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키스를 - 03 (by.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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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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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네가 ㅇㅇ이니?”
 

 

여섯 살 무렵 만난
엄마의 친구라는 사람은
수녀라고 했다.
 

 

부드럽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핀란드에서의 생활은 어땠어?
밤에 그렇게 자기 싫다고
땡깡을 부렸다지?“
 

 

나는 그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꽤 무섭기도 했다.
 

 

그렇다.
 

 

내가 태어난 곳은 백야의 나라
, 계절의 절반은
밤이 어두워지지 않는 나라
핀란드이다.
 

 

부모님은 왜인지
나를 위해 그곳에서
출산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온 것은
5살 무렵이 되어서였다.
 

 

내 기억에 처음 본 한국은
꽤 흥미로운 나라였다.
 

 

핀란드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온통 까만 밤.
꽤 무섭기도 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어둠이 신기하기도 했다.
 

 

거기에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동양인 이라고는
부모님이 전부였으나
이곳은 온통 나와 닮은
사람들 천치였기 때문에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항상 바빴던 부모님은
한국에 온 이후로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늘 목말랐던 사랑이
차고 또 넘쳤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왔다.
아니, 그럴 줄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8살이 되던 무렵
한밤중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 방 밖으로 나왔을 때
부모님은 누군가와
대치하고 있었고
그것은 사람의 형태와 비슷했지만
결코 사람이 아닌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여진
무언 가였다.
 

 

그것이 내게로 달려들려 하자.
부모님은 몸을 던져 그를 막았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이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병실이었고 부모님의 장례가
끝난 다음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남자아이로 살게 된 것은..
 

 

이유는 묻지 않았다.
 

 

물어도 대답해줄 사람이 없었다.
 

 

일가친척이 없었던 날 받아준 것은
엄마의 친구인 수녀님이었고
그녀는 그 날에 대한 것을
금기시했다.
 

 

그저 빨간색을 조심해야한다.
밤에 움직이는 것을 자제해야한다.
평생을 남자로 살아야한다.
이 모든 것은
나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며
그로인해 내 목숨역시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정도다. 내가 아는 것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아니, 나는 오히려 짐에 가까웠다.
 

 

수녀인 그녀는 나로 인해
수많은 거짓을 말해야 했고
그때마다 매우 고통스러워했지만
나는 그것을 묵인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내가 살아야 했으니까.
죽기엔 나 역시 무서웠으니까.
 

 

그런 수녀님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하려고 노력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늘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고,
말썽을 피우지 말라는 말에
있는 듯 없는 듯
누가 시비를 걸어와도
그저 나약한 척 굴어야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부모님과 같은 그녀의 말을
거역하려 한다.
 

 

마음이 시큰하게 아파왔지만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손끝이 떨려왔지만
이 모든 것은
처음으로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결정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창섭과 ㅇㅇ
입구를 앞에 두고 멈춰 선다.
 

 

곧 대장 올 거야.
딴 데 가지 말고
딱 여기 서있어.
움직이면 혼난다!“
 

 

? 저 혼자 여기에서요?”
 

 

- 한 주변을 둘러보던 ㅇㅇ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대장 금방 올 거라니깐?
5분만 기다려.


그럼 난 간다. 빠이-“
 

 

그는 정말이지 도망치듯
인사만을 남긴 채 떠나갔다.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터진다.
고작 몇 시간 같이 있었다고
그가 없는 지금이
허전한 느낌이드는 ㅇㅇ..
 

 

니가 언제부터 누구랑
같이 있었다고..“
 

 

자신을 향한 혼잣말을 하는데
 

 


? 누구랑 같이 있었다고?”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진웅이 있음에 티나지 않게
놀라며 인사를 건넨다.
 

 

.. 안녕하세요.”
 

 

그런 ㅇㅇ의 인사에
얼굴을 살피며
인상을 조금 구기는 그다.
 

 

. 그래..
넌 안녕하지 못 한 것 같네.
일단 들어가자.“
 

 

병원 안을 가리키며
먼저 발걸음을 뗀
진웅을 따라나서며
목적지가 궁금했던 ㅇㅇ
급하게 묻는다.
 

 

어딜요?
설마 제 병실..“
 

 

병실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곳엔 자신이 여자인 것이
떡하니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니 친구 이름이..
다니엘 이라고 했지?
일단 그 친구 먼저
만나보자.“
 

 

진웅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ㅇㅇ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민석이나 창섭에게서
전해 들었을 것이 분명하니까.
 

 

? 다니엘은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큰 키의 그를 따라가며
쉽게 만날 수 없는
다니엘의 상태를 전한다.
 

 

. 그러니까 먼저 만나야지.”
 

 

어느새 중환자실 앞에
도착한 진웅은
벨을 눌러 간호사를 호출한다.
 

 

무슨 일이냐 묻는 간호사에게
다니엘을 만나러 왔다 말하자
그의 부친으로 보이는 남자가
누구냐 물었다.
 

 

다니엘 아버님 되십니까?”
 

 

.”
 

 

다니엘 학교 선생님입니다.
잠깐 기도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만나 봐도 될까요?“
 

 

- 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은
자연스러운 거짓말이
그의 입에서 술술 나왔다.
그런 그를 ㅇㅇ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잠시 두 손을 모으고
묵념 같은 것을 하던 그는
누워있는 환자들을
한번 쭉- 돌아보고는
다니엘 앞으로 향했다.
 

 

ㅇㅇ은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며
곧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삼키고 또 삼켰다.
 

 

다니엘 앞에 도착한 진웅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핀다.
그리고 그의 가슴 부분에
손을 대고 뭔가를 조용히
읊어대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으며
얼핏 듣기에
기도를 하는 것 같긴 했다.
 

 

조용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ㅇㅇ
잠시 후 급하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 때문이었다.
 

 

다니엘의 몸에서
검은 뭔가가 흘러나왔고
그것은 그의 손바닥 안으로
사라졌다.
 

 

병실은 온통
푸른 빛 투성이었고
그것을 보는 것은
진웅과 ㅇㅇ 뿐이었다.
 

 

 

 


 

 

 

 

중환자실을 빠져나오며
비틀 거리는 그의 팔을
급하게 잡는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혀있다.
 

 

괜찮으세요?”
 

 

깊은 숨을 내쉬던 그는
내 얼굴을 보고는
별일이 아니라는 표정이다.
 

 

. 괜찮아.
으레 있는 일이야.“
 

 

으레 있는 일이라..
어디가 안 좋은 건가?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굽었던 등을 펴고는
자켓을 고쳐 입는다.
 

 

, 이제 네 병실로 가자.
너 없어져서
난리 났을 것 같은데..“
 

 

병실로 가자는 그를 막아선다.
 

 

아뇨. 저 혼자 갈게요.”
 

? , 데려다 줄게..”
 

 

그 전에, 저랑 잠시
얘기 좀..“
 

 

병원 안에 있는 휴게소에
음료를 두잔 놓고
그와 마주앉았다.
 

 

할 얘기란 게 뭐야?”
 

 

뜸을 들이는 내게
먼저 물어주는 그다.
 

 

.. 그게..”
 

 

하지만 좀 더
정리가 필요했기에
궁금한 것 먼저 묻는다.
 

 

아까 다니엘한테 하신 건
뭐예요?“
 

 

? .. 그거..”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당황한 듯 싶다.
 

 

일종의 퇴마의식인데..
악귀한테 빙의했던 몸에는
쉽게 말하자면
그 흔적이 남아.
 

그래서 다시 빙의하기 쉬운
몸으로 변하는 거지.
, 다친 사람은
회복이 좀 늦기도 하고..
아무튼 그 흔적을 제거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 그래서 검은색이
나왔던 거구나.
 

 

더 이상 물을 질문이 없었기에
호흡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들으셨겠지만
악귀가 저를 찾아왔어요.“
 

 

그는 대답대신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 두 분께는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그때 악귀가 분명히
저에게 그랬어요.
 

제 혼령이 탐난다면서
자기한테 달라고..“
 

 

그때의 상황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고
숨이 가파져 오는 것 같아
깊게 들이쉰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믿을 만한 사람인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눈빛 하나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나를
안심시켜주는 듯하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역시
부담 없이 말 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 같았다.
 

 

제가 만약
이 길을 걷지 않는다면
제 주변엔 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한 거죠?“
 

 

그는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보다
앞에 놓인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떨구듯 끄덕였다.
 

 

맞아.
네가 만약 엑소시스트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냐.
이 길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평범하게 살 수는 있어.
물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말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에 대한 안도감일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안심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럼 만약 제가
이 일을 하겠다고 하고선
못하겠다고 해도 되나요?
정말 딱 죽을 만큼 싫고
후회된다고 하면..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건가요?“
 

 

눈을 여러 번 깜박이던 그는
내 질문이 웃겼는지
한동안 껄껄거리며 웃었다.
 

 

당연하지 임마.
우리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잘 들어.
이 모든 것은
네 자유 의지에 달렸어.
 

우리는 그저
너의 재능이 필요해서
매달리고 잡는 거야.
 

널 옭아매고 가둬두려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야.“
 

 

그의 낮은 음성이
귓가에 부드럽게 들려와
한마디 한마디가
기분 좋게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사람만의 특성인 걸까?
처음부터 그는 이상하리만큼
경계심을 무너트리며 다가왔다.
 

 

그래.. 내 자유의지.
어쩌면 내가 늘 바라던
숙원이 아닐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무릎위에 올려두고
비장한 마음으로 말을 한다.
 

 

할게요.”
 

 

?”
 

 

엑소시스트..
그거 저 할게요.“
 

 

..진짜? 정말이야?”
 

 

.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
.
.
 

 

품에서 수첩을 꺼낸 그는
나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ㅇㅇㅇ.
나이는 18.. 남자
 

 

그건 왜 적는 거예요?”
 

 

이거, 엑소시스트 협회에
정식 등록 하려고.
필수 정보 입력해야하거든..
생일은 언제야?“
 

 

“817일이요.”
 

 

태어난 곳은?”
 

 

핀란드에서 태어났어요.”
 

 

핀란드..”
 

 

글자를 적던 그는
급하게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린다.
 

 

핀란드에서 태어났다고?
핀란드 어디?“
 

 

지명까지는 기억이 잘..
왜요?”
 

 

? ..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눈은 아닌 게 아니었다.
미간에 주름이 잡혀있었고
고개를 계속 갸웃거렸다.
 

 

혹시, 형제자매 있어?
쌍둥이라던가..”
 

 

아뇨. 없어요.”
 

 

뭘 묻고 싶은 걸까?
 

 

그의 시선이 바닥에 머물고
한참의 생각 끝에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한다는 질문이
 

 

.. 설마..
여자는.. 아니지?“
 

 

?”
 

 

.. 미안. 아니야.
안 들은 걸로 해.
에휴- 조진웅. 미쳤다. 미쳤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스스로 자책하는 그를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왜 갑자기 여자냐 물은 걸까?
 

 

아저씨는 이것저것
몇 가지를 더 적고는
병원 근처 핸드폰 가게에서
핸드폰을 하나 개통해
내게 건넨다.
 

 

.. 전 괜찮아요.”
 

 

요즘 핸드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좀 부담스러운데..
사실 전 필요도 없고..”
 

 

내가 평범한 18살이었다면
지금쯤 신이 나서
만지작거리고 있었겠지.
 

 

그냥 받아둬.
우리가 필요해서 그래.
너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잖아.
 

앞으로 엑소시스트
교육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가 건네는 핸드폰을
마지못해 받아 든다.
 

 

.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다.
 

 

우리가 더 고맙다.
너 같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어서.
 

민석이나 창섭이가 들으면
정말 기뻐할 거야.
 

일단, 오늘은 네 부탁대로
그냥 갈게.
몸 조리 잘 하고..
조만간 보자.“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그를 잠시 보다
수녀님이 기다리고 계실
병실로 향한다.
 

 

문을 열자 역시나..
수녀님이 나를 발견하시곤
한 걸음에 달려온다.
 

 

ㅇㅇ...”
 

 

잠시 말없이 그저 오롯이
바라보기만 하던 수녀님은
나를 끌어안았다.
 

 

무사하면 됐다.”
 

 

눈을 꼭 감는다.
 

 

품에서 떨어져 나온 수녀님은
손에 들린 통신사 쇼핑백을
물끄러미 보셨다.
 

 

필요해서요.”
 

 

시선이 다시 내게로 향했지만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옷장에 쇼핑백을 넣어둔다.
 

 

그래. 그렇구나.”
 

 

마주 잡은 두 손이
조금 떨리는 듯 했지만
모른 척 한다.
 

 

어젠 어디에서..”
 

 

수녀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침대에 앉으며 말하자
곧 곁으로 다가오던 그녀는
내 옆에 앉아
다음 말을 기다렸다.
 

 

.. 학교 그만두려구요.”
 

 

놀란 두 눈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학교를 그만 두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예상했던 반응이라
그저 눈을 꼭 감고 말한다.
 

 

수녀님도 아시잖아요.
다니엘이 저 때문에 다친 거..“
 

 

ㅇㅇ, 그건..!”
 

 

저 똑똑히 기억해요.
분명 저 때문이에요.“
 

 

하지만 학교를 그만 두면
어디서 지내려고 그래?
혼자서는 위험해.“
 

 

같이 지내주실 분이 계세요.”
 

 

같이.. 지내주실 분이라니..?”
 

 

생각하시는 그 분 맞아요.
지난번에 같이 뵀던..“
 

 

ㅇㅇ, 그 사람은..”
 

 

괜찮아요.
저를 남자로 알고 있고
안 들킬 자신도 있어요.“
 

 

엄마가 원하지 않으실 거야.”
 

 

이 말은 나를 지치게 한다.
 

 

왜 원하지 않으시는데요?”
 

 

그건...”
 

 

역시 그녀의 말문이 막힌다.
 

 

아무 것도 말 안 해주시잖아요.
내가 왜 남자로 살아야 하는지,
그때 부모님을 헤친
그 빨간 괴물 같은 것의
정체는 뭔지..“
 

 

ㅇㅇ, 그건..
네 부모님이 원하지 않으셨어.
그저 넌 평범하게..“
 

 

. 잘 알겠어요.
부모님의 뜻은..
 

그런데..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요.
 

친구가 크게 다쳤어요.
나 때문에..
 

그걸 보면서 내가
뭘 느꼈는지 아세요?
 

.. 내 부모도
나 때문에 죽었구나.“
 

 

흘리지 않으려 애썼던 눈물이
결국 터져 나왔다.
 

 

평범한 삶이요?
그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한테나 주어지는
권리예요.
 

내가 어디가 평범해요?
여자인데 남자로 사는 게?
평생 빨간 괴물이
언제 나타날까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게?“
 

 

10년 동안의 설움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수녀님
전 평범하게 못 살아요.
 

그러니까..
그냥 지켜봐주세요.
제가 제 길을 찾아 갈 수 있게
그냥 놔주세요.“
 

 

나와 함께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 주고
손을 꼭 잡았다.
 

 

오늘은 일단 좀 쉬고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얘기하자.
아침에 일찍 오마.“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빠져나가는 그녀를
텅 빈 눈으로 바라본다.
 

 

.
.
.
 

 

불이 꺼진 병실
간호사가 링거를 확인하러
들어왔다가 나간 뒤
조심스럽게 일어나
링거를 잡아 뺀다.
 

 

따끔거리는 통증에
인상을 구기지만
왠지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창섭에게 빌렸던
옷으로 갈아입고
병실 복을 고이접어
침대에 올려두고
미리 써둔 쪽지를
그 위에 올린다.
 

 

밤이슬을 맞으며
기숙사로 향해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
짐은 가방 하나로 충분했다.
 

 

졸고 있는
경비아저씨가 깨지 않게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기숙사를 빠져나간다.
 

 

핸드폰을 들어
아저씨에게 전화를 거니
잠에 빠진 듯한 목소리로
받는 그다.
 

 

여보세요.”
 

 

ㅇㅇ이예요.”
 

 

- . 그래.
, 무슨 일이야?“
 

 

.. 지금 갈 곳이
필요한데..”
 

 

? 지금?”
 

 

갈 곳이 필요하다는 말에
한 달음에 달려온 그가
짐을 들고 있는 나를 보고는
당황한다.
 

 

이게 무슨..
병원에서 나왔어?“
 

 

.”
 

 

.. 그래.”
 

 

그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다.
지금 누구 하나 데려갈게.
방 하나 비워야겠다.“
 

 

그가 데려간 곳은
딱 보기에도 좋아 보이는
아파트 입구였다.
 

 

그곳에서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나 역시 아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 이 녀석이
갈 곳이 없어서..“
 

 

아저씨의 뒤에 있던 내가
앞으로 나서자
예상외라는 표정으로 변한다.
 

 

얘는 왜..”
 

 

일단 얘기는 나중에 하고
오늘은 일단 재우자.
 

나도 아침에 일 있어서
일찍 나가봐야 돼.“
 

 

알았어요. 들어가 보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던 그는
따라와..” 라는 말을 남기고
뒤로 돌아 걸어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뭐해, 안 들어와?”
 

 

그의 말에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뒤로 도는데
여러 명이 우루루 몰려와
동물원 동물을 구경하듯
보고 있기에 화들짝 놀란다.
 

 

! 누구 왔나봐!”
누구? 여자?”


! 밀지 좀 마!!”
남자 아냐?”
 

 

그들은 어느 새인가
내 앞에 다들 모여들었다.
 

 

남자 같은데?”
그치? 남자지?”
 

 

아니, 면전에다 대놓고..
 

 

! 니들 저리 안 꺼져?
니들 땜에 못 들어오잖아!”
 

 

난 또 애인이라도
데려 왔는 줄..“
 

..안녕하세요!”
 

 

뻘쭘히 서있기 뭐해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세상 시끄럽게
인사를 받는다.
 

 

민석이형이랑 무슨 사이에요?
설마.. 애인?“
 

 

가장 키가 큰 사람이
새끼손가락을 들며 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아뇨! 그런 거 아닌데..”
 

 

! 니들 손님한테
무슨 막말이야?
그리고 아직 미성년자거든?
자중하자?!“
 

 

민석은 내 손목을 이끌며
비어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일단 여기서 자고
이 방에 화장실 딸려있으니까
거기 쓰면 돼.
 

푹 쉬어.“
 

 

문을 닫고 나가는 그의 뒤로
누군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안 봐도 그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소리임이 분명했다.
 

 

아니, 누군데 형 방을 내줘?”
그래서 여자야, 남자야?”
미성년자는 왜 데려옴?숙모한테 말해도 됨?”
너는 눈이 없냐?
딱 봐도 남자잖아.“
뭐래- 머리 짧다고
다 남자냐?“
! 이거 봐,
새로 나온 치킨이래
이거 시켜주라!“
 

 

! 이것들아!
다 꺼져!!“
 

 

 

 


 

 

 

 

ㅇㅇ이가 핀란드 생이래.”
 

 

ㅇㅇ이 민석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진웅은 민석과 창섭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ㅇㅇ을 영입했다는 소식과
그녀가 핀란드 생이라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다.
 

 

진짜 핀란드에서 태어났대요?”
 

 

. 이렇게 되면
우리가 찾고 있는 아이와
성별만 다를 뿐
모든 조건이 일치해.
 

잠시 핀란드에 다녀올까 해.
정말 그때 태어난 아이가
여자 아이가 맞는지
직접 가서 확실하게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아니, 그 낳았다는 사람
이름은 몰라요?
 

그걸 물어보면 알 거 아냐
 

 

그게 추적이 참 어려워.
 

한국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더라고.
핀란드에서 흔히 쓰는
이름들을 썼어.
그래서 여기서도 못 찾는 거잖아.
생사여부도 모르고
 

 

ㅇㅇ이 부모님을
만나 보는 건 어때요?“
 

 

지난번에 미카엘이
두 분 다 돌아가셨다고 했었잖아.“
 

 

~ 그랬죠.
하긴, 처음 만났을 때도
부모님이 아니라 수녀님이랑
상의해 본다고 했었지.
 

근데 걔도 참 안됐네.
아직 어린데..“
 

 

민석이 조용히 듣고만 있는
창섭이의 눈치를 보며
제 앞에 있던 종이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창섭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
허공을 주시할 뿐
그렇다할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언제쯤
가실 생각이에요?“
 

 

바로 비행편 알아봐서
다녀와야지.
나 없는 동안 잘 부탁한다.
 

창섭이랑 상의해서
ㅇㅇ이 교육일정 짜 두고..
 

미카엘이 반대해서 걱정했는데
마음을 단단히 먹었더라고..“
 

 

미카엘?
그게 누구야?“
 

 

잠자코 듣고 있던 창섭은
반대한다는 그 말에
미카엘에 대해 묻는다.
 

 

누군데, 반대를 해?”
 

 

상풀고등학교 안에 있는
성당 원장수녀야.
 

ㅇㅇ이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쭉 보살핀 모양이야.“
 

 

그래?”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도통 딴 사람한테는
관심 없더니..“
 

 

그냥.
궁금해서.“
 

 

싱겁긴~
 

나는 그럼 이만 들어갈게
다녀와서 들 보자고..”
 

 

다 같이 나가죠.
나도 곧 의뢰인 만나야 해서.“
 

 

진웅과 민석이
차례대로 일어나자
창섭 역시 마지못해 일어난다.
 

 

~ 난 피곤한데
집에나 가야겠다.“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하 듯
손을 한 번 들어 올리고는
각자의 갈 길로 헤어졌다.
 

 

아니, 말하자면
창섭은 아무런 미련이 없는 듯
바로 뒤돌아 집으로 향했고
진웅과 민석은 그런 창섭을
말없이 바라보다
 

 

잘 부탁한다.”
 

 

조심히 다녀와요.”
 

 

다시 한 번 짧은 인사를 한다.
 

 

한편, 민석의 집에 있던 ㅇㅇ
난생처음 게임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야야야야야야야!
그게..! 그게아니지!!“
 

자신을 백현이라 소개한 남자는
ㅇㅇ에게 소리를 치다
이내 입을 꽉 깨문다.
 

 


~
또 졌어..“
 

 

.. 죄송해요.”
 

 


렐렐렐레레레렐~
ㅇㅇ이 덕분에 또 이겼네~“
 

 

그렇다.
ㅇㅇ은 둘의 성화에 못 이겨
게임에 참여했고
억지로 재주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 너네 얘 좀
그만 괴롭혀
 

 

그는 마치 구세주 같았다.
딱 마침 하지도 못하는
게임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참이었다.
 

 

이름이 ㅇㅇ이라고 했나?
이리 와봐.
내가 완전 재밌는 얘기 해줄게
 

 

재밌는 얘기를 해준다는
그의 옆에 가서 슬며시 앉자
사람들은 몸서리를 치며
도망가기 바빴다.
 

 

하지만 그는 왠지 너무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자가용의
반대말이 뭔지 알아?”
 

 

글쎄요..? 택시?”
 

 

아니! 커용!
~ 푸하하하하
완전 웃기지.“
 

 

ㅇㅇ은 한참동안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말장난 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뭐가 재밌는 것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 ..하하. ..”
 

 

야야 그리고
자동차를 툭! 치면
뭔지 알아?“
 

 

.. 모르겠어요.”
 

 

카톡 임마~ ! !
큭큭큭큭큭~“
 

 

ㅇㅇ의 느린 반응에 비해
수호가 너무 박장대소를 하기에
그녀는 그저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호에게 세탁기의 위치를 물어
창섭에게서 빌려 입었던 옷을
세탁해 건조대에 널며
ㅇㅇ은 고민에 빠진다.
 

 

이걸 어떻게 돌려주지.
있다가 민석이라는 사람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아니면.. 직접 찾아가야 할까?“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없었기에
ㅇㅇ은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고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글들의 공격에 넋을 잃는다.
 

 

하지만 ㅇㅇ은 그런 그들이
전혀 싫지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이 느껴져
지금의 순간을 즐기고 있는
그녀였다.
 

 

그들과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데
민석이 돌아왔다.
 

 

 

잠깐 나 좀 보자.”
 

 

분명 민석은 ㅇㅇ에게 말했지만
그걸 가만히 둘 녀석들이 아니었다.
 

 

? 뭐하게?”
나는? 나는 안 봐도 돼?”
우와- 우리한테는
관심도 없으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던 민석은
한숨을 푹 쉬며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나랑 면담하고 싶은 새끼는
계속 입 놀려라.”
 

 

그 말은 마치 죽고 싶지 않으면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느낌의 뉘앙스였기에
ㅇㅇ은 괜히 주눅이 든다.
 

 

하지만..
 

 

내랑 맨댐해고 쉽운 쉐뀌는
계쉑 앱 놀뤠롸-“
 

 

가만히 있을 비글들이 아니었다.
 

 

폭풍전야 같은 민석의 분위기에
괜히 눈치를 보던 ㅇㅇ
예상과는 다른 그의 반응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만다.
 

 

- 큭큭 미친새끼.
꺼져- 임마!“
 

 

!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그를
어벙벙한 표정으로 보며
ㅇㅇ이 민석의 뒤를 따랐다.
 

 

앉아.”
 

 

자신의 의자에 앉은 민석이
침대 맡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게 아니고..
교육 때문에 부른 거야.
 

앞으로 네가 엑소시스트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에서부터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또 그걸 어느 쪽으로
계발해야하는지 알아볼 건데
 

그걸 우린 창섭이한테
맡길 생각이야.“
 

 

창섭이라면..
자신이 옷을 빌려 입은
사람이 아니던가.
 

 

아저씨가 해주는 게
아니었구나.
그 분이 마음이 편하고 좋은데..
 

 

.. .”
 

 

뭐야, 왜 실망하는 눈치지?”
 

 

? .. 아뇨.
전 그.. 대표님이
해주시는 줄 알고..“
 

 

대장은 좀 바빠.
그리고 원래 신입교육은
내 담당인데..
나도 이번에 좀 바쁜 일을
맡게 될 것 같아서.
 

아무튼 교육은
내일 아침부터 할 거야.
 

교육은 보통 현장에서 많이 하는데
기초적인 부분은
말로만 들으면 돼서
내일은 일단 사무실로 오면 돼.
 

그러니까 오늘은 일찍 쉬고
마음 편안히 먹고 오면 될 거야.“
 

 

.”
 

 

아 그리고..
네가 지낼 곳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답지 않게
꽤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보다시피 우리 집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네가 지내기엔 좀 불편할거야.
 

그래서 말인데..
창섭이네 집에서 지내는 거
어떻게 생각해?“
 

 

ㅇㅇ은 민석이
매우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뼛속까지 차가운 사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녀다.
 

 

.. 제가 지낼 곳이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대표님한테
제가 지낼만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알아봐달라고
부탁 드렸던 참이거든요.
제가 미성년자라서
대신 계약을 좀 부탁드렸는데..“
 

 

그랬어?
그런 얘기 없으시던데..
아무튼 오시면
결정 되겠네.“
 

 

어디 가셨어요?”
 

 

? .. 잠시 출장.”
 

 

내일 10시까지
사무실로 나오라는 말을 전하고
민석은 방 밖으로 나갔고
ㅇㅇ은 내일부터 새로 시작 될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
 

 

 

 


 

 

 

 

-미안한데 9시까지
사무실로 와 줄래?-
 

 

오전 9시까지 오라는
민석의 메세지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계절.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에
뺨에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손에 들린 쇼핑백을
(창섭의 옷이 담긴)
꽉 쥐고 가는 길에
생각지도 못하게
옷의 주인을 만났다.
 

 

아니 만난 것이 아니라
그가 보였다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9시 까지면 지금 가야하는데
어딜 가는 거지?
 

 

자연스럽게 시선은
그에게 머물렀고
서둘러 걷던 그는
누군가와 만났다.
 

 

만난 사람은 제 또래로 보이는
여자 사람이었다.
 

 

여자친구인가?
그는 그녀를 만나자 마자
정말 밝게 웃었다.
 

 


 

 

저런 미소를 짓기도 하는 구나.
 

 

그런데 참 이상했다.
그는 분명 웃고 있는데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붉은 기운은
화가 난 듯 거칠게 움직였다.
 

 

그러다 내가 한참을 서있던 것이
기억이 났고 이러다 늦겠다 싶어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10분 전에 도착한 사무실엔
민석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일찍 왔네?
아직 10분 정도 남았는데..“
 

 

. 눈이 좀 빨리 떠져서..”
 

 

좋은 자세야.
우리 사람들은
모이라 그러면 30분은 기본인데..
 

암튼, 일단 앉아.“
 

 

짜증이 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던 그는
자신의 의자 앞을 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음료를 하나 꺼내
내 앞으로 내밀었다.
 

 

창섭이는 10시까지 오라고 했어.”
 

 

.. 그래서 바로 안 온 거구나.
 

 

오늘은 특별히
당부할 사항들이 있어서
내가 먼저 보자고 한 거야.“
 

 

, 오리엔테이션 같은 건가?
 

 

원래는 이런 거 대장이 했는데
지금 잠깐 출장 중이고
너는 좀 뭐랄까..
특별한 영입이라고 할까?“
 

 

특별한 영입?
 

 

보통은 사람이 필요할 때
우리도 회사처럼 면접도 보고
막 그러거든..“
 

 

...”
 

 

자랑이라면 자랑이지만
이쪽 업계에서는
우리가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어.
물론 보통 사람은 모르지만 말야.“
 

 

굉장히 잘난 척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게 또 왠지 사실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신뢰가 가는 말투라 그런가?
사기를 친다면 엄청 잘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뭐 별건 아니고..
네가 교육을 창섭이한테 받아서
여러 가지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어.
 

이건, 부탁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것 들이야.
그러니까 숙지를 했으면 좋겠다.“
 

 

단호한 그의 말투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들을 준비 됐지?”
 

 

.”
 

 

그는 들릴 듯 말 듯 한
깊은 숨을 내쉬었다.
 

 

먼저 화나게 하지 말 것
그리고 흥분시키지 말 것.
, 슬프게 하지 말 것.“
 

 

? 이게 뭐지?
주의 할 점이..
그의 감정 상태야?
 

 

마지막으로
절대 그를 사랑하지 말 것.“
 

 

? 이건 또 뭐람?
 

 

? 아니 무슨 그런 말을..”
 

 

혹시 들킨 걸까?
내가 여자라는 것을..
 

 

물론 창섭이가 남자라
이런 말 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거야.
 

그리고 네가 아직 초면이라
못 느끼겠지만 그 아이는
남자도 홀려버릴 만큼
치명적인 부분이 있어.“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이런 사람이?
 

 

왜죠?
왜 주의할 점들이
다 감정 상태인가요?“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창섭이는 약간 남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의 엑소시스트하고는 달라.
 

그러니까 내가 얘기한 것들은
반드시 지켜 줘야해.“
 

 

민석이 당부사항을 남기고
일이 있다며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혼자 남겨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얼마 전 바탕화면에
설정해 둔 엄마의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내가 뭔가 잘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 나 괜찮겠죠?”
 

 

~ 이게 엄마야?”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고개를 돌리니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가 있었다.
 

 


근데 너 엄마랑
하나도 안 닮았다.
근데 얘는 누구..“
 

 

으악! 깜짝이야
 

 

너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으아아앜! 깜짝이야!
야 임마! 뭘 그렇게 놀라?“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놀래 킨 사람이 되려
성질을 내고는
허리를 숙여 핸드폰을 주워
내게 건넨다.
 

 

사내 녀석이 간땡이가
이렇게 작아서야.. 쯧쯧..”
 

 


 

 

지금 누가 누구더러..
...
 

 

놀란 가슴을 쓸어 넘기며
그가 건네는 핸드폰을 받아들고
주머니에 넣었다.
 

 

바탕화면에 해둔 걸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구나.
삭제해야겠다.
 

 

아 맞다.
 

 

.. 여기요.”
 

 

들고 왔던 쇼핑백을
그에게 건네자
 

 

? 이게 뭐야?
에이~ 뭘 또
이런 걸 준비했어.“
 

 

광대가 한껏 올라간다.
 

 

?”
 

 


이렇게 까지 안 해도
잘 가르쳐 줄게!
으이그~“
 

 

뭐지? 무슨 뜻이지?
 

 

그거..
지난 번 빌려 입었던 옷..”
 

 

설레는 표정으로
쇼핑백을 열어보던
그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갔다.
 

 

엎드려뻗쳐.”
 

 

?”
 

 

못 들었어?
엎드려뻗치라고!!“
 

 

그의 호통에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게 바로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문도 모른 채 벌을 서던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Go to hell.
지옥으로 보내주겠어.“
 

 

그가 짓는 썩소에
나도 모르게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
.
.
 

 

그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을 때
우리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먼저 내 소개를 하지.
지금 네 앞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잘 생기신 분은
초 울트라 급 나이스가이
이창섭님이시다.
 

자 이쯤에서 질문 들어간다.
 

내가 몇 살 쯤 돼 보이지?“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나이에 집착 하는 걸까?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나이를 어떻게 안담?
 

가만.. 민석이라는 사람이
28살 이니까..
그보다 형이겠지?
 

 

- 스물..아홉?”
 

 


흐흠~”
 

 

! 맞췄나보다.
 

 

맞죠?”
 

 

응 맞어.”
 

 

.. 다행이다.
 

 

쳐맞어.
이 새끼야!”
 

 

..아니에요?”
 

 

너 눈깔을 어따 두고 다니냐?
내가 어딜 봐서 스물아홉..
.. 뒷목이야.“
 

 

그는 말을 하다말고
뒷목을 잡으며
인상을 썼다.
 

 

죽고 싶지 않으면 잘 들어라.
이 형님은
꽃다운 스물다섯이시다.“
 

 

.. 죄송해요.”
 

 

근데.. 내가 진짜
스물아홉으로 보여?“
 

 

그는 꽤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민석이 형 보다
많으신 줄 알고..“
 

 

시끄러!”
 

 

별로 시끄럽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는 왜인지
이를 꽉 깨물고 말을 했다.
 

 


부셔버릴 거야.
김민석..“
 

 

그리고는 곧 표정이 바뀌었다.
약간 다중이 같은 건
내 기분 탓이겠지?
 

 

수업 시작할 거야.
한 번만 말 할 거니까
잘 들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장난스러웠던 그의 수업은
결코 장난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도록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엑소시스트는 쉽지 않아.
많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해.
 

네가 어떤 것에 집중하느냐
그것에 달렸어.“
 

 

내가 알고 있던 퇴마란
빙의된 사람에게서
악령을 몰아내는 것.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그 세계는
굉장히 복잡하고 심오했다.
 

 

지금부터 엑소시스트의
복잡함을 설명할 거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돼.
이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엑소시스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
소울러들과 힐러.
 

먼저 소울러를 설명하지.“
 

 

그가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계속 뱉어낼 때 마다
내 머리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충 그가 얘기한 것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길을 잃거나 성난 혼령을 위로하여
성불시키는 소울 어센션
악귀라고 불리는 악한 혼령들을
소멸시키는 소울 데스
강한 힘을 가진 혼령을 사로잡아
힘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소울 트레이너
혼령을 소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공격형 소울 서머너
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소울 마스터
 

 

지금쯤이면 힐러에도
종류가 있다고 눈치 챘겠지?
 

힐러에도 역시 다양한 종류가 있어.
피지컬 힐러, 소울 힐러,
매지컬힐러 그리고 힐러 마스터
 

 

체력 보충을 도와주는
피지컬 힐러
타인의 혼령이 약해졌을 때
혼령에게 힘을 채워주는
소울 힐러
소울 트레이너, 소울 서머너등
본인의 혼령이 아닌 것을 다룰 때
필요한 힘을 주는
매지컬 힐러
역시, 이 모든 것을 다 구사하는
마스터 힐러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전부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마스터라고 불리며
클럽의 수장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네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대장이있지.“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지금 애니메이션
보고 있는 거 아니지?
 

 

그리고 민석이형은
소울 마스터급이야.
 

물론 힐러도 마스터 중이지만
실력은 그닥.. 별로야.
 

, 다음..
처음에 네가 배워야 할 것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의 말대로 너무 복잡했다.
그 증거로
머리가 왱알왱알 거렸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설명하면서
본인의 포지션은
설명하지 않는 그의 정체가
불연 듯 궁금해져 질문하려는데
 

 

! 나는 뭐냐고
물어보려고 그러지?“
 

 

단 두 글자에
눈치를 채버린 그가
딱 잘라버린다.
 

 

 

.. !”
 

 

궁금해 하지 마.
언젠가 알게 될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서며
테이블 앞으로 걸어 나온 그는
 

 

! 이 앞으로 와봐
 

 

자신의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니
좀 더 가까이 오라는 그다.
 

 

가까이 와
 

 

그에게로 조금 더 다가갔다.
 

 

더 가까이!
가까이라는 말 몰라?“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던 그는
내 허리를 끌어당겼고
마치 안긴 꼴처럼 돼버려
숨소리가 코앞에서 들려올
지경이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길다면 꽤 긴 시간
남자들과 지내왔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내 눈 똑바로 봐.”
 

 

말과 동시에 턱을 잡으며
들어 올리는 통에
강제로 눈이 마주쳐 졌고
그의 눈이 꽤 짙은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처음과 너무 달랐다.
투명 하리 만큼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콧날, 두툼한 입술이
꽤나 매력적으로 생긴
사람이었다.
 

 

그동안은 정말이지
늘 이상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거나 해서
진짜 못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내 눈 보면서
뭐가 느껴졌어?“
 

 

조금 떨어진 그가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사실 딴 생각을 하느라
눈동자를 보며
뭔가를 느낄 새는 없었는데..
 

 

잘생김을 느꼈다고 하기에
뭔가 남자끼리
이상한 것 같기에 둘러댄다.
 

 

아뇨. 아무것도..”
 

 

아무것도?
진짜 아무 느낌도 안 들었어?“
 

 

.”
 

 

거 참 이상하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곁에서 멀어졌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아무것도 못 느꼈다라.”
 

 

의자에 앉아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빠지는 그다.
 

 


소울? ?
그것도 아니면..
설마..“
 

 

설마..?
 

 

바보인가..”
 

 

-
 

 

이 꼬맹이가
마스터급 이상이라는 건
아닐 테고..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서있는 자리에서
그에게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그에게 오히려
되묻는다.
 

 

그건 저도 궁금해요.
전 정체가 뭘까요?
 

도대체 뭐길래
갑자기 이러는 걸까요?“
 

 

너무 진지하게 물은 탓일까?
장난스럽던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
 

 

위로를 해주려는 걸까?
난 괜찮은데..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임마!”
 

 

에라이~
그럼 그렇지.
내가 뭘 바래.
 

 

그렇게 내 정체는
미궁으로 빠져버렸다.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
귀찮은 꼬맹이를 가르치러
사무실로 가야한다니..
 

 

심신이 피곤해
견딜 수 없었다.
 

 

사무실로 가기 전
카페인 충전을 위해
카페로 향하다가
도를 아십니까와 마주한다.
 

 

워워- 열 받지 말자.
 

 

최대한 웃으며
교회 다닌다는
거짓말을 하고는
자리를 피해버린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잠시 여유를 만끽하는데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낸다.
 

늙은 대장
오늘 교육 첫 날이지?
자라나는 새싹이다.
귀하신 몸이기도 하고..
부디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잘 가르쳐주길
바라지도 않아
그냥 사고만 치지 마라.
 

 

.. 이 아저씨가 진짜..
 

 

그래서 뭐 좀 찾았어?
찾을 때 까지
귀찮게 연락 하지 마.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쑤셔 넣고
사무실로 향한다.
 

 

문이 살짝 열린 게
누군가 벌써 와있는 모양이다.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꼬맹이가 벌써 와있었다.
 

 


엄마.. 나 괜찮겠죠?”
 

 

뭔가를 보며 말하기에
뒤에서 슬쩍 들여다보니
핸드폰 배경에 저장 된
한 여자와 아이 사진이었다.
 

 


 

 

~ 이게 엄마야?”
 

 

녀석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이 여자애는 누구지?
동생이 있나?
 

 

근데 너 엄마랑
하나도 안 닮았다.
근데 얘는 누구..“
 

 

으악! 깜짝이야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화들짝 놀라며
핸드폰을 떨어트리는 통에
나 역시 놀란다.
 

 

핸드폰을 주워 건네며
다시 한 번 사진을 보는데
여자의 얼굴이
이상하게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뭐 어디선가 스쳤나보지.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할 겸
장난을 좀 쳐주고
수업에 들어간다.
 

 

먼저 엑소시스트의 기본적인
뼈대를 설명하고
꼬맹이의 포지션을 정하기 위해
눈으로 내 감정을 표출한다.
 

 

하지만 녀석은 눈만 깜빡거릴 뿐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
남자아이가
속눈썹이 뭐 이리 길지?
가까이에서 보니
더 여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혹여 포커페이스가 강한
아이일까 싶어
어떤 느낌이냐 묻지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말한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녀석의 정체는
가늠이 어려웠다.
 

 

평소 남에게 관심 없던 내가
자꾸만 녀석이 궁금해져 간다.
 

 

찾는 사람은 찾아지질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어딘가에서
신기한 녀석이 나타났다.

.
.
.

※만든이 : 불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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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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