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단편] (by. 달디)



집 앞에 너와 나란히 서있는데 차마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
 

 


? 그게 다야?”
 

 

그럼 뭐.”
 

 

 

마음은 그게 아닌데
퉁명스럽게 말이 나간다.
 

 

 


됐다, 됐어. 들어가.”
 

 

 

그 애가 돌아서려던 때
 

 

 

“..고마워.”
 

 

 

턱 끝까지 차올랐던 말을 꺼냈다.
그제야 그 놈은 웃음을 보였고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고마운 건 아나보네.
괜찮냐?”
 

 

괜찮겠냐.”
 

 

그러게 애도 아니고 다 큰 여자애가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고.”
 

 

또 잔소리냐?”
 

 


, ㅇㅇㅇ.”
 

 

.”
 

 

내가 너랑 친해지는 게
아니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려는데
내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야이씨!”
 

 


들어가서 쉬어라.
약 꼭 챙겨 발라. 내일 올게.”
 

 

 

내 손에 약봉지를 쥐어준다.
직접 발라주겠다고 사왔지만 내가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못 발랐던
그 약이 넣어진 봉지를.
 

 

침대에 앉아 거울을 보며 약을 바르다
아까 그 자식이 했던 말을 곱씹어 보았다.
 

 

 

 

/
 

 

 

 

, 뭐하냐?”
 

 

 

내 옆자리에 앉으며
물어오는 너의 얼굴은 난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또냐?”
 

 

 

널 한 번 쳐다보고는
책상에 엎드렸다.
 

 

 


..이제는 무시도 모자라서
엎드리기까지?”
 

 

 

대체 이 자식은 왜 이렇게까지
내게 말을 거는 것이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내게 이토록 관심을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평범하지도 않은 네가 내가 주는
관심이 나는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 너 또 얘한테 말 걸고 있냐?”
 

 

목소리도 한 번 안 들려준다.
엄연히 짝꿍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
 

 

목소리 듣고 싶냐.”
 

 

 

엎드려있는 내게로 뾰족한 무언가가
팔에 찍혔다가 떨어진다.
 

 

 

..!”
 

 

들었지? 이렇게 하면
금방 들을 수 있다니까-”
 

 


이 미친 새끼야.”
 

 

 

화를 낼 사람은 나인데
왜 네가 욕을 뱉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사과해.”
 

 

?”
 

 


사과하라고, 새끼야.”
 

 

무슨 사과를 해.
네가 목소리 듣고 싶다고 해서
들려준 거잖아. 뭐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여. 재미없게.”
 

 

 

이런 소란이 싫었다.
내게로 집중되는 시선 또한
싫었다. 그래서 난 바보같이
입을 닫고 피하기만 했다.
 

 

 

 

/
 

 

 

 

..”
 

 

 

넌 무슨 흥미로운 거리라도 잡은
마냥 굴었다. 그 애도 담배를 피려는 건지
내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난 담배를
지그시 눌러 밟아 껐다.
 

 

 


진짜 의외다.”
 

 

 

그 아이를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나랑 친구하자.”
 

 

 

넌 내게 말도 안 되는 소릴 해댔다.
 

 

 

재밌니?”
 

 


“....말했어. 나한테.”
 

 

이러는 게 재미있니?”
 

 

아니. 재미없는데.”
 

 

무슨 내 약점이라도 하나
잡았다고 생각하나본데 니 마음대로 해.
선생한테 이르던 학교에 소문을 내던
니 마음대로 하라고. 아니 차라리 소문을
내주면 더 고맙고. 이런 학교 더는
다니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옥상 문을 열려던 나의 손 위로
너의 손 하나가 겹쳤다.
 

 

 


너도 참 멋대로다.”
 

 

?”
 

 

너 할 말만 다 하고 가버리면
내 의도랑은 다르게 말 해석해서
들어놓고 그렇게 가면 나는
니 기억 속에 못돼 처먹은 놈이
되어있을 거 아니야.”
 

 

뭐하는 거야. 나와.”
 

 


너 혼자만의 세상에 너 가둬두고
있는 짓 그만하고 이제 그만 거기서 나와.”
 

 

넌 세상이 편하지?
세상이 다 니 위주로 흐르는 것 같지?
난 안 그래. 나는 하루하루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대견스러울 정도니까 더 이상
나 건드리지 말고 저리 꺼져.”
 

 

 

넌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누군가 날 잡아줘
하고 외치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센척하고
있는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고 했다.
 

 

 

 

/
 

 

 

 

“..여보세요.”
 

 

참 요란스럽기도 하다.
그 컬러링은 언제 바꿀래?”
 

 

왜 아침부터.”
 

 

아침 같은 소리.
지금 밖을 봐라. 햇볕이 쨍쨍하다.”
 

 

내가 눈을 안 떴으면 아침인 거지.”
 

 

니 배꼽 알람 고장 난 거 아니야?
이 시간까지 자면 배고프지도 않냐.”
 

 

아 끊어. 나 더 잘 거야.”
 

 

약 발랐어, 안 발랐어.”
 

 

발랐어.”
 

 

잘했네.”
 

 

. 그러니까 그만 끊자.”
 

 

문 열어줘.”
 

 

무슨 문.”
 

 

나 너네 집 앞이야.”
 

 

미친..”
 

 

밥 먹자.”
 

 

아 너 혼자 먹어!”
 

 

같이 먹으려고 2인분
사왔다고. 지금 안 열면 내가
그냥 열고 들어간다.”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고
머리를 대충 넘기고 문을 열자
네가 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서있다.
 

 

 


. 이건 아니지!”
 

 

뭐가.”
 

 

그래도 이 몰골은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좀 심하냐..?”
 

 

..세수는 했냐.”
 

 

니가 문 열어달라며!
자는 사람 깨워서 문 열어달라고
해놓고 세수를 내가 언제 해.”
 

 


씻고 와. 못 봐주겠으니까.”
 

 

그럼 밥 대령해놔.”
 

 

알겠다고. 화장실로 당장
들어가 주시라고.”
 

 

먼저 먹지마라.”
 

 

맞다, .”
 

 

.”
 

 


상처 부분은 따가우니까
살살 잘 닦으라고.”
 

 

 

대충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곤
화장실로 들어갔다.
 

 

 

 

/
 

 

 

 

아 따갑잖아..!”
 

 

엄살은 진짜.”
 

 

야 너 뒤지게 맞고 와서 내가
약 발라줬을 때 난리치던 거 잊었냐?”
 

 


내가 언제 맞고 와. 내가 때리면
때렸지 맞고 다니는 사람이냐.”
 

 

진짜 이놈의 허세는 나이가
먹어도 끊지를 못하는 구나.”
 

 

가만히 있어봐.”
 

 

 

약을 발라주던 너는
 

 

 


이제 그만 싸워, ㅇㅇ.
내가 그때 너를 그냥 뒀다면
모른 척 했더라면, 너와 친해지지
않았으면 넌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내가 널 이렇게
만든 건 아닐...”
 

 

이 세상에 없었겠지.”
 

 

.”
 

 

고마워. 나 알아봐줘서.
돌아봐줘서. 나한테 관심 가져줘서.
너 없었으면 나 없었어. 그러니까
너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말라고..”
 

 

“..감동 주냐.”
 

 

딱히 감동을 주려던 건 아니고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말 하는 거니까
괜히 감동 받고 그러지 마라.”
 

 

 

진심을 표현하고 나니까
괜히 어색해지는 느낌이다.
 

 

 

약이나 잘 발라봐.”
 

 


싸우지 마. 싸우더라도 내가 싸워줄 테니까
괜히 니 얼굴에 상처 내는 짓 하지 마.
이게 뭐냐. 여자애 얼굴에.”
 

 

 

약을 발라주던 너의 손이 멈췄다.
 

 

 


뭐야, 눈은 왜 감는데.”
 

 

..뭐가..!”
 

 

 

미쳤나. 나 눈을 왜 감고 있었지?
 

 

 

뭘 상상하고 눈을 감은 건데.”
 

 

아 상상하긴 뭘 상상해!
..따가워서 감은 거거든?!”
 

 

따가워서 감은 게 아닌데?”
 

 

맞다니까!”
 

 

 

역시 우리는 진지함이
1분도 채 가지 않는다.
 

 

 

 

/
 

 

 

 

너 집에 안가?”
 

 

가기 싫다.”
 

 

아까는 배불러서 안 간다,
졸려서 안 간다, 좀 전에는 배고파서
안 간다. 이제는 무슨 핑계를 대려고.”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못가.”
 

 

미친..”
 

 


입만 열면 욕이지, 아주.”
 

 

그러게 왜 욕먹을 짓을 하냐고.”
 

 

이게 왜 욕먹을 짓이냐?!
내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집에 가기 싫다는데 그게 왜
어떻게 욕먹을 짓인데!”
 

 

 

진지하게 얘가 미쳤나 싶어서
네가 앉아있는 소파 옆에 앉아
널 가만히 바라봤다.
 

 

 

“......!”
 

 

어디 아파?”
 

 

 

손으로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은 없는데?”
 

 


완전 멀쩡하거든?”
 

 

그럼 잠깐 새에 술이라도 마셨나?”
 

 

왜 자꾸 멀쩡한 사람
이상한 사람 취급이야.”
 

 

근데 왜 그래. 갑자기
왜 안하던 소릴 하고 그래.”
 

 

몰라. 나도 참을 만큼 많이
참았으니까 이제 나도 표현 좀 하자.”
 

 

무슨 표현을 해.
니가 뭘 참을 만큼 참았는데.”
 

 

나가지 마. 그 자식 만나러
가려고 예쁘게 차려입지도 말라고.”
 

 

우도환. 너 왜 그래.”
 

 


눈치 없는 너는 내가
갑자기 그런다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아니야, 바보야.
너만 몰라. 너만.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다 아는데 너만 모르고 있다고.”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만 끔뻑였다.
 

 

 

너랑 친구하면서 진짜 눈치 없다고
생각든 적이 많았지만 이정도로
둔한 줄은 몰랐다. 내가 왜 그렇게
죽자고 니 옆을 지키고 있는 건데..”
 

 

..뭐야. 뭐가 진짠데.”
 

 

내가 너 좋아한다고.”
 

 

 

나의 두 팔목을 잡고
눈을 맞추며 네가 말했다.
 

 

 

너도 나한테 조금은
마음이 있는 거잖아.
내가 틀려?”
 

 

 

나도 모르게 너의 눈을
피해버렸다.
 

 

 

왜 내 눈 피하는데.
아니면 내 눈 보고 아니라고
얘기해봐, ㅇㅇㅇ.”
 

 

그래..나도 너 좋아해.
그렇다고 너랑 연애할 자신 없어.
헤어지면 남보다 못한 우리가
될 텐데 난 너 잃고 싶지 않아, 도환아.”
 

 

안 잃어. 절대 안 잃을 거라고.”
 

 

알잖아. 내 주변에 제대로 된
친구 하나가 없어. 니가 유일한데
유일한 너랑 어떻게..”
 

 

 

두 볼을 타고 눈물이 투둑
흘러내렸고 넌 나의 두 볼을 감싸
내게 입을 맞추어왔다.
 

 

지금 이 행복이 영원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영원하지 않은 길이라도
너와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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