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지기 전에 11 (by.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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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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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11
 
 
 
000 남주혁
서강준 박보검
전정국 이태용
오세훈 육성재
황민현 ???
 
 
 
 
 
???”
 
여소 받기로 했다고? 니가?”
 

 
그렇게 놀랄 일이냐?”
 
 
뒤풀이는 초반부터 분위기가 달아올
랐다. 내가 잠이 깰 정도였으니 다른
애들 역시 비슷한 충격을 받았고,
강준이만 평온하게 얘기했다. 그의
손은 바쁘게 휴대폰 자판을 치고 있다.
 
나는 그가 누구와 카톡을 주고받는지
알고 있었다. 가게 앞에서 번호를 줬으니
지금쯤 설현이와 통성명을 하고 있겠지.
그토록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둘의 인연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차라리 인형 뽑기 방에서 번호를 달라
했음 놀라지도 않았을 거였다. 당시엔
필요 없다느니, 생각 없다 해놓고 이제와
변심을 한 게 미심쩍었다. MT에서
어떤 동기부여를 받았길래 그래?
 
 
핫토픽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정국이가 자신의 마니또에게 은근슬쩍
정보를 물었다.
 
 

 
누구랑요?”
 
뭉치 고등학교 친구. 이름이
경리였나? , 청하다!”
 
와우, 어떻게 딱 틀린 이름만
척척 맞추시는지요.”
 
ㅋㅋㅋㅋㅋ빡검이 이런 데서
굴욕을 당하넼ㅋㅋㅋㅋ
 

 
경리?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중앙고면 우리 학교랑 가까워서
알 수도 있어. 경리가 워낙 인맥
왕이라서.”
 
 
내 말에 급 관심을 보이는 성재와
세훈이. ‘중앙고란 키워드에 꽂혀
태용이에게 눈을 돌린다.
 
 
태용이 중앙고 나왔냐?? 거기
급식 맛나다고 해서 전학가고
싶었는데!”
 

 
인정. 너네 학교 인터넷에도
소개되고 그랬음.”
 
“.....진짜 급식으로 전학까지
고민을 해요...??”
 

 
점심메뉴를 저녁에 똑같이 먹어
보면 그런 생각을 갖게 되더라.”
 
 
태용인 컬쳐쇼크를 먹었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고등학교 급식에
관해서 전환이 되었고, 흡사 애환의
장이었다. 나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
 
가만히 듣고만 있는 정국이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고자 툭 쳤다.
 
 
정국이는 학교 어딘데?”
 

 
, 전 타 지역에서 와서
이름 들어도 모를 거예요.”
 
너 뭉치랑 가까운데 살잖아?”
 
친척집이에요. 본가는 저어기
기차 타고 가야하고.”
 

 
나랑 똑같다. 나도 꽤 멀리
가야하거든.”
 
 
보검이와 정국이는 서로 통하는 게 생긴
것을 좋아했다. 다만 본가의 방향이 정
반대라 기차를 함께 탈 운명은 되지 못해
아쉬워했다. 인상은 다른데 신기하게 둘이
닮았단 말이야. 괜히 마니또가 아닌가?
그 예로써 나와 태용이의 교집합이 인형
뽑기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고 다시 재잘거렸다.
음주에 취약한 주혁이는 소주잔의 8부를
콜라로 채우고 나머지를 소주로 마감했다.
제 말로는 쏘콜이라는데, 그냥 알코올이
좀 더 가감된 콜라라 해도 될 법하다.
 
 

 
보검이 형 빼고 다 같은
남고 나온 거예요?”
 
난 고일고. 이 지역 외곽 쪽에.”
 
근데 고1때부터 어떻게 알아요?
강준이 형이 별명 붙여줬다면서요.”
 

 
같은 학원 다녔거든. 서로 1도 모르다가
학원 째다 같이 걸리면서 친해졌어.
그러고 그만두면서 다신 안 볼 줄 알았
는데 징글징글하게도 대학에서 또 만났다.
찰거머리여 뭐여.”
 

 
이쯤 되면 둘이 사겨야할 각 아님?”
 
뭐래. 난 임자 있는 사람 싫어!
있을 예정인 사람도.”
 
 
주혁이의 눈썹 상봉이 이루어질 뻔했다.
성재가 강냉이를 한 움큼 집어 와작 와작
씹어대며 웃다가, 한숨을 폭 쉬었다.
그의 시야에 몇 명이 스쳐지나갔다.
 
 
에휴, 봄이라고 다 가는구만. 뭉치에
갱준에다가 빡검까지...야 태융아.
중앙고 중엔 괜찮은 여자애 없냐?”
 
“.......(고민 중)”
 

 
“(두근두근)”
 
“(여전히 고민 중)”
 
“..........”
 
“(깊은 고민)”
 
, 다음에 생각해보는 걸로 하자!”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연달아 오길래
전화인 줄 알고 받으려고 했다.
 
설현이가 여러 종류의 이모티콘을 보내
면서 감사함을 표하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고마움인지는 진즉에 알고 있었기에,
나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강준일 힐끔 보았
다가 눈이 마주쳐 액정에 시선을 박았다.
 

 
내 사랑 설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ㅠㅠㅠ
사랑해 00ㅠㅠㅠ뭐 먹고 싶니]
 
[뜬금포라 나도 놀랐닼ㅋㅋㅋ
문자 계속 하고 있어??]
 

 
내 사랑 설현
[완전 칼답이야! 대박....
나 꿈꾸는 거 아니지??]
 

 
내 사랑 설현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잘 되면 더블데이트 가자!]
 
[야 무슨 김칫국을ㅋㅋㅋㅋㅋ
거의 김치찌개 수준인데???]
 
 
이토록 좋아하는 설현이를 보니,
의구심은 사라지고 뿌듯함이 올라왔다.
타이밍이 어찌됐건 나도 한 건 했잖아.
 
..........
잘 된 일이야.
정말로.
 
 

 
“..........”
 
 
 
 

 
“3차는 당구장 고?”
 
술 먹고 노래방 가고 당구 치고
무한 루트네. 좀 신선한 거 없냐?”
 
공부?”
 
말만 들어도 토 쏠려;;;”
 
야 난 간다. 슬슬 잠 와.”
 
 
성재의 소원대로 2차는 노래방엘 갔다.
많은 인원에 동전 노래방은 글렀고,
내가 필통 대신 마이크를 가져 왔었던
단골 노래방을 갔더란다. 아저씨는 다행
히 지난 일을 잊어버리신 듯 했다.
 
2시간 정도 노래를 빽빽 불러대고 보니
시간은 11시를 조금 넘어있었다. 평소
같았음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대학로를
휩쓸었겠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야.
 
나는 중도포기를 선언했다.
 
 

 
버스에서 또 자는 거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에이~ 혼자서도 잘 해 내가.”
 
안 깨웠음 종점까지 갈 기세던데.
막차 시간 거의 다 되가는데 저도
집에 갈래요.”
 
 
따라올 줄 알았다 짜식들아^^
나는 거절해봤자 이빨도 안 먹힌다는 걸
알기 때문에 둘의 동행을 더 내치지 않았다.
당구장과 버스 정류장이 다른 위치에 있어
이 자리에서 인사하고 그만 가려는데,
강준이가 팔짱을 껴온다.
 
 

 
뭉치. 버정 데려다줄....”
 
, 이제 태용이랑 정국이 있는데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 거의 버릇
다 됐넼ㅋㅋㅋㅋㅋㅋ
 

 
매일 같이 그래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근데 이제 민수형도 없고 든든한 후배
들도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맞아 갱준아. 주핵이랑 같이 집에
. 나 애들이랑 가면 돼.”
 
 
언제부턴가, 강준이는 대학가에서 노는
날이면 나를 꼭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박민수한테 시달릴 땐 버스까지
같이 타준 적도 있었고, 한두 번 데려다준
게 습관이 되어버린 지는 오래였다.
 
강준이의 마중을 나조차도 당연시 여기다
아차 했던 건, 꼭 동생들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앞으로 설현이의 존재를
염두 해야 했기에, 손사래를 쳤다.
 
강준이는 뒤늦게 팔을 놓아주었다.
 
 

 
“.....그래 그럼. 다음 주에 보자.”
 
뭉치 잘 가셈. 우리 담주엔 꼭
공부하는 걸로 하자.”
 
응 아니야~”
 

 
난 왜 육재가 볼펜이 아닌 마우스를
잡고 있는 모습만 그려질까?”
 
그게 더 현실적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
 
ㅂㄷㅂㄷ...”
 
 
강준이가 없는 귀갓길은 생각보다 무료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동생들과 시답지 않은 얘기만 나누다 버스를
타고 집에 들어갔고, 대수롭지 않게 전기장판
을 켰다가 더워서 꺼버렸다. 언제 이렇게
밤날씨가 따듯해졌지?
 
 

 
내 사랑 설현
[잘하면 다음 주 중에 만날지도
몰라! 당장 내일 옷 가러 간다]
 

 
갱준
[뭉치 집 감?]
 
 
3월의 중순을 훌쩍 넘어선 날씨는
참으로 애매했다. 마치 내 기분처럼.
 
그 근원지는 하나 둘 연애하는구나.’
라고 말하던 성재의 한탄에서 비롯됐다.
연애? 못할 게 뭐가 있어??’ 당당한 내가
있다면, 또 다른 나는 미적거리는 소극적인
나였다. 소극적인 나는 이리 말한다.
차차 한 명씩 연애를 하면, 이런 모임
갖는 것도 힘들어지겠지...?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하루였다.
 
 
 
 
 
.
.
.
 
 
 
 
 
청춘이 지기 전에 11
- EP 11. 푸엣취
 
 
 
 
 
.
.
.
 
 
 
 
 
끝내 나는 감기에 걸렸다. 저번 주
목요일에 느꼈던 피로감이 단순히 잠을
제대로 못 자서가 아니었다는 걸 주말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일요일부터 침을
삼키기가 따끔하고 괴롭더니 화요일에는
콧물이 줄줄, 지금은 인어공주마냥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겨울도 다 간 와중에 감기라니,
얇아진 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과 달리 나만
추위에 돌돌 떨며 버스를 올라탔다.
 
 
정국아.”
 
“?! 누나 목소리가...??”
 
아직 감기가 덜 가셨어....
 

 
완전 심한데?? 약은요?”
 
오늘 사려고...
 
 
마스크가 갑갑해 죽을 맛이지만 벗을
수가 없었다. 기침 한 번에 몇 명을
감염시킬지 몰라, 참으려 애쓰지만
목구멍을 비집고 콜록임이 새어나왔다.
 
기침하랴, 중심 잡으랴 바뻐 죽겠네.
정국이나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학교 쉬지 그랬어요.”
 
오늘 애들 축구 예선 뛰어서 수업
못 나오거든. 이거 빠지면 답이 없어서
내가 들어뒀다 내일 가르쳐주려고.”
 

 
가르쳐줄 상태가 아닌데?
형들 누나 감기 걸린 거 알아요?”
 
목소리 맛 간 건 모를 걸...?”
 
다음 주에 해요. 내가 가서 말할게.”
 
 
오늘은 다가올 체육대회를 대비한 축구
예선전이 있는 날이었다. 조합은 매년 스포츠
라면 기를 쓰고 덤비는 재학생들을 필두로,
멋모르는 새내기들이 엮여서 나가곤 했다.
올해의 선봉대장은 볼 것도 없이 주혁이었고,
승부욕에 똘똘 뭉친 남자들은 수업을 빼고서
아직 얼어있는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 속엔 정국이와 태용이도 있었다.
 
 
너도 축구 뛰기로 했지? 응원
가야 하는데, 아쉽다...”
 

 
그럼 지금 응원해줄래요?”
 
 
학교를 올라가는 길은 평소보다 버거웠다.
예선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아 꽤 급할 텐
데도, 정국이는 느린 내 발걸음을 맞춰 걸어
주었다.
 
 
........”
 
 
시키니까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머뭇거리다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가 작아서 정국이가 가까이 와, 면전
에다 대고 재채기를 할까봐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태클 걸리지 말고...태클은
니가 걸....엣취!!”
 
“........”
 
 
웻취엣취
연거푸 세 번이나 했다. 목이 꺾어
질 정도로 하고 나니 혼이 다 나갔다.
나는 그를 다시 마주 보았다.
 
 
“......내가 무슨 말하다 말았지?”
 
엣취요.”
 
그거 전에!”
 

 
ㅋㅋㅋㅋㅋㅋ말 안 해줄래요.”
 
 
.....응원을 안 듣겠다는 소리신가?
정국이는 하얗게 웃으며 연신 아 어떡
하지.’를 내뱉다가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내게 손을 다급히 흔들었다. 많이 늦어버린
것 같았다. 어서 가라며 나도 짤짤 흔들어
주고는 건물로 들어갔다.
 
 
출석 부르겠습니다~”
 
교수님은 예선전을 미리 통지 받았기에
호명에 대답이 없어도 부재자의 사유를
묻지 않았다. 나는 간만에 널따란 공간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 공식을 적용하자면...”
 
“...........”
 
 
무의식적으로 책에 필기 아닌 낙서를 했다.
나를 포함해 여섯 명이 복닥복닥 앉아있던
책상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으니 수업에
집중이 잘 될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잡생각이 그득해졌다. 주 관심사는
한창 애들이 뛰고 있을 축구경기였다.
 
지금쯤 몇 대 몇일까? 다치진 않았겠지?
주혁이가 골을 넣었으려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잠금 화면을 풀어버렸다.
 
 
[축구 이기고 와]
 
 
하지만 본심과 다르게 단톡방엔 짤막한
응원을 남겼다. 중계를 해달라 해봤자
경기가 끝나고서야 답이 올 테니 혼자
떠들어대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쉬는 시간이 끝나고 교수님이 들어오자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두었다. 다음 수업
듣기 전에 운동장을 가보던가 해야지,
별 기대 없이 화면이 꺼지길 기다렸다.
 
 
지이잉
 
 
“??”
 
 
배경화면은 여전히 환하게 밝았다.
나는 다시금 비밀번호를 눌러야 했다.
 
회신이 우르르 오고 있었다.
 
 

 
세훈아 계훈하니
[뭉치 ㄱㅊ?]
 

 
주핵이
[얼굴 반쪽 됐다매]
 
[마스크로 가린 것 때문에
반쪽밖에 안 보인 거일 듯?]


 
주핵이
[어쩐지 못 믿겠더라]
 
[써글놈아]
 

 
66
[수업 끝나고 어디 가심? 김치찌개
먹방 ㄱㄱ 원래 감기엔 따뜻한 게
직빵임]
 
[...육재가 무슨 일이야]
 

 
66
[사실 내가 먹고 싶어서]
 
[자살골 넣길 바란다]
 

 
뽀거미
[약은?]
 
[수업 끝나고 사려고]
 

 
뽀거미
[같이 가자]
 
[나 한국사 과제하러 가야함]
 

 
갱준
[]
 
[2주 전에 잡은 거라 안 돼
그럼 나 썅년이야]
 

 
주핵이
[한두 번도 아니잖니?]
 
[니는 꼭 레드카드 먹길 바라고]
 

 
세훈아 계훈하니
[여윽시 우리 응원단장님]
 
 
정국이가 기어코 말했나보네.
나는 모나게 답했지만 실상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희의 걱정에 애틋함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어서 매우 좋구나...
 
교수님에게 들킬까 이만하고, 풍족해진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했다. 미처 답하지
못한 카톡들 중에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태용이의 카톡도 와있었다는 것을 모른 채.
 
 

 
태융이
[누나 아프다면서]
 
 

 
태융이
[아프지 마요]
 
 
 
 
 
.
.
.
 
 
 
 
 
한국사 수업이 끝난 후의 일정은
집으로 직행이 아니었다. 보검이에게
일러두었듯이 나는 민현이 오빠와
과제를 하러 영화관으로 걸음을 했다.
 
오빠는 아까부터 걱정이 그득한 얼굴
이었다. 바로 그놈의 감기 때문이었다.
 
 

 
영화 다음에 볼까?”
 
저 진짜 괜찮아요. 영화 보기만
하는 건데요 뭘. 그리고 오늘 못 보면
제출 날짜까지 애매해지잖아요.”
 
그래도 수업 때 계속 졸고...”
 
그건 항상 그래왔습니다만...
 
 
축구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한다.
행여 지면 프라이드에 스크래치가 났을
애들 생각에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카톡은
신바람이 불고 있었다.
 
알아서 자축하는 분위기니 나는 나대로
오늘 스케줄을 소화하고 집에 가야지.
약을 먹으니 확실히 기침도 덜하고 버틸
힘이 생겨났다. 꼴이 꾀죄죄한 것만 빼곤.
 
우리는 영화표를 뽑고 좌석에 앉았다. 신작
임에도 불구하고 요일과 시간대가 사람이
없을 때라 극장 안은 조용했다. 오빠는 커다
란 콜라에 빨대를 두 개 꼽고 나타났다.
 
 
팝콘 너무 많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영화 시작 전에는 다 못 먹겠는데요.”
 
그치? 영화 끝나고도 못 먹...
 

 
, 광고 끝나도 못 먹는다고?”
 
. 사이즈가 딱 그렇지 않아요?
. 내가 좋아하는 짭짤이 팝콘!”
 
짭짤이?”
 
고소한 맛이요. , 짭짤이 이상해요?”
 
아닠ㅋㅋㅋㅋ짭짤이 팝콘 좋아해?”
 
카라멜도 좋아하는데, 고르
라면 짭짤이 팝콘 고를래요.”
 

 
ㅋㅋㅋㅋㅋㅋ
 
 
짭짤이한테 간지럼이라도 타나...
그를 이상하게 보다 마스크를 드디어
해제시켰다. 내 팝콘 취향을 어떻게
알고 고소한 걸로다가 알맞게 가져왔네.
 

 
 
콧물이 찔찔 나오는 상태였지만, 영화가
슬플지도 모른다며 가져온 넉넉한 휴지가
있어 두렵지는 않았다. 학식 먹을 때만
해도 입맛이 없었는데 그새 돌아왔는지,
남은 위장 공간은 팝콘으로 때울 판이다.
 
나는 팝콘을 아삭이며 오빠에게 물었다.
 
 
이거 줄거리 대충 알아요?”
 
친구한테 들었는데 좀 잔인하다더라.”
 
잔인하대요?”
 

 
그런 거 잘 못 봐?”
 
....조금...? 그래도 봐야죠.
과제해야하는데!”
 
 
예고편이라도 미리 볼 걸 그랬나.
스포 당하는 기분이라 일부러 안 보는
성격이긴 했지만 대부분 영화 중간에
예고편 보고 올걸 그랬어!’하고 후회
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 시작부터
후회감이 밀려와,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나는 괜히 없는 허세를 부리며 광고가
끝나고 깜깜해진 스크린을 보았다.
웅장한 음악이 영화 시작을 알렸다.
 
 
[전하, 부디 목숨만은...!]
 
[베어라!]
 
 
팝콘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 나는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팝콘을
찾아댔다. 잔인한 걸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보고 있자면, 칼을 맞았을
때 내 배가 아린 느낌이었다. 차라리 잔인할
거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게 더 나아.
요새 연출력이 너무 좋아져도 탈이다. 사람을
죽일 듯 말 듯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수준급
이니까.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영화의 등급제한이
굳이 잔혹함뿐만이 아니란 거였다.
나는 텁텁함에 콜라를 들이키다
화면 속 색깔들에 숨을 멈췄다.
 
 
“.....?!?!”
 
[아아....!]
 
 
야 잠깐만.
베드신 나온다는 소린 없었잖아?!
 
콜라를 삼킬 수가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을 나 자신이 봐도 웃기긴 했다.
야한 장면이 나와도 쪼로록 마셔버리는 게
진짜 내 모습이라는 걸 아는데, 나는 지금
장소를 따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장소가
아닌 내 옆의 사람을 의식하는 거였다.
 
“.........”
 
 

 
민망해 뒤질 것 같은 사람~
시곗바늘아 달려봐~
 
레포트에 적어낼 수도 없는 노릇
이고 참 미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오빠의 눈치를 힐끔 봤다.
이 오빠는 정녕 아무렇지도 않을까?
 
 

 
“......”
 
 
아무렇지도 않네. 머쓱한 표정이라도 지으면
장난이라도 이런 게 왜 나와요ㅋㅋㅋ하고
웃어넘기려고 했건만 너무 진지해서 말도
못 걸겠다. 설마 저것도 역사의 일환이라
여기고 목차로 삼을 생각인가?
 
푹신한 영화관 의자가 가시방석으로 바뀌
는 건 한순간이었다. 나는 이후로 또 비슷한
장면이 나올까 가슴 졸이느라 레포트에 어찌
쓸 건지를 전혀 구상하지 못했다. 내게
남은 건, 야릇한 신음과 나체들이었다.
기억 편식 대단하다 정말로.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 다녀와.”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영화 어땠
?’라고 묻지 않았다. 오빠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상영관 불이 들어오면서 그도
민망해했음을 빨개진 귀를 보고 깨달았다.
 
간단한 영화 평도 못 말하는데 과제
얘기는 어떻게 하냐. 큰일 났네.
 
과제 주제를 바꾸기엔 영화 줄거리는 꽤나
괜찮았다. 복병이라면 역시나, 중간 중간
삽입된 정사신이었다. 친구 사이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부터 그 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있어도 시간이 부족했겠지만 나와
오빠는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만큼에
비례하는 관계라는 거야.
 
 
푸엣취!!!”
 
 
화장실에서 코를 팽 풀고 혼세마왕이
강림한 머릿속을 정돈했다. 나는 뻔뻔
해지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경건하게 과제를 임하는 자세로
영화를 본 거다, 따지고 보면 20살은 훌쩍
넘은 성인인데 뭐 어때? 어쩔 수 없이 나올
얘기라면 짧고 굵게(?) 끝내버리는 거야!
 
호기롭게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 !”
 
“!?”
 

 
야아아아!!! 여기서 만나네!!!
오랜만이야~!!!!”
 
설현이?”
 
 
문 앞에서 딱 마주친 설현이를 보고
화들짝 놀란 나는 옆을 확인하고 폴짝
뛰었다. 그 덕에 이목이 확 쏠렸다.
 
 

 
하이.”
 
..둘이 뭐야?”
 
영화 보러 왔지~ 너는?”
 
 
바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잘하면
이번 주 내로 만난다더니 그게 오늘
이었구나. 어색하면 안 되는데 실제로
둘이 있는 걸 보니 뜻대로 쉽지가 않다.
경리처럼 행동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었어.
 
 
, 방금 보고 나오는 길.
과제 때문에 영화 봤거든.”
 
무슨 영화?”
 
저기 스크린에 예고편.”
 

 
우리도 저거 볼 건데!”
 
 
눈이 번쩍 뜨였다. 이 둘도 줄거릴
모르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나로써 괜한 오지랖이 생겼다. 그래도
친구 사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
 
 
?? 다시 생각해봐!”
 
?”
 
...!”
 
 
그거 봤다간 너네 영화 보고 바로
집 갈 수도 있어...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못 본 척할 수도 없다고!
 
 
재미없더라. 완전 핵노잼이야.”
 
아 정말? 우리 아직 표 안 샀어.
그럼 뭐 볼까?”
 
 
설현이는 정말 감사하게도 팔랑귀였다.
친구의 조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바로
바꾸는 것에 나는 감동을 받고 안도했다.
어떤 영화였는지는 후에 따로 알려줘야지.
 
강준이는 고개를 돌려 상영 시간표를
체크하곤 설현이에게 말했다.
 
 

 
너 좋을 대로. 야 뭉치.
니 목소리 왜 그러냐?
 
?”
 
 
그리고 바로 내게 꽂히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목을 큼큼 거렸다.
맞다 목소리...!
 
마스크를 만지작거리며 일부러 말을
삼갔다. 설현이도 그때야 내 상태를
깨닫고선 감기냐며 물었지만 나는
둘 사이에 끼는 게 약간 꺼려졌다.
 
 
너 감기 진짜 심해졌는데?
영화보고 집 바로 갈 거지?”
 
과제해야지.”
 

 
뭔 소리야. 빨리 집에 가라.
열도 있는 거 아냐??”
 
“!??!?!”
 
 
이거 봐. 이럴 줄 알았어.
강준이의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연
스러운 터치인 걸 알았음에도 불꽃이 튀듯
나는 떨어졌다. 학교면 뭔들 상관이 있으랴,
하지만 내 앞에는 설현이가 있었다.
 
 
열 있는 거 같은...”
 

 
“??”
 
, 뭐해...! , 나 가볼게.
둘이 영화 재밌게 봐!!!”
 
야 잠만! 약 샀냐??”
 
샀어 빠가사리야!!!!”
 
 
그만 좀 물어봐 새기야!! 설현이랑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쟨??? 눈치껏 빠져주려는데
왜 자꾸 초를 쳐!
 
경황없이 달리기에 가까운 경보를 하다
그만 민현이 오빠를 치고 말았다. 이 쯤
되면 거의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아니냐?
 
오빠는 반동에 뒷걸음질 치는 나를
잡아주며 입 꼬리를 휜다.
 
 


친구 만났어?”
 
고등학교 친구랑 대학 동기요.”
 
, 그런 인연이 다 있네.”
 
그야 제가 연결해줬으니까요.
서로 마음이 있대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설현이와 강준이의
등장에 복잡한 감정이 섞였다.
 
오빠는 내 감정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허둥지둥 온 거야?
뻘쭘해서?”
 
. 다 같은 친구면 몰라도 서로 다른
관계니까요...아무리 제가 강준이랑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설현이 입장에선 좋게
보이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적당한 선을 그어야겠죠.”
 

 
아쉽지는 않고?”
 
에이~ 아쉬울 게 뭐가 있어요. 역으로
생각하면 손해라 느껴질 것도 없어요.
그냥, 익숙하지가 않더라구요. 제 친구들
끼리 분위기를 탄다니까, 그 사이의 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어요.”
 
 
1층 복도를 걷다가 오락실을 발견했다.
나는 냉큼 자동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총게임이었다.
 
 
과제하기 전에 이거 한 판 할래요?
저 머리 좀 개운해지게.”
 
너 할 줄 알아?”
 
그럼요. 누가 제일 오래 살아남나
내기? 난 끝까지 갈 자신 있어요.”
 

 
좋아. 내기해.”
 
자신 있어요?”
 
. 나도 오락실 출석은 많이
해봤거든. 시작한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친구 관계로 골머리를 앓을 때
마다 동네 오락실을 찾곤 했다. 어떤
종류의 게임이건 한 번 집중을 하고나면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에 쾌감을 느껴,
나에게 오락실은 병원과도 같은 장소였다.
 
승부에 내기만큼 좋은 원동력은 없지.
우연인지 하필이면 총을 잡은 기계가 전에
태용이와 듀오로 했었던 그 기계였다.
정국이랑 태용이한테 스토리 결말 보여
준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못 지켰네.
신기록은 여전히 내 이름이 아니었다.
 
천원을 각자 넣은 우리는 스토리라면
지겹다는 듯이 빠르게 스킵을 누르고
총을 잡았다. 눈에 익은 배경들과 헬리
콥터들이 화면 속에 날아다닌다.
 
 
선배!”
 
어 얘들아. 여긴 웬일이야?”
 
 
열심히 총질을 하고 있는 그때 오빠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오빠의 눈은
요리조리 오가느라 그만 한 방 먹고
말았다. 경쟁자인 나로서는 오예라 외칠
만한 일이었다. 선배라 말하는 걸 보아
회계학과 후배인 듯싶었다.
 
 

 
저희 영화 보러 왔죠. 선배 이거
또 해요? 그 때 최고기록 세웠잖아.”
 
내기했거든. 근데 질 거 같아.”
 
옆엔 여자친구? 이열~”
 

 
그래보여?”
 
아니에요?”
 
미친!”
 
 
대화에 신경 쓰다 나도 총에 맞았다.
마스크를 뚫고 튀어나오는 탄성에 오빠
의 후배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게
등 뒤로 느껴졌다. 부담감 개쩔....
 
근데 방금 뭐라고?
 
 
오빠 이거 신기록 세웠다구요?”
 
. 멋있지?”
 
언제요?”
 

 
“3월 초?”
 
오빠였어요!??!?!”
 
....?”
 
 
내 신기록 갈아치우고 다닌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코앞에 있었네???
그것도 같이 듀오로???
 
더더욱 질 수가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겜덕후 홍빈이한테 매번 참패를 겪다
보니 일반인 상대로 못 이기면 재수강
떴을 때보다 더한 굴욕감이 느껴지곤
했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털자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이번 해 처음으로 집중이란
것을 총 게임에다가 전력을 다했다.
 
강준이랑 설현이가 뭐 어쨌다고?
 
 

 
와 게임 센스 에바야!
저걸 어떻게 피해??”
 
언제 무슨 총기류를 써야할지 다
파악하고 있네;; 선배 지겠는데요?”
 
뒤져라!!!”
 
,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선배 뭐 잘못한 거 있대요?
저 사람 눈에서 레이져 나와요.”
 
 
결국 나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
한테서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오락실
을 나와야했다. 내기 결과는 어땠냐고?
 
 

 
그게 니 실력이다 붕신아~
깝치지 마라. 알간?’
 
 
친오빠 환청이 들릴 만큼 빡겜을
했는데도, 졌다. 찌발.
 
 
 
 
 
.
.
.
 
 
 
 
 
<10분 후>
 
 
 
 
 
야 인마 늦었어!!! 빨리 튀어와!”
 
교수가 늦게 마쳐줬어. 존나 뛰었다.”
 

 
민현 선배 옆에 있던 여자, 진짜 여자
친구 아니래? 둘이 완전 잘 어울리는데.”
 
아니라잖냐. 와 근데, 저 둘이 다니면
이 근방에 게임장 최고 점수는 전부
갈아치우고 다닐 듯?”
 
무슨 얘기했냐?”
 

 
아니, 아까 전에 민현 선배 만났거든.
과제하는 여자랑 총겜하는데 무슨, 끝이 안
나는 거야 끝이. 시간 없어서 끝까지 가진
않았는데 이 기계 최고기록을 깨고 가더라.
민현 선배 그 분야에서 날아다닌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여자애도 장난 아니었어.”
 
여자애가 총겜 잘하는 건 처음 봐;;”
 
“.......”
 
그러고 보면 민현 선배 뒤를 이을
샛별은 너 아니냐? 우도환~”
 
, 얘도 좀 했지. 뭔 스나이퍼가
이리도 많냐. 나만 에임 병신임?”
 

 
나도 가르침 받은 거지.
옛날엔 X도 못했엌ㅋㅋㅋ
 
누가 가르쳐줌? 과외 받게.”
 
이젠 나도 못 받아 새꺄.
야 영화 언제 시작이라고?”
 
몇 분 전에 시작했다 지각러야.
하긴 우리도 게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지만.”
 
 
 

 
“.........빨리 올 걸 그랬네.
나도 보고 싶은데.”
 
 
 
 
 
.
.
.

※만든이 : 콩이님 
 
 
<>
 
 
여러분...감기 조심하세요...
요번 감기 되게 독하고 깁니다
항상 옷 여미고 따숩게 다니세여
 
투표 결과 성재(19)와 주혁(33)
, 보검(51)이가 아쉽게도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투표해주신 모든 분
들께 감사드려요!
+) 도환이도 색이 생겼습니다. 도환이는
21살이지만 18학번 20살과는 말을
놓고 있습니다! 참고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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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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