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했던 우리 上 (by.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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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했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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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민윤기
 
.
.
.

 
 
윤기에게.
안녕? 이렇게 편지 쓰는 것도 진짜 오랜만이다.
예전엔 자주자주 메일 보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는 게 바빠져서 연락 못했어.
히히 그냥 핑계야.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지?
 
 
2016122419:34
 
 
#1. 2011년 여름
 
 
우리가 처음 친구 된 거 기억해?
너는 그 때도 피아노 잘 쳤지만
진짜 개싸가지였는데.
난 정말 너랑 친해질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어.
역시 사람일은 모르나봐.
 
 
*
 
 
2 새 학년이 시작 되었다.
모두들 모르는 얼굴들 사이에서 적응하려 노력하였고,
나 역시 순탄한 1년을 보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안녕,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나는 ㅇㅇ이야.
 
 
그러자!
 
 
이거 먹을래?
내가 직접 구웠어.
 
 
우와, 고마워. 으흠..존맛.
 
 
다행히 새 학년이 되어 만난 친구들은
거의 다 친절하고 착하고 상냥했다.
여기서 끝나면 참 좋겠는데 참 애석하게도
한 친구와는 아직까지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다.
 
그 친구는 바로 내 짝이었다.
엎드려 자네. 그냥 하루 종일 자네.
창가 맨 뒷자리.
출석 번호 데로 남녀를 교대로 앉혔는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애와 짝이 되었다.
 
 
안녕?
 
 
, 저건 그냥 개무시다.
나를 싫어하는 건지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건지.
 
 
....
 
 
인사를 건넸는데 이렇게 씹혀본 적은
학창시절 내내 처음이었다.
내가 정말 씹힌 건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약간의 민망함이 느껴져 일부러 한 번 더
말을 걸었는데,
 

?
 
 
..안녕. 나는 ㅇㅇㅇ이야.
 
 
.
 
 
뭐야, ?
인사를 했으면 자기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 한 마디 하고 또 엎드리는 건데?
 
 
...
 
 
좋아, 인사 할 때까지 포기 안 해.
두고 보자.
 
.
.
그 이후로 나는 계속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며칠 전 너에 관해 알게 된 건 이름이랑..
.. 이름만 알게 됐다.
 
 
안녕?
 

 
 
 
그래, 첫 번째 인사는 항상 저렇게 넘겨야 너지.
지금 이 짓만 도대체 몇 일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민윤기!!
 
 
아씨, ! 존나 안녕해.
 
 
후훗. 이제 민윤기의 아침 인사도
전 보다 훨씬 길어졌다.
'.' 한 글자가 전부였는데.
, 가끔 약간의 욕설이 섞이기도 하지만.
 
 
너는 왜 맨날 아침부터 자고 있는 거야?
 
 
..자는 거 알면 깨우지 좀 말지?
 
 
얼마 전 부터 나는 민윤기와 친해지는 것을
목표로 대화라는 것을 시도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민윤기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해 나의 행동을 저지했다.
당연히 엎드려 잠만 자는데
애들이 좋아할리가.
 
 
싫어. 새삼스럽게 왜그래?
계속 깨울 거 알면서.


 
, 됐다.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안 좋았지만
당사자의 반응 또한 싱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어떤 여자애가
짝이랍시고 계속해서 귀찮게 하고 있으니.
며칠은 개무시가 이어졌지만
그 마저도 소용없을 걸 알게 된 건지
그래도 말은 해준다.
 
 
민윤기! 나 노트 잠깐 빌린다?
 
 
다시 엎드려 잠을 청하는 민윤기 옆에 놓인
노트를 잡아 펼치는 순간 무언가
책상 밑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동시에 민윤기가 놀란 듯 벌떡 일어나
떨어진 종이들을 줍기 시작했다.
, 많이 아끼는 건가봐.
 
 
..야 미안.
 
 
종이들이 떨어진 것 보다 민윤기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모습에 잠시 놀랐다가
종이를 주우려 허리를 굽혔는데
떨어진 종이들을 보자 그것들은 전부
악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너 음악해?
 
 
.., 조용히 해.
 
 
내 손에 들린 몇 장 안 되는 악보를 뺏어
다시 정리 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기쁘진 않고 의아했다.
? 하나도 안 어울려서.
 
 
, 대박이다. 언제부터?
 

 
, 좀 떨어지지?
 
 
니가 조용히 하라며!
 
 
애들이 아는 게 싫은 건지 조용히 하라 길래
몸을 민윤기 쪽으로 기울여 최대한
속삭이듯 말했는데 저런다.
반 애들은 지금 우리한테 관심 1도 없어.
 
 
그나저나 빨리 얘기해줘. 완전 궁금하네.
 
 
, 궁금한 거 말해줬으니까
나 좀 냅둬라..
 
 
..그러지 뭐.
되게 큰 비밀 알아버렸으니까.
오늘은 그만 괴롭힐게.
 
 
너 이거 누구한테 말 하면,
 
 
알아알아. 말 안해.
나 막 비밀 누설하고 그러는 애 아냐.
내 입 겁나 무거워.
 
 
내 말에 안도하는 건지 별 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돌렸다.
나 또 무시당했네.
너는 참 비밀이 많구나.
밤에 대체 뭐를 하길래 학교에서 잠만 자나 했더니..
 
.
.
 
민윤기는 공부도 곧잘 했다.
맨날 학교에서 잠만 자는데 공부까지 잘 하는 건 뭐람?
 
 
세상은 불공평해.


 
또 뭐가.
 
 
아니 너 말이야.
너는 밤늦게까지 음악하는 애가
학교 와서 잠만 쳐 자고
공부는 또 평타 이상이야.
이건 무슨 경우야?


 
무슨 경우긴.
그냥 내 머리가 존나 좋은 거야.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나만의 목표를 달성했다.
민윤기에게 하루도 빠짐 없이
먼저 말을 걸어(귀찮게 굴어)
우리 사이는 다른 애들보다 가까워진 듯 했다.
그래서 민윤기가 가끔 저따위의 막말을
던지는 날도 생기고..여러모로 참 좋았다.
 
 
..그러세요.
 
 
나보다 니가 훨씬 더 잘하잖아.
근데 뭘.
 
어떻게 그걸 비교하니.
나는 할 수 있는 게 공부뿐이고 너는 음악을 하는데,
게다가 너는 따로 공부도 안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적표를 받으면
항상 민윤기 것도 함께 확인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
 
 
#2. 조금 가까워진 가을
 
 
시간이 꽤 흘러 어느덧 여름방학을 거치고
가을이 되었다. 아니, 겨울이었다.
점점 봄, 가을은 짧아졌고 오직 덥거나
추운 날의 반복이었다.
 
 
ㅇㅇ, 시장갈까?
 
 
? 그래.
 
 
주말이 되었고 아빠는 약속이 있다며 일찍 나갔다.
할 일 없이 뒹굴거리던 엄마와 나는
얇은 겉옷을 입고 시장으로 나섰다.
날이 조금 쌀쌀한 것은 시장안의 열기로
충분히 커버되었고 사람은 항상 북적였다.
 
 
..대박.
 
 
엄마와 장을 조금 보고 더 들어가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기저기서 침샘을 자극하는 분식의 향연에
넋을 잃고 말았다.
매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어 옆에 있던 엄마에게
팔짱을 끼고 웃으며 엄마를 쳐다봤다..
 
 
오늘따라 떡볶이가 먹고싶다.
우리 사가자!
 
 
오늘따라가 아니라 매일이겠지?
 
 
, 어떻게 알았지?
고고!
 
 
떡볶이까지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편한 트레이닝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가
여기까지 보일 만큼.
어제 꽤 늦게 잤나 보다.
 
 
민윤기!
 
 
..?
 
 
역시나 내 눈은 정확했다.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자 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상당히 놀랐나보다.
근데 얘 여기 살구나.
하긴, 나는 야자를 하고 쟤는 안하니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으려나.
 
 
누구야?
 
 
, 우리 반 친구.
민윤기라구 해.
 
 
ㅇㅇ이 친구였구나.
반갑다.
 
 
안녕하세요,
민윤기라고 합니다.
 
 
, 우리엄마한테까지 처음 나한테 한 것처럼
'.' 하고 가버리면 어떡하나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예의바르다.
나한테만 그런 거냐..
 
 
..너 근데 어디가는 길?
 
 
편의점.
 
 
? 뭐 먹으려고? 또 늦게 잤구만?
 
 
..
 
 
그럼 맛점. 나 간다.
 
 
그래.
 
 
ㅇㅇ이 친구야,
윤기라고 했나?
 
 
우리를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갑자기
민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
 
 
아직 점심 안 먹었으면 우리집에서
떡볶이 먹고 가렴.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걱정하고 있었거든.


 
.? , 괜찮아요.
 
 
그냥 먹고가.
진짜 많이 주셔서.
 
 
우리 엄마는 생각보다 개방적이었다.
딸의 남자사람친구를 처음 보자마자
집에 들이기도 하고.
 
...
 
 
, 진짜 맛있겠다.
 
 
많이 먹으렴.
 
 
감사합니다.
 
 
잘먹!
 
 
야심차게 집은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자
매콤달콤한 맛이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민윤기가 우리 집에 있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 먹어댔다.


..너 진짜 잘 먹는다.
 
 
? 완전 맛있잖아.
너도 많이 먹어.
 
 
..그래
 
 
윤기야, 맛이 없니?


? 아뇨. 맛있어요.
ㅇㅇ이가 너무 잘 먹어서.
 
 
푸흡!
 
 
미친놈. ㅇㅇ이래.
다 삼켜서 다행이지 씹는 중이었으면
진짜 사방으로 튀었을거야.
왜 갑자기 내 이름 부르는 거지?
소름끼칠 뻔 했다..
 
 
너 왜그래?
 
 
...
 
 
민윤기의 표정이 짜게 식어갔다.
하도 말을 잘 안 해서 이제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 하는지 얼추 보였다.
 
'더러워.'
 
 
..
 
 
입가에 묻은 빨간 소스를 손으로 닦았다.
그러자 민윤기가 밉지 않게 잠깐 인상을 쓰고
옆에 있던 휴지를 몇 칸 끊어 나에게 건넸다.
이거마저 더러운가.
 
 
오호호. 윤기는 참 자상하구나.
 
 
? 엄마 이상한 소리좀 하지마..
 
 
뭐가? 너야말로 친구 앞에서 드럽게..
 
 
, .
 
 
맞는 말이라 입만 뻥긋거렸다.
떡볶이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
소파에 축 늘어져서 다시 뒹굴거렸다.
좋은데 뭔가 부족해.
 
 
, 아이스크림!
 
 
옆에서 나와 같이 쉬고 있던 윤기가
내가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외치며 일어나자
놀랐는지 움찔했다.
저놈 또 표정으로 말하네.


 
'그렇게 쳐먹고..'
 
 
, 너 안가냐?
 
 
가야지.
 
 
나 아이스크림 사러 나가는데
같이 나가자.
 
 
안 배부르냐?
 
 
그래, 니가 빼빼 마른 이유를 알겠어.
뭔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윤기 앞에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윤기야,
 
 
.
 
 
밥 배와 간식 배는 다른 거야.


 
어떻게 달라.
너 위장은 두개..
 
 
''
 
 
!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그래, 가자.
 
 
엄마! 나 아이스크림 사러!
 
 
안녕히 계세요.
 
 
그래, 윤기야 또 보자.
 
 
오늘 두 분의 모습이 참 낯서네.
엄마의 배웅을 맞고 민윤기와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아까 시장 갈 때만 해도 밝았는데
벌써 어두워진 하늘이 보였다.
아까보다 좀 더 쌀쌀해진 날씨에
팔짱을 끼고 손으로 비비자
윤기가 나의 어깨 위로 자신의 가디건을 걸쳤다.
 
 
뭐야 너 안 추워?
나 괜찮은데.
 
 
그냥 입고 있어.
추우면서 왜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난리..
 
 
이냉치냉 몰라?
 
 
어휴..
 
 
윤기는 나를 보며 또 시작이라는 듯
떫은 표정을 하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아이스크림에
미소를 머금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크으. 역시 메로나지.
 
 
나도 잘 먹을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도 메로나를 꺼내 들며
나한테 웃으며 말한다.
쟤 되게 능청스러워졌어.
 
 
뭐냐. 나한테는 또 먹냐고
뭐라햇으면서.
 
 
또 먹냐고 안했어.
안 배부르냐고 물어본거지.
 
 
했어. 표정으로.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배고파.
아까 떡볶이도 누구 때문에 많이 안 먹었거든.
 
 
이씨..그래 나랑 메로나 하나 하자.
 
 
메로나 두개를 계산하고 나와
캄캄해진 우리 동네를 걸었다.
..메로나는 너무 맛있어.


 
너 안가?
 
 
? , 너 데려다 줄라고.
 
 
?
 
 
뭐가. 배불러서 산책겸이야.
 
 
킄킄..
 
 
민윤기가 갑자기 메로나를 먹다말고
웃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무섭게.
 

 
? 누가 누굴 데려다 줘?
..ㅋㅋ..
 
 
아니 이자식이.
 
 
''
 
 
!! 왜 자꾸 때려!
 
 
맞을 짓을 하니까 그러지!
그냥 닥치고 가 쫌.
누나가 데려다 준다잖아!
 
 
내 호의를 고맙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쳐웃기만 하는
민윤기를 보자 짜증이 확 솟구쳤다.
 
 
아씨..
 
 
넌 아파도 싸.
내가 데려다 주는 거 흔치 않은데..
메로나 사주는 일도 진짜 드문데..썩을 놈..
 
 
*
 
 
#3. 따뜻한 겨울
 
 
벌써 한 해가 다 가려고 한다.
내년에 고3인 만큼 걱정거리들은
점점 쌓여 갔지만 1년을 돌아보니
난 딱히 한 일이 없었다.
이게 고2병인가..


 
, 왜 멍 때리고 앉아있냐.
겁나 못생겼어.
 
 
, 그래 좋은 아침.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학기 초엔
얘랑 친해지려고 얼굴에 철판 깔고
난리를 쳤던 게 생각난다.
그때랑 비교하면 정말..
수고했다 ㅇㅇㅇ..
 
 
, 있잖아.
 
 
?
 
 
너는 나중에 뭐가 될래?
 
 
작곡가.
 
 
..굉장히 빠른 대답인 걸?


 
. 갑자기 니 앞길이 걱정되고 그래?
 
 
..
 
 
전혀 실감나지 않는 말들에
책상위로 추-욱 늘어졌다.
스트레스 받는 건 아닌데 그냥 좀 걱정이 되서.
 
 
넌 좋겠다.
 
 
뭐가 또.
 
 
확실한 꿈이 있잖아. 난 없거든.
너는 음악이 재밌고 좋아서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거고.
 
 
잘 아네.
 
 
?
 
 
너도 재밌고 좋아하는 거 해.
 
 
..
 
 
벌써 그런 일에 스트레스 받기엔
우린 너무 젊은 거 아닌가 싶다.
 
 
..
 
 
.
 
 
너 쫌 멋있었다?
 

, 난 항상 멋있어.
 
 
...
 
 
난 올해 너랑 친해지면서 알게 된 것들이 꽤 많아.
.. 니가 자뻑왕 이라는거?
근데 방금은 멋있었던 거 인정할게.
 
 
자 얘들아, 1년 동안 수고 많았고
3학년이 돼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소집일에 신반 나오니까 잊지 말고 등교하도록.
 
 
감사합니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눈으로 윤기를 찾았다.
어라, 얘 어디 갔지. 벌써 나갔나..
 
 
?
 
 
그때 마침 온 메세지 하나.
 
 
음악실.
 
 
자식이..마지막 날 까지 귀찮게..
 
 
하지만! 나는 착하니까 가줘야지.
 
 
음악실 앞에 다다라 문고리를 잡고
몇 초간 골똘히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단 말이지.
나한테 말도 없이 혼자 막 가버리고
문자 한통에 사람을 이리저리..
 
 
...
 
 
''
 
 
문을 확 열고 내가 너 때문에
엄청 짜증이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큰소리로 말하려 했다. 했는데,
 
 
왜 사람을 오라가라!..
 
 
'
 
 
누군가 내 입을 틀어막고 문을 재빨리 닫은 채
나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가까이에서 큰 손으로 내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몇 초간 나는 정말 무서웠다.
 
 
..
 
 
너무 놀라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던 나를
그제 서야 알았는지 그 남자는 고개를 들었고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온 몸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ㅇㅇㅇ. 괜찮아?
 
 
민윤기.. 너 왜....
 
 
내가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꿇고 앉아 나의 상태를 살폈다.
 
 
. 너 왜 그래 어?
 
 
너 아닌 줄 알고.
놀랐잖아. 나쁜놈아..
 
 
..? 니가 너무 시끄럽게 들어오길래
누가 볼까봐 그랬어.
놀랐다면 미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짜.. 근데 여긴 왜 왔어.
 
 
? . 내가 곡 하나 대충
완성한 거 있어서 들려주려고.
 
 
진심? 1년 가까이 얘를 알아왔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주하거나 들려준 적은 없었다.
조금만 더 지났으면 너 음악 하는 거 까먹을 뻔.
 
 
, 진짜?
전에 내가 그렇게 한번만 들려달라고
할 땐 개무시하더니.
 
 
오늘 마지막 날 이니까 특별히.
 
 
..기대한다?
 

 
얼마든지.
 
 
역시 너의 자뻑은 사계절 내내 한결같구나.
이제 이렇게 투닥거리는 것도 장난치는 것도
마지막이겠네. 쪼끔 진짜 쪼끔 슬프다.
잠시 동안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기니
그동안의 추억이 눈앞을 지나갔다.
 
 
'...'
 
 
피아노 연주소리가 음악실을 가득 채웠다.
무뚝뚝하고 까칠하기만 한 윤기와 대조되는
아름답고 따뜻한 멜로디였다.
저걸 쟤가 직접 만들었다고..?
 
다른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넋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직 너에 대해 알려면 한참 남았나봐.
까도까도 계속 나오네.
 
 
.
 
 
연주가 다 끝났는지 건반 위에 있던 손을
살포시 내려놓는다. 근데 무슨 일인지
윤기가 헛기침만 하고 내 쪽을 안 돌아보길래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
 
 
...
 
 
'툭툭'


 
..그만하지?
 
 
..창피하냐..?..
 
 
그의 옆에 다다랐을 땐 왜 나를 못 보고 있었는지
그의 붉어진 귀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왜 갑자기 귀엽지?
 
 
너 왜 진작 안 들려줬어.
완전 대박인데.
어디 기획사 같은 곳에 너 노래 보내면
진짜 단번에 연락 올 거 같아.
 
 
..그치. 좋았지?
 
 
ㅋㅋㅋ! 니 곡 들은 다른 사람들은 뭐래?
아마 나랑 똑같이 생각할걸?
 
 
처음인데.
 
 
뭐가?


 
, 내 곡 들은 거.
니가 처음이야.
 
 
...
 
 
헐 뭐지. 분위기 갑자기 이상해졌어.
이번엔 막 내가 열 오르려고 하네.
아 덥다.
 
 
, 가자.
가면서 메로나 콜?
 
 
..!
 
 
.
.
 
 
윤기가 사주는 메로나를 먹으며
같이 동네를 걸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저물어서
금새 어두워진 길이었다.
 
 
,
 
 
.
 
 
잘 살아라.
 
 
?
 
 
또 옛날처럼 잠만 퍼질러 자지 말고.
 
 
뭐래..
 
 
내가 너 키웠어 임마..
 
 

 
..하여튼....
 
 
이 새끼가.. 나는 정말 진지하게 너를 걱정하며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는데..
 
 
'
 
 
! ㅇㅇㅇ!
 
 
그래, 니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겠니.
어휴..
 
 
아이스크림 처먹다가 지랄..
빨리 들어가기나 해.
 
 
윤기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또 그 상황이 익숙했다.
 
 
아니 뭐 영원히 안 볼 거 아니니까.
소집일에 같이 가는 거다?
 
 
그래.
 
 
, 근데 있잖아.
 
 
또 뭐.
 
 
우리 또 같은 반 되면?


 
,
 
 
쟤는 무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 알았어. 나 간다!
 
 
윤기와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가 한 말에 발목이 잡혔다.
 
 
...
 
 
또 같은 반이 되는 건 상상도 안 해봤는데.
만약 진짜 그렇게 되면...
 
 
, 아니야.
 
 
맞아. 아니지.
400명 중에 30명인데..
 
 
*
 
 
소집일
 
 
...
 
 
존나 아니긴 뭐가 아니야.
 
 
..흐흐..
 
 
ㅇㅇㅇ 3
 
민윤기 3
 
 
.
.
 
#4. 2012년 새 학년 첫 등교
 
 
‘rrrr’
 
 
.. 졸려.
신경질적이게 핸드폰 알람을 끄고
비틀비틀 화장실로 걸어갔다.
 
 
, 새 학기네.
 
 
오늘부로 고3이 되었다.
, 이 또한 빠르게 지나가리.
 
 
엄마 나 갔다 올게.
 
 
그래.
 
 
준비를 대충 다 끝내고 집을 나서자
문 바로 앞에 익숙한 뒤태가 보였다.
 
 
빨리 나왔네?
 
 
?
 
 
20분밖에 안 기다렸어.
 
 
왜 아침부터 뺀질거려..짜증나게.
 

 
1년 동안 또 잘 살자?
 
그래, 그래보자..
 
 
, 나 진짜 얘 또 감당 못할 거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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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이 : 블랑님

<덧>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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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했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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