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키스를 - 05 (by. 불통)

────────────────
<악마에게 키스를>
■ 00 (Prologue) => 바로가기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18년 전 아이를 낳았던
그 마을의 유일한 동양인 산모와
아이의 사진을
힘들게 구한 진웅은
ㅇㅇ의 납치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마중을 나간
민석과 창섭은
2주 동안 다소 야윈
진웅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죽도 못 얻어먹은 사람 마냥
몰골이 그게 뭐야?
밥은 먹고 다녔어?“
 

 


내가 굶을 사람이냐?
그건 그렇고 ㅇㅇ이는?”
 

 

우리 집에서 쉬고 있어요.
근데 대장 진짜 괜찮아요?
피부 완전 꺼칠한데?“
 

 

괜찮아.
일단 사무실로 좀 가자.“
 

 

? 집에 가서 좀 쉬지.”
 

 

아냐. 사무실로 가서
밀린 업무 좀 보고나서
그때 쉬어야지
안 그럼 나중에 더 힘들어.
 

너희들한테 할 말도 있고..“
 

 

사실 둘은 진웅이 핀란드에서
뭔가를 찾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던 차였다.
 

 

하지만 그의 피곤에 찌든
모습을 보고
차마 물을 수 없었기에
참고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은 진웅은
곧바로 민석과 창섭을
불러 앉혔다.
 

 

일단 ㅇㅇ이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하나
부탁했었거든.
 

마침 물건이 하나 나왔다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혼자 지내게 하기엔
좀 힘들 것 같은데..“
 

 

우리 집은
노출이 된 상태라서..
대장네 집은 어때요?“
 

 

, 노출은 우리 집이 더 하지.”
 

 

진웅과 민석의 시선이
동시에 창섭에게 향한다.
 

 

- ..!
왜 나를 봐?“
 

 

아니, 지금 상황이라면
대장! 내가 데리고 있을 게
이게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
 

 

- 미친 거 아냐?
내가 왜?“
 

 


냅둬요. 그냥-
혼자 지내게 두죠.
납치가 되던
어디 가서 바보처럼 또
옥상에서 떨어지든 말든..“
 

 


에이씨- 진짜!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데리고 있으면
될 거 아냐!“
 

 

도끼눈을 뜨며
진웅과 민석을
번갈아 보던 창섭은
성에 안 차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한 번 구른 뒤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런 창섭을 광대를 올리며
웃는 표정으로 보던 진웅이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가서 정말 어렵게
18년 전 그 마을에서
산파를 하고 있던 사람의
집에 갔었거든..“
 

 

찾았어요?”
 

 

. 근데 이미
돌아가셨더라고.”
 

 

...”
 

 

근데 그 아들이
어머니가 산파를 했던 당시에
산모와 아이 사진을 찍었던 걸
보관하고 있었어.
거기에서 유일하게
동양인 산모가 있는 걸 봤는데
사진 뒤에 태어난 날짜가
적혀 있다 길래 봤더니
그게 딱 18년 전 이더라고..“
 

 

? 그러면..”
 

 

!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사진 가져왔어요?”
 

 

가져오진 못하고
핸드폰으로 찍어왔어.“
 

 

진웅은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갤러리에서 사진을 찾아
그들의 앞에 내밀었다.
 

 

..?”
 

 

...”
 

 


 

 

애 얼굴이 안 나왔네.
여자애 인거죠?
근데.. 애가 좀 크네요?“”
 

 

니가 보기에도 여자애 같지?
막 태어났을 당시에는
못 찍고 좀 큰 다음에
찍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혹시나 다른 사진 찾게 되면
연락 달라고 번호 남겨두고
오긴 했는데..“
 

 

그럼 ㅇㅇ이가
아닌 게 확실해졌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런데 또 이상하게
태어난 날짜도 ㅇㅇ이랑 똑같아.
817..”
 

 

, 우연의 일치겠죠.”
 

 

사진을 본 순간부터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창섭을
이상한 눈으로 보던 진웅이
그를 어깨를 치며 물었다.
 

 

너 뭐해?”
 

 

아니, 이 사람
 

 

창섭은 아이의 엄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너가?
이 사람을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창섭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진웅은
민석의 질문을 듣고는
다시 창섭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어디서 봤지?엄청 낯이 익네.“
 

 

착각이겠지.
너가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잖아.“
 

 

뭐래, 이 형이?
나 머리 완전 좋은 편이거든?“
 

 

그래, 그렇다고 치고..
 

아이 사진은 이렇지만
그래도 이 사진으로
최대한 찾아보면 되겠네요.“
 

 

민석은 진웅의 핸드폰을 들어
자신에게로 사진을 전송했다.
 

 

일단, 이 여자 이름부터
알아볼게요.“
 

 

진웅은 일어나려는 민석을 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아 볼 필요 없어.”
 

 

한숨을 내쉬고
바닥만 보며 말하는
진웅을 의아한 눈으로 보며
민석이 물었다.
 

 

? 왜요,
그것도 알아왔어요?”
 

 

진웅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민석에게 건넸고
창섭은 그의 가까이로 다가가
사진을 살폈다.
 

 

? 뭐야?
이거... 대장 어렸을 때야?“
 

 

진웅의 어린 시절 사진임을
파악한 둘은 그의 옆에 있는
동생들 중 한명의 얼굴을 살펴보다
놀라며 그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
 

 

뭐야, 이 여자..
이 사람 아니야?”
 

 

창섭이 핸드폰과 사진을
번갈아 가며 가리키자
진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막내 동생..”
 

 

너무 놀란 둘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창섭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니.. 어떻게..”
 

 

...”
 

 

그의 깊은 한 숨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두 사람은
말 하지 않아도 알았다.
 

 


..하하
 

 

재밌거나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닌
어이가 없을 때 나오는
창섭의 웃음이
사무실을 한가득 채웠다.
 

 

참 아이러니 하지.
가족들한테 피해 입힐까 봐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는데..“
 

 

허탈한 그의 목소리에
눈치를 살피던 민석이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어떻게 할까요?
가족 분들 소식은
알고 계세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이대로 접는 거지.
 

조카를 스스로
사지에 내몰 거야
뭐 어쩔 거야.“
 

 

“..........”
 

 

아니 그리고..
몇 십 년 만에 만난 동생한테
내가 니 딸이 필요하니까
당장 나한테 보내.‘
그러면 동생이 잘도
그래 오빠. 데려가이러면서
딸을 이 늙다리한테 보내겠다.
안 그래?
 

형이라면 그렇게 하겠어?“
 

 

고개를 끄덕이며
창섭의 말을 듣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둘의 대화를 듣던 진웅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미안한데..
그 녀석은 이미
10년 전에 죽었어.“
 

 

무덤덤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놀란다.
 

 

그럼..”
 

 

물론 조카 소식은 몰라.
존재조차도 몰랐으니까.
 

그냥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어.“
 

 

그의 말을 끝으로
사무실엔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누구하나 먼저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침묵을 깬 것은
창섭이었다.
 

 

바닥에 앉아있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로서 확실해졌네.
조진웅은 가브리엘의 후예.
역시.. 푸른빛인가..“
 

 

“..........”
 

 

“..........”
 

 

어딘가에 또 있지 않겠어?
라파엘과 가브리엘의 후예가..“
 

 

어깨를 한번 쭉- 들어 올린 그는
 

 

전국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내.
그게 두 사람이 할 일 이니까.“
 

 

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열고나서다
뒤를 돌며 말했다.
 

 

그럼! 루시퍼의 후예는
이만 사라집니당.


-“
 

 

한편 민석의 집에서
쉬고 있던 ㅇㅇ
버려뒀던 핸드폰을 들어
이것저것 만지다
비글들이 깔아 준
카카오톡을 연다.
 

 

이창섭님
어딨냐 꼬맹이.
톡 볼 수 있음 대답하고..
못 보는 거면
제발 얌전히 있어라.
다치거나 무슨 일 생기면
그땐 넌 내 손에 죽는다.
 

 

어제 자신이 사라졌을 때
창섭이 보내둔 메시지였다.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이 밀려와
아직은 쓰기 어색하지만
메시지를 보내본다.
 

 

어제는 진짜
너무 감사했어요.
무섭고 떨렸는데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젠가 꼭 보답할게요.
 

 

진심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보답하고 싶었다.
 

 

메시지를 보내고
책상위에 내려두려는데
진동이 울려 확인하니
창섭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어디냐?”
 

 

.. 지금
민석이형네 집이요
 

 

혼자 있어?”
 

 

아뇨. 여기 누가 많은데..”
 

 

몸은 좀 어때?
아프거나 하진 않아?“
 

 

. 덕분에..”
 

 

그럼 나와.
밥 먹게
 

 

밥이요?
 

 

, 먹었어?“
 

 

아뇨. 아직..”
 

 

그럼 20분 후에 밖으로 나와
 

 

제 할 말만 하고 끊어진
전화기에 대고
.” 라고 대답한 ㅇㅇ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온다.
 

 

먼저 도착해 벽에 기대어
핸드폰을 보고 있는
창섭을 발견한 ㅇㅇ
왠지 차분한 느낌의
붉은 빛이 도는
그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가 얌전히 서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새삼스레 다시 보이는 그다.
 

 

역시..
못생긴 건 아니었네.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는지
창섭은 인상부터 구긴다.
 

 

빨리 빨리 안 나와?20분 후에 나오라고 했지!”
 

 

별로 안 늦은 것 같은..”
 

 

시간을 확인하며
늦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는데
창섭은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오래전에도 그랬다는 듯-
ㅇㅇ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래서 뭐 먹고 싶냐?”
 

 

창섭은 자신이 감싼 어깨가
그리 넓지 않음에
ㅇㅇ의 왜소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는데요..”
 

 

그럼 고기 먹으러 가자.”
 

 

고기요?”
 

 

이 대 낮부터?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ㅇㅇ은 애써 삼켜낸다.
 

 

그래. 고기~”
 

 

아주 낡고 허름한 가게로
ㅇㅇ을 데려간 창섭은
주인과 오래알고 지낸 사인지
안부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이네?”
 

 

뭐가 또 오랜만이야.
나처럼 자주 오는 손님이
어디 있다고..
 

여기 싱싱한 걸로 3인분
 

 

3인분? 누가 또 오나?
ㅇㅇ은 묻고 싶었지만
그 말 역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너 먹고 살 좀 쪄라.
그래야 키도 크지-“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익기 시작하는 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창섭은 ㅇㅇ에게
살 좀 찌라는 잔소리를 한다.
 

 

이미 다 큰 것 같은데요.
더 이상 안 자라요.“
 

 

무슨 소리야.
남자는 20살 넘어서도
키가 크거든?“
 

 

다 구워진 고기를
ㅇㅇ의 앞 접시에 놔주며
20살이 넘어서도
키가 큰다며 이것저것
키크는 방법을 말하던 창섭은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ㅇㅇ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술을 주문한다.
 

 

지금 아직 낮인데요?”
 

 

놀란 눈으로 묻는 ㅇㅇ에게
창섭은 뭐가 대수냐는 표정으로
받아친다.
 

 

그래서..?”
 

 

아니, 술을..”
 

 

반주로 마실 거야.
넌 안 줄 거니까
기대하지 마라.“
 

 

기대는커녕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그를
아주 질 나쁘게 생각하고 있는
ㅇㅇ이였다.
 

 

그런데 왜일까?
 

 

소주를 작은 잔에 따르는
그의 표정이 매우 노곤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 넣는 그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예상 못한 질문인지
슬쩍 놀란 그는
곧 특유의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 있으면..
니가 해결 해주게?“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ㅇㅇ
고개를 끄덕인다.
 

 

.”
 

 

철없는 아이의 당돌함이 웃겨
헛웃음을 웃는다.
 

 

니가 어떻게 해결해주게?
너 돈 많아?“
 

 

역시 돈 문제인가..
라고 생각한다.
 

 

많은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이 조금 있어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어떻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ㅇㅇ
못내 웃긴 창섭이지만
철부지인 녀석이 하는 말을
듣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얌마! 지금 니가 한 말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 알아?
 

다른데 가서는
절대 유산이니 뭐니
그런 말 하지마라!
 

그리고.. 나도 돈은 많거든?“
 

 

진심을 다해 말하던 ㅇㅇ
다그치듯 말하는 그에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을 구해준 창섭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잔을 채우려던 저의 손에서
소주병을 낚아채
그의 잔에 술을 채우는 ㅇㅇ
잠시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녀석이 자신이 찾는
그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만약 녀석이 맞다면
지금 이렇게 편안히 마주앉아
뭔가를 먹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이렇게
밖에 내놓을 수 있긴 할까?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어리긴 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들리지 않는 한숨이
그의 안에서 죽어갔다.
 

 

ㅇㅇ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의 빨갛고도 붉은 기운이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복잡한 도시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
 

 

 

 

형은 왜
엑소시스트가 됐어요?”
 

 

다시 한 번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은 창섭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내가 왜 엑소시스트가 됐을까?“
니가 보기엔 왜 된 것 같냐?“
 

 

자신이 던진 질문에
오히려 역질문을 당한 ㅇㅇ
알 리가 없는 정답에
슬쩍 당황한다.
 

 

글쎄요?
약간 운명의 장난 같은 건가?“
 

 


 

 

ㅇㅇ의 답을 들은 창섭은
웃음이 터진다.
 

 

어린 아이의 대답이었지만
정말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진짜 장난친 그 새끼
잡히면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웃고 있는 그가
우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ㅇㅇ이다.
 

 

 

 


 

 

 

 

.. ! 이것 좀..”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 이러시면.. 제가..”
 

 

우웨잉버루다 아니다얼아~”
 

 

외계어를 내 뱉고 있는 이 남자는
소주 한 병에 취해버렸고
그 큰 키로 휘청거렸다.
 

 

작은 체구의 내가 감당하기엔
힘이 부족할뿐더러
같이 넘어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고기 집에서 나와
100미터나 갔을까?
 

 

그는 갑자기 주저앉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 거렸다.
 

 


너도 빨리 도망가라.
최대한 멀리..“
 

 

너무 웅얼거리듯 말 해
제대로 알아들은 건진
모르겠지만
꼭 저런 의미 같았다.
 

 

제가 가긴 어딜 가요.
갈 곳 없는 거 알면서..
빨리 일어나기나 해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봤기에 빨리 그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 가라고!”
 

 

안가요! 그러니까 쫌!!”
 

 

소리치는 그에게 짜증이나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지짜? 지짜로 안 가꺼야?”
 

 

갑자기 고개를 들고
웃으며 묻는 그다.
 

 

...? .. 그래요.
안 갈 테니까
좀 일어..“
 

 

사정사정해도 꼼짝 않던 그는
안 간다는 내 말에 벌떡 일어나
팔을 쭉 하고 펼쳤다.
 

 

그러더니 세상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이루와!!
형이 한 번 안아보자!!”
 

 

... 창피하다.
 

 

하지만 그 모습에 왜
웃음이 나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 이제 그만 가요.”
 

 

팔을 벌리고 서 있던 그는
 

 

히히. 그래
 

 

세상 귀엽게 웃더니
내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가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안겨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고맙다.”
 

 

머리를 두 번 쓰다듬으며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내뿜으며 나를 떨어트려 놓는다.
 

 

이제 가쟈!”
 

 

혀 짧은 소리를 내고는
비틀거리며 걷는 그를
한참 바라본다.
 

 

이게 뭐지?
 

 

요동치고 있는 심장부근에
손을 가져다 대본다.
 

 

처음이었다.
남자에게 안겨
심장이 두근거렸던 것은..
 

 

그 자리에 발이 묶여
지금 심장이 뛰는 이유를
하염없이 생각한다.
 

 

그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넘어지지 않았다면
밤을 새도록 그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늙은이 대장이 오라는
ㅁㅁ고등학교로 향한다.
 

 

.. 어제 별로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취했네.
 

 

왜인지 온몸이
쑤시는 것 같고..
 

 

교문 앞을 지나가려는데
누군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푸하하하~ 대박!”
 

 

사내 녀석들 두 명이
뭐가 좋은지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좋을 때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을 때던가..
 

 

푸르른 나이를 부러워하며
지나가려는데
익숙한 실루엣에 걸음을 멈춘다.
 

 


같은 학교인 줄 알았으면
아침에 같이 올 걸 그랬다.“
 

 

.. 그러게.”
 

 

ㅇㅇㅇ?
학교 왔네.
 

 

아무튼 민석이형네 집에서
계속 같이 지내면 좋을 텐데..
너가 나간다니 좀 아쉽다.“
 

 

녀석들을 지나쳐
수녀원으로 들어가려는데
 

 

!”
 

 

녀석이 나를 발견하고
뛰어온다.
 

 

녀석.. 귀엽긴~
날 엄청 좋아한다니까..?
 

 

좀 괜찮아요?
어제 다친 데는..
멍 안 들었어요?“
 

 

?
 

 

? 나 어제 다쳤어?”
 

 

- 설마..
기억 안나요?”
 

 

아니-!
다 기억나는데?“
 

 

사실 기억 따윈 없다.
괜한 자존심에
기억이 난다고 우겨본다.
하지만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에이~
기억 안 나는 얼굴인데 뭐..“
 

 

어허!
형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그럼 어제 나한테
100만원 준다고 했던 거
기억하죠?“
 

 

.. 얘 고단수네.
 

 

웃기고 있네!
내가 언제 그랬어?
증거 있어?“
 

 

일단 째고 보자
 

 

여기 핸..”
 

 

나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
 

 

있던 곳으로 가라고
손짓을 하고는
수녀원으로 재빠르게 향한다.
 

 

회의실이라 적혀있는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수녀가 창밖을 보고 있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어쩐 일이시죠?”
 

 

대장.. 아니
조진웅대표가
여기로 오라고..“
 

 

~ .
들어와서 앉으세요.
마침 기다리고 있던 참입니다.“
 

 

나를 기다렸다고?설마...
사람들을 기다렸다고
말 하는 거겠지.
근데 민석이형은 왜 안 오지?
시간 약속 안 지킬 사람이 아닌데..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며
사람들이 오길 기다리는데
내 앞으로 찻잔이 하나 놓여진다.
 

 

마침 방금 내린 커피가 있어서..
괜찮으신가요?“
 

 

! 커피 좋아합니다.”
 

 

잔을 들어 향을 먼저 맡고
한 모금 마시는데..
 

 

ㅇㅇ이를
맡아주기로 하셨다고요.”
 

 

불쑥 본론을 꺼낸다.
 

 

? - 이래서 나를
여기로 보낸 거구만?
 

 

순간 그 요망한 늙은이를
놀려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그런데 괜찮겠어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제가 ㅇㅇ이를 데리고 있어도
괜찮겠냐구요.“
 

 

조진웅대표님께 듣기로
매우 훌륭하시고
좋으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훌륭 그런 건 모르겠고..
저 게이에요.
게이가 남자애를 데리고 가도
괜찮아요?“
 

 

그녀가 놀란다.
그에 상응하는 반응으로
눈이 커지고 입이 절로 벌어진다.
 

 

성공했다 싶어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나이쓰!!
 

 

..”
 

 

외마디 감탄사가
그 성공을 알렸다.
 

 

그런 취향이실 줄은..
 

하지만 괜찮습니다.
설마 어린아이를 상대로
몹쓸 짓을 하는 분으로는
보이지 않는군요.“
 

 

?”
 

 

이게 아닌데..
 

 

..괜찮다고요?”
 

 

수녀는 그것이 뭐가 대수냐는 듯
방긋 웃어 보인다.
 

 

아니..
저 게이라니까요?
남자 좋아하는..“
 

 

. 이해합니다. 형제님..”
 

 

어렴풋이 내 뒤쪽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사람은 들고 있던 뭔가를
떨어트렸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길 바라며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입을 한껏 벌리며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ㅇㅇㅇ이 서있다.
 

 

그리고 그 옆엔
아까 녀석과 대화를 나누던
키가 엄청 큰 녀석도
같이 서있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눈을 뜨니
ㅇㅇ이를 뒤에서 껴안으며
마치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는
녀석이 보였다.
 

 

.. 망했다.
 

 

 

 


 

 

 

 

White Night 사무실 안
 

 

진웅은 서류 검토를
민석은 컴퓨터로
서류정리를 하고 있다.
 

 

곧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에
진웅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누른다.
 

 

. 미카엘.. 만나 봤어?“
 

 

미카엘 수녀가 건네는 말을 듣고
진웅은 눈이 커진다.
 

 

~? 걔가 뭐라 그랬다고?”
 

 

급격히 커진 목소리에
민석이 손을 멈추고
그를 살핀다.
 

 

급격하게 인상을 쓰더니
 

 

- 푸하하하
그 미친놈이 진짜 그랬어?“
 

 

순식간에 빵터져 웃는다.
 

 

민석은 모니터를 보던 시선을
진웅에게로 잠시 옮긴다.
 

또 뭐야..
뭔 사고 쳤어 이창섭..
 

그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던 작업을 이어간다.
 

 

. 그래. 알았어.
걱정은 하지 말고..
또 연락할게
 

 

끊어진 전화를 보면서도
한참 웃던 진웅이
궁금해 보고 있는 민석에게
통화내용을 전달한다.
 

 

게이라고 했댄다.
자기는 게이라서
남자아이를 맡으면 위험하다고..“
 

 

- 그 또라이 진짜..”
 

 

그 새끼는 진짜
또라이 콘테스트 내보내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일거다.“
 

 

둘은 한참을 웃다
급격하게 소리가 줄어든다.
 

 

근데.. 진짜면 어떻게 하죠?”
 

 

설마- 진짜겠어?
걔 여자 사귄 적 있지 않냐?“
 

 

잘 모르겠는데..
그런 얘긴 서로 잘 안 해서
 

 

에이- 아닐 거야.
...니겠지.“
 

 

맞으면 ㅇㅇ..
어떻게 해요?
그냥 내가 데리고 있는 게..“
 

 

그때 쾅- 소리가 들리며
테이블이 흔들릴 정도로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 짜증나.
사람 말을 못 믿어 왜?“
 

 

열을 내고 있는 그의 뒤로
왠지 상처받은 표정의
ㅇㅇ이 가방을 메고 들어와
소파에 얌전히 앉는다.
 

 

그러다 돌연 창섭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저씨 진짜 게이에요?”
 

 

? 아니, ㅇㅇ..”
 

 

민석이 창섭의 눈치를 보며
앞으로 튀어나왔고
진웅은 자리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섭은 할 말을 잃은 듯
입만 뻥긋 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가 있을 곳은
제가 정해도 되는 거죠?
이창섭 게이님 집에 있을게요.
설마 절 어떻게 하겠어요?“
 

 

.....”
 

 

창섭의 입에서 나온 한숨은
꽤 깊었고
진웅과 민석의 눈은
둘 사이를 다녀가느라
꽤 바빴다.
 

 

.
.
.
 

 

본격적인 둘의 동거가
시작 되었다.
 

 

창섭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침대는 하나 뿐 이니
주인인 자신이 자고
ㅇㅇ은 소파신세를 당연히(?)
져야만 한다고
그가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그 의견에 동의 하듯
ㅇㅇ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곧 옷장을 열어
한쪽을 비워내고는
 

 

여기 쓰면 돼.
대신 내 옷 입으면 죽는다!“
 

 

라고 엄포를 놓는 그에게
ㅇㅇ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비웃 듯 말했다.
 

 

맞아야 입지.”
 

 

흠흠 거리며 헛기침을 하던 그는
한쪽 구석에 세워진
청소기를 가리켰다.
 

 

청소는 너 담당.
설거지는.. 너 담당.
빨래는... .. 너 담당?“
 

 

꽤 고민하는 척 하며
말하는 창섭을
한심한 눈으로 본다.
 

 

그냥 다 나더러
하라고 하지 왜?“
 

 


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에휴, 좋단다. 라고 생각하며
그를 보던 ㅇㅇ
얼마 없는 옷을 꺼내
옷장에 정리한다.
 

 

괜히 서성거리며
ㅇㅇ의 옷을 힐끔 거리던 그는
 

 

! 너는 무슨 옷이
그게 다야?“
 

 

학생이 옷이 뭐가 필요해요.
별로 입고 나갈 곳도 없고..
딱 필요할 때
입을 못만 있으면 되죠.“
 

 

논리적으로 말하는 ㅇㅇ
그저 신기하듯 보던 그는
갑자기 발끈하며 일어선다.
 

 

! 아무리 그래도
너 같은 청소년기에는
멋도 부리고 그래야지!
 

너 나중에 사회 나가서
크게 후회한다?“
 

 

멋 부려서 뭐하게요?
- 게이는 멋 부리는 걸
좋아하는 구나.“
 

 

자신이 말해놓고
아차하는 ㅇㅇ이다.
 

인신공격은 하면 안 되는 건데..
 

 

뭐래 이게? !!“
 

 

! 실수요.
방금 그건 진짜 실수에요.
그럼 전 먼저 좀 씻을게요.“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향한 ㅇㅇ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앉으며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내가 왜 이러지?
왜 괜히 죄 없는 사람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거지?
그가 게이인거랑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옷을 벗어 한 쪽에 잘 두고
샤워기를 틀어 물을 맞으며
한참을 서 있는다.
 

 

ㅇㅇ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녀가 처음 누리는
여유였다.
 

 

씻고 나오니
한결 기분이 나아진 ㅇㅇ
콧노래를 부르며 입었던 옷을
빨래 통으로 보이는 곳에
잘 넣어둔다.
 

 

옷까지 다 갈아입고 나온
ㅇㅇ을 지켜보던 창섭은
 

 

다 씻은 거지?
나 씻는다?“
 

 

라고 말을 하며
웃옷을 벗어 빨래통에 던진다.
 

 

근처에 있다 옷에 맞은 ㅇㅇ
 

 

- 진짜 뭐하는 거야.”
 

 

짜증을 내며 그를 흘려보다
맨몸상태인 그를 인지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
 

 

그런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창섭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욕실로 들어갔고
ㅇㅇ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눈에 쏟아지는 햇빛의 느낌에
살며시 눈을 뜬다.
 

 

그런데.. 왜 또.. 이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는 거지?
 

 

눈을 감았다 뜨니
창섭이 여전히 자신의 눈앞에서
잠을 자고 있다.
 

 

잠들어 있는 모습은
그나마 봐줄 만하네.
깨 있을 때는
대 환장 파티인데..
 

 

그건 그렇고
볼이 너무 귀여운 거 아냐?
무슨 찹쌀떡 같아.
 

 

손으로 그의 볼을
슬쩍 찔러본다.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꿈인가 싶다.
 

 

다시 한 번 찔러보려
손을 드는데 그 손을 낚아챈다.
 

 

! 이게 뭐..
 

 

슬쩍 눈을 뜬 그는
 

 

디질래?”
 

 

라고 말하고는
기지개를 켜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주 상습범이구만?“
 

 

그의 말에 민망해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간다.
 

 

저 왜 여기서 잤어요?”
 

 

왜 침대에서 잔건지 묻자
눈을 치켜뜨는 그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설마 내가 옮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확실하게 얘기하는데
나는 너한테 관심 없다!“
 

 

참 나.. 누가 뭐래?
 

 

한번만 더 침대에 올라오면
그땐 확!! 덮쳐버릴 줄 알아!“
 

 

...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화장실로 향하는 그다.
 

 

조심해야겠다.
나 진짜 왜 그러지?
 

 

골똘히 생각하며
소파에 있는 이불을 정리하는데
곧 화장실 안에서
매너라고는 1도 없는
날 것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방귀대장 뿡뿡이야 뭐야!“
 

 

인상이 쓰여지다가도
곧 웃음이 터져버린다.
 

 

내가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이던가 싶게
정말이지 그를 만나서
안 웃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
.
.

※만든이 : 불통님
 

 

 

<>
 
연휴가 끝나는 날이네요.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제 내일부터 출근입니다.
그동안 좀 빠르게 연재를 했다면
출근해서 좀 바쁠 것으로 예상되고
다음 주에는 출장도 예정돼 있기에
늦어질 것도 같네요.
 
그래도 주 1회는 올리겠습니다.
 
겟글이 적어서
재미가 없나 싶지만
그래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열심히 쓰고 있어요.
 
백설화부터 정주행 해주셨다는
한 독자님의 겟글에
엄청 힘이 났어요.
저도 엄청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6화에서는 덧글에 제가 왜 창섭님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는지
올리도록 할게요.
 
그럼 6화에서 만나요~



────────────────
<악마에게 키스를>
■ 00 (Prologue) => 바로가기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