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ing [단편+] (by. 비또)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하이룽 예쁜이들
 
 

 
“......”
(ㅇㅇㅇ, xx, 존예, 내사랑)
 
.........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존잘 깡패 강준이부터 보러가시죠
 
 

 
ㅇㅇ, 가자.”
 
 
.
.
.
 
 
touching : 만져보다 , 감성적이다
 
 
 
*
 
 
......”
 
 
슬쩍 뜬 눈 사이로 보이는 햇빛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작게 소리를 냈다.
허리와 어깨, 찌뿌둥한 몸을 뒤척이며
아직 꿈인 건지, 벌써 아침인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시 잠이 쏟아진다.
 
 
일어나.”
 
“......”
 
깬 거 아니까 일어나라
 
 
...., 집에 나 혼자 아니었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이불 사이에서 슥 일어났다.
아침이 되니 더 찌릿한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팔을 앞뒤로 움직였다.
 
 
학교 가야지?”
 
 

 
“.........”
 
 
그래. 나 오늘 학교 가야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하는 말에
작게 탄식을 뱉었다.
학교라니. 밤새 처맞고 이 아침에 학교라니.
 
 
어때. 교복 때깔 죽이지.”
 
 

 
“......”
 
 
내 앞에 와이셔츠 하나를 펼치며
자랑스레 말을 한다.
그 모습에 고개를 푹, 내렸다가 올렸다.
 
 
... .”
 
 
 

 
학교.... 꼭 가야됩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결국 말을 꺼냈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내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형은 왜 이리 학교에 집착을 하는지.
 
 
밤새 술 마시고, 사람들 돈 뜯고,
벌레들이랑 몸싸움하다가 낮에는 학교 가고...
그 새끼들이 알면 비웃음거리..”
 
 
-!!
 
 
순간 날아오는 옷걸이에 눈앞이 까매졌다.
찌릿한 머리를 감싸며
눈을 채 뜨기도 전에,
뺨 위에 두꺼운 손 하나가 세게 올라왔다.
 
 
-!!!
 
 
밤새 술 마시면서,
길바닥에 앉아서 장사하는 새끼들
자릿세 받아먹는 거. ?”
 
 

 
“....”
 
중학교도 다 못 나와서
배운 거 하나 없는 새끼가,
꼴에 자릿세 받는 거. 그거.
그게 더 쪽팔려 이 새끼야
 
 
. . 하며 그 두꺼운 손이
아프지 않게 내 볼에 올라온다.
옆에 떨어진 셔츠를 보며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들리는 말소리에 눈을 떴다.
 
 
니네가 뭔데 자릿세를 받냐
이 깡패새끼들아! 하잖아?
그럼 아 시발 난 고졸이야 개새끼들아!!
하는 거야 새끼야ㅋㅋㅋㅋㅋ
 
 

 
“......”
 
 
끅끅거리며 웃는 형을 향해
나도 하하, 하며 웃음을 보였다.
 
 
강준아, 나 너 2학년으로
바로 보낼려고 힘들었다. ?”
 
“..
 
그러니까 군소리 말고 다녀 새끼야.
복 받은 줄 알고.”
 
 
마지막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형을 따라 일어섰다.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다가 말고,
날 보며 어깨를 토닥인다.
 
 
학교 잘 다녀라.”
 
“...걱정하지 마세요.”
 
 
-!
 
 
문을 닫고 이제야 혼자가 된 방 안에 들어왔다.
떨어진 와이셔츠를 들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거면서...”
 
 
내가 못 갔던 학교, 너라도 잘 다녀주라고.
그렇게 얘기하면 되잖아요, .
 
 
.
.
 
 
, 그래.... 이름이 강준이?”
 
.”
 
 
갑갑한 교복 때문인지,
아니면 학교라는 이유 때문인지.
기분 나쁘게 몸이 굳어 있다.
 
 

 
“......”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교무실 안.
나와 눈이 마주치면 깜짝 놀라 시선을 틀고,
껄끄러운 시선으로 웅성댄다.
선생들이 이러는데, 애들은 어떻겠냐고.
 
 
근데... 조금 늦었네 강준아.. 하하...”
 
“......”
 
 
, 또 시작이다.
불편한 공간,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같이 있으면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집 가고 싶다. 그냥 자고 싶다.
 
 
“..그럼 반으로 가자 강준아!”
 
 
담임이라는 남자를 따라
교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걸상에 앉아있는 한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부터 같이 공부 할 전학생이다.
원래 조례시간에 오기로 했는데, 약간
문제가 생겨서.... , 전학생 자기소개 해야지?”
 
 

 
“......서강준.”
 
 
고개 숙인 여자애를 따라 나도 시선을 돌렸다.
 
 
“...그게 끝이야?”
 
 

 
“......”
 
 
, 졸려.
 
 
, 그럼... 저기 빈 책상 가서 앉으렴.”
 
 
볼펜 하나 들어있는 가방을
한쪽 팔로 들고 빈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아,
팔에 머리를 기대 눈을 감았다.
 
 
이번 시간은 자습하고,
잠깐 교무실 갔다 올 테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교실 문 여닫히는 소리가 나자
웅성웅성 대는 잡음이 시끄럽게 들린다.
그 소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점점 졸려오는 느낌에 머리를 더 편하게 기댔다.
 
 
이 새끼 존나 가오잡네ㅋㅋㅋㅋ
 
 

 
“......”
 
 
...., 진짜 시발.
 
몇 시간 못잔 잠 좀 자려고 했더니,
바로 옆에서 시비 거는 소리가 들린다.
 
 
. 내 말 안 들리냐?”
 
“......”
 
개새끼야 안 들리냐고ㅋㅋㅋㅋㅋ
 
 

 
“......”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는데.
내 귀를 때리는 개새끼소리와
머리를 툭툭 치는 느낌에 눈을 떴다.
 
 
이제야 들려? 내 말이?”
 
뭐냐 넌.”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 이건 또 뭔 벌레새끼냐.
 
 
ㅋㅋㅋㅋㅋㅋ?”
 
 
남의 구역에 함부로 들어와
터를 잡으려고 하는 무리들.
그런 벌레들을 밤마다, 새벽마다 잡고 있으면,
 
 

 
넌 또 뭐냐고 개새끼야.”
 
“......이 새끼가...!!”
 
 
-!!
 
 
이런 벌레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주먹을 드는 남자애 머리를 잡아
책상 모서리에 힘껏 박았다.
순간 들리는 큰소리와 괴성 소리에, 내 주위에
몰려있던 애들이 주춤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제발... 잠 좀 자자.”
 
 
다시 자리에 앉아 책상에 엎드렸다.
옆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어느새, 다시 잠이 온다.
 
 
.
.
.
 
 
♪♬♩ -
 
 
교실을 울리는 종소리 때문에
의도치 않게 잠에서 깼다.
아직도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점심시간인지 더욱 시끌벅적한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 씨....”
 
 
어제 벌레들한테 둔기로 맞은 어깨가
더 지끈거리며 아파온다.
주머니 속에 담배를 넣고,
학교 밖으로 나와 외진 곳을 찾던 중
한 창고 옆에서 여자애들 목소리가 들린다.
 
 
ㅇㅇㅇ. 표정 풀지?”
 
“...그만해 이제...”
 
 

 
“......”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 저 안쪽에서부터
꽁꽁 숨겨놨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한다.
 
 
ㅇㅇㅋㅋㅋㅋ 뭐라고?”
 
그만해 좀...!!!”
 
 
, 그만.... .. 으아아악!!!!”
 
 
“......”
 
 
처절해 보이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끔찍했던 옛날 그 목소리.
,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귀에서 맴도는 그 날의 기억들을
주먹으로 꽉 쥐었다.
 
 
ㅋㅋㅋㅋㅋㅋ교복 다 젖었네.”
 
ㅋㅋㅋㅋ
너무 심한 거 아냨ㅋㅋㅋㅋㅋ?”
 
 
이제, 그만 놓을 때도 됐잖아.
이제 다 털어놓을 때도 됐잖아.
 
 
그러니까, ㅇㅇ아 왜 나대.”
 
 

 
.”
 
 
창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 세상인 냥 즐거워 보이는 여자애 둘과,
머리에서 물 같은 게 뚝뚝 떨어지는,
고개 숙인 여자애.
 
 
? 전학생?”
 
 
나를 보자 웃으며 아는 척을 한다.
 
 
“...강준아....”
 
 

 
“..나 아냐?”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얼굴.
 
 
뭐해 여기서?”
 
, 우리 ㅇㅇ이랑 노는 중.
뭐해? 고개 안 들고.”
 
 
잔뜩 엉망인 몰골로, 바닥을 기며
내 이름을 중얼거리던 그 목소리.
 
 

 
“......”
 
“......”
 
 
살짝 고개를 든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
 
 
... 시발 진짜......
 
 
라이터 있냐?”
 
 
주머니 안에 든 담배를 꼭 쥐었다.
글썽거리는 눈으로 다시 시선을 내리는
저 여자애를 보며.
 
 
담배 피게?”
 
아니.”
 
꺄악!!!”
 
 
-!!
 
 
식판을 들고 있는 여자애 어깨를 잡고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창고의 울림이 내 손까지 느껴지고,
, 하며 식판이 떨어졌다.
 
 
작작해 좀.”
 
.. ...!!”
 
 

 
니 장난감 아니야.”
 
“......”
 
보기 역겨우니까, 작작하라고.”
 
 
낮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옆에서 욱신거리는 시선이 느껴진다.
양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가고,
고개가 점점 내려간다.
 
 

 
“......”
 
 
, 형도 이랬어?
 
 
.
.
.
 
 
아무 생각 없이 앉아만 있다가,
어느새 하굣길을 걷고 있다.
내 앞, , 옆으로 학생들이 깔깔거리며
무리를 지어 내려가고,
그 속에 난 또 멍하니 집으로 향하고 있다.
 
 
저기....”
 
 

 
“......”
 
 
뒤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틀었다.
아까 창고 옆에서,
그리고 같은 반이던 여자애.
조용하고, 약해보이는 여자애.
 
 
.”
 
, 그게...... 아까 그... 고마웠어.”
 
 
고마웠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넋을 놓았다.
고맙다고? 뭐가?
 
 

 
“...뭐가
 
? ....아까...... 나 도와준 거...”
 
 
정말 오랜만에 듣는 호의적인 말에
나도 모르게 적대적으로 말을 뱉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이,
내가 너를 도와줬다고....
 
내가, 얘를 언제 도와줬지.
담배 피러 가다가 발견한 거?
아니면 그 여자애 밀어붙인 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 관련된 일은 없는데.
 
 
......”
 
 
, 그게 너한테 도움이 된건가.
 
살면서 누군갈 도와준 적이 별로 없어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나한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눈치를 보며 고맙다고 하는 이 여자애한테는,
더더욱.
 
 
됐어.”
 
 
그냥 서있는 여자애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하지만 것도 잠시, 소매가 잡히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니, 또 그런 눈으로 날 보고 있다.
그리곤 하는 말이,
 
 
아니, ... 많이 아파 보이길래...!”
 
“......”
 
 
내가 아파 보인다며,
제 작은 손으로 날 붙잡고 있다.
 
 
“...어디가 아파 보이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만 생각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도와줘서 고맙다며, 많이 아파 보인다며,
내가 생각도 하지 못한 말들을
이 아이는 오늘 처음 본 내게 말하고 있다.
 
 
“......... 눈하고, 여기 하고...”
 
 
검지를 공중에 띄운 채
내 얼굴 이곳저곳을 가리킨다.
주먹으로 맞아 멍이든 눈가,
날카로운 조각에 살짝 긁힌 콧잔등,
피가 터진 입술.
 
 

 
너도 어지간히 할 일 없나보다.”
 
“......”
 
 
내가 아파 보이든 누굴 때리든,
너랑은 상관 없는 일이잖아.
괜히 심술이 나서
휙 하고 다시 길을 내려갔다.
 
 
어쩌다 다친거야?”
 
 
 
다시 또 나를 따라와 하는 말에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 왜 자꾸 이러는데.
왜 자꾸 우리 형처럼 구는거야.
 
 
“....미안.”
 
 

 
“......”
 
나 원래 안 이래.
그냥... 고마워서 말 걸고 싶었어.
불편했으면 진짜 미안해.”
 
 
아까 점심시간 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얘길 한다.
고마워서 말 걸고 싶었다고,
불편했으면 미안하다고...
 
 
!!!”
 
 
여자애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자
갑자기 짜증이 나 소리를 질렀다.
왜 사람 미안하게 만드냐고!!
 
 

 
맞았어.”
 
“......”
 
학교 가기 싫다니까, 존나 때렸어.”
 
“......”
 
그래서, 존나 처맞았어. 됐냐?”
 
 
어느새 노을이 진 하늘 속
뒷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서있는 여자애를 두고 다시 내려오다가,
문득 느껴졌다.
 
떨리던 눈꺼풀이 잠잠하다.
 
 
.
.
.
 
 
아아....!!”
 
엄살은.”
 
 
시멘트 바닥에 쓸린 팔을 보며
표정을 찡그렸다.
새벽 3. 갈수록 심해지는 벌레들의 공격에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학교... 안 가도 되는 겁니까?”
 
 
내 팔을 치료하고 있는
형을 보며 슬며시 입을 열었다.
어느 날은 동이 틀 때까지 싸움을 하고,
칼에 찔린 뻔 한 적도 있다.
난 그렇게 며칠 동안 밤을 지새고 있었다.
 
 
학교도 가야지.”
 
“......”
 
근데, 우리 애들부터 살리고 가자.”
 
“......”
 
 
벌레들, 즉 상대파에선
우리 구역을 넘보고 있었다.
잔뜩 둔기들을 가져와 우리 쪽 사람들을
때리고, 물건들을 뒤엎었다.
그러니 당연히 학교는 뒷전이었고.
 
 
학교 얘기 하는 거 보니까
다닐 만 한가봐?”
 
 

 
아뇨 뭐...”
 
 
거슬리는 여자애 하나가 있다.
아침에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하고,
수업 중 일 때면 자꾸만 눈이 마주친다.
하지만 내가 제일 짜증나는 건,
그 여자애가 신경 쓰인다는 거다.
 
 
그래, 몸 조리 잘하고.”
 
 
 
현관문을 열며 나가는 형을 향해 대답했다.
형은 내 대답에 나가려다 말고,
고개를 돌려 입을 연다.
 
 
니가 학교 다니는 모습..”
 
“......”
 
형이 봤으면 좋아했을 거다.”
 
 

 
“......”
 
 
-!
 
 
말 없는 내 모습에 침묵이 맴돌다가
형이 나가셨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4시가 돼가고 있었고,
아무도 없는 어둑한 집 안에서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
.
 
 
 
.. 강준아...”
 
“......”
 
 
빠르게 움직이던 발걸음이
턱하고 멈춰 섰다.
교복 차림의 남자들 사이에서,
피를 흘리며 그렇게 내 이름을 불렀다.
 
 

 
, ....”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눈꺼풀이 바들바들 떨리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미친 듯이 비볐다.
눈을 다시 떠도, 땅바닥에 쓰러진
형을 향한 발길질은 계속 되고 있었고,
형은 계속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 강준......”
 
!!!”
 
 
끔찍한 몰골의 형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힘껏 그 쪽으로 달려갔다.
형을 감싸고 있던 남자들 중 한 명이
달려가는 나를 발견했다.
빨개진 눈으로 주먹을 휘두르려던 그때,
 
 

 
.... 하아......”
 
 
누워있던 몸을 자리에서 벌떡 일으켰다.
 
 
“..... 아 시발 진짜....”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이마의 식은땀이 손 끝에 느껴진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밝아진 집 안에서
욕을 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탁탁-
 
 
고개를 내린 채 한숨을 내쉬던 그때,
얇은 현관문이 소리를 낸다.
평소처럼 바람 때문이겠거니, 했지만
사람 목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것 같다.
 
 
“...저기요.”
 
 

 
“......”
 
 
미간을 찌푸렸다.
아침마다 피곤에 취한 채 학교에 도착하면,
작은 목소리로 인사와 함께
날 깨우던 그 목소리다.
 
 
저기요!”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계속 내 앞에 나타난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에겐 낯선 말들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저기...!!”
 
 
벌컥-!
 
 

 
“......”
 
“......”
 
 
자리에서 일어나 벌컥 문을 열었다.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는 눈으로
내 상처 난 얼굴을 살핀다.
 
 
뭐야 너
 
“.........”
 
 

 
뭐냐고.”
 
 
학교만으로도 충분하잖아.
근데 왜 집까지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 건데.
 
 
학교.... 왜 안 나와..”
 
 
내 물음에 대답은 학교였다.
고개를 내 쪽에서 약간 돌리고,
시선을 조금 내리깐 채 입을 연다.
 
 
“...가라.”
 
 
동이 트고서야 겨우 잠이 들어서,
거기다 꿈에 우리 형까지 나와서.
지금은 학교든, 너든,
신경 쓸 기분도 그럴 체력도 되질 않는다.
 
 
-!
 
 
!!”
 
 

 
아 시발!!”
 
 
발이 걸려있는 줄도 모르고 세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잠 좀 자자 시발...”
 
“......미안해...”
 
“......”
 
 
봐봐. 또 미안하데 또!!
지친 목소리로 표정을 찡그리니
또 돌아오는 말은 미안해.
, 이러니까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거였어.
맨날 미안미안, 내가 더 미안해지게.
 
 

 
넌 존나 사람 나쁜놈 만드는 재주가 있어.”
 
?”
 
“....학교, 왜 안 나갔냐고?”
 
“....”
 
 
넌 대체 그게 왜 궁금할까.
왜 그런 말투로, 왜 그런 표정으로,
나한테 말을 걸까. 너는.
 
 
지금 내 꼴을 봐라. 학교 가게 생겼나.”
 
 
얼굴을 옆으로 틀며 괜히 삐딱한 말투를 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아무 상관없는 건지,
그냥 내 얼굴, 멍든 목,
쓸린 팔을 조심히 본다.
 
 
많이 아프겠다...”
 
 

 
“......”
 
 
..분명 잠잠했는데.
너랑 있어도 잠잠하던 눈꺼풀이
다시 떨리기 시작한다.
 
묵묵부답인 이런 내 모습에, 너는
가방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들었다.
 
 
, 여기 숙제.”
 
 
예쁘게 접힌 그 종이를 펼쳐,
내 앞에 보여준다.
 
 
숙제... 해올거지?”
 
 

 
.”
 
 
지금 이 느낌이 너무 싫다.
그냥 평소의 나처럼 주먹을 들고, 욕을 하고,
계속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최근 며칠 새,
니 앞에선 평소의 내가 아닌 것만 같다.
 
 
넌 왜 안 피하냐?”
 
?”
 
 
다른 애들처럼, 다른 선생님들처럼,
넌 왜 나를 안 피해?
 
 

 
그 새끼 이마 깬 후부터 애들은
다 나 피하는데, 넌 왜 안 피하냐고.”
 
 
힐끗힐끗 쳐다보며 피하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를 피한다.
그 중 니가 유일하게 내게 말을 걸었다.
안녕, 미안해, 고마워,
긴 시간 동안 내가 듣지 못했던 말들을
넌 이 짧은 시간동안 말했다. 나에게.
 
 
“...솔직히... 나도 너 무서워.”
 
“......”
 
근데...... 네가 나쁜 애 같지는 않아.”
 

 
“......”
 
 
..., 항상 나쁜 애였는데.
그래서 더 나쁜 짓만 하고,
더 나쁜 말들만 했었는데.
 
여자애가 작은 목소리로 꺼내는 말들을
아무 소리 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너도 나 안 피하잖아.”
 
?”
 
“...다들 내가 왕따라서..
옆에 오는 것도 싫어하는데...”
 
 
왕따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싫어한다는 말을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 그리고 이거는... ....!!”
 
 
갑자기 필통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피가 나고 있는 여자애의 손가락을 보고,
떨어진 필통을 주워 들었다.
 
 
“......, 버려.”
 
 
그 안에선 커터칼 조각들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지퍼를 잠그고 바닥에 던져버렸다.
분명, 또 그 애들 짓이겠지.
 
 

 
. 사람 존나 귀찮게 해.”
 
 
점점 더 새어나오는 핏방울들 때문에
궁시렁대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 꼬라지 봐.
 
 
뭐하냐, 안 들어오고.”
 
? 어어!”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반창고를
찾을 때까지 밖에 세워두기가 마음에 걸려,
그냥 여자애를 집 안으로 들였다.
 
 

 
, 반창고 어딨더라.”
 
 
, 괜히 집 안으로 들였다.
우리 집이 이렇게 더러웠었나, 하는 생각과,
너는 여자애였다.
나는 지금 여자애를 내 집에 들였다.
시발.
 
 
. 앉아서 이거나 발라.”
 
 
앉아있지도 못하고 서있는 너를 보며
눈앞에 있는 연고를 툭툭 건들며 말했다.
내 말에 슬며시 자리에 앉더니,
연고를 집어 들어 뚜껑을 연다.
 
 

 
“......”
 
 
니가 했던 말처럼,
너도 많이 아프겠다. ㅇㅇㅇ.
 
 
...”
 
 
조용하던 집 안에 갑자기 들리는 말소리에,
깜짝 놀라 여자애를 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부모님은..?”
 
 

 
“......없어. 혼자 살아.”
 
“......”
 
 
부모님.
나의 엄마, 아빠.
어디에 있는지, 아니 살아있는지도 모르는
나를 낳아준 부모님.
어릴 때는 쪽팔리고, 슬펐었는데,
지금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다.
이런 내가 한심할 만큼.
 
 
.... 강준아.”
 
 

 
,?”
 
 
돌리고 있던 고개를
다시 여자애 쪽으로 돌렸다.
, 지금 강준이라고...
 
 
, 그렇게 부르지마
 
 
갑자기 귀 쪽이 후끈후끈하다.
 
 
“...그럼 너처럼 야라고 불러?”
 
. 존나 야라고 불러.”
 
 
한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내 귀 존나 터질지도 몰라.
 
그렇게 여자애 쪽에서
일부러 시선을 돌린 채 앉아있는데,
연고를 든 손이 눈 앞에 내밀어진다.
 
 
너는 발랐어?”
 
 

 
아니. 또 맞을 거 뭐하러.”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바르고 발라도 어차피 다시 다칠텐데,
너나 빨리 발라.
 
 
“..또 맞더라도 발라.”
 
“......”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너무 정확히 마주쳐서,
저 눈동자 속 내가 보이기까지 한다.
 
 
“......발라줄까?”
 
 
마지막 말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
 
 

 
“...... 친년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
.
 
 
여자애가 돌아가고,
집 안에 혼자 앉아 고개를 뒤로 휙 제쳤다.
 
 
미친놈
 
 
진짜 미친놈이야 서강준.
아무 생각 없이 애를 집 안으로 부르면 어떡해?
 
 
... 시발, 자퇴할까
 
 
그 여자애를 볼 때마다,
그 여자애와 얘길 할 때마다 이 지경이다.
 
 
아까 그... 고마웠어.”
 
네가 나쁜 애 같지는 않아.”
 
 

 
“......”
 
 
눈을 감고
그 아이가 했던 말들을 천천히 되짚었다.
너는 나를 나쁜 애가 아니라고 했지만,
형이 죽고 난 후 나는 미친 듯이 나쁘게 살았다.
사람들을 때리고, 돈을 뺏고, 깔아뭉개고...
 
 
“..., 강준......”
 
 
“......”
 
 
..심장이 바닥 끝까지 떨어진 기분이다.
그렇게 형을 보냈으면서,
그렇게 형을 죽인 사람들을 원망했으면서,
 
 

 
“......”
 
 
나도, 그렇게 살고 있었잖아.
 
 
“.........”
 
 
눈물이 날 만큼 찌릿한 가슴께를
손으로 꽉 밀었다.
코가 시큰거리고, 따가운 눈을 꽉 감았다.
아아, 하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 울린다.
 
 

 
미안... 미안....”
 
 
결국 흘러버리는 눈물을 두 손으로
세게 닦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형은, 내가 죽인거나 다름 없다.
힘없는 우리 형을 잔인하게 죽인 그 사람들과
나는 다른 게 없다.
똑같이 폭력적 이였고, 잔인했다.
나는 이 사실을 이제야 깨달아 버렸다.
 
 
벌컥-
 
 

 
“......”
 
“......”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빨개진 눈으로, 눈물이 맺혀있는 눈으로
형을 쳐다봤다.
 
 
, ..”
 
.”
 
“......”
 
 
하나 있는 형이 죽고,
혼자 남은 나를 거둬준 형.
 
 
... 나 더 이상 못 하겠어요.”
 
“......”
 
 

 
우리 형 죽인 사람들이랑....
내가 뭐가 달라요?”
 
“......”
 
 
여태 나는 다른 줄 알았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고,
오히려 형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지,
마음까지 먹었었다.
 
 
그래서, 내 밑에서 나가겠다고?”
 
“......”
 
 
이 쪽으로 다가오는 형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가끔씩 날 때리고 욕해도,
이런 표정과 말투는, 처음 본다.
 
 
-!!
 
 
“......!”
 
몇 년 동안 키워준 게 누군데, 이제 와서?”
 
 
피할 새도 없이 주먹으로 강하게 맞은
고개를 밑으로 떨궜다.
그래, 이런 게 내 하루하루였는데.
ㅇㅇㅇ이랑 있으면, 자꾸 이게 잊혀져.
 
 
-
 
 
“......”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까 내가 땅바닥에 던져버린,
그 아이의 필통이다.
 
 
얘가 그러디? 너 깡패질 그만하라고?”
 
 

 
“......”
 
 
...아니, 아닌데.
너 때문에 내가 이러는 거 아닌데.
근데 왜 자꾸.... 너를 보고 싶고,
너한테 얘기 하고싶고...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이 개새끼가...!!”
 
 
-! 퍼억-!!
 
 
멱살이 잡혀 때리는 대로 힘없이 맞았다.
이렇게 살아온 내가 싫다.
그렇게 넋을 놓고 맞으며 떨어진 필통만 쳐다봤다.
 
 
.
.
.
 
 
있잖아......”
 
 

 
.”
 
 
그 날 이후, 형을 보지 않았다.
학교에 찾아 올 것 같으면
하루는 아예 학교를 가지 않았고,
집으로 찾아 올 것 같아서 잠은
거의 찜질방에서 잤다.
그렇게라도 난 드문드문 학교에 나갔다.
 
 
휴대폰 번호... 알려줄 수 있어..?”
 
“......”
 
 
내 눈치를 보며
물어오는 말에 난 또 얼음이 됐다.
솔직히 아직까지 이 감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니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숨이 쉬어진다.
 
 
......”
 
오버 하지마.”
 
 
별 수 없이 번호를 알려주니,
또 별 거 아닌 거에 웃음을 보인다.
 
 
진짜 줄줄 몰랐어!”
 
 

 
안 줄걸 그랬네
 
 
신나 보이는 표정을 보며
괜스레 틱틱거리는 말을 꺼냈다.
히히, 거리는 웃음으로 내 귀를 채운다.
 
 
너 의외로 쉬운 남자구나...”
 
“....내놔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장난을 쳤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나의 평범한 날들.
 
 
자주 연락하기만 해봐.”
 
알았어 알았어. 소중하게 간직만 할게!”
 
 

 
“......”
 
 
그래도 아직까지는,
너의 그 친절한 말들이 어색하고 놀랍다.
 
 
강준이란 이름, 되게 이쁜거 같아.”
 
전혀
 
 
, 귀 뜨거.
 
 
.
.
 
 
깡패새끼~~”
 
“......”
 
 
오늘도 평소와 같이
찜질방으로 가고 있던 길이였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외진 곳에 있는 찜질방이여서,
이 어두운 골목길을 꼭 지나가야만 했다.
 
 
, 이 새끼 또 말 씹네?”
 
 
그래서 좁은 골목길에서
이 애들과 마주치고 말았다.
마주친 것 보단, 따라온 것 같지만.
 
 

 
“......”
 
 
, 7명쯤 이였다.
나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꼴에 험상궂은 표정까지 하며.
 
 
역시 부모 없는 새끼들은 뭔가 좀 달라
 
“......”
 
나 고아새끼에요~ 티가 존나 나거든.
그치?ㅋㅋㅋㅋㅋ
 
 
남자애들의 웃음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
진짜, 이젠 그만 싸우고 싶다.
 
 
. 이제야 좀 쫄려?”
 
이마는, 다 나았고?”
 
“......”
 
 
정말 그냥 지나가고 싶었다.
근데 고아새끼라는 말에
또 생각 없이 말이 튀어나왔고, 이 한마디에
우르르 몰려와 날 때리기 시작했다.
 
 
이 시발새끼가!!!”
 
 

 
“......... 크윽...”
 
 
땅바닥에 쓰러져
숨 쉴 새도 없이 발길질을 당했다.
그러다, 홧김에 다리 하나를 잡고
남자애 한명을 쓰러트렸다.
 
 
퍼억-!!
 
 
남자애를 쓰러트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또 다른 남자애 하나가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들었다.
 
그렇게 치고 박고,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맞고만 있던 그때,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아 시발!!”
 
 

 
“...하아......”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날 때리던 애들은
그 순간 빠르게 몸을 움직였지만,
경찰에게 잡힌 듯 했다.
난 겨우 서있을 수 있는 힘만 있었다.
 
 
.
.
 
 
이름.”
 
“......”
 
이름이 뭐냐고!!”
 
 
내 앞에 앉은 경찰의 말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내 이름과 나이, 집을 말하면,
형이 이 쪽으로 올게 분명하다.
 
끊임없는 질문에도 가만히 있는 나를
경찰들도 포기한 듯 했다.
그렇게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가
들리는 벨소리에 휴대폰을 꺼냈다.
 
 

 
“......”
 
 
모르는 번호였다.
안 받으려고 휴대폰을 다시 넣었다가,
그냥 이유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
 
 
너이길 바랬다.
 
 
“......전화 왜 했는데.”
 
[..너 어디야?]
 
 
그리고 바로 후회를 했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여긴 경찰서였다.
, 진짜 생각 짧은 놈.
 
 

 
“....노래..”
 
지랄한다 뭔 노래방이야 미친새...!”
 
!!!”
 
[......]
 
 
노래방이라고 말하는 내 말을 중간에 끊고
소리를 지르는 놈 때문에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 돌겠네 진짜.”
 
 
얘 눈치 챘겠지.
 
 
[강준아.]
 
“......”
 
[너 어디야?]
 
 
뭐라고 얘기하지.
그냥 친구랑 좀 싸웠다고?
아 얘 나 친구 없는 거 아는데.
 
 
아 몰라 시바...”
 
[안 말해주면,
나 너 찾을 때까지 돌아다닐 거야.]
 
 
, 아 진짜 왜 또 고집인데!!
 
 

 
!! 왜 다 나한테 지랄이야!!!”
 
[......]
 
경찰서다 경찰서!! 됐냐!!!”
 
 
그냥 경찰서라고
소리를 꽥꽥 지르며 입을 열었다.
얘 이제 내가 안 무섭나봐,
아주 지 맘대로지 ㅇㅇㅇ!!
 
 
[어디 경찰서?]
 
“......”
 
[내가 찾아갈거야. 너 어디야?]
 
 
단호한 말에 말문이 순간 막혀버렸다.
아니, 얘가 나보다 더 무서운 거 같아.
 
 
“...넌 진짜 미친년이야
 
 
.
.
 
 
될 대로 되라, 라는 마음으로
경찰서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설마 진짜 찾아오겠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ㅇㅇㅇ인가, 하는 생각으로 뒤를 돌았다.
 
 

 
“......”
 
“......”
 
 
그렇게 피하고 또 피했는데,
결국 경찰서에서, 이렇게 마주쳤다.
어떻게 알고 온 건지
다른 형들까지 우루루 몰고 와서는
나를 무섭게 쳐다본다.
 
 
, 내 밑에 있어야 돼.”
 
“......”
 
 
차갑고, 큰 기색에
그냥 시선을 약간 내리깔았다.
난 또 싸움을 했다.
그래서 경찰서에 왔고,
또 이 사람들과 마주쳤다.
, 진짜 구제불능이구나.
 
 
, 보호자분이시면 저 뒤 쪽에서..”
 
 
내 앞에 앉아있던 경찰이
일어나 형들 쪽으로 간다.
그냥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안 싸우겠다고, 못 하겠다고 해놓고선...
 
 
“......서강준.”
 
 
지금은 듣고 싶지 않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입술에 침이 마른다.
 
 


 
“......”
 
 
천천히 뒤를 돌았다.
거기엔 니가 있었고, 그 뒤론 형이 같이 보인다.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때문에...!”
 
뭐야ㅋㅋㅋㅋㅋ ㅇㅇㅇ?”
 
 
옆에 앉아있던 남자애가
니 이름을 부른다.
그냥 아무 표정 없이 고개를 내렸다.
제발, 제발.
 
 
, 경찰서까지 찾아오는 사이였어?”
 
 

 
“......”
 
 
제발 아무 말 하지 말고 가.
 
 
“....너 얘랑 싸운거야?”
 
 
ㅇㅇㅇ 목소리가 작은 경찰서에 퍼진다.
그리고 형이 이 쪽을 봤다.
 
 
 
그랬어? 얘랑 싸웠어?”
 
 

 
“.......”
 
“...강준..”
 
서강준.”
 
“......”
 
 
결국, 너를 보고 말았다.
이 쪽으로 걸어오는 형의 시선을 피했다.
ㅇㅇㅇ, 니가 위험해.
나보다 니가 더 위험해.
 
 
너구나. 그 여자애가.”
 
“......”
 
“......”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냥 속으로만, 마음으로만
널 지킬 수 밖에 없다.
 
 
이름이 뭐지?”
 
 

 
“......하지마세요.”
 
“......”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너만큼은 꼭 지킬게.
그게 아주 작은 힘이라도,
너한테만은 쏟아 부을게.
 
 
강준아. 뭐라고?”
 
“......”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몸이 떨린다.
솔직히 무서워.
근데, 니가 더 무서울 거잖아.
 
 
강준아, ?”
 
 
-!!
 
 
“......!!!!”
 
 

 
“......”
 
 
두꺼운 손이 내 볼 위에 강하게 올라왔다.
아프고 창피해서, 돌아간 고개를 그대로 두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기 경찰섭니다!!”
 
아 예예.”
 
“......”
 
 
멱살이 놓이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그만 떨어라고, 그만 울어라고,
눈을 꽉 길게 감았다가 떴다.
 
 

 
, .”
 
“......”
 
 
이런 내 쪽으로 오려는 너를
보지도 않고 막았다.
제발 가.
여기서 나가서, 나한테 오지마.
 
 
한번만 더,”
 
“......”
 
한번만 더 저 새끼 앞에 나타나봐.”
 
“......”
 
우리 일, 다신 방해 하지마.”
 
 
너에게 가며 무서운 말을 툭툭 뱉는다.
차마 니 얼굴은 보지 못하고 있지만,
 
 

 
“......”
 
 
많이 무섭겠지.... ㅇㅇ.
 
 
.
.
.
 
 
그 형은, 그 사람은,
내가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나를 찾아 주먹을 쓰게 했고,
어떻게든 너를 찾아 해코지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긴 시간동안 학교도 안 가고,
긴 시간동안 니 얼굴도 보지 못했다.
 
피곤함에 지친 몸을 엉기적 끌며
집으로 향했다.
쌀쌀한 밤공기가 얼굴을 훑어가고,
깜빡깜빡 거리는 어두운 골목길은 춥다.
 
 

 
“......”
 
“......”
 
 
그리고 우리 집 앞 담장에 기대 앉아있는,
너를 봤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존나... 구질구질하다.”
 
“......”
 
 
힘든 말을 하려니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니가 무서워하던 표정을 지었다.
 
 

 
존나 싫어 그냥.”
 
 
미안해... 미안해.
 
 
“......”
 
너 보기만 해도....
... 그냥 싫어 시발......”
 
 
너를 보고만 있어도 너무 행복해.
근데, 난 행복하면 안돼.
 
 
“......”
 
꼴 보기 싫으니까...!!
작작 좀 나타나 내 앞에!!!”
 
 
눈을 크게 뜨고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넌 아까와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연다.
 
 
“...... 진짜 싫어...?”
 
 
...여전히 너는 내가
할 수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시바알.. 진짜....”
 
 
밤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고,
내 옆에는 가로등이 빛나고 있다.
그냥 솔직해지라고,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말 하는 듯, 우릴 향해 빛나고 있다.
 
 
“......한번만...”
 
“......”
 
 
나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하고 싶은 말 할게.
 
 

 
한번만 안아보자.... ㅇㅇㅇ
 
 
*
 
 
 
자꾸만 마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키 큰 가로등 밑에서,
옷 속에 스며드는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저릿한 가슴을 진정시켰다.
 
 
“......”
 
, ......”
 
 
문이 열리고, 이 순간까지
그토록 떠올렸던 그 얼굴이 보였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머릿속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것들이
헛짓거리가 된 것만 같다.
 
 
뭐야 너......?”
 
 
네 얼굴, 네 목소리 하나에.
 
 
“...ㅇㅇ,”
 
?”
 
 
멍청하게 뱉은 네 이름 두 글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이 바보 같은 입은
항상 네 앞에서 움직이지를 못한다.
 
 
“......”
 
“......”
 
 
시린 밤바람이 소매 사이로 느껴진다.
그때 우리.
7년 전 그 날 밤 우리.
너무 어려서, 너무 무서워서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오늘에서야 너에게 말한다.
 
 
“......보고싶었어.”
 
“......”
 
 
나는, 나는 그냥.
 
 

 
너무...... 네가 너무 보고싶었어...”
 
 
미치도록 네가 보고싶었어.
 
 
.
.
.

※만든이 : 비또님

<덧> 
 
...사실... 사실은요..
마무리편까지 한 편에 보낼려고 했는데..
분량도 폭발하고.. 그리고 거기까지 쓰면
한 달뒤에나 보낼거 같아서.....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우선 강준이편부터
보냅니다.
 
이번엔 기간을 딱! 정할게요!
그래야 저도 늦장 안 피울거같아요 헤헤..
지금 제가 정확히 1010일 밤 10시에 보내는데
마무리편은 111!! 안에!!!!
보낼 수 있도록!!! 정말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드아아!!!!!!!!!
, 사실 좀 걱정되네요
제가 글 쓰는 타입이 굉장굉장히 느려서...
 
그럼 이번 달 안에 꼭 봐요!
전 어깨가 아파서 이만ㅋㅋㅋㅋㅋ
히히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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