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10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BGM과 함께 들으시면 더 좋습니다!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10
 
 
 
 
BGM: 차칸소리- 선배와 오빠사이
 
 
 
 
 
간질거리는 시원한 바람이
옥상 위에 서 있는 너와 내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흔들어 재꼈다.
 
 
내일 영화 ㅁㅁ
개봉한다고 했지?”
 
 
무대 위에서 느꼈던 감정이
여전히 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 , .”
 
 
난 바보같이 말을
더듬어버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떨림이란 감정을 숨기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미처 혼란스럽게 흐트러진 생각을
정리도 못하고 있는데,
 
 
그럼 그 영화
나랑 내일 보러가자!”
 
 
생기 넘치는 ㅇㅇ의 네 목소리가
예민해진 청각을 건드려왔다.
그녀의 이야기에 난 어떠한 말도 못하고
고개만 살짝 끄덕여보였다.
 
 

어두운 밤하늘이
옅은 선홍빛으로 물든 내 얼굴을
감춰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
 
 
 
 
늘 입고 다니던 교복을 벗어던지고,
난 피식피식- 피어오르는 웃음을 머금은 채
오랜만에 옷장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
 
 
여러 벌의 옷을 뒤적거리는
내 손놀림은 무척이나 빨랐지만,
정작 그 속도에 맞춰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지는 못하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서서 매치한 옷을
이리저리 비춰보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같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동안 나름 패션센스가 있다고
자부하면서 살았었는데,
오늘에서야 내가 괜한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몇 시간동안 원하는 스타일의 옷도
제대로 못 고르는 걸보니,
난 혹시 패션테러리스트 쪽에
가까운 건 아닐까-
생각이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하아.”
 
 
축 쳐진 어깨와 함께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무심코 쳐다봤다.
약속시간에 임박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난 부랴부랴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창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듯
옷매무새며 머리스타일이며
매만지고 있는데,
 
 

, 여자 있어?”
 
 
자신의 덜 떠진 눈을 비비며
내방으로 들어오는 동생 녀석이
쓸데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여자는, 무슨!
너 아직 잠이 덜 깬 거 아니야?
그리고 덧붙이자면 여자가 아니라
그냥친구 만나는 거거든?”
 
 
그래.
우리는여전히, 누가 봐도
정말 친한 친구사이지.
 
단지 그 위에 나 혼자만의
짝사랑 씨앗이 뿌려진 것 외엔,
우리 사이는
그 어떠한 것도 변한 게 없었다.
 
 
입가에 장착한 능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 그럼 나도 따라가도 돼?”
 
 
그는 내 쪽으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퉁퉁 부어버린 그의 얼굴이
꽤나 부담스러워,
 
 

, 네가 뭔데.
남의 데이, 아니
약속에 꼽사리를 끼려고 그래!
눈치 없이!”
 
 
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쭈-욱 밀며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형아, 내 눈치가 좀 빠른데.”
 
 
 
, !”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내게 추궁해오는 그의 모습에,
 
 

이거 느낌이 팍팍- 오는데?”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삼키며
살짝- 움찔거렸다.
 
 

수상한데.
, 분명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거 같은데.”
 
 
나조차도 몰랐던 내 마음을
제대로 파악한지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 녀석은 벌써 평소와 다른
내 낌새를 눈치 챘는지
뭔가 아는 척을 해오는 것처럼 보였다.
 
 

- 계속 헛소리 할 거면,
가서 잠이나 더 자!”
 
 
괜스레 내 마음이 고스란히
들통 날 것만 같은 사실에,
그걸 감춰보겠다고
큰소리로 으름장을 놓았고,
내 방에서 나가라는 듯
그녀석의 등을 있는 힘껏 떠밀어버렸다.
 
 
그가 나간 뒤 닫힌 방문을 보자,
 
 
난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렇게 티가, 많이 나나?”
 
 
난 애써 피어오르는 감정을
억눌러야하는 내 신세에
속상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쭙잖게 섣부른 내 감정표현으로
ㅇㅇ와 내 사이가
서먹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그래도 ㅇㅇ 너를
잃을 순 없잖아?”
 
 
친구로나마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현실에 만족한다고 난,
 
 

변백현, 이대로라도 만족하자!”
 
 
내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어본다.
 
 
 
거울 앞에서 난 어깨의 높이만큼
축 쳐진 입가의 끝을
애써 끌어올려 웃어보였다.
 
헤어스타일은 몇 번의 손질 끝에 완성되었고,
억지로 올려놓은 입가의 끝을
여전히 유지한 채, 현관문을 밀고 나왔다.
 
 
 
문을 열고나오는 순간,
방금 전 되뇌었던 다짐은
순식간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도어락이 잠기면서 내는 요란한 소리에,
미리 나와 있던 ㅇㅇ
자연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선선한 공기가 자연스럽지 못한
우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통과해갔고
(ㅇㅇ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가 ㅇㅇ를 대하기가 뭔가 어색해졌다.),
이내 ㅇㅇ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아,
또 그렇게 예쁘게 웃어 보이면
어쩌자는 건지.
 
 

- 근데.
넌 아침부터 또 왜 그렇게
예쁜 건데.
 
 

새삼스럽지만
ㅇㅇ- 진심 예쁘다, 예뻐.
 
 
심장이 요란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내가 인사를 하려는 찰나에,
-’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가네?
얼른 타자!”
 
 
ㅇㅇ가 어색한 포즈로 서있던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내 손목을 잡아끌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에 몸을 싣자,
ㅇㅇ는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스르르- 풀어놓고
내려가는 층수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ㅇㅇ가 잡았던 손목부근을
반대편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렸고,
가슴 안에 작은 소용돌이 하나가
거세게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작은 스킨십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우스웠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내 마음까지는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부르르- 미세하게 떨려오는
눈꺼풀을 조심스레 감았다.
 
 
변백현, 웬만해서
절대 티내면 안 돼!
 
 
다시 한 번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아까 연습했던 웃음을
얼굴위에 간신히 올려놓고선
ㅇㅇ를 쳐다봤다.
 
 
우리는 1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잘 잤어?
오늘은 웬일로 먼저 나왔대?”
 
 
- .
나 매일 늦잠 자는 사람 아니거든?
단지 좀잠이 많을 뿐이지.”
 
 
입을 삐죽-내밀며
열심히 변론하는 ㅇㅇ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푸시시- 바람 빠진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잠도 많은 뿐더러,
잠귀도 매우 어둡고.
그치?”
 
 
-?
너 영화 쏘려는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매우 불순하다, 지금?”
 
 
ㅇㅇ의 말에 빠른 대응을 하고자,
 
 

매우 아름다우십니다!”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장난스럽게나마 내 마음 전해보았다.
 
 
내 말에 만족스러웠는지,
ㅇㅇ는 눈을 휘어지게 접어대고
예쁜 웃음소리를 흘려보냈다.
 
네가 기분 좋게 웃으니
왜 내가 다 뿌듯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사랑이란 감정은
참 신비로운 것 같다.
 
 
 
 
 
BGM: 차칸소리- 선배와 오빠사이
 
 
 
 
 
 
도착한 버스에 올라서자,
주말이지만 이른 시간 탓인지
버스 안은 굉장히 한산했다.
 
우리 둘은 늘 그렇듯,
같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버스 좌석에 자리를 잡고나면
ㅇㅇ는 항상 잠 잘 준비를 하는 것까지 똑같았다.
 
 
또 자려고?”
 
 
일찍 일어났더니,
피곤해.”
 
 

그럼 고개 푹- 숙이고 자지 말고,
내 어깨에 기대서 편하게 자던가.”
 
 
됐어!
어차피 내가 기대서자면,
네가싫어하잖아.”
 
 

싫어하는 건아니지.
이번엔 아무소리 안하고
어깨 내주겠다는데도?”
 
 
내 말에 눈을 감았던
ㅇㅇ는 살포시 눈을 떴고,
 
 
그래도 돼?”
 
 
의외라는 듯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내게 재차 확인을 해왔다.
난 대답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여보였다.
 
빨갛게 달아오를지도 모르는
얼굴을 최대한 빨리 숨기고자,
 
 

얼른 자.”
 
 
오른쪽에 앉아있는 ㅇㅇ의 얼굴을
내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끌어다가
어깨에 기대게 해주었다.
 
 
얼마 뒤 색색- 고른 숨을
쉬어대는 ㅇㅇ의 모습을 확인하자,
난 고개를 아래로 살짝- 숙인 채
쓴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아마 ㅇㅇ 너는 모를 것이다.
그동안 버스에서 너에게 일부러
내 어깨를 내줬다는 사실을.
 
불안정한 모습으로
고개가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자는 네 모습이 신경 쓰여,
내 손으로 조심스레 네 얼굴을 끌어다가
내 어깨를 베개로 삼게 해줬다는 것을.
 
물론 일어났을 땐,
어깨를 내주지 아닌 척
오버를 하면서 ㅇㅇ에게 어색하게
한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냥 네가 편하게 내 어깨를
이용해줬으면 한다는 점과
아닌 척 오버를 하면서 싫은 소리를
네게 내뱉기 싫다는 점이
예전과는 달랐다.
 
 
 
 
*
 
 
 
 
영화 상영시간까지는 꽤 남았지만,
미리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일렬로 늘어선 줄에
우리는 나란히 서 있었다.
 
두 명의 영화표를 끊은 종이를 들고
일렬로 늘여진 줄에서 빠져나오면서,
 
 
생각보다 ㅁㅁ
보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ㅇㅇ는 의아하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티저 예고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가 끌릴 만하다니까?”
 
 
30초짜리 티저 예고편을
ㅇㅇ에게 보여주기 위해,
핸드폰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 백현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검색창에 영화 이름을 입력하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고개를 들지는 않았지만,
콧소리를 섞어대며 내 이름을 부른 사람이
이지은이란 사실을 바로 알아버렸다.
 
고개를 천천히 들었을 때는 이미,
내게 팔짱을 낀 채 찰싹- 달라붙은
이지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일 때였다.
 
나도 모르게 빠르게 인상이 일그러졌다.
내 팔을 양손으로 붙잡은
이지은의 손을 떼어 내려고하는데,
 
 

어머! 영화 보러 왔어?
내가 그때 대회 다음날
뭐하냐고 물어봤을 땐,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하더니!”
 
 
양손에 더욱 힘을 주며
말을 꺼내는 이지은이었다.
 
 
여기서 다 만나고,
참 신기하다!
이정도면 우리 완전
인연사이 아니야?”
 
 
가라앉은 분위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이지은은 혼자 신나서
내게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기에도 바빠 보였다.
 
내 앞에 서있는 ㅇㅇ
이지은이 내게 껴온 팔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차- 싶었던 난
조금 전보다 더 힘을 주어,
내게 팔짱을 껴온 이지은의 팔을
거칠게 떼어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던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리,
 
 

새삼스럽게 왜 이래.
사람들 많아서
쑥스러워서 그래?”
 
 
그동안 팔짱을 잘 껴왔으면서
오늘은 왜 자신의 팔을
떼어 놓느냐는 말을,
너무 천진난만하게 물어오는
이지은의 모습에 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이지은은 자신의 입술 끝을
바짝 끌어올리며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굉장히 인위적이었다.
눈은 전혀 웃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자신의 눈에 힘을 잔뜩-준 채,
내 앞에 서 있는 ㅇㅇ
말없이 기분 나쁘다는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다분히
고의적이라는 게 느껴지자,
 
 

이지은 그만 좀 갈래?
나 중요한 시간
보내고 있는 중이니까.”
 
 
기분이 상한 나는
최대한 올라오는 화를 꾹- 눌러대며
조곤조곤한 말투로 이야기를 끝마쳤다.
 
내 이야기에 나를 진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지은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
그녀는 나한테 안기려했는지,
 
 

-, 백현아.”
 
 
살짝 점프를 하면서
내 쪽으로 몸을 기대려했다.
그러나 내가 두 발짝 뒤로
물러날건 예상 못했는지,
 
 
, !”
 
 
조준을 실패한 이지은은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녀의 큰 목소리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아졌지만,
이내 그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다들 본연의 하던 일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 쪽으로 손을 내밀은 그녀는,
 
 

백현아, 나 좀 잡아줘!”
 
 
내가 자신의 손을 잡아줘 일으켜
세우길 바라고 있었다.
 
난 내 뒤에 서있던
ㅇㅇ를 살짝 한번 쳐다봤다.
ㅇㅇ는 넘어진 이지은을 보고 놀랐는지,
동그랗게 변한 눈과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난 어쩔 수없이 이지은이
내민 손을 잡아서 일으켜 세우며,
 
 

왜 혼자 넘어지고 그래.”
 
 
볼멘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 발목아파.”
 
 
왜 예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쓰윽- 스쳐지나가는 걸까.
 
 

- 같이 온 일행 없어?”
 
 
내가 말을 꺼내서
물어보기가 무섭게,
 
 
지은아, 너 어디 갔었어.
갑자기 없어져서,
깜짝 놀랐잖아.”
 
 
이지은을 찾는 친구의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친구가 넘어졌다는 사실을
그녀의 친구에게 전하며,
잡고 있던 이지은의 손을
그녀의 친구에게로 건넸다.
 
 

조심히 가라!”
 
 
이지은은 내 인사에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날 한번 쳐다보더니,
친구에게 의지한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혹시나 했지만,
이지은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정상적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하아, 쟨 진짜 왜 저러지?
 
 
 
 
*
 
 
 
 
BGM: 차칸소리- 선배와 오빠사이
 
 
 
 
 
아점을 먹을 생각으로
근처에 있는 식당을 둘러보고 있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오랜만에수제돈가스?”
 
 
우리는 수제돈가스 식당
방향으로 몸을 틀며,
 
 

그거먹자, 그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ㅇㅇ는 어제의 일을 회상하며,
 
 
나 어제 응원하러갔는데,
대회에 관람객 엄청 많이 와서
나 못 봤겠다. 그치?”
 
 
제법 아쉬운 말투로 툴툴거리며,
 
 
친구를 좀 응원하러
처음으로 갔는데.”
 
 
마지막엔 입술을 삐쭉거렸다.
 
ㅇㅇ의 제법 귀여운 모습에
푸시시-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사실대로 말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 못 보긴, 고개 돌리다가
얼핏 몇 번씩 봤는데?”
 
 
혹시나 부담스럽게 느낄까봐,
곧이곧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두 눈은 계속 ㅇㅇ 너를
찾아내기에 바빴고,
너를 찾고 난 후에도
여전히 너만을 바라봤는데,
 
당사자는 그걸 못 느꼈나보다.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식당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서도,
 
 
그럼 내 친구 수정이랑
네 동생 태형이도 봤어?”
 
 
ㅇㅇ는 어린아이처럼
여전히 재잘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자신을 봤다는 소리에
뭐가 그리 신나는지.
 
 

정말 귀여워서 미치겠다.
 
 
? 왔었나?”
 
 
잠깐 드는 네 생각에
한 템포 늦게 말을 꺼냈다.
내말에 ㅇㅇ는 이내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며,
 
 
에이, 그 얼핏 본 사람은
내가 아니었나보다.
어제 내 옆에
수정이랑 태형이도 있었는데.”
 
 
살짝 풀이 죽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ㅇㅇ는 자신의 앞에 놓아진 음식을,
 
 
응원도 완-전 열심히 했는데.”
 
 
젓가락으로 콕콕- 쑤셔대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응원을 열심히 했다는 ㅇㅇ말에,
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내내,
ㅇㅇ는 자신의 양손을 꼭 맞잡고
긴장한 티가 얼굴에
그대로 써져있었는데.
 
 
뭐 마음속으로 응원을
-전 열심히 했나보다.
 
 
우리 ㅇㅇ는 왜 이렇게 마음까지 예쁜 건지.
 
 
솔직히 공연 내내
ㅇㅇ 너만이 내 눈에 가득 들어차서,
 
 
-. 봤다, 봤어.
둘이 아주 찰싹 붙어있더라?”
 
 
지금 이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보기 좋은 거짓말을 내뱉었다.
 
응원하러 온 그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이 왔었는지는
내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 봤구나!”
 
 
돈가스를 맛있게
한입 앙- 베어 물고,
 
 
어제 무대 보니까,
왜 여자애들이
반했다는 둥 멋있다는 둥
하는 줄 알겠더라.”
 
 
천천히 오물거리면서 씹더니,
내가 무대에 섰던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남자친구 있는 수정이마저도
네 노래 듣더니 설렌다고
아주 난리를 치더라고.
내가 봐도 어제 너 좀 멋있더라!”
 
 
ㅇㅇ의 기분 좋은 칭찬에,
내 광대는 끝없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네가 노래 부를 때
난 되게 긴장하면서 듣고 있는데,
내 주변에 있던 여자애가
자꾸 자기보고 노래 부른다고
설레발치고 그러더라? 되게 웃기지?”
 
 
어이구- ㅇㅇ 네 주변에 있던
여자애도 착각을 할 정도인데,
너도 같이 착각이라도 좀 하면 안 되냐?
(물론 자신을 바라봤다고 이야기를 해도,
전혀 착각은 아니지만.)
 
 
난 내 앞에 놓아진
음식을 열심히 먹으면서,
 
 

그래서 ㅇㅇ 너도
설렜어?”
 
 
아무렇지 않은 듯
질문을 툭- 건넸다.
 
 
난 입에 들어있는 음식을
채 씹지도 못하고,
ㅇㅇ 네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
 
 
- 나는,”
 
 
뭐라고 대답할지
심장이 몹시 두근거렸다.
ㅇㅇ는 빤히 쳐다보는 내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걸
눈치 챘는지,
 
 
노코멘트 할래!”
 
 
씨익- 웃으면서
자신의 돈가스를
또 한입 앙- 베어 물었다.
 
 

, 너무 티냈나?
 
 
난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내 앞에 놓아진 음식을
천천히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
.
.
 
 
 
 
우리가 너무 늑장을
부리면서 식사를 했는지,
영화 상영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헐레벌떡- 뛰어서
영화관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 다행이다.
이제 시작하나봐!”
 
 
ㅇㅇ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을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영화가 시작하자,
ㅇㅇ는 매우 집중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난 식당에서 나오면서 네가 했던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백현아-
네 노래 듣고 있을 때,
사실 나도 좀 떨리더라.”
 
 
 
옆에 앉은 ㅇㅇ 너를
몰래 곁눈질하면서 쳐다봤다.
 
결국 영화내용에
단 한 장면도 집중을 하지 못했다.
 
 
사실 나도 좀 떨리더라.”
 
 

ㅇㅇ- 너의 그 한마디에,
 
 
떨리더라.”
 
 

난 미치도록 떨리더라.
 
 
 
 
이날은 아주 심장이 미치도록 뛰어대는
 

우리의, 아니 나만이 느낀
데이트 같은 만남이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이 어느새
한자리의 숫자에서
두 자리로 숫자가 넘어가니까
감회가 참 새롭네요.^^;;
 
늘 함께해주시는 독자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6 => 바로가기
■ 07 => 바로가기
■ 08 => 바로가기
■ 09 => 바로가기
■ 10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