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 [中-1] (by. k.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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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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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하고 가겠습니다.
전 화에서 5년전, 그날의 대화
회상장면이 있었는데요
5년전이 아니라 불과 한 달정도 전쯤 전화를 받고
ㅇㅇ이가 온겁니다
5년은 ㅇㅇ이가 떠나있던 시간입니다.*
 
부제: 우리의 첫 대면




*브금 필수*
 
 
봄과 여름사이 그 어딘가,
너의 옆집으로 이사 가던 날
너와 나는 처음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주위를 스쳐가는 바람마저도 특별했던,
그런 날이었다.
 
.
.
.
.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라고 해서
전혀 설레는 마음 같은 건 들지 않았다.
 
그저 내 방이 어디일까
하는 조그만 궁금증이 피어나는 정도.
 
원래 사람이란 게
처음 몇 번 새로운 것에 설레지
그 후엔 자연스레 무뎌지는 법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사에 큰 반감같은게 있는 건 아니었다.
 
애초부터 집이든 그 주변 사람이든 
정 같은 거 붙이지 않았고
붙일 시간도 없었기에
 
 
떠날 때 미련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었고
 
 
그 날도
이제 그만 가자는 엄마의 말에,
 
별 생각없이 차에 올랐다.
 
 
 
잦은 이사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던
나는
익숙하게 벨트를 메고
 
 
창문이 반쯤 열린 달리는 차안에서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을 듣다
간간이 흘러가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냥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의 이질감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겼다.
 
 
“...”
 
 
나만 차에 타면 없던 잠도 오는 건지
 
언제 잠이 들었는지, 깨어보니
하늘에는 드문드문 붉은 색이 담겨있었다.
 
계속되는 기다림에 조금은 지친 내가
언제 닫혔는지 모를 창에 머리를 기대고
몇 초 있었을까
 
그제서야
아직도 귀에서 아까와 똑같은 멜로디가
흐르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손으로 이어폰 줄을 당겨 재생을 멈췄다.
 
잠에서 깬 직후라
머리가 멍하니 반응이 둔해진 것 같았다.
 
머리도 환기 시킬 겸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리니
 
차츰
창밖의 풍경들이 느리게 움직이나 싶다, 마침내
완전히 멈추어버렸다.
 
 
 
ㅇㅇ
이제 일어..”
 
 
엄마는 뒷좌석에서 잠든 줄로만 알았던
나와 눈이 마주치니
놀라셨는지
조그만한 추임새를 내뱉으셨다.
 
 
어머나
 
 
마침 깼네?”
 
 
 
장시간 운전이 꽤나 힘드셨을 텐데
지친 기색하나 없이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네 오시는
엄마를 보며
 
웃으며 어깨를 한 번 으쓱 해보였다.
 
 
 
, 자다가 방금
 
 
 
많이 피곤한거야?”
 
 
아니야, 그런거
 
 
 
아니긴.. 간 괜찮은 ...”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욕인지 걱정인지 모를 말들을
줄줄 늘어놓으신다.
 
 
아고-”
 
잘 잤다는데도 뭐가 그리 걱정이신지
 
 
말과 말 사이의 틈이 없는 엄마를
지긋이 보다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흘렸다.
 
 
진짜 괜찮아-
엄마 근데
 
, ?”
 
저기
 
 
뉘엿뉘엿 지는 해를
좀 봐달라는 마음에
 
 
손가락으로 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후 내 정신 좀 봐
그래 얼른 내리자
 
 
 
어서 집에 들어가 쉬고 싶다는
내 눈치를 알아채셨는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훤할 때 옆 집에 인사라도 가야지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이 이내 멈추었다.
 
갑자기 옆 집 얘길 꺼내는 엄마가
의아했다.
 
그건 뭐하러,
여기는 뭐 얼마나 있을거라고
 
 
나조차도 모르게 나간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
 
“..미안
별 뜻 없어
 
알잖아,
가끔 필터 안 거치고 말하는거
 
 
아냐, 이번엔
 
 
 
?”
 
 
이사안가 이제
 
떠나지 않는다.
 
 
어차피 내겐 별 의미 없는 말인데
 
 
이 말에 이렇게 내심
기대가 되는지 모르겠다.
 
아니, 실은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걸지도 모른다.
 
한 곳에 정 붙이고 살고 싶다는 본심을.
 
 
 
ㅇㅇ,저기..”
 
 
 
 
수차례 반복된 레파토리를 줄줄 꾀고 있던 나는
이런 말이 나오면 으레
이사를 짐작했다.
 
 
 
엄마가 미안해.. 친구도 사귀고 싶을텐데
아빠 일 때문에
 
 
 
 
그 뒤엔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도 빠지지 않았다.
 
 
 
엄마 말대로, 그래
솔직히
친구, 사귀고 싶은 게 당연했다.
 
그동안 이사에 익숙해진 건 분명하지만
 
추억 따위 생길 리가 만무한 환경에서 사는 게
 
퍽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추억이 쌓이는 건고사하고
사진 한 장 남기기도 어려웠으니
 
이건 뭐 인간관계라고는
가족이 전부인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빠 일때문이라는데.
 
 
거기다 대고 생떼를 써 봤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음을
잘 아는 난, 결국
 
꿀 먹은 벙어리였다.
 
 
‘.., 상관없어 딱히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애써 힘빼지 않고
그저 입을 닫는 것
 
그게
내 딴에는 최선이었으니까
 
남보다 나를 바꾸는게 더 편했으니까
 
그냥 나 자신을 괜찮다 세뇌시키고
아무렇지 않은 해왔나보다
 
 
“......”
 
 
그렇다고 엄마의 말에 막 기뻐하거나
정말이냐며 되묻지는 않았다.
 
 
 
이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거듭되는 이별을
 
아무리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도
매번 내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던 엄마에게
 
 
또 다시 죄책감을 안겨주고 싶진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렴 엄마가 나의 이 연기 아닌 연기를
간파하지 못했을리 만무하다만은
 
 
굳이 또 확인사살 하는 꼴을 만들고 싶진 않았으니.
 
그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죄없는 입술을 깨물뿐이었다.
 
 
ㅇㅇ
 
 
또 죄인인 얼굴 하지마요.
 
“....”
 
 
무거운 한숨을 쉬며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 봤을 때,
약간은 예상 밖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듯한
편안하고 인자한 엄마의 웃음.
 
 
 
그냥- 좋아해도 돼
 
 
“....
 
 
 
숨기지 말라고, 니 감정
 
니 나이가 몇이야
 
열여덟이면 열여덟 답게,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엄마한테 투정이든 뭐든, 부려도 괜찮은거라고
 
 
 
 
 
 
 
 
뭐지
 
 
지금 이게 내 눈에서 흐른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갑작스레 표출된,
 
실로 오랜만인 나의 감정표현은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가볍게 떨어진 눈물 한 방울 이었지만,
그 무게는 결코 무겁지 않았다.
 
그동안은 무언가를 쌓고 참는데만 익숙해져
 
일차원적인 감정 표현의 
상당부분이 머릿속에서 지워졌지만
 
 
“.....”
 
 
그래서
 
이 감정을 명료하게 그 안에
정의 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끄집어 내보자면
 
지금 이 감정은
 
설렘
 
정도인 것 같았다.
 
그래, ㅇㅇㅇ.
이제는 조금 솔직해져도 돼.
 
그게 맞는거야.
 
 
그럼..
이제 전학 같은 거 안가도 되는거야?”
 
 
, 안가도 돼.”
 
너 공부도 해야 하는데
잘 됐지,
 
더 궁금한 거 있어?”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열심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머, 학생
 
 
 
한 순간,
한껏 업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세요
 

 
우리 옆을 지나던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를 보더니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
 
누구지
 
 
, 둘은 아직 모르지?
이웃이야,이웃
 
 
 
웬 이웃.
 
그동안 아파트에만 살아
 
이웃, 뭐 그런 거에는
익숙치 않았던터라
 
고개를 갸웃하다
 
전에 짐 옮길 때
어렴풋이 봤던 하얀 대문 앞
한 남자아이가 생각 나,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
 
 
니가 다닐 학교 학생이라더라
거기다 동갑이고.
궁금한 거 있으면
좀 물어도 보고 그래
 
“...”


 
오지랖이 넓다고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아줌마의 친화력에
멋쩍은 듯 가볍게 머리를 털던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까는 명쾌하게 정의 되지 않았던
그 감정이
 
 
, 남자라 좀 불편하려나?”
 
 
 
이름도 모르는 남자아이의 얘기에
뚜렷해져만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
 
 
한 동안 말이 없는 나를 보고
엄마는 입을 열었다.
 
 
정 어색하면 그냥..”
 
 
안녕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역시
알 수 없었다.
 
 
 
,?”
 
 
 
엄마는 예상치 못한 나의 말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이내 한 번 씨익 웃어보이셨다.
 
 
“...푸흐 안녕.”
 

 
너 또한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화사한 웃음을 지어주며
또다시 인사를 건넸다.
 
이에 나는 멋쩍은 듯 눈을 피했고
 
땅을 보며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다는 것
 
 
어쩌면
 
 
이곳이 처음이 될 것 같다고.
 
 
.
.



*브금 필수*
 
이쯤 되니 엄마도 이사에 도가 트신 건지
 
 
출장 간 아빠 없이도
새 집으로의 입주는
성공적이었고
 
 
느긋한 저녁까지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졸음이 몰려왔다.
 
 
푹식한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으니
 
 
벌써 설거지를 끝내셨는지
어느새 내 옆엔 엄마가 있었다.
 
안 힘들어?”
 
고작 설거지 몇 개 한거가지고, 얘는-
아직 그렇게 늙진 않았어
 
 
암요,
엄마가 누군데-”
 
 
너야말로 피곤할텐데
어서 들어가서 자
 
 
, 안그래도 그러려고
엄마도 들어가서 주무세요, 이제
 
 
잠에 들기엔
상당히 이른 시간임에도
 
 
피곤함과 나른함이
한꺼번에 나를 짓누르는 듯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소파 위 늘어져있던 다리에
다시금 힘을 꽉 주고 일어서려 하는
순간
 
 
ㅇㅇ..!!”
 
 
몸의 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며
휘청 했다.
 
 
그리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는데
 
 
엄마의 목소리 크기는
어째
매번 커지시는 것 같았다.
 
 
아이- 뭘 새삼
 
 
괜찮아 괜찮아
 
 
내 거짓말 또한 매번 느는 듯 했고.
 
역시 이런데까지 솔직해지는 건
무리지 싶다.
 
 
병원, 갈까 지금?”
 
 
싫어
 
 
 
병원 얘기에 반사적으로
싫다는 말이 나와버렸다.
 
 
,아니
 
이런 걸로 무슨-
다음주에 가잖아 어차피-”
 
 
매월 13, 내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몇 살 때부터?
 
그런거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냥 처음부터,
모든 달력의 13이란 숫자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으니까.
 
미안해 엄마..”
 
또 그 미안하다는 소리
 
이제는 듣기도 지친다.
 
 
오늘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미소에
마음이 놓였는데
 
어째 또 죄인모드인건지.
 
 
그만, 그만해.
.. 미안하단 말 좀.. 하지 말했지.
 
날 때부터 심장 안 좋은 거,
그게
왜 엄마탓이래 매번.
 
그런게 사람 뜻대로 됐음,
어디 건강한 사람뿐이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엄마의 모습에
화가 나
 
 
조금은 격양 된 목소리로
말하니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알았어, 알았어
안 해, 안 할게 이제
 
알았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까지 끄덕이며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
 
이런 것도 정말 싫은데
 
더 이상 말하다가는
정말 큰 싸움이 될 것 같아
 
 
“... 주무세요, 엄마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2층에 위치한 내 방으로 가기 위해
계단 쪽으로 발 걸음을 돌렸다.
 
여기서 한 번만 더 휘청거렸다간
또 무슨 걱정을 안겨드릴까 싶어
 
마지막 계단 하나까지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올라갔다.
 
 
드디어 내 방이 보이자
그대로 주저앉아 울까 싶다가도
 
혹시 또 엄마가 보고 있을까 싶어
안에 들어가
방문까지 닫았다.
 
 
엄마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건지
 
다리에 힘이 풀리고
한숨이 나왔다.
 
 
..”
 
 
나 왜이래
 
 
거지 같네 진짜..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진짜 이젠, 다리까지.”
 
이런 상황은 몇 번이 반복돼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울적한 기분도 변하질 않았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
이젠 아예 눈물샘이 말라버린걸까.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자
 
차라리 창문을 열면
나을까 싶어
 
여전히 풀린 다리를 질질 끌고
창문 앞 까지 갔다.
 
옆에 낮은 탁자를 잡고
 
넘어질 듯 말 듯
 
꾸역꾸역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흡사
갓 태어난 새끼 소 같았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
 
 
 
그 순간 한 번에 열리는 창문에
옆으로 넘어질 뻔 했지만
 
 
빠르게 벽을 짚은 손 덕에
어찌 어찌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깜짝놀랬네..”
 
 
‘!’
 
 
그리고 열린 창문 아래
보이는 옆 집 마당에 또 한 번 놀랐다.
 
 
엄마는 내가 힘들까봐
내심 1층을 쓰길 원하는 눈치셨지만
 
어디 방을 쓸지는 전적으로 내 선택이었기에
 
마당이 잘 보이는 2층을 고른건데
 
집과 집 사이가 워낙 가깝다보니
옆 집 마당까지 보이는 듯 했다.
 
..”
 
아까 봤던 그 아이
 
, 옆 집.. 이랬지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 했잖아?
 
너는 그 나이 때 여느 아이들같이
멋 부리기는커녕,
밋밋한 티에 바지
그게 전부임에도
 
웬지 모르게 빛이 났다.
 
 
“....”
 
뭘 하는건가 싶어
자세히 보니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마루에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퍼즐이 취미인가
 
 
 
손에 퍼즐 한 조각을 쥐고
그대로 멈춰있더니
 

 
짝을 맞추는 게
제 생각대로 잘 안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 안되나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굳어지다
드디어 짝을 찾은건지
 
 
너는 활짝 웃으며
 

 
이내 퍼즐 한조각을 거의 완성된 퍼즐
한 귀퉁이에 갖다 놓고는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듯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쿵쿵
 
 
또 알 수 없는 기분이 나를 지배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난
창문을 열기 위해 썼던 힘이 무색하게
바로
문을 닫아 버렸고
 
눈을 감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뭐야.. 이게
 
아직은
뚜렷해져만 가는
이 기분이 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왠지 알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모르겠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불행의 서막이 열릴 걸 알고 있었는지도.
 
 
.
.
.
.


*브금 필수*
 
..숨막혀
 
터억
 
숨이 막혀 단 번에 팔로 이불을 걷어내니
그제야 시원한 공기가 목을 때렸다.
 
후우..”
 
 
..”
 
불규칙한 호흡을 가다듬고 침대 헤드에 기대
스탠드를 켰다.
 
사실 이렇게 잠이 든 까닭은.
 
 
어젯밤 정체 모를 감정이 자꾸만 그녀를 덮쳐와
나름대로 그 생각을 떨쳐내는 방안으로 생각해낸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 쓰는 것이었던 것.
 
 
이불만 뒤집어 쓴다고 해결이 된다 생각하는지,
정말이지, 이런 부분에선 거의 한 두 살 먹은 어린애였다.
 
그리고는
이 상태로 또 생각, 생각.
 
흘러가는 시간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 복잡해,복잡해
 
 
연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입으로 내뱉으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푸른 기운이 느껴졌다.
 
 
 
그제야 되살아난 시간 개념에
휴대폰을 키니
6시에서 30분쯤 흐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오늘이 평일이기 때문이었다.
 
 
학생에게 평일은 당연지사 학교가는 날.
 
 
게다가 전학가는 학교에서 첫 날 이었기에,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일상은 왠지 전보다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아보였다.
 
 
으으..”
 
 
아직 등교준비를 하기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시 눈을 붙이기도 애매한 시각에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켜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한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생각이 많아 잠을 설쳤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건 아니었는지
 
평소와 다르게 가벼운 몸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은 날은 드물었는데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뿐사뿐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분명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거실소파에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콩닥이는 가슴을 뒤로하고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린 채 고른 숨을 
내쉬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의 정체는 바로
그녀의 아빠였다.
 
매번 그렇듯
며칠 전 출장을 간다는 말과 함께
훌쩍 떠나버린 아빠.
 
일년의 반이상을 출장이란
 명분으로 집을 떠나있긴했지만
딸과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크다는 걸
잘 아는 그녀는
 
아빠를 보자마자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왜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건지.
 
 
혹시라도 춥거나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에
 
일단 아쉬운대로
탁자 위 놓여있던 담요를 턱 끝까지 덮어주었다.
 
 
 
.. 못살아 정말.”
 
 
미처 다 펴지지 못한 담요를 마저 피고는
소파아래로 떨어진 팔 한 쪽까지 넣어주려는 찰나
 
 
“...?”
 
 
단추 하나가 나간 소매 끝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곳에 묻은 핏자국까지도.
 
 
..”
 
 
사실 요즘들어 의심이 가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긴 했다.
 
다른 게 아니라, 아빠가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 말이다.
 
아니, 애초에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어떤 회사가 일년의 반을 출장을 보내며
 
나가있는 날이면
연락도 허락치 않는 것인지.
 
그래도
이렇게 피까지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흔들어 깨울 심산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니
 
 
건들지마
 
 
 
흠칫
 
이제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차갑고 낮은 음성에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찌푸려진 미간이 금세 제자리를 찾으며
표정이 풀리는 것을 보니
 
분명
그녀에게 한 말은 아니었다.
 
 
일종의 잠꼬대 같은 것이었지만 도대체 누굴 향해
내뱉는 말인지 저런 말을 할 연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결론 지어지는 것이 없었다.
 
 
대체..
 
 
ㅇㅇ..?”
 
 
굳은 표정으로 아빠를 내려다 보기도 잠시
 
 
조금은 잠긴 듯한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거실 한가운데 안방을 등지고 자리한 소파,
 
게다가
아빠는 몸을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고 있던지라
다리도 보이지 않았기에
 
엄마는
아빠가 돌아온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피까지 묻은 걸 보면 엄마도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어쩌지
 
 
 
 
 
 
어쩜
 
타이밍 좋게 지금 깨어난 자신의 아빠에
그녀는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
 
엄마는 여전히 무슨일인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고.
 
 
ㅇㅇ..”
 
 
좀 전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음성에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여보, 왜 그러고 있어?”
 
 
역시나
 
갑작스런 남편의 등장에 엄마 또한 놀란 듯 했다.
 
아니, 당신이야 말로 
왜 거기서 잠을 자고 있는건데요.”
 
방에 들어가면, 당신 깰까봐.
담배 냄새도 나고.”
 
 
소매 끝에 묻은 피얘기는 안하는 걸 보니
아직 거기까진 못 본 모양이었다.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잠깐만
 
설마
 
당신, 이거 피 아니예요?”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평소에는 눈썰미도 없으신 분이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천리안이라도 되는건지.
 
 
아니, 엄마 그게..”
 
, 푸흐. 코피야,코피
 
 
아빠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을 두어번 내저으며
격양된 물음에 자연스레 대응했다.
 
 
“...?”
 
 
코피..?
 
 
아니..”
 
어휴. 조금 피곤해서 그런거니까
쓸데없는 걱정말고
, 아침이나 먹읍시다.”
 
엄마와 내 등을 떠미는
 아빠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끌려가듯 식탁으로 향했다.
 
.
.
.
 
 
 
엄마.. 무슨 아침이 이렇게나 거해
 
갖가지 나물에 고기 반찬에,
 
어제 막 이사왔는데
도대체 이만한 장은 언제 봐 오신건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는 밥상이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상 다리 휘어진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식탁아래를 힐끗거리며
농담을 던지는 아빠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그림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갔다.
 
 
어휴,시답잖은 소리말고 먹기나 해요 들
 
 
스윽
 
단추가 나가 풀어진 셔츠 소매를
길게 죽 잡아당기는 아빠
 
 
이상하잖아
코피면
손 마디마다 상처는 왜 나있는건데
 
이미 식탁 밑으로 팔을 내린 뒤라
엄마는 상처까지 발견하진 못했으나
 
난 분명 봤다고.
 
 
당신은 안 먹고 뭐해요? 너도 빨리 먹어
 
저 상태로 밥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소매를 풀어헤치고 밥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사실
 
아빠 밥 먹었어 엄마
 
그게 뭔 소리래?”
 
모르겠어요, 저도.
 
,.”
 
나 뭐라고 해야 돼
 
아침을? 벌써?”
 
잠이 덜 깼나, 얘가 왜 이래
 
아니이..
 
아빠도 뭐라고 말좀 해보라구요
 
피식 그런가보네
?
 
딸램. 아빠 지금 되게 배고파
 
?”
 
그리고는 자연스레 왼손으로 밥을 먹는다.
 
.
 
우리 아빠 양손잡이였구나.
 
위기를 간파하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다.
 
 
 
“..
 
 
ㅇㅇㅇ. 얘가 진짜.
빨리 밥 안 먹어? 좀 빨리 일어났다고
밍기적거리다
진짜 지각한다 너?”
 
 
어어..”
 
마지못해 젓가락을 들었다.
 
물론, 찝찝함은 아까의 배가 된 채로.
 
 
 
 
그렇게
 
밥알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식사를 마치고
 
멍해진 상태로 등교준비를 마쳤다.
 
시계를 보니
 
진짜 조금만 늦게 준비했으면
지각 할 뻔했다.
 
나사 하나 빠진 상태로 행동하니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교복치마를 한 번 털어내고는 
운동화에 발을 구겨넣었다.
 
 
일단 학교는 가야하니까
갔다와서 얘기를..
 
 
 
“!”
 
 
잘 다녀와
 
 
할 수 있을까.
 
그 뒤를 감당할 수 있을까,내가.
 
 
 
“..
 
 
머릿 속이 혼란스럽다 못해
모든 게 엉켜버린 듯 했다.
 
 
.
.
.
.
 
저기


 
심란해진 상태로 등교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
 
학교, 어차피 같은 방향이잖아
 

 
어제 그 아이였다.
 
 
과부화로 인해 사고회로가 멈췄는지
멍청한 표정을 내보이며
입을 벌리고 있으니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해- 빨리 안가면
 
“?”
 
지각!”
 
지각이 이렇게나 상큼한 단어였다니
 
빨리 가자며 내 손목을 잡는 너
 
아무래도 뛰려는 듯 했다.
 
,아 저기!”
 
?”
 

 
너는
갑작스런 나의 저지에 다시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맞췄다.
 
나아.. 못 뛰는데
 
..
 
썩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내 말의
의미를 갈구하는 눈동자에
 
결국 곧이 곧대로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
 
.. 심장이 안 좋아서
 
..”
 

 
아프다고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하나 같이
 
동정 어린 시선과
 
 
.... 미안
 
과 같은 어쩔 줄 모르는 음성이었다.
 
 
 
그런데
 
 
 
나돈데
 
 

 
란다.
 
 
,?”
 
 
나도라고.
, 심장은 아니고 신장
 

 
푸흐, 무슨 라임 같네


 
, 놀리는 건 아니야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이토록 가볍게 반응 한 사람이 있었던가
 
그러니까
 
기분, 나쁘지 않아
 
기분 나쁘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데?”
 
 
좋았다, 이런 네가.
 
 
“....”
 
“..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거야.
 
방금과 같은 말을 툭툭 내뱉다니.
 
 
참 이상했다.
 
왠지 네 앞에만 있으면 
내 감정에 솔직해 지는 기분이었다.
 
 
 
 
..”
 
언뜻 너의 붉어진 뺨과 귀가 눈에 보였다.

나도 좋긴 한데

 
 
?
 
지금 안가면.. 진짜 지각이라
 
!
 
멀쩡한 사람에게는 딱히
무슨 지각이냐 싶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빠른 걸음으로 가는 것 정도였기에
결코
널널한 시간은 아니었다.
 
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에
네게 잡힌 손목을 살짝 힘을 주어 빼내려는 찰나
 
“!”
 
 
너는
떨리는 손목을 다시금 부드럽게 휘어잡고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경보는, 가능하지?”


 
란다.
 
하 정말이지 너는
 
그렇겠지..?”
 
예측 불허였다.
 
 
 
예고편
 
뚜루루..뚜루루..’


 
연결이 되지않아 삐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연결이 되지않아 삐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연결이 되지않아 삐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가지마.. 너까지 가지마, 제발.”


안 간다며, 내 옆에 있겠다며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도 봐줬잖아
아픈 목소리 들려주기 싫다고 해서, 그것도 봐줬잖아
 

 
근데 이건 아니지..
아예 연락도.. 그 무엇도..!!
 
안 닿는 데로 가버리는 게 어딨어
 
 
 
어디있는데 너.. ..
대체 어디로 가버린거냐고..!!!!”
 
 
이런 법이 어딨냐고!!
..? 대답해봐
해줘 제발 좀..흐윽
 
 
 

 
연결이 되지않아 삐소리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
 
아 나 혼자 싫어어.. 싫어어어..!!!!!”


 
이제는 텅 비어버린 방, 뻥 뚫려버린 그의 마음처럼
공허하기 그지 없었다.
 
 
.
.
.

※만든이 : k.박하님 
 
<덧>

여러분,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너무 늦었죠.
무슨 말을 해도 이유가 되지 않을 걸 알기에, 저는 그저
이 글을 끝내는 걸로 죄송함을 전하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놀라긴 했어요.
사실 현생에 치여 사는 동안 휴대폰은 
통화용도로 밖에 쓰지 않았던지라.
상풀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거였거든.
 
전 스토리를 확인하다 댓글을 봤는데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반응해준다는 게
 이토록 기쁜일이구나 를 느꼈달까
사실 지금도 막막한 상황이지만
 댓글보고 바로 컴퓨터를 켰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이 글이 얼마나 
즐거움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향해 달려보겠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해요, 정말.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아빠 역할을 캐스팅 하지 못했어요, 아직.
두 분을 고민 중이거든요.
바로 이정재 아빠와 조진웅 아빠.
전 도저히 못 고르겠어서.
.
여러분들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투표!!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이번엔 먼저 말씀 드릴게요.
빨리 가져올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번처럼 늦는 일은 없을겁니다.
 
아아..!! 혹시 정국이의 다양한 사진을 
소유하신 아미분들이 계신다면
운영자님 메일을 통해 보내주시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글 쓰는 것보다 사진 찾는 게 일인..)
 
부탁드려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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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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