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1 (by. 나그냥.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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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못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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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ㅇㅇㅇ
 ㅇㅇ친구
 


 
# 끔찍한, 아니 기다렸던 만남
 
 

 
비가 오는 날이면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를 
한껏 잡곤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귀에서 흐르는 비와 어울리는 아련하고 몽환적인 선율.
생각이 많은 나지만 이럴 땐 잠시 갖은 
일상의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옛 기억들.
 
 
 
빌어먹을.
 
 
잊고 싶은 기억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안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아
예고도 없이 마구 머릿속을 헤집어 놓곤 한다.
이미 벗어났다고,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없이 부정한다.
그러나, 어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김없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기억들은 한없이 날 무력하게 만든다.
 
 
대체 왜. 무엇이.
어떤 감정의 끄트머리가 남았기에
이미 변했다고 한없이 믿고 싶은 나를
다시 그 기억 속 모습으로 되돌리는 걸까.
 
 
 
대체,. 니까짓 게 뭐길래.
 
 
 
 
 
... 짜증나 진짜.”
 

 
 
빗물을 머금은 우산을 탁탁
 털어버리곤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같은 날엔 그냥 죽치고 앉아서 생각이나 죽이자.
늘 하던 거니까. 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테니.
몇 분만. 아니면 몇 시간만 이 빌어먹을 감정에 매이자.
 
 
 
카페모카 한 잔... 음 아니 유자차 따뜻하게 한 잔 주세요.”
 
 
 
비가 오니 추우니까.
몸도 마음도 다 녹아 없어져버렸으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당장이라도 나를 부숴버리고 싶다는 모순되는 생각.
 
 
딱 이런 감정이다.
 
 
애증.
 
 
너에 대한 기억도. 나에 대한 기억도.
모두.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아니 부정하기 싫은 것들이 있다.
 
 
.
.
.
 
 

 
연습장을 꺼내 되는대로 글을 끄적였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면 종종 하곤 했던 일.
 
 
오늘 날씨는 비 내림. 추적추적.
생각이 많아진다. 대체 이 버릇은 언제쯤 고쳐질지..
보고싶다. 아니 미친 건가.
궁금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아니 알아서 뭘 어떻게 하게?
 
 
의미 없는 글자들.
 
 
-
종이가 맞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닫힌 연습장 위로 엎드렸다.
 
 
.. 진짜 정신과 치료라도 받아봐야 하나. 머리아파..
 
애써 정돈했던 머릴 헝클어트리며 고개를 들었다.
 
 
근데 이거.. 뭐야?
 
 
 

 
안녕?”
 
 
말도 안 돼.
 
 
 
ㅇㅇㅇ 너 맞지? 이야
긴가민가해서 아까부터 쳐다봤는데.
진짜 오랜만이다. 반가워. 하하.”
 
 
간절히 바라는 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니, 그 반대인가.
간절히 바랬던, 기다렸던 만남이 왜 내겐 끔찍한 일인지.
 
 
 
어어. 맞아..”
 
갑작스러워서 놀랬겠네
나 기억하지? 우리 친하진 않았어도.”
 
어어 기억하지.”
 
 
 
평온했던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아니, 그로 인해 내 세상이 평온한 적이 있던가?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던 감정들
꺼내고 싶지 않던 모든 것들.
나를 아직까지 이렇게 괴롭히는데.
 
아아. 이젠 또 어떡한담.
 

 
이 근처에서 일하나 보네? 자 여기 내 명함.”
 
 
“.....”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음에 밥이나 한 번 먹자.
고등학교 때 애들 거의 못 보고 지냈어서 괜히 더
 친한 척 하게 된다. 하하. 좀 실례인가?”
 
 
...아니 괜찮아.”
 
 
나 잠깐 들어와본거라 먼저 일어날게. 연락할게!”
 
 
....”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무래도 또 한 번 모든 게 뒤집혀버릴 모양이다.
 
 
 
 
....미친.”
 
 
 
 
 
 
 
 
# 거짓말쟁이
 
 
 
「뭐어?!!」 
 
아잇 야. 귀 아파.”
 
 
「아니. 미안. 아 근데 너무 놀래서.」
 
나는 어땠겠니. 이건 뭐 눈앞에서 막장드라마
 한 편 찍은 것 같은 기분이...”
 
「아니아니 걔 너랑 친하지도 않았잖아. 
아니 그보다 너 걔 싫어했잖아? 뭐야 이게?」  
 
“... 그러게 말이야.”
 
 
 
모두를 제외한 나만 아는 사실들.
그렇다. 나는 내 감정 하나 마음대로 표현해보지 못한,
결국엔 스스로까지 속인 멍청한 거짓말쟁이였다.
 
 
 
근데 더 큰 문제는
 
「응? 뭔데?」 
 
 
손에 쥐었던 명함이 힘없이 탁자 위로 떨어졌다.
 
“..나랑 같은 회사네.”
 
「뭐어??!!」
 
 
젠장할.
 
 
 
 
 
 
 
 
 
#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에서 발령받아 오늘부터
 문화기획팀 팀장을 맡게 된 김영광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어딜 가도 눈에 띄었다.
큰 키에 낮은 목소리
기분 좋은 말투에 사교적인 행동들.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
지금처럼.
 
 
 
와 젊으신 분이 능력도 좋네요. 어쩜.”
 
어머어머. 정말 외모부터 스펙까지 
어떻게 부족한 게 없으실까~”
 
이거 벌써부터 팀장님 인기가 장난 아니네요 하하.”
 
 
 
아아. 아닙니다. 하하.
부족하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해 우리 팀을
 이끌어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제 자리에 돌아가셔서 맡은 업무들 마저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 ㅇㅇㅇ 씨는 잠깐 저 좀 볼까요?”
 
? .. .”
 
 
자연스레 내게로 향하는 모두의 시선.
이상하지. 발령받은 첫 날 따로 
불러내서 할 말이 있다는 게.
예전의 나라면 아무것도 못 하고 
우물쭈물 눈치만 볼 테지만..
 
 
 
아아. 인수인계 관련해서 말씀 하실 게 있나봐요.
제가 잠깐 팀장 업무 임시로 대행했었잖아요. 하하.”
 
 
 
여전히 시선은 두렵다.
경계와 궁금증이 섞인 눈초리들에게 
별 일 아니라는 듯 의연하게 말했다.
그제야 풀어지는 긴장감들.
괜한 행동으로 모든 여자들의 적이 될 배짱은 없기에.
.. 아무리 오래 지냈어도 여전히 불편한 사람들이다.
 
 
 
 
 
 
*
 
후우....”
 
팀장실이란 문패 앞에서 망설이기를 몇 초간.
 
-똑똑
 
.”
 
안에서 들리는 음성을 확인하고
 팀장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실까요?”
 
. 하하. 둘이 있을 땐 그냥 말 편하게 해도 되는데.
뭐 회사니까 어쩔 수 없나.”
 
“.....”
 
. 별 건 아니구. 어제 연락한다고 하고 내 명함만 
주고 갔지 뭐야. 바보같이. 하하.”
 
아아...”
 
 
뭘까 이건.
또 무슨 생각인걸까 넌.
 
 
 

 
번호 좀 찍어줘.”
 
 
 
 
 
*
 
 
 
또다시 마음이 일렁인다.
그토록 궁금하던, 아니 영영 보지 않았음 했던, 아니,,,
그런 니가 내 앞에.
 
?
어쩌다 이렇게?
 
난 또 왜.. 이렇게...
 
 
“....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왜 갑자기 친한 척이야.
 
 
 
“...ㅇㅇ....으러....거야?”
 
 
 
아니 그보다 어떻게 같은 회사 같은 팀에?
이게 우연히 가능한 일인가?
아니 그럼 우연이지 뭐겠어
? 이상한 생각하기 시작한다. . .
 
과대 망상.
 
 
 
 
ㅇㅇ!”
 
앗 넵!”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점심 먹으러 가자니까?”
 
아아... 죄송해요. 갑니다.”
 
 
 
 
.. 꼬인다 꼬여. 진짜.
 
 
 
 
 
 
*
 

 
자 오늘은 첫 점심을 함께하는 기념으로
 제가 사겠습니다. 다들 맛있게 드세요.”
 
와 정말 센스까지 있으시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특유의 센스와 친화력으로 
자연스레 팀원들의 마음을 산다.
저런 점들이 무엇보다 강하게 내 시선을 끌었었고
또한 그 때문에 많이 아팠다.
 
 

 
맛있게 먹어
 
 
내 앞자리에 앉아 싱긋 웃으며 입모양으로 말을 건넨다.
내가 다수에게 주목받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걸 
알기 때문에 건네는 작은 배려일까.
 
자꾸만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
 
 
ㅇㅇ. 쟤 왜 자꾸 나 쳐다보는 것 같지?”
 
?”
 
 

 
 
이상한 애였다.
 
모든 여자애들에게 여지를 주는.
 
이상한. 아니.
나쁜놈이었다.
 
 
그치그치? 자꾸 나 쳐다본다니까
왜 저러지? 꺄아! 설마 나 좋아하나?
 
음 글쎄..”
 
 
아 근데 쟤 어장관리 한다는 소문 있던데.. 
설마 모든 여자애들한테 저러는건가..?”
 
“......”
 
 
 
항상 모든 아이들의 중심이었던 그.
그런 그의 특기는..
다름 아닌 어장관리였고
 
 
 
에이 저런 애들한테는 괜히 기대하다가 
나만 바보되지. 그냥 무시할래.”
 
 
그의 어장에 들어갔다 나온 여러 아이들의 
입을 통해 공공연하게 소문이 퍼졌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말의 기대라도 걸어보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래 뭐. 그게 현명하지.”
 
 
바보같은 ㅇㅇㅇ.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물론 나말곤 아무도 몰랐겠지만.
 
 
아니... 그도 알았을까?
 
내 마음을 모두 안다는 듯
계속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두는
 그가 많이 신경쓰였다는 걸.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곤 했다는 걸.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에.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었던 이 마음을 얼마나
 
증오.. 했었는지를.
 
 
 
 
18살이 된 그 해.
나는 내 인생 최대의 나쁜놈을,
아픈 첫 사랑을,
지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
.
.

※만든이 : 나그냥.J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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