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짝, 사랑 관찰 - 1화 (by. 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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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짝, 사랑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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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방성준
유민규
정수정

.
.
.

봄이라지만 아직은 겨울과도 같은,
파릇파릇한 새싹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날씨에
나는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서
꽁꽁 얼어 벌게진 손을 마주 잡고 입김을 불고 있다.


방성준 이 나쁜 자식,
추워죽겠는데 도대체 언제쯤 나오는 거야…


기다린 시간만 해도 벌써 십 분이 꼬박 넘어가는데
도대체 언제쯤 나오려는 건지 
방성준은 아직까지도 나올 기미가 없다.
착한 내가 조금 더 기다려줘야지,
별 수 있나! , 그렇고말고.


“…으으, 인간적으로 너무 추워.”


, 진짜 세상 춥다. 옷을 껴입었는데도 
어째 바람이 옷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지금 날씨 봄이 맞긴 한 건가.
한겨울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은데.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나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
 핸드폰을 켜서 분노의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너 진짜 죽고 싶냐???
5분내로 안 나올 시 그냥 버리고 갈 거임 ㅇㅋ?’

좋았어. 이 정도면 됐겠지. 이따 방성준 나오기만 해봐.
남은 건 어딜 때려줘야 잘 맞았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만 하는 일….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답은 고놈의
 빵빵한 빵댕이를 까야겠다는 거.
나는 입술을 삐쭉대며 돌멩이를 차다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빳빳한 교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쟨 뭔데 저기 계속 서서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눈빛으로 힐끔거리며 지나간다.
하하, 나는 괜히 멋쩍어져 킁하고
 헛기침을 하다가, 그만, 사레가 들렸다.


쿨럭.
쿨럭.
쿨럭!!!


갑작스런 기침에 멍하니 길을 가던 
사람들도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아까 이상한 눈빛으로 날 보던 사람들은 
아예 고개를 저으며 지나가고,
여기서 제일 당황스러운 나는 어떻게든 
사레를 멈춰보려고 하는데
추워서 그런지 멈추긴커녕 갑자기 콧물이
 훌쩍 나오더니 이어 기침이 나온다.
죽고 싶다.
.
.
.




ㅇㅇㅇ, 오빠 왔다.”

“…뭐야, 왜 기침하면서 난리야?”

, 저 나쁜 새끼. 드디어 왔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나오더니 
저렇게 느긋하게 나오시겠다?

흡사 급식시간 종 쳤을 때처럼 방성준에게 
그대로 돌진해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나를 바라보는 방성준의 동공이 천천히 좌우로 흔들린다.
잠깐 주춤대더니 곧 도망가려고
 준비하는데 어쩌나, 이미 늦었는데.


!!! 너 진짜 개 미친놈이지?”

온몸을 던져 달려들자 그대로 방성준의 몸이 휘청거린다.
와중에 나 안 넘어지게 하려고
 조심스럽게 허리 잡는 그대, 완벽…
하지만 지금은 빡친 척 좀 연기해야 하니까.

!! 아파. 진짜 아파.”

말은 이렇게 해도 하나도 안 아픈 거 다 보인다.
진짜 아프다는 새끼가 사람 짜증 나게
 실실 쪼개고 난리야, 난리는..

어쭈, 미안하다는 말은 안 나오지?”

잘못했어, 잘못. 아 미안해!”

사람을 20분 넘게 밖에서 기다리게 
다 만들고… 아주 빠져가지고!”

엣취, 그러니까 너 이따 학교 끝나고 나한테 라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성준은 자기가 매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나한테 감아준다.
됐고 이거나 매고 조용히 있어. 덤덤하게 말을 
내뱉고는 그는 곧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들었다.

이거까지 내가 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
성준은 눈썹 한쪽을 찡그리며 내 코를 가리켰다.
아니; 이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쪽팔리게 그만 봐
라는 말은 차마 하지 않고 조용히 휴지를 받아들었다.
절대 못한 거 아니다
그냥 내가 안 한 거뿐이야



아침 일찍부터 방성준을 만나서 가는 곳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와는 반대 방향에 위치한 고등학교다.
그러니까 나도 이제 고등학생이다
지긋지긋한 중학교 탈출이다
제발 잘생긴 오빠들, 예쁜 언니들 
많이 보게 해주세요. 하느님, 아멘.


빵성준이랑 투닥대며 오다 보니 
금세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우와, 고등학교 진짜 크다
내가 고등학생이라는 게 아직도 안 믿기네.
확실히 중학교보다는 크다는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쉴 새 없이 구경하는데
글쎄, 방성준도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시선이 분주하게 돌아간다.
새 학기 첫날이라 그런지 학교는 떠들썩하다
학생들도 엄청 많고.
아니, 그냥 학생이 많은 건가?

뭐가 됐건 다 좋으니까 빨리 교실에 가보고 싶다.
반 배정표는 도대체 어딨을까 고개를 돌린 순간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이 하나 눈에 띈다.
굳이 누구 붙잡고 안 물어봐도 알겠구만
발을 재촉해 배정표 앞으로 오긴 왔는데

..글쎄 한 보도 못 가겠다
한 명이 빠지면 다시 한 명이 들어오고.
이럴 때는 키 큰 방성준한테 부탁해야 하는데, ?
얜 또 어디로 갔는지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이래서 반에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암만 눈치 보고 적당히 다가가려해도 
저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아이들.

미친, 너도 여기 고등학교 붙었어?”

와 진짜 오랜만이야, 너 몇 반이야?”

3반인데너는?”

그래서 너네 언제쯤 비켜줄 건데..?
한참을 구석에서 투덜대다가 
나는 있는 힘껏 뛰어서 보기로 결심했다.
비켜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얼굴을 보니 나와 동갑이 맞긴 한 건지,
아찔하게 화장한 모습이 솔직히 말해서 무섭다. 사실 쫄았다.
에휴, 들릴 듯 말 듯 작게 한숨을 쉬고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뒤에서 폴짝폴짝 뛰어대면 쟤네도 눈치 보고
 대충 비키겠지? 좋았어, 뛴다.




뛰려고 무릎을 살짝 구부렸을 때 누군가 
내 팔을 가볍게 잡고 내리 끌었다.
방성준인가? 도대체 말도 없이 어디 간 거야 
홱 돌아보자 서있었던 건 처음 보는 애였다.
방성준 친구?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누구지?




다들 비켜봐,


낮지만 조곤조곤하게 내 팔을 잡은 애가 말했다.
인기척도 없었는데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그렇게 생각할 찰나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그렇게 크게 말한 거도 아닌데 일순간에 그렇게 
시끄러웠던 애들이 조용해지고 서로 
눈치를 보는 거였다.
나와 그 애를 제외하고 모든 아이들이 어쩐지
 공포로 가득한 눈을 띄운 채 얼어있다.
지긋지긋해. 그 애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는
 큰 키로 휘적휘적 거리며 그 많은 인파를 뚫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그 애한테 착 붙어서 조금씩 앞으로 향했다.

내가 3, 방성준이 4반이라
반 위치까지 대충 외운 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까 날 도와준?
도와줬다고 하기엔 애매한가,
여하튼 그 애가 여전히 서있었다.
나는 어쩐지 고마운 마음에 모세와도 같던 
그 애의 등을 쿡쿡 찔렀다.

“!!!”

진짜 아까부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손을 그 애의 등에 가까이했을 때부터
 주변 애들의 표정이 굳어간다.
이윽고 등을 두어 번 찔렀을 때 아이들은
 경악을 하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사실, 아까 얘가 비키라고 했을 때부터 
시끄러웠던 애들이 모조리 떨어져나가고
이쪽으론 애들이 아예 얼씬도 안 했는데 지금
 이 행동으로 겨우 있던 애들도 모조리 가버렸다.
, 됐어. 보는 눈이 많아서야 오해하기도
 쉬우니까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위로 올렸다.




“…?”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그 애의 머리카락에서 포근한 냄새가 났다.
순하게 생겨서는 어딘가 반항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것과는 다르게
꼭 어디선가 맡아본 것만 같은, 그런 포근한.

아니, , 아까 고마워서…!”

나름 떨면서 말한 내 마음을 얘는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 애는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고개만 
대충 까딱이더니 학교로 들어갔다.
살짝 움직이는데도 포근한 냄새가 흐르는 것도
어쩐지 까칠해 보이면서도 나른한 눈빛이 묘해서,
방성준한테 옆 반이라고 말하려던 건 까맣게 
잊은 채로 나도 그를 뒤따라 학교로 들어갔다.

.
.
.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선 아이들
낯선 교실, 모든 게 다 익숙치가 않다.
어디 앉으면 좋으려나 대충 흝는데 글쎄 
아까 마주친 그 애도 나와 같은 반이었다.
창가 구석자리에 앉아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린 그 애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색하지만 그런대로 말을 걸며 
친해지려 노력하는데

나는 떨리는 손을 꽉 주먹 쥐고 교실을 
가로질러 그의 옆자리 의자를 빼들었다.
일순간 아이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꽂힌다.
다들 눈빛으로 쟤 미친 거 아니야? 라고
 하는 것만 같지만.. 뭐 어때!
아무리 사람이 싫어서라도 그렇지
 이런 건 꼭 왕따 같잖아.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사실이다.
내 옆에 엎드려서 퍼질러자는 애가 
가까이 오기만 해도 벌벌벌,
무슨 말만 해도 벌벌벌 떨면서 정작 자기들이 
사람 한 명을 고립시키는 것만 같은.
그런 설명 못할 기분 나쁜 이질감이 자꾸만 겹쳐져서.


시간이 조금 지나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아쉽게도 자리는 번호순대로 앉게 됐다.
, 저기 나름대로 꿀자리였는데.
속으로 아쉬움을 내뱉으며 칠판에 쓰여진 
자리대로 자리를 옮겼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본인의 자리에 만족한 것 같으나
그 애의 짝꿍, 주변 자리에 위치하게 된 아이들은
 대놓고는 아니었으나 은근 똥 씹은 표정을 내비쳤다.
역시나 그 애는 자리에서 엎드려서 자고 있었고
나는 한편으론 저 애가 그 표정들을 못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리 옮겨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 유민규를 
애들은 건들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보기 바쁘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그를 살짝 흔들어 자리 옮겨야 한다고 말해주었고
그는 멍하니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건 그렇고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잘 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새 학기 때 좋은 인상을 주는 게 급선무다!
후후, 이때를 위해서 어제 편의점에 
다녀와 새콤달콤을 사왔지.
우선은 바로 내 짝꿍과 말을 터볼까…!

톡톡

가볍게 책상을 치고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좋은 표정을 지었다.
내 짝꿍은 긴 머리카락을 
쓸더니 고개를 딱 드는데, 이럴 수가.
어쩜 이렇게 이쁘게 생겼는지, 와 진짜 대박이다
잠시 외모에 넋이 빠져 짝꿍을 멍하니 바라보다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몸짓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 어 그러니까 안녕?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 반가워! 이름이 어떻게 돼?”

난 ㅇㅇㅇ! 너는?”



난 정수정. 우리 친하게 지내자

ㅠㅠ 하느님 예쁜 애가 친하게 지내재요
신난다! 넘 신난다!
예쁜 애 최고야! 예쁜 여자 최고야!

별 시답잖은 얘기를 이어가며 점점 긴장이 풀릴 때쯤!
나는 주머니에서 준비해둔 새콤달콤을 
조심스레 꺼내 그 애의 손에 쥐여줬다.
이게 뭐야? 라고 묻는 수정이는 손을 
슬쩍 펴보고 눈을 똥그랗게 떴다.




“…나 주는 거야? 고마워, 진짜 잘 먹을게!”

방방 웃으면서 좋아하는 게 보는 내가 다 행복하다.
역시 이쁜 사람 최고야짜릿해

응응, 다른 애들한텐 비밀이야!”

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수정이가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역시 이쁘군이쁜 애는 뭘 해도 이쁘다니까.
우물대며 눈웃음을 짓는 수정이, 완벽하다
그나저나 자꾸 뒤통수가 따가운데 기분 탓인가.




ㅇㅇㅇ, ㅇㅇㅇ을 찾습니다아

“…?”

반 들어가기 쪽팔리니까 ㅇㅇㅇ은 빨리 나와라-“

저 미친놈이

ㅇㅇ아 너 부르는 거 아냐?”

, 설마ㅎㅎ 동명이인이랑 착각한 거 아닐까?”

아 그런가…? 하긴, 좀 애가 띨띨해보인다

방성준 미친놈이 여신님이랑 
얘기 좀 해보려는데 왜 와서 난동이야.
진짜 도움이 안돼요
이따 저 자식을 찢어 죽이던가 해야겠어.
됐고 수정이 관찰이나 해야지, 헤헤.


.



ㅇㅇㅇ, 빨리 안나오면 
어제 우리의 뜨거운 밤을 모조리 얘ㄱ

진짜 참고 가만히 있으려 했는데 
저 미친놈이 무슨 소리야!!!!

“…야 방성준 이 미친놈아!!!!”


수정이한테 잠시만 나갔다 온다고 차분하게 말하고
나는 부리나케 달아나는 방성준을 쫓아 교실을 나섰다.
뒤에서 ㅇㅇ아 힘내! 라는 수정이의 격려가 들려
뛰어가다가 브이를 해주려 뒤를 돌았는데
우연찮게도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정정한다. 우연찮게가 아니다.
그 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계속해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그 애의 시선이 나를 관통한다.
단단하면서도 여린 느낌의 물기 오른 눈빛으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야?


.
.
.

※만든이 : 쑤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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