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13 (by. 몽글구름)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12 => 바로가기
■ 13 => 바로가기
──────────────── 
 

BGM: 스탠딩에그- 뭘까
 



 

 

 

불과 몇 분전에 지웠던
화장을 다시 하고자,
난 화장대에 앉아서
다시 열심히 화장을 하고 있었다.
 

 

, ?”
 

 


-왜라니?
나와, 팥빙수 먹자!
 

 

밤에 웬 빙수야.”
 

 

쉴 요량으로 화장도 다 지우고
옷도 편하게 갈아입었는데,
하필 이럴 때 나오라니.
 

 

싫어, 안 나갈래.”
 

 

내 말과 행동이
완전 따로 논다.
 

 

안 나간다고 말을 끝마쳤던 난,
우습게도 벌써 화장대 앞에 앉아
서 화장할 준비를 하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엔
기분 좋은 미소가 잔뜩 깔려있었다.
 

 


-아까 아침에 그렇게
빙수먹자고 노래를 부르더니.
그럼 빙수 배달해줘?
 

 

, 됐어.
배달은 무슨.
너 지금 어딘데?”
 

 

-나 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지.
 

 

알았어,
금방 집 앞 놀이터로
나갈게.”
 

 


-15분후에 나와,
일찍 나오면 날 더워서
기다리느라 고생한다.
이따 봐!
 

 

옷은 어떤 걸로 입을까.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젖혀
옷장 안의 옷들을
눈으로 빠르게 스캔을 했고,
무난한 듯 제법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오기 전 거울로
내 모습을 한 번 더 점검한 후,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단지안의
놀이터로 걸음을 옮기니,
그네를 타고 있는 백현이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애도 아니고, 웬 그네래?
그런데 참 재미나게도 타네.
 

 

그의 신나 보이는 뒷모습이
제법 귀엽기까지 했다.
난 백현이의 뒷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내 입술의 양끝이 위로 예쁘게 휘어졌다.
 

 

부드러운 모래를 밟아,
미동도 없는 반대쪽 그네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난 비어있는 그네에
엉덩이를 대며 살며시 앉았다.
그가 내 기척을 느꼈는지
열심히 구르던 발을 멈췄고,
 

 


? 왔어?”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오랜만에 타니까 재밌네?”
 

 

우리 어렸을 때,
누가 더 멀리 나가는지
매일 경쟁했는데. 그치?”
 

 

맞아.
내가 어렸을 때,
너 많이 밀어주기도 했는데
그건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어렸을 때 한두 번
밀어준 것도 아닌데.”
 

 

옛 추억을 누가 더
많이 기억하는지-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어릴 적 추억을 강제로 소환하듯
서로 이야기를 꺼내기 바빴다.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릴 적 우리의 모습을 회상하며,
우리 둘은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했다.
 

 

우리는 실과 바늘처럼
항상 붙어 다녔었다.
아마 지금보단
서로를 더 챙겼던 걸로 기억한다.
 

 

2때였나?
그때 나 같은 반 남자애가
뒤에서 장난으로 밀어서,
두 칸짜리 계단에서
넘어진 거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너 그때 이마 두 바늘 꿰맸잖아,
피가 철철 흘러나와서.
나 그때 엄청 놀랐다고.”
 

 

하긴 그랬지,
나도 내 피보고
엄청 울고불고 난리쳤는데.
헤헤, 그래도 백현이 네가
그 친구 엄청 혼내줬잖아.
 

나 그때 너 엄청 멋지다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말이 끝날 쯤에는
백현이를 힐끔- 쳐다보니,
수줍음에 자신의 입술만
뻐끔 거릴 뿐이었다.
 

그 일이 있었던 후로
들었던 말도, 기억나?”
 

 

변백현이
너 남자친구야?”
 

 

백현이랑 사귄지
한참된 거 아니야?”
 

 

물어봐서 뭐해, 당연한걸.
맨날 둘이 엄청 챙기던데.”
 

 

나를 계단에서 밀었던
그 남자애를 혼내주는 걸 보고
주변 친구들이 했던 이야기들.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내심 좋더라,
네가 내 남자친구라는 말에.”
 

 

발갛게 물든 얼굴로
부끄러워하듯


윗니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
 

 

 

묘한 떨림이
어느새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스며들어왔다.
 

 

 

 

.
.
.
 

 

 

 

ㅁㅁ 빙수 가게.
 

 

백현이는 쟁반에 담긴
주문한 빙수를 들곤
조심스레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본인도 의자를 빼내어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아까부터 연신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인다?”
 

 


- , 오랜만에
빙수를 먹을 생각에
, 신나서 그래.
그래 신나서!”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백현이는 숟가락으로
퍽퍽- 빙수를 퍼먹기 시작했다.
 

나도 빙수를 한 숟갈 퍼먹으면서,
 

 

나 빙수 사준다더니,
너 혼자 다 먹게 생겼네!”
 

 

빠르게 없어지는 빙수를 보며
내가 한마디를 했다.
 

 

아니,
그만큼 먹고 싶었다고.”
 

 

그가 너스레를 떨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콜록콜록!”
 

 

아까부터 여러 번
잔기침을 하던 백현이를 보며,
 

 

감기 걸렸어?”
 

 

난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 ?”
 

 

뭐가 왜야,
자꾸 기침하니까 그렇지.”
 

 


감기 걸리기야
저번 주에 걸렸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가네.”
 

 

오뉴월의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몸이 그렇게 허약해서는.”
 

 


허약하긴!
나 이래보여도
태권도 3단이다?”
 

 

태권도 3단이면
앓던 감기가
무서워서 도망가나?”
 

 

내말에 그는 말도 없이
입만 빼쭉- 내밀었다.
 

 

그러니까
몸 관리 잘하란 말이야.”
 

 

티격태격 거리긴 했지만
걱정하는 내 말 한마디에,
 

 

알겠어.
그래도 누굴


지킬 정도는 된다,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히죽-웃어보였다.
 

 

요 근래 들어 자주
웃어 보이는 너의 웃음이,
요란스러운 내 마음을
자꾸만 간질였다.
 

 

콜록콜록!”
 

 

점점 심해지는 기침소리에
괜스레 미안했던 난,
 

 

생각해보니까
감기 걸렸는데,
빙수를 먹으러
가자고 하면 어떡해!”
 

 

빙수를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괜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 어때.
콜록, ㅇㅇ 너라도 맛있게
잘 먹었으면 됐지!
콜록, 콜록!”
 

 

시원한 에어컨 바람 때문인지,
차가운 빙수를 먹어서였는지
너의 기침은 잦아들 줄 몰랐고
심지어 콧물까지 나오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넌,


내가 좋아하는 헤실-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에휴- 됐다!
얼른 집에 가자.”
 

 

빙수가게를 빠져나와서,
우리는 사이좋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나란히 했다.
 

 


밤하늘에 떠 있는
환한 보름달은
감수성을 자극시키는
묘한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길을 걷다 자꾸만 마주치는
그의 눈빛에, 떨림의 농도가
한껏 짙어져갔다.
 

 

점점 깊게 마음을 주는 것 같았다,
내 주위에 늘 있어주는 너에게.
 

 

 

 

얼마 걷지 않아,
아파트정문으로 들어설 때였다.
 

 


? 형아!”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란히 했던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둘이 똑같이 뒤로 고개를 돌렸다.
 

 

? 태형아!”
 

 

길에서 만난 내가 반가운지,
폴짝폴짝 뛰어와 내게 안기는 모습에
난 어안이 벙벙했다.
거칠게 자신의 동생을 내게서 떼어내며,
 

 


!
너 누나한테
뭐하는 짓이야!”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는
백현이의 낯선 모습에
난 의아하게 그를 쳐다봤다.
 


- 어때!
반가워서 그렇지.”
 

 

태형이는 자신의 형이 화가 났던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간에 형이랑 누나는
데이트하고 왔나?”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던
태형이의 이야기에,
 

 

, 아니야!”
 

 

난 다급하게
양손으로 손사래를 쳤고,
 

 


, - 헛소리한다!”
 

 

백현이는 자신의
화를 눌러대는 표정을 지었다.
 

 

태형이는 우리 둘의
격한 반응을 보더니
씨익- 웃어 보이며,
 

 


- 아님 말고!”
 

 

다소 재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아왜 태형이한테
농락당하는 기분이 드는 건,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우리 셋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세 1층으로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래서 단둘이
팥빙수를 먹었다고?”
 

 

, 여름이니까.”
 

 


- 형아.
며칠 전까지 감기로
3일을 앓다 눕던 사람이,”
 

 

감기가 그 정도로 심했어?
아이고난 몰랐네.”
 

 


형이 좀 미련한가봐.
나 같으면 감기 다 나은 다음에
빙수를 먹었을 텐데.”
 

 

태형이의 깐족거림에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한 백현은,
 

 


그만 좀 떠들어라,
골 울린다!”
 

 

주먹으로 자신의 동생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 후로 들은 백현이의 소식은
한 사흘 동안을 감기로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만
간신히 전해 들었을 뿐이다.
 

 

 

 

*
 

 

 

 

BGM: 스탠딩에그- 뭘까



 

 

 

일기예보에서는
장마전선이 북상중이라고 했다.
장마의 영향권에 서서히 들어가는지,
떠도는 공기 중에 습기가
꽉꽉- 들어차있었다.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던 난,
졸음이 밀려와 팔자 좋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투툭, 투둑-
 

 


창문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에
난 원치 않게 잠에서 깼다.
어찌나 비가 거세게 내리는지,
 

흔한 표현으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같았다.
 

 

 

장마라고 하더니,


하늘에서는 비가 쉴 새 없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한참을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난,
 

 

어머- 간장이 똑 떨어졌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왔다.
 

 

,
이거 뭔가 기분이 싸한데?
설마.
 

 

ㅇㅇ, 마트에서
간장 좀 사와라!”
 

 

설마는 역시나였다.
이 비를 뚫고
간장을 사러 가야 한다니.
 

 

비오는 날 나가기 싫어
한참을 버티던 난,
엄마의 잔소리를 한사발로 먹고
어쩔 수없이 우산과 지갑을 챙겨
집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 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옆집에서 나처럼 구시렁거리며 나오는
태형이가 눈에 들어왔다.
 

 

? 태형아, 안녕!”
 

 

? 누나!”
 

 

그는 나를 너무
반갑게 맞이하며,
 

 


잘됐다, 누나.
나 이것 좀 부탁할게!”
 

 

내게 자신의 손에 든
우산을 내밀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말없이 내게 내민 우산을
내가 말없이 보고 있자니,
 

 


아니, 형이 우산 없다고
나한테 부탁을 했는데,
난 약속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 되고
, 형이 아직도 감기 때문에
지금도 골골 거리고 있고,”
 

 

몸을 배배꼬며
자신의 상황을 주절주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니, 비를 맞고 집으로 온다면
꽤나 오랫동안 또 감기를 앓겠지?”
 

 

그러니까 나보고
백현이에게 우산을
가져다줘라?”
 

 

그래준다면 뭐- 나야 좋지.
약속시간은 다 되어가고,
혼자 비 맞고 올 형도
걱정이 되고.”
 

 

그러나 태형은
내 눈치를 보며 말했으나,
우산을 쥔 채 내민 손은
걷어 들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얼마 전 걸린 감기를
아직도 앓고 있다는 생각에,
 

 

에휴, 그래서
백현이는 어디에 있는데?”
 

 

마음이 약해진 난
태형이 내민 우산을
받아들며 물었다.
 

 

ㅁㅁ아파트,
정문 쪽에 있는 정자래.”
 

 

그때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우리는 나란히 비어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형한테 꼭,
내가 가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겼다고 전해줘!”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태형을 보고 있자니,
왜 저 아이의 술수에
당한 것만 같다-란 생각이 드는 건지.
단지 기분 탓이겠지?
 

 

 

 

* * *
 

 

 

 

ㅁㅁ아파트 정문 쪽에 있는
정자에 홀로 서서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지도 수십 번이 넘었지만,
20분이 넘도록
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간당간당한 배터리로
간신히 태형이와 통화를 했지만,
그의 확답을 듣지 못하고
핸드폰의 전원이 꺼져버렸다.
 

 


그냥 비를 맞고 가야하나?”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 상태와
불덩이를 방불케 하는 체온 때문에,
무수히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콜록, 콜록!”
 

 

자꾸만 불쑥 튀어나오는 기침을
허리를 접은 채 몇 번을 뱉어내고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을 한참동안 두리번거리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
ㅇㅇ가 여길웬일이지?
 

 

그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ㅇㅇ와 눈이 마주쳤다.
 

 

? 백현아!”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며,
우산을 쓴 채
정자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거세게 비가 내리고 나서부터는
정문인 이곳으로는
단 한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현재 이 장소는
빗소리만 제외한다면
정말 고요함, 그 자체였다.
 

너무 고요해서 어쩌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인 곳에서
 

우리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여기 어쩐 일이야?
무슨 약속 있어?”
 

 

그녀를 만났다는
사실이 몹시도 반가워
나도 모르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콜록-
비도 오는데, ?”
 

 

그러나 내 질문에 대답은커녕
ㅇㅇ는 자기 손에 쥐고 있던
검정우산을 다짜고짜 내게 내밀었다.
 

 

오늘부터 장마라던데,
우산도 안 챙기고 뭐 했어.”
 

 


,랐어.
장마인지.”
 

 

난 그녀가 내게 내민
검정우산을 받아들며 말했다.
 

 

컨디션이 엉망인 내 상태가
얼굴에 그대로 들어났는지,
 

 

너 지금 얼굴
진짜 빨개, 괜찮아?”
 

 

ㅇㅇ는 얼굴에 놀란 기색을 띠며
나를 걱정하듯 자신의 손을 뻗어
내 이마에 가져다댔다.
 

두근거리는 마음의 소리가
성대를 타고 올라왔지만
다행히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기습적인 너의 스킨십에
너무 떨려 입만 벌린 채
난 아무 말도 못하고
너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너무나도
요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열 엄청난데?
괜찮아? 약은 먹었어?”
 

 

열이 조금 나는 것 가지고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ㅇㅇ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바람 빠진 웃음이
입술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왔다.
 

 

웃을 상황이야, 지금?”
 

 


좋아서.”
 

 

, 뭐가?”
 

 


내 눈앞에 나타나줘서.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줘서.”
 

 

내말에 ㅇㅇ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기만 할뿐이었다.
 

 

 

 

.
.
.
 

 

 

 

우리 사이에 내려앉은
무거운 적막이 감도는 공기사이로,
요란스러운 빗소리만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빗속을 걸어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말없이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런데 내가 정자 밑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먼저 입을 열어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 , 태형이가 알려줬어.”
 

 

 

내가 분명 그 자식한테
오라고 이야기했는데.”
 

 

- 그게,
집 앞에서 만났어.”
 

 


어쭈- 그 자식,
아주 이제 누나를 시켜먹는구나?
집에 가면 혼쭐을 내줘야겠네.”
 

 

너무 그러지마.
급한 약속 있다고
내게 부탁한 거니까.”
 

 

ㅇㅇ는 본인의 입장이
제법 난처했는지,
 

 

그 기타는뭐야?”
 

 

어색한 웃음만 흘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이거?
나 이번 방학동안 친구한테,
작곡이랑 작사를 좀
배우고 있는 중이거든.”
 

 

배우는 건 배우는 건데,
기타는 무겁게 왜 가지고 다녀?”
 

 

악상이 떠오르면
악보에 적으면서
연주를 해봐야 되는데,
피아노를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잖아.”
 

 

그렇구나.”
 

 

수긍의 의미로
ㅇㅇ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내가 작곡한 곡,
꼭 들려줄게!”
 

 

난 나중에 ㅇㅇ앞에서
연주 할 내 모습을 상상하며,
히죽- 웃어보였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다른 애들처럼
반하면 어떡하지?”
 

 

그녀는 푸스스- 웃음을 흘리며
내가 했던 말에
장난을 섞은 이야기를 던졌지만,
 

 


어떡하긴,
반한 채로
내 옆에 있으면 되지.”
 

 

난 내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장난처럼 되받아쳤다.
 

 

글쎄, 반하는 건
일단- 네가 작곡한 음악
좀 들어보고?”
 

 

갑자기 새침한 표정을 짓는
네 얼굴에 난 웃음이 터졌다.
 

 

진짜 하는 행동마저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이런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ㅇㅇ,
너는 아마도 모르겠지?
 

 

우정의 크기보다
사랑의 크기가 더 커져있는
내 마음을.
 

 

사랑 고백을 통해
너와 내가 더
특별한 사이가 되길 바라는
내 마음을.
 

 

조만간 네게
고백할 생각에 하루 종일 떨리는
내 마음을.
 

 


난 말이야,
ㅇㅇ 네가 항상
내 옆자리에 서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네게 고백을 한다면
ㅇㅇ 넌 갑작스러움에 꽤나 놀랄 테지만,
 

 


지금처럼 말이야.”
 

 

제발 날 밀어내지 말고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줘.
 

 

사랑해, ㅇㅇㅇ.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12 => 바로가기
■ 13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