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15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오늘은 시간의 흐름이
조금 빠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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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BGM: 스탠딩 에그- 너라면 괜찮아
 

 
 
 
 
어김없이 아침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나를 깨웠다.
잠에 취해 뒤척이던 난 힘겹게 몸을 세워,
핸드폰부터 찾기 바빴다.
감기려는 눈을 애써 부릅떠가며,
익숙한 ㅇㅇ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녀는 신호음이 끊기기 직전에서야,
간신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잠겨버린 너의 목소리와
 
 
 

잤어?
이제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 해야지.”
 
 
나의 목소리가
어느새 서로 비슷해져 있었다.
 
 
닮은 점이 있어서였을까,
너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일어나자마자 난 안면에
기분 좋은 웃음이 올라앉아있었다.
 
 
-알겠어, 30분 후에 앞에서 보자.
 
 

그래,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기다리고 있을게!”
 
 
정말 내가 ㅇㅇ 너를 좋아하는가보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기분 들뜨고 좋을 만큼.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난 기분만큼
몹시 가벼워진 몸을 폴짝-일으켰다.
후다닥- 씻을 준비를 하기위해
화장실로 바로 향했다.
 
 
기분 좋은 상태와 비례해서인지
몸놀림이 꽤나 가벼워,
등교준비를 마치고나니
시간이 10분이나 남았다.
 
남은 10분 동안 거울을 보며
옷맵시를 다지는데 쓰긴 했지만.
 
 
현관문에서 운동화를 신다가 말고,
닫힌 태형이의 방문을 힐끗- 쳐다봤다.
닫힌 문 사이로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봐선,
여전히 꿈나라를 여행 중인 걸로 판단했다.
 
난 신었던 운동화를 벗어재끼고
동생 녀석의 방문 앞에서,
노크와 함께 큰소리로 말했다.
 
 
- 지금 안 일어나면,
최소 지각이다!”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에서는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 지금 깨우면 어떡해!”
 
 
그의 잠겨버린 목소리가
절규에 가깝게 느껴졌다.
 
 
애도 아니고,
어쩜 저렇게 늦잠을 자는지.
 
 
난 피식-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ㅇㅇ 너의 모습에,
난 가슴 한편에서의
잔잔한 떨림이 시작되었다.
 
사랑이 시작되었던
내 마음을 인정하고 나서부턴,
기분 좋은 떨림은
습관처럼 끊이지 않고 늘 따라다녔다.
 
 
도어락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잠기자,
손거울을 요리조리 보던 그녀가
시선을 거울에서 내게로 옮겼다.
 
그 순간 눈이 마주친 우리는,
 
 

잘 잤어?”
 
 
잘 잤어?”
 
 
너나 할 것 없이
아침의 안부 인사를 꺼냈다.
 
난 헤실-거리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어제 굉장히
피곤해하더라?”
 
 
앞서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어제 새벽에 눈이 떠지지 뭐야?
그래서 새벽부터
깨어있어서 그랬나봐.”
 
 
평소에는 잘 자다가
새벽에 왜 깼는데?
무슨 고민 있어?”
 
 
평상시에는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ㅇㅇ,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그냥 잡생각이 많았나봐.”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태연한 대답에,
난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때마침 아무도 타지 않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ㅇㅇ를 먼저 태운 다음,
나도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우리 집 현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 사이로 다급한 표정을
지은 태형이 튀어나왔다.
 
 
! 잠깐만!”
 
 
엘리베이터로 손을 뻗으며
뛰는 녀석을 보자,
난 장난기가 발동해
다급하게 닫힘 버튼을
연속적으로 눌러댔다.
 
결국 간발의 차이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태형이의 고함만 복도를 타고 울려 퍼졌다.
 
 
아니, 무슨 등교준비를
5분 만에 다하냐.
 
- 난 그 순간에
타는 줄 알고 식겁했잖아,
 
역시!
아직 내 손놀림은 죽지 않았어!
 
 
왠지 모를 승리감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걸렸는데,
 
 
동생한테 유치하게 왜 그래.”
 
 
다그치듯 말하는 ㅇㅇ에 의해
기세등등했던 난 바로 풀이 죽어버렸다.
 
 

아니, 태형이가
자꾸늦게 일어나니까
내 딴에는 버릇 좀 고쳐주려고.”
 
 
우물쭈물-거리며
나름의 변명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난 동생 있었으면,
엄청 잘 챙겨줬을 텐데.”
 
 

그래도 나 정도면 양반이다, ?
보통 형제들은 주먹으로 치고 박고하는
경우들이 꽤 많다-잖아.”
 
 
1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우리는 여유롭게 안에서 내리려했지만,
 
 

!!
 
 
문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나를 째려보는 태형이의 모습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나 아침부터
스릴러 영화 보는 줄 알았네.
아니, 집이 몇 층인데 벌써 내려온 거야?
 
누가 보면 우사인 볼트인 줄.
 
 
 
나란히 내린 우리 사이를
기어코 비집고 들어와,
 
 

, 아까 내가
부르는 소리 못 들었어?”
 
 
기분이 몹시 상한티를 내듯
큰소리로 말을 하는 녀석이었다.
 
 

- !
말해보라니까?”
 
 
그는 쉴 새 없이 큰 목소리로
여전히 내게 따지고 있자,
 
 
태형아, 볼륨 좀 낮춰.
귀 따갑다!”
 
 
ㅇㅇ는 시끄러운 듯
양손으로 자신의 고막을 막아버렸다.
 
옆에서 누가 말을 하거나 말거나,
태형은 여전히 큰소리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은 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ㅇㅇ의 귀를 보호하고자,
 
 

거 되게 시끄럽지?
ㅇㅇ, 이쪽으로 와!”
 
 
난 팔을 그녀에게 뻗어
가녀린 너의 손목을 잡아끌어
내 옆으로 데려왔다.
 
 
 
얼마 걷지 않아,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는 그 녀석과
갈림길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태형이 흥분하니까,
목청이 엄청나다?”
 
 

옆에서 누가 말해도,
완전 마이웨이야!”
 
 
그래도 뭐 여자 친구한테는
완전 잘하던데.
그거면 됐지, .”
 
 

걔보다는 내가 여자 친구한테
, 엄청, 완전 잘 할 수 있는데?”
 
 
난 나름대로 내 자신을
깨알만큼 어필을 해봤지만,
 
 
, 같은 피가 섞인
형제라 그런가보다.”
 
 
진짜인 내 속마음을
장난으로 받아치는 ㅇㅇ 이야기에,
난 머릿속 생각들이
어지럽게 꼬여버리고 말았다.
 
버스정류장에 딱 도착하자,
때마침 운 좋게 바로 버스가 도착했다.
학생들이 바글거리는
버스 안으로 우리도 몸을 실었다.
 
 
버스 운전기사가
어찌나 운전을 격하게 하는지,
ㅇㅇ가 버스 손잡이 하나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안쓰럽던지,
 
 

이쪽으로 와,
기둥잡고 가!”
 
 
내 앞에 있는 기둥 쪽으로
ㅇㅇ를 안쪽으로 끌어왔다.
 
 
학생들이 많은 탓에,
내 앞에 서있는 ㅇㅇ와 신체적으로
꽤나 가깝게 밀착하게 되었다.
 
 
격렬하게 뛰어대는
내 심장박동소리가 거슬렸지만
ㅇㅇ의 머리카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샴푸 향에 취해,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
.
.
 
 
 
 
급식 실에서 중식을 먹고
만난 ㅇㅇ와 나란히 걸어,
매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날도 더운데
아이스크림 콜?”
 
 
네가 쏘는 거면,
-전 완전 콜!”
 
 

푸흡-
그러지 뭐, 가자!”
 
 
ㅇㅇ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게 좋은 건지,
 
 
아이스크림 이야기하니까,
여름방학 때 팥빙수
먹었던 날이 생각난다.”
 
 
공짜로 얻어먹는다는 게 좋은 건지
제법 들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 걷고 있을 때,
너의 손등이 내 손등을 스쳤다.
 
 

,”
 
 
나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작은 설렘에,
숨 막히는 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고의적인건지
의도치 않은 건지는 몰라도,
너의 손등이 내 손등을
자꾸만 스치고 지나갔다.
 
너의 손길이 스쳤던
내 손등 그 부근에서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 열기가 내 얼굴까지 올라왔는지,
얼굴에서조차
화끈거림이 느껴졌다.
 
 
난 진짜 그때 네가 정말로
먹고 싶어 하는 줄 알았잖아.”
 
 
내 생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ㅇㅇ는 신나게 얼마 전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자꾸만 내 손등을 스쳐지나가는
너의 손등에 온신경이 쏠리는 탓에,
사실 너의 이야기가 귓속을 파고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듣고 있는 것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 변백 네가 쏘는 거야?”
 
 
우리 뒤를 쫓아오면서
핸드폰만 만지던 박찬열은
하던 연락을 끝마쳤는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굉장히 밝게 웃고 있었다.
 
 
아니- 다들 내가 ㅇㅇ
나란히 걷고 있으면,
왜 보란 듯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거야?
 
김태형도 그렇고 박찬열도 그렇고.
진짜 다들 눈치가 더럽게 없네, 어휴.
 
 
, 백현이가 사준대.
맛있는 걸로 골라야지!”
 
 

혹시 아이스크림 사주면서
음료수도 덤으로 사주나?”
 
 
눈치가 없는 녀석을 난
한번 쓰윽- 쳐다보고,
그의 이야기는 들은 척 만척하며
말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 여름방학 때
백현이가 너한테 작사랑 작곡하는 거
배웠다며?”
 
 
내가 좀 원래 예전부터
곡 만드는 게 취미였거든.
근데 백현이가 이번에
나한테 좀 배워보겠다며,
여름방학 때마다
시간 쪼개면서 찾아오더라?”
 
 
천천히 걷던 우리 셋은 매점에 도착했다.
 
정작 하는 이야기라곤
내 이야기뿐이었지만,
당사자도 아닌 둘은
내 이야기를 하면서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난 그 둘은 남겨놓고
매점 안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 세 개를 사가지고 나왔다.
 
 
둘은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웃음꽃을 피우면서까지 이야기를 하는지.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다정한 둘의 모습에
괜스레 심통이 났던 난,
 
 

! 박찬열-
넌 그만 가, 이제.”
 
 
박찬열에게 아이스크림을
들이밀면서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래도 나만하겠어?
변백은 아직 내 작곡 작사 스킬을
따라오려면 멀었지, !”
 
 
본인이 대답해놓곤
호탕하게 한번 웃던 그는,
 
 
난 그럼 축제준비
때문에 먼저 갈게!”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면서
동아리실로 걸음을 옮겨버렸다.
 
 
이번 축제에
찬열이도 참여하나봐?”
 
 

그렇다던데.
그건 그렇고,
언제 둘이 그렇게 친해졌대?”
 
 
그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ㅇㅇ에게 괜히 난 속상함을
담긴 목소리로 내 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뭘 친해져.
그래도 백현이 너 친구니까
친하게 지내려고 했던 거지.”
 
 

그래도 둘이
너무 친해 보이니까 그렇지.”
 
 
에이- 뭘 그런 걸로 질투하냐?
친한 걸로 따지면
우리만큼 친할까.”
 
 
우리의 친분을 과시하는
ㅇㅇ의 말 한마디에,
속상했던 내 마음은
눈 녹듯 스르르 녹아버렸다.
 
난 올라가려는
내 광대를 억지로 끌어내리며,
 

질투 아니거든?”
 
 
기분 좋은 웃음을
애써 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ㅇㅇ가 나한테 오전에
빌려갔던 문제집을 받으러,
그녀의 교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가며,
 
 
그래서 작곡한 곡은
언제 들려줄 거야?
아니 완성한 곡은 있어?”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 ?”
 
 
난 고백하려던 내 계획을
ㅇㅇ가 알아차린 건가 싶은 마음에
말을 더듬거리며 되물었지만,
 
 
방학 때 작곡한 곡
들려준다고 그랬잖아.
완성 됐나 궁금해서.”
 
 
ㅇㅇ는 단순히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직 들키지 않은
내 계획에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찔리는 기분은 뭘까.
 
 

, 조만간.”
 
 
난 그녀의 질문에 짧게 답을 하고,
ㅇㅇ와 같이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첫날부터 문제집도
안 챙겨가고 뭐했어.”
 
 
장난스러운 말투로 화제를 돌리며
그녀의 책상 쪽으로
발걸음을 같이 했다.
 
내말에 그녀는 배시시-웃으면서
책상서랍 쪽에 손을 넣어 문제집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하고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난 허리를 숙여
그 종이를 집어 들었고,
자연스럽게 한번 접힌 종이를 펼쳐보았다.
 
 
- ㅇㅇㅇ,
너 완전 재수 없는 거
알고 있냐?’
 
 
오선지위에 빨간 펜으로 써놓은 문구에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난 놀란 마음에
ㅇㅇ에게 종이를 보여주면서,
 
 

이거, 뭐야?”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어봤다.
 
 

누가
그런 거야? ?”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아까보다 한층 더 커진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몰라, 나도.
언제부턴가 누가
자꾸 써서 보내더라.”
 
 
힘없이 고개를
좌우로 젓는 그녀는,
이내 자신의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러나 더 화가 나는 건,
상대방은 익명으로 ㅇㅇ에게
그런 식으로 협박을 하듯
쪽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럴 때마다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그동안 넌 얼마나 힘들었을까,
주변사람한테 말도 못하고.
 
 
신경쓸까봐 그랬어.
처음엔 다른 사람한테 보내려고 했던 게
나한테 잘못 배달된 건 아닐까 싶었는데.”
 
 
ㅇㅇ의 목소리가 나처럼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내가타깃이었나 봐.
빨간색으로 내 이름이
써져있는 걸 보니까,
무섭다.”
 
 
고개를 숙여서 그녀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떨려오던 너의 목소리에
어느새 물기가 가득 들어차있었다.
 
 
난 억지로
너의 고개를 들어 올려,
 
 


걱정하지 마, ㅇㅇ.
어렸을 때 했었던 것처럼,
그때처럼내가 널 지켜줄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내 엄지 끝으로 닦아주었다.
따스한 내 손으로 덜덜- 떨려오는
ㅇㅇ 너의 손을 세게 잡아주었다.
 
난 다리를 구부려 눈높이를 낮춰
그녀와 시선을 마주한 채,
 
 

나 믿지? ?”
 
 
난 애써 지어지지 않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놀란 그녀를 안심시키기 바빴다.
 
ㅇㅇ는 울먹한 눈망울로 나를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난 손을 들어 놀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놀란 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한편에서 아릿한 무언가가
자꾸 가슴을 자꾸 찌르듯
한동안 어느 곳이 찌릿-거려왔다.
 
그동안 힘들어했을 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았고,
그것을 못 알아차린
내 자신이 참 초라해보였다.
 
 
때마침 그때 5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졌다.
 
 
난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어내며
내 교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그 쪽지의 내용은 거짓이라는 것처럼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뒤
귀가를 위해 ㅇㅇ와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이 시간의 버스 안은
늘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요즘 난 바글거리는 학생들 틈에서,
ㅇㅇ가 서 있기 좋은 찾느라
눈을 요리조리 굴리기 바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ㅇㅇ,
 
 
요즘 나 균형감각이
좀 좋아지지 않았어?”
 
 
제법 본인의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내게 자랑하기 바빴다.
 
 
- 제법인데?”
 
 
굳이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기에,
난 그녀의 자랑에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줬다.
 
 
가로등이 나간 보행로 위를
우린 늘 그렇듯
사이좋게 걸어가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내일이 축제인데,
뭐 전날까지 야자를 시킨담?
그치?”
 
 
자신의 입술을 삐죽- 내민
ㅇㅇ의 표정이 제법 귀여웠다.
 
 

푸흡- 그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어?”
 
 
아마 다른 친구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걸?”
 
 
좋게 생각하면
그래도 내일은 야자가 없잖아.
뭐든 좋게 생각해!”
 
 
그녀의 이야기에 대꾸를 한 뒤,
난 나도 모르게 긴장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 내일 고백을 잘 할 수 있으려나.
, 생각만으로도 떨려 미칠 것 같았다.
 
 
ㅇㅇ는 내일 축제에 대한 기대감에,
긴장감이 역력한 내 표정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사이좋게 집 앞의
복도 앞까지 도착한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날,
 
 
! !!”
 
 
급하게 부르는 동생 녀석을
대꾸도 없이 한번 쳐다보고 말았다.
 
 

어라? 형이 지금 나한테
이런 반응 보일 때가 아닐 텐데.”
 
 
내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는지,
그는 달려오던 걸음을 멈춘 채
그 자리에서 서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뭔데? 나 피곤하니까,
빨리 말해!”
 
 
 
 
.
.
.
 
 
 
 
동생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었던 난,
책상 앞에 앉아서 초조함에
손끝으로 책상의 유리만을
톡톡- 두들기고 있었다.
 
 
뭔가 일이 꼬여가는 느낌이랄까?
 
 
한참동안 난 생각의 생각을
거듭한 뒤 결국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동아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을 듣고 있는 동안,
마른침을 몇 번이나 삼켰는지 모른다.
 
 
백현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선배-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부탁이 있어서 염치를 불구하고
이 시간에 전화를 드렸어요!”
 
 
부탁?
무슨 부탁인데, 말해봐.”
 
 
저 내일 저희 동아리가
준비한 공연이 모두 끝나고,
무대에 한번 설수 있을까요?”
 
 
공연이 끝나고
무대를 따로 선다고?”
 
 
-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 어떻게 안 될까요?”
 
 
애들이랑 합 맞춰놓은 게 있어?”
 
 
아니요- 혼자 준비한 게 있는데,
그걸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어서요.”
 
 
준비 된 게 있다면,
내일 리허설 할 때 사회자한테
미리 말해놓으면 되니까.
그렇게 해, 그럼.”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내일 뵙겠습니다.”
 
 
동아리 선배의 통화를 끝으로
고백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한 가지.
ㅇㅇ 네가 내일 내가 하는
고백을 받아주는 것 뿐.
 
 
그날 밤 난 심란한 마음 때문에
아파트 옥상 위로 올라갔다.
 
 

시커먼 검은 하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달을
말없이 한참동안을 바라봤다.
 
난 달님께 두 손을 모은 채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은
기도를 그 순간 드렸다.
 
나의 간절함을 담은 기도를
달님이 들어주길 바라며.
 
 
 
 
<Behind story>
 
 
 
 
내게 달려오던
태형은 걸음 멈춘 채,
 
 

어라? 형이 지금 나한테
이런 반응 보일 때가 아닐 텐데.”
 
 
그 자리에서 서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뭔데?
나 피곤하니까,
빨리 말해!”
 
 
난 피곤함에 인상을 팍-쓰며
동생에게 빨리 말하라고 재촉해댔다.
 
 
, ㅇㅇ누나 좋아하지?”
 
 
또 그 소리야?”
 
 
또 쓸 데 없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아,
난 내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런 내 행동에도
동생은 여전히 할 말이 남아있는지,
 
 
저번에 우리 집에
찾아온 내 친구 있지?
걔가 내일 축제 끝나고
ㅇㅇ누나한테 고백할거래!”
 
 
내 뒤를 졸졸 쫓아오면서
중요한 정보를 내게 알려주었다.
 
 
? 무슨 소리야, 그게.”
 
 
 

얼마 전에 알았어,
보검이가 ㅇㅇ누나를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오늘 알았어,
내일 축제 끝날 때
누나한테 고백할 예정이라는 걸.”
 
 
난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 아직도 물론 우정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형이 누나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 미리 말해주는 거야.”
 
 
난 윗니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난 그냥 형이 바보같이
가만히 있어서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키는 바람에
눈을 감아버렸다.
 
 
 
그때 여름방학 때
찬열이네 집에서 했던
너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아는 거 같은데,
누나가 보기엔
제가 마냥 어려보이나 봐요.”
 
제가 좋다고 티를 내면서,
들이밀어도 별 반응이 없어요.”
 
보검이라는 동생이
ㅇㅇ좋아하고 있을 줄이야.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생겨버렸다.
 
 
 
할 말을 마친 동생 녀석은
한껏 높은 목소리로,
 
 

- 자기야!”
 
 
자신의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하며,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난 뒷머리를
손으로 헝클어트릴 뿐이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어느 정도 독자님들께서도
끝을 향해 간다는 걸 느끼시죠?
 
다음 편은 축제 때의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랍니다.
 
이 작품을 빨리 완결을 지으려고
전 지금 부단히 노력중이랍니다.
(한번 손을 놓아버린다면
한도 끝도 없이 미룰 것 같아서요.)
 
그럼 다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다음 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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