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12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지금은 꽤나 추운 겨울이지만,
소설 속의 시간은 여름방학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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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햇볕이 이른 아침부터
커튼사이를 비집고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여름의 태양답게 볕이 꽤나 따가웠고,
난 주말 아침의 평온을 위해
이불을 얼굴 끝까지 끌어올려
빛을 최대한 차단하려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결국 땀이 범벅된 채로
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일으켰다.
 
짜증이 가득 담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선풍기는 왜 꺼진 거야!
타이머도 안 맞췄는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끈적거리는 몸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
.
.
 
 
 
 
수건으로 탈탈 머리카락을 털어놓고,
소파에 널브러진 채 손가락만 까닥거리며
tv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백현아,
심부름 좀 해라!”
 
 
주방에서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난 발을 뻗어 태형이의 등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 엄마 심부름 좀 해라.”
 
 
내 말에 손가락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 녀석이
미간을 잔뜩 찌푸려가며,
 
 

내가 왜!
형한테 시킨 거잖아.”
 
 
툴툴거리는 목소리만 낼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끈적이는 날씨에
한껏 불쾌지수가 상승하자,
 
 

- 날도 더운데,
한 대 맞을래?”
 
 
나도 인상을 팍-찌그러트리며
동생한테 으름장을 늘여놓았다.
내 불끈 쥔 주먹을
힐끗- 쳐다본 태형이는,
 
 

- 진짜!”
 
 
아까보다 더욱 거세게
짜증을 섞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난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리모컨으로 tv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 이걸 ㅇㅇ누나네
어머니께 전해드리라고?”
 
 
태형이 입에서
ㅇㅇ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난 주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자(母子)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 음식을 많이도 했네.”
 
뭘 많이 해.
얼른 식기 전에 전해드려!”
 
 
그전에 나 이거
하나만 집어먹어도 돼?”
 
 
맛있는 음식 냄새사이로
손등을 쳐내는지
찰싹-하는 찰진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갖다드려!
밥 차려놓고 있을 테니까.”
 
 
그럼 지금 ㅇㅇ네로
태형이가 가는 건가?
 
 
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잽싸게 주방으로 향했고,
태형이 손에 들린 음식을
빠르게 뺏어들었다.
 
내 행동에 눈뜨고 코가 베인 것처럼
놀란 태형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형아, 왜 이래?”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 !
아까 엄마가 나한테 시킨 심부름이니까.
내가 간다고! 내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난 도리어 말을 더듬으면서 큰소리를 쳤다.
 
 

형아, 뭐야- ?
진짜 뭔데?”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양쪽 입매가 위로 얄밉게 휘어졌다.
엄마가 티격태격 거리는 우리의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태형이를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 체념하듯 몸을 획-돌려 현관문을 벗어났다.
 
 
현관문의 도어락이
소리를 내면서 잠기자,
난 벽에 기댄 채
요란스럽게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 여자 있어?”
 
 
갑자기 예전에 넌지시 물어왔던
태형이의 말이 떠올랐다.
 
 
, 김태형
눈치도 더럽게 빠른데.
 
내가 ㅇㅇ를 좋아한다는 걸
들킨 건 아니겠지?
 
 
그때, 띠리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우리 집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태형이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 여기서 뭐해?
내가 대신 ㅇㅇ누나네로
심부름 갈까?”
 
 
날도 더워죽겠는데.
 
자꾸만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 녀석을 향해
꿀밤을 한 대 쥐어박으며,
 
 

너 자꾸
눈치 없이 끼어들래?”
 
 
짜증을 한가득 담아 호통을 쳤다.
 
태형이는 내가 쥐어박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이정도면
백퍼네, .”
 
 
도리어 피식-거리는 웃음을 흘리고
우리 집 문을 그대로 닫아버렸다.
 
 
뭐야, .
맞았는데 왜 웃는 거야,
지켜보는 사람 무섭게.
 
 
이상한 태형의 반응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다,
손에 들려있는 음식을 보곤
바로 앞집으로 향했다.
 
큼큼- 헛기침을 한번 하고
긴장을 풀고자 심호흡까지 하고난 뒤,
손가락을 뻗어 초인종 버튼을 눌렀다.
 
 
과연 ㅇㅇ가 웃으면서
문을 열어줄까?
 
 
괜스레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누구세요?”
 
 
안에서 들리는
상대방의 물음과 함께
벌컥- 문이 열렸다.
 
ㅇㅇ가 아니었지만
ㅇㅇ의 어머님은 나를 보자
반갑게 미소를 지으셨다.
 
난 예의바르게 허리를 접어가며
직각에 가까운 각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백현이는 언제나
예의가 발라서,
- 보기가 좋아.”
 
 
난 손에 들려있는 접시를 내밀며,
 
 

저희 어머니께서
맛 좀 보시라고.”
 
 
헤죽거리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잠깐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었던
ㅇㅇ의 얼굴을 보지 못해,
나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어머님께 다시 정중히 인사를 했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 그냥 가려고?
안으로 들어와, 들어와.”
 
 
나를 빠르게 불러 세우는
어머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ㅇ어머님의 제안에 난 거절하지 않고,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집안에
발을 들이밀며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
 
 
점심은 먹었니?”
 
 
아니요, 아직요.”
 
 
- 그래? 잘됐네.
안 그래도 마침 우리도
점심 먹을 준비 다 됐는데,
좀 먹고 갈래?”
 
 
조금 전의 엄마의 말이 떠올랐지만,
 
 
얼른 갖다드려!
밥 차려놓고 있을 테니까.”
 
 
나도 모르게 긍정의 의미로,
ㅇㅇ어머님의 발걸음을 따라
식탁이 있는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탁엔 벌써 음식이
가득 올라와 있었지만,
ㅇㅇ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식탁의자를 꺼내 앉으면서,
 
 

어머님, ㅇㅇ는요?”
 
 
어머님께 ㅇㅇ의 안부를 물었다.
식탁 쪽으로 시선을 돌린 어머님은,
 
 
어머! 얘는 깨운 지가 언젠데,
아직도 자고 있나본데?”
 
 
황당하다는 듯 코웃음을 흘리며
ㅇㅇ가 자고 있는 방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셨다.
 
 
 
ㅇㅇㅇ,
잠 많은 건 여전하네.
 
 
곧 있으면 ㅇㅇ얼굴을 볼 생각에,
나도 모르게 얼굴위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ㅇㅇㅇ!
해가 중천인데, 안 일어나?”
 
 
쩌렁쩌렁 울리는 어머님 목소리 뒤로,
잠에 취해 웅얼웅얼 거리는
ㅇㅇ의 귀여운 목소리에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빨리 나와서, 밥 먹어!”
 
 
ㅇㅇ방에서 나온 어머님은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국 식겠다,
어서 먹으렴.”
 
 
멀뚱멀뚱 앉아있는 내게
식사 권유를 하셨다.
 
난 앞에 놓아진 수저를 들고,
 
 

잘 먹겠습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숟가락에 밥을 한가득 퍼서
먹기 시작했다.
 
 
어머! 우리 백현이는
밥도 복스럽게 잘 먹네.
ㅇㅇ는 다이어트네 뭐네 하면서
밥도 깨작거리던데.”
 
 

어머님께서 하신 요리,
진짜 맛있어요!”
 
 
난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것저것 반찬을 집어먹고 있었다.
그때 눈을 비비며 방안에서 나오는
ㅇㅇ와 눈이 마주쳤다.
 
 
,
하필 입안으로 게걸스럽게
음식을 쑤셔 넣고 있는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아악!”
 
 
??
 
 
나를 본 ㅇㅇ
꼭 못 볼 것을 본 것 마냥,
눈이 굉장히 동그래지더니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쿵- 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닫아버렸다.
 
 
, 사람 민망하게.
 
난 손등으로 입술주변에 묻은
음식을 빠르게 훔쳐냈다.
 
 
어머,
쟤가 왜 저런대?”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어머님은
수저를 내려놓으시곤
다시 ㅇㅇ방으로 들어가셨다.
 
 
 
얼마 뒤, 후드티에 달려있는
모자를 뒤집어쓴 ㅇㅇ
어머님 손에 끌려나오다시피 했다.
바닥에 뭐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아래만 쳐다보는 건지.
 
 
본인의 예쁜 얼굴,
나 좀 보여주지.
 
그 예쁜 눈으로
나를 좀 쳐다봐주지.
 
 
ㅇㅇ와 눈을
마주치기 위한 요량으로,
 

잘 잤어?”
 
 
손을 요란스럽게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 . .”
 
 
ㅇㅇ는 잠겨있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자신의 후드티 모자부분을
더 아래로 잡아당겼다.
안 그래도 잘 안 보이는
얼굴을 더욱 가려버렸다.
 
 
나한테 뭐 화난 거라도 있나?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ㅇㅇ가 신경 쓰여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너희 둘이 싸웠니?”
 
 
ㅇㅇ어머님은 대화도 없이
밥만 먹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시더니,
조용하게 내려앉은 적막을 깨며
넌지시 질문을 던지셨다.
 
 

, 아니요.”
 
 
난 손사래를 치며 부정을 해보였지만,
ㅇㅇ는 대답도 하지 않고
본인의 후드티의 모자부분을
자꾸만 아래로 잡아당길 뿐이었다.
 
 
 
 
.
.
.
 
 
 
 
젓가락으로 밥을 깨작거리던 ㅇㅇ,
밥을 얼마 먹지도 않고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ㅇㅇ는 지체 없이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고
이내 방문까지 닫아버렸다.
 
 
내가 왔던 게 불편했던 건가.
 
 
갑작스런 너의 태도 변화에
난 잘게 한숨을 내쉬었다.
 
 
쟤는 또 왜 저런다니.”
 
 

자다가 일어나서
입맛이 없나 봐요. 하하.”
 
 
난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벌써 가게?”
 
 
- .
점심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애써 감춰가며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밖으로 벗어나기 전에
어머님께 한 번 더 인사를 드린 후,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어내며 밖으로 나왔다.
 
 
띠리릭-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텅 빈 복도를 가득 채웠다.
 
소용돌이치듯 휘몰아치는
마음속 어떤 감정 때문에,
난 발걸음을 미처 옮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닫힌 너의 집 문을 보며 서 있었다.
 
 
 
 
*
 
 
 
 

벌써 이미 해가 정점을 찍어서
살짝 내려온 높이이건만,
여름이라는 태양의 열기는 좀처럼 식질 않았다.
난 손에 쥔 미니선풍기를
얼굴 쪽에 가깝게 들이밀며,
묵직한 진동소리를 내는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서 꺼냈다.
 
통화버튼을 눌러
귀 쪽으로 가져다대자,
 
 

-오고 있냐?
 
 
들떠있는 박찬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에
이미 지친 나는,
 
 
, 다 와간다.
- 완전 더워!”
 
 
미니선풍기를 더욱 얼굴에
가깝게 가져다대며 전화통화를 했다.
 
 

-오늘 폭염주의보라더라.
얼른 와, 방에 빵빵하게
에어컨 틀어 놨다.
 
 
, .
나 도착하면 얼음 띄운 얼음물,


? 뭐야 이거!
갑자기 왜 멈춘 거야!”
 
 
충전이 덜 된
미니 선풍기는 수명을 다한 듯,
격렬히 돌아가던
회전이 결국 멈춰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난,
 
 
그래서 너희 집
몇 동 몇 호라고?”
 
 
짙은 한숨을 내쉬며
ㅁㅁ아파트 정문을
지나가고 있었다.
 
박찬열이 알려준
동호수를 단박에 찾아내자,
난 전화를 황급히 끊어버렸다.
 
내 머릿속엔 오직
오아시스를 맛볼 생각뿐이었다.
 
 
 
.
.
.
 
 
 
 
이보다 더 천국일수 있을까.
 
박찬열의 집에는
선선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 시원해!
이제 좀 살 것 같네.
 
 
뭘 배워보기도 전에
지쳐버린 내 몸뚱이는,
침대를 찾아 휴식을 취하기 바빴다.
 
대자로 벌러덩 누워있는 내게,
 
 
냉수나 마셔라!”
 
 
박찬열은 얼음을 동동 띄운
투명한 유리컵을 내밀었다.
목이 탔던 난
유리컵에 가득 담긴 물을,
숨도 쉬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난
이번에 새로 장만한 기타를 꺼내들었다.
 
다리를 꼬고 그 위로 기타를 세우듯
가로로 허벅지부분에 올려놓았다.
 
한손으로는 기타의 줄을 잡고
반대편 손으로는 가볍게 줄을 튕기며,
 
 

- 그럼
뭐부터 배우면 되겠습니까,
!”
 
 
열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뚫고
내가 오늘 박찬열의 집에 온 이유는,
그에게 작사와 작곡을 하는 법을
좀 배워보기 위함이다.
뭐 방학동안 배워봤자
얼마나 실력이 늘겠냐 싶지만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었다.
 
 
박찬열은 침대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서
능숙한 행동으로 기타를 잡은 채
칠 준비를 하고선,
 
 

변백, 내 여자 친구한테
선물할 곡인데 좀 들어봐!”
 
 
며칠 동안 자기가 작곡한 곡을
내게 먼저 들려주었다.
 
 
잔잔한 분위기에 흘러가는 선율들과
사랑이라는 감성에 취한
박찬열의 표정을 보자,
나도 언젠가는 ㅇㅇ에게
곡을 선물해줄 수 있는
실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된다면야,
몇 곡이든 몇 십 곡이든 만들어
선물로 자주 줄 텐데.
 
 

변백, 어떠냐?”
 
 
난 그의 센스 있는
작곡실력과 기타연주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내 제스처에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얼굴위에
잔뜩 풀어놓았다.
 
 
 
 
.
.
.
 
 
 
 
한참을 그에게서 곡을 만들 때
필요한 기초 지식과
기본적인 구조를 배우고 있을 때였다.
 
 
띵동-
 
 
서로가 만들어낸 열정사이의 공기를 뚫고
청량한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집주인인 박찬열은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누구세요?”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을 했다.
 
 

! 나예요!”
 
 
아는 사람인지 박찬열은 재빨리 문을 열고
상대방을 반갑게 맞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웬일이야?
이렇게 더운 날에.”
 
 
약속이 여기 근처라 지나가다가,
형 생각이 나서요.
보고 싶어서 잠깐 들렀어요.”
 
 
이건 뭔데?”
 
 
형 보러 잠깐 왔는데,
얼굴만 보기 좀 그래서 사왔어요!”
 
 

보검아, 약속시간 남았으면
너도 들어와서 좀 먹고 가라!”
 
 
박찬열의 성화에 못 이겼는지,
잠깐 들렸다 간다던 상대방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방안에서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난,
 
 
변백,
너도 와서 떡볶이 좀 먹어봐!”
 
 
주방 쪽에서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기타를
침대위에 올려놓고 방밖으로 나왔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주방 쪽으로 향하자,
 
 

? 손님이 계셨나보네요.
안녕하세요!”
 
 
식탁 의자에 앉아있던 모르는 남성이
먼저 살갑게 인사를 해왔다.
 
 

- 찬열이 친구예요.
안녕하세요!”
 
 

찬열이 형 친구 분이시면,
말 편하게 놓으세요.
제가 찬열이 형보다는 나이가 어리거든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상대방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 배어있었다.
남자 셋이서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고,
 
 
떡볶이는 보검이가 사온거야.
먹자!”
 
 
박찬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빠르게 떡볶이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한참을 열심히 먹던 우리 중
보검이라는 동생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얼얼한 혀를 달래기 위해
물을 떠다 마시고 있었다.
 
 
많이 매워?
매운 거 먹지도 못하면서,
왜 매운 떡볶이를 사온거야.”
 
 
본인도 매워서 코를 꽤나 훌쩍이면서,
차가운 물을 입안에 머금은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 원래는 떡볶이 안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매운 떡볶이를 사왔나 봐요!”
 
 
보검이는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마쳤다.
 
 
연애중이에요?”
 
 
- 아니요.
짝사랑중이에요.”
 
 
이렇게 잘생긴 사람도
짝사랑중이라니.”
 
 
몰랐네, .
- 너 짝사랑 중이었어?”
 
 

그 여자 분은
그쪽 마음을 알아요?”
 
 

아는 거 같은데,
누나가 보기엔
제가 마냥 어려보이나 봐요.”
 
 
하아,
괜히 제가 다 속상하네요.”
 
 
연상이야?”
 
 
박찬열의 질문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좋다고 티를 내면서,
들이밀어도 별 반응이 없어요.”
 
 

그래도 힘내요.
잘 될 거예요!”
 
 
동병상련이란
속담이 이럴 때
어울리는 건가.
 
 
짝사랑을 하는 입장에서,
잘 풀리지 않는 관계에
대해서 듣기만 했을 뿐인데
마음 한편이 찡하게 울려왔다.
 
 

난 아직도 그녀에게
내 마음을 표현도 못했는데.
 
 
나를 피하려하는
점심때 ㅇㅇ의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이 제법 답답해졌다.
깊숙한 가슴 어느 곳에서
만들어진 짙은 한숨이
입 밖으로 길게 새어나왔다.
 
 
아마 나도 그와 같은 처지라
더욱 깊게 공감했던 것 같다.
 
 
 
 
.
.
.
 
 
 
 
우리가 식탁에 모여 앉아 떠들어 댄지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한창 사랑에 관심이 많은
남자 셋의 수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Behind story>
 
 
 
 
학교라는 시계에
맞춰진 내 생활 습관은,
여름방학이 시작 된지
며칠 만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제 가족들이 야식을 먹는다고
나도 그 틈에서 끼여서
늦게까지 실컷 먹다가,
새벽이 한참 기울어져
겨우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낮을 향해가는 시간도 모른 채
달콤한 꿈을 꾸며 자고 있는데,
 
 
ㅇㅇㅇ!
해가 중천인데,
안 일어나?”
 
 
현실세계에서 들려오는
엄마가 목소리에,
 
 
빨리 나와서, 밥 먹어!”
 
 
난 겨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연발해대며,
침대에서 천천히 내려와
기지개를 늘어지게 켰다.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
안경을 낀 채 내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우리 집에서 백현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 순간 난 아직도 내가
꿈속을 헤매는 거라 생각을 했었다.
 
 
느릿하게 눈을 껌벅이며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아악!”
 
 
현실임을 깨닫자마자
거의 반사적인 스피드로,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서
비명수준의 소리를 질러버렸다.
 
재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와
큰소리가 날정도로 문을 닫아버렸다.
 
 
.
망했다, 망했어.
 
 
퉁퉁 부어버린 눈두덩이며,
아직 감지 않은 머리 상태며,
알도 큰 안경을 낀 상태까지.
 
 
이렇게 추한 모습을
예상치도 못하게 보이다니.
 
 
난 최대한 수습하고자,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두툼한 후드티를 꺼내 입었다.
 
엉망인 머리상태를 감추기 위해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알이 큰 안경을 집어 던지다시피 했지만,
퉁퉁 부어버린 내 눈두덩이는
감출 방법이 없었다.
 
 
백현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모르는 엄마는,
내방으로 들어와 밥을 먹으라며
다시 나를 식탁 쪽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하는 수없이
난 심히 부어버린 눈을 감추기 위해
바닥으로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밥만 빨리 먹고 들어가야겠다.
 
 
마음을 다잡고 있는 내게,
 
 
잘 잤어?”
 
 
백현이가 먼저 말을
스스럼없이 걸어왔다.
 
그의 인사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대답을 하는데,
 
 
, . .”
 
 
그 몇 마디를 꺼낼 때의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잠겨있는 건지.
 
 
진심,
너무 너무 쪽팔린다.
 
 
답답한 마음에 후드티의 모자부분을
더욱 아래로 세게 잡아당겼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입맛이 없는 건 당연했고,
앞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네가
자꾸만 신경이 쓰여
밥이 목구멍으로도 넘어가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던 난,
결국 밥 먹기로 포기하고
방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백현이에게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완전 심각하게 망해버렸다.
 
 
난 침대에 철퍼덕 누워
허공으로 짜증 섞인
이불킥을 연달아 날려대고 있었다.
 
 
하아, 짜증나!”
 
 
ㅇㅇ의 방안에서는 한숨소리가
한동안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오랜만입니다.ㅠㅠ
생각보다 글이 잘 안 써지네요.
뭔가 내용이 매끄럽지도 않을 것 같고요.
(그래서 쓰다보면 좀 나아지겠죠?ㅠㅠ)
 
아직도 자신감이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독자님들과 약속했으니,
완결을 향해 끝까지 달려가겠습니다!
 
 
요새 날씨가 참 많이 춥네요.
다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그럼 다음 화에서 다시 만나요!
 
그럼 이만 작가의 말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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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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