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by. 별유)

뒷모습
by. 별유
 
 

고요 - 정준일
 
 
 
너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본 적 있어?”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당연하지
 
그 사람 사진 앞에서는?”
 
어려운 일도 아니고.
요즘은 다 휴대폰으로 보잖아
 
그럼
 
“.......”
 
영정사진 앞에서는?”
 
?”
 
사랑하는 사람 영정사진 앞에
서본 적 있어?”
 
.
.
.
 
 
 
 
뒷모습
 
 
 
 
.
.
.
 
장례식장이었어.
계단을 타고 올라갔더니
북적거리는 빈소가 보이더라.
입구에서부터 화환도 많았고, 사람도 많았거든.
 
저마다 말들이 많더라고.
회사 사람들도 있었고
대학 동기들도 있었고
그 옛날 중학교 동창들도 있었어.
 
무거운 분위기였는데
, 꼭 그렇잖아.
경조사가 있어야 그동안 못 본 사람들도 만나는 거.
 
한 쪽에서는 반가움의 악수도 나누고
안부를 묻고, 웃고, 반기고 그러더라고.
 
그런가보다 하고 안을 들여다봤어.
그랬더니,
 
여자 영정사진이 있는 거야.
 
당황스러울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더라
그 사진이 너무 예뻐서
하마터면 따라서 미소 지을 뻔했어.
하얗고, 예뻐서.
 
옆엔 부모님이 계셨어.
형제도 없었나보더라고.
두 분이서 빈소를 지키는데
되게 쓸쓸해 보이더라.
 
엄마는 울고 계셨고, 아빠는 간신히 서계셨어.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
난 아마 영원히 이해 못할 거야.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은 틈도 주지 않고 계속 물밀 듯이 들어왔어.
와서 절이나 헌화를 하고
형식적인 말을 건넨 뒤에
묵묵히 걸어 나가더라고.
 
물론 진심이었겠지. 알아.
근데 그 말을 듣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와닿지 않았을 거야.
 
왠지,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왜 자식의 사진을 저기 걸어놔야 하는지
몰랐을 것 같거든
 
아무 것도 믿기 싫은 상황이니까.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찬바람이 들이닥쳤어.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터덜터덜 들어왔지.
 
우는 얼굴은 아니었어.
아무런 표정이 없었을 뿐.
 
순간,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더라.
안부를 묻던 사람들도
술을 마시던 사람들도
모두 다 그 남자를 쳐다봤지.
 
하지만 남자는 그들을 의식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어.
 
천천히 신발을 벗더니 빈소 가운데에 서더라.
 
 

 
 
난 아직도 그 때의 침묵을 기억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그의 등만 쳐다볼 뿐이었지
 
그래서 나도 그 사람의 뒷모습을 봤어.
 
 

 
 
너무 처량하더라.
 
너무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등이었어.
근데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목이 메는, 가슴이 답답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차고 넘치는,
무거운, 어두운, 무너진,
그런 등이었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뭘 떠올렸을까.
 
남자는 절도 하지 않고, 헌화도 하지 않았어.
계속 선 채로 사진만 바라봤지.
 
그의 손엔 반지가 끼어져 있었어.
그걸 보니 알겠더라고.
 
, 여자의 연인이었구나.
 
여자의 손에도 똑같은 반지가 있었거든
 
 

 
 
사랑하는 사람의 영정사진 앞에 선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감당할 수나 있을까
그게 감당이 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상상조차 안 되더라.
지금까지도.
 
 
그렇게 한참을 서있는데
여자의 엄마가 남자를 불렀어.
이제 우린 어떡하냐며 울부짖더라고.
어떻게 사냐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근데 남자는 돌아보지도 않았어.
그저 사진만 볼 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나봐.
시간이 멈췄으면 했나봐.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을 지도.
 
 
침묵을 지키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더라.
차라리 우는 게 낫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게 나을 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어찌됐든 울면서 털어버려야 되잖아.
저렇게 울지도 않고 참아버리면
나중에 더 아플 거잖아.
 
일부러 더 아프려고 저러는 거잖아.
 
 

 
 
어쩌면 평생을 아파하려고.
 
너무 안타깝더라.
너무 아팠어 내 마음이
 
 
 
 
 
나도 상상이 안 되네. 어떤 기분일지
 
그치
 
누구 장례식이었는데?”
 
“.......”
 
아는 사람?”
 
“.......”
 
?”
 
“...ㅇㅇㅇ
 
?”
 
. ㅇㅇㅇ
 
“.......”
 
내 장례식
 
“.......”
 
내가 선택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기억.”
 
 
 
 
 

 
 
출장에서 막 돌아온 길이었을 거야.
미국에 있었거든.
긴 출장이어서 돌아오면 뭐할지 계획하고 있었는데...
 
다 소용없어졌지 뭐.
 
미국에서 많이 힘들었나봐.
얼굴이 많이 상했어.
항상 그랬거든. 괜찮다고, 하나도 안 힘들다고.
 
내가 걱정하는 걸 엄청 싫어했어.
자기는 내 걱정만 했으면서.
 
전화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봤다니까?
잠은 잘 잤는지,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덴 없는지...
 
날 참 끔찍이도 생각해주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이 사람을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했어.
 
죽기 직전에도
 
근데 죽고 나니까 아니더라.
우린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 사람한테 이런 상처를 주지 말았어야 했어.
내 영정사진 앞에 서는 그 슬픔을
알게 해서는 안 됐어.
 
평생 괴롭힐 그 상처를
 
 

 
 
영정사진 있잖아.
내가 참 환히 웃고있던 사진
 
하필이면 이 사람이 찍어준 사진이었거든.
어느 볕 좋은 날..
 
아빠는 왜 이 사진을 썼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나 혼자만 갖고 있을 걸.
괜히 자랑한다고 아빠한테 보여줬다가
이렇게 쓰이네.
 
내가 봐도 참 얄밉다.
속도 모르고 웃고 있는 내가.
 
 

 
 
나 사실은 이 사람 안고 싶어서 혼났어.
너무 위태롭게 서있는 것 같아서
나한테 기대길 바랐어.
 
손도 잡아주고, 괜찮다고 등도 토닥여주고 싶었어.
 
나 아직 안 갔다고. 옆에 있다고.
 
...보내지 말라고
 
근데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내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텐데
뭘 할 수 있겠어.
 
그래서 그냥 뒤에 서있었어.
마지막이겠거니 하고
 
 

 
 
그 사람은 울고 있는 엄마를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어.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알았나 몰라.
 
그리고 말없이 엄마를 안아줬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 사람이 대신 해주더라.
손도 잡아주고, 괜찮다고 말도 해줬어.
 
아빠한테 가서 죄송하다고도 말했어.
늦어서 죄송하다고.
그냥 다, 죄송하다고.
 
아빠가 이 사람 어깨를 토닥이며 그러더라.
알아, 괜찮아.
 
그래도 이 사람은 울지 않았어.
 
고맙더라.
 
 
 
 
 
그게 마지막이야.
바로 거기서 나왔거든
 
근데 왜,”
 
“.......”
 
그걸 선택한 거야?
이승의 마지막 기억으로?”
 
“.......”
 
좋은 추억도 많을 거 아니야.
그 사람이랑 함께 한
 
“...그 사람이 날 빨리 잊어버리게
 
“.......”
 
내가 계속 좋은 기억만 붙잡고 있으면
그 사람도 왠지 그럴까봐.
그 추억만 먹고 살까봐
 
“.......”
 
그러면 안 되잖아. 난 이제 없는데
 
뒷모습만 봐도 충분해 나는
 
그것만으로도 좋아
 
사랑해, 그것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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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이 : 별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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