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직구 02 (by. 겨울날)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 학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장애우 전용 화장실이라고 표기되어있어서 그런지
습관처럼 장애우라고 작성했더군요,
좋은 뜻이 담긴 말인 줄 알고 살아왔지만
오히려 차별을 부를 수 있는 말이라고 하니
앞으로는 더 알아보고 조심해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현실성 1도 없습니다.
실제로 저런 남자가 있는 것을 보긴 했지만
얼굴이 우리의 경수가 아니에요 젠장!
하지만 그 분은 참 좋은 분이죠...
 
────────────────
<내 마음에 직구>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내 마음에 직구
야구부 그 소년
 
 
w. 겨울날
 
 
Ep. 2 : 스트라이크
 
 
 
* * *
 
 
 
학교로 돌아온 내 뒤통수에 붙여져 있는 큰 반창고를 보고
많은 애들이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
특히 같이 다니는 친구들의 표정은 거의 울상이었다.
그 울상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친구에게 느낀 감동이었다.
나는 진짜 친구가 없었구나,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도
어차피 학생 수도 많지 않고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려 공부만 했더니
자연스레 소외되었는데 그 외로움과 빈자리가 채워지니
행복하다는 것을 이 친구들로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업이 시작되자 다들 자리로 돌아갔고
어쩔 수 없이 2학기 중간고사를 위해
다시 펜을 잡고 열심히 필기를 시작했다.
필기만 열심히 시작할 뿐 진짜 머리를 맞고 어떻게 됐는지
어디를 봐도 도경수의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빠진 거야?
내 자신이 이렇게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자꾸 그 남자애만 생각났다.
필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공책 한 구석에는
도경수 이름 세 글자를 적고 있고
그림도 잘 못 그리면서 그 애의 특징을 가득 담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
 
 
설마 공부하는 짝한테 신경 쓰이게 한 건가
괜히 쪽팔려서 아무 말도 못 하고 풀썩 엎드려 버렸다.
그러자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얼른 달려와서는
 
 

 
 
전학생 괜찮니? 혹시 머리가 또 아픈거야?”
 
.. 괜찮아요!”
 
혹시나 아프면 꼭 양호실 가서 쉬거라
 
진짜 괜찮아요 수업 계속 해주세요
 
 

 
 
“... ...”
 
 
머리를 세게 맞았던 환자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사소한 내 행동에 옆자리 짝이 기분 나빠 할 것을
모르고 있었다, 분명 내가 굉장히 시끄러웠겠지
안 그래도 다들 전학생인 나를 싫어하는 눈치인데
옆 자리 짝의 표정으로 보아 
더 조용히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근데 충분히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왜 내가 기가 죽어?
가만히 생각하니 억울해서 보란 듯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다시 필기를 시작했는데 또 칠판에 그 애의 얼굴이 그려진다.
ㅇㅇㅇ 진짜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그렇게 남은 수업을 듣고 끝난 7교시
 
 

 
 
아까 봤데이 야구부 머스마
 
 

 
 
내가 말하지 말라했잖아!”
 
 
어디서 둘이 같이 있는 것을 본 건지는 몰라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내가 야구부 얘기를 꺼낸 이유
 
 

 
 
오늘은 아프니까 야자하지 말고 집에 가
그러다가 뒤통수 덧날 수도 있어
 
수정아 고마워...”
 
 

 
 
푹 안 쉬고 오면 딱지 뜯어버릴 거야
 
 
소름 돋는 신혜의 츤데레식 걱정
하지만 마음으로는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고 있기에
저런 섬뜩한 걱정도 마냥 좋지만 하다.
 
 
신혜야 아이스크림 맛있었어
 
 

 
 
약간 웃은 건가? 웃은 거지 저거?
역시 츤데레 여신, 친구들의 애정 섞인 걱정을 받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나저나 우리 반이 종례를 조금 늦게 한 느낌인데
설마 기다리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교문을 향해 뛰었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도중 
왠지 위태롭다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항상 비실거리는 발목을 믿은 내가 바보였다.
옆으로 빙그르르 꺾여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할 때
어찌 된 일인지 교문이 아니라 계단 나보다 조금 위에서
그 남자애가 팔을 잡아 당겨주었다.
 
 

 
 
그렇게 뛰면 위험한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아니 우연이 아니라 인연일까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계단에서 만난건지
그것도 중앙 계단에서 딱 마주친 건지 묘했다.
 
내 어깨를 잡아 바로 세워주고서는 그대로 손을 내려
내 손과 맞닿게 잡고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도록 유도했다.
괜히 보고 싶어 빠르게 달렸던 내가 바보 같았다.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보고 싶어도 그렇지
계단에서 그렇게 무모하게 뛰어 내려가다니 창피했다.
 
또 머리 다치면 다음엔 책임 안 진다?”
 
“... ...”
 
 

 
 
농담이야 가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 * *
 
 
 
하교 하는 중에도 맞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사한 집이
 학교와 굉장히 가깝다는 것
괜히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어서 길을 잘 모르는 척
근처를 빙빙 돌고 싶었지만 전학가기 전 방학 동안
이 주변은 샅샅이 다녀봐서 너무나도 익숙한 게 흠이었다.
 
 
손 계속 잡고 있어도 괜찮아?”
 
 
원래 손을 잡는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것 이었나
아무래도 투수다 보니 손에 굳은살이 박힌 느낌이었지만
굳은살이 깊게 박힌 손 치고는 굉장히 보송하고 부드러웠다.
얼핏 내려 봐도 뽀얀 손이 보송함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근데 주로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인데
어찌 피부는 아기궁둥이 같이 뽀얗고 빵실한지
더 친해지고 나면 만져도 좋을까 싶었다.
 
 
근데 원래 손 잘 잡고 그래?”
 
 

 
 
아니 절대!”
 
 
안 그래도 눈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황하니까 눈이 더 커져서 동그래졌다.
 
아무래도 서울 애들은 더 개방적이고 스킨쉽이 잦을거라는
그저 닫혀있던 나의 편견이겠지
처음 와서는 시장도 재래시장이 있는 줄 모르고
그냥 다들 이름 있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사는 줄 알았으니...
 
 
아니 그러니까...
내가 첫눈에 반해서 그래
 
아 그렇구나... ?”
 
 
역시 학교에서 촉망받는 투수 아니랄까봐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심장에 직구를 맞고 말았다.
그냥 나 혼자 첫 눈에 반해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심장 폭격을 맞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표정은 또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신경 쓰고 싶은데 그저 당황스러운 뿐이다.
 
 

 
 
표정 풀어
 
“... ...”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나도 처음 보고 반했던 지라 할 말은 없었지만
내가 그 대상자라니,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그래서 들이댈 예정이야 그래도 되는 거지?”
 
 
세상에나, 이거 꿈이야 생시야 진짜야?
나는 좋아하고 있다 라던가 첫눈에 반했다 라던가
절대로 입 밖으로 못 꺼낼 말인데, 그 말을 술술 잘 하는
그 애를 보니 왠지 부러우면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누굴 좋아해보는 건데 혹시 금방
나에 대한 마음이 식어버리는 건 아닌지
아니면 장난인데 끝까지 속이려고 웃고 있는 건지
 
 
.. 우리 집 거의 다 왔어
 
머리 소독 꼭 하고, 약 잘 바르고
 
 
왜 이렇게 말이 퉁명스럽게 나오는 건지
혹시나 실망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런 기색 하나도 없이 손을 열심히 흔드는 그 애였다.
 
 

 
 
내일 봐
 
 
아 어떡해 심장이 너무 떨려서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다.
진짜 쟤는 괜히 공을 잘 던지는 것이 아니다.
아니면 내가 머리를 너무 세게 맞아서 만들어낸 망상인가
눈가를 몇 번 이나 비벼도, 멀리서 팔을 흔드는 그 애는
분명 실체가, 진짜인 게 틀림없었다.
 
 
심장 떨려, 진짜 미쳤나봐
 
 
 
.
 
.
 
.
 
 
 

 
 
바보야 처음에 그렇게 들이대면
다들 부담스러워 한다니까?“
 
뭐래 여친도 없는 게
 
천천히 알아가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너 걔가 뭘 좋아하고 어떤 성격인지 알아?“
 
배려심 많고 착하더라고 수줍음도 많고
무엇보다 귀여워...“
 
 

 
 
그 콩깍지 얼마나 가나 보자
 
백년 만년 갈 건데?”
 
 
 
* * *
 
 
 
밤새 너무 생각이 많아 잠을 설쳤다.
안 그래도 야자를 못하고 집에 온 지라 남은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자꾸만 천장에는 도경수의 얼굴이 그려지고
마치 학교에 있을 때랑 증상이 비슷했다.
 
잠 안 자면 공부도 잘 안 되는데, 망했다.
오늘은 최대한 필기라도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며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니
 역시나 다크써클이 가관이었다.
 
어차피 잠도 못 잔 거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붙어있는 반창고를 떼고서 머리를 감았다
샴푸가 닿자마자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는 상처
가족들 다 자는데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혹시라도 등교를 하다 그 애를 마주치게 될 까봐
안 그래도 유산국 터져 기름 좔좔 흐르는 머리와 얼굴
들키는 것 보다는 고통을 참는 게 낫다고 판단해
이를 악 물고 머리를 빡빡 감았다.
 
그래도 혹시나 감염이 될까 머리를 바로 말리고
병원에서 준 연고를 혼자서 바르는데 
또 아파서 저승 갈 뻔 했다.
그 후에 준비를 하려는데 보이는
 거울 속 내 얼굴의 다크써클...
 
평소에 화장이랍시고 선크림만 바르고 밖으로 나갔었다.
처음으로 시내에 놀러 갈 때를 제외하고
비비크림, 파운데이션이라는 것을 
한 번도 발라본 적이 없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다크써클을 가리려고 파운데이션을 발랐다.
아무래도 파운데이션은 커버력이 높다보니
다크써클은 가려지지만 자연스럽지 않아
 화장한 티가 많이 났다.
 
딱히 학교 규정 상 색조 화장이 아닌 이상
피부화장은 징계를 내리거나 잡거나 하지는 않는데
만약에 누군가가 날 보면 신경 썼다고 생각할까봐
아니 사실이라 할 말은 없는데
도경수가 나를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괜히 겁이 나서 클렌징 티슈로 대충 얼굴을 지웠다.
 
대충 지웠으니 조금은 남아있어
 얼굴이 화사해보이긴 하는데
주체할 수 없는 다크써클이 굉장한 흠이었다.
 
 
망했어...”
 
딸 학교는 괜찮니? 많이 피곤해 보이네
 
 
어느새 가족들이 일어날 시간이 된 건지
 
 
학교 다니는 게 다 거기서 거기죠
다녀오겠습니다
 
잠깐 이거 사과즙이랑 가다가 뭐라도 사먹어
 
점심 먹으면 돼요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몰골이 심각한가보다,
엄마까지 피곤한 걸 알아볼 정도면
이런 몰골을 절대로 그 애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걸
진짜 만약에라도 등굣길에
 그 애를 마주치면 어쩌나 하고
최대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숨기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데
 
 
머리 반창고 떼서 버렸어?”
 
.. 뭐야
 
 
잠을 자지 못해 아직까지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이는 건지
아니면 너무 보고 싶어서 하늘이 소원을 이뤄준 건지
손을 휙휙 저으니 그대로 잡는 것으로 보아
아마 후자가 맞는 것 같아 마냥 행복했다.
 
그게 아니잖아 젠장, 내 몰골을 들켜버리면 안되는데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넘겨주는데 그 손길이 너무 황홀해
초췌한 몰골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세상에나 손에서 좋은 향기 나는 것 같아
이건 콩깍지인지 진짜로 좋은 향기가 나는 건지 헷갈렸다.
 
 

 
 
그렇게 가까우면 설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고개를 살짝 돌려 손바닥에
코를 바짝 붙이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미쳤어 ㅇㅇㅇ, 언제부터 이런 변태가 된 거야
부끄러워 고개를 확 뒤로 빼버리니 허공에 손만 남아있어
그 손을 꾹 잡아 내려주었다. 아 놓기 싫다.
 
내 맘을 읽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대로 꼭 잡아
옆에 나란히 서서는 학교로 나를 이끄는 경수
 
 
혹시 나 기다린 거야?”
 
아니 그냥 지나가는 길이고, 또 가까운데 살고
... 미안해 사실 거짓말이야
 
 

 
 
기다렸어
 
 
세상에나 심장이 쿵 하고 저 멀리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시간이 멈춘 기분이었지만
 아무래도 집이랑 학교가 가깝다보니
그 멈춘 기분조차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동안의 거리가 너무 짧아서 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손만 꾹꾹 잡았다.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전하진 않았지만 
그냥 나름의 마음 표현이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 주위의 시선이 우려되어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꾹 잡아 손을 빼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게 쥔 것처럼 손이 하얘지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꼼지락대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건 절대로 손을 놓기 싫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괜히 부끄러워 주위를 둘러보니 남녀 분반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같이 등교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전에 다니던 학교가 여고라서 그런지
남자를 보려면 멀리까지 가야 해서 다들 없었구나...
 
 
점심 같이 먹자, 아 친구들이랑 먹어야 하지?
그러면 점심시간에 야구장에서 보자
 
 
세심해라. 어쩜 이렇게 생각도 많고 세심할까
 
 
나는 9반이야 2반이지?
수업 잘 들어!“
 
..!”
 
 
같은 층 이지만 서로 반대의 코너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교실이 멀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만약에 합반이었다면 수업도 같이 듣고, 무언가를 같이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그럴 수 있었을 텐데
 
 

 
 
아주 깨가 떨어진다
 
...”
 
안다 이건 썸이다
 
 
썸은 무슨 안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썸이래 말도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남들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게
그 사실이 너무 좋아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역시 좋아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인 건가
 
 
웃는 거 봐라~”
 
아니야!”
 
다 안다
 
 
 
* * *
 
 
 
극성인 내 친구들은 내가 병원에 실려 가고 난 후에
넓은 운동장을 한 명에게 맡긴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따지기 시작했고
 동아리 탈퇴라는 결과를 얻어내었다.
그 후 내 재능을 본 적도 없으면서 
서로의 동아리에 오길 바랐고
그들이 속한 육상, 밴드, 합창부에는 
절대로 들 수가 없는 실력이라
그 제안을 거절하고 선생님의 강제 배정으로
의도치 않게 엄청나게 쌩뚱맞은 댄스부로 배정이 되었다.
 
안 그래도 댄스부 인원 부족으로 사람이 없는 참이었고
평소 잘 움직이지 않아 근육이 없어 보인다는
담임선생님의 확고한 의견이었다.
그러면 뭐하나 춤이란 것을 한 번도 춘 적이 없는데
그저 중학교 때 했던 새천년 체조가 전부인 게 흠이었다.
 
바쁜 오전이 지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점심
이 점심시간만 끝나면 드디어 경수를 볼 수 있는 건가
나는 그 생각에 마냥 기분이 좋았지만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심각했다.
선생님께서 멋대로 정해주신 내 동아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거기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지
또 선생님에게 어떤 항의가 갈지 몰라서
그냥 조용히 급식을 먹고서 먼저 가본다며 빠르게 빠져나왔다.
내 생각해주는 건 정말로 고맙지만 가끔은 뭔가 무섭다니까..
마치 실수로 맞아서 다쳤는데 그 때린 애를
찾아서 혼내려는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았다.
 
경수를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장으로 향하니 역시나 야구부원들은 연습을 하고 있었고
저 멀리서 대체 뭘 하는 건지 코치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머리를 강제로 쓰다듬여 지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역시 예쁨을 받는 구나, 경수를 쓰다듬는 남자의 표정은
굉장히 경수를 아낀다는 듯이 애정 어린 장난스런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지
그냥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나를 발견했는지 손을 흔드는 경수였다.
 
 

 
 
왔어?”
 
뭐야, 여자친구?”
 
아직은 아니거든요?”
 
 
아직은 이래, 심장 폭격 당해서 야구방망이 부술 뻔 했다.
경수는 내 옆으로 바짝 걸어와서 내 손을 꼭 잡았다.
가만 보면 이상하게 손을 자연스레 잘 잡는단 말이야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손 잘 잡고 그러는 건가
이런 사소한 행동도 나를 위해서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건가
 
 
자 이거
 
 
경수가 내게 내민 건, 저번에 공에 맞아 다 먹지 못한
신혜가 줬던 아이스크림과 똑같은 스크류바 였다.
사준다고 했었는데 기억하고 진짜로 손에 쥐어줄 줄이야
게다가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내 손에서
스크류바를 가져가 껍질까지 까서 막대에 돌돌 말아 주었다.
 
 
조금 일찍 사서 흐를지도 몰라
 
고마워...”
 
 

 
 
“... ...”
 
요올 빡세~ 도경수 여친 데려왔다
 

 
 
아직 아니라니까!”
 
그러면 도경수 썸녀?”
 
 
낯간지럽게 짓궂은 경수와 같은 부원 친구의 말에
아무런 부끄럼도 티낼 새가 없었다.
야구부원과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 여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자가 내 짝이라는 것과 나를 보는 눈빛이
경멸과 증오에 가득 차 있다는 것.
 
누가 봐도 내 짝은 경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었다.
 
 
같은 반이지? 우리 부 홍일점 매니저
 
 

 
 
반갑네 전학생?”
 
 
아무리 봐도 전혀 반가워 보이지를 않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경수와 맞잡은 손이 미안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선생님이 자리를 바꾼다 하기 전 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계속
 불편할 예정일 것 같았다.
 
 
안녕...? 후우
 
 

 
 
어디 불편해? 또 머리 아파?”
 
 
인사 후에 한숨을 쉬니 
내 어깨를 잡고는 걱정하는 경수였다.
이렇게 자상한데 이런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이상한거지
고개를 조금 도리질 하며 경수가 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지금 짝의 눈에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가자 데려다 줄게
 
 
 
.
 
.
 
.
 
 
 
도경수가 저런 말도 할 줄 알았어?”
 
 

 
 
그러게...?”

.
.
.

※만든이 : 겨울날님

────────────────
<내 마음에 직구>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