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지기 전에 12 (by.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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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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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12
 
 
 
000 남주혁
서강준 박보검
전정국 이태용
오세훈 육성재
황민현 우도환
 
 
 
.
.
.


 
 
우리는 자료 수집을 위해 피씨방을 찾았
. 컴퓨터가 켜질 때까지 오빠는 승리를
만끽하는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꾹 다물며 쓴맛을 삼켜냈다.
 
 
와 이겼다~”
 
오빠 잘하면 잘한다고 하지...!
여태껏 오락실 신기록들은 왜 가만
놔둔 거래요? 승자의 여유신가??”
 

 
나 자신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군대
가있는다고 학교 근처 오락실을 찾은
적이 없어서. 전역하고 간만에 해봤어.
오늘까지 해서 올해 세 번째인가?”
 
군대에서 날아다녔겠네요.
아까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게임이랑 현실은 다르더라...”
 
 
내가 먼저 죽고 난 후 오빠의 플레이를
잠깐이나마 지켜볼 수 있었다. 후배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난사를 하는데, 어쩜
그렇게 헛발이 없는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존경심은 곧, 친오빠랑 대결을
붙이고 싶다는 열망으로 불타올랐다.
 
돈을 걸라면 난 하나뿐인 핏줄이니, 당연
민현이 오빠에게 걸겠어. 고수의 버스에
올라타 홍빈이에게 한 마디 던지고 싶었다.
부웅신아, 어딜 기어오르려고?
 
 
, 그나저나 이거 내기 걸었지?”
 
무슨 내기였는지는 말 안 했잖아요.
효 아닐까요?”
 

 
이긴 사람 마음이지.
나 소원 들어주라.”
 
 
산타클로스냐?? 생일선물로도 소원을
들어줄까말까 하는 판에 몇 번째 소원을
접수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래서 내기가
무섭다는 거구나. 나는 절망하면서도 지키지
못할 다짐을 또 한다. 다시 내기하면 내가
호구마다 호구마!
 
 
뭔데요?”
 
벚꽃 축제 가자!”
 
 
오빠의 소원은 의외로 간단했다.
태용이가 밥 사달라는 거와 비슷한
급이지. 나는 갸우뚱 거렸다.
 
 
? 저랑요?”
 
같이 갈 사람 있어?”
 
아뇨. 정해둔 사람은 없는데...
저랑 가도 괜찮은 거예요?”
 

 
그럼. 괜찮고도 남았지.”
 
 
내 말의 요지는, 정말 나랑 가도 괜찮
겠냐는 게 아니었다.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의 관계에
나라는 존재는 아주 조그마할 텐데, 굳이
왜 나랑 축제를 가지? 그에게는 절친이라
자부해도 충분한 사람이 있었다. 예를 들어,
 
 

 
미년!!”
 
뭐야, 어떻게 알고 왔어?”
 
나 여기서 오빠들이랑 배그하고
있었지. 과제한다더니 피방에서 하냐?”
 
 
미처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목소리부터
가 귀를 파고들었다. 선미는 클럽에서 봤을
때보다는 밋밋한 복장이었지만 피씨방에
어울리는 행색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오빠의 어깨에 기대어 앓는 소리를 냈다.
 
 
아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아직 덜 끝냈어.”
 
 
나는 어물쩡 인사를 했다.
 
 
..녕하세요.”
 

 
너도 반갑다야. 클럽에서 만나고 두
번째인가 우리? 그 날은 잘 들어갔어?”
 
.”
 
 
둘이 아는 사이야?’ 민현 오빠가 놀라
하며 번갈아 손가락질했다. 아뿔싸,
나는 그에게 선미는 유명한 사람이랬지
사적으로 아는 사이라곤 말하지 않았다.
선미는 당연하다는 듯이 짧게 대답하곤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진우오빠랑 잘 되고 있다며?
이야~ 김진우 여친 될 사람은 누굴
지 항상 궁금했는데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몰랐어? 왜 나 아는 오빠 중에 김진우
라고 있잖아. 인기 줠라 많은 사람.
그 오빠가 최근에 여자가 생겼는데
그 여자가 바로 니 앞에 있는 얘야!”
 

 
“.........”
 
곧 있음 벚꽃축제 하니까 데이트
하겠네. 부러워라.”
 
 
그러고 보면 선미는 진우오빠와도 친분
이 있는 사이였다. 무려 고등학교 때
부터 이어져온 사이. 그녀는 나를 부러워
했지만 나한테는 선미가 더 우위를 점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그래? 오빠는 간다고 하던데.”
 
 
왜냐면 그녀는 알고 나는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거든. 내가 오빠와 연락을
드문드문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한들
오빠의 모든 것을 아는 것도 아니다.
분명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했지만, 나는
깨부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자각
했다. 우리는 겨우 시작단계였으니까.
 
 

 
, 근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새 바쁘거든.”
 
....”
 
 
그렇기에 나는 선미의 말들을 조언이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악의였든 선의였든,
고의였든 고의가 아니든, 편향적으로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나는 오빠에게
직접 전달받지 못하고 이 여자를 통해
들어야하는 걸까?
 
그 점이 몹시도 기분 나빴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면서도, 아무 말
못하는 내 위치에 한심함을 느꼈다.
 
 
걔가 오빠랑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데,
둘이 사귄다는 얘기도 있었어.
 
내가 둘 중 하나였음 친구로만은 안
남는다 진짜.’
 
 
하필이면 친구들의 발언들이 겹치면서
속을 뒤숭숭하게 뒤집어놓는다.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미는 턱을 괴고 발랄하게 물었다.
 
 
우리는 솔로니까 솔파(솔로파티)
함 해야지? 벚꽃축제 언제 갈래?”
 
“..........?”
 

 
얘가 과제하더니 넋이 다 나갔네.
좀 도와줘? 나 타이핑은 기가
막히거든. 아무튼 담주 중으로 콜?”
 
“.......”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속에서 올라오는 심보를 참아
내기 싫어서, 패널티를 감수하고 중얼
거렸다. 소위 말해 욱했다.
 
 
민현이 오빠 선약 있는데.”
 

 
“........”
 
저랑 벚꽃축제 가기로 했거든요.”
 
 
속 긁는 건 나도 할 줄 알아.
 
 

 
“.........그래?”
 
 
당황한 그녀의 표정에 통쾌할 줄 알았
건만, 썩 긍정적인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어느 웹툰의 내용처럼, 뇌 속의 이성세포
와 감성세포가 싸움질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대충 과제의 틀만 만들어두고 나머
지는 숙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도무지
과제에 올곧게 집중하기는 글러먹은 거
같아서, 민현이 오빠에겐 저녁 맛있게
먹으라는 걸 끝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하지.
 
과하게 말하자면, X같았다.
 
 
그 날 밤은 후회에 휩싸인 채 고열에
시달렸다. 자존심이 뭐라고, ‘너도 한 번
당해봐라는 못된 마음에 가책을 느껴 진우
오빠의 메시지에 답장을 아주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무서웠다. 혹시라도 선미가
나에 대해 말했을까봐. 또한,
 
그가 누구의 말을 믿을지가.
 
 

 
미년. 너 언제 걔랑 벚꽃 보러
가기로 한 거야?”
 
내가 가자고 했어. , 안 돼?”
 
...안 될 건 없는데, 걔가 썸타는
사람 있다는 거, 헛으로 들은 건
아니지?”
 

 
그것도 알고 있어.”
 
아는 애가 그래?”
 
그렇게 치면 너도 알만한 애가,
그 형이 말해도 될 걸 왜 전달해?”
 

 
설마 그거 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말한 거?”
 

 
별 생각 없었나봐?”
 
“..흐음, 이제 좀 이해가 가네. 난 걍
컨디션 안 좋은 줄. 뭐 정 그렇다면
난 축제 따로 갈게. 근데,”
 
“?”
 

 
몰랐던 거랑 알면서도 그러는
거랑은 다르지 않냐?”
 
 
 
 
 
.
.
.
 
 
 
 
 
청춘이 지기 전에 12
- EP 12. 꽃샘추위
 
 
 
 
 
 
.
.
.
 
 
 
 
 
지독했던 감기도 끝물에 다다랐다.
감기가 떨어지는데 큰 공을 세운 건
환자인 내가 아니라 주변인들의 성화에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어서였다. 나는
귀찮음에 병을 더 키우는 사람인지라,
요번 감기는 오래 갈 것이라 점쳤지만
가만히 놔둘 보검이나 강준이가 아니었다.
알람이라도 맞춰놓은 듯 귀신같이 내가
까먹고 있을 때쯤이면 문자가 날아와
복용을 알려주곤 했다. 그리고 동생들,
민현이 오빠 등등 괜찮냐는 안부인사에
감기라면 학을 떼게 생겼어. 나는 최단
기간에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애들은 오고 있대?”
 

 
갱준이 회의가고, 육재는 막 나왔대.
남주혁이랑 올 것 같더라. 빡검은
연락 안 되고.”
 
 
겨우 보충수업을 해줄 수 있게 되어,
나는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도서관을
애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도서관은 과
건물보다 위쪽에 자리해 있어서 다리에
알 생겨가며 올라가긴 싫었기에, 한 시간
이상 머물러본 적은 없었다. 차라리 대학
근처의 카페를 가는 게 덜 힘들거든.
 
아 이것들 공부할 생각이 있는
거야? 아주 여유롭지 그냥.”
 

 
다 같이 도서관 가는 건 처음이네.”
 
난 도서관 아예 처음 가봐.”
 
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
사람임?”
 
야 니는?”
 

 
진즉에 사람이길 포기했지.”
 
 
세훈이와 캠퍼스를 걷는 건 손에
꼽는 일이었다. 과팅 이후로 급격히
친해진 우리는 단둘이 있어도 그림이
이상하다거나, 속이 간질거리지 않았다.
아마 나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우리 다음 주에 체육대회지?”
 
. 그러고 2주 뒤에 중간고사
실화냐? 벚꽃 구경도 못하겠네.”
 
하루 이틀 공부해본 거 아니잖아.
우리는 제우스라고.”

 
웬 제우스?”
 
벼락치기 존나 잘하잖어
 
하긴 빡검처럼 2주 전부터 준비하긴
능력치가 딸리긴 해. 축제 언제부터임?”
 
“10초 만에 인정하네.”
 
 
1층에서 먼저 자리를 예약하고 열람실로
가기로 한 우리는 기계 앞에서 한참을 버벅
댔다. 자리를 잡아봤었어야 말이지, 학생증
카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깨달은 날
이었다. 다들 시험이 다가온답시고 공부를
하러 오는 건지, 자리가 얼마 없어서 자리를
확보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나중에 자리가 더 나겠지, 하며 우선은
나와 세훈이 자리만 예약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등을 졸졸 쫓으며 체육
대회에 관해 떠들어대던 나는, 우뚝
멈춰버린 세훈이에게 코를 부딪쳤다.
 
 
“!”
 
그래서 결승은 컴공이랑 뜬다
뜨흡!”
 
 
코뼈 부서지는 줄 알았네; 가뜩이나
콧대 낮아질까 노심초사인데 큰일날 뻔
했잖아. 나는 그에게 승질을 부렸다.
 
 
야 왜 가다 말아!”
 
 
내 말을 곱게 무시한 세훈이는 몸을 돌려
손을 잡았다. 그리고 상황 설명도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갑자기 뇌가 안드
로이드화 되버렸나?? 몇 마디 더 쏘아
붙이려는데 굳어버린 그의 표정에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세훈인 도서관
로비 입구 까지 나와서야 입을 열었다.
 
 
“???”
 

 
딴 데 가자.”
 
? 겨우 빈자리 찾았는데
다른 곳으로 가자고?”
 
너무 조용해서 집중 안 돼.”
 
카페를 가자고 하지 그랬어.”
 
카페 가면 공부 안 될까봐.
근데 도서관은 공기부터가 갑갑해.”
 
 
마치 번지점프를 뛰기 직전 포기한 사람
처럼 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들에 잔뜩 의문점만 띄워놓다가 확고
한 그의 고집에 한 보 물러나기로 했다.
 
분명한 건 세훈이는 거짓말을 하고있다
는 거였다. 진짜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까다로운 남자네.”
 
애들한테 전화해서 과방에서 공부
하자고 해. 아님 빈 강의실이나.”
 
 
과제를 넘겨주더니 다시금 계단을
올라가려는 세훈이었다. 혼자 왜 저래?
나는 급히 그를 붙잡았다.
 
 
“? 어디가?”
 

 
나 잠깐 볼일.”
 
똥 싸냐?”
 
이응. 5분만 기다려라.”
 
폰겜하지 말고 1분 컷해라.
나 여기 앉아 있을게.”
 
 
뭐지, 싶으면서도 그가 말을 해주지
않으니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해결되면 알아서 입을 열지 않을까?
 
미행하고픈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태용이처럼 은신스킬에 스텟을 찍어
둔 사람이 아닌지라 그만두었다.
 
 
뭐지....”
 
 
하염없이 쇼파에서 신상 맛집을 검색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어깨를 건드
렸다. 나는 화색을 띄고 돌아봤다가,
더욱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 오빠!”
 

 
왜 혼자야?”
 
 
저번 주 PC방 사건 이후로 다시 보게
된 민현이 오빠였다. 내 걱정과 다르게
선미는 진우 오빠나 민현이 오빠에게 내
무모한 행동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던 듯,
며칠이 지나도 그 일에 대해선 뒷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나 혼자서 애가 탄 게 민망
해졌지만, 당시 나는 무척 긴장했었다.
필터링 거치지 않고 내뱉은 건 근래에
처음 있는 일거든.
 
확실히 선미의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도,
넘어가준 것에 의아했다. 별 일 없으니
다행이긴 하다만.
 
 
여긴 웬일이에요?”
 
우리 과 건물 도서관 근처잖아.
넌 밑에서 올라오느라 힘들었겠다.”
 
그쵸, 힘들게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 가야해요.”
 
? 같이 공부하면 좋을 텐데.”
 
친구가 도서관 너무 조용하대요.”
 

 
도서관은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당연한 소리에 나는 수긍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단톡방은 감히 똥개훈련을
시켜?’, ‘존나 변덕 심하네 새기야.’
별의 별 원성들이 쏟아져내려고 있었다.
제일 빡치는 건 나야 얘들아...^^
 
 
오빠도 공부하러 가는 길이에요?”
 

 
. 나 후배들이랑. 저기 오네.”
 
 
후문으로 들어오는 대여섯 명의 후배
들이 민현이 오빠를 알아보고 우다다
달려왔다. 저번에 오락실에서 봤던 애들
이잖아? 내가 알아보듯 그들도 나를
보고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선배~”
 

 
어라, 그 때 에임장인이잖아. 둘이
또 근처 오락실 도장 깨기하고 온 거
예요?”
 
오늘은 아니야. 근데 도장 깨기라
하니까 도전의식은 생긴다. 넌 어때?”
 
뭐 좋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잖아요.”
 

 
ㅋㅋㅋ선배 친구 웃겨욬ㅋㅋㅋㅋ
담에 저희 가르쳐주세요!”
 
 
민현이 오빠를 선배라 부르는 애들은
자신들을 18학번이라 소개했다. 이왕
얼굴도 알게 된 겸, 나도 간단히 자기
소개를 했다. 우리는 서로 쇼파에 앉아
과 얘기, 게임 얘기들을 했다.
 
 
아 혼자 여자인 거예요? 초반에
되게 불편했겠다...”
 
남자친구 있어요?”
 
다른 게임 또 할 줄 아는 거
있어요?”
 

 
한 명씩 물어봐. 정신없다.
궁금한 게 왜 이리 많은 거야?”
 
 
어쩌다보니 스무고개를 하게 되어 난감
했던 찰나, 오빠가 알맞게 끊어 주었다.
그리고 후배 한 명이 파티해체를 알리는
말을 하면서, 다들 일어나게 되었다.
 
 

 
도환이 왔다는데? 가자.”
 
“!”
 
선배 음료수 사서 가요!”
 

 
. 00야 수업 때 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네 선배...”
 
 
에이, 설마. 동명이인이겠지.
과대망상은 그만하자 000.
쟤네는 스무 살이야, 나이도 다른데
내가 아는 애가 맞을 리가 있겠어?
 
나는 훌훌 털어버리곤 곧바로 내려온
세훈이와 과방으로 향했다. 아니라고
단정 지으니 의심은 싹 가라앉았다.
 
 
과방에는 다들 수업에 갔는지 소수의
인원이 남아있었다. 그 중 의자에서
나를 보고 반색하는 태용이와, 먼저
도착한 동기들이 세훈이를 갈군다.
 
 
너희 여기서 뭐해?”
 

 
시간 붕 떠서 걍 있었어요.
전정국은 낮잠 자고.”
 
공부할래?”
 
“...방금 되게 안 어울렸어요.
말이랑 사람이랑.”
 
 
그럼 나는 뭐랑 어울리는데 시끼야.
하도 놀러 다니는 거만 봐서 내 진짜
실력을 모르는구나?(양심 0%)
 
 

 
니는 도서관에서 전여친이라도 목격
했나 왜 갑자기 과방에서 공부하자고
지랄이야. 학생증 찾느라 뻘짓했네.”
 
소중한 물건 찾아서 잘 됐네.
그리고 째깍째깍 좀 다녀라 인마.”
 
, 만년 지각쟁이가 할 소리?”
 
 
티격태격대는 애들을 냅두고 쇼파에
곤히 잠들어 있는 정국이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기척이
느껴지지도 않나봐. 나는 주혁이를 불렀다.
 
 
야 얘 속눈썹 핵 길어. 봐봐.”
 

 
, 빗자루인데? 눈 오면 우리 집
앞마당 치워달라 해도 되겠음.”
 
상상하니까 개웃곀ㅋㅋㅋㅋ
아 근데 정국이 되게 예쁘게 자는
거 같지 않냐? 엽사각이 안 나와;”
 
이쯤에서 꺼내보는 뭉치의
딥슬립 컬랙셔언~”
 
니만 있는 거 같지?
오늘 단톡방 터뜨려봐?”
 

 
저기, 제 눈건강도 생각해주셔야죠.
그런 건 둘이 갠톡으로 하세요.”
 
참고로 육성재 사진이 제일 많다.”
 
ㅅㅂ?”
 
 
깔깔깔, 과방이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자 정국이가 부스스 일어났다.
 
 

 
“.....???”
 
정국이 일어났다!”
 
“! 으아!!!!”
 
야 왜 못 볼 거 본 것처럼 그래.
괜찮아?”
 
. 너무 가까이 있었...”
 

 
그러게 니 얼굴 심약자 주의라니까.”
 
응 니 얼굴~”
 
“.....”
 
 
세훈이가 나를 퉁퉁 치면서 정국이를
보라고 한다. 얜 웃겨 죽으려하네.
 
 

 
정국이 얼굴 빨개졌엌ㅋㅋㅋ
빨리 사과해 뭉치.”
 
, 많이 놀란 거야?? 아니 난 그냥
사람이 안 망가지고 예쁘게도 자는 게
신기해서;; 심장 떨어질 뻔했다면 미안
하다야...”
 

 
아니요. 괜찮아요.”
 
맥박 재줄까? 잘 뛰나...
야 정국이 심장 없는데? 안 뛰어!”
 
심장이 손목에 있냐 등신아?”
 

 
뛰는 게 안 느껴진다는 거잖냐
병시나. 목에 재봐 목에.”
 
정국아 목 내놔 봐!”
 
그 뭐냐, 너희들 보니까 고등학생
때 읽었던 책 생각난다.”
 
뭔데요?”
 

 
병신과 머저리
 
개새.”
 

 
“....공부한다 하지 않았어요?”
 
 
아 맞다. 그랬었지.
우리는 태용이의 직격탄에 흠뻑 정신을
차리고 책상으로 삼삼오오 모여 책을 폈다.
마법이라도 걸어놨나 피자마자 하기 싫어.
태어나기 전의 나는 설정을 어떻게 만들어
놨기에 흥미가 눈꼽만큼도 없는 거냐.
 
 
일단 필기 베끼고. 모르는 거 있음
물어봐. 근데 이해시켜줄 거라 믿지는
말고.”
 

 
야 나 모르는 거 있는데.”
 
뻥치지마 샛기야.”
 
선생님이면서 제자의 열정을
모른 체 할 수 있습니까?”
 
필기 이제 줬다 빡대가리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니 필기
매번 졸면서 함? 이건 뭔 글씨야.”
 
 
내가 그 날은 장담컨대 빡공했다.
한두 명이 빠져야 말이지, 나 없인
필기를 부탁해줄 사람이 없어 막중한
임무를 등에 업고 펜을 끄적였건만,
돌아오는 말은 글씨해독이라니...
 
하지만 일리 있는 말이었다.
 
 
어디 봐. ......”
 

 
“......니가 봐도 모르겠지?”
 
으음......”
 
여기 암호해독 가능하신 분~”
 
저요! !”
 

 
무슨 글자길래 그래요?”
 
 
마치 원시인이 남긴 벽화를 감상하듯
내 책을 잡고 글씨를 읽어보는 동생들
이다. 견학 온 줄 알았어 이것들아.
 
문자해독으로 또 딴길로 새나 했다가,
다시 제 목적으로 돌아온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공부를 했다. 커다란 문제는 없었
으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보검이가 이곳에
오길 염원했다. 나 공부 관련 질문 받는 거
굉장히 어색하고 어려워;; 월등히 성적이
좋기로 소문난 보검이라면 발가락으로 우릴
가르쳐줬어도 이해력이 샘솟았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용이와 정국이가
2학년 공부에 호기심을 보여 그거대로
가르쳐주느라 혼이 났다.
 
 
“......”
 
...? .”
 
 
더 이상 질문 안 받고 싶다!
오세훈 질문은 특히나 심오해서 이해
시켜주는 나까지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제발, 오늘 저녁 뭐 먹냐는 질문이어라.
그건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자신 있게
대답해줄 수 있었다.
 
 
너 고등학교 때 남친 있었댔지?”
 
그랬지.”
 

 
걔 많이 좋아했냐?”
 
 
이건 또 무슨 삼천포로 빠지는 소리지.
나는 고개를 들어 세훈일 바라봤다.
우리는 옛적에 이성친구에 대해 얘길 나눈
적이 있었으나 자세한 속사정은 캐묻지
않았었다. 고작 몇 번 사귀어 봤고, 어쩌
다가 사귀게 됐는지 정도? 무엇보다 나의
경우 더더욱 말조심해야 했었다.
 
 
...좋아했지. 아직 걔만큼 누굴 좋아
해본 적은 없어. 그 이후로 연애를
제대로 안 해봐서.”
 
걔가 만약 다시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야?”
 
, 말이 되는 소릴 해.
헤어진 지 2년도 더 지났어.
그 자식은 나 잊어버렸을 걸?”
 

 
“........”
 
네가 걔한테 잘해줬음
후회하지 않았을까?”
 
“.........후회할 리가 없어.”
 

 
왜요?”
 
걔는 나랑 있었던 시간들을
후회했는걸. 이유도 없었어.”
 
 
지금까지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내가 싫어진 이유가 뭐냐고 물어도,
어차피 헤어지는데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냐고 되려 반박했던 사람이었다.
 
 
설마 다시 사귀자고 하면...”
 
 
글쎄. 돌아갈 수 있을까?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헤어졌더라도, 그가 날 좋아했을 때의
모습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고백 받은 날까지도.
 
 
야 길치. 오늘은 안 데려다줘도
되냐? 집 찾아갈 수 있어?’
 

 
아니 그냥 갑자기 네 생각이 나길래,
지나가는 길에 와봤다. 여긴 학원차
몇 시에 오냐?’
 
지금 고백하는 거야. 너한테.’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생각해서 뭐해? , 공부나 해.”
 
“......”
 
태융아 책 구경 다했으면 주겠니.”
 
“......”
 
얌마?”
 

 
, ?”
 
니가 봐도 어렵지? , 내가 이런
걸 다 공부한다 응. 졸라 대단해~”
 
누나 그래서 이거 답이 왜
1이에요?”
 

 
아니 잠깐. 공부한댔지 안다곤 안
했는데ㅎㅎ 왜 나한테 물어보니...
 
누나가 문제 맞췄길래요.”
 
그건 과거의 나고 현재의 나는
기억나질 않는단다.”
 
 
웃어 넘겼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세훈이
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은 아니었기에,
나는 세훈이의 이상행동들을 연결시키려
머리를 굴렸다. 그와 내 전남친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으니까, 언젠가는 나와
우도환이 사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
이다. 어쩌면,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게 떠본
것일 수도 있겠지. 그럼 왜 하필 오늘에서야?
 
 
도환이 왔다는데? 가자.’
 
 
열람실을 가다만 이유가,
우도환을 발견했기 때문에?
여자애가 말한 사람이 진짜
도환이가 맞았다고?
 
 
저 세훈...”
 
야 대박!!!”
 
 
문이 요란스레 열리면서 내 말이
묻혀버렸다. 동기 중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면서 폰을 흔들어댔다.
저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다시 세훈이에게 눈을 돌렸다.
 
 
뭐야, 중간고사 없어졌대?”
 

 
오늘 저녁은 오세훈이 쏜대?”
 
돌았나.”
 
걔네 사귄대!!!!”
 
 
?!
저게 더 중요한 거 같다.
 
 

 
누구? 누구누구????”
 
아 이름을 말해줘야지 똘빡아
걔네라고 하면 참새가 사귀는지
고구마가 사귀는지 어떻게 알아!!!”
 
참새랑 고구마가 사귄다고?”
 
 
숨을 고르길 마친 동기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입맛을 다신다.
, 해 넘어간다 빨리 말해!
 
 
박보검이랑 주현이.”
 
, 므에에????”
 
히에에엑???”
 

 
구라치다 걸리면 유 손모가지
댕강 오케?”
 
뻑킹이다 샛기야 못 믿겠음
애들 프사보면 될 거 아녀.”
 
 
프사 봐!!! 나는 내 휴대폰의 행방을
찾다 빠르게 포기하고 정국이의 폰을
옆에서 구경했다. 다들 눈에 불이 날
것 같았다.
 
 
, 미친.”
 
 

 
진짜네? 사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커플프사야 얘네는???
소름이 등에 쫙 돋았다.
거봐, 내 촉이 맞았잖아!!!
 
 
누구!!!!!!”
 
누가 사귄다고?!?!”
 
 
동기가 문을 열고 말했기 때문에
사귄다는 단어에만 반응한 과
사람들이 속속 과방으로 달려왔다.
 
 
야 누가 피리 불었냐;;
과 사람들 다 튀어나오잖아;;”
 
걍 현수막을 거는 건 어때.
우리 학교 총장님도 알게.”
 
 
후발주자로 뛰어온 사람들은 바로
회의를 막 마친 학생회 사람들이었다.
거기엔 강준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 누가 사귄다고!!???!”
 
“..........”
 
 
강준이가 너무 빤히 보길래 나더러
대답하라는 소리인 줄 알았다.
나는 작게 소근 거렸다.
 
 
이것은(두둥)”
 
 

 
뒷북이니라(두둥)”
 
 

 
“.......
 
 
공부는 글렀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
 
 
 
 
 

 
, 니 오랜만이다?”
 
“..........”
 
할 말 없냐?”
 

 
내가 무슨 말을 해?”
 
우리한테서 등 돌리고 인생 말아
먹을 것처럼 놀더니 도서관에서
만나게 될 줄은. 코미디 아니냐고.”
 
그러게. 너도 도서관은 잘 안 오는
놈 아니었던가? 난 과 건물이 앞이라.
너 기공(기계공학과)이라며?”
 
하성운이 그러든?”
 

 
. 너랑, 서강준, 육성재도.”
 
착해빠져선 오질라게도 다 불었네.
더 들은 건 없냐?”
 
또 있어야하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아.
그리고 우리 과에 얼씬도 말고.
그 정도 양심은 있지?”
 

 
언제부터 오세훈이 말이 많아
졌지. 뭐가 있긴 한가 봐?”
“........오늘 이후로 마주치지
않았음 좋겠다는 소리야.”
 
도환이~ 음료수 사왔다!”
 
“.....”
 
, 팔자 좋아, 친구도 그새 만들
었네? 학교생활 즐겁게 해라. 간다.”
 
 
 

 
누구야? 친구?”
 

 
“.......친구....였던 놈.”
 
 
 
 
 
 
.
.
.

※만든이 : 콩이님
 
 
 
<>
 
 
요새 늦기도 늦고 분량이 성에
차지가 않네요ㅠㅠ 항상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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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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