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14 (by. 몽글구름)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12 => 바로가기
■ 13 => 바로가기
■ 14 => 바로가기
──────────────── 
 
 
 
14
 
 
 
 
BGM: 스탠딩에그- 뭘까
 


 
 
 
2 여름방학의 절반을
앓아눕는 바람에
침대와 꽤나 친숙하게 보냈는데,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이면 개학과 동시에
2학기의 시작이니,
오늘이 고2
마지막 여름방학인 셈이다.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인 게
나름 아쉽긴 하지만
ㅇㅇ와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낼 생각에 난,
절로 콧노래가 새어나왔다.
 
정체불분명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흩어진 옷가지만 해도
작은 동산을 이루는 수준이다.
여러 벌의 옷을 입고 벗어보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헤어스타일을 만지고 있었다.
 
 

형아- 오늘 어디가?”
 
 
동생 녀석은 갓 일어났는지
자신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신경은 쓰지도 않은 채,
본인의 목 언저리만 벅벅- 긁으며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 왜 자꾸 일어나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오는 거야.
 
 

- 관심 좀 꺼줄래?”
 
 
내말에 그는 등을 돌려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뭐 보나마나 누나랑 데이트하나보지.”
 
 
무심한 듯 툭- 한마디를 내뱉으며
방문을 닫아버렸다.
 
 
눈치 하나는
굉장히 빠른 놈.
 
 
난 잘은 한숨을 내쉬며,
마저 만지던 머리카락을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풀 세팅을 끝마친 난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약속시간까지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거실로 나와 전화를 걸려던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 보나마나 ㅇㅇ
아직도 자고 있겠지?
 
 
손에 쥐었던 핸드폰을
소파 옆에 던져놓고,
난 소파에 기댄 채 tv채널을 돌리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 그래서 다 왔다고?”
 
 
언제 씻었는지,
사복으로 갈아입고 말끔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이며
전화를 받는 녀석을 말없이 쳐다봤다.
 
 
ㅁㅁㅁㅁ.”
 
 
태형이는 우리 집 주소를 알려주면서
전화통화를 끝냈다.
 
 

형아, 우리 집에
내 친구 와도 괜찮지?”
 
 
이미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이면서,
저 질문의 의도는
물음인건지 통보인건지.
 
 

뭐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친구돌려보내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인종이 울렸고,
태형이는 내 이야기를 들은 척 만척하며
현관문 쪽으로 달려갔다.
 
 
형이 말하는데
무시를 해?
 
 
내 동생이지만 참 하는 짓이 얄밉다,
뭐 결론은 밉상이라는 소리다.
 
 
, 왔어?
방학하고 거의 못 봤었는데,
반갑다!”
 
 

부모님은 계셔?
인사 먼저,”
 
 

어젯밤에 부부동반 여행가셨어,
늦은 여름휴가. 들어와!”
 
 
방정맞게 시끌벅적한 내 동생과 달리
참 침착하면서도 예의바른 동생 녀석의 친구가
누군지 참 궁금했다.
 
친구가 조심스레 발을
집안으로 들여놓자,
 
 
 

? !
안녕하세요.”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내게 빠르게 먼저 인사를 했다.
 
 

? 네가 여긴,”
 
 
처음 보는 동생의 친구가
찬열이가 알고 지내던 동생이었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마주보고 선 우리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녀석이,
나와 본인의 친구를 번갈아 쳐다본다.
 
 

, 저번에 몇 번 봤었지.
- 곡은 좀 쓰셨어요?”
 
 
첫 만남 때와 같이 보검이는
붙임성 좋은 성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난 며칠 전 작곡을 완성했던 덕분에,
 
 

그럼! 내가 원래 배우는 건
좀 빠른 편이거든.”
 
 
내심 뿌듯함을 담아 말을 하는데,
 
 

야야, 형이랑 말 그만 섞고
내방으로 들어와!”
 
 
동생 녀석은 본인의 친구 팔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휴- 김태형.
언제 교육 한번 제대로 시켜야겠네!
아주 형을 무시해도 정도껏이지.
 
 
욱하고 올라오는 화를 다스리며
난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의미 없이 tv채널만 돌리고 있었다.
 
 
아직도 약속시간까지 1시간이나 남았는데,
그냥 ㅇㅇ한테 먼저 전화 한번 해볼까?
 
 
, 안 받을걸 예상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손가락은
바삐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통화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신호음이 들렸지만,
 
 
-여보세요?
 
 
3초도 채 안 돼서
들리는 ㅇㅇ목소리에 난
적지 않게 당황했다.
 
 

? ?”
 
 
-뭐야, 전화해놓고 왜 놀라는데.
 
 

아니, 일찍 일어났네?”
 
 
-, !
내가 잠이 많은 건 인정하지만,
약속시간은 잘 지킨다고!
 
 
또 얼마나 억울해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눈에 선한 네 모습이 떠오르자
난 픽-하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준비 다했으면 나오시지?
 
 
알았어, 지금 나간다!”
 
 
난 그녀의 이야기에 대답을 하면서
현관문 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고,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우리 집 도어락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잠기자,
기다렸다는 듯 앞집의 도어락이
맑은 소리를 내면서 문이 얼렸다.
 
 

-!”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과
적절한 길이의 스커트를 입은 모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을
민망하게 빤히 보는 거야.”
 
 
잔뜩 붉어진 얼굴로
ㅇㅇ는 제법 쑥스러워했다.
 
 
 
 
.
.
.
 
 
 
 
대형마트에서 점심과 저녁의 식재료를
간단히 장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래서 점심에
뭐 만들어줄 건데?”
 
 

내 전문인 거 있잖아.”
 
 
- 설마 떡볶이?”
 
 
내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ㅇㅇ는 반짝거리는 눈을
반으로 접어 예쁘게 웃어보였다.
 
단지 웃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왜 내 가슴 한편에서
잔잔한 설렘이 느껴지는 건지.
 
좋다,
이렇게 평화롭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상황이.
 
 
 
 
장을 봤던 짐을 그대로 들고
ㅇㅇ네 집으로 들어왔다.
난 들고 있는 짐을 주방에 있는
식탁위에 올려놓자,
그녀는 분류를 해가며
식재료를 냉장고에 바삐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데,
꼭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달달한 모습이 자꾸만 연상되었다.
 
 

. 변백현 참 주책이다.
우선 고백부터 하자, 고백부터.
 
 
난 정신을 차리고
큰 냄비를 꺼내들고
떡볶이를 본격적으로
요리하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은 왜 이렇게 늦게
여름휴가를 간대?”
 
 

- 그냥 조용히 보내고 싶으셔서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조용한 분위기여도,
네 분이서 이야기를 시작하시면
시끄러워지는 건 순식간이던데.”
 
 
아이처럼 쉬지 않고
옆에 서서 재잘거리는 ㅇㅇ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왜 이런 모습마저 쓸데없이 귀여운 걸까.
 
 
안 그래?
나만 그렇게 느낀 건가?”
 
 
대답 없이 가만히 있는 내게,
ㅇㅇ는 재촉하듯 한 번 더 이야기를 꺼냈다.
 
 
푸흡- 그건 그래.”
 
 
 
난 완성된 요리가 담긴 냄비를 들자,
그녀는 빠르게 냄비받침대를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ㅇㅇ앞에 놓인 앞 접시에
떡볶이를 덜어주자,
그녀는 젓가락으로 떡을 집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ㅇㅇ는 오물오물 씹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본인의 양 엄지를 치켜세워보였다.
그제야 난 살며시 웃으며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
 
 

우리 개학하고
10일 뒤에 축제 있는 거.”
 
 
? 그렇게 빨리?
난 몰랐는데,
넌 어떻게 알았어?”
 
 
동아리 별로 공연준비 하라고,
여름방학 전에 공지가 떴지!”
 
 
그렇구나.
여름방학 때 공연준비는 많이 했어?”
 
 

-, 이번 무대는
안 오르기로 했어.
보컬은 선배랑 후배가
맡기로 했거든.”
 
 
이번엔 노래 안 불러?
아쉽다.”
 
 
열심히 떡볶이를 먹던 ㅇㅇ
풀이 죽은 사람처럼 자신의 어깨를
아래로 한껏 늘어뜨렸다.
 
 

, 아쉬운데?”
 
 
무대에서 노래 부를 때,
너 진짜 멋있던데.
너의 공연을 못 본다는 사실이,
좀 많이 아쉽네!”
 
 
 
ㅇㅇ는 제법 속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난 나에 대해 좋게 평가를 하는 ㅇㅇ덕분에


승천하려는 광대를 아래로 잡아당기기 바빴다.
 
 
 
조금만 기다려, ㅇㅇ.
축제가 끝난 그날 아파트 옥상에서,


너를 위해 만든 노래를 불러줄 테니까.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 웃어재끼며
tv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 진짜! 아하하학.
크큭, - 배 아파.”
 
 
- 대박,”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꺽꺽-거리며 웃던 ㅇㅇ,
손으로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한쪽팔로 내 팔뚝을 팡팡-치고 있었다.
 
 
tv프로그램에 집중하던 난,
내 팔뚝을 자꾸만 건드리는 ㅇㅇ 때문에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렸고,


파르르-떨려오는 심장에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
 
 
큭큭크, 나 미치겠다!”
 
 
ㅇㅇ는 얼마나 웃긴지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검지 끝으로 닦으며,
 
 
와하학!”
 
 
tv에 여전히 시선을 고정한 채
옆에서 자꾸만 내 팔뚝을 두드리고 있었다.
 
 
드러난 팔뚝이 붉어진 만큼,
내 얼굴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너와 함께하는 평범한
이 시간과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해,


나 또한 조심스레 얼굴위에
미소를 띄워보였다.
 
 
 
 
 
.
.
.
 
 
 
 
 
BGM: 스탠딩에그- 뭘까


 
 
여름의 막바지에 다 달아서였을까,
생각보단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해가 벌써 뉘엿뉘엿- 산 뒤로
숨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창 같이 tv를 보던 ㅇㅇ는 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tv보고 있어!
내가 저녁 준비해줄게!”
 
 
소파에서 곧바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을 꺼내놓았다.
 
가만히 앉아서 tv만 보기 지루했던 난,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 주방까지 따라갔다.
아까 내가 낮에 요리할 때
옆에 서있었던 ㅇㅇ처럼 난,
요리하는 그녀의 옆에 서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저녁 뭐 해줄 건데?”
 
 
로제파스타?”
 
 
지금까지 한번도 ㅇㅇ
요리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난,
 
 

- 이름만 들어도 맛있겠다!
만들 줄은 아는 거지?”
 
 
한껏 기대감을 잔뜩 안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 허허,
대강 만들면 되지 않을까?”
 
 
멋쩍은 웃음만 흘리는 ㅇㅇ의 모습을 보자,
저녁식사의 걱정이 살짝 앞서기 시작했다.
 
 

할 수 있겠어?
내가 대신, 해줄까?”
 
 
에이- 아니야, 점심도 얻어먹었는데.
내가 해줄게, 금방!
파스타 요리가 뭐 많이어렵겠어?”
 
 
걱정을 흘렸던 내 마음을 읽은 건지,
갑자기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인지.
난 핸드폰으로 폭풍 레시피를 검색하는
ㅇㅇ를 말없이 쳐다봤다.
 
 
아이 참,
저기 가서 앉아 있어.”
 
 
자신의 검지를 곧게 뻗어
거실에 자리 잡은 소파를 가리켰다.
 

싫어, 옆에서
요리하는 모습 볼래!”
 
 
난 고개를 크게 저어대며,
일부러 싱크대 가까이에 몸을 밀착시키며
엄마 말에 반항하는 다섯 살 꼬마처럼 굴었다.
 
단호한 내 행동을
말없이 쳐다보던 그녀는,
 
 
에휴, 뭐 마음대로 하세요!”
 
 
체념한 듯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요리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내 냄비에 다진 마늘과 양파와
각종야채를 볶기 시작한 ㅇㅇ,
 
 
근데 이걸 얼마나
볶아야 되는 거야?”
 
 
불친절한 레시피에
혼잣말을 하듯 구시렁거렸다.
 
 
한창 소스 만들기에 열중하던 그녀는,
면을 삶아야하는 것이 생각났는지
황급히 다른 냄비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냄비안의
물이 끓어오르자 그녀는,
 
 
“2인분이면 면을
얼마만큼 삶아야 되지?
에잇- 몰라,
눈대중으로 대충하면 되겠지.”
 
 
자신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요리를 하는 모습에,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결국 극대화의 정점에 이르렀다.
 
 
난 애써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하, ㅇㅇ를 믿어도 되겠지?
 
 
 
 
흡사 나름 요리와 사투를 벌였던 그녀는,
아까와 달리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파스타가 예쁘게 담긴 접시를 들고 왔다.
 
 
표정이 왜 그래?”
 
 
맛없으면 어떡하지?”
 
 
난 그녀가 건네는 접시를 받아들고,
 
 

에이-
네가 정성껏 만들어줬는데,
맛없을 리가 있나?”
 
 
안심시키는 말로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를 썼다.
앞에 놓인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안에 파스타가 가득 차도록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오물오물, 생각보단
간이 많이, - 그래
조금 많이 세네?
 
 

허허, 이야-
진짜 대박인데?”
 
 
난 강하게 느껴지는 짠맛에
찌푸려지려는 인상을
억지로 펴가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맛이, 대박없나?”
 
 
포크질 한번으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내 손 움직임에
ㅇㅇ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온다.
 
 

아니야, 맛이 없긴!
나 완-전 감탄하는 중이었어!”
 
 
이내 접시에 담긴 파스타를
정신없어 보일만큼
빠르게 포크질을 해보였다.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ㅇㅇ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그녀는 물이 가득담긴 물 컵을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난 그 컵을 받아들어,
숨도 쉬지 않고 그대로 다 마셔버렸다.
 
 

이야- 음식이 맛있으니까,
물맛도 좋구만!”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내뱉고 있는데,
 
 
ㅇㅇ,
넌 왜 안 먹고 있어?”
 
 
ㅇㅇ는 식탁에 한손으로 턱을 괸 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아까 점심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소화가 안 됐나봐.
난 별로 입맛이 없네.”
 
 
심드렁하게 말을 내뱉던 그녀는,
파스타 한 접시를 뚝딱 끝낸 내게,
 
 
저기 소스랑 면
좀 남았는데, 더 줄까?”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그 이야기에 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접시를 들고 가스레인지 쪽으로 향한
ㅇㅇ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또 한 접시를 먹어야 할 생각 때문일까.
하아,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
.
 
 
 
 
아침에는 느리게 움직이던 초침과 분침이,
어쩐 일인지 저녁에는 달리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움직였나보다.
 
벌써 저녁 8시를 가리키는걸 보면 말이다.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된 것 같아,
11초가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아
주방에서 뒷정리하는 ㅇㅇ의 뒷모습과
베이지색으로 칠해져 있는 현관문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난 그 짧은 시간동안
이성적인 행동과 감정적인 행동이,
충돌해 갈등을 빚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갈 때라는 것은 알지만
그녀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내 마음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 할 수는 없었다.
 
 
주방에서 뒷정리를 마치고,
ㅇㅇ는 내가 앉아있는 소파 쪽으로
터덜터덜- 힘 빠진 걸음으로 걸어왔다.
 
 

설거지까지 하느라 고생했다.”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주무르며,
 
 
요리는 분명 한가지였는데,
설거지 거리는
왜 이렇게 넘쳐나던지.”
 
 
눈을 감고 읊조리듯
말하는 그녀였다.
 
난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는
그 손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내가 어깨 주물러 줄까?”
 
 
살짝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래- 그럼.”
 
 
ㅇㅇ는 여전히 자신의 눈을 감은 채,
몸을 돌려 등을 내게 보였다.
난 파르르- 떨리는 손끝을
그녀의 어깨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아프지 않게 천천히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 심장이 엄청난 속도로 울려댄다.
 
 
작은 스킨십에도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손바닥에서도 자꾸 땀이 새어나왔다.
난 반바지에 손바닥의 땀을
닦아내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긴 채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어깨를 주물러 준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ㅇㅇ는 꽤나 피곤했던지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내가 여기에 너와 더 있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놀라지 않게 그녀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그녀를 깨웠다.
 
 
, . ?”
 
 
ㅇㅇ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졸음을 가득 담아낸 눈동자와
잠결에 뱉어낸 발음이,
내게는 어찌나 귀여워 보이는지.
 
 
마치 아이한테 우쭈쭈- 해주고 싶다고나 할까?
 

하아, 난 도대체 왜 이러냐.
별의별 생각에 하는 내 스스로가 민망해졌다.
 
에휴- 점점 미쳐가는 건 아닌지.
그만하고 집으로 가자, 변백현.
 
 
난 앉아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른 씻고 일찍 자,
많이 피곤한가보다.”
 
 
, -
그래야지이.”
 
 

내일 부모님들 오시니까,
오늘은 문단속 잘하고 자야 돼!
알았지?”
 
 
현관문에 있는 신발을 신으며,
난 신신당부를 하듯 했던
소리를 또 내뱉고 있었다.
ㅇㅇ는 반쯤 간긴 눈으로
자신의 고개를 작게 몇 번 끄덕였고,
난 아쉬운 마음을 숨긴 채
손을 흔들며 씨익- 웃어보였다.
 
 

잘 자고, 내일 보자!
집 앞에서 기다릴게!”
 
 
잠에 취해 웅얼거리는
ㅇㅇ의 목소리를 끝으로 현관문이 닫혔다.
 
 

좋은 꿈꾸며
편하게 잘 자, ㅇㅇ.”
 
 
난 닫힌 현관문에 대고,
네게 들리지 않을
짧은 인사말을 혼잣말 하듯
조용히 내뱉었다.
 
 
 
 
.
.
.
 
 
 
 
자기 전에 씻고 나온 난,
내 방 구석에 놓아진
기타를 꺼내들었다.
기타를 칠 준비를 마친 난,
ㅇㅇ에게 선물할 곡을
부드럽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가사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
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할 수 없지만,
 
너와 내가 미래에
서로의 옆에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모습을 머릿속에
조심스레 그려보았다.
 
 

간절히 바라는 내 소망이,
잔잔히 퍼지는 선율 속에
스며들길 바라며.
 
 
 
 

그날의 밤하늘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꽤나 짙었고 깊어져 있었다.
 
 .
.
.

※만든이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추운 날 건강을 잘 챙기고 계시는지요.
 
이제 은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완결을 목표로 지금은 달리고 있지만
막상 완결이 난다면
조금은 아쉬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완결이 한두 편 남은 건 아니지만,
대충 구상한 스토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하하)
 
그리고 여전히 힘을 낼 수 있게
게시 글을 남겨주시는 독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다음편도 빠르게 들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 )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12 => 바로가기
■ 13 => 바로가기
■ 14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