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11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께>
 
BGM과 함께하시면 더 좋습니다!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11
 
 
 
 
BGM: 이지형- 산책
 


 
끈적한 습기를 머금은
후텁지근한 바람이,
더위에 지친 우리의 살갗을 훑고 지나갔다.
 
석식이 맛이 없다고 말하기엔,
우리 학교 급식은 퀄리티가
꽤 괜찮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단순히 더위를 먹은 탓에
입맛을 잃은 우리는 바로 매점으로 향했고,
쭈쭈바를 입에 하나씩 물고 교실로 향했다.
 
 

오늘 저녁 스파게티였는데,
왜 많이 못 먹겠는지.”
 
 
그러니까 날이 더우니까,
시원한 것만 땡긴다. 그치?”
 
 

으어, 더워.”
 
 
거의 좀비 목소리에 가깝게 갈라진
목소리를 뽑아내던 수정이는,
 
 

어머! 우리 자기네?”
 
 
제 교복치마 주머니에서
굵직하게 울리는 진동소리에
상대방을 확인하더니,
이내 상큼한 목소리로 금세 바뀌었다.
 
 

, 자기야!”
 
 
그녀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통화버튼을 누르고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몸을 배배 꼬아가며
말을 꺼내기 바빠 보였다.
 
 
부러우면 지는 거랬는데,
참 잘 어울리는커플이긴 한데.
 
 
뭐 한편으로는 좀.
그래, 부럽기도 하네.
 
 
단번에 이야기 나눌 상대를 잃은 나는,
내 손에 쥐어진 쭈쭈바를 먹는데
전념하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교실에 도착해서는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교과서와 문제집을 챙기고 있는데,
 
 

ㅇㅇㅇ! 나왔다.”
 
 
교실 뒷문에서 제법 신이난 목소리로
누군가 나를 불러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양손에 두둑이
먹을 음식을 들고 나타난 백현이었다.
 
 

또 저녁 먹는 둥
마는 둥 했지?”
 
 
내손에 들린 쭈쭈바를 쳐다보더니,
살짝 눈살을 찌푸리는 그였다.
 
 
아닌데?
나 밥 완-전 많이 먹고
지금 후식 먹는 건데?”
 
 
오버 섞인 내 이야기에,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 그래?
난 저녁 조금 먹었을까봐,
빵 사왔는데.
 

그럼 이 빵은 필요 없겠네.
이걸누구한테, 줘야하나?”
 
 
내가 참 좋아하는 빵과 딸기우유를
내 앞에서 흔들어 보인다.
 
 
비닐과 내용물이 부딪치면서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말없이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빵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
나도 모르게 입안에 고인 침을
소리가 날 정도로 꿀꺽- 삼켜버렸다.
 
 

- 받아!”
 
 
백현이는 내 앞에
자신이 들고 온 빵과 우유를
내게 내밀었다.
 
이번만큼은 안 받아야지-라고
마음먹었던 내 생각과 달리,
어느새 내 손은 벌써
그 음식들에게 마중을 나가있었다.
 
 
신속하게 빵 봉지를 뜯어
크게 한입으로 앙- 베어 물어,
오물거리며 씹고 있었다.
 
 
- 역시, 이 맛이야!
 
 
백현이는 딸기우유의 입구를 뜯어
빨대를 꽂고 내 쪽으로 건네주면서,
 
 

내가 널 모르겠냐.
여름 올 때마다 더위를 쉽게 타서,
밥도 잘 안 먹고 다니는걸 아는데?”
 
 
입술을 삐죽-내밀곤
얇은 입술을 이리저리 달싹이면서
참 열심히도 말을 해왔다.
 
순간 어린아이한테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아빠의 모습이 연상됐다.
 
 
알았어, 잘 챙겨먹을게.
며칠 동안 하루도
안 거르고 빵 사다줬으니까,
매점 가자!
내가 우유라도 사줄게.”
 
 
- 좋지!”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백현이는 대회가 끝난 후부터,
아침에는 집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같이 등교하는 것은 물론이요,
저녁에는 학교 중앙계단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같이 하교를 하기까지.
 
우리는 요새 거의 떨어질 틈 없이
예전보다 더 자주 붙어 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여름에 접어들면서,
그는 어느 날부터인가
빵과 우유를 사들고
우리 반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횟수는 양쪽 손가락을 꼽고도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였고,
나도 그가 찾아오는 게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요새 우리 반에
자주 오는 것 같다?”
 
 

내가 다 너 먹여 살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냐.”
 
 
자신의 관심과 노고를 몰라준 내게,
볼을 한껏 부풀리고 툴툴-거리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그의 볼을 나도 모르게 쭉- 잡아당겼다.
 
 
 
므하는그야.
(뭐하는 거야.)”
 
 
- 볼이 빵빵해진 게
귀여워서.”
 
 
내가 그의 볼을 잡았던 손을 떼자,
백현이는 자신의 손으로
양 볼을 어루만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렇게 세게 안 잡아 당겼거든?
괜히 오버는.”
 
 
그러나 내 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떠한 대꾸도 없이,
자신의 양 볼에 그대로
손을 올리고 있었다.
 
 
장난친 사람 민망하게,
왜 저러지?
 
 
멋쩍은 난 괜스레
간지럽지도 않은 목을 긁적거리며,
백현이를 힐끗- 쳐다봤다.
 
그의 볼에 하얀 피부의
손가락이 올려져있었지만,
손가락과 손가락의 틈새로 보이는
볼은 제법 상기되어있었다.
 
선홍빛으로 물든 볼을 보자,
장난을 친 사람으로서
꽤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힘 조절하면서 세게 안 잡아당겼는데.
 
 
 
 
북적거리는 매점 안.
 
많은 인파를 뚫고 백현이에게
전해줄 우유를 들고 나왔다.
백현이의 손을 잡아당겨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만들었고,
 
 
- 여기.
아까는 좀 미안했다!
볼이 빵빵해지는 게
귀여워서 그랬어.”
 
 
난 그 손바닥 위에 우유를 올려놓으며
쿨한 사과를 건넸다.
 
 

좀 당황했지?
나도 아까 좀당황해서,
그 얼굴에 열이 좀
올라와서 그랬어. 미안!”
 
 
평소답지 않게 쭈뼛거리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난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에,
 
 
야자 할 시간 다 되간다.
얼른 올라가자!”
 
 
애써 밝은 척을 하며
요란법석하게 말을 꺼내 보이는
그의 모습이 평소와 달라
좀 낯설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는 탓에,
교실을 향해 올라갈 때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나를 교실까지 데려다 준
백현이는 자신의 교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그래도 야자 끝나고
같이 가는 거 알지?
우유는 잘 마실게!”
 
 
내게 머리위로
손을 몇 번 흔들어보였다.
그리고 등을 보인 채,
자신의 교실 쪽으로 뛰어가 버렸다.
 
 
 
 
야간 자율학습시간에도
문득 평소답지 않던
너의 모습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
 
 
 
 
유난히 청명하게 들리는
하교를 알리는 학교종소리에,
난 제법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정이와 교실로 바삐 움직였다.
 
 
오늘도 데이트?”
 
 

그럼 당연하지!
학교에 있는 시간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수정이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남자친구를 만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간에 만나면 뭐 할게 있나?”
 
 

그럼! 할게 넘쳐나지, 아주.”
 
 
그래서 오늘은 뭐하는데?”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씨익-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수정이는 자신의 혓바닥을
날름- 내 쪽으로 내밀더니,
 
 

비밀이지!”
 
 
아주 얄미운 대답으로
말을 마무리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커플지옥, 솔로천국을
외치는 건가보다.
 
 
흐음.
 
 
난 책가방을 챙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수정이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ㅇㅇ, 나 먼저 간다!
내일봐!”
 
 
간단한 인사만 남긴 채
재빨리 자신의 가방을 들고
교실 문을 빠져나가버렸다.
 
 
나도 마저 짐을 다 챙기고,
백현이가 기다리고 있을
학교 중앙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늘 중앙계단 난간에 기댄 채
나를 기다리던 백현이의 모습이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좀 늦게 오나보네?
 
 
백현이가 나를 기다릴 때처럼
똑같은 포즈로 오늘은 내가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언제쯤 올까 싶은 마음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가 걸어 나올 복도를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켜보니
고작 1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
괜히 기분이 허탈해졌다.
 
체감 상 5분 이상은
지난 것 같은데 말이다.
(가만 보면 난 참 기다리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때 문득 나를 기다리던,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넌 늘 5, 10분씩 늦었던
나를 기다릴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을까.
 
 
한마디 투정도 부리지 않던 너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백현이는 언제 오나-하는 생각으로
난간주변을 여전히 서성이고 있는데,
 
 

아잉- 오빠.
이번 주말에 저랑 영화 봐요! ?”
 
 
위층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그대로 서있으면
그들과 마주칠 거란 생각에,
잠깐 자리를 피해버릴까-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한 내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ㅁㅁ가 아직도
그렇게 인기가 많대요.”
 
 

그래 그럼. 한번 보,”
 
 
계단을 내려오던 준면선배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순간 멈칫-거렸다.
 
그는 어떠한 말도 없이
지그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좋지 않게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 마주 쳤을 땐,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나도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고 있는데,
 
 

ㅇㅇ!”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백현이의
목소리가 반가울 수가!
 
 
난 반사적으로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린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함박웃음을 머금은 표정을 지었고,
자신의 머리위로
세차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러나 이내 내 등 뒤에 서 있는
준면선배가 자신의 눈에 들어왔는지,
한눈에 보기에도 표정이
금세 심하게 일그러졌다.
 
 
다급함이 섞인 뜀박질로
내 앞까지 단박에 도착한 그는,
 
 

오래 기다렸어?
미안, 미안.
얼른 집에 가자!”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준면선배를 의식한 듯
최대한 다정다감한 매력을
뽑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생각해서 애쓰는 그의 모습이
제법 기특하면서
몹시 고맙기까지 했다.
 
 
그는 조심스레 내손을 잡아오더니,
하교하는 학생들 무리에 섞여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1층까지 쉼 없이 내려온 그는,
그제야 내손을 슬며시 놓아주었다.
 
 
, 고마워.
백현아.”
 
 
내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을 때마다,
대부분 도움을 주던 너에게 난,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아까 선배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네가 나타나 나를 그 상황에서
구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정말 타이밍 좋게 네가 나타났고,
배트맨처럼 정말 넌 위기에 빠진 나를 도와줬다.
 
생각보다 내가 네게 많이
의지를 하고 있었구나-란 사실과
너무 의지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에 공존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아래로 숙여 버렸다.
 
 

왜 그래?
그 사람이 뭐라고 그랬어?”
 
 
그런 와중에도
나를 걱정해주는 백현이의 모습에,
난 왜 울컥한 건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가서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해줄까?”
 
 
난 말없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든든한 너라서 고마웠고,
그 사람이 이렇게
나와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감사함과 고마운 마음위에
올려 진 또 다른 의미의 무게가
내게 제법 크게 다가왔다.
 
 
난 뒤숭숭한 마음을 감추려,
입가의 끝을 예쁘게 올려보였다.
우리는 나란히 맞춘 발걸음은
교문 쪽으로 향했다.
 
 
 
 
BGM: 스탠딩에그- Stay Away
 

 
 
 
 
오늘따라 유난스레 조용한
너의 눈치를 한번 슬쩍- 보는데,
 
 

? ㅇㅇ!”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내 등 뒤에서 들려왔다.
 
천천히 몸을 돌려보니,
찬열이가 큰 키에 걸 맞는 보폭으로
우리 쪽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그는 여전한 친화력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고,
 
 

이제 집 가는 거야?”
 
 
어색한 난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 보이며,
 
 

혹시 넌 알고 있어?
변백 여자 친구가 누구인지?”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내게 물어왔다.
 
난 듣지도 못한 소식에
오히려 그에게 되물어보자,
 
 
?
백현이 여자 친구 있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찬열이는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리의 대화에 뒤늦게 반응한 백현이는,
 
 

! 박찬열,
내가 무슨 여자 친구가 있다고 그래!
그때 아니랬잖아!”
 
 
발끈한 만큼 큰 목소리로
최대한 부정을 해보였다.
그의 행동에 찬열이는,
 

 
내가 연락하는 걸 봤는데,
그때 아주 가관이었어.
한번 찔러봐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나한테도 꼭 알려줘야 돼!”
 
 
내게 귓속말로 나머지 사실도
모두 말해주었다.
 
할 말을 마친 찬열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우리와 발걸음을 맞추며
함께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궁금한 걸
궁금하지 않은 척- 무심하게,
 
 

귓속말로 뭐래,
박찬열이?”
 
 
말을 툭- 내뱉는 백현이었다.
 
 
얼핏 보면 본인은 궁금하지 않고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백현이와 오랜 친구로 지내온 난,
사실 본인이 지금 무척이나 궁금한 상황이니
빨리 알려달라는 소리임을 알고 있다.
 
 
가끔 저런 행동을 할 때면,
좀 귀엽다니까?
 
 
백현이의 질문에 옆에서 걷던
찬열이를 슬쩍 올려다봤다.
 

그의 눈은 제발 비밀만은 지켜달라는 것처럼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난,
 
 
여자 친구한테
엄청 잘한다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알았다는 말을 대신했다.
 
 
근데 좀 서운하다?
여자 친구 생기면 나한테
이야기 해줄 거라생각했는데.”
 
 
그때 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내가 준면선배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
아파트 옥상에서 너와 이야기했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 되게 서운했어.
옛날에 뭐든 내가 너의 비밀이야기를
먼저 공유했는데.”
 
 
그때 서운하다며,
제법 툴툴거렸는데.
 
이제야 그 마음을
좀 알 것만 같다.
 
 
내가 옛 생각에 빠졌는지도
모르는 백현이는,
 

ㅇㅇ,
쟤 말은 믿을게
못 된다니까?”
 
 
찬열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억울하다는 눈빛을 내게 쏘아댔다.
 
 

-.
난 너한테 아직까지
숨기는 비밀 따위는
없단 말이야.”
 
 
또 한 번
스치고 지나간 옛 기억 난,
 
 
저번에 나한테
숨기는 비밀 따위는 없다더니.
실망이야, 변백현.”
 
 
서운하고 속상함을
그대로 표출해냈다.
 
내말에 백현이는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아니야! 진짜, 아니야!
내말을 믿어줘야지,
왜 쟤 말을 믿어!”
 
 
양손으로 손사래까지 쳐가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보였다.
 
 
그러니까
사실을 말해 달라구우.”
 
 
난 말끝을 늘여가며
진실을 말해달라고
그에게 끈질기게 요구를 했다.
 
 
우리의 티격태격-거리는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던 찬열이는,


이야- 너네 케미 대박이다!
내가 보기엔 둘이 엄청 잘 어울리는데,
마음 있으면 한번 제대로 사겨봐!”
 
 
자신이 타고 갈 버스에 올라타기 전
한마디를 툭- 던져놓고
그는 버스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하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했던 우리는
공중에서 맞닥뜨린 시선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서로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바라보던 것도
잠시뿐 백현이는 투덜거리며,
 
 

쟨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어.”
 
 
선홍빛으로 물든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쟤네 둘이 친구 맞아?”
 
 
난 처음에 둘이 남매인줄.”
 
 
둘이 진짜 친한가봐!”
 
 
 
평상시와 자주 듣던 말과
달라서였을까?
 
 
 
내가 보기엔
둘이 엄청 잘 어울리는데,
마음 있으면
한번 제대로 사겨봐!”
 
 
찬열이는 그냥 의미 없는
한마디를 방금 전 툭-
던졌을 뿐인데,
 
 

부모님 안계시니까,
문단속 잘하고.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아님 소리 지르던가!”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여자 애가 연락은 안 되고.
? 내가 걱정할만하겠지?”
 
 
간간히 나의 안전을 대신
걱정해주던 너의 모습이,
 
 

누가 보면
내가 너 아침 사주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인줄 알겠네!”
 
또 저녁 먹는 둥
마는 둥 했지?”
 
 
혹시나 끼니를 굶거나
잘 안 먹고 다니는 나를
챙겨주던 너의 모습이,
 
 

이제 그만 울어.
친구로서 우는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프니까.”
 
 

차라리 내 앞에서만 울어.
옆에서 달래줄 사람도 없이
혼자 숨어서 울지 말고.”
 
 
눈물 많은 내가 아무데서나 울거나
혼자 숨어 울고 있을 모습을
걱정하는 너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잠시면 돼!
ㅇㅇㅇ, 내 눈 봐봐!”
 
 
때로는 친구로서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던 너의 모습과,
 
 

난 늘 네 편이니까,
편하게 말해!”
 
 
한 번씩 나를 위해주는
예쁜 말을 하던 너의 모습과,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래요?
꼭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한때 자기 여자 친구였던 사람한테
최소한의 배려도 안 해줘요?”
 
 
친구를 대신해
할 말을 해주던 멋진 너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표현 못 할 이상한 감정이
가슴 안으로 파고들어오는 것 같았다.
 
 
 
 
.
.
.
 
 
 
 
버스에 올라탔던 우리는,
어느새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정적은
오늘따라 유난히 자주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 것 같았다.
 
백현이는 길게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난 너한테 숨기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사실대로솔직히 말할게.”
 
 
평소보다도
굉장히 낮은 목소리로,
 
 

나 여자 친구는
분명히 없어.
그런데,”
 
 
본인의 이야기를
어떠한 꾸밈없이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그러나 난 너에게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 순간 왜 내가 덜컥-겁이 났는지,
그때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유난히 시커멓게 물든 하늘에
자리 잡은 달이,
그날따라 우리를 정확히
비춰오고 있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오늘은 좀 전개가 빠르다고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
 
중간에 사진 넣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꺼져서 당황했던.
(순간 1초 얼음.)
 
 
독자님께서 재밌게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네요!
 
늘 항상 읽어주시고
힘을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작가는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다음 화에서 뵈어요.^^
 
: )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1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