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손님 [단편] (by. 세큥)




ㅇㅇㅇ
방성준
홍종현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흘러나오는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시집을 읽다 보면,
 

“...... 어서 오세요.”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또 시집 읽네요?”
 

내가 만나본 손님 중,
 

제가 시집을 읽든 말든....”
 


 

어울리지 않게.”
 

“......”
 

제일 또라이 같은 손님이.
 

#
 

비정상 손님
by 세큥
 

#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그 손님은 정상이 아니었다.
 

(과거)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알바 중에도 틈틈이 시집을 읽는다니....
나란 여자란.... 크으...
 

혼자 나 자신에 대해
감탄을 하고 있을 때였다.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 왔다.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헤에.....”
 

키 크고 비율 좋고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남자가 갑자기 내 가까이 다가왔다.
 

!”
 

그제서야 내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얼른 다물었다.
일부러 시집이 잘 보이게 들어보이자
남자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 안녕하세요....”
 

그 때, 남자가 내뱉은 첫 마디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쪽이 봐도 잘생겼죠?
.... 왜 이런 얼굴로 태어나서
피곤한 건지...
저한테 반한 건 알고 있지만
그 쪽은 제 스타일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
 

하하.
이런 신선한 또라이 같으니라구.
 

저기....”
 


 

그렇게 매달려도 소용 없어요.
죄송하지만 저 여친 있어요.”
 

아니.....”
 

, 저 성격에 여친이 있다고?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저 여친 없어요, 됐죠?
근데 여친 없어도 그 쪽이랑은
사귀고 싶지 않거든요.”
 

저도 그 쪽한테 관심 없거든요?!”
 

울컥해서 편의점이 떠나가라
꽥 소리를 질렀다.
남자가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날 쳐다보았다.
 

... ... ?
그리고 제가 어디가 뭐 어때서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
 

순간 이 손님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살의가 마음에 가득 찼다.
 

(현재)
 


 

치마는 왜 이리
짧게 입고 나왔어요?”
 

무슨... ?”
 

뭐야, 갑자기 왜 걱정조로 말해.
무섭게.
 

드러나는 그 쪽의 굵은 다리에
놀랄 사람들 생각은 안 해봤어요?”
 

“.... 손님.”
 

싱글 생글 웃으며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 시집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시집을 들어 뾰족한 모서리를 보여주자
남자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어서 살 거 사세요, 손님.”
 


 

살 거 없는데.”
 

ㅎㅎ.....
D지고 싶으세요?
 

그럼 여긴 왜 오셨어요?”
 

그 쪽 못생긴 얼굴 보려고요.”
 

못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
 

“.......”
 

, 맞다. 나 캔커피 사려고 왔지.”
 

남자는 발걸음을 옮기더니
금방 캔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근데.....”
 

“1200원입니다.”
 

말을 뚝 끊고 가격을 말하자
남자가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킬킬... 쌤통이다.
 

그래서요?”
 

그런데 이 남자,
만만치 않다.
 

달라고요.”
 

,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삥 뜯는 사람 된 거 같잖아.
 


 

왕년에 껌 좀 씹었나봐요?”
 

..... 죽으려고.
 

빨리 주기나 하세요.”
 

내가 손을 척 내밀자
남자는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싫으면요?”
 

뭐라는 거야 2시키가.
 

손님, 제가 뭔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왜 제가 그 쪽한테 돈을 내야 될까요?”
 

그 쪽이 돈을 안 주시면
제가 경찰을 부를 테니까요.”
 


 

이왕 부르는 김에 예쁜 경찰로
불러주세요.”
 

하며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남자.
 

예쁜 여자를 원한다면야.... .
 

여기 예쁜 알바는 있는데.”
 

머리를 찰랑거리며 넘기자
남자가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차라리 제가 돈을 내고
말겠습니다.”
 

남자가 재빨리 나에게
돈을 쥐어주었다.
 

확 한 대 패버릴까. 진짜.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을 서둘러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
 

(남자 시점)
 

어서 오세....
또 오셨네요.”
 

편의점에 들어가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다
날 보며 표정을 굳히는
너가 보인다.
 

오늘도 여느 때랑 다름 없이
귀여운 너의 모습에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그 쪽은 또 계시네요.
맨날 저 보고 싶어서
카운터에서 대기하는 거죠?
부담스러운데 그만 좀 해주실래요?”
 

괜히 너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어
내가 생각해도 진짜 또라이 같은
말을 건넨다.
 

착각은 자유라더니...
굉장히 자유로운 삶을 살고 계시네요.”
 

언제나 단호하게 내 장난을
끊어내는 너의 모습마저 사랑스레
보이는 나이다.
 

(과거 회상)
 

처음, 가까이 있는 편의점을
무심코 들어갔을 때,
 

너를 만났다.
 

입을 헤 벌리고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너의 모습.
그 모습이 너무 예뻐
괜스레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쪽이 봐도 잘생겼죠?
... 왜 이런 얼굴로 태어나서
피곤한 건지.
저한테 반한 건 알고 있지만
그 쪽은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괜히 짖궂은 장난을 던져보았다.
 

한낱 알바와 손님뿐일 우리 둘 사이,
조금 더 좁히고
너에게 나라는 존재를
기억에 남기고 싶어
시작된 장난이었다.
 

(현재)
 

물건 안 사실 거면 나가주세요.”
 


 

뮬건 암 사실 거면 놔가주쎄여~”
 

 

 

 

 

 


 

“.......”
 

밤길 조심해야겠다.
조만간 살해당할 것 같아.
 

오늘은... 그래,
초콜릿을 사러 왔지!”
 

초콜릿 가판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못마땅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너이다.
그럼에도 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웃음이 나오는 나이다.
 

초콜릿을 사들고 가자,
카운터에 앉은 너가 일어섰다.
 

있잖아, 난 계산할 때가 제일 좋아.
이렇게 너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잖아.
 

“1000원입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뭐야, 왜 이렇게 비싸요?”
 

이 좋은 순간을 조금이나마
늘리고 싶어 또 실없는
소리를 던져본다.
 

그걸 왜 일개 알바한테 물어보죠?”
 

그러게, 왜 너에게 물어볼까.
 

, 알바셨....”
 

손님.”
 

?”
 

새삼 진지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을 거는 너의 예쁜 모습에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 .”
 

너는 내 마음도 모르고
할 일만 한다.
 


 

일개 알바씨.”
 

왜요.”
 

머리 안 감으셨어요?
약간 떡진 거 같은데.”
 

난 이렇게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를 쓰는데.
오히려 부스스하다면 부스스한 머리를 가지고
기름졌다고 장난을 거는데.
 

떡이 목에 걸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돈이나 주세요.”
 

더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아쉽게 돈을 내민다.
 

안녕히 가세요.”
 

너의 성의 없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편의점을 나간다.
 

#
 

(ㅇㅇㅇ 시점)
 

헤헿.”
오랜만의 시내 외출이다.
예쁜 원피스도 입고,
화장도 정성들여 하고,
하늘도 화창하고.
 

이제 남친만 만나면....
 


 

, 나 남친 없었지. 18.
 

아아...”
 

, 더 외로워지잖아.
 

무작정 혼자 나온 터라
갈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는 다 카페뿐이네.
그리고 카페 안은 다 커플들....
 

내가 나가 죽어야지, 아주 그냥.
 

혼자 놀 데 없나
주위를 살펴보는데
순간 내 눈에 익숙한 얼굴이
쓱 지나갔다.
 

?”
 

뭐지?
 

너무 시달려서 헛것이 보이나?
 

다시 근처 카페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맞다. 그 진상 손님.
 

평소와 다름없는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어떤 여자와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보아하니...
 

예쁘네. 무척.
나랑은 비교도 안 되게.
 

갑자기 우울해져
눈길을 돌렸다.
 

여자 친구인가?
 

여자 친구겠지?
카페에서 만나
저렇게 얘기하는 거 보면.
 

그 남자가 여친이 있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야.
 

등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뭔가가 계속 마음에 거슬렸다.
 

왜 자꾸 그 남자가 여자랑
카페에 앉은 장면이 생각나는 거야.
 

.... 짜증나.”
 

결국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다시 카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여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멋져 보였다.
 

.
 

순간 내 마음의 무언가가
가라앉았다.
 

....”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이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괜히 저 남자가 찾아올 때마다
청순하게 시집이나 읽고 있고.
 

요즘 꾸미고 다니고,
기분도 좋았구나.
 

아니, 사실 이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 자신을 속였구나.
 

한숨을 내쉬며 남자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란 듯 나를 쳐다보는 남자의 얼굴에
재빨리 등을 돌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
 

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거야.
 

#
 

(남자 시점)
 

에휴....”
 


 

뭐야, 왜 그래.”
 

의자에 몸을 파묻고
온 세상이 떠나가라 한숨을 내쉬니
옆에서 친한 직장 동료가
말을 걸었다.
 


 

형이 요즘 고민이 많다.”
 

형은 개뿔.”
 

이 놈이. 뒤질라고.
이 형은 여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편의점 알바생 때문이야?”
 

?
 

?
 

뭐야, 너 어떻게 알아?!
나 아무한테도 안 말했는데!”
 


 

맨날 점심 저녁 시간만 되면
편의점 간다고 사라졌잖아.
실실 웃으면서.
누가 봐도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
좋아하는 거지, .”
 


 

그렇게 티 났냐?”
 


 

대충 하고 다니던 사람이
멀끔히 꾸미고 다니고,
맨날 헤벌쭉 웃고 다니는데
누가 못 알아채냐?”
 


 

바로 그 편의점 알바생 양이
못 알아챈답니다.”
 

“......”
 

답답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홍종현.
 

내가 좀 안 좋은 쪽...으로
그 분한테 낙인 찍혔거든?”
 

어떻게?”
 

그 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
 


 

세상에.”
 

그 또라이 짓을 했다고
어떻게 말해! !!
 

그런데 얼마 전에...
나 엄마 등쌀에 밀려 억지로
소개팅 했단 말이야.”
 

그런데?”
 

그 알바생 양이 봤어.”
 

그 소개팅녀랑 있는 걸?”
 

.”
 

홍종현이 매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연락을 해.”
 

그게...”
 

.”
 


 

번호를 아직도 못 땄어....”
 

?!”
 

홍종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그 알바생 만난 지가 언젠데.”
 

처음 만났을 때가... 두 달 전?”
 

두 달 동안 번호도 못 땄다는 얘기?”
 

, 그 얘기.”
 

... 니가 제일 문제였네.”
 

“...... 답답하다, 나도.”
 

그 알바생에 대해 아는 게 뭐야?”
 

“......”
 

설마 이름도 몰라?”
 

“......”
 

미친 놈아!!
그 여자한테 어필한 게 뭐야?”
 

.... 그게.....”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 중
일부를 알려주자
기가 막히다 못해
뭐 이런 정신 이상자가 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홍종현.
 

.”
 

.”
 

넌 이번 생에 연애는 글렀다.”
 

하아.....”
 

#
 

, 진짜 오지 말라니까?”
 

아오! 그럼 답답하게
하지를 말던가!!”
 


 

내가 답답하게 하든 말든
니가 뭔 상관인데?!”
 

몰라, 나 들어갈 거야.”
 

!!”
 

몇 분째 편의점 앞에서
홍종현과 실랑이 중이다.
 

, 진짜....
따라 들어오지 말라니까?”
 


 

자꾸 그러면 나중에 나 혼자 들어가서
니 사진 보여주면서
이 남자 아시냐고 물어본다?”
 

니가 무슨 CSI?!
뭔 수사하냐?”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게 싫으면
지금 같이 들어가자.”
 

이 시키한테 털어놓는 게 아니었는데....
 

편의점에 굳이 따라 들어가
알바생을 직접 보고 말겠다고 난리다.
 

한숨을 내쉬며 편의점 문을 열자,
언제나처럼 카운터에서 시집을 읽는
너가 보인다.
 

어서 오세....”
 

평소와 다름 없이 인사하다
표정을 굳히는 너.
 

그런데, 오늘따라 표정이 안 좋아보이네.
무슨 일 있나?
 


 

안녕하세요!!”
 

그리고 내 귀를 강타하는
큰 인사 소리...
 

미친.
 


 

므흐는 그야....”
 

홍종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치를 주자
홍종현이 씩 웃는다.
 

이 불길한 예감은 뭐지.
 


 

전 홍종현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홍종현은 너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
 

쪽팔려.
 

#
 

(ㅇㅇㅇ 시점)
 


 

전 홍종현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
 

뭐야, 원래 손님보다
더한 이 또라이는.
 

손을 잡아 악수를 해야되나 싶어
멀뚱멀뚱 서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 또라이씨가
내 손을 낚아챘다.
 


 

듣던 대로 이쁘시구만유~”
 

뉴또 (뉴또라이)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구또 (구 또라이).
 

역시 사람은 얼굴로 판단하면 안 돼.
 

얼굴은 진짜 잘생겼는데... .
 

...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악수를 하게 되었다.
 

뉴또는 내 손을 놓고
갑자기 구또에게 달려갔다.
 

#
 

(남자 시점)
 

나보다 더한 또라이짓을 마치고
나에게 달려오는 홍종현.
 

으는측 흐즈므르....’
 

저리 가라고 눈치를 줘도
이 눈치 없는 놈은
나한테 귓속말을 시전한다.
 

이제 빨리 이름 물어봐.”
 


 

이 상또라이가....”
 

니가 그딴 짓 하고 왔는데
내가 어떻게 가서 이름을 물어봐!
 

빨리.....”
 

 

 

 


 

하하,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네.
당장 가자. 우리 바쁘잖아.”
 


 

? 갑자기 무슨....”
 

나가자고!!”
 

나도 모르게 꽥 소리를 지르고
홍종현의 목덜미를 잡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너랑 다시는 여기 안 와.
 

#
 

(ㅇㅇㅇ 시점)
 

빨리 안 오나.
보고 싶은데.....
 

시계를 아무리 쳐다봐도
시간은 가질 않는다.
 

하아....”
 

진짜 카페에 같이 앉아있던 여자,
구또 손님의 여자친구일까.
 

“......”
 

, 뉴또 얼굴은
왜 떠오르냐고!!
 

또라이는 역시 또라이끼리
어울리는 법이라는 건가.
 

아니,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고!
중요한 건,
그 여자가 구또의 여친인지 아닌지.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반응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게 인사하자
들어오는
구또 손님이....
 

아니다.
 

대낮부터 술을 드셨는지
잔뜩 취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비틀거리며 나를 향해
손 인사를 날리는 취객.
 

“......”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자,
취객은 어디론가
꼬인 발걸음을 옮겼다.
 

취객이 편의점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딸랑
 

진짜 나타났다.
 

“.....”
 

구또 손님이.
 

어서 오세요.”
 

, 왜 마음과 달리
차가운 목소리가 나오는 거야.
 

안녕하세요?”
 

왁스를 쳐 발랐는지
머리를 번지르르하게 넘기고,
단정한 옷을 입은 구또 손님이었다.
 

꽤 꾸미고 오셨네요?”
 

뭐야, 여친 만나러 가는 거야?
 


 

... 티나요?”
 

구또 손님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왁스를 머리에 아주
부었네요, 부었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비꼬는 투로 말을 던졌다.
 

그러자 구또 손님이 민망한 얼굴로
머리를 매만졌다.
 

여자 친구 만나러 가는 거예요?”
 

살짝 떠보자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짓는
구또 손님.
 

? 저 여자 친구 없는데.....”
 

어이, 아가씨!”
 

그와 동시에 카운터에 난입한
취객 양반.
 

잠깐, 방금....
여자 친구 없다 그랬지?
 

그럼 그 여자는 뭐지?
여자 친구 아닌 거야?
 

흐흫.
 

괜히 나오는 웃음을 가리려
고개를 숙이고 취객이 내민
물건을 받아들었다.
 

과자 몇 봉지였다.
 

“3천원입니다.”
 

과자를 취객에게 내미는데,
갑자기 확 내 손목을 잡아채는
취객.
 

아가씨 데리고 가려면
얼마 내야 되니?”
 

이 아저씨가 돌았나, 진짜.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 하는데
갑자기 굳은 표정의 구또 손님이
취객의 손을 확 떼냈다.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야.”
 

“......”
 

난생 처음 보는
손님의 멋진 모습에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넌 또 뭐야?!”
 

손님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취객.
 


 

괜히 이 여자한테 집적대지 말고 꺼져.
경찰 부르기 전에.”
 

!”
 

지금 당장 안 나가면
경찰을 부르기 전에
내가 먼저 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손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취객이 손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
 

얼른 취객의 팔을 잡아
뒤로 꺾은 다음
힘으로 바닥에 눕혔다.
 

아악!!”
 

작작해, 아저씨.
빨리 안 나가? 죽고 싶어?”
 

취객의 손목을 살짝 꺾자
 

, 알았어! 나갈게!!”
편의점 밖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세상엔 별 또라이들이 다 있다니까...”
 

우리 구또 손님 같은 사람도 있고.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자,
매우 놀란 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구또가 보였다.
 


 

....”
 

, 나 연약한 여자
코스프레 했어야 했는데!
 

망할.
 

....”
 

제가 이래봬도
유단자거든요.”
 

무슨 종목....”
 

생각보다 많은 종목에서....”
 

괜히 뻘쭘해진 분위기에
내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남자 시점)
 


 

다행이다.
그래도 별 탈은 없어서.
 

연약해 보이는데
그래도 자기 몸 하나는 잘 지키네.
 

“.....”
 

괜히 멋쩍어 하는 너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까 어디 다친 건 아니겠지?
 


 

다친 덴 없어요?”
 

너에게 묻자,
화들짝 놀라는 너이다.
 

... 없어요. 멀쩡해요.”
 

그래도....”
 

감히 널 건드리려 해?
저 미친 아저씨를
꼭 내 손으로 응징해줬어야 하는 건데.
 

....”
 

, 이 어색한 분위기 어쩔 거야!!
 


 

이름이 뭐예요?”
 

나도 모르게 불쑥
말이 나왔다.
 

이 미친 놈아!!
 

이 상황에서 이름을 물어보면 어떡해!!
 

“......”
 

너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리
갈수록 예뻐지는지.
 

ㅇㅇㅇ이요.”
 

수줍게 웃는 너의 모습에
내 가슴이 마구 설레였다.
 

구또 손님은요?”
 

....?
 

?
구또? 그게 뭔 뜻이야?
 

, 아니... 내 말은... 손님은요?”
 

구또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매우 나쁜 뜻이라는 건
알 것 같다.
 


 

방성준이요.”
 

그래도 뭐, 너니까 봐준다.
 

#
 

(ㅇㅇㅇ 시점)
 

안녕하세요, 유단자씨.”
 

취객 나타났을 때 좀 챙겨준다 했더니
또 시작이네, 방성준.
 

, . 안녕하세요.
여자인 저보다 더 약한 방성준씨.”
 


 

오류가 하나 있네요.
그 쪽은 여자라고 보기 어려운....”
 


 

손님, 죽고 싶으세요?^^”
 

또 꾸미고 왔다.
왁스는 왜 저렇게 쳐 바른대.
 

쯧쯧.
 

방성준은 가판대 쪽으로 가더니
굳은 얼굴로 음료수 두 개를 사왔다.
 

하나는 캔커피, 하나는 초코 우유.
 

.... 나 초코 우유 레알 좋아하는데.
마시고 싶다.
 

“2500원입니다.”
 

초코 우유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자
방성준이 혼자 얼굴을 붉히더니
돈을 내밀었다.
 

그리고 캔커피만 손에 드는 방성준.
 

손님, 초코 우유는....”
 


 

그건 니 꺼.”
 

“......”
 

자기가 말한 건데도
자기가 더 부끄러운지
재빨리 편의점 밖으로
뛰어나가는 방성준.
 

뭐야....”
 

피식 웃으며 언뜻 본 그의 귀는
빨개져 있었다.
 

#
 

(방성준 시점)
 

으아... 어떡해....”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꼬았다.
 


 

뭐야, 그 알바생이랑 뭔 일 있었어?”
 

툭 지나가며 말을 던지는
홍종현.
 


 

흐흫. 몰라....”
 

, 징그러워. 꺼져.”
 

이제 번호 딸 일만 남았다?”
 

뭐야, 번호 아직도 못 땄어?”
 

셧업. 난 지금 우리 ㅇㅇㅇ의 이름을
알게 됐다는 행복감에 가득 차 있으니까.
 

오늘 딸 거야.”
 


 

제발 따라.”
 

#
 

... ....”
 

머리 상태도 확인하고,
옷도 한껏 꾸며 입었고.
 

너한테 잘 보이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나이다.
 

그러고 편의점에 들어가면...
 

어서 오세요!”
 

벌떡 일어나 인사하는 너....
 

 


 

“......”
 

뭐야.
 

왜 이렇게 치마가 짧아.
 

생전 바지만 입던 애가
오늘은 딱 달라붙은 H라인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왔다.
 

손님?”
 

내 굳은 얼굴이 신경 쓰이는지
너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 보일 남자 있는 건가?
 

아니, 설마 아니겠지.
 

왜 갑자기 치마를 입고 왔어요?”
 

다시 봐도 진짜 너무 짧다.
 

남자들 눈 다 돌아간다고!
그렇게 입고 다니지 말라고!!
 

글쎄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는 너.
 


 

... 뭐 잘 보일 남자 있어요?”
 

질투가 폭발해
일부러 심통 맞게 물어보자,
 

.”
 

들려오는 너의 대답.
 

?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슨....
그 쪽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요.”
 

?”
 

방금 들은 말이
현실인가 싶어
벙찐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너무 질질 끈 거 아니에요?
저도 그 쪽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서로 번호 하나 모르고.”
 

너도 나를 좋아한단.....”
 

, 저 방성준씨 좋아해요.
방성준씨는 저 좋아해요?”
 

.....”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몸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흐흫.”
 

보아하니 저 좋아하는 것 같은데.”
 

“..... 저기요.”
 

너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걸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너.
 

어쩜 이렇게 예쁠까.
 

저 진짜...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고 싶은 말 있었는데.”
 

“.....”
 


 

번호 주실래요?”
 

나를 향해
누구보다 예쁜 미소를 날리는 너.
 

당연하죠.”
 

#
 

(+)
 

그나저나 그 치마,
다시는 입고 다니지 마!”

, 난 너한테
잘 보이려 한 건데...”
 


 

남자는, 나 빼고 다 늑대야.
그런 거 입고 다니면
다른 남자들 눈 다 돌아간다니까?
아주 그냥?!”
 

싫어, 그냥 입고 다닐래.”
 

!!!”

.
.
.

※만든이 : 세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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