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 Love - 35 (b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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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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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끔 내가-김나영



.
.
.

경수가 없어서 허전한 것도 잠시,
며칠 지내다 보니 그새
혼자 있는 것에 적응해 버리고 말았다.


두준이도 없고, 경수도 없으니
퇴근 후 할 일이 없다는 게
꽤나 쓸쓸하기는 하지만..


방에서 뒹굴거리다,
경수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폰을 서둘러 들었다.




여보야!”

응 여보, 점심 먹었어?”

응 당연하지,
여보는 저녁 먹었어?”

응 ㅋㅋㅋㅋㅋ 웃긴다

그러게 ㅋㅋㅋㅋㅋ

어때, 일은 할만 해?”

.. 일은 뭐 괜찮은데
사람들이 자꾸 Are you Chinese?라고 물어봐..”

“…헐 뭐야

아무래도 여기 중국인이 많아서 그런가봐..
한 두번은 괜찮았는데
자꾸 물어보니까 짜증나..
내가 한국에서 왔다 그러면
North or South?라고 다들 물어보구..”

오구 그래쪄…”

게다가 어떤 아주머니는 지나가다
나보고 니하오 이러고 지나갔어..”

에구.. 여보 한국으로 와..”

그러고 싶다 진짜.. 여긴 여보도 없어..”

보고싶어

나도 엄청 보고싶어 죽겠어 여보야


보고싶어 죽겠다.
그래도, 이렇게 전화라도 매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통화 시간은 길지 않지만.


나 이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일 시작할 것 같아요

아 그래?”

, 여보는 회사 안 힘들어?”

나야 뭐 한결같지..”

에구.. 우리 여보 토닥토닥 해줘야 하는데

그러게, 얼른 한국 와 여보

미안해..”


경수 목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다가도,
또다시 경수를 오래 못 본다는 생각을 하면
금세 기분이 축 처져버리고 만다.


나 이제 가봐야겠다 여보야

응 알았어

사랑해 여보

나도 사랑해


그리고는 몇 초간 기다리다가,
종료 버튼을 눌렀다.


, 외롭다.
정말 신기한게,
경수와 통화하고 난 직후가
제일 외로운 것 같다.


남은 시간은 뭘 할까, 고민하다
마침 우유가 떨어진게 생각이 나
지갑을 챙겨 들고 마트로 향했다.


.


내일은 또 어떤 씨리얼로 아침을 떼울까, 하며
씨리얼 코너를 뒤적거리다가


…?”


어디서 본 듯한 남자를 만났다.
나를 하도 빤히 쳐다보길래,
나도 똑같이 빤히 쳐다보니까




도경수 여자친구시죠!
아핳 반가워요
저는 경수 친구인데
예전에 한 번 뵀는데 기억 하시려나 모르겠네요


라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남자다.
그제야 남자를 기억해 내고는,


아 기억해요!
경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도경수가 맨날 도비새끼라고 욕하던게
이 분이었지, 맞다.


.. 씨리얼 사시려구요?
경수 그런 걸로 끼니 떼우는 거
엄청 싫어하는데..”

“..아하하.. 근데 귀찮아서..”

.. 이리와요


그러더니 무작정 따라오라며
휘적휘적 걸어가는 남자다.
영문을 모르고 남자를 따라가자,


밥 하기 귀찮을 때 먹고,
반찬 없을 때 먹고,
그냥 출출할 때 드시고..”


라면서 햇반, , 고기, 과일들을
열심히 내 바구니에 담는 남자다.


.. 저기 이게.. 무슨..”

.. 도경수가 늘 말하는게
사람은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거거든요,
반찬 없으시면 그냥 고기 구워서 드시고,
군것질 많이 하지 마시구 과일 드세요

.. ..”


과일 값이 얼만데,
니가 내는 것도 아니잖아 이 자식아,
라고 속으로 되뇌이고 있자


아 바구니 무겁죠? 주세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활짝 웃으며
내 바구니를 들고 가 계산대에 올려 놓는 남자다.
그러더니, 자신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휙 결제를 하고는


결제 금액은 도경수한테 청구할게요,
씨리얼 먹지 마요!
도경수한테 칭찬 받겠다..”


라며 신난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다.
경수가 왜, 정신 없는 비글새끼라 욕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아 잠시만요, 제 것도 사구요


인사를 하고 남자에게서 벗어나려 했으나,
기다리라 말하고는 다시 계산대로 향하는 남자다.
정신이 없어 벙찐채로 가만히 서 있자,
곧 비닐봉지를 들고는 내게 오는 남자다.


데려다 드릴게요!
경수가 맨날 늦은 밤에 들어가는 거
걱정된다고 그러더라구요

.. 아니 괜찮은데..”

말이 데려다 주는 거지,
집이 바로 건너편이라 괜찮아요


그리고는 집에 가는 길 내내
조잘대는 남자다.


경수가 잘 해줘요?
저한테는 엄청 무뚝뚝한데,
ㅇㅇ씨랑 통화할 땐
목소리부터 아예 달라지더라구요..”

…”

경수 눈치 빠르죠?
저도 한 번씩 깜짝깜짝 놀래요..”

.. 빠르죠..”

아 근데 많이 무거워요?
제가 들게요, 힘들어 보여서


그리고는 내 짐을 가져가더니
양손에 커다란 봉지를 하나씩 들고는
계속해서 재잘대는 남자다.

그렇게 정신없이 가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 집엔 제가 들고 갈게요

아 네! 그리고 폰 좀 주세요

..?”

감사합니다!”


당황하고 있던 찰나
내 폰을 가져가더니,
잠깐 만지작거리곤 내게 돌려주는 남자다.


제 번호 저장해 놨는데,
혹시나 위험한 일이 있으시거나..
아님 뭐 늦었는데 혼자 오기 무서우면
저한테 아무때나 전화하세요!”

? 아니 괜찮은데..”

우리 경수 사람 만들어줘서
고마워서 그래요, 잘 가요!”


그러더니 내게 손을 휘적이고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는 남자다.


~! ~워어~~”


멍하니 뒷모습을 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나도 집으로 들어갔다.
정신이 없네, 어떻게 집에 온 지도 모르겠다.
멍때리고 있다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 본 것을 하나하나 정리하고는,
침대에 누워 전화번호부를 뒤적였다.
그리고,


-잘생긴찬열씨


라고 저장된 이름을 발견하고는
헛웃음을 지으며


-도비씨


라고 이름을 변경했다.
나 참, 잘생긴 건 맞다만
자기가 이렇게 저장해 두냐.


침대에 누우니 피곤함이 몰려와,
경수한테 이제 잔다는 카톡을 남기고는
이불 속을 파고 들었다.


.


경수를 유럽으로 보낸 지
한 달이 되었다.
생각보다 경수가 없는 데서 오는 외로움은
금방 적응이 되었고,
이젠 오히려 이게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다보니 합동 회식 뒤로
은지씨랑 부쩍 친해져서,
요즘은 은지씨랑도 자주 술을 먹으러 다닌다.


경수 없이 뭐하며 사나, 싶었는데
막상 또 없으니 어떻게든
할 거리를 찾아서 사는 것 같다.

못 본 지 오래 된 친구들한테도
카톡을 보내 한 명씩 만나고,
또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쉽게 익숙해 졌던 이유는,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경수 덕분이었다.


초반엔 늘 폰을 손에 쥐고 살며
경수가 연락이 오면 바로 답하곤 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곤 많이 바쁜지
하루에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가 되었다.


카톡


방에서 뒹굴거리다,
카톡 소리에 폰을 보니



-여보 나 이제 일어났어


경수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오늘도 출근이야?


라고 경수에게 답장을 보냈지만,
여태 그랬듯 한 시간이 넘도록
경수에게선 답장이 오지 않았다.

많이 바쁜가보다, 생각하며
이젠 서운해하지 않고
그저 답장 후 곧바로 폰을 던져 놓을 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나름 요리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저녁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나름 맛이 양호하네, 라고 생각하며
저녁을 먹고 있는 도중
경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여보 안녕

저녁 먹었어?”

지금 먹고 있는 중이야

아 그래? 아 잠시만,
Have you tried them yet?”


통화하다가 경수가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젠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려니, 하고 한 손에 폰을 쥔 채로
밥을 먹고 있으니,


“I’m pretty tired too”


계속해서 웃으며
옆사람과 얘기하는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얼마간 있으니,


미안 여보, 옆에서 뭐 말 걸어가지고..
저녁은 뭐 먹어요?”

김치 두루치기 했어

오 진짜?
여보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아진다

그러게…”

.. 밥 먹고 뭐 할거야?”

.. 그냥 티비 보다 잘 것 같아

그렇구나.. 나는 일이 너무 빡세다..
아 이제 끊어야 할 것 같아.. 미안해

알았어 내일 또 전화해

응 사랑해 여보

나도


덤덤하게 전화를 끊고는
다시 계속해서 먹는 것에 집중했다.


사실 초반엔 좀 서운했다.
하루에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전화할 때도 나한테만 집중하지 않는게.


그래도 이제는, 어쩔 수 없지 하며
체념하고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히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아이러니하게, 마음은 훨씬 더 편해졌다.


설거지를 하고는,
침대에 누워서 폰을 만지다
약간 졸린 듯해 불을 끄고는 잠을 청했다.


.


아침에 일어나, 시간을 보고 화들짝 놀랬다가
오늘이 일요일인 것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책상 위를 더듬어 폰을 켜자,


-여보 나는 이제 집..
-잘 자요!


라는 경수의 카톡이 보였다.
카톡방에 들어가 확인을 하고는
아무런 답장을 보내지 않은채,
페이스북을 들어가 스크롤을 내렸다.


허기가 져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를 뒤적이다,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곤
아침부터 숟가락으로 초코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퍼먹는 나다.


그리고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다,
OCN에 채널을 고정시키고는 멍하니 영화를 봤다.

그러다 또 허기가 져,
이번에는 그저께 사놓은 청포도를 먹기 시작했다.


요리가 재밌긴 한데,
설거지는 너무 귀찮았다.
결국 하루에 한 번만 요리를 하고,
나머지 끼니는 대충대충 떼우는 것으로
나 자신과 합의를 봤다.


그리곤 침대에 다시 누워
밀려 있는 카톡들에 하나씩 답장을 하다,
문득 두준이가 궁금해져 카톡을 보냈다.


-두준아, 잘 지내?


라고 보내고는,
다시 나머지 카톡들에 답장을 하고 있다가
화면을 가득채우는 두준이의 이름에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나! 뭐해요?”

나 그냥 집에 있지

아 그렇구나..
카톡 보고 너무 반가워서 전화했어요

으유, 잘 지내?
목소리 들으니까 잘 지내는 것 같네

하하 네, 잘 지내요
여기 사람들이 되게 잘 챙겨줘서
금방 적응했어요!”

그래 너는 어딜 가든 잘 살 것 같아,
걱정이 안 돼 너는

말하는 거 완전 늙은이 같아요 ㅋㅋㅋㅋ

죽을래 이 자식이 ㅋㅋㅋㅋ


두준이와 웃으며 전화를 하니
문득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 누나, 그 분이랑은 잘 지내요?”

“..?”

아니, 나는 누나한테 미련 없어요
저 여친 생겼어요 누나


, 그런 의미로 망설인 게 아닌데.
내 망설임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곤
다급하게 말을 이어가는 두준이다.
그냥.. 그냥 갑자기 망설여진 것 뿐인데.


여친 생겼어? 회사 사람이야?”

아뇨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되게 착한 애에요,
나중에 누나 여기 올 일 있으면
소개 시켜 줄게요!”

그래그래 ㅋㅋㅋㅋ 축하해

누나는 잘 지내요? 그 분이랑

아 뭐…”

.. 오늘 데이트 중인데
제가 눈치 없게 전화한 거 아니죠?”

아니야 ㅋㅋㅋ
걔 유럽으로 발령나서
여기 오려면 이년 정도 남았어 ㅋㅋㅋ

“…????????”


내 말에 화들짝 놀래더니,


.. 잘 지내는 거 맞아요?”


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두준이다.
못 지낼건 뭐있어,
그냥그냥 지내는 거지 뭐.


뭐 그렇지

…”


내 대답에 잠시 뜸을 들이던 두준이는,


누나 혹시 신입 안 왔어요?
영업팀에..”


라고 뜬금없는 말을 했다.


? 신입?
지금 신입 들어올 때 아닌데?”

.. ..
경력으로 누구 안 들어왔어요?”

은지씨한테 얘기 못 들었는데.. ?
아는 사람 온대?”

? 아니 뭐..
누나 여튼 연락 고마워요,
앞으로 종종 연락할게요!”

그래, 서울 오면 꼭 연락하구

네 누나! 바바이!”

그래그래 ㅋㅋㅋㅋ


두준이와의 통화를 끝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두준이의 페북을 들어가 보았다.


평일엔 페북을 안 들어가서 놓쳤나 보다,
두준이가 큼지막하게 연애중을 띄워 놓은 걸
이제야 보고는,
좋아요를 살포시 눌렀다.


아유, 요즘 왜 이렇게
다들 연애를 시작하는 지 모르겠다.
방민아도 새 남친 생기고,
은지씨도 썸탄다 그러던데.


폰을 뒤적이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
경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 안녕!”

안녕 여보

뭐하고 있었어요?”

그냥 폰보고 있었어

.. 점심은?”

그냥 과일로 대충 떼웠어

에휴…”


홈버튼을 누르고는 페북을 켜,
경수와 통화하며 페북을 뒤적거렸다.


이제 뭐할거야?”

그냥 집에 계속 있을 것 같아

나는 이따가 또 나가봐야 해요,
약속이 있어가지구

그래 잘갔다와

..”


페북도 요즘 재미가 없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


나 이제 가볼게 여보


라고 말하는 경수다.


그래 잘갔다와

응 여보, 사랑해



평소처럼 몇 초를 기다리다가
종료버튼을 누르고는,
이번엔 인스타를 뒤적거리는 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한 달 전만 해도 이러고 있으면
너무 쓸쓸하고 경수가 많이 생각났는데,

이젠 오히려 이러고 있는 게
더 당연하다는 듯 느껴진다.
경수 생각도 이젠 별로 안 나고,
그냥 연락이 오면 받고,
안 오면 바쁜가보다, 하고 말아버린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나 혹시 지금 권태기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경수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졌다.
지금 뭘 하는지도 묻지 않고,
이젠 뭐 할지도 묻지 않고
그냥 일하려니, 하고는
아무것도 경수에게 묻질 않는다.


경수한테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을 땐
따뜻하게 안 해놓고 잤냐며 뭐라 했는데,
방금도 경수 목소리가 살짝 잠긴 듯 했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이상하게, 정말 신경이 안 쓰였다, 그게.


내가 변했나 싶어 카톡을 읽어 보자
이젠 내가 칼답을 하지도 않고,
단답을 많이 한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경수가 없음에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경수가 요즘은 보고 싶지도 않고,
평소에 생각이 많이 나지도 않았다.

경수에게서 전화가 와도
전처럼 행복하지가 않고,
경수 사진을 보려
더 이상 갤러리를 뒤적이지도 않는다.


..아 잠시만,
나 진짜 권태기야?
말도 안 돼.

.
.
.

※만든이 : HEART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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