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지기 전에 14 (by.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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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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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14
 

 

 

000 남주혁
서강준 박보검
전정국 이태용
오세훈 육성재
김진우 황민현
 

 

 

 

청춘이 지기 전에 14
- EP 13. 벚꽃 필 무렵
 

 

 

 

 

4월이었다. 벚꽃이 한 두 송이 피는 걸
본 게 며칠 전이었는데 하루 새 만개해
있었다. 1년 내 학교의 절경에 감탄하는 날
은 딱 두 번 있는데, 벚꽃이 필 때와 단풍
으로 물들어졌을 때였다. 무심코 지나쳐 수업
가기에 바빴던 우리는, 오늘만큼은 호숫가
근처를 천천히 돌았다. 마치 회전 초밥처럼.
 

남자애들은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나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온 상태였고, 나는 떨어진 벚꽃
나뭇가지를 주워 귀에 걸고는 한껏 업이 되어
있었다. 날씨도 포근하고, 사진 찍기 딱 좋은
날이야. 남자들은 오늘 같은 날에 대해
짤막하게 소감을 남겼다.
 

 


 

이야, 벚꽃 이제 다 폈네??”
 

예쁘다...”
 

야 나 사진 찍어줘!! 사진!!!”
 

아오 귀찮아. 누가 대신 찍어줘라 좀.
 


 

........야 뭉치 거기 위치 별로야!”
 

그럼 여기???”
 

아니 니는 뭔 벚꽃도 없는 곳에
서 있냐. 따라와 인마!!!”
 

귀찮다는 놈이 누구였지?”
 


 

저기 포즈까지 취해주는 놈.”
 

 

작년에도 이랬었던 기억이 난다.
주혁이는 내 전담 사진기사였다.
 

 

포즈 존나 쇠똥구리처럼 할래?!
증사 찍냐!!!! 나 따라해 봐!!”
 

이렇게???”
 


 

좋다 좋아. 그 상태로 구도만
바꿔서 찍어보자. 그대로 있어!”
 

저기, 나 힘등데;;;”
 

참아. 지금 완전 존예야 존예.”
 


 

사진 잘 찍고 있는 거 맞냐??
걍 애 잡는 거 아니고?”
 

누가 남주혁 찍는 자세 좀 찍어봐라.
더하면 바닥에 누워서 찍을 기세임.”
 

 

패션지 찍는 줄 알았다. 한참을 찰칵대던
주혁이는 본인이 만족한 사진컷이 나왔
는지 내게 그만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어디 보자. 잘 나왔나.”
 

기대한다.”
 

 

심사위원은 나머지 친구들이었다.
멀대같은 장신들이 내 폰을 에워싸고
있으니 정작 주인공인 나는 폴짝 폴짝
뛰어도 볼 수가 없었다. 프로필 사진
바꾸는 건 난데 왜 니들이 보냐!!!!
 

제자리 뛰기를 열심히 하는 나를 알아본
보검이가 자리를 양보해주면서, 겨우
컨펌을 할 수 있었다.
 

 

ㅋㅋㅋ남주핵 미친놈앜ㅋㅋㅋ
 


 

역광이잖앜ㅋㅋㅋㅋㅋ포즈는 잘
나왔넼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주제얔ㅋㅋㅋㅋ
야 무슨 벚꽃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찍어놨는데??”
 

제목 : 벚꽃나무 없인 못 살아
 

남주핵 개새야....”
 


어라? 사진 찍을 때만 해도 괜찮
았는데 왜 이렇게 나왔담??? 헤헷
 

나왔담하고 귀엽게 말해봤자
소용없다 새기야!!!!”
 


 

ㅋㅋㅋㅋ내가 다시 찍어줄게 뭉치야.”
 

걍 저 장면을 찍어 빡검. 남주핵
마지막 사진이 될 거 같으니까.”
 

야야야야나 호수 빠져!!!
빠진다고!!!!”
 

잉어 친구나 돼버려라!!!”
 


 

, 사진 잘 나옴. 저기가
명당이네 명당.”
 

제목 : 바야바의 포효
 

 

결국 프로필은 셀카로 바꿨다. 남주핵이
그렇지 뭐라고 뱉었다가 왜 그런 말이
툭 튀어나왔지 싶어 생각했더니,
작년이랑 루트가 똑같더라...
 

별 소득 없이 강의실에 온 나는 사진첩을
다시 한 번 구경했다. 본인 말로는 베스트
컷이라고 즐겨찾기를 해놓은 사진을 보니,
내가 이렇게 짜리몽땅하게 생겼었나 싶었다.
남주혁은 내 포즈가 이상했었다고 변명했다.
저 주둥이를 어찌할꼬....
 

 


 

그냥 벚꽃축제 가서 찍는 게 더 낫겠
. 이번에 공원에서 벚꽃축제 하냐?”
 

아마도. 너 갈 거?”
 

가면 사람한테 치이기만 하지 뭐.
갈 사람도 없다~”
 


 

벚꽃 구경은 아까 실컷 했잖아. ,
뭉치랑 빡검은 거기서 만나는 거 아냐?
그럼 더블데이트하면 되겠네.”
 

갱준이도 챙겨줘라.”
 

쟤는 답답해서 안 돼. 진전이 없잖아.
내가 여자쪽이었음 진즉에 쫑냈다.”
 


 

??”
 

 

그러게. ???
여자 쪽 지인이기도 한 나는 호기심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강준이랑 설현이가
답답할 정도로 진전이 없다고?
 

 

길거리에서 만난 적 있는데,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있더이다. 수줍은 건지
어색한 건지. 내가 봤을 때 우리 강준이는
여자를 너무 몰라. 몰라도 엄!”
 


 

너님은 얼마나 잘 알길래 이제껏
썸도 없으시대?? ???”
 

, 상처....”
 

왜 우리 주핵이 기를 죽이고 그래욧!”
 

 

내가 영화관에서 둘을 봤을 때가 아마도
처음 만난 자리였던 것 같다.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었는데...설현이한테 따로
물어봐야하나? 경리나 청하가 종종 단톡방
에서 안부를 물을 적이면 설현이는 잘
만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별 말이
없었지만 그런갑다하고 넘어갔었지.
 

하기야 지금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 멋쩍게
웃어보였다.
 

 

나는 축제 진우 오빠말고 다른 사람
이랑 가. 진우 오빠는 시간이 안 된대.”
 

에엑??????? ????”
 


 

아니, 근데 못 가는 건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은 누구야??”
 

한국사 같이 듣는....민현이 오빠.”
 


 

둘이서? 뭐야, 예상치 못한 전갠데?”
 

 

나도 생각지 못했다. 선미가 말하길
그렇게 오빠가 벚꽃 구경 가자고 노랠
불렀다더니, 돌연 그저께 전화가 왔었다.
 

 

[00]
 

!”
 

[벚꽃 축제....있지.]
 

 

힘겨이 말하는 그의 말투에서부터 설마
하고 눈동자를 굴렸다. 내가 그거 때문에
선미한테 투정까지 부렸는데, 설마?
 

 

[정말 미안한데 못 갈 거 같아.]
 

....”
 

 

설마는 사람을 잡았고, 나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원래 바쁜 사람인 건 익히 알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감지
덕지한 일이라고 여겨왔는데, 이번은 특별
하기도 했으니 두 배로 실망감이 몰려왔다.
 

 

[기획사 들어가고 스케줄이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어.]
 

괜찮아요. 벚꽃은 다음에 또 피니까요.”
 

 

오빠는 연신 미안해했다. 괜찮다고 말했
지만서도 서운함이 묻어나는 내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노력
했다. 나는 그의 일상에 불편함을 줄까봐
얼른 감정을 씻어내 버리려 애썼다.
 

긍정적으로, 어쨌든 축제를 완전 못 가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매년마다 돌아
오는 건데 굳이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오빠랑 무슨 사이려고?
방금 되게, 김칫국을 마신 느낌이었다.
 

 


 

그 형아는 왜 너랑 가는 거야?
회계에 사람이 그렇게 없나.”
 

우리도 데리고 가라. 그 형 겜
잘한다매? 피방 가서 붙어보게.”
 

벌써부터 남주핵 개발리는 장면
스쳐지나갔음. 예지력 지리구요.”
 


 

쟨 그렇게 잘하는 운동 놔두고
맨날 컴퓨터로 승부를 보려고 해;;”
 

지는 걸 즐기는 거 아닐까?”
 

난 그런 플레이 안 좋아해.”
 

뭔 소릴 하는 거야.”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시험 범위에 오늘
내용이 추가된 사실을 우리는 깊이 탄식
했다. 그렇다고 미루자니 기말이 있고,
폭탄 돌리기야 뭐야?
 

사물함에 책을 정갈하게 넣는 보검이와
달리 우겨넣는 나는 소리 나게 문을 탁
닫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울리는 요란한
벨소리에 깜짝 놀라 외계어를 남발했다.
 

그것도 통화버튼을 눌러버린 채로 말이다.
 

 

[무슨 소리야?]
 

업엙....아니, 아니요...”
 

 

진우 오빠의 웃음소리가 폰을 타고
전해져 곧 내게는 쪽팔림이 되었다.
이 시간에 전화 오는 일은 없었는데,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수업 마쳤어?]
 

. 방금요.”
 

[정문 쪽으로 잠시 와볼래?]
 

???? 정문이요???”
 


 

, 누군데?”
 

 

오빠는 내려와 보면 알 거라며 통화를
끝냈다. 나는 강준이의 닦달에도 멍해
있다 조금씩 초점을 되찾았다.
 

 

....오빤데. 내려오라고....”
 

뭔 오빠, 황머시기?”
 

김머시기 짜식아.”
 


 

머시기들아 조용히 좀 하자.”
 

 

애들은 나보다 즐거워보였다. 정확히 말해
주혁이와 성재는 오빠의 실물 영접에 대해
기대감이 높았고, 보검이와 세훈인 그만큼의
흥미는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강준이는...심사위원 같앴다.
 

 


 

“00!”
 

.”
 

 

정문에 다다르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나를 향해 활짝 웃는다. 옷걸이가 되면
뭐라도 걸쳐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옷을 잘 입는 성향이기도해서
우리 학교에선 눈에 띄는 인물이 되었다.
 

 

저 사람이야??”
 


 

, 존잘레스....”
 

차 저거 육재가 사고 싶어 했던
드림카 아님? 실물 개깡패네;;”
 

 

수군대는 내 친구들을 뒤로하고 오빠
에게 쪼르르 달려간 나는 반가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농담처럼 학교에
놀러오라곤 했지만 정말 올 줄이야.
 

 


 

학교 예쁘다. 꽃 다 폈네?”
 

어떻게 알고 왔어요?”
 

재작년에 와본 적 있다고 했잖아.
까먹지 않길 잘했지.”
 

무슨 일로....”
 

 

이유가 뭐가 됐건 이렇게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은 이미 좋았다.
 

그런 나에게, 오빠는 한 술 더 떴다.
 

 


 

, 구경 가자고.”
 

못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짬을 낸다고 낸 게 2시간 정도인데
괜찮을까?”
 

저는 좋죠!”
 

 

본심이 과격하게 튀어나와버렸다.
내 눈이 반짝이는 걸 알기라도 한 듯
그는 내 머리칼을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 저기 네 친구들이야?”
 

.”
 

 

인사해야겠다.’ 오빠는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서로를 소개해 줘야하는 건데
역할이 뒤바뀐 느낌. 자신들에게 성큼
성큼 걸어오는 오빠의 모습에 친구들은
제각기 성격을 드러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김진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흰 00
동기들이에요.”
 

우리 뭉, 아니 00를 잘
부탁해요 형님.”
 


 

“............”
 

운전대 한 번만 잡아보고 싶다...”
 


 

거 왜, 니 카트에서 개비싼 거 타고
다니지 않수? 뚜껑도 없잖아. 그걸로
만족해.”
 

가분수라서 그런 거잖아 샛기야.”
 

 

거의 모든 수업이 마친 저녁 6시라 정문
에는 우리 말고도 과 사람들이 여럿 지나
가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는 얼굴도 몇몇.
나에게 부러 말을 거는 이들도 몇몇. 보검이
때도 느꼈지만 우리 과엔 사람 모으는 피리가
존재하는 게 확실한 것 같다.
 

 

, 00 뭐냐? 뭐냐아?”
 

이 쯤에서 다시 떠오르는 진모...”
 

아무리 봐돜ㅋㅋㅋㅋㅋ성재가 좋니
부른 건 신의 한 수였닼ㅋㅋㅋㅋㅋ
 


 

뭐야, 왜 또 우리과 정모해?”
 

사이 참 좋아...징그럽다 징그러워.”
 

형이 징그러?????”
 


 

그게 들려요?????”
 

목소리 존나 크던디?”
 

 

시장바닥이 되는 건 순식간이구나.
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빠는
언제나 내가 말하기 전에 선수를 친다.
 

 


 

우리는 갈까?”
 

!”
 

 

차에 올라탄 나는 차창 너머로 나에게 손을
흔드는 애들에게 화답했다. 1학년도 수업이
끝났는지 한꺼번에 내려오는 게 보여, 내가
아는 얼굴들을 찾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태용이랑 정국이는 오전 수업이었나 보네.
 

이번만큼은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았던 주목이었다.
 

 


 

“.........능력도 좋아라.”
 

? 주현아!!”
 

“..........”
 


 

수업 마쳤어? 연락하지
 

아니에요. 오빠.”
 

 

목적지를 모르는 나는 그저 차에 몸을
싣고 가는대로 갔다. 노을이 드리운
하늘은 금세 어두워졌고, 차창을 내려도
바람은 시원하기만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시간이었지만, 나는 오빠가
잠깐의 개인적인 시간을 나와 보내러 온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밤에 이렇게 꽃 보는 건 처음인데.
어두워도 예쁘네요.”
 

공원 쪽은 차 많이 밀린대서.
여긴 지인이 추천해줬어.”
 

 

도착한 곳은 야경이 이쁘다고 인터넷에서
한창 사진이 올라왔던 산이었다. 봄에
는 사람들이 공원에 몰리기 때문에 상대
적으로 한적해 차가 밀리는 일은 없었다.
 

인도를 따라 걸으며 나는 사진을 찍어댔다.
겨울의 새하얗고 소복이 내리는 눈도 좋아
하지만, 봄의 분홍빛 꽃잎이 낙화하는 건
더 좋아했다. 여기도 계절이 좀 더 지나면
길 이곳저곳이 꽃길이 되겠구나.
 

 


 

사진 찍어줄까?”
 

, 그거 말고 같이 찍을래요?”
 

?”
 

저 오빠 사진이 없어요. 제가 남 찍어
주는 건 잘 못하는데, 셀카는 기가 막
히게 잘 찍거든요. 그러니까 이리와요.”
 

 

그의 팔을 잡아당기자 쉽게 끌려온다.
보정할 필요도 없겠네. 나는 몇 장
찍고는 바로 그에게 보내주었다.
 

 

잘 나왔네.”
 

그쵸.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셀카
에는 도가 튼 지라, 친구들 사진
받아서 보정도 해주고 그래요.”
 

“......”
 

“...왜요?? 뭐 묻었어요?”
 


 

너무 오랜만이라. 미안해서.”
 

 

난 그저 반가웠는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벤치에 앉았다. 산 아래 번쩍번쩍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쁘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다
오빠 잘 되라고 바쁜 거니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요.”
 

너무 오래 바쁘지 않도록 할게.”
 

그럼 고맙구요.”
 

 

꼭 시간은 정해져있을 때 더 빨리 흘러
간다. 나는 어느새 남은 시간이 30분가량
이라는 걸 알고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한숨을 푹 쉬었다. 또 언제 이렇게
만나나....
 

 

물어보기 되게 쑥스러운데..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요.”
 

.”
 

저 왜 소개 받으셨어요?”
 


 

“.......”
 

 

따지는 게 아니라, 정말 호기심에 물어보는
거였다. 그에게 내 연락처를 전해준 경리도
모른다니까 직접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단지 묻기까지 꽤 오랜 심호흡
이 필요했다는 것. 몇 주간 삭혀왔던 궁금증
, 그의 단 두 마디에 풀려버렸다.
 

 

그냥. 좋아서.”
 

?”
 

너무 간단한가???”
 

완전.”
 

 


 

하하 웃는 그처럼 웃을 수 없는 나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하긴 클럽에서
잠깐 만나놓고 뭔 거창한 이유가 있겠어.
 

 

길 잃어버린 사람 네비게이션 역할하는
것까진 아무 생각 없었는데, 왜인지 그
뒤부터는 너밖에 안 보이더라. 내 친구는
어이없어하긴 하던데....
 


 

그냥 기분이 그 때부터 들떴어.
그게 다야.”
 

“...........”
 

너는?”
 

, ??”
 

 

....저는...’ 말을 더듬었다. 나한테
반문할 줄은 몰랐지. 눈동자를 굴리며
할 말을 겨우 찾았다.
 

 

경리나 청하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서...걔네가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은 사람이 맞았거든요.”
 

네 친구들 말고. 네 생각 말이야.”
 

내 생각요?”
 

 

나는 다시 고뇌에 빠졌다. 그 말인
즉슨, 자길 어떻게 봤냐는 소리잖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으래?’ 오빠는 원하는 대답을 들은
듯 헤어지기 전까지도 입꼬리가 좀처럼
내려가질 않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가
거기서 끝을 냈다는 것에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뭐랄까, 때를 놓쳤다고 해야할까?
 

 


 

우리, 매우 사귈 타이밍 아니었냐...?
 

 

 

 

 

.
.
.
 

 

 

 

 

* * *
 

 

 

넘어지면 코앞인 중간고사를 앞두고 모든
수업을 협조전 하나로 뺄 수 있는 체육대회
날이 다가왔다. 운동장 양 옆으로 수놓은 꽃
들이 멋진 배경화면이 되어 주었고, 나는 작년
의 체육대회를 회상하며 스탠드에 앉아있었다.
보통 체육대회는 새내기와 학생회, 동아리 사람
들이 주 참여자가 되었고 나머지 과 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에겐 그저 평범한 하루나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도, 만약 강준이가 학생회가 아니거나 또는
애들이 축구를 뛰지 않았다면 전혀 나와 관련 없는
행사였을 것이다. 단대끼리의 요일별로 진행
되는 대회에서 우리 과는 공과대학 안에서
여러 종목을 치러야했고 거기서 내가 기여를
할 건 없었다. 예전엔 여자들끼리 발야구를
했었다는데, 1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발야구
대표가 될 뻔했던 선배들의 진저리에 내가
입학할 당시엔 사라지고 없었다.
 

 


 

올해 1등도 우리가 가져간다.
형 뒤풀이 장소 예약했어요??”
 

. 늘 가던 곳으로.”
 

“1등하면 소고기 먹어도 돼요?”
 

야 상금 줘봤자 얼마나 준다고 소고기
값이 나와;; 여기 먹여 살릴 인원만
50명이다.”
 

 

주혁이는 거의 모든 종목에 출전했다. 아마
주혁이의 학교생활의 원동력은 이 날이 절반
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2학기에 있을 공대컵
일 것이다. 그의 장점은 당연 뛰어난 피지컬
이었지만, 단점이라면 오늘 이후로 그를 보려
3일이 걸린다는 거였다. 즉 주혁인 하루에
온 열정을 쏟아내고 향후 며칠간은 방전된
배터리가 된다는 소리다.
 

작년에 이미 한 번 겪었던 나는 친구들에겐
걱정이 없었기에 대기 중인 태용이와 정국이
에게 응원 차 갔다.
 

 

태용아 정국아!”
 

누나.”
 

 

헤어밴드까지 한 태용이는 몸을 풀고
있었다. 얘는 축구에 취미 없다더니 그새
동아리까지 들었더라. 그리고 내게 하는
소리가 플카를 만들어달라는 거였다.
 

내 몇 안 되는 재능 중 하나가 만들기였으
니까, 그쯤이야 뚝딱 완성해냈지. 완성된
플카를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더니 어느 날
그의 프로필 사진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나한텐 잘 만들었네요.’가 끝이더니, 하여간
좋아하는 티를 이상하게 내는 놈이다.
 

 

져도 괜찮으니까 다치지 마.
우리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해.”
 


 

, 태클 걸리지 말고 제가
먼저 선방 치라고 했죠?”
 

그르치.”
 

왜 축구 기술 말고 싸움 기술을 가르
쳐놨냐 너는. 지금 UFC 아니거든?”
 

 

갱준이가 뒤에서 치대며 말을 걸었다.
나는 빠른 화제전환을 하며 새로 만든
플랜카드를 자랑했다.
 

 


 

내 응원은?”
 

니 응원?”
 

내 거 빼먹었어.”
 

 

니 꺼 여깄잖아!’ 작년에 만들었던 그의
플랜카드를 들이대자 도리질을 한다.
뭐 워쩌라구요?
 

 

울희 갱쥬니~ 아야하묜 앙대여!”
 


 

니 말고 미친. 혀 없어졌냐?”
 

내 응원 시로??”
 

응 졸라 시로.”
 

단호해...”
 

 

육재의 혀꼬임에 나도 장난기가 발동했다.
응원을 받고 싶다는데, 해드려야지.
 

 

갱쥬나 잘하구 왕!”
 


 

“..........”
 

뀨잉
 

 

대상은 강준이었는데, 그는 말이 없고
피해자는 되려 다른 사람들이었다.
 

 

야 경기 전에 토 나오게 할래??”
 


 

“(헛구역질)”
 

뭉치야....”
 


 

ㅋㅋㅋㅋㅋㅋ야 애교 좀 늘었다?”
 

...이 정도면 정국이랑 배틀 떠도
괜찮지 않겠냐?”
 


 

누나가 더 최고에요.”
 

고마웡 꾹아. 뿌힛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고만해...”
 

어제 먹은 저녁까지 나와야
속이 후련하겠냐!!!”
 

 

깔깔재밌다
친구들의 고통(특히 남주혁)에 즐거워
하다 보니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되었다.
진영 오빠의 부름에 하나 둘 운동장으로
나가는 축구 대표들. 그 중의 한 명인
강준이도 나가면서 내게 소지품을 맡긴다.
 

 


 

응원 잘 받았다.”
 

내 응원을 잘 받았다고?”
 

 

강준이는 대답 없이 무리를 향해 뛰었다.
별로 보여준 적도 없는 애교인데 벌써
항마력이 생겼나. 다음엔 좀 더 강하게
해봐야지.
 

 


 

애들 물 챙겼어?”
 

.”
 

 

보검이는 예선만 뛰고 결승에서는 벤치에
나랑 앉아있었다. 그러다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언제든 뛸 준비를 해야 해서, 그도
일단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너 주현이한테 안 가봐도 돼?”
 

, 주현이 친구들이랑 있겠대.”
 

그래?”
 

 

나는 주현이를 흘끔 보았다. 그녀는 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
 

그렇게 내가 보검이랑 같이 있는 걸 싫어
했으면서 오늘은 또 웬일이래? 보검이가
연애를 시작한 후, 내가 그를 만나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그와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 여잔데, 이 그림을 가만히
둔다는 게 이상했다.
 

 

배주현이 하는 행동에 너무 감정
소비하지 마요. 누나만 힘들잖아요.’
 

하지만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제가 할게요. 제 동기잖아요.’
 

‘........’
 


 

누나는 제 마니또구요.’
 

 

태용이와 점심을 먹을 때, 태용인 내
고민에 짧게 조언을 붙여주었다. 나더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해서 최대한 복잡
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이번엔
왠지 보검이가 눈에 밟혔다. 여자친구가
친구랑 있겠다고 해서 쿨하게 그렇구나.’
할 애가 아니란 말이야.
 

 

골 넣었다! !”
 

“..., 어어어?? 고올?!”
 

남주혁 만세다 만세!!!”
 

주혁아 앞으로 두 골만 더 넣자!!”
 

 

전반전 첫 골의 주인공은 예상했던 대로
주혁이었다. 그의 세레머니는 한결같애서,
나까지 따라할 지경이다. 나는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에 일어나 보검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러면서 그의 눈치를 살폈는데, 진짜
쿨하게도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그였다.
내가 또 괜한 걱정을 한 건가....
 

 


 

야 오늘 공 좀 잘 굴려지는데?”
 

라고 니 혼자만의 생각이 말했습니다.”
 

말년까지는 못 뛰겠다. 앞으로 체육
대회 때 앉아서 하는 종목 건의하자.
예를 들어 쿵쿵따 같은 거.”
 


 

그거 채택 되면 니는 대표
발탁도 안 될 듯.”
 

ㅋㅋㅋㅋㅋㅋㅋ왜 같은 팀
극딜하냨ㅋㅋㅋ
 

 

희비가 엇갈리며, 초장에 기선제압을 한
우리 과 남자들은 곧이어 또 한 번 골을
터뜨렸다. 이번엔 강준이었다. 공부 말고
학교에서 하는 게 축구다보니 애들이랑
합이 잘 맞아. 점수는 20이 되었다.
축구로 세계정복을 할 수 있다면 당장 오늘
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의 단합력이네.
 

후반에 들어 가기 앞서 10분간 주어진
휴식에서도 우리 과는 화기애애한 분위
기를 이어갔다. 작년에도 컴공이랑 대결
해서 20으로 이겼던 이력이 있어서,
설마 우리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휘슬이 울리고, 공이 튕겨져 하늘로 솟았다.
상대팀은 전반에 비해 공격적으로 나왔다.
우리는 2골만 막으면 되었기 때문에 골
욕심은 버리고 수비에만 전념했다. 그렇
기에 수비수인 태용이와 정국인 아까보다
더 힘든 기색을 보이며 공을 걷어냈다.
 

 

컴공 쟤네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
 


 

공격적이어도 너무 공격적인데.
애들 다치겠어.”
 

하긴 아까부터 반칙만 몇 번째...”
 

 

후반 10분이 지나자, 보검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그제야 상대팀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다. 골을 넣으려면 밀어
붙이는 게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 너무
수비수를 괴롭히는데다가 몸싸움이 거칠어
퍽하면 우리 쪽 사람이 넘어졌다.
 

 

, 얘네 이갈았는데?”
 

태용아 괜찮냐?”
 


 

.”
 

 

낌새를 알아차린 건 비단 나와 보검이
뿐만은 아니었다. 진영이 오빠가 심각한
얼굴로 컴공 쪽으로 넘어가는 게 보였다.
 

 


 

석아. 니네 쪽 새내기들 왜 그러냐?”
 


 

예선 때부터 승부욕 강하긴 했는데...
야 게임 얼마나 남았냐? 빨리 끝내자.
쟤네 놔두면 싸움 나.”
 

그래도 정규시간은 채워야지.”
 

저래가지곤 못 이겨. 봐봐, 팀 내부에
서도 말 안 맞아서 공을 제대로 끌고
가지도 못하잖아. 골키퍼는 왜 이사단이
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
 


 

어휴, 저것들이 진짜....”
 

 

살얼음판을 걸어가며 진행되던 경기는 막바
지에 이르러 결국 터지고 말았다. 정국이가
바닥에 넘어졌고, 일어나려는 그를 밀쳐버리는
상대팀 공격수에게 주혁이가 불같이 화내면서
달려들었다. 벤치에 있던 사람들이 싸움을 말
리려 우르르 몰려 나왔고 거기엔 나도 있었다.
 

 

정국아!!”
 

 

손바닥이 바닥에 쓸려 피가 맺혀있었다.
그런데도 정국이는 웃으며 괜찮대. 나는
가져온 생수로 손에 묻은 흙을 씻겨냈다.
내 뒤로는 싸움을 중재하는 소리와 욕설이
섞여 엉망진창이었다.
 

 


 

니들 그만해. 준우승도 하기 싫냐?”
 

시발, 저 새끼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구요.”
 


 

무슨 시비? 골 먼저 넣은 게 시비도
되냐? 어거지도 적당히 끌어.”
 

컴공 새내기들 싸가지가 아주
바가지인데...? 이종석 고생하겠다.”
 


 

사람 수가 몇 명인데, 한 명 쯤은
또라이가 있을 법도 하지. 우리과만
봐도 얼추 감오는 걸 뭘.”
 

왜 정구기 때려!!! 내 정구기인데!!”
 

축구하는 애들 빼고 다 들어가.
소이야. 다음 족구할 차례지? 먼저
애들 데리고 가있어.”
 

 

학생회 회장과 진영이 오빠가 중재에
나서고, 선배들의 인솔 하에 운동장에
쏠린 인원들이 반 정도 빠져나갔다.
 

나는 정국이를 일으키다 문제가 된 상대
쪽 새내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봤다가, 그만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울화가 치밀어 씩씩대던 남자는,
나를 보곤 비소를 지으며 삿대질을 한다.
제 친구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분명 다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 저 여자 걔네.”
 

“..........”
 

기공에 17학번 여자애 한 명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동기들끼리 돌아가며
잤다던데.”
 

“....!”
 

유명하대~? 남자 꼬시는데는 아주
 

 

남자의 턱이 돌아가며 몸이 휘청인다.
주혁이는 빨개진 주먹으로 또 한 번 내려
치려고 했으나 보검이에게 제지당했다.
그는 매섭게 남자를 째려보았다.
 

아가리 치워.”
 

, 쟤가 깔이냐? 존나 감싸네.”
 


 

수정아 저기 진짜 싸움 났어!!”
 

 

맞고만 있긴 싫었는지 주혁이에게 달려
드는 남자. 발길질에 주혁이가 배를
움켜잡으며 뒤로 밀려났다.
 

 

 

“!!!”
 

 

그가 나를 돌아봄과 동시에 손이 아플
정도로 그의 뺨을 때렸다. 마찰음이
운동장 한가운데 퍼지고, 주혁이에게
맞았을 때보다 좀 더 정신이 멍해진
그를 향해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왜 때려.”
 

이 미친년이,,,,”
 

사과해.”
 

 

사과 대신 싸대기가 날아왔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남에게 맞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서 미처 피하지도 못했다.
 

 

“...정국아..”
 

누나 손, 괜찮아요?”
 

 

그러나 바로 옆에 있었던 정국이가
찰나에 끼어들면서 대신 맞아버렸다.
아플 텐데, 왜 내 걱정을 해.
 

 


 

개새끼가....!”
 

 

중재하는 쪽이었던 강준이까지 참지
못하고 싸움에 가담했다. 선배들이 팔을
걷고 말려도 우악스레 주먹과 발이 오가는
싸움판은 결국 피를 봤고, 살살 달래던 선배
들은 한계를 느끼고 큰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그만해!”
 

“........”
 


 

“........”
 

야 종석이 빡쳤다. 니들도 그만 패.”
 

“........”
 


 

말로 해선 안 되겠네. 니들 다 따라와.
너넨 오늘 체육대회고 뭐고 없으니까.”
 


 

종석이 멋져! 최고야! 짜릿해!”
 

 

컴공은 기권을 했다. 하지만 이겨도 이긴
것 같지가 않은 승리였다. 컴공의 회장은
진영이 오빠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미안하다 진영아.
내가 대신 사과할게.”
 

 

“........”
 

 

누군가에겐 볼거리, 또 다른 이에겐
골칫덩이였을. 나에게는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혼이 빠져 나가는 시간이었다.
 

 

“....얘들아.”
 


 

“.........”
 

약 바르게 과방 가자.”
 

 

목소리까지 떨릴까봐 힘주어 말했다.
나는 괜찮다, 괜찮다...다친 애들부터
치료해야해. 그 뒤에 욕하자.
 

 


 

야 스매싱 봤냐?? 애 턱 돌아가는
거 봤어?? 와 장난 아니던데
 


 

맞을 짓 했으니 맞았지.”
 

, 쎄다.....안 그래 배쥬쥬?”
 


 

“..........? .”
 

 

말없이 걸었다. 운동장에서 공과대 건물
까지가 이리도 멀었나. 나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빠르게 걸었다. 속이 말이 아니다.
 

 

야 이래가지고 뒤풀이 어쩔 거..’
 

‘000 쟤는 강진모 때도 그러더니
사건사고 개많아. 근데도 버티는 거
보면 멘탈 어지간히 쎄다.’
 

계속 안 좋은 일 엮이는 거 보면
걔한테도 문제 있는 거 아님?’
 

“.........”
 


 

괜찮냐...?”
 

 

세훈이가 나를 따라 잡았다.
나는 정면만을 응시했다.
 

 

“..........”
 

입을 조져놨어야 했는데.
그 새끼들 만나기만 해봐.”
 


 

“............”
 

뭉치야...”
 


 

“............”
 

 

걷다가, 걷다가. 도저히 걸을 수 없어서
멈춰 섰다. 시야가 흐려져서 고개를 떨
구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었다.
 

다 참을 수 있었는데,
다 지나칠 수 있었는데....!
 

억울하고 서러웠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미안해. 미안.”
 

“..........”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큰 존재인데.
그딴 소리 듣게나 하고.”
 

 

강준이는 두 손으로 등을 토닥거렸다.
그의 품에 묻혀서 숨만 삼키는 나는,
겨우 소리를 내었다.
 

 

누가 뭐라 하던 무조건 네 편이야.”
 


 

나도.”
 

우리 뭉치 이리와! 안아줄게!”
 

니가 와.”
 


 

“.........”
 

태용이랑 정국이도 붙어.”
 

 

뭐하는 거야, 허들링하는 줄 알았다.
건물 입구에서 서로 에워싸고 있을 모습이
상상이 가서 숨이 막히다가도 헛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드니 강준이가 터진 입술로
씩 웃다가 따끔한 표정을 지었다.
 

 

“.....너 많이 맞았다?”
 

갱준이는 탱커라 괜찮 괜찮.”
 

강준이 대변인이세요? 근데
남주핵 넌 왜 이렇게 멀쩡해.”
 

그 때 MT 때 보니까 고일고 짱
이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짱이라곤 안 했어. 걍 듣보잡
인데 깝치지 말라고 했지.”
 

정국아 너 괜찮아?”
 

. 누나는요?”
 

나 화장실 다녀올게.
먼저 가있어.”
 


 

누나.....”
 

나 이제 괜찮아.”
 

 

태용이는 여태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지
못한 듯 내가 그를 처음 만난 이래로 가장
큰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눈이
팅팅 부어서 화장실에서 몰골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화장 다 번졌네.”
 

 

눈가가 얼얼했다. 화장실을 차지하고
화장을 수정하려니 이제 막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사람들이 강의실에서 나오는 왁자
지껄함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나 울었
다고 동네방네 광고를 할 순 없으니 대충
눈물 자국만 지우고 코를 풀었다. 이렇게
보니 코도 빨갛네.
 

얼른 과방으로 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아는 사람은 제발
마주치지 말자고 작은 소원을 빌었다.
 

하지만 항상 소원은 반대로 이루어지더라.
나는 3초 만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
 

 

“00!”
 

 

, 신이란 자는 나를 골려먹는데
재미가 들린 모양이구나. 민현이
오빠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가 갑자기 얼굴을 들이댔다.
 

 


 

울었어? 눈이 빨개.”
 

,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 다음 수업 빨리 가야돼!”
 

 

수업 가야하지 않냐며 오빠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아오, 쪽팔려. 하지만
오빠는 굴하지 않고 앞에서 알짱댄다.
 

 

오빠 기다리는 거 같은데...”
 

 

보다 못한 나는 그의 무리들을 가리켰다.
게임장이나 도서관에서 안면을 텄기에
당연하게 낯익은 얼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00, 00??”
 

 

생각이 빗나가진 않았다. 내가
모르는 이는 한 명도 없었거든.
다만,
 

 

“........진짜였네.”
 

 

 

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사람.
너무나 미워했지만 그만큼 좋아
했었던 사람.
 

 


 

“..........”
 

 

그 시절의 나를 가장 예쁘게 봐주
었던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야 뭉치 왜 이렇게 안 와?”
 


 

가봐야 할 거 같은데...”
 

 


 

내가 데리러감.”
 

 

 

 

.
.
.
 

 

※만든이 : 콩이님 

 

<>
 
 
종석이는 컴공과 학생회입니다!
진영이랑 친분이 있긴 한데 다음에
나올지 안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과거입니다!
 
언제나 제 힘이 되어주시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게 해주시는 우리 독자님
, 2018년도 잘 부탁드려요!
늘 말하지만 항상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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