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2 (by. 나그냥.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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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냥.J] 잠 못 드는 밤 #2
 

김영광
ㅇㅇㅇ
남주혁
ㅇㅇ친구
 

 




(꼭 재생해주세요)
 

 

 

 

 

# 트라우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꿈속이었을까.
 

내 안 깊숙한 곳에 감춰두었던, 나조차도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의 응어리들이 쌓여
어느새 숨길 수 없는 커다란 실체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난 것일까 싶다.
 

그토록 바랐지만, 또 절대 아니길
 바랐던 현실에 마주하니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물밀 듯 밀려왔다.
 

.
.
.
 

 


 

김영광이라고 해.”
 

그 애는 처음부터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애가 가진 하나부터 열까지의 
모든 요소가 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내 자신도 모르게 그 애를 관찰하기
아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같은 조가 되었으니 같이 열심히 잘 해보자 애들아.”
 

 

고등학교 2학년. 그 애와는 1년간 함께 
만들어야 하는 과제의 같은 조가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조별 모임을 갖게 되었다.
 

 

늘상 뒤에서 몰래 지켜보기만 했던 난 그 애를 보며
 느끼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이 감정은 뭘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선은 그 애를 향해 있고
그 애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언제, 어디에 있든 그 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덜컥 하고
 무언가 내려앉는 기분이 드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아니,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음 그럼 전문가에게 연락해서 조언 구하는 건 누가 할래?”
 

“.......”
 

ㅇㅇ가 하자. 왠지 잘할 것 같아. ㅇㅇ. 괜찮지?”
 

? ...”
 

 

처음이었다. 현실 속의 그 애와 마주한 것은.
 

멀리서. 내가 만들어놓은 환상에 덧입혀 
자신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내게.
 

그가. 다가왔다.
 

 


 

?”
 

 

하지만,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건 나에 대한 호감 따위의 감정이 아닌,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애를
 떠보기 위한 감정놀음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데 익숙했던 난,
 

그 애의 마음이 어떤 지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고
 

 

 

그래. 내가 할게..”
 

 

그건 꽤나.. 아팠다.
 

 

 

.
.
.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이 건에 대한 보고는 ㅇㅇ씨가 해줄래요?”
 

 

 

데자뷰라고 했던가.
 

아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건 뭐라고 하지.
 

비슷한 상황. 비슷한 눈빛. 비슷한 말투.
 

그리고...
 

 

... 네 알겠습니다.”
 

 

비슷한 대답.
 

. 그때와 비슷한 감정.
 

 

아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던가.
 

비슷한 장면에서 느껴지는 먹먹한 저림.
 

 

 

그때도. 지금도. 너에게 난 뭘까?
 

 

 

*
 

 

보고 부탁하셨던 건입니다. 확인해보시고 
수정해야 할 사항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그 애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빠르게 서류를 두고 뒤를 돌았다.
 

더 이상의 희망고문과 질책으로 내 감정을 
괴롭히고 싶지 않기에.
 

10년 여 전쯤. 이미 진절머리가
 나버린 이 행위를 그만두고 싶었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자책하고
 괴로워하기를 반복하는 스스로가
 

이제는 안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예전부터.
 

 

 

잠깐만.”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돌아보기 싫다.
 

또 무너져내릴 것 같아.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
 

아니, 그냥 더 이상 아무것에서도 엮이고 싶지 않아.
 

 

?”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기 위해,
절망이 섞인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안간힘을 써야했다.
 

 



 

퇴근하고 같이 가자. 데려다줄게.”
 

 

 

 

*
 

 

모두가 떠난 빈 사무실 안.
 

남은 업무 정리를 핑계로 아직 팀장실에 남아 
일처리를 하고 있는 그를 기다렸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더 이상 그에게 내 감정을 괴롭히지
 말라는 신호를 보낼 생각이었다.
 

눈치가 빠른 애니 금방 이해하겠지.
아무도 몰랐던 내 감정을 읽었듯.
 

 

 

많이 기다렸지? 가자.”
 

아니.”
 

?”
 

너한테 할 말 있어서 기다렸어.”
 

 

 

더 이상 그때의 ㅇㅇㅇ가 아니다.
더 이상 너에게 흔들리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이렇게.. 힘들어지고 싶지 않아.
 

 

미안한데.. 아는 척 하지 말아줬으면 해.”
 

?”
 

나 너 불편해. 니말대로 우리 친하지도 않았잖아.”
 

 

 



 

..”
 

 

 

 

당황한 표정.
 

예전의 나라면 입밖에 꺼낼 수조차 없던 말들이겠지.
 

 

그냥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로 지내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아아. 그래..”
 

 

잘했어 ㅇㅇㅇ.
지금 잘라내지 않으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 감정들이 언제 부풀어서 널 찌를지 몰라.
 

 

 

ㅇㅇ 너 입장을 생각 못했네.. 부담스러웠겠다. 미안.”
 

 

 

근데 김영광. ...
 

 



 

“...알겠어. 앞으로 너 불편하게 하지 않을게.”
 

 

 

넌 왜 그런 표정이야?
 

 

 

 

 

 

# 멍청한 개구리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냥..”
 

그냥?”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고 했어.”
 

뭐어?!”
 

아씨. 깜짝아. 너 왜 그래 자꾸.”
 

아니. 놀래서. 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김영광한테?”
 

 

와 너 많이 변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10년이다 벌써. 애도 아니구.”
 

그래도.. 대단하다 너.”
 

? 뭐가
 

아니 김영광 애들한테 인기 진짜 많았잖아.
웬만한 여자애들은 걔 다 좋아했을 걸?
물론 나도 잠깐...그랬지만 무튼!”
 

“....”
 

너 김영광한테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어?”
 

 

덜컥. 마음이 내려앉는다.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아니 꺼내지 못한 말.
 

 

야 넌 무슨. 내가 그런 애를 왜..”
 

어장이다 뭐다 다 제쳐두고. 한 번도 없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사실이 될까봐.
내가 느낀 이 모든 감정을 인정하게 될까봐.
그 비참함을 온전히 견딜 자신이 없어서.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다.
 

 

없어.”
 

 

아니, 꺼내지 않을 것이다.
 

 

단 한번도.”
 

 

단호한 대답에 친구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언갈 더 듣고 싶은 듯한 그 시선을 견디기 싫어 
고개를 돌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상하다. 근데 난 왜 너희가 서로 그리워했던 것 같지?”
 

 

그의 마음일지도 모를 그 말을 듣지 못한 채.
 

 

 

*
 

 

 

좋은 아침입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사무실로 들어온 그.
내 쪽은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팀장실로 들어간다.
 

 

.. 잘했어 ㅇㅇㅇ. 이게 맞는거지. 이렇게 되어야 맞잖아.
 

머리론 알겠다. 근데.
 

근데 왜 마음이 이렇게 쓰릴까.
 

 

...”
 

 

-띠링
 

오늘 6시에 끝나지? 저녁 먹자. 데리러갈게~]
 

하하. 뭐야. 남주혁
 

 

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채는지.
그는 지금의 날 있게 만들어준 
가장 큰 버팀목이자, 안식처다.
 

[. 회사 앞으로 와ㅎㅎ]
 

소심하고 어두웠던 내게 밝은 기운을 전해준 사람이자
 

[웅 보고싶어]
 

아 진짜ㅋㅋ 이러지 말라니까...”
 

몇 년 째 나에게 마음을 표현해주는 남자다.
날 향한 그의 마음이 뭔지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밀어낸다.
 

형체도 없는 감정에 휘둘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기에.
쉽게 선택할 수가 없다.
 

...
 

.. 뭐가 있지.
그에게 갈 수 없는 이유.
 

 

내 안을 꽉 잡고 있는 무언가가 아직도 날 놓아주지 않아서.
 

일말의 기대인가, 아니면 버려진 
자신의 감정에 대한 동정인가.
 

모르겠다.
 

그동안의 시간동안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마음을 크게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만을 택했다.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와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그렇게 뜻뜨미지근한 관계로만 연을 맺고 끊었다.
 

두려웠다.
 

내 근간을 흔들어버릴 사람이 또다시 나타나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그 감정을 들추어낼까봐.
 

또 다시 잠 못 드는 수많은 밤을 보내게 될까봐.
 

무서웠다.
 

 

.
.
.
 

자 오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퇴근하죠.”
 

 

퇴근을 알리는 말에 짐을 챙겨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나오는 길에 그와 눈이 마주친 것도 
같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쓰지 않는척하려 노력했다.
 

 

ㅇㅇㅇ!”
 

 

 

회사 건물을 나서는데 갑자기 어깨를 
확하고 잡아끄는 힘에 놀랐다.
옆을 보니 개구진 표정으로
 내게 어깨동무를 하고 웃는 그.
 

작은 것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편이기에 이런 장난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된다.
 

정말 날 편하게 해주는 사람.
 

 



 

하하 놀랐어?”
 

갑자기 나타나니까 놀랐잖아..
그리고 뭐 ㅇㅇㅇ? 어쭈 그냥 친구지 이제?”
 

~ 몰라몰라ㅋㅋ 뭐 먹으러 갈래
오늘은 이 오빠가 쏜다
 

그래 맛있는 것 좀 먹으러 가자.. 일 끝나니 힘들어.”
 

그래그래. 어디든 말씀만 하시지요 마님~”
 

어휴 진짜ㅋㅋ
 

 

가볍고 능청스러운 그의 말과 표정에
 하루종일 나를 옥죄었던 긴장감이 풀어진다.
..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막상 하루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말을 말자.
 

 

요 앞에 차 세워놨어. 가자.”
 

응응
 

 

여전히 팔을 내 어깨에 두른 채 걸어가려고
 하는 주혁에게 팔을 빼달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회사 로비를 지나 입구로 걸어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
.
.

※만든이 : 나그냥.J님
 

 
#작가의 말
 
여러분 안녕하세요! 상풀에서
 첫 연재를 하게 된 나그냥.J라고 합니다ㅎㅎ
상풀은 몇 년 가까이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처음 글을 투고해보았는데 웬걸ㅠㅠ
글이 업로드된 걸 보고 정말 제 눈을 의심했어요
거기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 글이 
재밌다고 해주시는 천사님들ㅠㅠ
덕에 자신감을 얻었답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용ㅎㅎ
 
사실 투고해놓고도 당연히 업로드 안 되겠지란 
생각에 또 한차례 글을 버리려(?)는 생각이었는데
 부족한 제 작품을 재밌게 읽어주시고 다음편에 
대한 기대를 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다음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답니다ㅎㅎ
 
첫 번째 편은 브금으로 올렸던 음악을 들으면서
 느낌이 가는대로, 손이 가는대로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사실 콘티는커녕 큰 틀도 제대로 
짜 놓지 않았었어요.
 
이번 편을 쓰면서부터 그나마 대략적인 틀이 
조금씩 갖추어져 갔는데요. 아직 대부분의
 요소가 미정이라 스토리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ㅋㅋㅋ
이렇게 써야지 생각하다가도 막상 글에 들어가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손을 발견하는...ㅋㅋ
 
무튼!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글의 진행이나 
결말 그 어떤 것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좋은 걸지 나쁜 걸지 예측하기 어렵죠?ㅋㅋㅋ 
사실 저도 그래요
그래서 지금 제 머릿속에서 대충 정해놓은 방향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겠어용ㅋㅋ
그렇기 때문에 글의 분량이나 결말, 등등이 어떻게
 정해질지 아직 확실히 말씀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처음엔 단편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 둘 꺼내놓다보니 글이
 점점 길어지더군요..
 
저도 글 쓰는 게 직업이 아니라 취미이고
저의 일상이 있기 때문에 연재 주기는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빨리 글을 써보려 생각중이에요.
물론 미완결 상태로 남겨놓을 생각도 전혀 없구요
(몇년 째 상풀을 이용해본 독자이기에 미완결된 
작품에 대한 독자님들의 심정을 잘 압니다ㅠㅠㅠ)
 
상풀에서의 첫 작품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가볼게요눈팅만 하고 지나갈 수 
있음에도 하나하나 댓글을 달아주신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해서라도 댓글은 하나하나 신경 써서 
확인하니까요궁금한 부분이 있거나 저에게 
할 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답변드릴게요~
 
아맞다 그리고 제 글을 읽으실 땐 올려드린
 브금을 꼭 재생해주세요. 글 쓸 때 그 음악을 
들으면서 쓰기 때문에 제가 쓰면서 느낀 감정을 
독자님들이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서요ㅎㅎ 말이 많이 길었네요
그럼 다음 편에서 봬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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