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 上 (by. 아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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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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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
남녀 간 서로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
 
 
w.아모르
 
 
.
 
 

낡은 의자 몇 개가 뒹굴고 회색
페인트로 칠하다 만 벽으로 둘러싸인
사람 하나 없는 공사하던 건물 안,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그와
상반되게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여자의 팔에는 오래 전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들이 있었고, 남자는 그것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달려가서 그
가녀린 팔을 잡아 품에 안고 싶었지만 남자는
양 손을 주먹으로 꽉 쥐며 자신을 말렸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어 건물 안에는 그들의 숨소리조차
크게 들렸다. 그러다 마침내 여자의
눈에서는 그녀를 닮아 작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자는 고개를 떨어트리고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이제 잘 알겠어요.”
 
 
여자는 잔뜩 비꼬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울음에 섞인 목소리였지만
살짝 웃음기도 베여있는 거 같았다.
남자는 주먹 쥔 두 손에 다시 힘을
주었다.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깊게
패일 거 같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손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많이 있었으니깐.
 
 
당신도 보다시피 나 평범한
인생을 산 사람 아니에요.”
 
 
알아요. 남자는 속으로 대답했다.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을 콱 막히게
하는 팔의 상처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참으로 힘든 인생을 살아왔다고.
 
 
그러니 그는 이런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힘든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다시 힘든 삶을 살아가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이전 삶에 비해
더더욱 힘들어질 삶을 살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평범한
여자가 될 수 있었어요.”
 
 
여자는 참으로 괴로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소리치는
것이 나을 정도로 괴로웠다. 저들이
인간이라면 나는 인간임을 포기하겠다고
다짐하고 그랬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는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존재였고, 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 사람이었고,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준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옆이라면 어떤 힘든 삶이라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당신이 나 때문에 불행했다면
보내주는 것이 맞겠죠.”
 
 
여자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남자에게
다가왔다. 하얀 원피스를 입었지만
아무것도 신지 못한 맨발에선 작은
생채기들이 있었고 그 곳에선 붉은
피가 흘러나와 하얀 발을 물들였다.
 
 
여자가 다가올 때마다 남자에게 여자의
얼굴이 점차 선명하게 보였다. 자신이
참으로 좋아했던 검은 눈동자를 가진
, 농담을 던질 때마다 기분 나쁘다는 듯
찡긋거리던 코, 매번 예쁜 말만 흘러나오던
. 참으로 예뻤다, 그녀는.
 
 
남자는 여자의 얼굴에 한 눈이 팔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계속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했어요.”


 
......안 돼!!”
 
 
자신이 들고 있던 총을 빼앗긴 것도
모른 채. 그녀는 남자의 손에 있던
총을 빼앗아 들어 총구를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 대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갔지만 그럴수록 여자는 총의
방아쇠를 서서히 당겼다.


 
제발, 제발. 쏘지 마.”
 
 
남자는 무릎을 꿇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두 눈에선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나와
시야가 뿌옇게 변해갔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며 그는 울부짖었다.
 
 
, , 네가 죽으려고 하는 거니.
차라리 그 총구 방향을 바꾸어 나를
쏘아줘. 너를 아프게 한 나를, 너에게
상처를 준 나를 쏘아줘.
 
 
남자는 고개를 들고 여자를
바라보며 자신을 가리켰다.


 
, 나를 쏴.
 
 
어떻게 제가 당신을 죽이겠어요.”
 
 
제가 사랑하는 당신인데.
 
 
타앙
 
 
하늘을 찢어놓는 듯 큰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이어
울렸다.
 
 
.
 
 
야야, 저리 가서 좀 놀아.”
 
 
놀이터에 서있는 한 남자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툭툭, 치며 한껏
찌푸린 얼굴을 뽐내고 있었다.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 곽을 집으려다가
자신의 근처에서 사라진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 옆에 있던 사탕을 쥐었다.
 
내가, , 여기서.
 
짜증이 가득 담긴 한숨을 푹푹 쉬는데
 
 
푸핫
 
 
어디선가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탕 껍질을 까 입안에 넣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멀리 놀이터 벤치 위에 쭈그려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남자는
자신 입에 있던 사탕을 빼 여자를 가리켰다.
 
 
비웃은 게 너냐?”
 
 
“......비웃은 건 아니고 그냥 웃은 건데.”
 
 
여자는 살짝 겁먹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니, 그러니깐 누가 애들 노는 놀이터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 애들 보고 가라고
하냐고. 게다가 애들 눈치보고 안 어울리는
사탕을 든 건 또 누군데. 누가 봐도 자신보고
웃는 게 당연할 텐데 저렇게 무서운 얼굴로
쳐다보면 어쩌라는 거지?
 
 
여자는 마음속으로는 열심히 자신이 웃은
이유에 대해 항변을 하였지만 겉으로는
그냥 미소만 띄우며 이 상황이 지나가길
바랐다. 남자는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무리 열이 많고 뛰어다니는 애들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있는 10월인데 날씨에 안
어울리게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양 팔과 양 다리에는 붉게
생채기가 나있었다. 원래 이런 거에
잘 참견은 안 하지만.
 

날씨 춥다.”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 양복의 재킷을
벗어 던졌다. 이 행동에 아무런 의미는
없었다. 그냥 요새 쌀쌀한 날씨이고
가출을 했건 도망을 쳤건 사람을 얼어
죽이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고.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남자는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사람 죽는 것에 예의를 따질 수 있던
놈이었나 싶어서. 여자는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재킷을 보고 갸우뚱 하다가 입을
열었다.
 
 
괜찮은데.”


 
나보고 비웃은 거 용서해주는
건 아니고 추워보여서.”
 
 
비웃은 게 아니라 웃은 거라니깐?”


 
이거나 그거나. 근데 말 짧다?”
 
 
너도 말 짧으니깐.”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양복바지를
입고 사탕을 물고 있는 남자와
반팔, 반바지를 입고 검은 양복
재킷을 무릎에 덮고 있는 여자.
 
서로의 균형이 맞지 않은 모습에 두
사람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몇 초 후 남자의 바지 주머니에서 짧은
진동이 느껴졌고 남자는 하늘을 몇 초
바라보다 놀이터 밖으로 발을 움직였다.
 
 
? 잠깐, 이 재킷!”
 
 
여자는 자신 무릎 위에 있는 재킷을
들고 남자에게 소리쳤다. 남자는 몸을
뒤로 돌려 여자를 바라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음에 만나면 돌려주고 아님 가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가 꽤
오래전부터 지켜왔던 신조이지만
양복을 입고 막대 사탕을 물고 있었던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주는
한 사람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평소에 하지도 않을 생각을 했다.
 
 
그게 자신과 그녀의 미래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를 잘 모른 채.
 
 
.
 
 
남자는 달이 밝게 빛나고 있는 한 옥상
위에 서있었다. 달빛은 가로수 불빛에
부셔져 힘을 잃어버렸지만 옥상 위에서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서류 가방
안쪽에서 검은 총을 꺼내고는 서류 가방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총을 장전하여
오른손을 들고 오른손 검지로 총을 빙빙 돌렸다.
 
 
옥상 아래에서는 오색 빛깔의 불빛들과
사람들이 있었다. 원래 만남의 장소는
그 놀이터 안이었다. 그러나 만남의
장소를 바꾸기를 요청했고 의도치 않은
일까지 생겨버렸기에 그 놀이터에서 만나는
것을 포기했다.
 
 
고개를 좌우로 번갈아 가며 목을 풀다
 
 
“......장소를 바꾸어줘서 고맙네.”
 
 
자신의 뒤쪽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래를 바라보던 몸을 돌렸다. 잔뜩
겁을 먹은 한 사내가 품에 서류봉투를
한가득 안고 서있었다. 얼굴에선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팔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사내
곁으로 다가갔다. 한 발자국 다가갈 때마다
사내는 뒤로 물러가는 것을 반복하다 난간에
사내가 부딪히면서 이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이
끝나게 되었다.
 
 
, 여기 있네!! 서류!! 이것만
넘겨주면 목숨은 살려주는 거
맞지? , 내가 열심히 모은 것들이야.”
 
 
두려움에 가득해 아무 말이나 횡설수설
늘어놓는 사내를 바라보다 자신에게
내민 황토색 서류 봉투들을 남자는
받아들었다. 두툼한 봉투들을 내려 보던
그가 살짝 입 꼬리를 당기며 말을 했다.


 
설마 가짜 서류를 넣어 두진 않았겠지.”
 
 
, 당연하지!! 어떻게 내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겠네!!”
 
 
그렇군. 가봐.”
 
 
남자의 말이 끝나자 사내는 부랴부랴
남자의 곁을 지나쳐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남자는 가만히 앞의 검은 하늘을 바라보다
뒤를 돌아


 
천국으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사내는 공포로
가득한 표정으로 계단 문의 손잡이를
잡으려던 모습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졌다. 남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난간 위에 걸터앉아 서류 봉투 안에
서류들을 다 꺼내 하나씩 들춰보았다.
 
 
의뢰받았던 내용 그대로 서류에 있었다.
다시 봉투 안에 넣고 툭툭, 서류 봉투로 어
깨를 치며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의뢰 끝. 치워.”
 
 
.
 
 
이야, 오늘도 수고했어.”
 
 
그럼 그냥 집 갈게.”
 
 
! 지금 들어온 의뢰비만 얼마인데!
이거로 술을 먹어줘야 액을 물리칠
수 있는 거야.”
 
 
어깨동무를 하고 남자를 데려가는
친구 녀석을 바라보다 포기한 듯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죽인 죄가 술 한
잔으로 사라진다면 평생 술만 마실 텐데.
남자는 씁쓸해진 입안을 혀로 쓸었다.
 
 
게다가 내가 엄청 좋은 곳으로
알아봐두었다고! 여기가 얼마나 좋냐면
 

시끄러워.”
 
 
조잘조잘 거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귀를
새끼손가락으로 쑤시다가 친구가 이끄는
대로 한 술집의 지하로 내려왔다. 그러자
덩치 있는 사내가 그들 일행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방 안내해드릴까요?”
 
 
내가 언제 왔다고 형이 그러실까.
야야, 나 아냐! 나 의뢰비로 여기 한 번도
온 적 없... 한 번은 왔어도 세 번은 온
적 없다?”
 
 
열심히 손사래 치며 부정하는 친구 녀석의
어깨를 꾹 누르고는 사내가 이끄는 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네온사인들과
넓고 긴 복도가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복도 양 옆에는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는
문들이 달려있었고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꼭, 잠겨있었다.
 
 
손에서 하얀 김이 날 때까지 열심히
비비며 복도 구석구석을 안내하는
사내의 모습에 남자는 눈을 꾹, 감아버렸다.
자신은 사람의 목숨을 죽인다면 저 사내는...
 
 
저희 업소 여자들이 끝내줍니다요!”
 
 
여성들의 인생을 죽이고 있겠지.
 
 
술들로 가득 채워진 테이블과 그 앞에
서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는
사내를 얼른 눈앞에서 치우고 싶어 남자는
손짓으로 나가라고 시늉을 했다. 친구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다가 앞에
놓인 양주병을 들었다.
 
 
, 우리 수고하신 분 먼저 잔을 받으셔야 하죠.”
 
 
그렇게 쌓여버린 술병들이 몇 병씩 쌓이고
남자는 눈을 똑바로 뜨지 않으면 앞에
있는 물건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버렸다. 친구는 이미 취해버려
테이블에 고개를 푹, 박아버렸고
남자는 외투를 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나와 버렸다.
 
 
계산은 저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비틀비틀 걷던 걸음으로 복도
중간까지 온 남자는
 
 
꺼져 버리라고!!!!”


 
귀에 꽂혀버린 목소리에 고개를
올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타인에게
관심을 준 적이 없던 그였다. 그런 그가
고개를 들은 연유는 아마 술에 취했음이
분명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디다가 손을 대!!! 개새끼야!!”
 
 
그 곳에 서있던 사람이 남자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깐. 어깨와 가슴, 다리를
훤히 내보이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낮엔
볼 수 없던 진한 화장을 해 못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술에 취한 남자는 너무나도
똑똑히 알아보았다.
 
 
갈색 섀도우로 덕지덕지 눈가를 칠해도
반짝거리며 빛나던 눈이 있었고 붉은
립스틱을 발라도 비웃듯이 환하게 웃음을
짓던 입술이 그대로 있었으니깐.
 
 
미친년!!!”
 
 
아까 자신을 안내해주던 사내가 그녀의 팔
한쪽 잡아당기며 욕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울었는지 모르는 번진 눈 화장을 하고
악을 쓰며 그 사내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여자들의 인생을 죽이던 사내가 맞았다.
남자는 평소에는 전혀 그러지 않던 행동을 해버렸다.
 

그 손 놓지?”
 
 
분명 아까만 해도 비틀거리는 걸음이었지만
그곳까지 걸어갈 땐 똑바르게 걸을 수
있었다. 아마 그녀를 본 순간부터 술이
다 깨어버린 탓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잡아 본인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 허브 향이 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어깨는 너무 가냘팠고
한 손에 들어온 그녀는 너무 작았다. 여자는
처음에 자기를 잡아당기는 손길에 놀라며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굴에 놀라 반짝거리던 눈을 크게 뜨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내도 남자의 이런 행위에 당황한 듯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남자는 지갑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꺼내 사내를 향해 던져버렸다.


 
이 정도면 오늘 값어치는 충분하지?”
 
 
그대로 여자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올라 그 곳을 빠져나올 때까지
가만히 있던 여자는 사거리까지 걸어오자
거세게 뿌리치며 자신에게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고사리처럼 작던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쳤다. 작다고 생각했던 손으로 스친
얼굴은 빨갛게 부었고 꽤 따가웠다.
 
 
쓰레기 새끼.”
 
 
여자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림이 있었다.
 
 
쓰레기 새끼야 여자가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너나 그 새끼나
똑같은 개새끼야. 오늘 값어치는
충분하지? 미친 새끼. 내가 물건이야?”
 
 
여자는 주먹을 쥐어 남자의 어깨를
팡팡, 쳤다. 남자는 그녀의 주먹을 다
받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생각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 나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돈만 주면
사람을 죽여주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을 물건으로 사려고
했다니. 내가 그렇게 경멸하던 사람처럼
나도 내 앞에 있던 사람을 돈으로 사려고
했다니. 어쩌면 나도 그냥 똑같은 쓰레기
새끼라고.
 
 
미안.”
 
 
그 생각까지 마친 남자는 작게 읊조렸다.
미안이라는 사과를 들었는지 여자의 주먹질은
점차 약하게 변했고 여자는 울음을
터트렸다. 남자는 그저 가만히 있었고
여자는 남자의 옷깃을 쥐며 품에 안겨 울었다.
 
 
.
 
 
여자는 잠에서 깨며 생각했다.
 
 
나 갈 곳 없어. 재워줘.라고 말하던
패기 넘치던 자신의 모습을. , 어제
모르는 남자-모르는 건 아니지만-를 따라
집까지 왔었지. 그리고는 침대에서
잠까지 잤어. 미쳤어.
 
 
입술을 꾹, 깨물며 본인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고는 일어났다. 자신에게 침대를 주고
방을 나가버린 남자의 모습이 기억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일어났어?”
 
 
으아.”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문을 다시 쾅, 닫고 안으로 들어 와버렸다.
저렇게 갑자기 앞에 서있으면 너무
놀라잖아. 여자는 다시 문을 열어 거실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 있던 남자는 거실 소파에
앉아 여자가 있던 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방문은 내 껀데 좀 살살 닫아줘.”
 
 
, 죄송합니다.”


 
배고프지? 밥 먹을래?”
 
 
남자는 부엌으로 향했고 여자는 남자가
앉아있던 소파로 향했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돌려 집을 살펴보았다. 장식장
위에 있는 화분들과 어울리지 않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침대 위에 인형도 있고 그러던데.
여자는 문득 든 생각에 부엌에 있는
남자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아 물론
남자가 인형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근데......
 
 
우리 동생 집이야.”
 
 
...... ?”
 
 
집 둘러보다가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면 누가 봐도 알겠다. 우리
집은 방이 하나뿐이라서 여자를 재울 곳이
못 되어서.”
 
 
분명 뒤돌아서 요리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자신이 쳐다본지를
알고 있는지. 남자는 하얀 쌀죽과 김치가
담긴 쟁반을 들고 소파로 걸어왔다.
 
 
쟁반을 탁자 위에 올려둘 것이라는 여자의
기대와는 달리 남자는 쟁반을 들고 소파에
그대로 앉아버렸다. 그리고는 숟가락으로
죽을 퍼


 
아 해.”
 
 
여자의 입을 향해 들었다. 여자는
이게 뭐하는 가 싶은 당황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 손 있어요.”
 
 
알아, 아 해.”
 
 
아니, 저 손 있다고요.
혼자 먹을 수 있어요.”
 
 
-.”
 
 
남자의 말에 여자는 체념한 듯 입을
벌렸다. 남자가 주는 숟가락을 덥석 물고
안에 있는 쌀알을 굴렸다. 도대체 뭔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
 
 
어젠 죄송했어요. 그날 거기서
도망치다가 다시 잡혀 들어간 날이라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거든요. 거기서 저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 근데 어제 했던 말은 진심이었거든요.
제가 물건도 아니고 돈을 주고 거기서 데리고
나와요? 진짜 기분 나쁘거든요?”
 
 
그건 미안. -.”
 
 
-. 제가 미안이라고 해서, 거기 김치
좀요, 용서해드리는 거예요. 거기서 미안하다고
말 안하셨음 진짜 계속 때리려고 했어요.”
 
 
.”
 
 
남자는 마지막 남은 죽을 모두 숟가락에
올리고 여자에게 주려고 하다가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여자는 숟가락에 입을
벌리려고 하다가 멈칫하는 남자의 행동에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옷 갈아입어야겠다.”
 
 
“......, ? 으아!!!!”
 
 
여자는 어제 입었던 원피스를 벗어 침대에
던지듯 올려두고 남자가 준 티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남자의 옷인 듯 여자에게는
너무 컸지만 대충 입고 원피스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뒷목을 긁적이며 소파에
앉아 원피스를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야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면 미리 말해줬음
좋잖아. 왜 밥 다 먹을 때까지 안
말해준 거야?
 
 
원래 이런 원피스 안 입어요.
4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숙부님께서
맡아주셨는데 숙부님이 개 패듯이 패서
팔에 상처가 많거든요. 술만 마시고 오는
날이면 허리띠 풀고 그거로 때리시는데
꽤 아프고 깊게 상처가 나거든요. 그리고
빚 대신 절 팔았는데 그때 팔려가면서 제가
조건으로 원피스 절대 안 입는다고 했거든요.”
 
 
어색함에 여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도
술술 뱉어버렸다. 이미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입던 자신을 보고 재킷을 던져준
남자인데 눈치 채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 남자라면 어디서 말하지
않겠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도망쳤으니깐 조건은 없던 것으로
한다고 그래서 입긴 입었는데.
근데 그쪽은 거기 왜 있었어요?”
 
 
친구가 술 사준다고 해서.”
 
 
“......”
 
 
여자는 안 불렀어. 이정도면
재활용되는 쓰레기 정도 아니냐.”
 
 
좋아. 그 정도.”
 
 
여자는 남자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계를 계속 확인했다. 이제
조만간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초조해졌다. 본인의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이 평범함이 이제 곧 없어진다는 것이.
이곳이 꿈이라면 절대 깨지 않길 바란다고.
 
 
.”
 
 
왜요? 또 뭐요?”


 
일해보지 않을래?”
 
 
남자는 여자의 초조함을 진즉에 눈치
채고 있었다. 남자에게 의뢰가 끊이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덕일지도 모른다.
눈치가 빠르다는 건 곧 약점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니깐. , 또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어제부로 깨져버렸다.
 
 
뭔 일이요?”
 
 
이 집, 우리 동생 집인데 우리
동생이 조금 아파서 걔 간호해줘.”
 
 
어제부터 그에게는 여동생과 있는
가족의 감정과 함께 하나의 또 다른
사적인 감정이 생겨버렸다.
 
 
보수는 네가 그 곳에서 나올 수
있을 정도. 동생 나한테 소중해서
그 정도 값어치 할 수 있어.”
 
 
자꾸만 신경 쓰이게 하고 생각나게
하는, 예뻐 보이는데 자꾸 숨기고
싶은, 웃게 해주고 싶은,


 
물론, 물건으로 사는 거 아니야.
사람 대 사람으로 고용주로 물어보는 거야.”
 
 
이러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좋아.”
 
 
그는 정의해버렸다.
 
 
제 이름은 ㅇㅇㅇ이에요
 

.
.
.

※만든이 : 아모르님
 
<>
 
안녕하세요. 아주 오랜만입니다.
여러분을 보고 싶어서 달려왔습니다!
사실 인사드리는 것도 매우 죄송하군요.
늦게 찾아와서 정말 죄송하고
그만큼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잠시 쉬는 동안 작문 실력이 많이 죽어버렸어요ㅠㅠ
이제 곧 방학이기도 하니깐 열심히 써보면서
글실력을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궁전과 백설공주의 사과는
잠시 연재중지를 한 상태이고
(스토리 구상을 다시 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현재 낙화유수 단편 시리즈와
새로운 장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낙화유수는 조금은 처절한 사랑이야기이고
다른 장편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낙화유수 마지막 이야기에서
장편 이야기는 하는 것으로 하고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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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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