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로즈 - 上 (by. 몽글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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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로즈-
 

 


 

 

 

 

BGM: 마끼아또- 보이나요 내맘
 



 

 

 

상영했던 웃으며 안녕이란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이 우르르-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우리도 그들 틈에 섞여 발걸음을 옮기며,
 

 

, 결말이 이럴 줄이야.”
 

 

난 이야기의 운을 떼어냈다.
 

 


그래도 난 결말이 마음에 안 들더라.
그게 뭐야.”
 

 

수혁이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눈물을 질질- 짜냈던 사람들
(혹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신기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 순간 나도 영화 끝부분에
흘려보낸 눈물이
얼굴에 자국을 냈을 거란 생각에,
맨손으로 그 볼 부근을
손으로 쓰윽- 쓸어내렸다.
 

 

은근슬쩍 취한 내 행동을
그가 봤던 것인지,
 


- 그렇다고
영화가 안 슬펐다-라는
소리는 아니고.”
 

 

그의 입술사이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늘 내 생각을 거침없이 읽어대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참 마음이 아프잖아.”
 

 

그를 향해 살짝
볼멘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 남자친구는
자신의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가며,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
사랑한다면 당연히 끝까지
함께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도통 말도 안 되는 스토리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별은,”
 

 

뭐 원래 영화나 소설은 다 허구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감상하면 되는 거지.”
 

 


그래도 너무 말이 안 되잖아!
난 절대 그런 사랑은 안 해.
언제나 자기 옆에 붙어있을 거야,
지금처럼.”
 

 

내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그러니까 자기도
내게서, 멀어지지 마.”
 

 

내게 한껏 더 가까이 다가온 그였다.
 

 

 

 

*
 

 

 

 

내 남자친구인 수혁이는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돌려서 말하는 것을 잘 못하고
(혹은 싫어하는 걸지도.),
호불호가 굉장히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확고한 성격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관심을
거침없이 입 밖으로 내밀었다.
 

 


나 그쪽이 마음에 드는데,
나 어때요?”
 

 

이 대사는 그가 내게 건넨 첫마디였다.
 

 

 

 

.
.
.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메뉴를 주문한 채,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제 눈에 담아내기 바빴다.
 

일 년 전 이맘때쯤
그가 내게 고백한 이유가,
 

 

자기는 왜
나한테 고백했어?”
 

 

문득 궁금해져 질문을 던져놓고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물 컵의 테두리를
검지로 만지작거리며,
 

 


딱 보자마자 너였어.
, 빛이 났다고 할까.”
 

 

시선은 물 컵 안에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로 향해있었다.
 

 

어느새 수혁이의 귓불이
연한 선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그런 그의 귀여운 모습에,
 

 

혹시, 내가
세컨드 아니야?”
 

 

괜스레 장난이 치고 싶어져,
시무룩한 척을 하며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사실 좀 의아하긴 했었다.
이렇게 훤칠한 외모와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큰 키,
넘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았을 만큼의 재력 등등.
 

그냥 지극히 평범했던 난,
그가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데.”
 

 

그러나 우리가 1년이 넘는 동안
여태까지 큰 굴곡 없이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전형적인 차도남 스타일로 생긴
그의 얼굴과 다르게,
그의 성격이 매우 섬세하며
자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연애를 한창하다 보면
남자친구와 뜸해진 연락적인 문제로
대게 싸우게 되는데,
 

내 남자친구는 수시로 자신의 일과나
뜬금없는 생각과 기분 등등,
내게 세세히 보고를 해주고 있었다.
 

 


사랑해, ㅇㅇㅇ. 미치도록.”
 

 

그의 직설적인 애정표현은 여전했다.
 

 

난 그의 손을 내 쪽으로 끌고 와,
다홍색으로 칠해진 내 입술로
희고 고운 그의 손등에 쪽-소리와 함께
선명한 입술자국을 남겼다.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가,
그세 제 눈빛을 야릇하게 바꾸더니
자신의 입술을 긴 손가락으로
두세 번 두들겼다.
 

그가 얇은 본인의 입술을 가운데로 오므리며,
내 쪽으로 자신의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난 몸을 앞쪽으로 구부려,
자연스럽게 입술과 입술을 부딪치며
-소리가 나도록
진한 뽀뽀로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 쪽으로 음식을 들고 오는
종업원의 눈치가 제법 보이긴 했지만,
우리의 애정전선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
 

 

 

 

배부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사람들이 즐비한
밤거리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길거리 구석진 곳에 세워진,
사주팔자를 봐준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난 문구가 써져있는 곳을,
 

 

자기야- 저기 사주풀이
해주는 곳인가 봐!
우리 한번 봐볼까?”
 

 

손가락으로 힘 있게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난 사주풀이든 타로점이든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터라,
내심 설레는 마음이 컸었다.
 

 

내말에 그는 시커먼 본인의 눈썹을
한번 꿈틀거리더니,
 

 


저런 곳은
믿을 곳이 못 돼!”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니,
난 그냥 재미로.”
 

 

단호박 말투로
말을 뱉어낸 그의 목소리에,
난 민망함을 느꼈고
그래서 결국 말끝을 흐려버렸다.
 

 

수혁이는 점이나 운세 같은 건
절대로 안 믿는 스타일인가보다.
 

난 괜스레 앞만 쳐다보면서
, -거리며 어색한
헛기침을 해보였다.
 

 


이왕 볼 거라면
용한 곳을 찾아가야지.”
 

 

??
 

 


내가 아주 잘 보는 곳을 아는데,
거기로 예약해 놓을까?”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어오는 탓에,
 

 

.”
 

 

난 눈만 깜박거리면서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잘 아는 곳이라니,
그런 것에 관심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수혁이도 점을 보러 다니긴 하는구나.
 

 

그가 점집에 들락날락거리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웃어?”
 

 

아니,
자기가 점을 보러 다니는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 되서.”
 

 

그는 멋쩍은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였지만,
 

 


말은 안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점을 본적이 있는데,
소름끼치게 잘 맞추더라고.
그래서 뭐 신년운세는
꼭 거기서 보는 정도랄까?”
 

 

이내 신기한 경험을 한 아이처럼
신나게 재잘거렸다.
 

 

거기가 얼마나 잘 보길래.”
 

 

한번 보고나면 깜짝 놀랄 걸?”
 

 

그럼 가서, 우리 궁합도 봐 볼까?”
 

 

나야 좋지!”
 

 

집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밑을 지날 때였다.
 

 

아야-,”
 

 

앞을 보지 않고
수혁이의 얼굴을 보며 수다를 떠느라,
반대방향 쪽에서 오는 행인이랑
부딪쳐 난 아스팔트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 죄송해요.
제가 한눈파는 바람에.”
 

 

곧이어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넘어진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난 반사적으로 내밀어진 손 쪽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
 

 

내 옆쪽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내 앞쪽으로 내밀어진
남성의 손을 거칠게 밀쳐냈다.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수혁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무언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을 지었고,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니세요!”
 

 

낮은 목소리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눈썹의 앞머리는
금세 세로의 줄을 만들어냈고,
검은 눈동자에 힘을 실어
맞은편의 상대를 말없이
한껏 노려보고 있었다.
 

 

솔직히 저렇게 화가 난 그의 모습이
내겐 제법 낯설었다.
 

 

상대방은 그의 위엄 있어 보이는 모습과
분위기에 겁을 먹었는지,
맞은편의 남성은 똥 씹은 표정을 짓고
꽁무니가 빠질 정도로 빠르게 도망쳐버렸다.
 

 

평소와 다른 수혁이의 모습에,
난 움직이지도 못하고 얼음이 된 채,
방금 전의 상황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그는 도망치던 남성의 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지자
한쪽 입매의 끝을 살짝 올려보였다.
 

 

그가 천천히 몸통을 옆으로 돌렸다.
여전히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나를 보자,
좀 전에 지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놀란 기색만 남아있을 뿐.
 

 

그는 자신의 몸을 내 쪽으로 숙인 채,
양손으로 내 양어깨를 잡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수혁이는 상대방과 부딪쳤던
내 어깨부근을 자신의 손으로
털어내 주었다.
 

난 말없이 위아래로
고개만 끄덕였다.
 

 


많이 놀랐구나?
미안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서.”
 

 

, 아니야.”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리면서,
양손으로 손사래를 쳐보였다.
 

그는 자신의 손목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얼른 들어가!
시간이 늦었다.”
 

 

아파트 입구 쪽으로
나의 등을 떠밀다시피 했다.
난 손을 그에게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했다.
 

 

이따 전화할게!”
 

 

수혁이의 입매가 예쁘게 휘어졌다.
 

 

차도남처럼 생겼어도
저렇게 웃어 보이면,
사람이 참 순둥순둥해 보인다니까?
 

난 아까 화를 내던 그의 모습을
애써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누구나 욱할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
.
.
 

 

 

 

개운하게 목욕을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어내며
방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굵직한 진동소리가
책상위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난,
입가위에 미소를 머금은 채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자기야, 씻고 나왔어?
 

 

, 방금. 자기는?”
 

 


-난 벌써 머리까지 다 말렸지.
자기 전까지 자기랑 통화해야지!
 

 

참 한결같다!
매일매일 몇 시간씩 전화를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말이야.”
 

 


-지금은 떨어져있으니까,
아쉬운 대로 전화라도 하는 거지.
자기는안 아쉬운가봐?
 

 

내가 가끔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면,
어린애 마냥 서운하다는 티를
유난스럽게 내비치는 수혁이었다.
 

 

푸흡-,
생긴 거와 다르게 툴툴거리는 모습이
내겐 제법 귀여워보였다.
 

 

-자기야, 내가 사주보는 곳에 전화를 해서
이번 주 토요일 3시로 예약해 놓았거든?
 

 

? 벌써?”
 

 


-, 예약은 꽉 찼다고 하던데.
내가 특별히 부탁 좀 했지!
 

 

안 봐도 눈에 비디오다.
지금쯤 한껏 우쭐해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였다.
 

 

그날 우리의 통화는
무려 2시간 1457초 만에 끝이 났다.
 

 

 

 

*
 

 

 

 

한 여름의 더위도
제법 우리에게서 몇 발짝 떨어졌는지,
그늘에 서있을 때는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간간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시원하다고 느껴졌다.
 

 

 

수혁이의 차를 타고 도착한,
어느 조용한 외곽 지역.
 

외관상 깨끗한
단독주택이라는 생각이 들뿐,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부분 없이
그저 내 눈엔 평범해보였다.
 

그래도 점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가슴속에서 묘한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혁이가 그 집의 대문을
익숙하게나마 열어젖혔다.
이제 발을 뻗어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왠지 모를 긴장감에
그와 마주잡은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
 

 

긴장한 나와 달리
매우 여유 넘치는 그가
나를 다독거려주었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음에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은
불상이니, 영적인 무언가가 담긴
신비한 물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고,
달마대사의 그림이
지천에 걸려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단지 긴 시간을 앉아서
대기할 수 있도록 소파가
일렬로 쭉- 늘어져있을 뿐,
크게 일반 가정집과
많이 다르거나 특별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국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
난 떨림과 설렘을 가득안고
특별한 방안으로 발을 뻗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백발의 할머니 한분께서
정중앙에 앉아계셨다.
 

 

우리가 준비된 방석에 앉기도 전에,
 

 

뭐 보나마나
애정 운을 점쳐보러 왔겠구먼!”
 

 

도사님은 조소를 띄운 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수혁이의 말대로
진짜 용하긴 용한가보다.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이 아가씨야,
이건 점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뻔한 상황인데,
뭘 그리 감탄하고 그러나.”
 

 

도사님은 마치 내 속을
꿰뚫어본 것 마냥 이야기를 하셨다.
 

 

- 자네들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일시를 말해보게.”
 

 

도사님의 질문에
한사람씩 차례대로
천천히 대답을 했다.
 

 

도사님은 종이위에
우리가 말했던 내용을 적더니,
이내 한문으로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옆에 놓아져 있던
방울 묶음을 들더니,
눈은 지그시 감은 채
입으로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읊으며
방울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중얼거리는 소리와
방울을 흔드는 소리가 잦아질 무렵,
 

도사님은 감았던 눈을 부릅뜨더니,
손에 들었던 방울을
원래대로 내려놓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도사님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더니,
 

 

아가씨는 어렸을 때
한번 죽을 고비가 있었구먼.”
 

 

내 시선을 마주친 채,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셨다.
 

 

 

도사님의 말씀이 맞았다.
 

 

 

몇 살 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난 아주 어렸을 때 집에서 난
화재사건으로 목숨을 잃을뻔 한 적이 있었다.
 

거세고 뜨거운 화마는
빠른 시간 내에 우리 집을
전부 삼켜버렸다.
 

그때 난 집안에 있었는데,
출구를 찾아 헤매다
유독가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대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소방구조대원 아저씨께서
나를 빨리 발견해서
집밖으로 데려나왔다고 한다.
 

 

물론 그 후에도 일주일이 넘게
깨어나지 못했지만
가까스로 결국 깨어났고,
난 정신과 치료와 화상치료를 병행하며
내 유년시절을 보냈었다.
 

 

하늘의 뜻은
거스를 수 없기 마련이거늘.”
 

 

도사님께서 혼잣말로
무언가를 중얼거리시더니,
 

 

역마가 껴있는 걸로 보니,
직장은 최근에 그만뒀을 거고.
보자- , 그래 오늘 아가씨한테
매우 좋은 소식이 오겠구먼.
다시 곧 출근하겠어.”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면서,
기분 좋은 소식을 내게 전해주셨다.
 

난 괜스레 내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꼭 쥐어보였다.
 

 

최근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새 면접을 보러 다녔었는데.
 

3주 이상을 쉬다보니,
빨리 다시 출근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도사님은 수혁이를 한번 쳐다보더니,
 

 

자네 사주는 전에 본적이 있으니,
이제 두 사람의 궁합을 봐주겠네.”
 

 

따로 사주를 봐주지 않고
궁합을 볼 준비를 하셨다.
 

 

한문으로 적혀져있는 종이에
또 무언가를 적어보시더니,
 

 

허허, 이런 경우는
내 또 처음 보는군.”
 

 

너털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투로 말하는
도사님이었다.
 

 

수혁이와 나는 서로
귀를 쫑긋한 채,
도사님이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인륜의 힘으로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실이
아주 두텁게 연결되어있다네.
이런걸 보고 흔히들
운명이라고 하나.”
 

 

궁합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도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수혁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은 언제부터 나를 향한 건지,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말없이 바라봤다.
곧 우리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사주만으로 봤을 땐,
평생 함께할 사이라네.
두 사람은 죽어서도
영원히 함께 할 정도로
인연의 실이 아주 견고하다네.”
 

 

우리가 평생을 함께할 사이라니,
어째 우리의 더 밝은 미래가
금세 다가올 것만 같았다.
 

 

아무리 내가
점을 봐주는 사람이라지만,
미래는결국 본인들이 개척하기
나름인 걸 명심하게나.”
 

 

도사님의 마지막말을 끝으로
우리는 그 특별한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분은 확실히
보통 점을 봐주는 사람과 달랐다.
 

대개는 자신들의 말을
백프로 믿으라고 할 텐데,
저렇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니
더욱 믿음이 갔다고 해야 될까?
 

 

자기야,
오늘 여기 오길
진짜 잘한 것 같아.”
 

 


자기가 활짝 웃음을 지어보이니,
나도 같이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네.”
 

 

수혁이는 나와 맞잡은 손에
더욱 힘을 싣더니,
 

 


평생을 함께 하자.
사랑해, ㅇㅇ.”
 

 

그는 양쪽 입가의 끝을
예쁘게 말아 올려보았다.
 

 

그러게,
자기말대로 우리가
평생 함께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들어왔던
대문을 나서는 순간,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ㅇㅇㅇ씨 핸드폰 맞으십니까?
 

 

, 전데요.”
 

 

-축하드립니다.
최종면접에서 통과하셔서,
다음 주부터 출근하시면 되겠네요.
 

 

, 정말요?”
 

 

한껏 들뜬 내 목소리에,
수혁이가 동그랗게 눈을 뜬 채
나를 바라봤다.
 

 

-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90도로 여러 번 인사를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런 내 행동을 보더니,
수혁이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합격했구나?”
 

 

난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잘됐다,
진심으로 축하해!”
 

 

수혁이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난 활짝 웃어보였다.
 

 

 

 

뭐야, 도사님 말대로
진짜로 합격했잖아?
 

 

- 그 도사님 정말로 용하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오랜만이에요.
사실 이렇게 공백 기간이
길어질 줄은 저도 몰랐네요.
 
원래는 이글을 단편으로
완성할 생각이었는데,
다음 주가 추석이 껴있어서
글을 쓰지도 못한 채
또 한주를 그냥 보낼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하 편으로 나눠서
투고를 하게 됐네요.
 
사실 독자님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지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글 쓰는걸 하루 이틀 미루다보니
이제야 오게 되었네요.
 
 
하편은 추석이 지난 다음 주쯤에
투고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구성은 어느 정도 짜 놓았지만요.
 
 
그럼 미리 명절 인사를 하면서
여기서 작가의 주저리는 마치겠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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