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by. HEART)




BGM: EXO (엑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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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수능 때문에 떨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많이 자겠다고 10시에 누우면 뭐해,
맨날 1시까지 공부하다 잤더니
그저 눈이 말똥말똥하기만 했다.

결국 한참을 뒤척이다 잔 것 같다.
긴장해서인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머리를 질끈 묶고 세수를 하고는,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시험장에 앉아 오답노트를 펼쳤다.
하지만 생각보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
이제 수험생활이 끝난다는 것에 들떠서 일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45문제를 전부 다 풀고 든 생각은,
, 평가원한테 엿먹었다, 였다.
6, 9월땐 이런 난이도가 아니었는데..
누가 모평 열심히 보랬냐,
쓸 데가 없어 무슨.

EBS연계도 지랄이었다.
아니, 수능특강에 실린 거랑 같은 소설이긴 한데,
수능특강에 있는 건 앞부분이었고
지금 문제로 나온 건 뒷부분이잖아.. 이게 무슨 소용이지.

속으로 평가원을 열심히 욕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마킹을 했다.
그리곤 마킹 실수는 안 했나 쭉 훑어 보고는,
풀면서 헷갈렸던 문제들을 하나씩 다시 봤다.


종이 치고, OMR이 걷혔다.
벌써 한 과목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비문학 문제집을 몇 권이나 풀었는데,
정작 내 성적이 결정나는 건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앞으로 나가, 가방에서 수학 오답노트를 꺼내 들고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오답노트를 읽었다.


2교시가 시작하는 종이 울리기 무섭게,
곧바로 시험지를 열어 문제를 하나씩 풀어 나갔다.
그런데 감독 선생님이.. 더럽게 시끄럽다.
기침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내가 그렇게 말을 하는게 오히려
다른 친구들한테 방해가 될까 싶어,
결국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귀를 틀어막곤 문제를 풀었다.
부감독 선생님은 왜 보고만 계시지,
좀 조용히 하라고 눈치 좀 주지..

오늘도 30번 문제는 더럽게 어려웠다.
옆의 여백을 전부 다 쓰고도, 결국 풀지 못했다.
아무 것도 마킹을 하지 않을 순 없어,
대충 그럴 듯해 보이는 숫자를 적어 넣었다.


점심을 먹으며, 허탈함을 느꼈다.
벌써 두 과목이나 끝났다니.
집중해서 풀다 보니, 오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3교시가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듣기를 열심히 풀며,
간간히 페이지를 넘겨 독해 문제도 풀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평가원은, 나를 엿 먹였다.
대체 왜, 6, 9월과 다른 난이도일까.
연계가 된 듯 했지만 쓸 수가 없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내용의 지문이었지만,
정작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문법이 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시험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시발, 연계는 무슨 지랄

나 수능특강 왜 봤냐

나도 어제 변형 문제집 존나 열심히 봄

평가원 진짜 시발이다


나도 동감.
연계율은 70프로라 지껄여도,
체감 연계율은 한 자릿수다.


한국사 시험, 사탐 시험이 순식간에 끝났다.
어느새 제2외국어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있었다.
이제 수능이 다 끝난 기분이라,
차마 시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건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으니까..
아니다, 잘 보면.. 대체할 수도 있긴 하지..

하지만 결국 집중을 하지 못하고,
그냥 바로바로 눈에 들어오는 답을 체크한 뒤
OMR을 제출했다.





수능이 끝났다.
이 시험을 위해 오랫동안 달려 왔는데,
하루만에 모든 것이 결정 나버렸다.
허탈함과,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 한 순간을 위해 그토록 노력해왔다니.




수고했어


고사장을 나와, 학교로 돌아가자
벤치에 앉아있던 찬열이가 일어나 나를 안아 주었다.
얘는 왜 벌써 여기 와있지?
아 맞다, 찬열이는 제2외국어 안 쳤구나.


허무하다

그러게.. 나도


씁쓸한 마음으로, 학교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끝나서 좋기는 하지만,
결과를 모르니 아직 안심할 수가 없다.


복도로 들어서자, 이미 국어와 수학 영역은
정답이 벽에 붙어 있었다.
국어랑 수학은 잘 본 듯 하니, 가채점 해 봐야겠다.
수험표를 뒤집어, 적어 온 정답과 벽에 붙은 답지를 비교했다.


지금 확인하게?”

, 너는?”

나는 내일 하려고,
아직 수능이 끝나서 홀가분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ㅋㅋㅋㅋ알았어


그리고, 하나하나 정답을 체크할수록,
내 미간도 점점 찌푸려져 갔다.
, 국어 생각했던 것보다 7점이나 더 까였다.


“..어때?”

국어 좆됐어

…”


, 짜증나. 수학은 잘 봤겠지?
곧바로 수학 정답을 하나하나 맞춰봤다.
다행히 이건, 딱 예상한 것만 틀렸네.


수학은..?”

이건 예상한 대로야

헐 나 이거 찍었는데 맞췄다


답지를 바라보던 찬열이가,
28번 정답을 바라보더니 내게 말했다.


아니, 이거 진짜 안 풀려서 그냥 1로 찍었는데 맞았어,
와 미친 대박이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얘기하는 찬열이다.
좋겠다, 나한텐 왜 그런 행운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울적한 마음으로,
차마 답지 앞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서성거렸다.


헐 영어 답지에요?”


그러던 와중, 교무실에 계시던 선생님이
종이 한 장과 테이프를 들고 나오셔서
벽에다 답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더럽게 빠르네, 그새 영어 답지도 나왔냐.


아 시발 진짜..”


빈칸 결국 망했구나,
찍은 거 다 틀렸네.
영어에서도, 예상보다 5점이나 더 까여버리고 말았다.


밥 먹으러 가자..”

..”


영어 답을 한 번 더 체크하고는,
찬열이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던 파스타 집으로 갔는데도,
음식이 하나도 맛있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 등급 망했겠다. 재수해야 하나..
아니 고3을 일년 더 하는 건 진짜 미친 짓인데..
수시 넣은 거 붙을까?
사탐은점수 좋았으면 좋겠는데..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었다.
곧 찬열이의 폰으로 전화가 왔고,
곧바로 전화를 받는 찬열이다.


어 형, 저녁 먹고 있지. ㅇㅇ이랑.
나 수학 28번 찍었는데 맞췄다?
아니 내가, 1로 썼는데….”


찬열이가 신이 나서 자랑을 했지만,
나는 하나도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먹고 싶지가 않아,
포크를 내려 놓고는 폰을 집어 들었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었지만,
아무 것도 답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네이버로 들어가서,
수능 관련 기사들을 읽을 뿐이었다.


ㅇㅇ아 안 먹어?”

응 배불러


박찬열 기분 좋아 보인다, 좋겠다.
그렇게 찬열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다,
계산을 하고는 밖으로 나와
바로 옆의 카페로 들어갔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끝나면 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잘 치지를 못해 너무 우울했다.

휘핑크림을 휘적이며,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직 가채점을 하지 않은 박찬열은,
여전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내일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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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응 내일 봐


박찬열과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복잡한 마음을 떨쳐버리려 샤워를 하고는,
컴퓨터를 켜 정답이 올라와 있는지 확인했다.

이제 제 2외국어까지 다 떴네,
마저 채점해야겠다.

사탐에선 헷갈리던 문제를 결국 하나 틀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예상한 대로 였다.
찍어서 맞추거나, 운 좋게 수능 대박이 나는 건
내게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가고 싶던 학교는,
절대 가지 못할 게 뻔했다.
재수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직 수시 결과가 비록 나오진 않았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
하나는 1차를 붙어 면접을 보러 가면 되지만,
나머지는 아직 발표가 채 나지 않았다.


잠을 자려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너무 우울했다.
내가 생각한 수능이 끝난 후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카톡


이 시간에 누구야, 라고 생각하며
짜증스럽게 폰을 들었고,
찬열이에게서 온 톡을 확인할 수 있었다.


-ㅇㅇ아 나 방금 가채점 했어
-근데 생각보다 말았어
-너무 말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어떡하냐….


박찬열도 생각보다 못 봤구나.
내일 채점한다더니, 궁금해서 오늘 했나 보네.
정말 못된 생각이지만,
찬열이가 수능 대박이 난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기분으론, 아무리 대박이 났다고 해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나도 그래
-찍어서 맞춘 것도 하나도 없다

-나 ㅋㅋㅋㅋㅋ 웃을 일이 아닌데
-너무 어이없게 많이 틀렸어
-아 진짜


그렇게 찬열이와, 서로 우울한 카톡을 주고 받다가,
새벽 3시쯤이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붙였다.


.


아침에 힘없는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복도에는, 어제 본 시험지들과 답지가 가득 붙여져 있었다.
그 앞에선, 미소를 지으며 채점을 하는 친구도,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이미 어제 채점을 다 했기에,
느릿하게 눈길만 한 번 주고는 교실로 향했다.


여기에 점수 적어 내고 가면 된다,
다들 고생했어


담임 선생님에게서 종이 한 장을 받아 들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점수를 기록했다.
실망하시겠다.. 나 되게 잘 챙겨 주셨는데.

점수를 적고, 교탁 위에 엎어서 종이를 낸 다음,
곧바로 가방을 메고 집으로 들어 왔다.
지금은 그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뭐냐

나 금공

..”


노크도 없이 오빠가 문을 열어젖히더니,
침대에 엎어져 있는 나를 슬쩍 보고는
책상 앞의 의자를 빼 앉았다.


잘 쳤냐

그럼 이러고 있겠냐


까칠하게 대답하자,
머리를 긁적이더니 내게 말하는 오빠다.


너무 걱정하지마,
입시가 운이 존나 중요하거든.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데 가게 될 수도 있어,
나도 수능 말고 너처럼 세상 잃은 것 같이 있었는데
뜬금없이 수시 하나 붙어서 대학 다니잖아,
내 주변에도 생각보다 잘 간 애들 많고.”

그래 고맙다..”


별 말 안 했지만,
생각보다 잘 갈 수 있다는 말에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는 듯 했다.
그래, 그렇게라도 희망을 가져야지.
지금 다 끝난 마당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뭐..


너 오늘 아무 것도 안 먹었지, 치킨 먹을래?”

그러든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전화를 걸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는 오빠다.
치킨이 안 땡기네, 진짜 웃긴다.


너 폰 바꾼다며, 언제 갈래

난 새 폰 살 자격도 없어..”

뭐래, 아이폰 8 산댔나, 오늘 갈래?”

아니 걍 쓰던 폰 계속 쓸래

너 그거 쓴지 2년 반 됐잖아,
자꾸 막 꺼지고 그런다며

그냥 쓸래, 좋은 폰 사 봤자 뭐해


수능 끝나고 시간 많으면
하고 싶은 것들이 진짜 많았는데,
지금은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가 않는다.
수능 말았는데, 내가 뭘 하냐.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는 내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는 오빠다.
평소엔 별로 쓸모 없는데,
정말 이렇게 가끔은 위로가 되어 주네.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초인종이 울렸고 오빠는 치킨을 받으러 나갔다.


다 차렸다, 나와


그리곤 나를 부르지도 않고 혼자 상을 차리고는,
내게 나오라고 말하는 오빠다.


, 건배


잔 두 개에 생맥이 가득했다.
기분도 더러운데, 이거라도 마실까.
잠깐 멈칫하다, 곧바로 잔을 들어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는 마치 고무를 씹는 것 처럼,
치킨을 느릿하게 씹기 시작했다.

몇 조각을 먹지 않았는데 배가 불렀다.
대충 손을 휴지로 닦고는,
아무 말 없이 침대로 가 다시 누웠다.
다 의미 없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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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고,
합격 예측 프로그램을 돌려 봤다.
상황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했다.
시험이 나에게만 어려웠던 게 아닌 탓에,
생각만큼 등급이 낮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점수였다.

우울했고, 무력했다.
이렇게 1년을 더 하게 되는 건가,
하긴 그것 말고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1년 더 하지 뭐,
그동안 노력한 게 얼만데, 겨우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눈 꼭 감고 1년만 참자.
4년을 우울하게, 가고 싶지 않던 대학 억지로 다니는 것보다
그냥 1년 희생하고 행복한 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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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더 지나고,
수시 1차 결과를 전부 확인할 수가 있었다.
결과는.. 6개 중 5개가 불합격.
수능 전 발표 났던 하나가,
유일한 합격이었다.
나는 이거 안 붙으면 진짜.. 꼼짝 없이 재수겠다.

곧바로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 지금.
1년 더 하긴 싫잖아,
여기라도 가야겠다.

기출 문제를 전부다 프린트 하고,
면접 후기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봤다.




, 뭐 그리 프린트를 많이 하냐

면접 준비 해야 돼

“…어떻게 됐냐

한 군데 말고는 다 일차 불합격이야


울컥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결과를 다 확인한 직후,
이미 펑펑 울었기에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나 보다.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막상 떨어진 걸 확인하니 너무나 우울하다.


야 면접 학원 갈래? 나 갔던 데 괜찮음

“…


비싼 걸 알지만, 1년 재수 비용 보다는 이게 낫겠지.
결국 오빠가 등록해 준 학원에서,
단기로 면접 준비를 하게 됐다.


.


어느새 면접 당일이 되었다.
학원에서 열심히 연습한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떨리는 두 손을 맞잡고 가만히 대기를 했다.


들어오세요


허리를 펴고, 자신감 있는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자신감 있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름 망치지는 않은 것 같다,
내 대답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면접관을 생각하면.

말끝도 얼버무리지 않았고,
말도 빠르지 않게 했던 것 같고.
대답도.. 크게 잘못한 건 없는 것 같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가만히 결과를 기다리는 거구나.


.


.. 어떡해..”

, 이제 5시야

렉걸려..”


2주간 폐인처럼 살다가,
합격자 발표가 나는 날
한 시간 전부터 컴퓨터를 붙들고 있었다.
진짜 붙었으면 좋겠는데,
나 진짜 정시 답 없는데


.. 붙었다

헐 축하해 ㅇㅇㅇ!!!!!!!아 미친!!!!!!”


그리고, 나는 합격했다.
최초합이었다, 내가.
이제 재수를 안 해도 되겠구나, 하고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가 않았다.


.


발표가 나고, 2주가 지났다.
입학금도 내고, 기숙사도 알아보다 보니
이제야 내가 합격이란 게 실감이 났다.

이제야 생기가 좀 넘치는 듯 했다.
이젠 맛있게 치킨도 먹고,
또 당당하게 새 휴대폰도 사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맘껏 기뻐할 수가 없었다,
정시에 올인하는 박찬열은 한창 원서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찬열도, 생각보다 낮은 대학들에 지원하게 되었다.
상향 하나, 하향 하나, 극하향 하나.
평소보다 수학을 너무 못 본 탓에,
생각보다 많이 학교를 낮춰야 했다.
하지만, 제일 가고 싶던 학교 하나는 상향으로 그대로 지원했다.
너도 합격했으면 좋겠다.


.




나 대기 12번이야..”

될 거야!”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하필 하향으로 넣은 한 군데가 제일 먼저 발표가 났다.
그리고 결과는 불합격.
극하향 안 붙으면 망하겠다, 싶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상향으로 지원한 학교에서
대기 12번을 받은 박찬열이다.


“12번 정도면 잘 빠질 거야

애들이 이번에 겁먹어서.. 여기 지원 안 했나 보다..”


입시는 운이라는 말이,
박찬열을 보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어떻게 하향을 떨어지고, 상향에서 대기를 받지.
같은 점수라도, 갈 수 있는 학교는
운에 따라 너무나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


말도 안 되게, 박찬열은 상향으로 썼던 학교를
추가합격으로 붙게 되었다.
4차까지만 해도 붙지 못했으나,
그 뒤 전화로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살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하루 종일 멍하니 있기만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잔인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수시로 좋은 기회를 얻었고,
박찬열은 운이 좋아 정시로 생각보다 잘 가게 되었다.

오빠 말이 맞았다,
수능 망쳤다고 좌절하기만 할 필요는 없구나,
더 잘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되는 거였는데.

사실 우울해 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냥 나는 면접 준비 열심히 하고,
박찬열은 원서를 열심히 준비하면 되는 거였다.
우울해해봤자, 우리 손해일 뿐이었다.






수능 끝난 직후엔, 와 닿지가 않아
 한 귀로 흘려 버렸던 오빠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인생엔 앞으로 더 많은 시험들이 있을 거야.
더 어려운 시험도,
더 중요한 시험도 있겠지.

너는 그냥, 앞으로 살면서 칠 무수한 시험 중에
하나를 조금 못 본 것뿐이야,
인생을 망친 게 아니라.

게다가, 살다 보면 다시는 치루지 못할,
기회가 한 번뿐인 시험도 있을 거야.
근데 적어도 수능은 기회가 또 있잖아.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

니가 100살을 산다고 쳐봐,
너는 지금 19살에 시험을 하나 친 것 뿐이야.
남은 니 80년 인생이,
고작 19살에 친 시험 하나에 좌지우지 되겠어?

이거 가지고 그렇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이 굴 필요 없어.


잘 될 거야. 힘내, ㅇㅇㅇ.”

.
.
.

※만든이 : HEART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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