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라이벌 - 2 (by. 민트색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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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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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라이벌 2
질투 = 사랑?
 
.
.
.
 
...”
 
 
 
좋지 않은 속에 앓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반도 떠지지 않은 눈으로 창문을 보니 어둑어둑하기도
밝기도 한 하늘을 보니 새벽 4-5시쯤 된 것 같았다.
 
 
 
달칵-
 
 
 
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며 갈증이 나는 목을 붙잡고
 물을 마시기 위해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
 
 
 
잠이 바로 깰 정도로 차가운 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그러면서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잠이 깨고 나니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소파에 쓰러지듯 누우며 TV를 켰다.
 
 

오늘은 이 곳에 매력이 넘치고, 넘쳐서 팬들을 
그 매력들 속에서 헤엄치게 만드시는 분이 계시다고 
해서 제가 왔는데요! 어떤 분일지 만나러 가시죠!”
 
 
 
TV를 트니 연예 프로가 재방송 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여자 솔로 중 탑이라 불리는 가수의 
화장품 광고 현장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내신 노래가 나오자마자 
20개국에서 1위를 했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까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부럽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뿐인데
 사랑받는다는 것에 감사하다 말하는 그녀에 
부러움에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이런 위치까지 올려준 글이기에 감사한
 마음이 더 크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웠다.
 
 
 
“......”
 
 
 
심지어 로맨스 소설이 한 번에 성공한 뒤로는 
계속 거절만 당했던 것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또 다시 거절 당할까봐.
 
 
 
또 다시 외면 당할까봐.
 
 
 
그래서 나는 그 뒤로 내가 원하고, 원했던 글을 
쓰는 것이 무서워져 취미로라도 그런 장르에 글은
 단 한 줄도 써본 적이 없었다.
 
 

데뷔 때부터 앨범 안에 있는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하셨는데 영감 같은 건 어디서 받으세요?”
 
 
 
저는-”
 
 
 
-
 
 
 
또 다시 내가 작아지는 기분에 TV를 꺼버리고 서재에
 들어가 노트북을 켠 뒤 머릿속에 계속 떠다니는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아직 시간이 여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드라마 작업을 서둘러서 시작했다.
 
.
.
.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보세요...”
 
 
 
ㅇㅇㅇ작가님 휴대폰 맞나요?”
 
 
 
계속되는 진동에 손을 더듬거려 폰을 찾아 귀에 가져가
 입을 열자 잠긴 목에서 목소리가 갈라지며 나왔다.
 
 
 
, 맞는데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는 나를 말해요.’ 
작가 배수지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예상치 못했던 전화 내용에 놀라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키며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저희가 이번에 스타작가 특집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작가님이 나와 주셨으면 해서 괜찮으신지 
여쭤보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요...?”
 
 
 
실감이 나지 않는 말에 잘못 들은 건가 해서
 다시 한 번 물었다.
 
 
 
, 작가님이요.”
 
 
 
하지만 단호하게 들려오는 대답은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만을 알려줄 뿐이었다.
 
 
 
...”
 
 
 
아무래도 작가님이 내시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최근에 작가님이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10, 20대들도
 많아서 저희 이번 특집에 정말 딱 맞는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는 그저 그런 유명한 토크쇼에서 나를 원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나온 소리였는데
 그 사람은 그걸 난감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저로 괜찮으시다면...”
 
 
 
정말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촬영은 다다음주 
화요일이 될 거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안되시면 
되는 시간을 알려주시면 저희가 조정하겠습니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그럼 시간이랑 장소 보내드릴게요.”
 
 
 
.”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때 뵐게요.”
 
 
 
.”
 
 
 
정신없던 전화를 끊고 나니 정적만이 남았다.
 
 
 
.”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드라마 대본에 앞에서 까만 
화면을 띄우고 있는 노트북을 급하게 켰다.
 
 
 
다행이다...”
 
 
 
다행히도 밝아진 화면 안에는 새벽동안 열심히 
썼던 대사들과 기절하듯이 잠들면서 눌린 것 같은 
외계어 몇 줄이 함께 자리해 있었다.
 
 
 
그 몇 줄을 지운 뒤 파일을 저장하고 엎드려 
잠이 든 탓에 뻐근해진 허리를 풀어주며 방으로 
돌아가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
.
.
 
저기...”
 
 

, 작가님.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저는 저번에 연락드렸던 배수지입니다.”
 
 
 
, 안녕하세요. ㅇㅇㅇ입니다.”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나를 말해봐.’ 
촬영 날이 금세 다가왔고, 나는 쭈뼛거리며 스튜디오를
 들어가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자
 다행히도 나를 알아보고 밝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에
 나도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했다.
 
 
 
“PD님은 지금 어디 잠시 가계셔서 좀 있다가 
소개해 드릴게요. 그리고 이거 대본인데 질문들 
한 번 보시고 말하기 곤란하시거나 하신 질문들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
 
 
 
질문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대본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에 나는 굳어버렸다.
 
 
 
저기...”
 
 
 
?”
 
 
 
나를 굳어버리게 만든 것은 이해 못할 이상한 질문도 
아니었고, 대답하기 어려운 난감한 질문도 아니었다.
 
 
 
오늘 이수혁 작가님도 나오시나요...?”
 
 
 
그것은 그동안 일만 하며 억지로, 억지로 머릿속
 저 구석 어딘가로 그 날의 기억과 함께 묻어버린
 이수혁이란 이름 단 세 글자였다.
 
 
 
,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오늘 두 분이 같이 나오세요.”
 
 
 
“...말씀 안 해주셨는데...”
 
 
 
,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없어서 
말씀 드리는 걸 잊었나 봐요.”
 
 
 
“......”
 
 
 
...저기...정말 죄송해요...”
 
 
 
나의 반응 때문인지 눈치를 보며 소심해진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사과를 해왔다.
 
 
 
혹시 두 분 사이가 안 좋으신가요...?”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물음에 잠깐 생각을
 하다 표정을 바꾸고 대답했다.
 
 
 
이제 와서 이 프로그램을 그만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굳이 안 좋은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럼 저는 한 번 읽어볼게요.”
 
 
 
, 대기실 알려드릴게요.”
 
.
.
.
 

안녕하세요, ‘나를 말해봐의 유재석입니다
오늘은 요즘에 웬만한 연예인보다 핫하신 분들을 
모셔볼 건데요스타작가 ㅇㅇㅇ작가님
이수혁 작가님 이십니다
시청자 분들게 인사 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수혁입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입니다.”
 
 
 
두 분을 실제로 처음 뵙는데 두 분 다 
외모가 정말 빛이나네요.”
 
 
 
감사합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와 많은 카메라에 긴장이
 됐지만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에 나도 
긴장을 좀 풀고 MC의 말에 집중했다.
 
 
 
두 분은 오늘 서로 처음으로 만나시는 건가요?”
 
 
 
MC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눈길이 갔다.
 
 
 
-”
 
 
 
글쎄요.”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빠르게 긍정의 대답을 
하려는 순간, 더 빠르게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그 대답은 만나신 적이 있다는 건가요?”
 
 

“......”
 
 
 
흥미롭다는 듯 다시 물어오는 MC에게 그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굳어져 있는 나를 흘깃 보다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더 크게 미소를 짓더니
 입을 움직였다.
 
 
 
저희 둘을 함께 묶어서 나오는 기사들이 많아서 
그런지 안 만났어도 이미 되게 친해진 것 같더라고요.”
 
 
 
“......”
 
 
 
하하, 그러실 수 있겠네요.”
 
 
 
능청스럽게 넘어간 그와 다르게 나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기분에 입술만 깨물었다.
 
.
.
.
 
잠깐만 쉬었다 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그는 나를 놀리듯 잠깐 잠깐씩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했고, 그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쉰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스태프 몇 분들에게 인사를 하며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는 그를 따라 나섰다.
 
 
 
-
 
 
 
-
 
 
 
그가 도착한 곳은 비상계단이었고, 그 장소가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나는 그를 따라 
문소리를 크게 내며 따라 들어갔다.
 
 

역시 따라왔네요.”
 
 
 
들어가자마자 내가 따라올 것을 예상했다는 듯한 
말과 함께 문 쪽을 바라보며 벽에 기대 서 있는
 그가 보였다.
 
 
 
자꾸 왜 그래요?”
 
 
 
뭐가요?”
 
 
 
그때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요.”
 
 
 
“......”
 
 
 
제대로 사과를 하려고 그를 따라 온 건데 막상 
표정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을 보니 그의 글들이
 생각나 울컥하는 마음에 화를 냈다.
 
 

“...난 그 사과를 받은 적이 없고
분명 다시 얘기하자고 했던 거 같은데요.”
 
 
 
“......”
 
 
 
무슨 말 하나로 이렇게까지 치사하게 구나
 싶을 수도 있는데 억울하잖아요.”
 
 
 
“......”
 
 
 
모르는 사람한테 욕을 먹을 거면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욕을 먹는지는 알고 싶지 않겠어요?”
 
 
 
“......”
 
 
 
그는 저번부터 오늘까지 맞는 말만 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미안한 만큼 미웠다.
 
 
 
나한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를 욕했다는 것이
 미안했고, 이런 말에서조차 나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에 그가 미웠다.
 
 
 
“...그냥 그 쪽이 싫어요.”
 
 
 
“...뭐라고요?”
 
 
 
황당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 생각나는 말들을 전부 내뱉었다.
 
 
 
그냥 그 쪽이 짜증난다고요.”
 
 
 
“......”
 
 
 
그 쪽 때문에 자꾸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꾸 좌절하게 되고.”
 
 
 
“......”
 
 
 
그 쪽이 자꾸 부럽고, 질투가 나게 만들어서 
내가 점점 더 나빠지고, 못나지고.”
 
 
 
“......”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어져 갔다.
 
 
 
나는 지금 내 잘못들인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인정해 버리기에는 너무 아파서 모든 것을 그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내가 가장 원했던 건데...”
 
 
 
“......”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
 
 
 
한심해...진짜 한심해...”
 
 
 
“......”
 
 
 
내가 너무 싫다 진짜.”
 
 
 
“......”
 
 
 
어느새 나의 소리침은 울먹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작가셨어요.”
 
 
 
...?”
 
 
 
내가 그의 앞에서 창피한 것도 모르고 내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러다 혼자 서러워져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동안에도 벽에 기대 입을
 열지 않고 있던 그가 버릇인 듯 이마를 톡톡 건드리며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추리 소설 작가이셨고,
아버지는 로맨스 소설 작가셨어요.”
 
 
 
“......”
 
 
 
그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천재들에게서 태어난 또 다른 천재라는 등의 
많은 기사들도 나왔었다.
 
 
 
그 두 분 사이에서 자란 저도 당연히 책과 친했고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
 
 
 
특히 투박하면서도 섬세했던
그래서 그 어린 나이의 나도 설레게 만들 수 있던 
아버지 글을 더 좋아했어요.”
 
 
 
“......”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추리보다는
 로맨스 소설을 더 많이 썼었죠
중학생 때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기-”
 
 
 
그가 거기까지 말하니 괜히 내가 그를 곤란하게 
만든 것만 같아 그만해도 된다고 입을 열여던 
나를 막은 건 그였다.
 
 
 
“......”
 
 
 
“......”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담담했던 표정에서
 나는 나에게 괜찮다 말하는 그의 말이 들렸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글을
 쓰지 않으셨고, 저에게 어머니의 뒤를 이어
 추리 소설을 써달라고 하셨어요.”
 
 
 
“......”
 
 
 
내가 다시 들을 준비를 하자마자 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고, 이야기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도저히 아버지의 그 부탁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저는 그때부터 내가 정말 원하던 글은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
 
 
 
한 번 쓰게 되면 자꾸 쓰고 싶을까봐.”
 
 
 
“......”
 
 
 
아버지의 부탁을 외면하게 될까봐.”
 
 
 
“......”
 
 
 
내가 부럽다고 했죠?”
 
 
 
“......”
 
 
 
나도 그래요.”
 
 
 
“......”
 
 
 
나도 당신이 부러워요.”
 
 
 
“......”
 
 
 
그러니까 나 계속 미워하고, 부러워해도 돼요.”
 
 
 
...?”
 
 
 
예상치 못했던 말에 이야기를 들으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나도 같아서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아니까.”
 
 
 
“......”
 
 
 
내가 오늘부터 내 욕해도 이해해 줄게요.”
 
 
 
“......”
 
 
 
그리고 우리는 라이벌이잖아요.”
 
 
 
라이벌...”
 
 

심지어 이 시대 최고의 라이벌이지.”
 
 
 
그가 웃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웃음.
 
 
 
“...각오해요.”
 
 
 
나도 웃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의 라이벌일 테니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웃음으로.

.
.
.

※만든이 : 민트색바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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