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키스를 - 02 (by.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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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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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가
정원이 있는 마당에서
강아지를 쫒으며 뛰논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은
세상 모든 것들을
정화시키고도 남을 만큼
밝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행복한
미소로 바라보는
한 부부가 있다.
 

 

ㅇㅇ아 넘어져~”
 

 

엄마의 걱정스런 말에도
아이는 그저 웃으며
강아지를 쫒을 뿐
마음껏 뛰어놀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비명소리에
아이가 고개를 돌리면
온통 붉은 세상이 된다.
 

 

엄마- 아빠-”
 

 

아이가 소리치며
엄마와 아빠를 부르지만
그 어디에도 있지 않았다.
 

 

아이는 너무나 무서워
울음을 터트렸다.
 

 

꼭 이 장면에서
잠에서 깨어난다.
 

 

손을 눈가로 가져가면
어김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왜 우는지
혹시 아이에게
감정이입이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다.
 

 

꿈속에서의 아이도
내가 아니며
심지어 그 두 부부도
내 부모님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자는 늘 항상
내 이름을 불렀다.
 

 

이 꿈은 내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십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말해본 적은 없다.
 

 

그럴만한 사람도 없었거니와
말할 만한 내용의 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동안
꾸지 않았던 꿈인데
피곤했던 걸까..
 

 

시계를 보니
새벽 430분이 지나고 있었다.
 

 

30분을 더 잘 수 있지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도구를 챙기고
공동 샤워실을 향한다.
 

 

오늘은 좀 여유 있게
따뜻한 물을 즐긴다.
30분 정도 일찍 오기도 했고
몸이 좀 찌뿌둥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 ㅇㅇㅇ?”
 

 


벌써 씻었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만
티내지 않는다.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입가에 슬며시 웃음을 띄운다.
 

 

..
오늘 잠을 좀 일찍 깨서..“
 

 

그랬구나. 평소에도
엄청 일찍 씻지?“
 

 

.”
 

샤워실에서 한 번도 못 봐서
안 씻고 다니나 했다. 큭큭-“
 

 

? ..”
 

 

농담이야~ 농담.
뭘 놀라고 그러나.“
 

 

. 알아.
오늘 어디 가나보네?
일찍 씻으러 온 거 보니까.”
 

 

아니, 나도 일찍 깼어.
집에나 갈까 했지.
너는 오늘 뭐 할 거야?“
 

 

아니. 뭐 딱히..”
 

 

할 일이 없다는 내 대답에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해 뜨는 거 같이 볼래?”
 

 

해 뜨는 거..?”
 

 

. 내 비밀 장소인데
여기 옥상 일출이 죽이거든~“
 

 

.. ..”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손목을 잡더니 다짜고짜
달리는 다니엘이다.
 

 

빨리 가야 돼.
안 그럼 놓치겠다.“
 

 

처음 올라가본
기숙사의 옥상에는
우유박스 열댓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여기 내가 잠 안 올 때
종종 이용하는 곳이야.“
 

 

우유 박스 한 개를 발로 밀며
내게 앉으라 말한 뒤
그 옆에 자리를 잡던 다니엘은
손으로 하공을 가리켰다.
 

 

저기서 떠오를 거야.”
 

 

씻고 나와서인지
쌀쌀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어
팔을 쓸어내리며
우유 박스에 앉아
그가 가리킨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수상하리만큼 조용한
그를 돌아보면
 

 


 

 

정말 해가 떠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지평선을 주시하는 그가 있다.
 

 

그는 정말 잘 빚어놓은
도자기처럼 매끈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약
평범한 여고생 이였다면
지금의 분위기에
고백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남자인 니가 봐도
그렇게 잘생겼냐?“
 

 

시선을 느낀 탓인지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 뭐야,
왕자병있어?“
 

 

큭큭큭-
왕자병이 아니라
답정너다 답정너.“
 

 

참 신기한 녀석이다.
그 누구와 있어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
타고난 사교성을 가진 것 같다.
 

 

여긴 자주 와?”
 

 

! 엄청 자주 와.
언젠가는 일주일 내내
온 적도 있는 것 같다.“
 

 

예상외다.
잠이 엄청 많을 것 같은
얼굴인데..
 

 

너는 매일 일찍
일어나는 것 같던데
엄청 부지런 한가 봐?“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내 기상시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꽤 놀랐지만 티내면 안 된다.
 

 

-, 아침잠이 별로 없어서..”
 

 

진짜? 왕 신기하다.
나는 한 번 일어나려면
아주 그냥 죽을 것 같은데..
야행성이거든
 

역시, ㅇㅇㅇ이구만~!“
 

 

도대체 저 역시는
왜 붙는 거지?
 

 

이유모를 미소가 그에게 지나가고
 

 

나는 가끔 니가 신기해.”
 

 

꽤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이제야 꺼낸 말인 것처럼
가볍지 않은 말투로 꺼낸다.
 

 

무슨 뜻이야?”
 

 

아니, 보면 엄청 침착하잖아.
애들이 놀리거나 뭐라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엄청 내성적일 것 같은데
말 걸면 또 잘하고..
 

외유내강형 인간 같아.“
 

 

웃음이 났다.
외유내강형 인간이라..
어떤 이들이 보기엔
답답하고 소심해 보이는
허약한 사내 녀석 아니던가.
 

 

그런 게 아니라,
엄청 쫄아있는 건지도 모르지.“
 

 

? 쫄아있다고?”
 

 

보다시피 내가 좀 작잖아.
덤벼도 못 이길 거 뻔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지.“
 

 

거기에 내가 여자라는 비밀도
숨겨야 하고..
 

 

사나이 ㅇㅇㅇ.
그 정도야?“
 

 

아니, 그보다
더 할지도 모르지?”
 

 

큭큭큭- 짜식!
쫄지 마라. 형이 지켜줄게.“
 

 

등을 슬며시 치며
허세를 부리듯 주먹을 쥐어 보인다.
 

 

심쿵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지켜준다는 말은..
그 말이 고마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말만 들어도 든든하다.”
 

 

든든하다는 내 대답에
그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아무튼,
종종 너 닮고 싶다 생각했어.
나는 흥분도 잘하고..
인내심이 별로 없잖아.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 기회가 없더라.“
 

 

친해지고 싶었다고..?
나랑?
 

 

...”
 

 

그래서 오늘 너 만난 김에
여기 오자고 한 거야.
나 여기 다른 사람 데려온 적
단 한 번도 없어.“
 

 

..?”
 

 

그냥...”
 

 

대답을 하는 그의 얼굴이
꽤 쓸쓸했기에 신경이 쓰였다.
 

사실 내가 친구가 없어.”
 

 

절로 인상이 쓰여 지는 순간이다.
 

네가 친구가 없다고?
 

잘 못 들으면
엄청난 욕심쟁이라
고백하는 순간이 아니던가.
 

 

뭐라는 거야-
너 반에 친한 애들 많잖아.“
 

 

내가 비밀 하나 말 해줄까?
사실.. 걔네들 전부 다
친구라고 생각 안 해.
 

그냥 같은 반 이니까
그리고 내가 반장이니까
같이 공차고 장난치고 하는 거지.
진심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네가 얘기하는 친한 건
그냥 같이 노는 거고,
친한 친구는 약간 다른 것 같아.“
 

 

친구 하나 없는 내가
그것의 차이를 알리는 만무했다.
 

 

그냥 같이 놀면
다 친구인 줄 알았는데..
 

 

요즘 친구라는 정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고 있는데..
 

나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같이 진지하게 생각해주고
대화를 나누는
그런 친구가 필요한 것 같아.
 

근데 요즘 시대가
진지하고 오글거리는
그런 얘기 별로 안 좋아하잖아.
 

괜히 얘기했다가
애들 사이에서
진지충이니 뭐니
그런 얘기 듣기 싫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너는 안 그럴 것 같아.
그냥 뭐든 다 들어줄 것 같고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어.
 

이런 얘기 하는 거
오늘 니가 처음이야.“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려진다고 해야 할까?
주변에 그 많은 사람들을 두고서
친구가 없다니.
 

 

그건 그렇고, 왜 나였을까..
단순히 닮고 싶은 사람이라서?
아님, 우연히 새벽에 마주쳐서?
 

 

그럼.. 지금 나한테
친구하자고 얘기하는 거야?”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싶었지만
이미 마주한 그의 외로움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오지랖이 넓던가?
 

 

그래 임마.
너 내 친구해라.“
 

 

강아지처럼 맑고 짙은 눈망울이
나를 향했다.
그 눈에 실망감을 주기 싫었다.
 

 

그래 임마.“
 

 

- 대박..
너는 내 1호 친구다.“
 

 

그의 말이 거짓이라도
지금은 믿고 싶었다.
 

 

내게도 그는
첫 번째 친구였기 때문이다.
 

 

! 해 뜬다-”
 

 

거짓말처럼 친구가 되자마자
해가 떠올랐다.
 

 

우리의 두 눈에
같은 날의 해가 스며들었고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벅차올랐다.
 

 

그날 우리는
마치 막 시작한 연인처럼
모든 것을 함께했다.
 

 

아침밥부터 시작해서
저녁밥까지 같이 먹고
후식인 아이스크림까지
꼬박 챙겨먹었다.
 

 

중간 중간 비는 시간엔
서로가 살아온
18년 동안의 시간을 공유했다.
 

 

물론 내가 여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잠을 자러가기 전
뭐가 그리 아쉬운 건지
우리는 다시 옥상에서 만났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진짜? 핀란드에서 태어났어?
- 짱 신기!“
 

 

신기하긴..
어디서 태어난 게 중요하냐?
지금은 입시지옥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
 

 

그건 그러네.”
 

 

형제는 있어?”
 

 

아니, 나 외동..
어렸을 때 동생 낳아달라고
엄마한테 엄청 졸랐는데
결국 안 낳아주더라.“
 

 

맞아! 나도 그랬던 것 같다.”
 

 

! 근데 너는 주말에 항상
여기 있더라?
집에는 안가?“
 

 

.. 나 집 없어.”
 

 

? 뻥치네-
집 없는 사람이 어딨냐?“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셨어.
8살 때..“
 

 

... 미안...”
 

 

무슨 말 해야 할지 모르겠지.”
 

 

? .. .”
 

 

다들 그래.
무슨 말을 해도
실례가 되는 것을 아니까.
 

근데 괜찮아.
이미 10년 전 일이고..“
 

 

근데 엄청 잘 자랐다.
공부도 잘 하고
성격도 좋고..
나야 말로 분발 해야겠는데?“
 

 

순간의 정적 후에
엄청나게 오버를 하며 말을 했다.
그것은 누가 들어도
입에 발린 그런 말이었음에도
어색함을 싫어하는 그를
잘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뭐라냐~?
너야 말로 성격 좋잖아.
공부만 좀 하면
나중에 인기 엄청 많겠다.“
 

 

인기는 지금도 있지.
형 러브레터 받는 거 못 봤어?“
 

 

응 한 번도 못 봤는데?”
 

 

진짜? ~ 이거 안 되겠네?
기다려. 내가 언젠가
학교 앞에 줄서있는 거
꼭 보여준다.“
 

 

큭큭- 말이나 못 하면..”
 

 

이제 그만 내려갈까?
이러다 사감쌤한테 걸리면
우리 둘 다 죽는 거야.“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다니엘이 웃긴 표정으로 말했다.
 

 

큭큭- 그래. 내려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해 가는데
다니엘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에 뒤로 도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가 보였다.
 

 

옥상에는 딱 하나의
전등만 있었기에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뭐해?
안 내려가?“
 

 

“.....”
 

 

대답은커녕 미동도 없는 그에게
다가가려다 발길을 멈춘다.
 

 

분명 그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것은
검은 기운이다.
 

 

...다니엘!”
 

 

히히-”
 

 

웃으며 고개를 들었지만
분명 다니엘의 모습은 아니었다.
 

 

눈동자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입은 비정상적으로
벌어져 있었다.
 

 

...구세요..”
 

 

니 친구잖아.”
 

 

목소리부터 다른 그가
친구라 말하며
한 발자국 다가왔고
나는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거짓말..”
 

 

? 어떻게 알았지?
헤헤-“
 

 

거기서 나와요.”
 

 

싫은데? 내가 왜?”
 

 

장난치지 말고..
빨리 나와요.“
 

 

그럼 니 혼령을 주던가-”
 

 

입맛을 다시며 말하는
악귀의 표정에 소름이 돋았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니 혼령 말이야.
엄청 탐나게 생겼어.
나 주면 안 돼?“
 

 

내 혼령이 탐난다고?
이게 무슨..
 

 

주면 걔 몸에서 나올 거예요?”
 

 

당연하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거 엄청 간단해.
뛰어 내려..“
 

 

그는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뛰어 내리라고?“
 

 

! 엄청 간단하지?
뛰어 내릴 때 만 무섭지
사실 아무것도 아냐.“
 

 

기가 막혔다.
나더러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미쳤어요?
걔 몸에서 안 나오면
퇴마사 부를 거예요.“
 

 

히잌- 무서워라!
어디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대답 없이 뒤로돌아
옥상 문을 내려가려는데
어느새 다가온 악귀는
내 몸을 들어 올렸다.
 

 

이거 놔!! 안 놔??”
 

 

니가 안 준다니까
내가 스스로 가져갈 수 밖에..“
 

 

!! 안 놓으면 진짜 후회한다?”
 

 

발버둥 쳐보지만
다니엘의 큰 키와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곧 그는 나를
옥상 끝으로 데리고 갔고
팔만 놓으면
밑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놔주세요. 제발..”
 

 

잘 못 생각했다.
그에게서 검은 기운을
발견 했을 때
바로 뛰어 내려가
그들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아니, 그보다 더 전..
고민 따위 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한다고 해야했나보다.
 

 

하지만 그 후회는 너무 늦어 버렸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헤헤- 잘 먹을게요. 둘 다.”
 

 

나만 던질 것 같았던 악귀는
나를 안은 다니엘과 동시에
몸을 던졌고
곧 우리 둘은 빠른 속도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내 어렴풋한 기억에
누군가 내 머리를 감싸 안았고
곧 끔찍한 고통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적막함만이 흐르는 사무실 안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진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연락 없었지?”
 

 

그거 5분전에도
물어봤잖아요.“
 

 

연락 준다던 ㅇㅇ에게서
이주일째 연락이 없자
진웅은 한숨을 뱉어냈다.
 

 

에휴- 안 할라나 보다.”
 

 

아무래도
수녀님 영향이
크지 않을까요?”
 

 

민석은 수녀님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부모님도 계시지 않는 아이를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두 분도 기도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런가보다.
아무튼 그래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건데 말야.“
 

 

자기 팔자죠. ..”
 

 

, 나도 모르겠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전 스킵이요.
VVIP 고개님하고
면담 잡혀있어요.“
 

 

그래. 그럼..”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나와
각자 흩어졌고
십여 분 후
매우 무료한 표정의 창섭이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안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짓던 그는
사무실의 상태를 보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니, ~날 천 날 우리 집에 와서
청소 좀 하고 살라는 냥반이
도대체가~~ 아효~ 세상에..“
 

 

그냥 문을 닫고 나가려다
처참한 몰골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서류만이라도 정리 할까 해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언제 다 끝나나 싶었던
서류정리가 끝나자
먼지가 5센치나
들어앉은 것 같은
책상이 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 지저분한 것들이
자꾸 눈에 띄었다.
 

 

아니 이거 은근 뿌듯하네~
이제 청소에 맛 좀 들여봐아~?“
 

 

침대 형 쇼파를 털어내고
이제 창문을 좀 닦을까 싶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에
열려있으니 들어오라 했지만
어떤 미친놈인지 들어오진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리기만 했다.
 

 

어떤 또라이 악귀인 건가 싶어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도가 지나친 것 같아
문을 열어 응징하려 했는데
병실복인 듯한 옷을 입은
누군가 뛰어 들어와
내 양 팔을 잡고 늘어진다.
 

 

빌어먹을 엑소시스트!!
내가 할게요.
그러니까 그것들
죽일 수 있는 방법 알려줘요.
? 제발요!!!“
 

 

아니, 이건 또 뭔 또라이야.
 

 

저 말을 쏟아내고 주저앉은
정체모를 사람은
점점 고개가 숙여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건 또 뭐야-
정신병자 인가?“
 

 

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던 창섭은
 

 

~?”
 

 

의외의 인물에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깜박거렸다.
 

 

! !!!
너 뭐야? 왜이래?“
 

 

정신을 차리라는 듯
어깨를 잡고 흔들지만
의식이 없는 ㅇㅇ의 머리는
그가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일단 ㅇㅇ을 들어올려
소파에 내려두고는
조심스럽게 상태를 살핀다.
 

얼굴에는 어디에서 맞은 건지
상처투성이에
링거를 억지로 빼낸
손목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거기에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뛰어 온 건지
맨발에도 상처가 나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그가 얼마나 힘든 상태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창섭은 일단 급한 대로
휴지를 적셔 이마에 올려두고
손목에 흐르는
피를 먼저 닦아낸다.
 

 

근데 사내새끼 손이
뭐 이리 작아?
내 손 반도 안 되겠네.“
 

 

손을 다 닦고 내려두려는데
..안 돼!” 라며
그의 손을 덥석 잡는다.
 

 

~ 나 남자한테는
관심 없거든?“
 

 

깼나 싶어 고개를 돌리니
인상을 쓰고 있지만
정신이 든 것 같진 않았다.
 

 

.
.
.
 

타닥타닥 타자를 치는 소리가
ㅇㅇ의 귓가에 울려왔다.
 

 

슬며시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어디인지 살피려 고개를 돌린다.
 

 


 

 

모니터 화면의 불빛이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의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민석이 고개를 들어 소파를 살피다
앞으로 걸어 나왔다.
 

 

? 깼어?
좀 괜찮아?“
 

 

.”
 

 

괜찮냐는 민석의 질문에
ㅇㅇ은 기계적으로
라는 대답을 한다.
 

 

그것은 민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의 오랜 습관이었다.
 

 

여기는...”
 

 

.. 여기 사무실이야.”
 

 

그 역시 깨끗한 사무실이 낯선지
ㅇㅇ을 따라 주변을 살피며 대답한다.
 

 

문득 병실 복을 입은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ㅇㅇ
몸을 움츠렸다.
 

 

무슨 일 있어?
병실복은 왜 입고 있어?“
 

 

.. 그게..”
 

 

ㅇㅇ은 무슨 일 있냐 묻는
민석의 질문에
지난날을 떠올리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낸다.
 

 

소리도 없이 눈물을 쏟아 내는
ㅇㅇ을 보던 민석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파?“
 

 

대답도 할 수 없을 만큼 흐느끼며
그저 고개를 가로저을 뿐
쉽게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 녀석을
그저 지켜보는 것 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잠시 후 조금은 진정된 ㅇㅇ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고는
안정 될 때까지
쉬라는 말을 남겨두고
사무실을 나섰다.
 

 

소파에 다시 누우려던 ㅇㅇ
자신의 몸에 덮여진 담요를
물끄러미 보다
그가 사라진 문으로 시선을 던진다.
 

 

한편 사무실을 나선 민석은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가 흐른 뒤
상대방이 응답을 했고
그것은 다름 아닌 진웅이었다.
 

 

지금 막 깼어요.
근데 울기만 하고
말은 안 하네.“
 

 

나도 미카엘 하고 통화를 해봤는데
다쳐서 병원에 있다고만 하고
다른 얘기는 안 하네.
 

창섭이는 별 말 없었어?“
 

 

. 그냥 갑자기
쳐들어 왔다고만 했어요.“
 

 

스읍-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한데..
일단 좀 지켜보자고.
근데 창섭이는 너한테 맡겨두고
어딜 간 거야?
아직 안 왔어?“
 

 

. , 귀찮은 일 떠맡기고
어딘가에서 놀고 있겠죠.“
 

 

에휴, 암튼 그 새끼는
언제 철이 들라나 모르겠다.“
 

 

일단 좀 쉬라고 하고
사무실에서 나왔어요.
나 있으면 못 쉴까봐.
일단 뭐라도 좀 사가서 먹이고
얘기 해볼게요.“
 

 

진웅과의 통화를 끝낸 민석은
주변을 살피며 죽 집을 찾아 나선다.
 

 

 

 


 

 

 

 

상풀 고등학교 앞에 도착해
눈을 감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다.
 

 

진동하는 악귀의 냄새에
녀석에게서 풍기던 향기가
더해져 절로 미간이 구겨진다.
 

 

아니 무슨
성당도 있는 학교에서
이런 냄새가 나.“
 

 

교문 앞으로 다가 섰지만
굳게 닫혀있는 철문을
뚫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기에
기숙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디에서 왔냐는 경비의 질문에
동생을 만나러 왔다 말하자
이름을 말하라기에
녀석의 이름을 말한다.
 

 

? ㅇㅇㅇ?
얘는 지금 기숙사에 없는데?
병원에 있는 걸로 돼 있어.“
 

 

아 그래요?”
 

 

가족인데 몰랐어?
얼마 전에 옥상에서 떨어져서
크게 다쳤어.“
 

 

옥상에서 떨어져?
 

 

경비에게 부탁해
떨어졌다는 곳을 동행한다.
 

 

핏자국이 남아있는 바닥을 보다
고개를 들어 건물 꼭대기를 보니
온통 검은 자욱 투성이다.
 

 

옥상 좀 올라가 볼 수 있어요?”
 

 

기숙사는 외부인 출입 금지야.”
 

 

5분만요.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올게요.“
 

 

정말 딱 5분 만에 내려와야 한다는
경비의 신신당부에
한달음에 뛰어 올라간다.
 

 

 

 


 

 

 

 

숨이 막힐 듯한 고통에
억지로 숨을 몰아 내쉬며
눈을 뜬다.
 

 

흐어억~”
 

 

어딘지 모를 장소의 천장에
몸을 일으키려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근처에 수녀님이 있었던 건지
큰 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왔다.
 

 

정신이 들어?”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에 달린 뭔가에 막혀
내뱉지 못한 채
그저 눈만 깜박였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그저 볼 수밖에 없음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 왜 여기 있는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나는 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
.
 

 

얼마나 잔건지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눈뜨고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난 곧 호흡기를 떼고
의자에 앉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고
의사는 어린 탓에 가능한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종종 찾아오는 수녀님은
말해주지 않았고
나 역시 기억나지 않았다.
 

 

의사는 그것을
외상 후 증후군이라 설명했고
회복이 되면서 천천히 기억이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지
일주일이 지났을 까..
 

 

그냥 눈이 떠진 새벽
 

 

나는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냈다.
 

 

다니엘..
그래. 우리 반 반장.
근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났지?
 

 

해가 하늘의 중간에
걸릴 때 까지
나는 그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엑소시스트
 

 

그러다 뱉어낸
영문 모를 단어다.
 

 

상태를 체크하러 왔던 간호사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영화 봤어?
좀 오래 된 영화인데..“
 

 

영화요?”
 

 

.”
 

 

어떤 영화예요?”
 

 

? 봐서 말 한 거 아니야?”
 

 

. 그냥 갑자기 기억났어요.”
 

 

이제 조금씩 기억나려나 보네?”
 

 

영화는 무슨 내용이에요?”
 

 

~ 그거..
무슨 악령인가?
그거 씌인 사람들
퇴마하는 내용인데
엄청 무서웠던 걸로 기억해
 

 

퇴마..?”
 

 

이상하게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추가 검사를 위해
간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검사실로 향하던 때
꼬마 아이들이
다투는 것이 보였다.
 

 

! 이거 내거잖아!”
아냐! 나도 갖고 놀 거야!”
 

 

다투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여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허- 친구끼리 싸우면 안 되죠?
서로 양보해야지.“
 

 

친구..?
 

 

- 대박..
너는 내 1호 친구다.“
 

 

갑자기 스쳐가는 기억에
머리가 찡-해졌다.
 

 

검사를 마치고 오면서
스쳤던 기억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포기하고 침대에 누웠다.
 

 

나른해지는 기운에
눈을 감고 잠을 자려
옆으로 돌아눕는데
순식간에 기억이 밀려들어왔다.
 

 

내가 낸 소리인건지
!”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때마침 링거를 확인하러
들어온 간호사에게
 

 

..다니엘은..
지금 어디 있어요?“
 

 

누구?”
 

 

다니엘이요.
저랑 같이 병원에 온..“
 

 

너랑 같이?
- 그 친구..
아직 집중 치료실에 있지.“
 

 

집중 치료실이요..?”
 

 

. 중환자실..”
 

 

시계를 들여다보던 간호사는
곧 면회시간임을 알렸다.
 

 

중환자실 어디 있어요?”
 

 

눈앞에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저 많은 기계들을 달고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다니엘이 맞았다.
 

 

떨어지는 순간의 일을 기억한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정작 자신은 보호하지 못한 채..
 

 

헛웃음이 나왔다.
세상은 언제나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것을 빼앗는다.
 

 

.
.
.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민석이라는 사람이
테이블 위에 뭔가 올려놓고 있었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
 

 

뭔가를 먹을 기분은 아닌데..
 

 

일어나 앉으며
괜찮다는 뜻을 전하자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인상을 쓰는 그다.
 

 

신경 써서 사왔는데
와서 한 술 뜨는
시늉이라도 하지?“
 

 

죄송해요.
지금 먹으면 체할 것 같아요.“
 

 

정말이었다.
아무것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인상을 풀지 않는 그에게
한마디 더 보탠다.
 

 

있다가.. 꼭 먹을게요.”
 

 

꼭 먹겠다는 말을 하자
그제야 허리춤에서 손을 내리고
테이블을 정리하며 내게 물었다.
시선은 내가 아닌
테이블을 향한 채..
 

 

그래서..
왜 그 복장을 하고 여길 왔는지
이제 말 할 수 있겠어?
 

 

“.....”
 

 

같이 하자는 제안을 무시하고
얼마간 연락도 없다가
다짜고짜 찾아와 쓰러져 버린 주제에
설명은커녕 잠이나 실컷 잔 내가
못마땅했던 걸까?
 

 

그의 인상이 꽤 차가웠다.
 

 

하지만 내 나름의
사정이 있었는데..
조금은 섭섭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도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나는 말하는 것에
재주 같은 건 없었다.
 

 

망설임 끝에
생각나는 이름을 먼저 말해본다.
 

 

다니엘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다니엘?”
 

 

그가 다니엘의 이름을 불렀을 때
다시 터져버릴 것 같은 울음을
삼키고 또 삼켰다.
 

 

. 우리 반 반장..”
 

 

우리 반 반장이며
내 첫 친구라는 설명을 하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그는 일어나 앉아있는 나를 한 번
그리고 테이블 앞에 서있는
민석을 한번 훑어보더니
바로 내 앞으로 다가와
검은색 봉다리 같은 것을
탈탈 털어 내 앞에 내밀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봉다리가 아니라
내 앞에 얼굴이 들이밀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악귀였다.
 

 

이 새끼 맞지?”
 

 

?”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고개를 뒤로 빼며 물었다.
 

 

너 그렇게 만든 애
이 새끼 아니야?“
 

 

그의 말에 악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지만
그때 당시 얼굴을 보진 못했기에
알아볼 수 없었다.
 

 

으앜- 살려주세요.
잘 못 했어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하지만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단 번에 알아차렸다.
 

 

어떻게..”
 

 

울지 않으려 애쓰지만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하루 종일 찾았어.
내가 얘 땜에 놔준 것들만
몇 놈인지 모르겠다.
 

 

!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
고통스럽게 없애줄까?아니면 지옥으로 보내줄까?
말만해.“
 

 

겨우 멈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
 

 

다니엘은 이미 저렇게 됐는데
그를 어떻게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는 내 모습에 당황한 건지
그의 손에 붉은 기운이 스몄고
악귀는 순식간에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 너 왜..
아니 그..“
 

 

무슨 우는 것도 여자애 같아
라는 혼잣말이 지나간다.
 

 

! 울지 마~ 새꺄~“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서성이던 그는
에이씨~”라고 짧게 외치며
나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등을 토닥였다.
 

 

사내새끼가 눈물이 많아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냐.
뚝해! -“
 

 

하지만 그는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로를 하면 할수록
더 눈물이 난다는 것을..
 

 

- ....”
 

 

하지만 이 상황이
매우 웃긴 사람이 있나보다.
 

 

민석의 웃음 참는 소리에
절로 눈물이 쏙-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가 나를 품에서 놓으며
뒤로 돌아 그를 보았고
나 역시 고개를 들어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 미안..
- 큭큭큭큭큭
 

 

뭐야- 왜 웃어?”
 

 

아니, 이창섭.. 크흐흐흑
형 놀이 한다 싶어서
 

 

? 뭔 놀이?”
 

 

형 놀이.”
 

 

뭐래-
나 그런 적 없거든?“
 

 

이게 형 놀이 아니면 뭐냐,
니가 언제부터
남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아 진짜 죽을래?”
 

 

칭찬이야 임마!”
 

 

웃기시네.
이렇게 기분 나쁜
칭찬도 있냐?“
 

 

. 여기에 있지
 

 

시니컬한 느낌의 그가
저렇게 개구진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싶다.
 

 

아오! 형만 아니면 진짜..”
 

 

아니면? 아니면 어쩔 건데?”
 

 

됐다! 말을 말자.”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아까 병원에서 싸우던
아이들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그러자 민석에게 으르렁대던
그가 내게 고개를 홱-돌렸다.
 

 


 

 

너 똥구멍에 털 나 임마!”
 

 

?”
 

 

생각지도 못한 말에
빵터져- 웃는다.
 

 

- 크하하하하하
 

 

아이고- 좋댄다. 좋댄다.
똥구멍에 털 난다니까!!“
 

 

이상하다.
지금은 웃을 상황도 아닐뿐더러
웃음이 헤픈 나도 아닌데..
자꾸 이 사람 앞에선
웃음이 나왔다.
 

 

 

 


 

 

 

 

ㅇㅇ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가만히 듣던 민석은
뭔가 생각에 빠진 듯
한 곳을 멍하니 응시했다.
 

 

성당이 있는 곳에
악귀가 침입할 수 있었다는 건
성스러움을 깨드릴 수 있을만한
강력한 뭔가가 있었다는 건데..
그런 흔적은 찾지 못했..“
 

 


아니면, 그걸 뚫고 갈 만큼
유혹적인 뭔가가 있다거나..“
 

 

창섭의 말을 끊으며
민석은 ㅇㅇ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정도인가?”
 

 

그와 눈을 마주치던 ㅇㅇ
그 정도냐는 그의 말이
동의도, 이해도 되지 않아
점점 시선을 내리다 결국
고개를 숙여버린다.
 

 

11시가 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까
가까운 창섭이네서 자고
내일 아침에 병원으로 돌아가자.“
 

 

? 아뇨. 전 지금 가도..”
 

 

아무리 본인이
남자행세를 하고 있어도
매우 불편한 일이기에
ㅇㅇ은 고사를 한다.
 

 

아 왜! 형네 집도 가깝거든?”
 

 

둘의 반응에
크게 한숨을 내쉰 민석은
이를 꽉 물며 대답한다.
 

 

둘 다 좀 그냥
말 들으면 안 되겠냐?“
 

 

한 번 더 말하려던 ㅇㅇ
그의 날선 표정을 보고는
포기를 하고 만다.
 

 

! !”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해.
우리 집에 애들이 몇 명이냐?“
 

 

알았어! 알았다고!!”
 

 

입을 삐죽이던 창섭은
! 가자라는 말을 남기며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민석의 눈치를 보던 ㅇㅇ역시
창섭을 뒤를 따랐다.
 

 

.
.
.
 

 

ㅇㅇ이 그의 집에 온 것은
두 번째였다.
 

한 번은 의식 없이 끌려와
제대로 살펴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옷장으로 가
옷을 고르고 있는 동안
ㅇㅇ은 소파에 앉아
집을 둘러보았다.
 

 

혼자 사는 건가.
남자 혼자 사는 것 치고는
깔끔한 편에 속했다.
아니, 뭐가 없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
 

 

원룸 형식인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침대와 TV,
그리고 소파가 전부였다.
 

 

그래도 주방에는
있을 것이 다 있네.
 

 

ㅇㅇ이 주방을 스캔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져
팔을 허우적댄다.
그가 던진 옷이
머리에 와서 걸린 탓이다.
 

 

맞을 만한 옷이 없어서
대충 제일 작은 거 골랐다.
 

남들 클 때 안 크고 뭐했냐?“
 

 

그는 현관 옆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욕실이야.
씻고 나와서 갈아입어.”
 

 

옷을 들고 엉거주춤 일어나자
 

 

! 그 병실복은
내일 가져가야하니까
잘 챙겨 놓고..“
 

 

..
 

 

ㅇㅇ은 창섭이 던진 옷을
주섬주섬 싸들고 들어와
벽에 붙어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눈 밑이 퉁퉁 부은 것이
너무 많이 울었나 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저 빨간 기운의 사람과
같이 있어도 되는 걸까?
 

 

대충 씻고 그가 준비해준
옷을 입고 나오자
문 앞에 비닐 봉투가 있었다.
 

 

병실 복을 고이 접어
봉투에 넣고 있는데
주방에서 뭔가를 하던 그가
갑자기 풉- 하고 웃음이 터진다.
 

 

무슨 아빠 옷 입은 애 같다.“
 

 

ㅇㅇ이 봐도 그랬다.
품은 크고 길이도 길었다.
 

 

그가 가까이 와
팔과 다리 부분을 접어주는데
그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ㅇㅇ이다.
 

 

내가 해도 되는데..
 

 

에휴-
무슨 아들 키우는 것도 아니고..
손이 이렇게 많이 가냐.
내가 연애를 이렇게 했으면
벌써 장가를 갔을 텐데..“
 

 

..감사합니다.”
 

 

- 뭐야~
갑자기 공손해?“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그는
식탁을 가리키며
가서 앉아 라는 말을
무심하게 던지며 주방으로 향한다.
 

 

작은 식탁에
토스트가 담긴 접시 두 개와
컵 두 개를 내려 둔 창섭이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다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말한다.
 

 


내가 너 땜에 별 걸 다한다.
토스트라니.. ?
세상 귀찮은걸 나한테 시키다니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한 적 없던 ㅇㅇ
매우 억울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딱 마침 배가고픈
참이었기 때문이다.
 

 

반대편에 앉아
컵에 담긴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앞에 놓인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고
 

 

우와- 맛있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솔직히 혼자 사는 젊은 남자가
만든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까 했는데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 그럼 뭐~
못 먹을 것 같았냐?“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맛있게 먹는 ㅇㅇ의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슬며시
웃고 있는 그다.
 

 

침대는 무조건 내꺼다.
넌 저기..“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자신이 앉았던 소파였다.
 

 

꽤 널찍하니 잠을 자기에
불편할 것 같진 않았지만
남자인 그와 같은 공간에서
잠을 든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편한 사실이었다.
, 물론 그가 자신을
남자로 알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도 잠시
그가 던지듯 건네준 담요를
목 끝까지 덮고는
눈을 감자마자
단잠에 빠져드는 ㅇㅇ이었다.
 

 

.
.
.
 

 

눈을 간지럽히는 햇살에
잠에서 깨어난 ㅇㅇ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에
두 눈을 의심했다.
 

 


“.....”
 

 

“.....”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은 ㅇㅇ
다시 한 번 눈을 꾹-하고
감았다 뜬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마주친 두 눈 역시
그대로였다.
 

 

죽을래?
침대는 내꺼라고 했지.”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꿈이 아님을 자각하고
허둥거리며 일어나다
침대에서 떨어져 버린다.
 

 

으헉-!”
 

 

회복이 덜 된 몸이기에
그녀에게 전해지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진짜 가지가지 한다.”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꿈틀대고 있는
ㅇㅇ의 팔을 잡아
일으켜 주고는
나는 남자한테 관심 없다.”
라는 말을 남기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창섭.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로 서있던
ㅇㅇ은 붉어진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본다.
 

 

.. 미쳤다.”
 

 

분명 소파에서 잠들었던 자신이
왜 침대에서 일어난 건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래! 화장실..
잠결에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자신도 모르게
침대로 간 모양이다.
 

 

그 정도로 잠에 취해본
적이 없던 ㅇㅇ
남자의 침대에서 깨어난 자신을
책망하고 또 책망했다.
 

 

하지만 ㅇㅇ이 깨닫지 못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옥상에서 떨어져
의식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누군가 깨우지 않아도
새벽녘에 스스로 눈을 떴던 자신이
날이 밝아올 때까지
단잠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
.
.

※만든이 : 불통님

 ────────────────
<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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