 갖다 대더니,
풀어요,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남자와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남자에게 입을 맞추며
남자의 단추를 하나, 둘 풀어 내렸다.
단추를 다 풀고 남자의 옷을 양 옆으로 젖히자,
남자는 내 등에서 손을 떼고 옷을 벗어 던지더니,
나를 들고 순식간에 침대로 눕히곤 내 위로 올라왔다.

이제야 약간 풀린 눈을 하고는,
남자는 다시 내게 입을 맞추며 나를 만졌다.
그러다 내 등으로 손을 향해 후크를 풀더니
내 속옷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남자의 손이, 그리고 곧 입술이 가슴으로 향했다.


마음이 급했다.
먼저 내게 입을 맞추기 시작한 건 남자였지만
너무나 능숙한 남자에, 오히려 더 달아오른 쪽은 나였다.
곧 남자의 손이 아래로 향해 부드럽게 나를 만졌고,
나는 애타는 마음에 팔을 뻗어 내 속옷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 나를 알아챈 남자는 곧바로 속옷을 벗기곤
다시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

남자의 목에 양 팔을 감은 다음,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은 채 신음소리를 흘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남자는 이내 내게 입을 맞추며
마치 허락을 구하듯 나를 바라봤다.
몇 번 눈을 깜박이다 지그시 눈을 감으니
옷가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곤,
예고도 없이 남자가 곧장 내게로 들어왔다.

빠르게 움직이는 남자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그런 날 보며 남자는,


,”


라고 하며 내 양 손을 침대에서 떼곤 
기어코 자신의 목에 감는다.
그러다 내가 힘겨워 하는 게 보였는지,
그만 해?라고 묻는 남자다.
남자의 말에 다급하게 고개를 가로젓자,
가만히 버티고만 있어, 내가 다 할 테니까,라고 말하곤
남자는 나를 쉬지 않고 밀어 붙였다.
어느새 남자의 말이 짧아져 있었지만,
그런 건 신경 쓸 겨를 조차 없었다.
정신이 아득했다.

남자의 섹스를 표현하라면,
역시 잘했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남자는 열정적이었고, 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았다.

남자가 사정을 하고 나서야 문득 피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무렴 상관없겠다, 싶었다.
남자가 내 얼굴에 잘게 입을 맞춘 뒤 내게서
 내려와 옆에 눕는 순간까지도,
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달뜬 숨만 내뱉고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뜨거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와 한참을 눈만 맞추고 있다
남자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 씻어요?
남자 역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차피 또 할 건 데요.
남자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소리 내어 웃으며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


하는 도중에 그만 할까라고 묻는 남자는 처음이네요.”



, 그만할 생각 없었어요.”

”..그럼 왜 물어봐요?”

그렇게 나를 미치도록 원한다는 듯
고개를 젓는 게 보고 싶었거든요.”


남자가 다시 내게 존대를 했지만,
역시나 상관 없었다.
남자의 말에 오묘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따뜻하고 부드럽게 입을 맞추는 남자다.
그러다 남자가 내게서 입을 뗀 순간,
곧바로 남자에게 물어봤다.
되게 많이 해보셨나봐요.

남자는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그걸 직설적으로 묻는 여자는 처음이네요,라고 답했다.
그리곤 오른팔을 들어 눈을 가린 채로
계속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한테 정말 관심이 있으세요?
말했잖아요, 관심 없는 상대한테 전 선물을 주지 않아요.
..저랑, 하고 싶으셨어요?
.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던 남자는
곧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왼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나를 내려다본다.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고 있자,
남자는 오른손을 든 다음 천천히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말없이 내 목선을 쓸더니,
다음은 내 어깨를, 옆구리를, 허벅지를 느릿하게 쓸어 내린다.
잠깐 몸을 부르르 떨자, 남자가 다시 내게 입을 맞춰 왔다.
그리곤 아까처럼 다시 내 위로 올라온다.


세상에 나와, 남자 둘 만이 존재하는 듯 했다.
남자의 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고,
남자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무엇도 이 순간만큼은 중요치 않았다.
그만큼 남자는 강렬했고, 또 나를 사로 잡았다.


남자의 입술이 가슴으로 내려갔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자,
남자는 입술을 더 아래로 내리려 한다.

그런 남자의 어깨를 밀어내자,
남자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본다.
남자를 옆으로 눕히곤, 내가 남자의 위로 올라탔다.
남자의 입술 가까이 갔다, 곧장 아래로 입을 내렸다.


,”


내 입술과 닿으려 턱을 살짝 들었던 남자는,
이내 허공에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린다.


대체 뭐예요.”


남자의 말에, 남자의 것을 입에 문 채로
눈만 치켜 뜨곤 살포시 웃자
남자는 신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는다.

고요한 방 안이, 내가 만들어 내는 소리로만 가득 찼다.
뜨거운 숨만 내뱉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앓는 소리를 내더니
이제 그만해요, 라고 말한다.

남자의 말에 상체를 일으켜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곤, 남자의 위에 앉았다.
그런 나를 멍하니 쳐다보는 남자와 
눈을 맞춘 채로 몇 번 움직이자,
남자는 다시 정신을 차리곤 또다시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린다.

남자의 가슴 위로 손을 얹고 
몸을 지탱한 채로 움직이자,
곧 남자도 내 속도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도 눈을 맞춘 채로
 움직임을 늦추지 않던 남자는,


내려와,”


라고, 조금은 다급하면서도, 부드럽게 내게 말했다.
그리곤 내가 미처 내려오기도 전에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눕히곤 다시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또다시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나를 몰아 붙이고, 또 몰아 붙였다.


.


, , 그만, 진짜 그만?
아니, , 자꾸 어디 봐, 나 봐야지. , 근데, ..
, 계속, , 떨어져, ? .. 몰라, , , 걸지 마,
또 그만? 아니, , , 왜 자꾸, 다른 데 봐? 싫어?
아니, 좋은데, 좋아? 그럼, 나한테,
, 집중해, ? , 그만, 싫어. ..










15.


그날 밤 나는 남자의 방에서 잤다.
그렇게 우린 몇 번인지 모를 섹스 후에야,
마치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렇게 늦게 잤는데도 남자는 평소처럼
 출근을 한 모양이었다.
내가 눈을 뜨니 정오였고,
저녁에 봐요,라는 남자의 쪽지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허리가 아려 왔다.
눈을 다시 감고 이불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그리곤 남자의 냄새를 느끼며 맨몸으로 
더욱 더 이불을 파고 들었다.

한 시간쯤 누워 있었을까,
이제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2층으로 올라갔다.
이미 벗어 던진 옷가지는 남자가
 가지런하게 개어 놓았더라.

욕조에 물을 받고, 입욕제를 푼 다음 
가만히 들어가 누워 있었다.
그리곤 어제 밤을 떠올리자,
다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제까지만 해도 남자에게 관심만 조금 있는 정도였다면,
어젯밤 남자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눈을 뜨고 나서부터 내내 남자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어떤 남자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다.


나는, 남자에게 단 하룻밤만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
.
.

※만든이 : HEART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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