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 中 (by. 아모르)

<>


 
1229일 글을 쓴지 9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었습니다.
 

 

────────────────
<낙화유수>
■ 上 => 바로가기
■ 中 => 바로가기
──────────────── 

 

낙화유수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
남녀 간 서로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
 

 

 

w.아모르
 

 

.
 

 

아가씨, 도착했어요.”
 

 

감사합니다.”
 

 

택시 아저씨께 돈을 드리고 택시에서
내렸다. 이제 제법 쌀쌀해진 바람이
ㅇㅇ의 머리칼을 헝클어두었고 ㅇㅇ
손을 들어 머리를 잘 정리하였다. 과자를
양손 가득 든 채 병원 로비 안쪽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부탁을 들어준 것에 대해
ㅇㅇ은 집에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했었다. 돈을 준다고 해도 힘든
부탁이었다. 거머리처럼 자신에게
달라붙는 저들을 떼어내고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지 않은 내가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봐주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까지 알려주면서
ㅇㅇ이 확답을 준 건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물론, 물건으로 사는 거 아니야.
사람 대 사람으로 고용주로 물어보는 거야.’
 

 

사람 대 사람......
 

 

그토록 그리워하던 단어였다.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은 사람들 밑에서
살아왔기에 가끔은 캄캄한 방안에서
나는 사람이 맞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적도 있었다.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대접은 안 했을 거라고 목
놓아 운적도 있었다. 뺨을 때려가며
정신 차리라는 언니들 사이에서
인간이길 포기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는 자신을
사람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렇게
듣고 싶었던 단어를 말해주었다.
 

 

여기 303호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간호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하얀 색과 어울리지 않게
여러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벽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 벽지들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ㅇㅇ은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303’ 숫자가 써 잇는 병실 앞에
서서 ㅇㅇ은 다시 옷매무새를 만졌다.
첫인상은 중요하니깐. 그녀는 변명이라도
하듯 자신에게 합리화를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처음 그녀의 오감 중 자극한 건 후각.
습기 가득한 가습기 냄새가 그녀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리고는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채 ㅇㅇ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ㅇㅇ은 그 사람들 속을 지나쳤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자신에게 났던 향수
냄새를 지우기 위해 난리 아닌 난리를
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녕, 미지야.”
 

 

안녕하세요.”
 

 

이곳은 소아과 병동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햇살이
드는 창가자리에 가만히 누워 책을
읽고 있던 미지는 ㅇㅇ의 인사에
책을 덮고 몸을 일으켰다.
 

 

ㅇㅇ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을
하다 자신의 양손에 들려있는 과자의
존재를 깨닫고는 앞으로 내밀었다.
 

 

선물.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로 샀는데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다.”
 

 

! 감사합니다!!”
 

 

미지는 ㅇㅇ이 내민 과자를 끌어안고
좋아했다. 그 모습에 ㅇㅇ은 어린
시절에 자신을 보는 듯 했다. 기억
속엔 희미하여 하나도 생각 안
나지만 따뜻한 느낌으로 아는
부모님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
 

 

ㅇㅇ은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아 미지를
바라보았다. 과자 봉지 앞에 써져 있는
과자 이름 하나를 읽고 좋아하는 미지의
모습에 ㅇㅇ은 과자를 사가라던 언니들의
말을 듣기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내 동생, 이름은 이미지. 나이는 7살이야.
책 읽는 거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동생이 무얼 좋아했는지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 내려가던 남자의 모습이
생각나 ㅇㅇ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땐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차가운 얼굴을 하고 검은 양복을 차려
입은 남자가 무서웠는데 재킷을 벗어
자신의 무릎 위로 던질 땐 음 뭐랄까,
잘생겼었다고 ㅇㅇ은 생각했다. 저런
모습에 사람들이 박력 있는 남자에게
반한다고 생각했었다.
 

 

ㅇㅇ이 지금까지 본 남자들은 숙부님,
업소 사람들뿐이었다. 영화도, 드라마도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일상에 남자는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등장했었다.
 

 

그 다음 만날 때도 , 이 남자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명적이었다. 숙부님이
자신을 팔아넘긴 8살 때, 꿈도 희망도
없는 얼굴도 앉아있는 자신에게 언니들이
들려준 동화 속 왕자님처럼. 마녀에게
잡혀간 공주님을 구해준 왕자님처럼.
 

 

칼 대신 돈이었지만.”
 

 

ㅇㅇ은 작게 읊조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병실 안을 비추고 있었다.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위에서부터 흔들렸다. 꺄르르, 웃음을
짓는 미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ㅇㅇ
고개를 돌려 미지를 바라보았다.
 

 

내 생애에 이렇게 평화로웠던 날이 있었을까?
 

 

.
 

 

ㅇㅇㅇ!! 너 이리로 안와?!’
 

 

, 숙부님!!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저
허리띠에 맞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바짝 엎드리고 비는 수밖에 없었다.
높게 든 갈색 저 긴 허리띠가 내려와
팔에 스칠 때마다 팔에 불똥이라도 튄
것처럼 너무 아파왔다. 벌벌 떨면서
벽에 부딪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을
때 그저 가만히 이 순간이 지나가길
빌었다.
 

 

미친년. 너는 내 빚 3억 갚을 때까지 못 나가.’
 

 

그게 내 빚이냐고!! 내가 빌렸냐고!!
죽지 못해 사는 개새끼한테서 받으라고!!’
 

 

그 개새끼가 너를 팔았으니 어떡하니.’
 

 

차라리 죽여!! 죽이고 장기 팔라고!!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이라고!!’
 

 

발버둥을 치며 악을 쓰던 내 뺨 위로
두터운 손이 스쳐지나갔다. 볼이 붉게
부어오르고 두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었다. 내 양팔을 잡고
서있던 남자들은 손을 더 조여오고 나는
거의 다 풀린 다리 힘으로 억지로
서있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 나를 지칭하는
말이 맞았다. 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이 삶이 너무 지긋지긋했다.
도망가면 잡히고, 또 도망가면 잡히고.
계속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힘들었었다.
 

 

방에 갇혀 쓰러져 가던 중에 아주 작게
열린 문 틈새로 밝은 빛이 흘러들어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내 안에 작은 소리가 외쳤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그 틈새로
나는 빠져나왔다.
 

 

저 밝은 빛을 따라.
 

 

.
 

 

언니 잔다, 그치 오빠?”
 

 

언니 자게 내버려두고 우리
공주님은 오늘 뭐하고 놀았나?”
 

 

언니가 동화책도 읽어주고
예쁜 공주님도 그려줬다.”
 

 

재잘거리는 목소리에 ㅇㅇ은 눈을
슬며시 떴다. 처음 보았던 건 하얀
천장이었다. 몸을 일으키자 간이침대에서
잠든 자신과 환자용 침대 위에서
떠드는 미지, 그리고


 

잘 잤어?”
 

 

의자에 앉아 자신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까지. ㅇㅇ은 행복한 꿈도
이런 꿈이 없을 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종석은 그런 ㅇㅇ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귀엽다. 종석이 ㅇㅇ을 바라볼
때 드는 생각이었다. 자다 일어나
퉁퉁 부은 얼굴을 잡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ㅇㅇ의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오빠 여기 색칠하는 거 도와줘.”
 

 

종석을 잡아당기는 미지의 손길에 ㅇㅇ
바라보던 눈길을 돌려 미지를 바라보았다.
미지가 골라주는 색연필을 받으려다가
방금 일하다 온 것이 생각나 피가 묻은
소매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빨간색
색연필로 공주의 치마를 칠하던 종석은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아무 시간이나 편할 때
집에 가면 돼. 편할 때 오고.”
 

 

혹 팔에 생긴 상처가 하나 더 늘까,
남들 눈에는 잘 안 보이는 붉은 뺨이
다시 붉게 올라올까 종석은 마음이
쓰였다.
 

 

ㅇㅇ은 종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
시계를 찾아 바라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더 있어도 상관없었다.
종석이 선불이라며 자신에게 건네 준
돈을 들고 업소에 들어갔을 때 많은
사람들 눈이 반짝 빛났던 것을 기억하니깐.
 

 

그러나 혹시 몰랐다. 그들의 간사한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 마음이 변해 자신을 가둘지 모르니깐.
 

 

저 가볼게요.”
 

 

언니, 벌써 가게요?”
 

 

으응, 미지야. 내일 일찍 올게. 그때 놀자.”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하자 미지는
시무룩했던 얼굴을 밝게 폈다.
 

 

언니 꼭 내일은 일찍 와야 돼요?
 

 

몇 번이고 확인하는 미지의 모습에
ㅇㅇ은 고개를 끄덕였다. ㅇㅇ
병실을 나가려고 하자 종석은 뒤를
따라나섰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 알아. 정문까지만 바래다줄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1층까지 내려온
ㅇㅇ과 종석은 정문까지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정문에서 ㅇㅇ은 택시를 잡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고개를 종석에게
돌렸다. 종석은 ㅇㅇ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마워요.”
 


“......”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줘서. 도망친 게 잘한
짓이라는 거 알게 해줘서.”
 

 

ㅇㅇ은 꾸벅, 인사하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택시에 타 다시 지옥의 주소를
부르고 택시가 출발할 때 ㅇㅇ은 두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행복했다.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어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하루였다.
종석을 만난 그 날부터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나 싶었다. 종석은 ㅇㅇ에게
큰 의미가 되었고
 

 

“.......”
 

 

사랑이 되었다.
 

 

.
 

 

 

미지야, 언니 왔다!”
 

 

언니!!”
 

 

그 날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ㅇㅇ
미지의 병실에 방문하였다. 자신을
가두던 사람들도 ㅇㅇ이 가져오는
돈에 하나 둘씩 ㅇㅇ이 지상으로
나가는 것을 눈감아주었고 ㅇㅇ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양 손 가득 맛있는 과자를 들고 병실에
방문할 때마다 신체로 직접 닿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미지는 야위어갔다. 종석이 자세한 것을
말해주지는 않았고 단지 희귀병에 걸려있어
고치기 힘들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ㅇㅇ은 그럴수록 미지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 오늘은 동화책 읽어줘. 아까
오빠가 읽어준다면서 그냥 가버렸단
말이야.”
 

 

언니가 읽어줄게. 뭐 읽어줄까?”
 

 

종석을 만날 수 있는 날은 드물었다.
가끔 무슨 일을 하는 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적도 많았다. 그가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을 거 같은 미지의 부탁도
저버리고 사라지는 날이면 ㅇㅇ
궁금증에 휩싸였다.
 

 

서랍장 안에서 동화책을 하나 꺼내고
침대 위로 올라가 미지 옆에 앉았다.
동화책 한 권을 읽을 적에도 조잘거리는
입을 쉬지 않는 미지가 사랑스러워보였다.
 

 

언니, 언니네 집은 어떻게 생겼어?”
 

 

?”
 

 

나 병원이랑 우리 집 말고는
아무 곳도 가본 적이 없단 말이야.”
 

 

입술을 쭉 내미는 미지의 물음에
ㅇㅇ은 당황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이 가본 집이라곤 어두운 지하
단칸방의 숙부의 집과 더 어두운
지하에 있는 업소 두 곳밖에 없었다.
 

 

이 두 곳 다 미지에게 말해주기에는
너무나도 어두운 곳이었다.
 

 

, 언니네 집을 가는 길에는 긴
계단이 있어. 그 계단을 쭉 타고
내려가면 반짝반짝 불빛이 빛나는
집이 나와.”
 

 

사람들은 불빛에 맞춰 춤을 추고 몇몇
사람들은 흥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 위험하지 않게 기사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지. 매일 차려입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파티를 열어.
 

 

우와, 언니네 집 되게 좋겠다.”
 

 

좋긴. 언니는 미지네 집이 더 좋은걸?”
 

 

나 사실 우리 집도 일주일밖에
못 있었어. 병원 너무 지겨워.”
 

 

입술을 쭉, 내밀고 불만을 토로하는
미지의 모습에 ㅇㅇ은 한참을 고민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우리 소풍갈까?”
 

 

.
 

 

소풍이라고 해봤자 병원 옥상 한편에
담요를 깔고 매점에서 사온 간식들을
놓는 거였지만 미지의 귀에 입이
걸렸다.
 

 

ㅇㅇ, 자신도 꽤 기분이 좋았다.
소풍이라는 것을 가본 적이 없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 갇혀 사는 일만
이어졌다. 가끔 손님들 담배 심부름
때문에 그 깜깜한 어둠에서 나오면
다시 어둠이었다.
 

 

ㅇㅇ이 밖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은
밤뿐이었고 어둠 다음은 어둠이었다.
 

 

언니, 언니는 소풍 가봤어?”
 

 

아니, 언니도 소풍은 처음이야.”
 

 

진짜? 우와! 언니랑
나랑 똑같네? 신기하다.”
 

 

꺄르르, 웃는 미지를 바라보며 ㅇㅇ
웃음을 지었다. 밝게 웃음을 짓는
미지의 옆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항상 쓸쓸한 웃음,
자조적인 웃음을 짓던 ㅇㅇ에게
새로운 웃음이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오빠!”
 

 

ㅇㅇ이 보낸 문자를 받고 병실에
들리지 않고 곧장 옥상에 올라온
종석은 담요 위에 앉았다. ㅇㅇ
눈을 힐끔 걸리며 종석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옆으로 옮겼다. 이유는 음,
 

 

떨리니깐.
 

 

사실 종석이 옥상 위에 나타난
순간부터 ㅇㅇ의 귓속엔 쿵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쪽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향하는
시선에 ㅇㅇ은 입술을 꾹 깨물고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애써 덤덤한
척하려고 했었다.
 

 

오빠, 이 샌드위치가
매점에서 제일 맛있는 거야.”
 

 

그래? 그럼 오빠도 한 입 먹어볼까?”
 

 

종석은 그런 ㅇㅇ와의 거리를 진즉에
알고 있었다. 일부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줄도 모르고 슬며시 옆으로 이동하는
모습에 웃음이 삐죽, 튀어나오려고 하던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얼굴 표정으로
속마음이 다 보였다.
 

 

사랑스러웠다. 웃게 해주고 싶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 오빠! 한 입만 먹는다며!!
이게 한 입이야?”
 

 

미지는 종석이 반 이상 먹어버린
샌드위치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종석은
눈을 내려 샌드위치를 보자 한 입보다
훨씬 많이 먹은 것이 보였다. 뒷목을
긁적이며
 


미안, 오빠가 당장 가서 사올까?”
 

 

사과를 했지만 입에 한가득 바람을
집어넣고 종석을 째려보는 미지의
모습에 어쩔 줄 몰랐다. ㅇㅇ은 그
모습에 풉, 웃음을 터트리며 웃었다.
 

 

아 이거 어쩔 거야!!”
 

 

미지야 미안해.”
 

 

푸하하하.”
 

 

.
 

 

오늘이 가장 많이 웃은 거 같네.”
 

 

웃긴 걸 봤으니 웃죠.”


 

나는 그렇게 쩔쩔매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웃어? 진짜 치사하다.”
 

 

피식, 거리며 아직도 다 가시지 않은
웃음을 내뱉으며 ㅇㅇ은 담요를 접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할 시간이라고 먼저
내려간 미지와 도와주겠다고 남은 종석.
ㅇㅇ은 내려가던 미지를 붙잡고 싶었다.
어색함에 눈을 맞추지 못했다.
 

 

바빠서 미지랑 소풍 나올
생각도 못했었는데. 고마워.”
 

 

고맙긴요. 이러려고 돈 받는 건데.”


 

그래도 고마워. 담요는 이리 줘.”
 

 

아뇨, 제가 들게요!”
 

 

아냐. 이리 줘.”
 

 

종석과 ㅇㅇ의 담요 실랑이 끝에
종석이 담요를 차지하고는 손으로
브이를 그렸다. 그 모습에 ㅇㅇ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살랑이며 부는 바람이,
높고 푸른 하늘이, 따스한 햇살이,
모두 그들을 비췄다. ㅇㅇ과 종석은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행복하다. 좋다. 그리고.......
 

 

두렵다.
 

 

.
 

 

ㅇㅇ은 종석이 오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가디건을 들고 자고 있는 미지의
얼굴을 쓰다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꿈이라도 꾸는지 뒤척거리는 미지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눈웃음으로
인사하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하아.”


 

한숨 쉬면 있던 복도 다 사라진다던데.”
 

 

으아, 깜짝이야!”
 

 

옆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종석은
삐끗거려 넘어질 뻔한 ㅇㅇ을 잡았다.
 

 

기척 좀 내요. 기척 좀.”


 

이거 뭐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호흡을
가다듬는 ㅇㅇ의 귀로 날이 선
종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ㅇㅇ
어차피 들킬 거였으면서 왜 도망치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종석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뭐가요?”
 

 

이거 뭐냐고!”
 

 

종석이 들어 올린 곳에는 자신의 팔이
있었다. 손목 안쪽이 붉게 물들어 조만간
푸른 멍을 만들 거 같은 손자국과 함께
상처들이 있었다. ㅇㅇ은 잡혀있지
않은 다른 팔로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렸다.
 

 

팔에 상처 한 두 개쯤은.......”
 

 

그니깐 그 상처가 왜 생겼냐고!!”
 

 

....... 생겼냐고.......
 

 

ㅇㅇ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역시 추악했다. 가져오는 자신의
돈이 부족했는지 다시 접대를 시작하라는
그들의 추악함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종석이 주는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아니,
부족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손찌검을
하고 억지로 화장을 시키는 그들이
 

 

참으로 더러웠다.


 

....... 돌아가지 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깐 우리 집에 있어.”
 

 

종석은 바지 주머니에 있는 집 열쇠를
찾아 꺼내 ㅇㅇ의 손에 올려두었다.
ㅇㅇ은 먼 곳을 바라보던 시선을
자신의 손위로 돌리다가
 

 

-’
 

 

집 열쇠를 던져버렸다.
 

 

왜 나한테 잘해줘요? ? 내가 뭔데??
내가 당신한테 무슨 존재이기에 이렇게
잘해줘요? 잘해주지 마. 이렇게 잘해주었다가
나중에 뒤통수치지 말고 차라리 처음부터
모른 척 해요. 내가 쉬운가? 내가 쉬운
사람 같아 보여서 이러는 건가?”
 

 

“.......”
 

 

, 나 불쌍해요? 나 불쌍해서 그깟
동정심으로 잘해줘야겠다 생각해요?
왜 잘해주는 건데!! 왜 사람으로 살고
싶게 하는 건데!! 왜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하게 하는 건데!!
왜 쓸모없는 희망 갖게 하는 건데.......
...... 계속 당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데.”
 

 

ㅇㅇ은 주저앉아 울었다. 펑펑 울었다.
울다가 지칠 때까지 울었다. 살기 싫다고
발버둥 치던 때가 고작 며칠 전인데
이제는 살고 싶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살겠다는 욕구가
자꾸 튀어나왔다.
 


그럼 살아.”
 

 

ㅇㅇ은 고개를 들었다. 종석이 자신
바로 앞에 앉아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참으로 웃기지, 이 사람의 손짓
한 번에 눈물이 사라져가는 게.
 


살게 해줄 테니깐 살아. 갖고
노는 것도, 동정심 때문도 아니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할 수 없었다.
 


더 내 생각을 많이 하라고.”
 

 

평생 함께 하자는 뻔한
약속도 지킬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엔
나 사랑해달라고.”
 

 

그저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
.
.

※만든이 : 아모르님 

 

 

<>
 
안녕하세요! 아모르입니다.
 
1. 사실 분량이 더 있는데 여기서
끝내야 여운이 있을 거 같아서(찡긋)
아 이러다가 中下를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지.......
 
2. “그럼 살아.”라는 부분이
원래는 사랑하니깐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쓰는 제가 너무 오글거리고
실제 인물이 말하면 더 오글거려서
급하게 바꾸었어요ㅇㅅㅇ
 
3. 꽁냥꽁냥을 이 글에서 바라신다면
아마 등장 못할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고백했으니깐 다음 화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무책임)
 
4. 다음 화는 분량을 넉넉하게
들고 올 예정입니다.
완결 지어야지.
 
5. 사실 이틀 전부터 당잠사 정주행 중입니다.
이종석 존잘88b
 
그럼 오늘도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
<낙화유수>
■ 上 => 바로가기
■ 中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