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지기 전에 03 (by.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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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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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03
 

 

 

000 남주혁
서강준 박보검
전정국 황민현
오세훈 육성재
 

 

 

 

 

청춘이 지기 전에 03
- EP 03. 이름이 뭐에요?
 

 

 

 

 

방학 내내 나는 새벽형 인간에 가까웠다.
새벽 4시에 자서 12~1시 쯤 일어나
3시에 아르바이트를 가고 9시에 퇴근.
그 후 운동을 가거나 애들이랑 근처
놀이터에서 노가리를 까는 게 다였다.
 

 

....죽겠다....”
 

 

한동안 맞추지 않았던 알람이 울려대자
미칠 지경이었다. 아침 7시면 한참
꿈을 꾸고 있어도 모자랄 판이나 곧
있을 1교시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
화장실로 기어갔다. 머리를 지배하는
숙취는 늘 하던대로 나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시켰다.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습니다.’ 종이로 출력하면 두꺼운
책으로 엮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뽀거미
[잘 들어갔어?]
 

 

화장대에 앉아 노래를 들으려 폰 액정을
밝히니 카톡이 여러 개 와있다. 맨 밑을
내려 보니 제일 먼저 카톡을 보낸 건
보검이의 메시지. 새벽 4시경이었다.
내가 씻자마자 곯아떨어진.
 

 

[. 오자마자 기절했음]
 

 

개인톡 외에도 단체톡에서도 백여 개
카톡이 오고간 흔적이 있었다. 나는
보검이에게 답장을 마친 뒤 들어가
대충 훑어보았다. 얘들의 대화는 십에
여섯은 쓸모없는 잡담이었으니까.
 

 

[살아있냐]
 


갱준
[넌 왜 전화를 안 받아?]
 

[잤어. 남주핵 괜춘?]
 


66
[우리가 안 괜찮.
옮기다가 몸살 났다.]
 


세훈아 계훈하니
[알쓰 새기]
 


갱준
[소주잔도 쟤한텐 많으니까 담부턴
병뚜껑에다가 따라줘라]
 

[ㅇㅈ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라 말하기도 그렇다. 우리는 2,
3차를 가면서 12시를 훌쩍 넘기고도
새벽 3시까지 놀았고 나는 3차에서
취해버렸다. 하필 준현이 오빠가
양주를 얻어오는 바람에 신기하다며
홀짝이다가 골로 갈 뻔했지....
 

주혁이는 함께 자취하는 강준이를
포함한 숫자팸이 들어 날랐고 보검이는
2차까지만 동행한 것으로 기억이 났다.
태용이랑 정국이는 어떻게 됐더라.
 

 

! 늦었잖아!!!!”
 

 

잡생각을 하다 느려진 손이 시계를 보고
미친 듯이 얼굴에 퍼프를 팡팡 두드려
댔다. 립스틱은 뛰어가면서 발라야겠네,
나는 대충 마무리 짓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제 입었던 체크 원피스에
수강신청과 바꾼 롱코트, 어제 들었던
클러치를 손목에 끼워 넣곤 로퍼는
걸어가면서 신었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5,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은
3. 나는 뛰는 것을 선택했다.
 

 

으아아!!!!!”
 

 

만약 버스정류장까지 제한 시간 내에
누가 빨리 오는 것에 대한 경기가
존재했다면, 나는 금메달리스트가 될
자신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이렇게
달렸어도 릴레이 계주 나갔겠다;;
 

9시 수업이 극혐인 이유는 너무 이른
시간과 여유로운 준비를 못하는 점도
있지만 나 같은 통학러에게는 버스
안의 인원 문제였다. 이 시간대의 버스
에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
인들, 학생들, 기타 다른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애매한 지점에서 타야
하는 나는 착석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간혹 가다 앉기라도 하는 날이면 오늘
시작은 괜찮겠구나, 하고 운세를 점쳐
봐도 좋다.
 

 

....역시나...”
 

 

멀리서 오는 버스는 안이 시꺼멨다.
하나 같이 다들 표정이 구렸고,
손잡이는 여분이 없었다. 나는 체념
하며 버스카드를 찍고 최대한 뒤쪽
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간혹 앞쪽에
사람들이 몰려있어 뒤쪽엔 손잡이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앞이나 뒤나 매한가지.
나는 뭘 잡을지 몰라 우선 차 시트
라도 꼬집어 매달리려고 했다.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방향은 아예
거꾸로 되었지만 말이다.
 

 

!”
 

조심해요. 누나.”
 

 

하마터면 뒤로 넘어져 머리가 깨질
뻔한 걸 구세주가 내 팔을 덥석 잡아
주었다. 나는 반가움에 라디오만
울려대던 버스 안에서 소리쳤다.
 

 

정국아!”
 


 

안녕하세요.”
 

 

헤어진 지 10시간도 되지 않아
재회한 정국이었다. 난 말라 죽어
가는데 얘는 왜 이리 수분 가득해
보이지. 1년 차이가 이렇게 컸나.
 

 

너도 이거 타??”
 

어제 택시 같이 타고 갔잖아요.
그 때 말했었는데, 기억 안 나요?”
 

“...알코올성 치매인가 봐...
 


 

집에 잘 도착한 게 다행이네요.”
 

 

내 안의 지미 뉴트론을 깨워 보아도
검은 화면 다음은 내 방 천장이었다.
나는 주사가 난폭한 편은 아니었지만
멀쩡히 잘 가더라도 다음 날만 되면
초기화 버튼을 누른 것 마냥 돼.
미래의 남편에게는 프로포즈할 거면
멀쩡할 때 하라고 당부해야겠다.
 

 

이거 잡아요. 내가 다 위태롭다.”
 

고마워.”
 

태용이한테 밥 사주기로
했다면서요?”
 

. 근데 학생증이 없어졌어.
거기에 돈 들어있는데...”
 


 

아직 못 찾은 거네요?”
 

사실 더 안 찾아봤어. 집에서
찾아보려다가 걍 자버렸거든.”
 

페이스북에 학교 페이지 있잖아요.
거기 가끔 분실물 찾아가라고 뜨던데.
정 안 뜨면 누나가 관리자한테 게시글
띄워 달라 부탁해 봐요.”
 

그래야겠다.”
 

 

나 그런 거 한 번도 보내본 적
없는데. 주혁이에게 가르쳐달라고
해봐야지. 나는 아직까지 답이 없는
주혁이를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1교시 수업 얘도 듣는 거 아니었나..?
아무리 오리엔테이션이라 해도 출석
체크는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누나. 수업 몇 시에 마쳐요?”
 

? 2. ?”
 

우리 오늘 볼링 치기로 했었
잖아요! 주현이가 말 안했어요?”
 

“.......?”
 

 

자다가 난타 치는 소리 하네.
내가 블랙아웃을 심하게 하는 편은
아니라 자부하는 소린데, 취하기 전
일어난 일들은 기억하는 사람이다.
주현인 2차에서 보검이랑 같이 택시
타고 간걸로 알아, 또 주현이는 1
이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했다면 분명히 기억할 터.
 

나는 버스의 승차감에 토기가 몰려오는
걸 겨우 참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모르겠는데.”
 


 

? 이상하다. 주현이가 다 말했
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누나도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죠.”
 

내 친구들한테 대신 전해달라고 했을
수도 있지 뭐. 어제 엄청 정신 없었
잖아. 아무튼 너한테 들었으니까 됐네.”
 

 

안내 방송에서 기다리고 기다렸던
정류장 이름이 나왔다. 나는 오늘
할 일이 뭐가 있었나 체크해보며
시간이 되는지를 가늠하며 하차벨을
눌렀다. 수업이 전공 하나에 교양
하나 들으면 끝이었던가....?
 

 

으어!”
 

 

신호가 걸린 버스가 또 급정거를 했다.
빨리 가는 건 정말 좋은데 말이야,
벌써부터 진이 빠진다.
이번에도 가까스로 나를 잡아준
정국이가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침마다 전쟁이었겠다.
누나, 아침 수업 오늘밖에 없어요?”
 

. 목요일만 버티면 돼.”
 

그럼 목요일에는 꼭 저랑 타요.”
알았죠? 버스 놓치면 안 돼요.
일찍 가도 안 되고.”
 

나 불안해서 그래?”
 

.”
 

 

단호박 슬래쉬!
나는 변명할 말이 없었다.
 

 


 

누나, 잠깐만 기다려요.”
 

“?? .”
 

 

버스에서 내리자 숨이 트였다.
 

정국이는 내리기 바쁘게 바로 앞
편의점에 쏙 들어가,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멀뚱히 서있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지각할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복병이 있었을 줄이야.
 

 

이거 마셔요.”
 

 

편의점 문이 다시 열리며 나온 그가
나에게 내민 것은 숙취 해소제였다.
내가 그렇게 많이 힘들어보였던가,
정국이가 손수 뚜껑까지 따주었다.
 

 


 

누나 아파 보여서요. 진짜 술은
잘 마시면서 후폭풍이 문제네요.”
 

이런 거 국밥 한 그릇 뚝딱하면
금방이야. 그래도 고마워.”
 

고맙긴요, 저는 누나가 버스
에서 토할까봐 걱정했어요.”
 

 

아무래도 정국인 어제 주혁이로
인해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긴 모양이었다.
 

괜찮아, 난 토하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아! (자랑)
 

 

혹시, 나 술 냄새나?”
 

술 냄새요?”
 

 

킁킁, 정국이가 한 뼘 더 가까워
졌다. 나는 음료수를 홀짝 마시다
내다 뱉어버렸다.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게 아니었어.
 

 

안 나요.”
 

, 다행이네....”
 


 

누나 샴푸 향 좋다.”
 

 

나는 떨떠름하게 감사하다 말했다.
그에게만 벌써 세 번째 고맙다고
말한 것이었다.
 

샴푸 바꾸길 잘했어. 기분이 좋아져
정국이에게도 샴푸를 추천해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과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 내 말을 고분고분
경청해줬다. 서로 다른 수업이라 이만
헤어져야했지만, 나는 군말 없이
그를 보냈다. 차피 또 보게 될 건데.
 

 


 

뭉치!”
 

굿뭐닝~”
 


 

뭐야, 다 죽어갈 줄 알았는데
멀쩡하잖아? 새벽부터 해장국
하나 말아 드셨어?”
 

비밀이야. 그보다,
샴푸 바꿨는데 향기 좋지?”
 


 

.....참이슬 냄새 나.”
 

? 그럴 리가!”
 

킁킁,
 

아 어디까지 맡으려는 거야
치워!!!!”
 

 

양 옆에서 킁카킁카, 후각러들
납셨다. 나는 성재를 밀어내고
앞에서 폰 게임을 하고 있는
주혁이의 등을 꾹 눌렀다.
 

 

어 왔냐? 속은 괜찮고?”
 

너야말로.”
 


 

나야 울트라 슈퍼 간을 가지고 있
으니 그까짓 해독은 일도 아니지~”
 

 


 

우와, 존나 뻔뻔.
적어도 니가 나를 걱정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내가 어제 네 소주잔을
몇 번이나 물로 바꿔치기 한 건 알고
하는 소리일까. 슈퍼 간은 개뿔,
해독할 게 없는 거라고.
 

 

빡검 여기! 갱준이 옆에 앉아.”
 

보검이 하이.”
 


 

내가 제일 늦었네.
00 너 속 괜찮은 거야?”
 

.”
 

, ?”
 

“....??? 아니, 내가 멀쩡한 게
다들 그렇게 신기할 일이야?”
 


 

왜랰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에 니가 얼마나 골골댔으면
하는 소리겠냐곸ㅋㅋㅋㅋ
 

 

젠장. 엥간히 병든 닭 행세할 걸.
나는 사물함에서 가져온 노트를
올려두며 궁시렁 거렸다.
 

 

뭉치. 나 볼펜 좀 빌려줘.”
 

또 안 가지고 왔어!?
새 학기 땐 잘 들고 다닌다며?”
 


 

잃어버렸어.”
 


 

차라리 필통을 사. 니가 잃어버린
볼펜만 해도 치킨 다섯 마리 시켜
먹었겠다. 그런 김에 나도 하나만.”
 

완전 날강도 아니여?”
 

왜애애
 

 

이 중에서 그나마 볼펜을 가장
많이 소유한 보검이, 그리고 나.
많아봤자 3, 2개였지만 0개인
노답들 보다는 부자였다.
 

나는 마지못해 클러치를 열어 필통을
꺼내들었다. 원래부터 이게 무게감이
있었나...의아해하며 책상에 올려두자
드러난 정체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너가 왜 거기서 나와...?
 

 

, 마이크...?”
 


 

ㅋㅋㅋㅋㅋㅋ얘 뭐냨ㅋㅋㅋ
노래방 마이크 가져왔엌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하하핳!!!!! 와하하핳!!!!”
 

 

나 빼고 배꼽들이 다 굴러간다.
강의실 안에서 수업을 준비하던 다른
학생들도 내 책상에 있는 무선 마이
크를 발견하곤 소리 없이 웃어댔다.
 

....내 어이 어디 갔냐.....?
필통이랑 손잡고 야반도주라도 했니.
 

 

다들 무슨 일 있나요?
1교시부터 기운차네.”
 


 

푸흡, 교수님 왔어.
이제 그만 웃자.”
 

웃음이 안 멈춰......
흐흫....!!!!”
 

이걸로 머리 맞으면 멈추지
않을까.”
 

그런 용도였어?”
 


 

, 이래서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 나처럼 말이야. 술에 찌들어도
정신만 잃지 않으면 이렇게 멀쩡
 

 

노트를 꺼내려 메신저 백을 탈탈
대던 주혁의 앞에 툭 떨어지는
어디서 많이 본 물건.
 

 

음머야!!!!!”
 

 

주혁이가 소처럼 울었다.
메뉴판이었다.
 

 

미친, 그건 또 어디서 났어!?”
 


 

ㅋㅋㅋ나 배아팤ㅋㅋㅋㅋㅋ
 

쌍으로 마이크에 메뉴판엨ㅋㅋㅋ
어제 뭐하고 놀았는지 세상 사람들
한테 다 알려주넼ㅋㅋㅋㅋㅋ
 

거기 왜 그리 신났어?”
교수님 얘네 좀 보세욬ㅋㅋㅋ
 

 

교수님은 우리를 미친 사람처럼
보며 다가왔다. 그러나 나의 마이크,
주혁이의 메뉴판을 번갈아 캐치하시곤
피시식,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개콘이 따로 없다!
 

 

.........”
 


 

야 육성재 울엌ㅋㅋㅋㅋㅋ
 

ㅅㅂ...존나 니들 시트콤 존나
잘 찍어...라디오 사연감이다...”
 

“......망할...”
 


 

“....이야...날씨 좋()...”
 

 

한동안 무슨 놀림거리로 우리를
괴롭힐지 알만도 했다. 집에 가서
다른 수업 있나 찾아 봐야지.
 


 

스벌....!!
 

 

 

 

 

 

 

*
 

 

 

 

[갖다 드렸어?]
 


갱준
[마이크랑 필통이랑 바꿔치기
했더라 너?]
 


66
[우리가 자주 가던 곳이라 망정
이지 잡혀 들어갈 뻔]
 

[마카롱도 드렸지?]
 


세훈아 계훈하니
[당근]
 


주핵이
[존나 쪽팔려...]
 

[등신대 안 들고 온 게 어디야]
 


주핵이
[니는 노래방 기계 안
뽑아서 다행인 듯]
 

[ㅇㅉ]
 


세훈아 계훈하니
[야 얘네 서로 병신력 배틀한다]
 


66
[도찐이 개찐이로 별명
바꾸는 건 어때]
 

[닥쳐]
 

 

나는 바로 다음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마이크는 애들이 대신 갖다
주기로 했다. 사죄의 의미로 사비를
털어 마카롱 한 줄을 사, 미안한
마음이 잘 전달이 되기를 바랐다.
 

 


주핵이
[빡검]
 


뽀거미
[]
 


주핵이
[주현이가 왜 카톡 답 안
하냐고 물어보라는데?]
 


뽀거미
[카톡??]
 


주핵이
[새벽에 잘 들어갔냐고 카톡
보냈는데 지금까지 답 없다면서
나 들들 볶잖아]
 


갱준
[걔 언제 빡검 번호 땄냐?]
 


66
[나보고도 번호 물어봤음.
니만 안 물어본 듯]
 


세훈아 계훈하니
[볼링 치는 건 알고?]
 


갱준
[그건 2차 때 말했어.
00 너는?]
 

[정국이한테 들었어. 한국사
마치고 과방으로 바로 갈게]
 

 

나는 보검이가 준 초콜렛을 아침 대용
으로 씹으며 휴대폰 잠금 버튼을 눌렀다.
마침 한국사 교수님도 들어오시고,
1학년부터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000.”
 

.”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대강의실은 한
책상 당 3명이나 앉을 만큼 넓었고
그만큼 수업을 듣는 인원도 많았다.
출석체크 하는 것만으로도 5분이
날아가, 학생들에게는 이득이었다.
 

 

, 내가 프린트를 안 가져왔네.
내 정신 좀 봐. 잠시 기다려요.”
 

 

교수님은 후다닥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언제 수업을 했었냐는 듯
금세 시끄러워지는 강의실 안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피곤함을 떨쳐내기
위해 엎드려 폰을 꺼냈다.
 

다들 친구들이랑 함께 듣나보네.
그냥 남주혁 보고 같이 듣자고 조를
걸 그랬나. 당장 있을 조별 과제가
걱정이 되었다. 2개 중에 1개는
21조라던데.....
 

 

“....???”
 

 

내 옆자리에 올려둔 클러치가 치워
졌다. 그리고 의자를 당겨 앉는 모르는
사람은, 날 안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순간 나 아닌 거 아냐?’하고 두리번
거렸다가 그가 입을 열면서 원상태로
복귀하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단정한 복장으로 다정다감하게
인사하는 남자는 클러치를 내게
주며 또 다른 무언갈 건넸다.
 

 

이거.”
 

!!! 학생증!?”
 

 

오늘따라 나오면 안 될 것 같은
곳에서 물건들이 속속 등장한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학생증을
앞뒤로 돌려보며 계속 만지작거렸다.
 

 


 

수업 마치고 그 쪽 과사에 맡길
참이었는데 같은 수업일 줄이야.
신기한 우연이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찾을 줄
몰랐어요.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괜찮아요. 그보다,
 


 

저 혹시 기억 안나요?”
 

 

000 기억력 테스트하는 날이야?
얼탱이가 없었다. 허나 더 어이
없는 건 테스트 하는 족족 내가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뉘신지...”
 

어제 아이스크림 가게 앞...”
 

!!! 죄송해요!!!”
 

 

그가 결정적인 힌트를 주고 나서야
탄성을 내질렀다. 내 몸뚱이에 부딪친
사람이었잖아. 뒷모습만 봐서 모를 법도
했다. 그나저나 훈훈하시네.
 

 

혼자 수업 들어요?”
 

..그렇게 됐어요.”
 


 

저랑 같이 듣는 건 어때요?
저는 이거 재수강.”
 

!?”
 

 

학생증만 주고 끝날 인연인줄
알았건만, 어째 진도가 나간다.
생각지 못한 짝꿍에 어리둥절.
 

 


 

“1학년 때 너무 놀았지 뭐에요.
조금 부끄럽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전공 교양
할 것 없이 재수강을 쌓아놓은 난
뭐가 되는 거져...?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
 

 

같이 들어요 그럼.
친구 없었는데 잘 됐다.”
 

 

흔쾌히 옆자리를 허락해줬다.
속으로는 나이스를 외쳤다.
 


 

예아!!!!! OH YEAH!!!!
 

 

제 이름은 아시는 것 같고,
이름이 뭐에요?”
 

황민현이에요. 23.
회계학과 다녀요.”
 

저보다 1살 많네요. 말 놓으세요,
앞으로 이 수업 들을 때마다 보게
될 텐데요.”
 


 

그럴까?”
 

...... 빠르네요.”
 

 

혹시 말 놓길 기다렸니.
당황해하는 동안 교수님이 다시
종이 한 뭉치를 들고 나타나셨다.
 

인쇄용지를 전부 나눠주신 교수님은
한 학기 동안의 수업 방식과 시험
내용, 점수 산정 방식 등 강의 구성
전반에 대해 알려주시며 다음엔
과제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중간고사 이전엔 21조로
보고서를 하나 제출할 겁니다. 우리
나라 역사 중에 조원들이 생각했을
때 인상 깊은 사건을 보고서 형식으로
타이핑하는 거구요. 오늘이나 다음 수업
마칠 때까지 조원 이름과 학번 써서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말고사
전 마지막 과제는 6명이서...”
 

 

전공과제로도 벅차 죽을 지경이구만
교양도 만만치는 않았다. 더군다나
개별 아닌 조별과제....
난항이 예상되었다.
 

 

이상으로 OT 마칠게요. 다음
주부터 정상 수업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은 바로 퇴장하지 않고 종이에
이름을 써서 벌써부터 조를 짰다.
21조라면 내 옆의 이 사람에게
물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물어보기도
전에 서너 명의 여학생들이 그의 앞에
찾아와 수줍게 물었다.
 

 

혹시 조 같이 하실 분
있으세요? 없으면....”
 


 

, 있어요.”
 

정말요....?”
 

임자가 있다하자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다른 여자들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함께 온
친구와 밍기적 거렸다. 누구와
조를 짰는지가 궁금한 표정이었다.
 

나는 황민현이란 사람이 벌써
조원을 구했다는 말에 유일한
희망이 날아갔구나탄식했다.
일단 기한은 다음 주까지 있으니
다른 사람이라도 구해봐야지.
 

애들이 기다리고 있을 과방으로
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저기.”
 

..?”
 

 

아직 내 이름을 부르기에는 그 역시
어색한 모양이었다. 저기
지칭하며, 웬 찢어진 종지쪽지를
건네었다.
 

 


 

학번이 뭐야?”
 

학번이요?”
 

저 여자랑 같이 하나봐...”
 

선수 쳤네. 존나 빨라.”
 

 

뒤통수가 따가웠다. 나는 그가
펜을 건네주는 데도 받기만 하고
학번을 쓰질 못헀다.
나랑 같이 하기로 했었어!?
 

 

저랑 하시는 거예요?”
 

, 같이 하는 거 아니야?”
 

아니요!!! 돼요!!! 완전!!”
 

 

굴러들어온 복을 찰쏘냐.
후다닥 적어서 종이를 접었다.
그의 말쑥한 웃음에 바보스러운
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난 다음 수업 가볼게.
다음 주에 또 봐.”
 

. 주말 잘 보내세요.”
 

아참, 깜박할 뻔 했다.”
 

 

황민현, 아니 민현이 오빠는 내 손에
들려있던 폰을 가져가 잠금 화면을
풀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케이스 예쁘네.’ 덕담까지.
풀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번호. 앞으로 과제할 때
필요할 거니까.”
 

 

키패드에는 그의 번호가 적혀있다.
번호를 저장하는 사이, 복도 끝에서
한 무리가 그를 불러댔다.
 

 


 

미년! 밥 먹으러 가자!!!”
 

만나서 반가웠어.
00.”
 

저도요.”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민현오빠.
나도 살래살래 흔들어주며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만난 저 사람에
대해,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내가 인마, 인복이 있는 사람이야!
촤하하
 

 

누나.”
 

으아씨 깜짝이야!”
 

 

뿌듯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가려다
어깨에 툭하고 얹은 손에 고양이처럼
팔짝 뛰었다. 누나라면.....
 

 



 

남자친구에요.....?”
 

 

내 인복 중의 하나이기도 한,
태용이었다. 근데 다짜고짜
뭐라는 거니 너.
 

 

 

 

.
.
.
 

 ※만든이 : 콩이님

 

<>
 
 
 
새 등장인물 황민현씨의 분량이 조금
많았던 03화였습니다! 그리고 04에서는
또 다른 뉴페이스가 나올 예정인데요.
 
기존의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초반
이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때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양해를
구합니다. 현 투표는 최종 남주 선정에
반영이 되지 않으며 나중에 한꺼번에
투표할 예정이니 투표에 나오지 않았
다고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해주시면 저는
슬퍼욘...ㅠㅠ 독자님들의 반응을 유일
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게시글과
투표이기 때문에 많은 참여를 부탁
드리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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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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