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키스를 - 09 (by.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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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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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
 
 
일찍 오라는 그녀의 연락에
8시에 집에서 나선다.
 
 
!”
 
 
집을 나서는 길에
인사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
 
 
다녀올게요.”
 
 
그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가든가 말든가..”
 
 
물론 그의 살가운 반응을
기대하진 않는다.
 
 
늦게 되면 연락 할게요.”
 
 
하든가 말든가..“
 
 
어제 환기 못 시켰으니까
창문 좀 열어놓고
혼자 있다고 점심 거르지 말고
꼭 챙겨먹어요.
어제 형이 끓여놓은 찌개
따로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놨어요.”
 
 
먹든 말든.. ..!”
 
 
낮은 목소리로 대꾸하는
그의 반응이 재밌어
좀 더 해본다.
 
 
!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놓으면
꼭 냉동실에 넣어요.
 
어제 안 넣어놔서
날파리 생겼더라고요.”
 
 
잔소리 쩌네 진짜.
영감탱이를 닮아가나..!”
 
 
이제 그만 해야겠다.
 
 
이제 진짜 가요.
보고 싶으면 전화..”
 
 
빨리 안 나가?”
 
 
갑작스런 호통에
몸이 절로 떨려왔다.
 
 
아 깜짝이야.
가요-. !”
 
 
문을 닫고 나오는데
 
 
“8시 까지 안 들어오면
문 안 열어준다!”
 
 
문 앞까지 달려와
소리치는 게 고스란히 들려왔다.
 
 
맨 발로 뛰어오는 장면이
상상이 돼 웃는다.
 
 
아 진짜 귀엽게..
 
 
싱그런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이상하게 위층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줌마! 내가 몇 번 말해.
그게 걷는 소리냐고..
누가 들어도 그건 뛰는 소린데!!”
 
 
아니, 처녀라 잘 모르나본데
 
 
여기서 처녀가 왜 나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단으로 한층 더 올라가니
그녀와 삼십대로 보이는 여자와
말다툼을 하는 듯하다.
 
 
아가씨가 유난스러운 거야.
애들 사는 집이 다 그렇지
여기서 뭘 더 조심해!”
 
 
아줌마! 아줌마가 내려가서
한 번 들어봐.
그게 참을 수 있는 정도인지.”
 
 
아유~ 나도 다- 애들 사는 집
밑에서 살아봤어.
그만 가! 나 애들 학교 보내야 돼.
아침부터 쫒아 와서는 재수 없게..”
 
 
여자는 그녀의 어깨를 밀치며
집으로 들어갔고
입을 다물지 못하며
화를 참아내는 그녀가 보였다.
 
 
조용히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
그녀의 집 앞에 선다.
 
 
잠시 후 피곤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는 손을 대충 흔든다.
 
 
안녕.”
 
 
잘 못 주무셨나 봐요.
피곤해 보이는데..”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 윗집 애새끼들이
밤늦게까지 쳐 뛰는 바람에..”
 
 
위층을 가리키며
눈을 흘기는 그녀의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진하게 자리 잡았다.
 
 
그녀의 흥분이 좀 가라앉고
수업이 시작된다.
 
 
내가 지금 잠을 잘 못자서
굉장히 피곤하잖아.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말이야.
 
그럴 때 많이는 아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피지컬 힐러야.
 
가장 기본적이긴 한데
본인의 피지컬이 좋아야해.”
 
 
나는 체력이 약한데..
그럼 안 되는 건가?
 
 
내 어깨에 손을 대볼래?”
 
 
그녀의 앞으로 가
어깨를 잡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녀의 피곤이 내게까지
느껴지는 듯 하다.
 
 
어때?”
 
 
엄청 피곤해요.”
 
 
그래? 그게 느껴졌어?”
 
 
좀 전까지는 죽상이던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나 설명한다.
 
 
그래. 그게 바로
내가 보낸 신호야.”
 
 
..”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거지.
 
 
그냥 내 몸 상태를
이 사람에게 말해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힐러들이 파악하는 거야.
이건 별로 어렵지 않아.”
 
 
내 표정을 읽은 건지
금세 그것에 대해 설명한다.
 
 
, 그럼 이제
힐러의 자격이 주어졌으니
기운을 불어넣어 보실까?”
 
 
저기요,
방금 전까지 기분 안 좋으셨던 분
어디 가셨나요.
 
 
일단 두 손을 꼭 쥐고
내가 저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야겠다.
간절히 생각 해봐.”
 
 
그녀를 따라 두 손을 모아 쥐고
눈을 꼭 감고
정말이지 너무 피곤해 보이는
그녀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 쯤
눈을 빼꼼 뜨자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그녀다.
 
 
! 너 진짜 천재인가 봐.
이걸 한 번에 해냈어?”
 
 
.. 진짜요?”
 
 
! 대단해 진짜.
너 소울 그만 두고 힐러해라.”
 
 
기분이 좋아져 입술을 깨문다.
 
 
내가 정말 소질이 있는 건가?
창섭이 형과는 다르게
칭찬 가득한 이 수업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
.
 
 
그녀에게 교육을 받길 여러 번
이제 좀 친숙해진 느낌이 드는
그녀의 집에 들어서는데
 
 
아니 진짜 어떻게 그래?”
 
 
얼마 전 열을 내며 싸우던
윗집 여자가
그녀에게 열을 내며 서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반대가 된 거야?
 
 
아 뭐가요!
시끄러운데 조용히 하라는 게
뭐가 잘 못 됐는데요?”
 
 
이건 엄연한 협박이야.
애들한테 협박하는 게
정상이야?”
 
 
협박이라뇨?
내가 뭐 때린다고 했어요?
조용히 안 하면
혼낸다고 하는 게
어디가 협박인데?”
 
 
아니 어른인 나한테
얘기했으면 됐지
애들한테까지 꼭 그래야해?
우리 애들 어제
울고불고 난리 났었어.
애 아빠가 내려온다는 걸
내가 겨우 뜯어 말렸다고..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정신적 피해보상
정식으로 청구 해?”
 
 
곧 쓰러질 것 같은 그녀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녀를 부른다.
 
 
누나.. 무슨 일이에요?”
 
 
나를 돌아보던 여자가
움찔하며 놀란다.
 
 
아니 뭘 또 남자를 불렀어?
이러면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아?”
 
 
들어가 있어.”
 
 
상관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들어가라는 그녀의 앞을 막아선다.
 
 
안녕하세요.”
 
 
ㅇㅇ, 하지 마
 
 
누구신데 인사를 해요?
나 알아요?”
 
 
아니요. 잘 모르는데..
윗집 사시죠?”
 
 
그런데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아침부터 이렇게
찾아오실 일인가요?”
 
 
이 아가씨랑 무슨 사이인데
끼어들어요?”
 
 
동생입니다.”
 
 
.. 동생..
그럼 동생이 한 번 들어 봐.
 
아니, 어제 우리 애들이
아주 살짝 뛰어 논 모양인데
내가 없는 사이에 쫒아 와서
애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고 협박을 했더라고..
 
나도 맨날 쫒아 올라오는
이 아가씨 때문에 미치겠는데
이젠 애들한테 까지 손을 대.
 
내가 이거 어떻게 해야겠어요?
동생이라면 그냥 넘어가겠어?
 
한 번 말해봐.”
 
 
그녀의 어이없는 한숨이
뒤에서 들려왔다.
 
 
아줌마. 아줌마네 애들..”
 
 
누나. 내가 얘기 할게요.”
 
 
앞으로 나오려는 그녀를 막아선다.
 
 
먼저 아주머니 허락 없이
애들에게 그런 말은 한 건
누나가 경솔했던 것 같아요.”
 
 
그래~ 동생은 좀
말이 통하는 것 같네.”
 
 
구겨졌던 여자의 인상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그런데 혹시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저희 누나한테
사과는 하셨나요?”
 
 
?”
 
 
하지만 곧 내 말에 다시금
인상이 사납게 변한다.
 
 
정식으로 사과는
하셨냐 물었어요.”
 
 
아니 무슨 사과야.
애들 사는 집이 다..”
 
 
애들 사는 집이라고
다 양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그런 법이 있다면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사건이 왜 일어나겠어요.
 
저희 누나한테
양해를 먼저 구하셨다면
이해 못할 사람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진심으로
사과먼저 하셨다면
이렇게 싸움으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아니 그건 그거고
애들한테까지 왜 협박을..”
 
 
애들한테까지 가지 않도록
아주머니가 먼저 사과하셨으면
됐잖아요.”
 
 
! 젊은 사람이
한마디를 안지고 정말..
그리고 아랫집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우리도 윗집 소음
다 참고 살아.”
 
 
그런가요?
아랫집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건가요?”
 
 
..그래.”
 
 
적반하장에 안하무인까지..
 
 
조금 꾀를 부려보기로 한다.
 
 
누나. 이사 갈래요?”
 
 
이사를 가자는 내 말에
그녀는 놀라며 나를 봤고
여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 ..
그깟 층간 소음가지고..”
 
 
여기가 102호 져.
302호 내가 살게요.
돈을 얼마를 부르든
내가 살 테니까
누나 이사해요.
 
그리고 누나 어린 동생들
4명 있다고 했나?
다 여기로 데려와요.
같이 살게..”
 
 
그녀가 동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똑같이 당해봐야 아는 사람들이
있기에 한쪽 눈을 감으며 말한다.
 
 
? 동생들..?”
 
 
당황하던 그녀는 곧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한 듯
환하게 웃는다.
 
 
진짜 그럴까?”
 
 
어머어머 기가 막혀서 진짜..
상종을 못 할 사람들이네.”
 
 
손 부채질을 하던 여자는
 
 
아무튼 우리 애들한테
한 번만 더 그래 봐.
나 정말 그땐 가만 안 있어.”
 
 
으름장을 놓으며
계단으로 올라갔다.
 
 
우리도 한 번만 더
오밤중에 애들 뛰는 소리 들리면
진짜 302호 사버릴 줄 알아요!”
 
 
누나의 웃음소리가
아파트를 뚫고 나갈 지경이다.
 
 
푸하하하-
아까 그 여자 얼굴 봤냐고~”
 
 
집에 들어와
물을 한 컵 마시더니
속이다 시원하다며
신나게 웃는다.
 
 
너 진짜 말 잘한다.
아니 집 산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어?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누나한테 도움 됐다니
다행이네요.”
 
 
아유~ 증말..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왔어!”
 
 
내 얼굴을 아프지 않게
꼬집으며 웃던 그녀는
 
 
! 안 되겠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더니
 
 
오늘 축배를 들어야겠다.”
 
 
주방으로 가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넌 가서 앉아있어.”
 
 
내가 따라들어 가자
가서 TV나 보라며 쫒아낸다.
 
 
30분 쯤 지났을까?
 
 
그녀는 파전과 막걸리가 담긴
상을 내왔다.
 
 
누나..
아침부터 술 드시게요?”
 
 
니가 몰라서 그런가본데
아침에 먹는 술이 진짜야.”
 
 
갑자기 창섭이 형이
술을 마시던 장면이 떠올라
몸이 절로 떨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그와 달랐다.
 
 
혼자 있는 고독 없는 고독
다 끌어 모아 혼자 마시던
그와는 달리
이런 저런 얘기를
재밌게 들려주었다.
 
 
내가 비밀 하나 말 해줄까?”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비밀을 얘기한다고 자처했다.
 
 
뭔데요?”
 
 
나 사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사랑 대화해.”
 
 
? 이게 무슨 생뚱맞은..
 
 
천사랑 대화를 한다고요?”
 
 
.
라지엘이라는 천사가 있어.
인간을 좋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워하는..”
 
 
라지엘..?
 
 
그 천사랑 어떻게 대화를 해요?”
 
 
종종 나를 찾아 와.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지.
뭐 물론 어떤 얘기인지는
절대 비밀이야.”
 
 
그런데 이 얘기..
저한테 해도 되는 거예요?”
 
 
. 너가 처음이야.
이 얘기 하는 거..”
 
 
왜 저한테..”
 
 
몰라~ 그냥 하고 싶네.
오늘 일 너무 고마워서 그런가?”
 
 
그녀가 바닥을 보며 웃는다.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분위기에 취한 걸까?
 
 
저도 비밀 하나 얘기 할까요?”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 너도 비밀 같은 게 있어?”
 
 
..”
 
 
뭔데? 나 비밀 잘 지켜
 
 
저 사실..”
 
 
두둥~”
 
 
여자예요.”
 
 
장난스럽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눈이 커진다.
 
 
-! 대박!!!”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내게 손가락질을 한다.
 
 
~ !! 나는 그거 진짜야.
천사랑 얘기 하는 거..
너 진짜 완전 귀신을 속여라.
니가 무슨 여자야~
다니엘이랑 같은 학교 다녔잖아!”
 
 
그녀의 반응이 재밌어 웃는다.
 
 
푸히히~”
 
 
이거 봐- 이거 봐-
그짓말쟁이.”
 
 
거짓말 아니고 진짜예요.”
 
 
얌마! 너 까봐.”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춤에 손을 올린다.
 
 
진짜 까요~?”
 
 
..그으래! 까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던 그녀는
가운데 손가락을 가르며
내 아랫도리에 집중했다.
 
 
바지를 슬쩍 내리자
 
 
어라.. .. 어디 갔어.”
 
 
내게 없는 뭔가를 찾는다.
 
 
.. 진짜 여자야?”
 
 
푸흐흐- . 진짜요.
나 이 얘기 하는 거
누나가 진짜 처음이에요.”
 
 
어머.. 어머.. 이새끼 이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누나라고 하는 거봐.”
 
 
눈을 깜박이며 놀라던 그녀는
 
 
근데 너 가슴은
어떻게 한 거야?”
 
 
가슴에 대해 묻기에
티를 들어 올려 보인다.
 
 
하이고.. 압박붕대..
야 너 그거
가슴에 진짜 안 좋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내가 왜 남자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아니 근데..
이창섭이랑 사는 거 괜찮아?
세상에.. 얼마나 불편해-”
 
 
괜찮아요.
남자 기숙사에서도
살았는데요 뭐.”
 
 
그래도 거기는
행동반경이라도 크지.
좁디좁은 집에서..”
 
 
잠시 정적이 흐른다.
 
 
야 그거 풀러.
여기서라도 편히 있어야지.”
 
 
가슴을 가리키며 말하는 게
압박붕대를 말하는 듯 하다.
 
 
? 괜찮아요.
워낙 이골이 나서..”
 
 
너만 괜찮지.
니 가슴은 아닐 걸?
- 제발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마치 자신이 내 가슴인 냥
자신의 목을 조르며 말하는
그녀 때문에 다시 웃음이 터진다.
 
 
있잖아요.”
 
 
 
 
저 수녀님 외에 여자랑
이렇게 단 둘이 얘기하는 거
거의 처음이에요
 
 
진짜? 여자 친구 없어?”
 
 
..”
 
 
- 그럼 내가 1호야?”
 
 
“1호여?”
 
 
니 친구 1..”
 
 
.. 친구 1호는 다니엘인데..”
 
 
- 뭐야. 김새..
아니지! 여자친구로는 1호지
 
 
! 맞네요.”
 
 
친구가 없던 내게
갑자기 친구가 늘어난다.
 
 
그것도 너무나 좋은 사람들로..
 
 
이게 꿈이라면
제발 깨지 않기를..
 
 
 
 

 
 
 
 
이상하게 휑- 한 느낌에
집안을 둘러본다.
 
 
뭐지? 뭐가 이렇게 허전하지?
 
 
그 째깐한 꼬맹이하나 없다고
이렇게 빈 집 같다고?
 
 
아 안 되겠다. 나가자..
 
 
PC 방이라도 가자 싶어
외출 준비를 하는데
육성재로부터 연락이 왔다.
 
 
-! 니 꼬맹이 가르치라더니
딴 데로 빼돌렸으면
너라도 놀아줘야 할 거 아냐.
나와! 점심이라도 먹게
 
 
국밥집에 마주앉은 육성재는
먹성 좋은 사람마냥
후루룩- 하고 국밥 그릇을
비워내다 입맛이 영 없어
수저로 뒤적거리는 나를
영 못마땅한 눈으로 본다.
 
 
뭐하냐? 왜 깨작대..
야동 폴더 누가 지웠냐?”
 
 
그런 간 큰 새끼가
세상에 어딨겠냐.
 
그냥.. 입맛이 없어.”
 
 
? 내가 지금 뭔가
잘 못 들은 것 같은데..
뭐가 없다고?”
 
 
니 머리에 뇌가 없다고..”
 
 
~ 그런 건 원래
안 갖고 태어났지. 내가..”
 
 
그릇 째 들고 마지막 국물을 마시곤
이제야 속이 풀린다며
만족한 표정을 하더니
주변을 살피곤 속삭이듯 말을 한다.
 
 

, 근데 걔 남자라며?”
 
 
누가 남자야.”
 
 
아니지. 그게 아니고..
남자로 살고 있다며?”
 
 
뭐라는 거야?”
 
 
그 왜.. 다들 찾는 그 아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그게 무슨 말이야,
남자로 살고 있다고?”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출생신고를 남자로 했다는 거지.
그래서 다들 못 찾았던 거고..”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을
지워낼 수가 없다.
이 녀석의 말이 맞다면..
ㅇㅇ이가 여자라는 전제조건하에
맞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근데 내 생각에는
걔 여자애 아니고 남자애야.
확실해.
그리고 모든 정보는 다 틀렸어.
우리가 뭔가 크게
잘 못 알고 있는 거라니까.”
 
 
뭐래냐, 내가 봤다니까?
여자애라고..”
 
 
봤다고? 어디서..”
 
 
.. 됐다. 말을 말자.”
 
 
~ 설마.. 그 꿈?
야 너는..!
무슨 대여섯 살도 아니고
아직도 꿈을 현실로 믿냐?”
 
 
너는 모른다니까.
하긴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너한테
말을 해봐야 뭐하냐.”
 
 
니 말은 귓등으로도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지.”
 
 
하긴.. 큭큭
니가 내 말을 들어서 뭐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육성재가 계산하는 것을
구경하다 밖으로 나온다.
 
 
, 그건 그렇고 니 동생은
누구한테 배우는데?”
 
 
계산을 마친 녀석이 뒤따라오며
팔짱을 끼기에 쳐다보니
화들짝 놀라며 빼낸다.
 
 
김슬기
 
 
슬기?”
 
 
. 엔젤퀸. 알아?”
 
 
아니. 이뻐?”
 
 
이쁘면 니가 어쩌게..”
 
 
- 구경 가야지.”
 
 
갈 필요 없겠네.”
 
 
까비-”
 
 
진심으로 아쉬워하던 녀석은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다
화들짝 놀란다.
 
 
아우- !
나 지금 가야겠다.
암튼 조금도 쉴 틈을 안줘요.”
 
 
화면에는 악덕 사장놈이라는
글자가 박혀있었다.
 
 
또 땡땡이 치고 온 거구만..
빨리 가.”
 
 

알았어. 자기야.
또 전화할게.”
 
 
.. 미친놈..
 
 
. 지금 가요.
아니 지금 앞이에요.
다 왔네. 다 왔어~”
 
 
멀리 사라지는 녀석을 보며
집으로 향하려는데..
 
 
우두커니 서서 여길 보다
화들짝 놀라는 녀석이 있다.
 
 
.. 그게 그러니까..”
 
 
뭐야, 왜 여기 있어?”
 
 
..수업이 끝나서요.”
 
 
벌써?”
 
 
.. .”
 
 
멋쩍게 웃는 녀석이 수상하지만
또 이렇게 보니 반갑다.
 
 
밥은..?”
 
 
먹었어요.
형은 드셨어요?”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안 먹었겠냐?”
 
 
.. 하하..”
 
 
가자~ 집에..”
 
 
! ..야죠.”
 
 
 
 

 
 
 
 
저 진짜 검색만 했어요.”
 
 
웃기지 마!
그럼 그게 어딜 갔는데?”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정말 너무 억울하다.
 
 
진짜 아무것도 안 만졌어요.”
 
 
아이씨-,
내가 그걸 어떻게 모은 건데..”
 
 
그는 텅텅 비어있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보며
속상해했다.
 
 
뭔데요-
제가 다시 찾아 놓을게요.”
 
 
됐어! 임마. 그냥 꺼져!!“
 
 
도대체 뭐길래 저러지.
정말 검색 말고는 한 게 없는데
컴퓨터도 잘 못하는 내가
뭘 건드렸을 리가 없는데
뭔가가 감쪽같이 사라졌단다.
 
 
! 근데 저 진짜
아무것도 안 만졌어요.
인터넷에 검정고시 검색
해본 거 말고는..
 
뭔지 말해주면 제가 다시..”
 
 
됐어. 됐으니까 꺼지라고..
내 말 안 들려?”
 
 
무슨 또 말을 저렇게 하냐.
사람 서운하게..
 
 
괜히 눈물이 날 것 같다.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싫고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고
짜증만 내는 그도 밉고
꺼지라는 말에도 화가나
가방에 문제집 몇 권을 넣어
밖으로 나온다.
 
 
어디가지..
 
 
고민하다가 슬기누나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 ㅇㅇ-”
 
 
누나! 어디에요?”
 
 
나 놀러 나왔지~ 왜에~?”
 
 
그냥요. 심심해서..”
 
 
그래? 근데 어쩌지
나 좀 멀리 나와 있는데..”
 
 
괜찮아요.
그냥 누나 뭐하나 궁금해서.”
 
 
오구 우쭈쭈- 그래쪄요?
근데 그 누나소리
진짜 거슬린다.
언제쯤 언니라고 부를라나.”
 
 
연습 해볼게요.
대신 둘만 있을 때..”
 
 
전화를 끊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하염없이 걷는다.
 
 
갈 곳 없는 내 신세가 처량해
눈물이 찔끔 나와 손등으로
닦아낸다.
 
 
그러다 한적하고 조용해 보이는
카페가 보여 들어가
레몬차 한잔을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문제집을 펴들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보려면
혼자 공부하기에는
힘들 것 같은데
학원을 등록해야하나..?
 
 
그건 그렇고..
지난 번 그 보라색은 뭐지?
빨간색도 기가 막힌데..
갑자기 나타난 색은 뭘까.
이걸 누구한테 물어봐야 한담..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는
점원의 말에 레몬차를 받아들고
자리로 와 앉아 한 모금 마신다.
 
 
뜨겁지만 상큼 달달하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다.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누군가 자꾸 쳐다보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든다.
 
 

 
 
뭐지..?
어떻게 여길 있는 거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눈을 감았다 뜬다.
 
 
그러자 이번엔 일어나
내 앞으로 와 앉는 그가 보였다.
 
 
누가 나가라 그랬냐?”
 
 
- 어이없어.
 
 
꺼지라면서요.
그래서 꺼졌는데 왜요.”
 
 
얌마, 꺼지랬다고 진짜 꺼지냐?“
 
 
-
 
 
. 꺼지라고 하시는데
얹혀사는 제가 꺼져야죠.”
 
 
야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
잠깐.. ? 짜증 낸 것 가지고..”
 
 
대답이란 걸 하기가 싫었다.
아니 할 가치가 없는 듯 했다.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겨
수학문제를 푸는데
이번엔 문제집을 잡아당긴다.
 
 
-! 형님이 말씀을 하시면
집중을 해야지. 무시 하냐?”
 
 
고개를 들지 않고 눈을 치켜뜨자
 
 

미안.”
 
 
정말 사과란 걸 하고 있는
그가 보여 놀랐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다시는 꺼지라는 말 안할게.”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정말 꾹- 참는다.
 
 
때마침 걸려온 전화도
눈물을 참는데 도움이 된다.
 
 
. 다니엘-”
 
 
다니엘이라는 이름에
그의 표정이 슬쩍 구겨진다.
 
 
어디냐?”
 
 
나 집 근처 카페인데.. ?”
 
 
몸도 찌뿌둥한데..
찜질방 안 갈래?”
 
 
찜질방?”
 
 
. 우리 쌤이랑 같이
반 애들 몇 명이랑 갈 건데
너도 가자
 
 
.. 지금?”
 
 
. 애들도 너 보고 싶대
 
 
그의 눈치를 한 번 본다.
 
 

“.....”
 
 
그래! 갈게
 
 
우리 여기서 밤새 놀 건데..
괜찮지?”
 
 
밤새 논다고? 당연히 괜찮지.“
 
 
...”
 
 
그럼 ㅁㅁ불가마사우나 앞으로 와
같이 들어가게.”
 
 
아냐. 먼저 들어가 있어.”
 
 
! 들어와서 전화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외박을 하시겠다고?
이눔시키가 형님한테
허락도 안 받고..!!”
 
 
제가 왜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요?”
 
 
. 너는 미성년자야.”
 
 
그런 미성년자를
쫒아내는 사람도 있죠.”
 
 
하아.. 진짜 한 마디를 안지네.”
 
 
가방에 문제집을 넣으며 일어선다.
 
 
오늘은 형이랑
얘기할 기분이 아니에요.
사과도 기분이 풀리면
그때 받아줄게요.”
 
 
?”
 
 
기가 막혀하는 그를 두고
카페에서 나와
찜질방으로 향한다.
 
 
.
.
.
 
 
몇은 자고 몇은 깨어
수다를 떨고 있는 찜질방 안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지나고 있었다.
 
 
창섭이 형은
지금쯤 자고 있겠지.
 
 
저녁은 먹었나.
혼자 밥 먹는 거 싫어하는데..
 
 
낮에 창문 열어놓고 나왔는데
자기 전에 닫았겠지?
안 닫으면 감기 걸릴 텐데..
 
 
근데.. 아까 내가 그렇게 말해서
속상해 하는 건 아니겠지?
슬프게 하면 안 되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신나서 떠들고 있는 다니엘에게
먼저 가겠다는 말을 전한다.
 
 
나 집에 가볼게.”
 
 
? ~”
 
 
같이 지내는 형이 걱정돼서..”
 
 
뭐라고?”
 
 
감기 걸리면 또 한달 동안
찡얼거릴 거야.
그리고 슬프게 하면 안 되거든..”
 
 
야 너 지금 뭐라는 거야..”
 
 
미안, 먼저 갈게
 
 
마음이 급해져
집을 향해 달려간다.
 
 
집 앞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비밀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막 나가려던 그와 부딪힐 뻔 한다.
 
 
- 깜짝이야.”
 
 
..”
 
 
화들짝 놀라던 그는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비켜서며
벗고 있는 내 가방을 받아든다.
 
 
밤새고 온다며..”
 
 
.. 거기가 좀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더라고요.”
 
 
차마 눈을 보지 못하며 대답한다.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던 그는
걸치고 있던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근데.. 나가려던 거 아니에요?”
 
 
? ..아니야.
나 막 집에 들어오는 길이지
 
 
거짓말이다.
내가 밖에서 1분은 서있었는데..
설마 나 찾으러 가던 길은..
에이- 진짜 설마다.
 
 
저 그럼 먼저 씻을게요.”
 
 
?”
 
 
나갔다 왔는데
당연히 씻어야죠.”
 
 
너 지금 찜질방에서
오는 거 아냐?”
 
 
맞아요.”
 
 
안 씻고 왔어?”
 
 
.. 오는데 좀 덥더라고요.
땀이 좀 나서 씻고 싶어서..”
 
 
.. 그래. 씻고 와.”
 
 
대충 발만 닦고 나오니
벌써 침대에 누워 있는 그다.
 
 
, 안 씻어요?”
 
 
? - 나 잠깐 나갔다 온 거야.
아까 씻었어.”
 
 
. 그럼 주무세요.”
 
 
. 그래.”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워
낮에 있었던 일을 잠시 생각한다.
 
 
그러다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자요?”
 
 
.”
 
 
- 자는 사람이
어떻게 대답을 해요.”
 
 
나는 뭐든 다 돼.
자면서 대답도 하고 노래도 해.”
 
 
- 대단하다. 진짜..”
 
 
그치?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근데 왜 물어- 자는지는..”
 
 
아까 낮에..
그렇게 말해서 죄송해요.
형도 힘들게 사과한 걸 텐데..”
 
 
알면 됐고..
피곤하니까 빨리 자.”
 
 
-”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눈을 감고 이제 정말 자려는데
 
 
나도.. 아깐 진짜 미안했다.
범인은 육성재였는데..”
 
 
그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육성재?
그 사람이라면..
창섭이형 애인?
 
 
뭐야, 사랑싸움에..
내 등이 터진 거야?
 
 
.
.
.
 
 
슬기누나.. 아니 슬기언니와의
수업시간이 돌아왔다.
 
 
피지컬 힐러에 대해
복습을 하고 잠시 쉬는 시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다.
 
 
근데 또 막상 그러고 오니까
너무 걱정 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집에 왔어요.”
 
 
흥미진진한 얼굴로 듣던 그녀는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슬쩍 웃어 보인다.
 
 
너 뭐야~
이창섭 좋아해?”
 
 
네에~? 제가요?”
 
 
너 저번엔
두근거린 적도 있었다며..”
 
 
그렇긴 한데..
그러면 좋아하는 거예요?”
 
 
어머 얘 봐~?
너 좋아하는 감정 뭔지 몰라?”
 
 
. 한 번도 느낀 적 없는데..”
 
 
- 완전 남자들 틈에
쌓여 살았으면서..
한 번도 누구
좋아해 본 적 없어?”
 
 
고개가 절로 숙여 진다.
그런 감정은 내게 사치라고
생각했다 말하자
등을 두드려 주는 그녀다.
 
 
그럼, 이창섭을 떠올려 봐.
어떤 사람인 것 같아?”
 
 
슬기언니의 말에
그를 떠올려 본다.
 
 

으디서 으른을 어?
밑에서부터 보냐?
버릇없게?”
 
 
갑자기 떠오르는 첫 만남의 기억에
웃음이 터진다.
 
 
뭐야, 웃긴 사람이야?”
 
 
웃긴 사람이라기보다
저를 웃게 하는 사람이에요.
이상하게 처음부터 계속..
저를 웃게 했네요.”
 
 
그래? 그리고 또?”
 
 
말투는 엄청 틱틱거리고
언뜻 보면 나쁜 사람 같은데..
알고 보면
엄청 좋은 사람? 이지 않을까..
 
배려심도 있고,
챙겨주는 것도 잘 하고..
정이 많아요.
요리도 잘 하고
얼굴도 잘 생겼고,
! 또 웃는 게 엄청 예뻐요.”
 
 
- 잘생겼대 라는 말을 하며
내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그래- 너를 웃게 하는
사람인 건 맞는 것 같다.”
 
 
왜요?”
 
 
너 이창섭 얘기하면서
계속 웃고 있어.”
 
 
...”
 
 
자각 하지 못했다.
내가 웃고 있었다는 걸..
 
 
나는 말야. 이렇게 생각해.
그 사람을 떠올리면
웃음부터 나는 거면
어느 정도 감정은 있다는 거지.”
 
 
어느 정도 감정은 있다?
 
 
그리고 너가 말하는 이창섭은
내가 아는 이창섭이 아냐.
 
완전 개 까칠하고, 이상하고
또라이고, 거친 느낌인데..
이건 나만 느끼는 건 아니거든..
 
근데 너가 말하는 건
완전 전형적인 츤데레란 말야.
 
설마.. 이창섭도
너 좋아하는 거 아냐?”
 
 
에이- 아니에요.”
 
 
아니라고 말하는
내 표정과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기는- 맞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제가 확신해요.”
 
 
그는.. 게이란 말이에요.
 
 
.. 하긴 이창섭은
널 남자로 알고 있지.”
 
 
.. 그렇지..
그는 나를 남자로 알고 있지.
가만.. 그러면 진짜?
아 설마..
그러면 진짜 싫을 것 같아.
 
 
너 뭐야?
왜 갑자기 실망한 표정?”
 
 
제가요?”
 
 
! 너가..
너 그거 알아?
은근 표정에 다 드러나
 
 
맞아요. 제가 좀 그런 편이죠.
언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속상하네요.”
 
 
뭐 어때!
넌 알맹이는 여자인데..
네가 커밍아웃만 하면
이창섭이도 분명히 널 좋아할 거야.”
 
 
정말 그럴까요?”
 
 
! 내가 보장해.
우리 ㅇㅇ이 얼마나 예뻐.
아주 그냥 뻑 갈걸?”
 
 
그녀의 위로에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문다.
 
 
아이구- 좋아하기는..
 
이창섭 좋아하는 게
확실하구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손바닥으로 뺨을 가둔다.
 
 
아 어떻게 해요.”
 
 
-?”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너무 부끄럽고..”
 
 
부끄럽고..”
 
 
창섭이 형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어요.”
 
 

- 큭큭큭-
아주 그냥 좋아 죽는구만
 
 
 
 

 
 
 
 
없다.
 
 
몇 년을 소중히 모아놓은
내 지빠귀 폴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최근 컴퓨터를 만진 건
저 녀석뿐인데..
 
 
너 혹시 바탕화면에 있던 폴더
니가 지웠냐?”
 
 
바탕화면이요?
인터넷만 하라고 하셔서
그것만 했는데..
왜요, 뭐 없어요?”
 
 
너 솔직히 얘기해.
그거 보고 이상하니까
지운 거지? 그렇지?”
 
 
녀석은 정말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긴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표정이다.
 
 
아니면 나 골탕 한 번
먹어보라고 지운 거냐?”
 
 
그게 뭔데요?”
 
 
.. 니가 알아서 뭐하게?”
 
 
왜인지 녀석에게 솔직하게
말하진 못한다.
뭐랄까..
녀석은 그런 걸
안 봤을 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아무것도 안 지우고
진짜 검색만 했어요.”
 
 
계속 끝까지 우긴다.
 
 
그럼 폴더가 제 스스로
자취를 감췄다는 건데..
그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짜증이 확 일어
녀석에게 꺼지라 말하자
잠시 후 가방을 메고
나가버린다.
 
 
가든지 말든지..”
 
 
모니터화면을 멍하니 보다
침대에 벌렁 누워 눈을 감는다.
 
 
뭐하냐? 왜 깨작대..
야동 폴더 누가 지웠냐?”
 
 
그러다 순간 떠오르는 목소리.
 
 
이 미친 새끼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할까하다
문을 박차고 나간다.
 
 
어디 멀리가진 않았을 거고..
주변을 살피다
일단 앞으로 걸어 나간다.
 
 
상가를 살피며 가는데
얼마 못가 카페에 앉아있는
너를 발견한다.
 
 

 
 
입술이 조금 튀어나와 있는 게
삐진 게 확실하다.
 
 
사내 녀석이
뭘 그런 걸로 삐지는 지..
 
 
주문한 음료가 나온 건지
픽업대로 향하는 너를 보고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녀석을 지켜보는데..
나를 보지 못 한 건지
뜨거운 음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후후-불어 천천히 마신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다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덜컹거리는 심장이
위험신호를 보내온다.
 
 
미친놈.
쟤는 남자야 인마!
 
 
.
.
.
 
 
실습을 하는 녀석의 표정이 이상하다.
자꾸만 기운을 모을 때 마다
인상을 구긴다.
 
 
왜 그래. 느낌이 별로야?”
 
 
? 아뇨.”
 
 
근데 왜 그래?”
 
 
이게.. 색이..”
 
 
? 무슨 색,
너 색 없다며..”
 
 
.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는다.
 
 
, 집중하자.
여기에서 정신 못 차리면
악귀한테 먹히는 건 시간문제야.”
 
 
하지만 녀석은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손을 신경 쓰는 듯 하다.
 
 
! 집중 안 해?”
 
 
해요! 하잖아요.”
 
 
..
그게 집중하는 사람의 태도야?”
 
 
제 태도가 뭐 어때서요?”
 
 
너 지금 계속 손만 보고 있잖아.
그 느낌은 적응 되면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
 
 
손 보고 있다고
집중하지 않는 다는 건
무슨 논리인데요?
그리고 지금 저한테
짜증내는 거예요?”
 
 
얘가 요즘 왜 이러지?
짜증이 늘은 것 같은데..
 
 
짜증은 지금 니가 내고 있어.
잘 생각해 봐.”
 
 
녀석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
숨을 고른다.
 
 
발로 땅바닥을 괴롭히던 녀석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다가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쥔다.
 
 
, 죄송해요.
왜 그런지 오늘은
집중이 잘 안 돼요.
하루 쉬고 싶어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하는 게
꼭 혼나는 어린애 같다.
 
 
그래. 오늘은 쉬자.”
 
 
왠지 우울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한 녀석을 데리고
디저트카페에 들른다.
 
 
남자와 단 둘이는 처음이지만
아침에도 이상했던 녀석에게
달달한 것을 처방해야 할 것만 같았다.
 
 
가끔 달달한 것이 땡길 때
포장해 가는 곳이기에
즐겨 먹는 메뉴를 선택해 주문한다.
 
 
먹어.
단거 먹고 나면
기분이 좀 풀릴 거야.”
 
 
말없이 케잌과 음료를 보던 너는
포크를 들다 다시 내려놓는다.
 
 
. 궁금한 게 있는데요.”
 
 
.”
 
 
모두가 찾고 있는 그 아이.
만약 형이 찾았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 너를
그저 잠시 본다.
 
 
어떤 생각으로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
 
 
어디선가 내 정체를 들은 걸까?
우리 팀엔 네가
내 정체에 대해서 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천천히..
네가 좀 더 힘이 생긴 후에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한데?”
 
 
망설이던 너는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듯하다.
 
 
그 아이는 루시퍼의 부활을
막기 위해 태어났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왜 아무도 찾을 수 없게
숨겨진 걸까요?
 
그 아이는 자신이 그런 운명을
타고 났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요?
 
만약 알게 된다면
도망치고 싶지 않을까요?
이 현실로부터..”
 
 
왜 이런 말들을 갑자기
다른 사람도 아닌 내게 하는 건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
 
 
뭔가를 알고 말한다고 하기엔
녀석의 표정은 가여울 정도로
힘이 빠져있었다.
 
 
뭘 알고 싶은 건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당황해 아무 말이나 찾는 듯
장황하게 말을 하던 너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냐는 말에
다시 입을 꾹 다문다.
 
 
괴롭히고 있는 제 손이
빨개진 줄도 모른 채
바닥만 보다 다시 고개를 든다.
 
 
왜 형을 사랑하면
안 되는 거예요?”
 
 
너의 한마디에 시간이 멈춘 듯
내 사고 역시 정지했다.
 
 
 
.
.
.

※만든이 : 불통님
 
 
 
<>

여러분..
데둉해요. ㅠㅅ ㅠ
일주일에 한 번 온다 해놓고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내가 많이 미안해여.
요즘 게임에 빠져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 차려보니 벌써..
2주나 지나버렸네요. ㅠㅠ
 
이제 진짜 일주일에
한 번씩 잘 올게용~
한 번만 봐주세여~ ~?
 ────────────────
<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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