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OUT - 도경수 의 이야기 (by. 둥둥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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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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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수의 이야기 >
 
 
도경수
변백현
김세정
오승희
류수정
정호석

.
.
.
 



 
 
 
 
야옹- ”
 
 
내 다리에 몸을 부비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엽다
 
 
응 귀여워. ”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난 그녀를 천사라고 부른다.
 
 
 
 
 
 
-
 
 
 
천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편이었던
난 체육시간이 되면
항상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그림을 그리곤 했다.
 
 
 
우와- 너 그림 정말 잘 그린다. ’
 
 
 
누구야? ”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이 교실엔 분명
나 혼자 밖에 없다.
 
 
 
내가 잘 못 들었나?
 
 
난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이건 나무인가? ’
 
 
뭐야
 
 
또 내 옆 바로 옆에서 말을 하는 것 마냥
 
아주 가깝고
선명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
 
 
,누구냐고!! ”
 
 
분명 교실엔 나 혼자다.
내가 헛것을 들은 건가?
 
아니다.
분명히 생생히 내가 들었다.
 
 
 
 
너무 그렇게 놀라지마. ’
 
 
 
이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어디서 소리가 들리는 거지?
그리고 어떻게 목소리만 딱 들리는 거냐고!! ”
 
 
난 박차고 일어나
허공에 고래고래 소리쳤다.
 
 
 
후후- 그야 난 너의 일부니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경수야 너 뭐해?
왜 혼잣말을 하고 그래? ”
 
 
언제 들어 온 건지
같은 반 백현이가 내 모습을 보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목소리가 들려
분명 아무도 없는데
어떤 여자가 말을 해!! ”
 
 
무슨 소리야- 소름끼치게... ”
 
 
아니! 진짜라니깐!! ”
 
 
그러고 있지 말고
보건실가서 좀 쉬던지 해. ”
 
 
백현이는 날 이상한 사람 보듯 하더니
곧 자신의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들었다.
 
 
난 너와 대화할 수 있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너무한다. ’
 
 
지금!! 지금!!
걔가 또 말했어!!
너도 들었지? ”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그래
너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
오늘 그냥 학교 조퇴하던지 해. ”
 
내 어깨를 두어 번 탁탁 치곤
교실을 나갔다.
 
 
 
도대체..... ”
 
 
너와 대화하고 싶었어. ’
 
 
 
이렇게 생생하게 들리는데...
 
 
 
우리 친하게 지내자
 
 
 
어째서..
 
 
 
듣지 못하는 거냐고!
 
 
 
 
-
 
 
 
너 아버지가 하는 말이 말 같지가 않아? ”
 
 
...또 시작이다.
 
반쯤 풀린 눈에 빨게 진 얼굴하며
후줄근한 옷차림에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우리 아버지
 
 
 
술사오라고!! ”
 
 
...돈이 없어요. ”
 
 
이게 하늘같은 아버지를 무시해? ”
 
 
이래서 집에 들어오기가 싫다.
 
 
너 이 새끼 대답 안 해!! ”
 
 
더럽게 목소리만 커가지고는
아 짜증나.
 
 
 
알겠어요.
사 올게요. ”
 
 
난 주섬주섬 다시 신발을 구겨 신고
밖으로 나왔다.
 
 
 
 
너 돈 없잖아. 어떻게 사가려고? ’
 
 
잠잠해지나 했더니 또 들리네
이번엔 아무 말도 안해야지
 
 
난 입을 다물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곤
무작정 앞만 보고 걸었다.
 
 
 
 
네가 아무 말 안한다고 해서
내 목소리가 안 들리진 않을 텐데
 
 
얜 뭐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거야?
어떻게 다 아는 거지?
 
 
당연하지.
난 네 마음에 일부 인 걸? ’
 
 
그럼 도대체 왜 날 귀찮게 따라다니는 거야?
가뜩이나 스트레스 받는데
 
 
 
난 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온 거지. ’
 
 
네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난 옆에 함께 있어줄 수 있지. ’
 
 
 
그딴 거 필요 없으니깐
제발 꺼져
 
 
아니. 넌 내가 필요할 거야. ’
 
 
네가 뭔데 날 판단하는데?
 
 
 
경수야 뭐하니 여기서? ”
 
 
엄마! ”
 
 
춥다 얼른 들어가자. ”
 
어쩌다보니 엄마의 퇴근시간과
딱 맞아 떨어져 다시 집에
들어오게 되었네
 
 
술사오라고 술!!! ”
 
..알겠어요 알겠어.
경수야 넌 네 방에 들어가서 공부해. ”
 
 
 
 
엄마는 새벽같이 나가서
이렇게 밤늦게 까지
일을 하고 집에 들어오신다.
 
 
저렇게 열심히 벌어도
다 아버지 술값으로 나간다는 게
암울할 따름이다.
 
 
사실 혼자서 집안을 책임지시는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보이셔서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러 가겠다고 했으나
어머니는 그런 생각이 들면
더욱더 학교를 열심히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성공해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지 말라고
 
 
하지만 넌 공부보단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하잖아? ’
 
 
짜증나
왜 남의 생각을 읽고 함부로 난리야
기분 나쁘게
 
 
기분 나쁘게 생각 하지마.
난 너의 일부라고 말했잖아.
난 그저 너의 행복을 바랄 뿐이야. ’
 
 
 
내가 행복하길 바라면
네가 내 머릿속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다-
 
 
 
그건 무리야.
아까도 말했지만 난 너의 일부라고
 
 
저번부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사실 이미 난 항상 너와 함께 했어.
넌 몰랐겠지만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네가 행복하길 바라지
 
 
마치 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것 마냥 말하네?
 
 
당연하지.
난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걸?
네가 뭘 좋아하는지도,
뭘 싫어하는지도 모두 다 알지. ’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아는 척 하는 게 엄청 재수 없네
 
 
 
 
 
방문 열어!!!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부질없는 짓이야.
지 애비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그걸 못 들어주고
술사오라고!! ”
 
 
 
또 시작되셨네.
네가 중학생이 되던 무렵
아버지께서 회사 부도를 맞으시고
저렇게 술에 찌들어 사시기 시작했지. ’
 
 
 
어떻게 그걸..네가 아는 거야?
 
 
 
말했잖아.
난 네 일부라고
가끔 넌 저런 아버지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 ’
 
 
 
아니야
 
난 그런 적 없어.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아니라고!!
 
 
 
 
 
난 기억해
 
 
-
 
 
 
 
 
 
..!!! ”
 
 
거실 소파에 앉아
저러고 있는 모습이
진짜 진상이 따로 없다.
 
 
,여보..그만 마셔요..
이러다 죽겠어요. ”
 
 
엄마는 아버지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시다
그만마시라며 팔을 잡아 흔들었다.
 
 
술사오라고 이 여편네야!! ”
 
 
꺄악
 
 
순간 아버지는 옆에 있던 빈 술병으로
엄마의 머리를 내리치셨다.
 
 
엄마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셨고
난 그런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
 
 
네가 날 무시해?
내가 부도 맞아서
능력 없어지니깐
무시하는 거야? ?
무시하는 거냐고!!! ”
 
 
,아버지 그만하세요! ”
 
 
또 엄마를 때리려는
아버지를 말리다
 
 
 
-
 
 
 
뺨을 맞았고
난 그대로 땅바닥에 쳐 박혔다.
 
 

 
썩을 놈의 집구석
 
 
그 순간 딱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저 인간을 죽이고 싶다.
 
 
죽여
 
난 그대로 주방으로 가
칼을 꺼내들고
아버지의 등 뒤에 섰다.
 
 
 
아버지는 여전히 화가 많이 나있는 채로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죽여 버려
 
 
난 칼을 든 손을 올렸다.
 
 
죽어버려
 
 
 
 
 
 
..안돼..안돼..경수야.. ”
 
 
피를 뚝뚝 흘리며 날 바라보며
포근한 미소를 짓는 엄마를 보자
아까의 분노는
 
 
 
슬픔으로 바뀌었다.
 
 
-
 
 
지금 딱 좋은 기회 아니야?
말리는 사람도 없고,
주정뱅이랑 너 말곤 없잖아
 
 
 
그럼 저때 얼핏 들렸던
목소리가 너였단 거야?
 
 
 
응 나였지.
그날 잠깐 나타난 뒤
다시 들어갔지만
다시 네가 날 불렀지. ’
 
 
 
말 같지도 않은 소리마.
 
너 같은 걸
내가 불렀을 리가 없잖아?
 
 
 
과연 그럴까? ’
 
 
꺄아악- ,무슨 짓이 예요! ”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엄마의 찢어질 듯 한 비명소리
 
 
난 급히 잠갔던 방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손에 칼을 들고는
우리를 위협했다.
 
 
 
다 같이 죽는 거야!
어차피 살 가치도 없는 세상인데
다 같이 죽자고
 
 
 
그만해요!!
이게 뭐하는 짓이 예요! ”
 
 
닥쳐!!
먼저 내 새끼 경수부터
아버지가 안 아프게 죽여줄게
 
 
살기를 띈 아버지는
말리는 어머니를 가볍게 쳐 내고는
 
내게로 한발자국씩 다가왔다.
 
난 몸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
 
 
엄마가 주방으로 급히 뛰어가시더니
프라이팬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쳤고
그대로 아버지는 쓰러졌다.
 
 
,경수야 괜찮니? ”
 
 
엄마는 내 어깨를 잡고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
 
 
난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집밖으로 나와 걸었다.
 
 
경수야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
 
 
엄마가 뭐가 미안해요. ”
 
 
있잖아 엄마는 경수한테 좋은 엄마,
좋은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엄마가 미안해
 
 
나도 좋은 아들이 못 되어주는데
엄마를 지켜주지 못하는 못난 아들인데
이런 내게 엄마는 너무 과분한 걸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인걸요. ”
 
 
 
우리 도망갈까? 아버지 몰래
 
 
-
 
 
 
 
 
 
그날 이후로
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되었고
 
 
 
 

 
 
비온다
 
 
 
지금의 천사와도 함께하게 되었다.
물론 첫 만남은 좀 과격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친하다.
 
 
 
난 비오는 날이 좋아. ”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
 
 
 
그녀를 천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항상 내가 힘들 때 또는
가장 기분 좋을 때 등
모든 감정을 함께 나누고 또한
나를 수호해주는 것 같아 그렇게 부른다.
 
 
 
- 근데 학교가기는 귀찮다. ”
 
 
그래도 가야지. ’
 
 
그래 가야지..
 
-
 
 
 
1교시 지루한 세계사 시간
난 뭘 그릴지 생각하고 있었다.
 
밖에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데
오늘에 주제는 비에 젖은 나무이다.
 
 
 
비에 젖은 나무라 궁금. ’
 
 
내가 잘 그리진 못해도 열심히 그려 볼게!
 
 
 
-
 
 
 
수업종료종이 울림과 동시에
그림도 마무리가 되었다.
 
난 웅크리고 있던 자세를
쭉 기지개를 폈다.
 

우와 경수야 너 그림 진짜 잘 그리는 구나? ”
 
내 옆을 지나가던 같은 반 친구인 호석이가
그림을 보곤 네게 말했다.
 
 
..아니야
 
 
그냥 대충 그린건대..
 
 
야야 이거 봐! ”
 
 
심지어 지나가는 애들까지 불러서
내 그림을 보라고 난리다.
 
꽤 부담스럽다.
 
 

우와 진짜 잘 그렸다. ”
 
 

- 진짜 잘 그렸다.
경수 너 교내 미술대회 안나가볼래? ”
 
 
미술대회? ”
 
 
우리 반 반장인 세정이가
내 그림을 보더니
반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승희를 불러 세웠다.
 
 
응 사생대회랑은 다른 거야.
잠깐만 어! 승희야!!
경수도 미술대회 나갔음 하는데 네가 설명 좀 해주라. ”
 
 
 

경수 네가 그린거야? ”
 
 
승희는 그림을 쭉 한번 보고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잘 그렸는데?
나랑 같이 미술대회 나가자!
상을 노려 볼 만큼 엄청 재능 있는 것 같아. ”
 
 
 
난 그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할 뿐
승희처럼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있지도, 배운 적도 없다.
 
 
 
그런데 난 그렇게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
 
 
 
에이 그냥 해보는 거지!
그럼 너도 신청하는 걸로 할게! ”
 
 
 
..
 
 
 
얼떨결에 알겠다고 해버렸네.
 
 
 

 
저번 대회 1등이 민지였거든.
팁 같은 거 달라고 해서 잘해봐- ”
 
 
 
서글한 미소를 띈 채
내 어깨를 두어번 치곤
자리로 돌아가는 세정이다.
 
 
 
,그래.. ”
 
 
-
 
 
 
 
얼마 안가 미술대회 날이 되었다.
 
어차피 학원에, 재능에 이미 인재들이 많았기에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대회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자신의 감정 표현하기.
 
 
 
이번 대회 날이 오기 전
연습그림을 그릴 때
천사가 옆에서 많은
영감과 조언을 해 주며
날 도와줬다.
 
 
 
꽤 심오한 주제네
 
 
 
그러게 어떻게 그려야 좋을라나
 
 
 
밤하늘 어때? ’
 
 
 
밤하늘?
 
 
 
 
 
 
?
 
 
 
그냥 지금 감정상태가 꼭 밤하늘 같아서. ’
 
 
 
그래 그럼 밤하늘 그리지 뭐
 
 
 
 
 
 
네가 나고
내가 너니깐
 
 
새까만 밤하늘
 
그리고
그 어둠에 가려지지 않으려
열심히 빛을 내는 달과 별
 
 
-
 

 
 
이번 대회에 1등은 도경수다.”
 
헐 진짜? ”
 
승희를 꺽은 거야? ”
 
와 대박이다. ”
 
쟨 학원도 안다니면서 진짜 천재아냐? ”
 
재능이 있는 거겠지. ”
 
 
 
 
너무 어색하다.
 
이런 큰상을 나 같은 사람이
정말 받아도 되는 걸까?
 
 
 

경수야! ”
 
 
아 승희야
 
 
축하해! 너 정말 잘 그렸더라. ”
 
 
,아니야..
그냥 그린 건데 얼떨결에..
이렇게 돼버렸네
 
 
겸손한 척 하기는-
여튼 축하해
 
 
고마워
 
 
 
 
 
‘ 1등 했네? ’
 
1등 했어.
 
엄마가 무척 기뻐하실 것 같아.
 
고마워 네 덕분이야.
 
 
 
-
 
 
 
엄마는 내 상장을 보시곤
내가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바로 손을 잡고 학원을 가자고 하셨다.
 
 
덕분에 난 그림실력이
나날이 성장해 갔고
 
반을 넘어 전교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되었다.
 
 
이젠 교실에 앉아 작은 메모장이 아닌
미술실의 이젤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만큼 내가 미술로
인정받았다는 뜻 인 것 같다.
 
 
 
 

? 내가 1등으로 온줄 알았는데
경수가 먼저 와있었네
 
 
자다 왔는지 약간 부은 얼굴로
미술실에 들어온 승희이다.
 
 
 
 
생각해보면 승희는
참 좋은 아이 인 것 같다.
 
내가 미술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도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날 축하해 줬다.
 
 
 
너 점심은 먹고
그림 그리는 거야? ”
 
 
아니, 오늘 메뉴 별로 길래
그냥 빵 하나 사먹었어. ”
 
 
열심히 하니깐 보기 좋다야!
우와 이거 누구 그린거야? ”
 
 
예쁘지? ”
 
 
설마 경수 여자 친구 생긴 거야? ”
 
 
천사야. 내 천사. ”
 
 
푸하하- 천사? 뭐야 유치하게
여보, 자기도 아니고 천사리니
 
 
그런가? ”
 
 
- 오글거려
 
 
뭐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난 그녀가 좋으니깐
 
 
 
뭐야 날 그린거야? ’
 
널 그렸어.
 
한 번도 날 본 적 없으면서 어떻게? ’
 
 
그냥 느낌으로 그렸어.
마음에 들어?
 
 
응 마음에 들어. ’
 
 
다행이다.
 
 
 
-
 
 
곧 있음 내가 지망하는
대학교의 미술대회 날이다.
 
그래서 요즘 그림연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오늘 급식 먹을 거야? ”
 
뒤를 돌아 내게 물어온다.
그 대학교가 승희도 함께 지망하는 학교라
서로 정보도 공유할 겸 요즘 같이 붙어 다니는 일이 많다.
 
 
아니 오늘 급식 맛없어 보여서 바로 미술실 가려고
 
 
난 밥 먹고 갈테니깐
먼저 가 있어- ”
 
 
우린 서로의 그림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
 
 
얼마 뒤 미술대회 날이 되었다.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맞는 대회이다.
 
그래서 더 떨리고 그림 연습 또한
잠을 줄여가면서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경수야!! 이거! ”
 
 
승희는 다짜고짜 내게 노란색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이게 뭔데? ”
 
 

오늘 대회 잘 하라고!
히히- 이만 가볼게! ”
 
 
안에는 초콜릿, 사탕, 여러 군것질거리가
들어가 있었다.
 
 
 
저 아이 널 좋아하는 것 같아. ’
 
 
나완 상관없어.
난 천사 네가 더 좋으니깐
 
 
나도 네가 좋아. ’
 
 
 
 
 
 
 
-
 
결과는 예상 외였다.
이번 대회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승희가 상을 받았다.
 
 
난 쟤가 미워.
저 상의 주인은 바로 너인데
 
 
나도 너무 속상하다.
 
 
승희는 나보다
전문적으로 오래 미술을
했으니깐
 
뭐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
 
 

? 경수 너 또 밥 안 먹어? ”
 
 
응 메뉴가 별로더라고
 
 
 
너 염탐하려고 왔나봐
 
 
설마
나보다 잘 그리잖아.
그럴 리 없을 거야.
 
 
 
왜 요즘 다크호스로 네가 떠오르니
걱정되지 않겠어? ’
 
 
 
잠깐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난 승희에게 살짝 미소를 짓곤
정신을 차리고자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었다.
 
 
 
그래 승희는 나보다
잘 그리는 아이니깐
 
설마 날 염탐하려고 하겠어?
 
 
이제껏 계속 같이 잘 다녔으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생각해봐 저번에 네가 상탄 뒤로
계속 너랑 붙어 있으려고 했잖아. ’
 
 
아닐 거야.
그냥...그냥...
그래 그냥 우연이겠지.
 
 
...
얼른 들어가서 연습해야지.
 
 
마음을 잡고
미술실에 들어가니
 
 
 
 
승희가 나의 그림에 손을 대고 있었다.
 
 
난 빠른 걸음으로
승희에게 달려가
팔목을 덥석 잡았다.
 
 
! ,왜그래? ”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
 
 
가까이 가 내 그림을 보니 스케치 해놓은
내 그림에 검은색 물감이
여기저기 칠해져있었다.
 
 
화가 몹시 났다.
 
 
그래도 널 믿으려 했는데
이제껏 날 챙겨 줬던 것이,
나와 함께 했던 게
 
진심이 아니었던 거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
 
 
심지어 거짓말까지 뻔뻔하다. ’
 
 
지금 네가 한 짓을 보고도 모르겠다는 거야? ”
 
 
도대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난 승희의 손목을
더 꽉 쥐었다.
 
 
! 아파! 왜이래.... ”
 
 
 
다시는 붓을 못 잡게
그대로 팔을 분질러버려
 
 
 
 
순간 승희의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당황한 나는 잡고 있던
팔목을 놓아주고
교실로 올라왔다.
 
 
-
 
 
 
경수야
 
 
 
 
승희 옥상에서 밀어버릴래? ’
 
 
?
 
 
쟨 널 계속 괴롭힐 거야.
네 그림, 노력 모든 걸 망칠 거라고
 
 
아니야.
내가 더 노력해서
그림 실력을 올려야지
그것만이 답일 거야.
 
그리고 그건 범죄잖아.
 
 
그렇지만 승희가 없어지면
나중에 입시할 때 편하잖아. ’
 
 
승희가 없어진다고 해서
내가 모든 대회를
일등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깐....
난 괜찮아.
 
 
난 승희 쟤가 싫어.
그냥 밀어버리자 응? ’
 
 
안돼, 그건 범죄야.
내가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만약 열심히 해도 안 될 땐
그땐 어떻게 할 건데? ’
 
 
글쎄 모르겠어.
 
 
내가 알려줄게.
그럴 땐 그냥 없애는 거야.
다 파괴해 버리는 거지. ’
 
 
어떻게?
 
 
내가 도와줄게.
네 몸을 내게 빌려줘
그럼 내가 해결할게
 
 
그렇지만....
 
 
괜찮아 내가 잘 해결할게
 
 
알겠어.
천사 네 말이니깐..
 
 
 
믿어볼게
 
 
 
 
난 아주 깊은
잠을 잤던 것 같다.
 
 
 
정말
 
정말로
 
 
깊은.
 
-
 
눈을 떴을 땐
새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나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도경수 군 정신이 드나요? ”
 
 
여기가 어딘가요? ”
 
 
병원이에요,
분명 약 잘 챙겨먹으라고 했는데
제때 챙겨 드시지 않으니
어머님이 입원시키셨습니다. ”
 
 
??? ”
 
입원이라니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대체 내가 잠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제가 병원에 입원해야 하나요? ”
 
 
도경수씨는 심한 우울증과
조현병 증상이 있어 약을 지어드렸는데
상황이 더 악화되셔서
정신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습니다. ”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우울증? 조현병?
 
 
이게 무슨 일이야?
 
잠깐,잠깐!
천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항상 나와 함께하던 천사가
 
 
내가 힘들 때나
슬플 때나 항상 함께하던
 
 
 
내 천사는 어디로 간 거야?
 
-
 
 
병원에선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내가 사랑하는 천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고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으면
정신이 멍해져 제대로 무언 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어딜 가나 환자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간호사말로는 근본적으로
내가 자해를 심하게 해서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난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혼자 남겨진 느낌이 싫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지 간에
천사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외롭다.
 
 
 
-
 
 
몇 달 뒤
난 퇴원하게 되었다.
 
 
이미 정신병원에 내가 입원했다는 소문이
학교에 쫙 돌았기에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순 없었다.
 
엄마도 한동안은 집에서 쉬라고 말씀하셔서
그냥 집에서 약 잘 챙겨먹으며 놀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난 여전히 천사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고
보듬어주던
 
 
그 목소리가 듣고 싶다.
 
 
집에서 빈둥대던 난 아이스크림을 사러
잠깐 슈퍼에 다녀온 사이
 
 
우편함에 꽂혀있는
하얀 봉투의 초대장을 발견하곤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왠지 나의 천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
.
.

※만든이 : 둥둥미들님

<덧> 
 
잠깐 해석을 해드리자면
환청은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 중에 하나이죠.
우울증과 겹쳐져 천사라는 가상의 인물과
 대화를 하면서 지내게 되는 거죠.
그 질환이 악화되는 모습은 경수의 그림을 승희는
 망치지 않았는데 망친 것처럼 보이는 환시
심지어 환청이 다른 사람을 죽이라고 까지 이야기를 하고요.
자신이 대신 해결하겠다고 천사가 말한 부분은
 다중인격부분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어요.
그 부분은 병원에서 까진 미처 알지 못한 부분입니다.
 
제가 너무 늦게 들어왔죠?
봉사랑 과제랑 겹쳐서 하...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그 경수가 진구형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저의 실수였어요ㅠㅠㅠㅠ
 
그럼 또 궁금하신 점 있으면 
댓글 마구마구 적어주세요!!
얼른얼른 연재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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