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밤 완결 (1/2) (by. 빙그레)


────────────────
<태양의 밤>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1/2) => 바로가기
■ 08 (2/2)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12 => 바로가기
■ 13 => 바로가기
■ 14 => 바로가기
■ 15 (1/2) => 바로가기
■ 15 (2/2) => 바로가기
■ 16 => 바로가기
■ 완결 (1/2) => 바로가기
──────────────── 




ㅇㅇㅇ!!!!”

, 수정아!!!! 어떻게 왔어?!
원근이도 왔네?!!”





어떻게 오긴, 너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왔지. 기집애, 아까
연설 잘 하더라.”

그것까지 봤어? , 진짜 민망하다





잘 하던데 뭘. ㅇㅇ이 너
아닌 줄 알았어

뻥치기는.”

아저씨는? 안 오셨어?”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
바쁜데 괜한 시간 내는 거 같아서.
금방 끝나는데 뭐.”





야아, 그래도 인생에서
마지막 졸업식인데.
너 학사모 쓴 건 보셔야지

괜찮아 괜찮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험생의 나날 이후 눈물 콧물
쏙 빼며 그토록 원해서 들어왔던
대학교의 졸업식.

각기 다른 학교에 다니다
졸업을 한다는 내 말에 달려와준
원근이와 수정이 앞에서
어설프게 학사모를 매만졌다.

원근이도 수정이도 나도
교복을 입고 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성숙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아저씨 또 난리 치셨겠다

말도 마. 오지 말라고 하니까
아주 그냥 생떼를 쓰는데
어후. 다 큰 애기가 따로 없었다


왜애!! 나도 갈 거야!!! 집이 떠나가라
소리지르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잠시 몸서리를 쳤다.

어떻게 된 게 나이 먹을수록
더 애가 되어 가, 우리 아빠는.





다른 아저씨는?”


원근이의 장난스러운 웃음에
자연스레 시선이 손목에 찬 시계로
내려갔다. 시침과 분침은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더 많은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게. 늦네.”

바쁘대?”

몰라. 우리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내가 쏠게


안 좋아지는 기분을 억누르며 웃어 보였다.
이 곳까지 찾아와 나를 축하해준
사람들한테 티를 낼 순 없었다.

눈치 빠른 수정이가
내 기분을 알아채고는
팔에 팔짱을 꼈을 때였다.


? ㅇㅇ아

뭐 먹을래? 이 주변에 맛집이..”

저기 저 사람. 너네 아저씨 아니야?”


? 반문하며 수정이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인영이 보인다.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와중에도
손에 쥔 꽃다발이 흐트러질까
계속 확인하는 모양새에 확신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구나.


오빠


내 부름과 동시에 바로 앞에
멈춰선 인영이 작게 숨을 고른다.

이제는 익숙한 향수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미안. 늦었지.
바로 온다고 왔는데

뛰어왔어요? 땀난다.
머리카락 젖었어


까치발을 들어 그의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떼 정리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꽁해 있었는데.
땀까지 흘려가며 뛰어온 그의
모습에 바보처럼 마음이 녹는다.





졸업 축하해.”

고마워요.
..꽃 예쁘다

너 닮아서 사온 거야





.. 옆에 있는 사람 생각은 안 해요?
진짜 징그러워 죽겠네

하루 이틀이어야지.
맛있는 건 우리끼리 먹자 수정아


정겨운 목소리들의 투덜거림을 배경음 삼아
그가 내민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마주보면서 웃는 지창욱과 ㅇㅇㅇ.


내 나이는 어느덧 스물 다섯이 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설레는 존재였다.






태양
By. 빙그레






.. 되게 어색하다.
그냥 얘기하면 되는 거에요?
제가 이런 건 처음이라서.

뭐부터 얘기해야 하지.

, 호칭이요?


호칭은.. 저 대학 들어가고 얼마 안 돼서
바꿨어요. 남자친구더러 자꾸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애들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바꿨죠.



*



사실 뭐 엄청 다이나믹한 반응을
보인 건 아니었어요.

그냥 데이트하려고 학교 앞에
오빠가 차를 몰고 왔었는데,
타고 나서 제가 좀 망설이다가

오빠, 우리 어디 가는 거에요?
라고 했거든요.

맞나? 사실 정확하게 뭐라고
애기했는지는 모르겠어요.


“……”


근데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표정이 확 굳더니 급브레이크를
밟는데 오히려 제가 놀랐다니까요.


, 깜짝이야!! 놀랐잖아요





미안. 진짜 미안해.
내가.. 나 잠시 졸았었나 봐.”

?”

너 옆에 앉혀두고 내가 졸음운전..
, 미안해.”


그러더니 대뜸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게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거에요.

제가 봤을 때 오빠는 졸음운전
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두 눈 멀쩡히 뜨고
운전하던 사람이. 왜 이러나, 싶었죠.


무슨 소리야. 오빠 졸았어요?




“……? 방금 뭐라고?”

졸았냐구요. 아닌 거 같았는데

그 앞에.”

무슨 소리야?”

그 뒤에!!”

“……오빠?”


제 말에 진짜 멍청한 표정으로
저 쳐다보는데,

아 솔직히 이 때는 좀 웃겼다.
진짜 넋 놓은 것 같았어요.





“..뭐야. 나 꿈꾼 건 줄 알았잖아.”


저 이 말 듣고 진짜
한참 웃었잖아요.

제가 대뜸 오빠라고 부르니까
안 믿겼나 봐요.





나 오늘 생일 아닌데.
왜 갑자기 예쁜 짓 해?”

으음..그냥. 애들이 남자친구를
왜 아저씨라고 부르냐고 해서요.
혹시 말도 안 되는 소문 날까 봐.”

“..누가?”

에이 누구긴요. 동기 애들이지.”

동기 누구.”


, 오빠가 대학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이유요?

글쎄요.. 물어본 적이 없어서.


왜긴 왜야 너 술 먹이니까지

아 진짜 놀래라.
깜빡이 좀 키고 들어와요!

왜 너만 말해, 억울하게.
나도 할 거야 네 얘기



*



ㅇㅇ이 고등학생 때부터 지켜본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처음엔 성인이 된 ㅇㅇ이가
조금 낯설었어요.


크리스마스 땐가, 그래도 구색 갖추려고
샴페인 터뜨린 걸 못 마시게 하니까
ㅇㅇ이가 잔뜩 삐져서는 첫 술은
자기랑 하자고 약속 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새해 첫 날 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도중에 어지럽거나 속이 안 좋거나
하면 바로 그만 마셔. 알겠지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빨리 마십시다.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요





현기증? 아파? 그럼 오늘 말고 다음에..”

아 쫌!!! 자꾸 이러면 나 그냥
다른 애들이랑 마신다?!
수정이랑 원근이 불ㄹ..”


최대한 안 먹이고 싶었는데, 이원근 이름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로 술병 깠죠.
그러고 나서 술을 마시는데, 생각 외로
약하지는 않더라고요.


괜찮아?”

, 아직 멀쩡한데!”


너무 약한 것보단
나은 것 같아서 안심했죠.


솔직히 대학 생활은 술밖에 없잖아요.
근데 내 욕심 채우자고 술자리를
안 보낼 순 없으니까.
그것도 하나의 사회생활인데.
너무 구속하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주량이 약하면 걱정이 커지니까요.


ㅇㅇ아, 이제 그만 마시자

아아, 그래도 마시던 건 마저 마셔야죠


근데 얘가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심지어 취하고 나면 혀가 짧아지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취한 거 아니지?”

우움괜차능거 가타여!!”

이제 집에 가야 될 것 같은데

아니야!!”

?”

아니야아

뭐가 아니야. 집에 가는 게?”

. 아니야


그게 진짜 귀여우니까 문젠거죠.

아니, 자랑이 아니라 생각해 봐요.
남자친구 입장에서 여자친구 술버릇이
이러면 누가 마음을 놓겠냐고요.
내 눈에 예쁜 거면
남들 눈에도 예쁘게 보일 텐데.


더군다나 걔들은
나보다 한참 어릴 거 아니에요





“..진짜 큰일이네.
너 대학 가서도 이럴 건 아니지?”

!!!!!!”

하여간 대답은..”


응은 무슨 응, 그렇게
힘차게 대답해놓고

보란 듯이 대면식이라고 하나요?
그 때 거하게 취했더라고요.

집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미리 ㅇㅇ이가 알려줬던 장소로 갔더니
첫 장면이 벌주를 마시고 있는
ㅇㅇ이의 모습이었어요.

양 옆에 남자애들 끼고서.


. 지금 생각하니까 갑자기 또 짜증나네.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어어, 지금 나 노려본 거에요?
그게 언제적 일인데. 난 기억도
잘 안 나는 구만.





그거야 니가 그 날 필름이 끊겼으니까
기억 안 나는 거지. 진짜 혼날래?

..커피 타 올게요.


진짜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ㅇㅇ이가
갑자기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발견하더니 한 첫마디가


어어라아? 아저씽!!!!!”






“…

얘드라 봐바라!!!!!!
내 남자친구당!!!!!!”


..저걸 듣고 내가 어떻게 화를 내냐고요.


, 덕분에 ㅇㅇ이한테 남자친구 있다는
소문이 쫙 퍼져서 집적대는 놈들이
없었다는 게 다행이긴 한데.

그래서 놈들이 더 편하게 여기는 건가,
정반대로 남사친인 애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진짜 이걸 어디다 숨겨둘 수도 없고.
뭐 이렇게 여기저기서
들러붙는 놈들이 많은지..


여기요, 커피.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네
누군 뭐 화난 적 없는 줄 알아요?

?

누가 보면 나만 사고뭉치인 줄 알겠어
사고는 오빠가 더 많이 치잖아요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외근 나간다고 하면
맨날 어디 깨져서 들어오잖아!!!!!!





……

할 말 있어 없어?!!!

미안.



*



하여간 큰소리 나게 만들어.


, 아니에요. 저희 자주 안 싸워요.
진짠데.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실 것 까진..;;


아시다시피 워낙 저희가 연애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잖아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스펙터클 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충실할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잘 알아서
안 싸우게 되더라고요.

싸우기 보다는 그냥 어느 한 쪽이
혼나고 혼내는 정도?


, 에피소드요. ..
아까 말했던 거요.

이 양반이 외근 나갔다 온다고
하는 날이면 꼭 생채기를 달고 오거든요.

끝까지 숨기면 말을 안 해,
거짓말도 더럽게 못하면서 꼭
나중에 걸린다니까요.
그게 더 열 받는 거죠 저는.


내가, 적당히, 하라고,
했어 안 했어?”





했는데!!! 살살, 살살.”

이제 어느 정도 정리 돼서
굳이 안 나가도 된다며!!!
왜 설치다가 꼭 이렇게 다쳐서 오냐고!!!”

오늘은 진짜 어쩔 수 없었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정말로

그 말 안 믿어 이제. 한두 번 속아?”


아무래도 오빠가 하는 일이라는 게
아직까진 그렇게 안전하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는데,
그래도 웬만해서는 잘 안 나가거든요.


근데 나갔다 하면 어디 한 곳에
상처를 달고 오니까. 속상하더라구요.

지금은 거의 그럴 일이 없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어후. 말도 못 했죠.
그래서 저한테 한 소리 들은 이후로는
거의 사무실에만 붙어있다시피 했는데


어느 날은 일이 좀 크게 터졌나 봐요.


한참 자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 받고
뛰쳐나갔더니 아주 가관이더라고요.

진짜 제 인생에서 제일 화났던
순간 중 하나일 거에요.


“……”





“……”

죽을래?”

“..그게…”

이게 뭐야 대체!!!!!!”


오빠 얼굴을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 봐도
다 상처밖에 없는데 진짜 내가
복장이 터져서,


물 갖다 줄까?

얼음 동동 띄워서 갖고 와요.

, 어어.





근데 나 진짜 많이 안 다친 거야.
다른 애들은 더 심각한데 이 정도면..”

그래서 뭐.”

“……”

더 말해봐. .”

“…아니, 잘못했다고.”

대체 어떤 미친 놈들이 사람 얼굴을
이따위로 만들어?!!!”

고운 말

곱게 나가겠어 이 상황에?!”


한참 잔소리를 퍼붓다가도
다친 거 보면 속상하고. 이 사람도
오죽했으면 이럴까 싶다가도
또 피딱지 앉은 얼굴 보면
화가 끓고, 진짜 내가..


여기, 얼음물.
근데 그 날이 그 날 아니야?
, 종석이랑..

말 돌리네요?

크흠.


..맞아요. 이 때였을 거에요.
오빠한테 잔소리 하고 있는데
멀리서 신혜 언니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지고 오더라구요.


, 신혜 언니요? 저 스무 살 되고
얼마 안 돼서 만났어요. 그 때까지도
납치 트라우마 때문에 제가 잠을
잘 못 잤거든요.

그래서 오빠 소개로 간 병원에서
상담치료 받는데 그 때 처음 보고
바로 친해졌죠.


너 꼴이 왜 그래?”

“…어쩌다 보니. 별로 많이
다친 건 아니야





혹시종석이도 같이 있었니?”


여기까지만 해도 엥? 종석 오빠?
하고는 말았어요. 셋이 워낙 친했다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죠.

근데 그러기엔 언니가 너무
안절부절 하더라구요.





그런 자리에 이종석이
빠지는 거 봤냐

, 그럼 걘 더 심하게 다쳤겠네..?”

몰라 하도 정신이 없어서.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어떤 새끼가
이종석을 칼로..”





?!!!!”


아저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혜 언니가 놀라서는 입술을
바르르 떠는데, 진짜 너무
안쓰러웠어요.


아니. 칼로 찌르려고 했는데
이종석이..”

어디, 어딨어? 이종석 어디 있는데?”





나도 모르지. 아니 야,
얘기 끝까지 들으라니까?”

ㅇㅇ아, , 너는 봤어?
? 종석이 지금 어디..”

언니 진정해요. 저도 못 봤어요
방금 와서.”

어떡


신혜 언니가 털썩 주저앉는데
이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 언니?”





다시는..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
필요 없다고, 부담스럽다고..
자꾸 미안하게 이러지 좀 말라고..”

언니..”


사실 종석 오빠가 신혜 언니를 좋아하고
있었던 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던 사실이었어요.

어쩌다가 오빠랑 종석 오빠랑 셋이서
술 한 잔 하는 날이면 항상
신혜 언니 얘기만 했거든요 종석 오빠는.





그게.. 마지막 말인 거면. 내가
종석이한테 상처 주고, 상처 받은
그 애 표정이 마지막인 거면..그러면


신혜 언니한테 계속 마음을
표현해왔나 봐요. 제가 알기론 한 몇 년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신혜 언니가 아예 선을 그은 거죠.

근데 그러기엔 언니 반응이
너무 심상치 않았어요.


뭐랄까, ,
그저 친구를 걱정한다기엔 너무..





안 되는데, 그럼 안 되는데.
나 걔 못 보면 안 돼.

돌아서고 바로 후회 해놓고
용기가 없어서 되돌리지도 못했어.
이대론 안 돼. 잡아야 돼.
잡아야 되는데


너무 절절했어요. 연인을 걱정하는 것마냥.
한동안 혼이 나간 듯이 있던 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진짜 미친 듯이
커튼을 젖히고는 주변에 있는
베드를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말릴 생각도 못 했어요.
이성을 잃은 사람 같아서.


“…..아아..종석, 으으.. 종석아


얼른 언니한테 갔더니, 종석 오빠가
피에 젖어서는 베드에 누워 있더라고요.

제가 봐도 심해 보였어요.
셔츠가 온통 피에 젖어있는데,

. 지금 생각해도 정말..
떠올리기 싫을 정도에요.


아니야. 아니지? 너 진짜..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치.
눈 좀..흐으, 눈 좀 떠 봐.
제발 부탁이야. 내가 이렇게 빌게


손을 벌벌 떨면서 차마 종석 오빠한테
손도 못 대고 그러고 있는데..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쓰러질 것 같은 언니를 부축하는 것 밖엔
없더라고요.





정 선생님 아직이야?!! 내가 직접 콜 한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까지..!!!”

, 박신혜. 진정해 봐.
그럴 필요 없어.”


옆구리를 한 손으로 짚고
다리까지 절뚝거리면서 종석 오빠가
누워있는 베드로 온 오빠가 한숨을
푹 쉬는데 저게 다친 사람 앞에
두고 할 소린가 싶었어요.


..나 그런 이미지야?

아니.. 상황이 그랬잖아요 상황이.

……

삐졌어요?





아니.


.. 삐졌네. 가만 보면 완전
삐돌이라니까요?





진정?!!! 애 꼴을 봐!!!!
가뜩이나 외과의도 아니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데 왜 이것도
못하게 해, !! 니가 뭔데!!!”





.. 미치겠네. . 이종석


갑자기 오빠가 멀쩡한 한쪽 팔로
종석 오빠를 퍽 쳤어요.
나도 신혜 언니도 그 때 놀라서는,


이 미친 새끼야!!!!”


.. 저 신혜 언니가
그렇게 달려드는 거 처음 봤잖아요.


나도 여자한테 멱살 잡힌 건
그 때가 난생 처음이었어.

조심해요. 또 다쳐오면 나도
언제 잡을지 모르니까.

……





진정하고 내 말 들으라고.
저새끼 지금..”

흐윽..”

..진짜 환장하겠네. 야 박신혜 울잖아!!
더럽게 오래 쳐자네. 일어나 새꺄!!!”


저 말 듣고 신혜 언니도 저도
한 삼 초 정적이었을 걸요?
근데 거기서


뭔데…”


종석 오빠 목소리가 들려온 거죠.
누가 들어도 푹 잔 것처럼
목소리가 쩍쩍 갈라져서요.





뭐야…?”





뭐긴 뭐야, 이종석이지..??
너 울어????”

“..너 방금 전까지 의식 없었잖아.”

진통제 맞고 푹 잤지.”

너 피..종석아 너 피가..
피 엄청 나는데..옷에…”

아아, 이거 내 피 아니야.
그래서 너 울었냐니까?”

이종석 칼 맞았다며!!!!!”





칼 맞을 뻔 했는데 저 새끼가
처리하는 것까지 봤다고.
말 끝까지 안 듣고 혼자
설레발 쳐 놓고 왜 나한테 화풀이야?”

“……”


거기까지 듣고 이제 이해 됐는지
신혜 언니 얼굴이 확 달아 오르는데
으으, 같은 여자가 봐도 진짜
너무 사랑스럽더라고요. 근데





야 박신혜!!! 울었냐고!!
누가 울렸어? 어떤 새끼야?!”


ㅋㅋㅋㅋ그와중엨ㅋㅋㅋ눈치 없이
종석 오빠가 신혜 언니 얼굴 붙들고
심각해져서는ㅋㅋㅋㅋㅋㅋ

, 그 이후로는 완전 시트콤이었죠.
신혜 언니 엄청 민망했는지 괜히
종석 오빠한테 화내고,
베개로 겁나 후드려 패고


, 지금이요?

그 덕분에 깨가 쏟아지긴 해요.
시작이 조금 늦었잖아요, 그 사람들도.
서로 같은 마음인데도 신혜 언니는
도망치고, 피하고..예전에 저희같이요.


그래도 그 애들이나 우리나,
결국 잘 됐잖아.

그러게요. 오빠가 가끔 속만 안 썩이면
참 좋을 텐데.

, 그래도 예전보단..

이마에 반창고부터 떼고 말해.




……


아아, 반말이요.
모르겠어요. 그냥 좀 화날 때 가끔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긴 한데..


사실 화날 때뿐만은 아니에요.
요즘 들어서 은근슬쩍 말 놓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언제요?

이미 늦었어. 너 나한테 반말하는 거
여기에 녹화된 것만 해도 넘쳐날걸.

……


계기요. 그러게요.
언제부터였더라.



*



. 아 생각났다.

조용히 해요.

? 너도 생각 났어?

, . 그거 얘기 안 하면 안 돼요?





ㅋㅋㅋ응. 안 돼.

아아 진짜.


ㅇㅇ이 수능은 끝나고
졸업하기 전이었어요.

그 날 원래 데이트하려고
했었는데 ㅇㅇ이가 친구들이랑
놀고 온다고 해서 보내고,

마침 보영누나그러니까
이종석네 누나가 잠깐 한국
들어왔다고 해서 이종석이랑
셋이 제 집에서 저녁 같이 먹었거든요.


다 먹고 이종석은 차 빼 온다고
주차장으로 가고, 저 혼자
누나 배웅하러 집 앞에 있던 차였어요.


근데, 네 여자친구는 안 보여주는 거야?”

누나가 봐서 뭐 하게.”

너도 참 너다. 어린애 창창한 앞날을
그렇게 막고 싶니? 아직 대학도
안 들어간 애를. 걔 이제 개강하면
주위에 남자가 넘쳐날..”





“1절만 하지





엄마야. 너 지금 짜증내는 거야?
니가 연애를 하긴 하는구나

그럼 뭐 난 평생 혼자 살다가
늙어 죽을 줄 알았냐

으이그. 말 하는 거 하곤

, 누나가 얘기하니까
보고 싶어지잖아

, 너야말로 1절만 해라.”





“..잘 지내지?”


보영누나는 싱글맘이거든요.
이혼한 지는 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애가 뱃속에 있을 때 했으니까..
오 년? 정도 됐겠네요 그 당시에.

조카를 물어보는 거라는 걸
알아 들었는지 끄덕끄덕 하더라고요.





잘 지내지 그럼.”

다행이네.”

너무 걱정하지 마.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언제 한 번 와.”

그래. 나도 궁금하다


그 쪼끄맣던 게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면서 얘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저는
이종석인 줄 알았어요.


근데 ㅇㅇ이더라고요.


ㅇㅇ아


가뜩이나 누나가 여자친구 얘기해서
보고 싶었는데. 나타나줘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어쩐 일이야? 연락 하지, 그럼 내가..”

왜요, 연락하고 와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요?”

“? 무슨 소리야?”

“…오늘은 이만 갈게요.
내일..내일 얘기해요.”





ㅇㅇ아?”


근데 애가 상태가 이상한 거에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급하게 손을
잡았는데 ㅇㅇ이가 확 뿌리치더니


잡지 마!!!”

“…너 왜 그래?”

지금은 무슨 얘길 들어도
화낼 것 같으니까 내일 얘기하자고.
나 생각 좀, …”

무슨 일 있어? 왜 우는데?”

“……”





말을 해야 알지. ?”


울고 있는 ㅇㅇ이 보는데 마음이
아파서 얼른 달래는데도
울음을 그치질 않더라고요.


ㅇㅇ아, 너 왜..”

싫어.”

?”

전 애인이든 그 전 애인이든,
싫어. 만나지 마. 가지도 마.”





“…어어?”

나 안 놓는다며.”


그러면서 내 옷깃을 잡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한참 고민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얘기하는 거 들었어?”

“……”

어디서부터 들었는데?”

?! 그게 왜 궁금한데.
거짓말 하려고? 변명 하려고?
대체 날 어떻게..!!!!”

..저기…?”


ㅇㅇ이가 우니까 상황이 좀 심각한 걸
알아챘는지 누나가 슬쩍
이 쪽으로 오더라고요.


혹시 나 때문이야?”

누나 잠깐만. 나 ㅇㅇ이랑
먼저 얘기 좀..”

ㅇㅇ이? 얘가 ㅇㅇ이야?”

? 어어

저 아세요? 왜 남의 이름을 함부로..!!”





너무 귀엽다!!!!!!”

“…?”

어떡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귀여워!!!
, 지창욱 너 진짜 도둑놈 새끼구나?”





누나, 말 좀 가려서…”


그러더니 내가 말릴 새도 없이
ㅇㅇ이를 와락 껴안고는 나한테
그런 말을 해대는데, 골때렸죠.

괜히 이종석이랑 혈육이 아니라니까요
남매가 쌍으로 아주..


, . ㅇㅇ이 놀랬잖아

헐 그래?! 어머, 미안해요.”

“…..?”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아는지
동공지진. 잠깐만.


..웃음이 나와요 지금?
나 겁나 심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잖아

……

아 너무 웃겨서 말을 못... 미치겠네

……셋 센다. 하나,


. 아무튼 동공지진이 막 오더니


누구..?”

이보영이라고 해요!!!
내 이름 들어봤나 모르겠네?”

누나, 얼른 타!”

“….누나?”





“? ㅇㅇ이 넌 왜 여기 와 있어?
언제 온 거야?”





, 추워 죽는 줄 알았잖아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차에 스크래치 난 것 같아서
그거 좀 보느라고.”





얼른 가. 빨리. 사라져.”





드디어 봤는데 너무 아쉽다.
나 일본 들어가기 전에 꼭
한 번 더 봐요, ?”





아 빨리 타, 추워!!”





밖에서 오래 기다리게 한 놈이
춥다는 소리가 나오냐?”

ㅇㅇ아 다음에 보자!!”

, 예에..”


진짜 거짓말 안 하고
, 라고 대답했어요.

예 래요 예. ‘도 아니고 예.
진짜 당황한 게 눈에 훤히
드러나는데 아 너무 귀여워서.


대체 누군데…?”

이보영. 이종석.
뭐 떠오르는 거 없어?”

“……?”





남매야, 둘이.
이보영이 이종석보다 누나

“....?”

애도 있어. 이제 유치원 들어가.”

……?!!!”

대체 어디서부터 들었길래
오해를 했어? 나 그런 놈 아닌데

“..잘 지내지..부터…”





이왕 들을 거면 그 전부터 듣지.
네 얘기 하면서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제서야 얼굴이 새빨개져 가지고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어쩔 줄을
몰라하더라고요. 근데 그것마저도
예뻤어요. 가지 말라고 한 것도
나한테 소리친 것도,

다 좋았어요 저는.





고개 좀 들지.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 좀 보게.”

“..싫어요.”

아까는 반말도 잘 하더니
왜 도로 아미타불이야?”

그런 말 쓰지 마요. 진짜
할아버지 같아

그럼 고개 좀 들어 봐.”

“….이에요.”

?”

아 쪽팔리다고!!!!!!!”


진짜 귀여워서 죽을 뻔 했다니까요.
아마 그 때부터 일걸요?

화나거나 당황하거나 하면 반말하는데
요즘 들어서 점점 그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 결혼 준비하는 커플들이
이 시기에 많이 싸운대요.
심하게는 파혼도 한다던데.





아 뭔 소리야. 못 물러 너.

그럼 시간 좀 내요.
바쁜 거 아는데 오빠만 바쁜 거 아니잖아
같이 살 집이고 같이 쓸 물건인데
왜 나 혼자 골라요?

..회장님 해결해 주면 나 진짜
하루 종일 네 옆에 붙어 있을게

어휴, 아빠도 진짜 심술 좀
적당히 부려야..


ㅇㅇ아 뭐해!! 준비하러 가야지!!!”

어어, 지금 갈게!!!”


인터뷰 분량 이 정도면 됐죠?
저희 지금 준비하러 가 봐야 해서.

오늘 결혼하거든요, 우리.

.
.
.

태양의 밤 완결 (2/2)에 계속됩니다.
게시글은 (2/2)에 달아주세요.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