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키스를 - 01 (by.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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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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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평범함이라는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너무나 바란다.
 
 
평범한 18살 여고생의 삶을..
 
 
 
 
.
.
.
 
 
 
 
새벽 5..
어김없는 시간에 울리는 알람을
힘겹게 끄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떠지지 않는 눈을
부러 뜨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움직여
창문을 연다.
 
 
방안의 따스함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밀고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 추워..”
 
 
절로 떠지는 눈에 창문을 닫고
건조대에 걸린 수건과
샤워바구니를 챙겨
공용샤워실로 향한다.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씻는 이유는
이 시간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샤워 실 앞에서
혹여나 누군가 있을까
미리 문을 열고 안을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후
출입문을 꼭 잠근다.
 
 
정말로 문이 잠긴지
두세 번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옷을 벗는다.
씻는 것 역시 여유롭지 못하다.
보통의 여자들이 씻는 속도로는
단 한 번도 씻어 본 적이 없다.
정말 딱 5
그 안에 모든 일을 해결하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었다.
 
 
샤워가 끝나자마자
머리를 몇 번 털고
몸을 닦고는 바로 옷을 입는다.
 
 
이렇듯 도둑샤워를 하는 것은
이곳이 남자기숙사이기 때문이다.
 
 
왜 여자가 남자기숙사에 사냐고?
 
 
모든 숨 쉬는 것에는 이유가 있듯
그것에도 이유가 있다.
 
 
만화나 영화를 보면
동경하는 대상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로맨틱한 이유로
성별을 숨기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이다.
 
 
말한다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살기위해서다.
 
 
솔직하게 말해
살아서 뭐하나 싶은
인생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기위해
남자행세를 하며 지내고 있다.
 
 
시커먼 남자들과 지내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시시때때로 과격하게 움직이는
남자들의 틈에서
잔 근육이 자연스레 생겼고,
장난에 실수로 맞아
코피가 난 적도 여러 번이다.
거기에 더운 여름에도
가슴에 압박붕대를 감아야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거기에 그 뿐인가?
한 달에 한 번은
정말이지 딱! 죽을 것만 같다.
 
 
야야야! 너네 그 얘기 들었어?”
 
 
비가 오는 체육시간
체육관의 보수공사로
자율학습 시간을 보내던 중
괴상한 이야기를 즐기는 한 녀석이
반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왜 시내 사거리 쪽에
폐 공장들 있는 곳 있잖아.
거기 귀신들이 득실댄다던데..
가 본 사람 있어?“
 
 
~ 나도 그 얘기
들어본 것 같아.”
 
 
게임해서 진사람 가볼래?”
 
 
~ 졸잼각!
12시에 가서 사진 찍어오기!“
 
 
몇 녀석이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 졸라 무서워.
난 안함
 
 
꼭 먼저 하자는
새끼가 걸리더라.”
 
 
에휴..
또 쓸데없는 짓 한다.
쟤들이 지금
귀신 무서운 걸 몰라서
저러고들 있지. 쯧쯧..
 
 
속으로 혀를 차며
다시 책에 집중하려는데
옆에 앉은 짝꿍이라는 녀석이
 
 
우리 사나이 ㅇㅇㅇ.
도전 함 해야지?“
 
 
이러고 있다. -_ -;
 
 
아니. 난 괜찮아.”
 
 
반장을 맡고 있는 이 녀석은
내 생각이 맞다면
내가 겉돌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고 있는 중이다.
 
 

에헤이- 또 빼고 있다.
무서우면 내가 같이 가줄게.“
 
 
..무섭긴~
남자가 뭘 그 정도로..”
 
 
~ 역시 ㅇㅇㅇ.
상남자!!!“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 여기 우리도 도전!”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가사는 누가 쓴 건지
천재임이 분명한 것 같다.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딱!
내가 걸려들었다.
 
 
기대할게!!
난 너 성공한다에 건다!!“
 
 
걸지 마 시키야!
에휴- 도움 안 되는 놈..
 
 
사실 녀석이
많이 챙겨주고는 있지만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녀석이 나서면
꼭 붉은 피를 보고야 만다.
 
 
이를 꽉 깨물고 대답한다.
 
 
고맙다.”
 
 

친구끼리 뭘 이 정도를 가지고..”
 
 
입술 집어넣어라.
- 잡아당기고 싶으니까..
 
 
 
 
.
.
.
 
 
 
 
반 아이들과 내기를 건
폐 공장에 가기로 한 금요일 저녁
원장수녀님의 호출에
기숙사로 들어가기 전
수녀원에 들린다.
 
 
면담실로 들어서자
언제나 늘 그랬듯
인자한 미소로 반겨주신다.
 
 
그래. 우리 ㅇㅇ..
지내기에 불편한 점은 없니?“
 
 
. 여러모로 신경써주셔서
불편한 점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샤워정도는
여기에 와서 해도 되는데..“
 
 
아니요.
오히려 제가 여기에
들락날락 거리는 게
보기에 더 안 좋을 거예요.
지금이 편해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수녀님은
10여 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의 친구다.
 
 
나의 모든 사정을 알고
이 학교에 입학 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분이다.
 
 
ㅇㅇ이가 이렇게
번듯하게 자라줘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네 어머니도 분명
천국에서 기뻐하실 게다.“
 
 
감사합니다.”
 
 
수녀님은 잠시 망설이시다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여신다.
 
 
알고 있겠지만
ㅇㅇ이 너는
백야의 나라에서 태어났단다.
그 이유는 밤이 너에게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밤늦게 돌아다니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줬으면 한다.“
 
 
순간 맘이 뜨끔거렸다.
뭔가를 알고 계신 걸까?
신경을 써주고 계시지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시진 않을테니
그냥 기우에서 하는 말이겠지.
 
 
수녀님을 걱정시킬 수는 없었다.
 
 
네 알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밤 외출 안하고 있어요.“
 
 
그래. 그건 내가 잘 알지.
한 가지만 더 당부하자.
너는 절대 빨간색을 조심해야한다.“
 
 
네 수녀님.
빨강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실제로 보면 무섭기도 하고..“
 
 
네 큰 짐을
덜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구나.
그래도 매일 널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수녀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며
큰 한숨을 뱉어낸다.
 
 
그리고 엄마가 물려주신
목걸이를 한 번 만지작거린다.
 
 
엄마..
저 보고 계세요?
 
 
딱 오늘 밤만 지켜주세요.
 
 
.
.
.
 
 
손에 들린 후레쉬에 의지하며
폐 공장으로 들어간 나는
서둘러 사진을 찍고 나온다.
 
 
뭐 별 것도 아니네.”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려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푸른빛을 내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누군가가 보였다.
 
 
뭐지?
몸에 뭘 달기라도 했나?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걸쳤던
노란색 레인 코트를 여미며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몸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남자는 한쪽 구석을 살피다
한숨을 쉬며 뭐라뭐라 중얼 거렸고
곧 아주 밝은 푸른빛이 일더니
어떤 검은 형상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뭐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어린 시절 봤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남자의 머리가 찰랑거렸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런데 참 이상했다.
그것이 무섭다기보다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어
한 발 내딛으려는데
발끝에 돌멩이가 걸려버린 건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남자가 몸을 일으키려는 게 보여
황급히 뒤돌아 달렸다.
 
 
.
.
.
 
 
 
너 어디 소속이야?”
너 어디 소속이야?”
 
 
두 사람의 색이
보인다고 말 하자
어디 소속이냐 묻는 둘에게
무슨 의미로 묻는 건지 몰라
나름의 대답을 한다.
 
 
무슨 소속을 말하는 건지
다니는 학교라면
상풀 고등학교 다녀요.“
 
 
소속 없어?
아직 들어가기 전 인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두 사람을 빤히 본다.
 
 
엑소시스트 아니야?”
 
 
엑소여?”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가수 얘기하는 건가?
 
 
가수 엑소 말고..
.,...
몰라?“
 
 
영화 제목인가?
들어본 것 같은데..
 
 
. ..”
 
 
모르겠다 말하자
두 사람은 다시 동시에 말한다.
 
 
우리 클럽 들자.”
우리랑 일할래?”
 
 
? 무슨...“
 
 
일단, -”
 
 
남자는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주변을 살피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나가자.
여기 근처에
커피 끝내주는데 있거든?
.. 학생이라 커피 안마시나?“
 
 
뭐래, 이 아저씨가..
암튼 나가자.
여기보단 좋겠지.“
 
 
둘의 말에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니 이 돼지우리 같은 곳은 뭐야?
 
 
뽀얗게 먼저가 앉은 책상이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서류들이
얼마나 청소를 안 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좀 더 둘러보려는데
나가자며 내 등을 떠미는 통에
내가 누웠던 침대인지 쇼파인지는
보지도 못한 채 나와야 했다.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를
못 마땅한 눈으로 지켜보던
또 다른 남자는
그의 몸을 감고 있는
이불 끝자락을 들어
먼지를 털어내듯 탈탈 털어버린다.
 
 
바닥과 조우한 남자는
허리를 부여잡고 신음하다
이내 도끼눈을 뜨며
으르렁 거린다.
 
 
아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그의 인상도
만만치 않았다.
 
 

니가 보기엔
뭐하는 짓인 것 같냐?“
 
 
진웅의 얼굴을 살핀 그는
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짜증 섞인 투정을 부린다.
 
 
나 오늘 새벽에 잤다고!!”
 
 
니가 뭘 하느라 새벽에 잤는데..”
 
 
좀 전의 당당함은
어디 가서 뭘 했냐는 질문에
금세 사라지고 그의 눈치를 살핀다.
 
 
아니, .. 이것저것..”
 
 
니가 하는 짓이 뻔하지.
PC방 아니면 만화방..“
 
 
정곡에 찔린 듯한 남자는
할 말이 없는 듯
시선을 돌리며 웃는다.
 
 


헤헤 뭐 잠깐..?”
 
 
너 진짜 이 일
할 생각은 있는 거야?
어영부영 시간 보내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거면
그냥 때려 쳐!!“
 
 
아 누가 안한대?
할거야!! 할건데..“
 
 
- 또 무슨 핑계를 대려고?
절제가 안 되느니
제어해 줄 사람을
먼저 찾는다느니
그런 말은 니가 양심이 있다면
하지 않는 게 맞을 거다.“
 
 
다시 한 번 정곡에 찔렸는지
남자는 마른 입맛을 다신다.
 
 
..
그래서 소식은 좀 있고?“
 
 
궁금하긴 하냐?”
 
 
비꼬듯 묻는 그에게 정색을 한다.
 
 
당연한 거 아냐?
내 일인데..“
 
 
그런 새끼가
사무실에 한 번을 안 나와?
넌 꼭 내가 잔소리를 해야
고개 한 번 내밀지?“
 
 
아니 잔소리인 걸 알면 좀
작작하고..
그래서 소식 있어, 없어.“
 
 
그는 약간의 기대감으로
대답을 기다리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있으면 내가 찾아 왔겠냐?”
 
 
하긴..
당장 텨 오라고
전화 잡아 돌렸겠지.“
 
 
작은 한숨을 쉬어내며
목을 긁적이다
자신의 방 구석구석을 살피며
청소 좀 하라는
그의 잔소리에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인데?“
 
 
뭐 별일은 아니고..”
 
 
별일이 아니라며
말투부터 바뀐 그의 태도에
창섭은 도끼눈부터 뜬다.
 
 


웃기시네.
노인네가 별일 아니라는 건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라는 뜻 일 텐데!“
 
 
귀찮은 일 아니야. 임마!”
 
 
뭔데 지금말해. 당장말해.
귀찮은 일이면 죽일 거야.“
 
 
허허~ 못하는 말이 없네.”
 
 
. 그래서 못하는 일도 없어.”
 
 
큰소리를 뻥뻥 치며
허세를 부리는 그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그는 본론을 꺼낸다.
 
 
사람을 하나 가르쳐야겠다.”
 
 
그는 자신이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냥
놀라며 되묻는다.
 
 
? 사람을.. ?”
 
 
가르치라고..”
 
 
내가?”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냐?”
 
 
사람을?”
 
 
그래! 사람을..”
 
 
.. 미쳤네.”
 
 
내가 안 미쳤으면
너랑 같이 일 한다고 했겠냐?“
 
 
,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지.”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
 
 
팔짱을 낀 상태로
턱을 만지며 고민하는 창섭이
못 마땅한 건지
진웅은 옷걸이에 아무렇게 걸려있던
티를 하나 집어 들어
그에게 던진다.
 
 
고민할 게 뭐 있어.
시키면 해야지.
 
옷 입어. 나가게..“
 
 
.
.
.
 
 
귀찮은 건 딱 질색인 창섭..
최대한 나가지 않으려 버티다
진웅에게 뒷목을 잡혀 끌려 나간다.
 
 
여자도 아닌 남자아이를
제 손으로 가르치라니..
 
 
아이가 있다는 커피숍에
도착한 두 사람은
티격태격 대며 안으로 들어선다.
 
 
급하게 누군가를 부르는
민석이의 목소리에
진웅이 달려가고
그 역시 잰 걸음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한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쓰러졌어요.”
 
 
~? 어디 아픈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장이랑 창섭이 보자마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우리를?
너 혹시 얘 알아?”
 
 
남의 일인 듯
먼발치에서 구경하던 창섭은
갑자기 난생 처음 보는
아이를 아냐 묻는 질문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 뭐라는 거야?
내가 얘를 어떻게 알아?“
 
 
.. 일단 너네 집으로 옮기자.”
 
 
?
아 왜~”
 
 
왜는 왜야 임마.
그럼 여기 그냥 둬?“
 
 
아 싫어!!
얘가 누군지 알고
우리 집에 데려가?“
 
 
.
.
.
 
 
개 끌려가듯
밖으로 끌려 나간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갑자기 쓰러졌다는 사람을
그것도 안면도 없는
남자를 제 집에 들인다니
입을 쭉- 내민 채
두 남자의 협박에 못 이겨
문을 여는 창섭.
 
 

짜증나.
길 가다 똥 밟아라!“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저주를 퍼부어 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아이가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침대를 대충 정리한 그는
민석이 아이를 눕히는 동안
냉장고에서 캔 음료를 두 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둔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쇼파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하며
허공을 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멍 때리는 것 같지만
사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중인 것이다.
 
 
왜 쓰러진 걸까?”
 
 
진웅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민석을 보며 물었다.
 
 
그게.. 나도 모르겠어요.
얘기를 하고 있다가
대장이 들어오고 있길래
그쪽을 쳐다봤거든..
 
그러니까 쟤도 그쪽을 봤겠지?
 
근데 갑자기 몸을 막
엄청 떠는 거예요.
사시나무 떨리듯이..“
 
 
갑자기 떨었다고?”
 
 
. 진짜 갑자기..
완전 달달달 떨었어.
그러더니 살려 달래요. 나한테..“
 
 
..”
 
 
살려달라고? ~?”
 
 
그건 저도 모르죠.”
 
 
너 뭐 협박했어?”
 
 
에이~ 내가?
도대체 뭐로?“
 
 
그건 그렇지.
니가 협박할 게 없지.“
 
 
그래서 재차 물었죠.
그랬더니 빨....빨간색
이러면서 쓰러졌어요.“
 
 
빨간색?”
 
 
창섭은 빨간색이라는
민석의 말에
허공에 머물렀던 시선을
그에게로 던졌고
그 역시 창섭을 슬쩍 보고는
다시 진웅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
살려달라고..
빨간색이라고 하면서
쓰러졌어요.“
 
 
미간을 구기던 창섭은
아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내가 저 아이를 알던가?
하지만 정말이지
처음 본 녀석이다.
 
 
나 보고 그런 건가?”
 
 
근데 그게 왜..?
쟤가 니 정체를
아는 것도 아닐 텐데..”
 
 
나야 모르지.”
 
 
너 진짜 쟤 몰라?”
 
 
!! 진짜 아까도 그러더니..
모른다고! 몰라!!
내가 남자애를 어떻게 알아?
거기다 고딩이라며!
내가 고딩을 어떻게 알아?“
 
 
좀처럼 자신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진웅에게
자신의 머릿속을
열어 보이고 싶은 심정으로
억울함을 토로하는데
민석은 잠깐만 이라는 말로
둘의 언쟁을 중단시킨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이번에 색을 본 게 처음이래요.
그러니까 색 있는 사람을 본 게
대장이 처음인 거죠.
그리고 쟤 올해 18살이래요.“
 
 
“18?”
 
 
? -! 18살이라고?
우리가 찾고 있는 애도
18살 아냐?
그럼 설마- 쟤가..?“
 
 
근데 쟤 남자애잖아.”
 
 
! 우리가 찾는 건 여자였지.”
 
 
혹시 잘 못된 정보일
가능성은 없어요?
나이랄지, 아님 성별이라던가..“
 
 
내가 알기론 절대 없어.
워낙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얻은 정보라.“
 
 
... 딱인데..”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물어봤어?”
 
 
아뇨. 물어보려는 순간에
들어오셔서..“
 
 
둘이 깊은 대화에 빠져있는 사이
창섭은 도대체 언제 간 건지
남자아이가 누워있는
침대 옆으로 가
ㅇㅇ을 내려다본다.
 
 
설마 얘 여자 아냐?
생긴 건 여자애 같기도 한데..
체구도 아담하니..
 
, 남자라면
여자로 안 태어난 게
다행이긴 하다.
안 그랬음 성형으로
큰 돈 쓸 뻔 했어.“
 
 
쯧쯧 거리며 고개를 가로 젓다가
진웅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입을 삐죽이며
제 뒤통수를 쓰다듬는다.
 
 
야 임마!
쟤 입고 있는 교복
남자학교거든?
그리고..
누가 누구 얼굴을 지적해?“
 
 
내가 왜? 나 정도면..“
 
 
너 정도면.. ?”
 
 
아냐. 됐어.”
 
 
빈정이 상한 듯
진웅의 팔을 쳐내며
옆으로 가려는데
ㅇㅇ이 깨어나는 듯
뒤척거린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서 깬 녀석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재빨리 침대에서 뛰어내려와
진웅의 뒤에 숨자
기가 막힌다는 듯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 너 뭐야?
왜 나보고 숨어?“
라며 헛웃음을 친다.
 
 
너 나 알아?”
 
 
진웅은 자신의 뒤춤을 잡은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고는
창섭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잠깐만 나가있어.”
 
 
?”
 
 
나가있으라고 잠깐만..”
 
 
- 여기 내 집이야.”
 
 
알아. 그러니까
잠깐만 나가있으라잖아.“
 
 
아 어이없어.”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의 남자는
 
 
내가 왜 내 집에서
나가야하는데?
? 세상천지에
이런 법이 어딨냐고.. ?
어딨어.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슬슬 발걸음을 문으로 옮기더니
이내 나가버린다.
 
 
진웅은 자신의 뒤춤을 잡은
손을 잡고 뒤로 돌아
ㅇㅇ의 얼굴을 살핀다.
 
 
괜찮아?”
 
 
겁에 질린 표정이지만
창섭이 나간 것에 안심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런지 물어봐도 돼?아니. 알아야겠다. 이건..”
 
 
단호한 그의 표정에
ㅇㅇ은 잠시 고민하다
힘겹게 입을 연다.
 
 
저 사람 누구예요?”
 
 
방금 나간 사람?”
 
 
.”
 
 
우리 동료야.
왜 그래?
저 사람 알아?“
 
 
아뇨.
아는 사람은 아니에요.”
 
 
근데 왜 숨었어?”
 
 
그게.. 저 사람
빨간색이라서..“
 
 
...”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민석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이해가 잘 안돼서 그러는데..
빨간색이 왜?“
 
 
자세히 말 할 순 없지만..
빨간색은 저한테
위험한 색이에요.“
 
 
위험한 색?”
 
 
.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색
 
 
, 트라 우마 이런 건가?”
 
 
. 비슷해요.”
 
 
다른 이유는 없고?
저 사람을 알아서 그런 다거나..”
 
 
. 전혀 몰라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래? 모른다는 거지.
그럼.. 내 얘기 좀 들어볼래?“
 
 
ㅇㅇ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에게 긍정의 눈빛을 보냈다.
 
 
저 사람, 절대 나쁜 사람 아니야.
그건 내가 보장하고
이 사람도 보장해.“
 
 
그는 옆에 서있던
민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표정은
장난을 치는 것인지
약간 오묘하다
 
 

마치 내가 왜?”라는 표정이랄까?
 
 
물론 우리가 오늘 처음만나서
신뢰도가 바닥이긴 하겠지만
쟤가 나쁜 새끼라면
우리도 같이 일 안 하지.
 
안 그러냐?“
 
 
진웅이 민석에게 묻자
그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당황한다.
 
 
? . 뭐 그렇죠.”
 
 
둘의 엇갈리는 모습에
진웅의 말처럼 신뢰감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ㅇㅇ이의 미심쩍은 표정을 보고는
진웅의 목소리와 행동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네 학교 그 뭐냐
그래! 상풀 고등학교.
거기 천주교 학교잖아.
신부님하고
수녀님들 계시고..
아침마다 기도하고..“
 
 
ㅇㅇ은 그런 진웅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거기 그 누구시냐
원장수녀님.
그래~ 그 미카엘 수녀님
엄청 잘 아는데..
잘 계시나?“
 
 
미카엘 수녀님을 아세요?”
 
 
본인이 아는 이름이 나오자
ㅇㅇ은 반색을 했고
그걸 놓치지 않은 진웅은
더 파고들었다.
 
 
당연히 잘 알지.
한때는 동네에서 같이 자랐어.
미카엘 원장수녀 이름이
ㅁㅁㅁ 아냐. 맞지?“
 
 
네 맞아요.”
 
 
ㅇㅇ은 원장수녀님을 안다는
진웅에게 자신의 엄마도 알고 있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문다.
 
 
암튼.. 너가 만약
우리랑 같이 한다면
밖에 있는 저 사람하고도
계속 마주쳐야해.
물론 아직 네가
결정을 하진 않았지만..“
 
 
ㅇㅇ은 고개를 슬쩍 가로저으며
같이할 생각이 없음을
슬쩍 내비치자
작전을 바꾸는 진웅.
 
 
겪어보지도 않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그리 옳지 않다고 생각 해.
 
일단 한 번 보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내가 바로 너 보내줄게.
어때?
한 번 만나라도 볼래?“
 
 
평소대로의 ㅇㅇ이었다면
빨간색이라면 치를 떨며
싫다고 했을 건데..
어제 밤부터 참 이상하다.
이 사람들이 신기하고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이래서 다들 사기를 당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ㅇㅇ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제 들어오라고 할게.”
 
 
.”
 
 
민석이 밖에 있던 창섭을 부르자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ㅇㅇ이의 귀에까지 들리도록
씩씩거리며 들어온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호통을 친다.
 
 
! 너 뭐하냐?”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든 그녀는
그의 개구진 표정에
빵 터져 웃는다.
 
 

으디서 으른을 어?
밑에서부터 보냐?
버릇없게?“
 
 
.. 못생겼어.
라고 ㅇㅇ은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웃긴 표정에
웃음이 터지려해
최대한 참아본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웃는 건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
 
 
뭐야-”
 
 
웃음을 참고 있는
ㅇㅇ을 본 창섭은
 
 
너 지금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하나 본데..
가서 씻고 와봐?
내가 지금 씻지도 못하고
이 늙은이한테
끌려 나갔다 와서 그렇지
내가 씻으면.. ?“
 
 
마치 ㅇㅇ의 속마음을
읽은 냥 속사포로
본인의 진심을 말한다.
 
 
푸하하하~”
 
 
그 모습에 ㅇㅇ
본인이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를 보고 정신을 잃은 것도
잊은 채 배를 부여잡고 웃는다.
 
 
어쭈~?
! 여자처럼 웃으면
누가 봐 줄지 알아?
기지배처럼 생겨가지고~


! 너 아주 내가 어?
엄청 혹독하게 가르칠 거야
알겠어?“
 
 
여자처럼 웃는다 말하는
창섭의 말에도
ㅇㅇ은 잠시 움찔거릴 뿐
웃음을 멈추진 못했다.
 
 
.. 그래! 웃어라 웃어!
언젠간 니가 웃는 만큼
울게 만들어 주맛!!


디져써! 너는 이제~“
 
 
겨우 정신을 추스른 ㅇㅇ
또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최대한 억누른다.
 
 
죄송한데요,
아직 결정 안 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야?
같이 안한다고?“
 
 
아직 우리랑 같이 하겠다고
결정 안 했어.“
 
 
뭐야, 근데 왜 데려왔어?”
 
 
일단 인사부터 시키려고..”
 
 
진웅의 말에
창섭은 힘이 빠진 듯
고개를 푹 숙인다.
 
 
숨을 고르는 듯
크게 숨을 몇 번 내쉬던 그는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킥킥대며 웃던 ㅇㅇ
차가운 그의 표정에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뭐야 그럼.
동료도 아닌
이런 어린새끼한테
내가 지금 뭘 한 건데?“
 
 
ㅇㅇ은 그를 보며
극명한 온도차를 느꼈다.
언뜻 살기 같은 것도
느껴졌던 것 같다.
 
 

 
 
ㅇㅇ을 한번 흘겨보며
밖으로 나가는 창섭을
아무도 잡지 않았다.
 
 
괜찮아.
아주 잠깐 삐진 거야.“
 
 
얼어있는 ㅇㅇ에게
민석이 다가섰다.
 
 
아까는 쟤가 좀 뭐냐..
병신 같았겠지만
저렇게 자기 동료는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이야.“
 
 
그는 창섭이 나간
문을 한 번 보며
ㅇㅇ에게 말했다.
 
 
니가 아직 어려서
알지는 모르겠지만
동료를 아끼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어.
 
어때, 같이 해볼래?
물론 엄청 힘들 거야.
많이 어렵고..
네가 안 한다고 해도
우리랑 상관은 없어.“
 
 
그는 아까와는 다르게
담담하지만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네가 가진 능력..
그거 가지고는 보통 사람처럼
생활 못 할 거야.
아니지, 할 수는 있겠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결국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엑소시스트 클럽을
찾게 될 거야.
혹은 그들이 먼저 알아보고
너를 영입하려고 하겠지.
 
보통의 능력은 아니니까 말야.“
 
 
ㅇㅇ은 민석과 진웅을 번갈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진다.
 
 
이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
만난 지 고작 하루도 되지
않은 사람들을..
 
 
거기에 빨간빛을 띄는
그 사람도 있는 곳인데..
 
 
급하게 결정 할 필요는 없어.
고민이 된다면
좀 더 고민해도 좋아.
 
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제 시작된 능력이라면
한꺼번에 밀려오는 힘을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ㅇㅇ
진웅을 보며 묻는다.
 
 
미카엘 수녀님하고
아신다고 했죠.“
 
 
? ..! 알지.
엄청 알지 내가..”
 
 
미카엘 수녀님하고
만나주실 수 있어요?
같이 고민하고 싶어서요.“
 
 
ㅇㅇ의 질문에 진웅은
꽤나 당황한 표정이다.
 
 
..? .. 그래.
만난 지 꽤 오래 되긴 했지만
..! 한 번 찾아갈게.“
 
 
내일 주일이라 바쁘실 테니까
지금 가시는 건 어때요?“
 
 
? ..?
내가 지금.. 아마 할 일이-“
 
 
그가 없는 손목의 시계를 찾으며
할 일을 찾자
민석이 대신 대답해준다.
 
 
대장 오늘 할 일 없어.
다녀 와.“
 
 
? 그래. 내가 할 일이 없지.
마침 할 일이 없네. 하하하.
민석이도 할 일 없으니까
같이 가자. 같이.”
 
 
아니? 난 할 일 있는데?”
 
 
이빨 까지 마.
같이 안 가면 죽일 거야.“
 
 
에휴.. 그래. 가자. !”
 
 
 
 

 
 
 
 
학교에 들어서며
어제 나오기 전 신청했던
외박 계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여나 내가 기절 할 경우에
대비해 쓴 건데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기절을 하다니..
 
 
두 사람을 데리고
원장수녀님실에 들어서자
미카엘 수녀님은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분은..”
 
 
..하하. 오랜만이지.
미카엘..“
 
 
여기에 어떻게..
ㅇㅇ이 네가 모셔왔니?“
 
 
. 어쩌다 만나게 됐는데
원장 수녀님을 안다고 해서요.“
 
 
그래. 알다마다..
엄청나게 오랜만이구나.“
 
 
원장수녀님은 오묘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잠시 옛 생각을 하시는 건지
멍하니 아저씨를 보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좀 앉으세요.“
 
의자를 가리켜 앉으라고 말하며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며 묻는다.
 
 
차 뭐로 하시겠어요?
여전히 커피 좋아하세요?“
 
 
그렇지 뭐.”
 
 
같이 오신 형제님께서는
뭐로 하시겠어요?
허브티와 그린티도 있는데..“
 
 
저도 커피주세요.”
 
 
찻잔을 준비하는
달그락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ㅇㅇ이는 허브티 괜찮지?”
 
 
.”
 
 
자애로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으며
수녀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벌써 십여 년이 넘은 것 같죠?“
 
 
..하하. 그렇지?
근데 나는 가끔 봤어.
이 근처에 올 일이 자주 있어서.“
 
 
어머 그러셨어요?
인사라도 좀 해주시지.“
 
 
.. 뭐 그때마다
그리 좋은 일로 온 건 아니어서..“
 
 
그래서 무슨 일로..”
 
 
..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망설이는 것 같은 모습이기에
먼저 나서서 말을 전한다.
 
 
이 두 분이 저랑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전 들어도 잘 모르겠고
수녀님하고 같이
고민해보고 싶어요.“
 
 
..하하.
애가 아주 똑 부러져.
말을 잘하네.“
 
 
수녀님은 마치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은 듯
이마가 슬쩍 찡그려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표정이 밝아진다.
 
 
이 후의 이야기는
ㅇㅇ이가 없는 곳에서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수녀님의 말씀에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왠지 어른들의 대화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그럼 이만
기숙사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 그럴래?”
 
 
.”
 
 
수녀원 밖으로 나와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엑소시스트..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걸까?
 
 
무엇보다 그 빨갱이..
정말 괜찮은 거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품이 나오는 듯 해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숙사를 향하는데
 
 
~ 꼬맹이!!”
 
 
뒤에서 누군가
꼬맹이를 찾고 있었다.
난 꼬맹이가 아니지만
들리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돌아보니
 
 
저거저거 아까 그 꼬맹이 맞어.
맞을 거야. 맞어.“
 
 

맞네~! 맞구만!!”
 
 
헛소리를 지껄이는
그가 서있었다.
 
 
... ..
지금 뭐라고 했어요?“
 
 
뭐 임마~
! 너 일롸바!!“
 
 
- 뭐라는 거야?
아까 그렇게 신경질을 내놓고
나보고 오라고?
 
 
할 말 있는 사람이 오시죠?”
 
 
뭐라고?
나보고 오라고?“
 
 
볼 일 있는 사람이 와야지.
왜 오라가라예요?“
 
 
사실 아까처럼 화를 낼까봐
좀 쫄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왠지 지기 싫었다.
 
 
!!! 이눔 시키가..”
 
 
....뭐요!!!”
 
 
내가 오라면
안 갈 줄 알아?”
 
 
그는 저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딱 섰다.
 
 
내가 할 말이 있으니 온 거야.

할 말 없었으면 국물도 없어!“
 
 
그의 표정과 뻔뻔한 말투에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꾹 참는다.
그때는 왠지 웃으면
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뭔데요. 할 말 해봐요.”
 
 
-, 나 땜에
안 한다고 한 거야?“
 
 
뭘요?”
 
 
이 일 말이야.
나 땜에 안 한다고 한 거냐고,
딴 데 갈 거야? ? 그래?“
 
 
그렇다면요?”
 
 
묻는 질문에 그는 입을 꾹 닫고
한참을 뜸들이더니
 
 
그럼 내가 그만 둘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들려왔다.
 
 
?”
 
 
내가 그만 둘 테니까
여기서 같이 하라고.
저 사람들이랑..“
 
 
왜요?”
 
 
왜긴 왜야.
들어보니까 너 색 본다며..
그런 능력 있는 거
아무나 있는 거 아냐.
이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고.
여기는 뭐 내가 없어도
별 상관도 없고.
뭐 사실 내가 짐이기도 하지만..“
 
 
...
 
 
그는 끝말을 흐리며
약간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호통을 친다.
 
 
아무튼!!
여기에서 그냥 해.
여기만큼 좋은 사람들 없어.
딴 데 가면 너 이상한데
쓸지도 몰라.
망가질지도 모른다고~
이 멍충아!“
 
 
그의 짐이라는 말은
마치 내 상태와도 같다 느꼈다.
나야 말로 아무 쓸모없는
짐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저씨 때문인 거..”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냥 있..
 
뭐라고?“
 
 
안 하려는 거
아니라고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뭐요?”
 
 
너 지금 나 뭐라고 불렀냐?”
 
 
안 불렀는데요?”
 
 
웃기지 마!!
내가 지금 귀가
얼마나 밝은지 알아?
완전 똑바로 들었는데에?
? ~~~~?“
 
 
-”
 
 
아니 여기는 뭐 이렇게
아저씨라는 단어 민감하지?
 
 
웃어?”
 
 
아니.. 큭큭큭
그럼 아저씨를 아저씨라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이 시키가 진짜..”
 
 
아 배아파.. 큭큭큭큭큭
 
 
! 너는 안 늙을 것 같지?
? ? 아저씨 소리
안 들을 것 같지?
 
우리나라에는 말이야
이라는
아주 젊고 싱싱한 느낌의
단어가 있거든?“
 
 
푸하학~ 형이래
큭큭큭
 
 

그만 웃어 이 새끼야.”
 
 
..”
 
 
더 이상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그의 표정에
웃음이 쏙 들어간다.
 
 
아무튼 안 하려는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니라면 됐는데
웬만하면 그냥 해라.
 
그대로는 못 살아. ..
 
아니면 정말 쎈
엑소시스트를 찾아서
그 사람 옆에 두고 살던가.
 
그게 바로 김민석 같은
싸가지 이긴 하지만..“
 
 
그 얘길 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 온 건가?
 
 
고마워요.”
 
 
?”
 
 
고맙다는 말에 그는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화들짝 놀란다.
 
 
고맙다고요.
일부러 찾아와 줘서..“
 
 
뭐래! 이 미친놈아!
아후~ 난 갈게..“
 
 
그는 두 팔을 손으로 감싸며
앞으로 뛰어갔다.
 
 
- 나더러 미친놈이래.
 
 
난생 처음 욕을 들어봤다.
역시 빨갱이는 나에게
위험한 존재 인 건가?
 
 
근데 왜지?
자꾸만 웃음이 나는 이유가?
 
 
아까 두 사람의 말처럼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왜 하필 빨간색일까..?
 
 
하나의 점이되어
사라지는 그를 잠시 보다
발길을 다시 기숙사로 돌리려는데
두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수녀원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나를 발견하고는 어색하게
인상을 푸는 것이 보였다.
 
 
.. 아직 여기 있었니?”
 
 
..
벌써 얘기가 끝났어요?“
 
 
. 그래.”
 
 
뭐라고 하시던가요?”
 
 
수녀님의 의견이 궁금해 묻자
진웅은 억지로 웃던 얼굴이
점점 경직되어갔다.
 
 
반대하신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왜요?”
 
 
이 일이 위험하다고
그렇게 판단하셨겠지.“
 
 
그런데, 네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긴 하더라.
네가 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대.
넌 어떠니?“
 
 
일말의 희망이 걸린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는 진웅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애처롭게 느껴졌다.
 
 
잠시 고민하던 ㅇㅇ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돕고 싶어요.
그런데 정말 제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럼 오늘까진 고민하고
내일 대답 해줄래?“
 
 
. 조금만 더 고민해볼게요.”
 
 
걱정스러웠던 표정에서
조금은 밝아진 그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그런 의미에서
번호 좀 알려줘.“
 
 
.. 번호.
난 핸드폰이 없는데..
 
 
저 핸드폰 없는데..”
 
 
?
요즘 핸드폰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딱히, 연락할 곳도 없고
올 곳도 없어서..
필요하다고 느낀 적 없어요.“
 
 
- 요즘 애들 같지 않네.”
 
 
저한테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전화를 드릴게요.“
 
 
그들이 적어준 종이를
책상에 내려두고
잠시 빤히 바라본다.
 
 
그때는 몰랐다.
나의 이 작은 망설임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리라고는..


.
.
.

※만든이 : 불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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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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