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이 어울리는 – 1 [단편] (by. 민트색바나나)


<독자님들께>
 
안녕하세요, 민바입니다
갑자기 단편이라 놀라셨을 거 같네요!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라이벌을 쓰다가 
쉴 겸 유튜브에 들어갔는데 비투비 분들이 
찍으신 라이브 영상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그 영상을 눌렀는데 수어와 함께
 노래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
, 진짜 예쁘다.’ 였어요.
 
그러다 이 글을 써보고 싶어져서 
바로 다른 한글 창을 켜게 되었네요.
 
사실 이 소재는 제가 느끼기에 굉장히 흔한 
소재라 읽는 건 좋아하지만 제가 쓰게
 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 소재였어요.
 
그런데 그 영상을 보고 뭔가 힐링이 되고 
그래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부족한 
실력이지만 조금이라도 제가 느낀 것처럼 
힐링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서 결국 쓰게 되었어요!
 
그리고 왜 단편인데 1이라는 숫자가 붙었냐면 
원래 쓰고 있던 같은 제목의 글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글에는 저 제목이 
어울리는 거 같아서 이렇게 같은 제목을 사용하게
 되어서 1이라는 숫자를 붙이게 되었어요.
 
그럼 부족한 글이지만 오늘도 예쁘게,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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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말이 어울리는>
■ 1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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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싫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하루 하루가 지날 때 마다 나는 점점 더 지쳐갔다.
 
 
 
학교에서는 이상한 소문들이 해명을 해도 
계속해서 커져만 갔고, 그로 인해 서로를 
친구라 칭하던 사람들과 멀어졌고
조별 과제에서도 피해를 봤고,
뒤에서 수근 거리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들으라는 듯 
대놓고 내가 보이는 곳에서 하기 시작했다.
 
 
 
“......”
 
 
 
결국 오늘도 눈물이 터졌다.
 
 
 
오늘은 정말 울지 않기 위해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로 세게 눈을 감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눈물은 빈틈을 찾아 꾸역꾸역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아무도 없는 내 방.
 
 
 
내가 운다는 걸 누구도 알지 못할 나만의 공간인
 이곳에서도 나는 함부로 소리를 내며 울지 않았다.
 
 
 
꼴에 자존심이었다.
 
 
 
제대로 생활하지 않던 학교였으면서도 불구하고 
휴학을 하지 않고 오히려 예전보다 학교를 더 
잘나가는 것도, 나 혼자 있는 곳에서라도
 소리 내 울지 않는 것도.
 
 
 
현재 내가 잃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잃은 내가 
유일하게 붙잡고 있는 그 자존심 때문이었다.
 
 
 
...”
 
.
.
.
 
“......”
 
 
 
불편함에 몸을 뒤척이다 잠이 깼다.
 
 
 
어제 그 상태로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어제 입었던 옷이 겉옷까지 그대로 입혀져 있었다.
 
 
 
휴대폰의 화면을 키자 나오는 밝은 빛에 
눈이 아파 밝기를 최소로 줄인 뒤 다시 폰을 확인했다.
 
 
 
[3 : 48 토요일]
 
 
 
예쁜 사진이 설정되어 있는 잠금 화면 속에는
 예전이라면 단톡 때문에 세자리 숫자가 넘는 
톡이 와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과
 요일 말고는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
 
 
 
그로 인한 씁쓸함과 함께 오는 
토요일이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
 
 
 
나는 그 모순되는 감정을 안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
.
.
 
“......”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거실로 나왔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오지 않으셨는지 현관에는
 내 신발만이 아까 벗었던 그대로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두고 소파에
 두 다리를 모두 올리고 앉아 TV를 켰다.
 
 
 
오늘은 이 곳에 매력이 넘치는 두 분이 함께 
광고를 찍는다고 해서 달려 왔는데요
함께 만나러 가실까요?”
 
 
 
여러 채널을 돌리다 연예프로 재방송을 해주는 
채널에서 멈춘 뒤 리모컨을 내 옆에 내려 두고 올린 
다리를 감싸 안은 뒤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흔히 탑이라 불리는 여가수와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 가수의 의류 촬영장 
인터뷰부터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의 컴백 인터뷰,
새로 나오는 드라마 배우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스타들의 행복한 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
 
 
 
 
, 이번에는 핫한 스타들의 연애 소식입니다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었던 김지원씨와 
이철우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드라마의 두 주인공답게-”
 
 
 
연애라...좋겠네...”
 
 
 
그 뒤를 이어 나온 대세 배우 둘의 연애 소식.
 
 
 
두 분은 기사가 올라오고 각자의 SNS에 
팬들에게 친필로 된 편지를 올렸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를 믿고, 좋아해주시는 여러분들에게 
먼저 말했어야 하는 건데 시선과 말들이
 무서워 말하지 못했어요.
 
저를 편안하게 해주고
많이 예뻐해 주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웃을 때도
울 때도, 즐거울 때도,
행복할 때도 오롯이 저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저에겐 휴식이 되어주는 사람이에요.
 
밉지 않게, 그 누구보다 예쁘게 만날 수 있게 노력할게요.
 
부족한 게 많은 글 읽어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좋아해요.]
 
 
 
“......”
 
 
 
참 예쁜 커플이었다.
 
 
 
진심이 느껴지는 저 글을 보고 누가
 저 두 사람을 밉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둘의 글을 보자 괜히 나를 자책하게 됐다.
 
 
 
나는 저 둘처럼 예쁜 마음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걸까.
 
 
 
나는 저 둘처럼 진심을 담아 사람들을
 대하지 않아서 나를 미워하는 걸까.
 
 
 
-
 
 
 
, ㅇㅇ. 아직 안 잤니?”
 
 
 
지금 잘 거예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깊은 
구덩이로 들어갈 때쯤 열리는 문소리에 놀라
 문 쪽을 향해 무릎에 묻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곳에는 살짝 술에 취하신 듯 비틀거리며 
들어오시는 아빠가 놀란 표정으로 서 계셨고,
그런 아빠의 물음에 급하게 TV를 끄고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얼굴 끝까지 덮어 버렸다.
 
 
 
그리고 엎드려 울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비린 맛이 입안 전체를 감쌌다.
 
.
.
.
 
그렇게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입술의 한 부분은 갈색 빛을 띠고 있었다.
 
 
 
어차피 약속도 없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대로 자세만 바꾸어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상태로 눈만 굴리고 있는데 읽지 않은
 책들이 가득하게 꽂혀 있는 책들 중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
 
 
 
신은 잔인했고, 나는 이기적이었다.’
 
 
 
신은 잔인했다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 건지,
나는 이기적이었다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히 눈에 들어왔겠나 싶어 
할 일도 없는 김에 잘 됐다 싶어 침대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가 그 책을 꺼냈다.
 
 
 
대충 책의 앞뒤를 살펴보니 로맨스 소설인 것 같았다.
 
 
 
그리고 책상에 그 책을 올려놓은 뒤 빛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두껍게 덮고 있던 
커튼을 걷고, 방의 불을 켠 뒤 의자에 앉아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주인공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였다.
 
 
 
심지어 돈도, 가족도, 친구도 없어
 죽기 위해 돈을 버는 여자였다.
 
 
 
 
소설과 드라마 속에서 많이 나오는 그런 흔하고
뻔한 주인공과 이야기.
 
 
 
뻔해...”
 
 
 
로맨스 소설이면 어차피 결말은 해피엔딩이겠지.
 
 
 
라는 생각이 스쳤고, 그런 결말이라고 확신한 
나는 앞이 뻔히 보이는 재미없는 이야기에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여자주인공에게 자꾸 마음이 갔다.
 
 
 
분명 이 주인공은 나보다 더 불행하고
더 힘든데 왠지 그 주인공에게서 내가 보였다.
 
 
 
그 주인공의 결말이 궁금해져 결국 책을 놓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한 그 결말을 
보기 위해 책을 놓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주인공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질 수 
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감과 함께.
 
.
.
.
 
거기 아니야!”
 
 
 
좀 더!”
 
 
 
그거 살살!”
 
 
 
책의 3분의 1 정도를 읽었을 때쯤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차 소리와 여러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
 
 
 
한창 빠져 읽던 중에 들리는 그 소리들에 창밖을 
보자 이사를 오는지, 가는지 모르지만 높게 솟아 
올라있는 사다리차와 많은 커다란 박스들
그 박스들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이어폰을 가져와 폰에 
연결해 노래를 틀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잔잔한 노래를 틀면 계속해서 
그 소리들이 들려왔고, 시끄러운 노래를 
틀면 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결국 세수와 양치만 한 뒤 두툼한 후드 티에 청바지,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나갈 준비를 했다.
 
 
 
“......”
 
 
 
지갑과 책을 챙긴 뒤 폰을 챙기려다 멈칫했다.
 
 
 
-
 
 
 
고민하던 나의 두 손에는 지갑과 
책만이 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
.
 
딸랑-
 
 
 
어서오세요-”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다 가장 조용해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딸랑이는 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인사소리와 
나를 통과해 카페 문 밖으로 나가는 원두 향
밖과 반대로 따뜻한 공기.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랑 초코 케이크 주세요.”
 
 
 
, 9000원입니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주문을 했다.
 
 
 
벨 울려드릴게요.”
 
 
 
.”
 
 
 
진동 벨을 받은 뒤 주위를 살펴봤다.
 
 
 
카페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조용해 보이는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던 옆 테이블에는 
한 남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테이블에 잠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 남자가 책을 읽고 있던 고개를 들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 눈 맞춤에 당황해 빠르게 들어가 
그의 옆 테이블에 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책을 폈지만 왠지 모를 
민망함에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이이이잉-
 
 
 
그렇게 억지로 책을 읽고 있던 도중 울리는 
진동 벨에 나는 몸까지 움찔하며 놀랐고
또 다시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빠르게 일어나 
음료와 케이크를 가지러 갔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한 뒤 
쟁반을 자리로 가지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시 앉았다.
 
 
 
그리고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다.
 
 
 
달달함과 씁쓸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지금까지의 긴장감과 민망함을 풀어주었다.
 
 
 
그에 무의식적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자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이 보였고, 그 테이블 위에는
나와 똑같은 커피와 케이크가 놓여져 있었다.
 
 
 
괜히 드는 신기한 기분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다시 그와 눈이 마주칠까 곧바로
 고개를 돌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이 풀리고 나니 아까와 달리 책도 더 잘 읽혔다.
 
.
.
.
 
새드 엔딩이었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 주인공은 병을 
이겨내지도 못 했고, 사랑을 이루지도 못했다.
 
 
 
결국 나는 틀렸었다.
 
 
 
이 책을 꺼내온 것도, 함부로 이 책의 결말을 
내린 것도, 이 책을 끝까지 읽기로 
마음 먹은 것도 전부 틀린 선택이었다.
 
 
 
나는 그러면 안 됐었다.
 
 
 
나도 이 주인공처럼 될 까봐 무서워졌다.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할까봐.
 
 
 
결국 모든 것에 지게 될까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슬프고,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나마 이곳이 가장 구석진 곳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참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
 
 
 
그때 고개 숙인 내 시선으로 들어오는 휴지 뭉치.
 
 

그 휴지에 놀라 고개를 들자 옆자리에 있던 남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
 
 
 
“......”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한 번 더 내게 휴지가
 가득한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런 그 남자를
 아무 말 없이 눈물 고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그 남자는 그런 나를 보며 난처하다는 듯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내 손에 휴지 뭉치를 쥐어주었다.
 
 
 
그 순간 슬픈 영화라도 본 듯 눈물이 
주체 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왜 이러지. 진짜 왜 이러지.”
 
 
 
휴지로, 손등으로, 옷소매로 아무리 닦고
닦아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눈물에 그 남자도
나도 당황했다.
 
 
 
...”
 
 
 
“......”
 
 
 
그런 나의 모습에 그 남자는 안절부절 못 하다 
나를 살짝 안아 등을 두드려 주었다.
 
 
 
“......”
 
 
 
“......”
 
 
 
그 따뜻한 손의 온기에 나는 결국 그 남자의
 품에 안겨 그 남자의 옷깃을 부여잡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죽여 울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웃어준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누군가가 나를 혐오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어 준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누군가가 나에게 온기를 느끼게 해준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래서 나는 그 남자 앞에서 자존심 대신 울음을 택했다.
 
.
.
.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
 
 
 
나의 물음에 그 남자는 그저 미소 지을 뿐, 말이 없었다.
 
 
 
죄송해서 그러는데 번호 좀- .”
 
 
 
죄송한 마음에 다음에 만나 뭐라도 보답하고 싶어 
번호를 받으려 휴대폰을 찾다 휴대폰을 
두고 왔다는 것이 생각났다.
 
 
 
저기...제가 다음에 보답을 꼭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제가 지금 폰을 두고 왔거든요...
폰 주시면 제 번호 알려드릴게요.”
 
 
 
뭔가 조금 이상하지만 펜조차 없는 내게는 
이 방법이 유일했다.
 
 
 
“......”
 
 
 
하지만 그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 그래도...제가 너무 죄송한데...”
 
 
 
“......”
 
 
 
정말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며 말하자 
그 남자는 아까처럼 미소를 지은 뒤 
책을 들고 일어나버렸다.
 
 
 
...그냥 가네...”
 
 
 
딸랑-
 
 
 
그렇게 가는 그 남자를 잡을까 말까 고민 하는
 동안 그 남자는 이미 카페 문을 열고 나간 뒤였다.
 
.
.
.
 
결국 찝찝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 왔다.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고개를 돌리자마자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짜증나.”
 
 
 
그 책을 보자 다시 올라오는 이상한 기분들에
 침대에서 일어나 그 책을 가지고 베란다에
 놓여 있는 분리수거함 중 종이라고 
적혀진 곳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시 방에 들어가 이 찝찝한 기분을 
지우기 위해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 올린 뒤
 억지로 잠을 청했다.
 
.
.
.
 
미쳤네...”
 
 
 
어제 일찍 잠들어 새벽에 깰 거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나는 9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그래도 잠은 실컷 잤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네며 나는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씻고 나온 뒤 어제와는 다르게 화장도 연하게 하고
편하지만 어제보다는 차려 입은 모습으로 
어제와 다른 책을 들고, 휴대폰까지 챙겨 어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다시 그 카페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
.
.


카페 문 앞에 도착하자 카운터 옆에 있는 
케이크들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그 남자가 보였다.
 
 
 
다 큰 남자가 케이크 앞에서 미간까지 찌푸리며 
집중해 고르는 모습이 꽤나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골랐는지 카운터 
앞으로 가 휴대폰을 꺼냈다.
 
 
 
처음에는 쿠폰인가 싶었지만 타자를 치는 듯한 
모습과 보여준 휴대폰을 익숙한 듯 그것을 읽고
 웃으며 끄덕이는 직원의 모습에 그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진동 벨을
 받은 그 남자가 뒤를 돌았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같이 당황한 표정을 얼굴에 띠운 남자가
 급하게 어제 있었던 자리로 걸어갔고
그런 남자에 나도 급하게 카페 안으로 몸을 움직였다.
 
 
 
딸랑-
 
 
 
어서오세요-”
 
 
 
어제와 같은 맑은 종소리와 인사 소리, 좋은 커피 향,
적절히 따뜻한 공기였지만 그것들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였다.
 
 
 
저기......안녕...하세요?”
 
 
 
“......”
 
 
 
어색하게 인사를 했지만 그 남자는 나를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 저 시키고 올게요...”
 
 
 
어제 하루 봤지만 저렇게 무표정한 그 남자가 
낯설어 말까지 더듬으며 그곳을 벗어났다.
 
 
 
아메리카노 하나요...”
 
 
 
, 4000원입니다.”
 
 
 
계산을 하고 진동 벨을 받아 자리로 가는데 나도 모르게
 최대한 발걸음을 느리게 하며 가고 있었다.
 
 
 
“......”
 
 

“......”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결국은 자리에 
도착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나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걸쳐 자리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책을 읽고 있는 그 남자가 있었다.
 
 
 
그런 그 남자에 괜히 서러움이 밀려왔다.
 
 
 
분명 저 남자와 나는 어제 처음 봤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모르는 사이.
 
 
 
남이라 불리는 게 당연한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사이.
 
 
 
오히려 지금 이렇게 무관심한 게 당연한 
건데 나는 왜 이렇게 서러운 걸까.
 
 
 
지이이이잉-
 
 
 
왜라는 물음만 머릿속에 머물 뿐, 대답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내 손에 들려 있던
 진동 벨이 울렸다.
 
 
 
하지만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나는 움직일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진동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
 
 
 
그때서야 이상함을 느낀 그 남자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이 남자 앞에서는 무슨 눈물이 수도꼭지 틀 듯 
끊이지 않고 나오는지 오늘도 한참은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
 
 
 
그 남자는 우는 나를 보고는 어제처럼 당황해 
안절부절 하다가 나를 옆자리에 앉히고는
 내 진동 벨을 가지고 가 커피를 들고 와서
 내 테이블에 올려 주었다.
 
 
 
그러더니 우는 나의 어깨를 어색하게 
토닥거리며 나를 위로했다.
 
 
 
그런 다정함에 아까 그 서러움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까 왜 그랬어요.”
 
 
 
“......”
 
 
 
왜 어제랑 달랐어요.”
 
 
 
“......”
 
 
 
왜 지금이랑 달랐어요.”
 
 
 
“......”
 
 
 
대답이 들려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남자에게 투정하듯 울면서도 계속 질문했다.
 
 
 
어제 그 책의 주인공이 죽었어요.”
 
 

“......”
 
 
 
그 여자가 나 같아서. 나랑 너무 닮아 보여서
 해피엔딩이길 바랐는데.”
 
 
 
“......”
 
 
 
그랬는데 죽었어요. 그래서 무서웠어요.”
 
 
 
“......”
 
 
 
나도 그렇게 될까봐
나도 그렇게 아무것도 못할까봐.”
 
 
 
“......”
 
 
 
나도 그렇게...그렇게...”
 
 
 
“......”
 
 
 
내가 지금 이 남자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건 어떤 뜻일까.
 
 
 
어제는 그렇게 따뜻했으면서.”
 
 
 
“......”
 
 
 
지금도 이렇게 따뜻하면서.”
 
 
 
“......”
 
 
 
내가 힘드니까 좀 알아달라는 투정일까.
 
 
 
아까는 왜 그랬어요.”
 
 
 
“......”
 
 
 
한 번 다정했으면 끝까지 다정해야지
왜 그렇게 사람이 못됐어요.”
 
 
 
“......”
 
 
 
아니면 당신마저 나에게 뒤돌지 말아달라는
 누군가에게 하는 나의 마지막 발악일까.
 
 
 
진짜...진짜 사람이 왜 그래요.”
 
 
 
“......”
 
 
 
어떤 의미이건 전해졌으면 좋겠다.
 
 
 
왜 그랬어요.”
 
 
 
“.....”
 
 
 
나도 모르는 의미지만.
 
 
 
왜 그렇게 못됐어요.”
 
 
 
“......”
 
 
 
두서없이 이상한 말들이지만.
 
 
 
얼마나 무서웠는데.”
 
 
 
“......”
 
 
 
그래도 당신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
.
.
 
“......”
 
 
 
“......”
 
 
 
나의 울음이 멈출 때쯤 나는 창피함과 
미안함에 카페 밖으로 빠르게 뛰쳐나와 버렸다.
 
 
 
그러다 완전히 눈물이 멈춘 뒤에 폰과 책
지갑을 전부 두고 온 것이 생각나 고민하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뒤를 돌자 그 남자가 나의 
물건들을 들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런 그 남자와 함께 한적한 공원 안의 벤치에 
앉아 서로 아무 말 없이 각자의 책을 펼쳐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저기...”
 
 

“......”
 
 
 
그런 상황이 너무 이상하고, 어색해 조심스럽게
 부르자 그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요...어제도, 오늘도...”
 
 
 
“......”
 
 
 
그 남자의 시선의 피해 말을 하자 그런 
내 시선 안으로 뭔가가 들어왔다.
 
 
 
이게 뭐...”
 
 
 
“......”
 
 
 
당황스러운 마음에 바라보며 뭐냐고 묻자 
그 남자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다시
 보라는 듯 한 번 흔들었다.
 
 
 
[어제 읽었던 그 책 제목이 뭐예요?]
 
 
 
그 휴대폰 안에는 어제 읽은 책의 제목을
 물어보는 글이 쓰여 있었다.
 
 
 
...‘신은 잔인했고
나는 이기적이었다.’인데...그건 왜요?”
 
 
 
“......”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그 남자는 그저
어제와 같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러다 다시 휴대폰을 가져가 뭔가를 
누르더니 다시 내 앞에 가져왔다.
 
 
 
번호 찍으라고요...?”
 
 
 
“......”
 
 
 
화면에 떠있던 것은 전화번호를 적을 수 있는 
화면이었고, 그에 나는 번호를 찍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휴대폰을 내 손으로 가져와 조심스럽게 
번호를 찍어 넘겨주었고, 그 남자는 다시 휴대폰을
 몇 번 누르더니 나에게 다시 보여주었다.
 
 
 
[연락할게요.]
 
 
 
...?”
 
 
 
“......”
 
 
 
아직 당황해 있는 나에게 그 남자는 웃으며 
손을 몇 번 흔들더니 뛰어 공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그렇게 가버리고 난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
.
.
 
나는 집에 도착해 씻자마자 휴대폰을 붙잡고 
그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설렘마저 있는 듯 했다.
 
 
 
뭐야...”
 
 
 
하지만 그의 연락은 12시가 다 되도록 오지 않았고
심지어 12시가 되자마자 뜨는 단어에 나의
 기분은 더 가라앉아 버렸다.
 
 
 
거짓말...”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미움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12 : 42]
 
 
 
그러다 1230분을 넘어가면서부터 나는 
그 혹시나 마저 놓기 시작했고, 나는 이제 
자기 위해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고 인형을 
끌어 안기 위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인형을 손으로 끌어 왔다.
 
 
 
지잉-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고, 나는 끌어오던
 인형을 던지고 휴대폰 쪽으로 몸을 옮겼다.
 
 
 
[자요?]
 
 
 
모르는 사람이었다.
 
 
 
프로필 사진도, 상태 메시지도 없었지만
이창섭이라는 이름과 자요?’ 라는 한 마디에 
왠지 그일 것 같았다.
 
 
 
[, 나 카페에서 봤던 사람이에요.]
 
 
 
내가 읽고 답이 없자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는지 
바로 내용을 덧붙였다.
 
 
 
[안자고 있었어요.]
 
 
 
연락한다고 말한 사람치고는 조금 늦게 연락했네요.
 
 
 
라는 말을 뒤에 붙이려다 괜한 심술 같아
 지우고 저것만 보냈다.
 
 
 
[연락이 늦었죠. 미안해요. 할 일이 있어서요.]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에 바로 조금이지만
 미웠던 마음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었는데요?]
 
 
 
내가 물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고민하다 보낸 글이었다.
 
 
 
[책을 좀 읽었거든요.]
 
 
 
?”
 
 
 
예상을 전혀 빗나가는 대답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왔다.
 
 
 
[책이요? 무슨 책이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신은 잔인했고, 나는 이기적이었다.’ 그 책이요.]
 
 
 
“......”
 
 
 
이번에도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지만 나는
 이번에 놀라고, 당황하기보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기분에 휩싸여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모든 행동이 멈춰 버렸다.
 
 
 
[거기서 여자 주인공이 아무것도 못 했다고 했죠?]
 
 
 
그 뒤에 이어지는 글들에 나는 다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주인공은 모든 걸 다 놓을 수 있는 
그 상황에서도 혼자 쓸쓸하게 죽지 않겠다는
 의지로 일을 해요.
 
그리고 거기서 자신을 진짜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나요.
 
심지어 거기서 만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고백까지 해요.
 
그 사람과 데이트를 하면서 추억도 쌓고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그 순간에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소원을 빌어요.
 
그 주인공은 그런 상황에서 저렇게 많은 걸 했어요.
 
그러니까 비슷하다고 느낀다면 저렇게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런 경험들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도 나타날 거예요.]
 
 
 
지잉-
 
 
 
뭐야...”
 
 
 
그렇게 울다 다시 울리는 휴대폰을 보자 
그에게 온 톡에 나는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을 안 물어 봐서 눈물녀라고 저장했는데 
이름 좀 알려 줄래요?]
 
 
 
[나는 ㅇㅇㅇ이에요.]
 
 
 
[나는 이창섭이에요.]
 
.
.
.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저번 주만큼 
싫은 아침은 아니었다.
 
 
 
새벽에 그와 했던 톡 때문인지 왠지 오늘은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평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
.
.
 
...”
 
 
 
그렇게 기분 좋게 준비를 마치고 학교까지 
온 것은 좋았으나 막상 강의실 앞에 서니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달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몇 없는
학생들의 눈길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들조차 무서웠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로 가 앉은 뒤 엎드려 버렸다.
 
 
 
, 쟤는 진짜 뻔뻔해.”
 
 
 
그러게. 어떻게 친구 남자 뺏어 놓고 
저렇게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다니.”
 
 
 
, 저 정도 뻔뻔함도 없으면
 친구 남자 뺏는 짓도 못하지.”
 
 
 
하긴 그래.”
 
 
 
아닌데.
 
 
 
난 그런 적 없는데.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울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서는 울면 안 됐다.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입술을 더 꽉 깨물었다.
 
 
 
몇 달 사이 익숙해진 비린 맛이 
다시 한 번 혀끝을 감싼다.
 
.
.
.
 
강의가 전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 필요했다.
 
 
 
“......”
 
 
 
아니, 나는 지금 그가 필요했다.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리며 그에게 연락했다.
 
 
 
[지금 어디에요? 나 좀 만나줄 수 있어요?]
 
 
 
[나 지금 수업 끝나서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어제 본 공원에서 볼까요?]
 
 
 
톡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온 그의 답장.
 
 
 
좋다고 보낸 뒤 공원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
.
 
벤치에 앉아 그를 기다리니 몇 분 뒤 
그가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를 보고 나는 그에게 뛰어가 안겼다.
 
 

“......”
 
 
 
잠깐만...잠깐만 이러고 있을게요...”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당황스러움이 몸으로 느껴졌다.
 
 
 
제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그래서...”
 
 
 
“......”
 
 
 
울먹이며 힘들게 말을 하는 나의 어깨를 
토닥이는 그의 손에 나는 그렇게 또 다시 
그의 어깨를 빌려 눈물을 쏟아냈다.
 
.
.
.
 
[ㅇㅇ씨는 나만 보면 우네요.]
 
 
 
그러게요...미안해요.”
 
 
멋쩍게 웃으며 사과하자 그도 나를 따라 웃었다.
 
 
 
...어떤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요.”
 
 
 
“......”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웃을 때도, 울 때도
즐거울 때도, 행복할 때도 오롯이 저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저에겐 휴식이 되어주는 사람이에요.’“
 
 
 
“......”
 
 
 
창섭씨한테는 조금 황당한 일일지 몰라도 
지금 저한테는 창섭씨만큼 저를 저답게 
만들어 주는 사람도, 저에게 휴식이 
되어 주는 사람도 없거든요.”
 
 
 
“......”
 
 
 
그래서 자꾸 창섭씨를 찾게 되나 봐요. 미안해요.”
 
 
 
“......”
 
 
 
나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휴대폰을 켜
 타자를 몇 번 치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휴식이 되어주겠다며 
행동한 적은 많지만 나에게 휴식이 
되어 달라 말한 적은 없어요.]
 
 
 
“......”
 
 
 
[어쩌면 당연할 거일지도 모르죠
나는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없으니까.]
 
 
 
“......”
 
 
 
그는 알고 있을까.
 
 
 
그가 건네는 그 눈길 한 번이, 그 온기 한 번이,
그 미소 한 번이 그 어떤 의미 없는 말들보다
 위로가 된다는 걸.
 
 
 
[그래서 나도 ㅇㅇ씨가 고마워요.]
 
 
 
“......”
 
 
 
[ㅇㅇ씨가 나를 찾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
 
 
[나도 누군가에는 지키고 배려해야 할 존재가 
아닌 든든한 기둥구나.]
 
 
 
“...맞아요. 창섭씨는 나한테 기둥 같은 존재예요
든든하고, 튼튼해서 언제나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
 
 

“......”
 
 
 
“......”
 
 
 
그가 웃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나도 웃었다.
 
.
.
.
 
나는 그렇게 유일한 휴식처인 그를 만나는 
것으로 반복되는 그 상황들을 꾸역꾸역 
넘겨가고 있었다.
 
 
 
그런데 쟤는 그렇게 예쁘지도 
으면서 어떻게 다섯 명이나 꼬셨다니.”
 
 
 
혹시 알아? 몸매는 좋을지.”
 
 
 
, 그런가?”
 
 
 
“......”
 
 
 
아니, 반복되는 상황들이 아닌 더 커져가는
 상황들을 나는 그렇게 악착 같이 버텼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한계였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남은 수업들을 뒤로 하고 학교를 빠져나와
3일 동안 내 방밖으로 나가지 않고
뭔가를 먹지도 않았다.
 
 
 
부모님의 걱정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나를 나뒀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나를 가득 채웠다.
 
 
 
3일 동안 내 휴대폰은 예상외로 하루 종일 울렸다.
 
 
 
아마 그일 거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모든 곳이 무너져 가는
 나에게는 기둥조차 필요 없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곳에 기둥만 남는 것은 그저 
폐허일 뿐이기에.
 
 
 
하지만 4일째 되는 날까지 첫 째 날과 똑같이 
하루 종일 울리는 진동에 나는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왜 오늘은 연락이 없어요?]
 
 
 
[무슨 일 있어요?]
 
 
 
[아픈 건 아니죠?]
 
 
 
[벌써 3일째에요.]
 
 
 
[톡 좀 봐요. 우리 얘기라도 좀 해요.]
 
 
 
[힘들면 나한테 기댈 거라면서요.]
 
 
 
[내가 든든하다면서요. 나 기둥이라면서요.]
 
 
 
[기둥을 이렇게 쉽게 버리는 거예요?]
 
 
 
[진짜 나 버려요?]
 
 
 
[제발요...]
 
 
 
나를 걱정하다, 나에게 화를 내다, 나에게 애원한다.
 
 
 
버린다...내가 과연 이 사람을 버릴 수 있을까.
 
 
 
[카페에서 봐요.]
 
 
 
아마 나는 그건 못 할 것 같다.
 
.
.
.
 
끝없이 쏟아지는 어지러움에 간신히 
정신을 잡고 씻고 나와 카페를 향했다.
 
 
 
간간히 어딘가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제대로 카페 앞에 도착했다.
 
 
 
딸랑-
 
 
 
어서오세요-”
 
 
 
“......”
 
 

“......”
 
 
 
문을 열고 들어가자 꽤 말라버린 그가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
 
 
 
“......”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 아마 같은 생각을 하겠지.
 
 
 
“......”
 
 
 
“...미안해.”
 
 
 
난 그한테 항상 미안한 게 많아지네.
 
 
 
그런 나의 말에 너는 작은 수첩 하나를 내민다.
 
 
 
[내가 부족해서 미안해요.]
 
 
 
[다른 사람의 기둥은 처음이라 내가 많이 부족했어요.]
 
 
 
[앞으로 더 노력할게요.]
 
 
 
[ㅇㅇ씨가 힘들어 하는 거 더 빨리 알아챌게요.]
 
 
 
그 수첩 안에는 그런 글들이 수십 개가 적혀 있었다.
 
 
 
나쁜 건 나인데 그가 나에게 더 미안해하고 있다.
 
 
 
내가 더 미안해요.”
 
 
 
아마 나는 절대 이 사람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더 잘할게요.”
 
 
아니, 나는 이미 이 사람 없이 안 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시 한 번 내 기둥이 되어 줄래요...?”
 
 

“......”
 
 
 
“......”
 
 
 
눈 가득 눈물을 매단 그가 웃는다.
 
 
 
다시 그가 나를 보고 웃어준다.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내가 웃는다.
 
 
 
다시 그를 따라 내가 웃는다.
 
.
.
.
 
...”
 
 
 
그와 그렇게 화해 아닌 화해를 하고 난 뒤 
나는 다시 학교에 돌아왔다.
 
 
 
[나 지금 학교에 도착했어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긴장감이 풀어졌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계속 되었다.
 
 
 
[그래도 불안해요.]
 
 
 
[정말 힘들면 말해요. 내가 데리러 갈게요
같이 도망쳐 줄게요.]
 
 
 
[알았어요. 믿고 힘낼게요.]
 
 
 
달칵-
 
 
 
그의 말에 안심이 돼 문을 열었다.
 
 
 
“......”
 
 
 
문이 열리자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로 꽂혔다.
 
 
 
그 시선들을 외면하며 구석 자리로 가 앉았다.
 
 
 
저기...”
 
 
 
내가 자리에 앉자 몇 명의 아이들이 내게로 왔다.
 
 
 
“...미안해!”
 
 
 
“......”
 
 
 
지금까지 우리가 오해한 거 였어...
걔 말만 듣고 판단해서 미안해...”
 
 
 
이게 무슨 상황일까.
 
 
 
그러니까 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일주일간
 나에 대한 그런 소문을 낸 애가 자기 친구 
남자친구랑 바람이 났고, 그 친구는 화가 나서
 강의실 안에서 소란을 피웠고, 그 소란에는
 구경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향해
 
 
 
너희들 얘가 한 말들 다 믿었지
그 중에 사실이 몇 개 일거 같아
마 하나도 없을 걸
그리고 같이 다니던 애를 그렇게 만들었는데
 너희 얘기는 안했을 거 같아?”
 
 
 
그런 말을 해 지금 그 애는 학교를 안 나오고 있고,
내 소문은 거짓이 됐다는 건가.
 
 
 
이렇게 허무해도 되는 걸까.
 
 
 
그럼 지금까지 내가 당한 건 뭘까.
 
 
 
미안...”
 
 
 
나도 미안해...내가 좀 심했지...”
 
 
 
몇 명이 사과를 하기 시작하니 몇 명이 더 다가와
 함께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냥 이 사과를 받아주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무시하는 게 맞는 걸까.
 
 
 
“...그래.”
 
 
 
...?”
 
 
 
그래라고 했어.”
 
 
 
“...그게 끝이야?”
 
 
 
그럼 내가 여기서 너희 사과를 받고 
, 사과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뭐 이래야 하는 거니?”
 
 
 
“......”
 
 
 
너희는 그게 참 쉽겠지.”
 
 
 
“......”
 
 
 
근데 왜 난 그게 하나도 안 쉬울까.”
 
 
 
“......”
 
 
 
참 이상해...그치?”
 
 
 
“......”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책을 펴 공부하는 척을 했고
애들은 하나 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담담한 척 말했지만 떨려오는 두 손을 
책상 아래에서 서로 깍지를 꼈다.
 
 
 
오해가 풀리건 말건 이제는 상관없었다.
 
 
 
나는 그냥 지금 나를 보고 있는
 저 시선들이 무섭고, 두려웠다.
 
 
 
나는 지금 그가 보고 싶었다.
 
.
.
.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내 두 손의 
떨림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간이 좀 더 지나니 기분 좋은 
차분함만이 나에게 남았다.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과 행복감.
 
 
 
나는 지금 다시 그가 보고 싶었다.
 
.
.
.
 
그렇게 평소와 같은 듯, 다른 듯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동영상 하나.
 
 
 
그 동영상에는 수화와 함께 노래를 하는
 라이브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자 길에서 수화로 길을 알려주던
 그가 생각났고, 나는 인터넷에 수화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수어라고 하는 구나...”
 
 
 
새로운 사실과 함께 한 번 배워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을 수 있는 그이기에 나는 언제나 편하게
 말로 하지만 그는 아무리 타자가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수어가 더 편할 테니 나와 있을 때만이라도
 그가 조금 더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그를 감동시킬만한 고백을
준비하고 싶기도 했다.
 
.
.
.
 
결국 지금 내 방 책상 위에는 수어와 관련된
 책이 놓여 있고, 내 눈 앞에는 수어를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계시는 동영상 속 선생님이 계셨다.
 
 
 
이렇게...?”
 
 
 
아니, 이건가?”
 
 
 
열심히 책과 동영상을 돌려 보지만 생각보다 
헷갈리는 동작들에 나는 동영상을 정지한 뒤 
침대로 몸을 던졌다.
 
 
 
어려워...”
 
 

하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열심히
 준비한 말들에 감동받을 그가 떠오르자 나는
 엉금엉금 몸을 일으켜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
.
.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열심히 준비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전부 외웠다.
 
 
 
[뭐해요? 오늘 만날 수 있어요?]
 
 
 
[, 어디서 볼까요?]
 
 
 
...”
 
 
 
[카페에서 봐요.]
 
 
 
빠르게 오는 그의 답장에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카페에서 보자며 답을 보내고 준비를 시작했다.
 
 
 
최대한 예쁘게, 최대한 사랑스럽게, 최대한 매력 있게.
 
 
 
고백하는 날에 맞게 최대한 신경 써서 준비를 했다.
 
 
 
준비를 끝내고 약속 시간에 맞춰 집 밖을 나와 카페로 향했다.
 
 
 
딸랑-
 
 
 
어서오세요-”
 
 
 
변함없이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이곳에서 
우리의 관계는 변화할 것이다.
 
 
 
“......”
 
 
 
“......”
 
 
 
항상 우리가 앉는 그 자리로 가자 그가 예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나도 그를 따라 웃으며 그에게 인사했다.
 
 

[오늘 예쁘네요.]
 
 
 
진짜요?”
 
 
 
내가 앉자마자 무언가를 쓰던 그는 내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저기...”
 
 
 
[나 할 말 있어요.]
 
 
 
내가 심호흡 한 번과 그를 부르자 그는 
내 눈 앞에 할 말 있다는 문자를 가져다 댔다.
 
 
 
뭔데요?”
 
 
 
[근데 퀴즈예요.]
 
 
 
퀴즈요?”
 
 
 
나의 반문에도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더니 두 손을 들었다.
 
 
 
“......”
 
 
 
“......”
 
 
 
그가 나에게 내준 간단한 그 퀴즈는 내가 한 달 
동안 준비한 말들을 전부 쓰지 못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간단한 말 한 마디는 내가 준비한 
그 어떤 말보다 훌륭했고, 감동적이었다.
 
 
 
나는 웃으며 내 두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런 나를 보며 그도 웃었다.
 
 
 
아주 예쁘게.
 
 
 
나는 그대를 좋아해요.’
 
 
 
나도 그대를 좋아해요.’
 
.
.
.

※만든이 : 민트색바나나님
 
<>
 
왜 주인공이 비투비의 많은 분들 중에 
창업님인가요! 라고 물으실 수도 있으니
 먼저 이야기 하겠습니다!(사실 노래 알리기)
 
제가 창섭님의 ‘At The End‘ 라는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노래 가사가 
ㅇㅇ이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이건 창섭님이다!!
 
하고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말하는 건데 사실 예상보다 
매우 길게 써졌어요...쓰기 전에는 
모든 장면들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지금까지 쓴 글들 중에 한 편으로 따졌을 때
 역대급으로 많이 쓴 거 같아요... 글 내용만 57페이지...
 
그러다 보니 앞쪽은 사진도 없고
남주도 안 나와서 재미 없으셔서 읽다가
 뒤로 가셨을까봐 걱정이네요.ㅜㅜ
 
, 그리고 창섭님이부르신
후회 한다도 정말 좋아요ㅜㅜ
 
창섭님 음색 좋아하시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럼 오늘도 부족한 글임에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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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말이 어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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