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지기 전에 01 (by. 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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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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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01
 

 

000
남주혁
서강준
박보검
이태용
 

 

 

열아홉의 겨울은 기대하면서도
맞이하기 싫은 계절이다. 학교 입학
이래 가장 긴긴 방학을 보내는 것의
설렘과 동시에 수능이라는 종지부를
찍을 시기가 와서일까, 나는 수험생의
늪에 찌든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 꿈 깨라. 이럴 시간에
모의고사나 풀지 그래?”
 

 

나보다 대학을 2년 일찍 간 오빠는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아직 가지도
않은 대학 생활에 대해 계획표를
세워대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웃겨, 2년 전 지 생각은 안 하나봐.
대학 가서 송혜교 닮은 여자친구
사귈 거라더니.
 

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 생각도 못해? 꺼져!”
 

꺼져어? 이딴 성깔을 가지고
대학을 갔는데 남친이 생긴다고?
허이구야, 지랄 났다 지랄 나.”
 

 

내가 적은 계획들은 양심을 조금
섞는다면 허세가 심하긴 했다.
1순위가 남자친구 만들기, 2순위가
평균 성적 4.0(4.5 기준), 3순위가
클럽 도장깨기......, 스무살이 되면
과거의 나를 잊고 인생 새 출발하듯
써놓긴 했다.
 

 


 

아서라, 아무리 네가 공대를 간다지만
간다고 전부 공대 아름이가 되는 건
아니란다.”
 

워쩌라고!!! 나한테 훈수 두기 전에
오빠 군입대나 걱정해!! 팔자 좋다??”
 

“.....? 방금 뭐라고?”
 

 

오빠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나보고 그 개소리 누구한테 들었녜,
나는 엄마가 말하지 않았냐며 친히
서랍을 뒤져 그에게 직사각형의
우편물을 건네주었다.
 

 


 

, 입영....통지...”
 

 

입영통지서.
 

오빠는 뜯겨진 우편물을 펼쳐
보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이
수전증인지 알 리 없지만, 하여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이었다.
 

 


 

시발....X됐다....”
 

 

오빠의 잔소리는 그 날 부로 끊겼다.
그리고 인생 그 까짓 거 하루살이
아니냐며 상태 메시지를 ‘YOLO'
해놓지를 않나, 내 친구들마저 너희
오빠 막 산다며 감탄할 지경이었다.
 

 

노트북이랑~ 보조 배터리랑~
뭐가 있더라~ 아무튼 다 00~”
 

아주 느그 오빠를 호적에서
파내 버리지 그러냐.”
 

세상에나, 그런 좋은 수가!”
 

나쁜 년....”
 

 

오빠는 이듬해 폭설이 내리던 날,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입대를 했다.
내 대학 입학식을 일주일 남겨 둔
시점이었다. 친오빠의 생이별에 대한
슬픔 따위 한 시간 만에 하늘로 날려
버린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 기대된다.”
 

 

 

오빠 말을 새겨들을 걸, 하고
1년 뒤에 후회할 나를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
.
.
 

 

 

청춘이 지기 전에 01
- EP 01. 지나간 고딩도
다시 보자
 

 

 

.
.
.
 

 

 

 

 

/1년 후/
 

 

 

 

일주일 전 고등학교들이 하나 둘
개학을 하더니 이제 초등학교들도
전부 개학을 했는지 텅텅 빈 PC.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처음 맛보는
꿀 같은 행복이었다. 오랜만에
휴대폰 좀 오래 뒤져다보겠네.
 

위시리스트에 넣어놓은 옷들이
혹여나 품절이 될까 싶은 조바심에
쇼핑몰을 뒤지고 있는 나는,
딸랑대는 종소리에 반사적으로
외쳤다. ‘어서오세요.’
 

 

아 뭐야, 사장인줄 알았잖아.”
 

 

나는 맥이 풀린다.
자세가 한껏 편안해졌다.
 

 


 

오늘 시즌 시작하는 날이잖냐.
달리러 왔다.”
 

이번엔 반드시 다이아 찍는다..!!”
 

너네 아직 옵치해?
배그로 요새 다들 갈아타던데.”
 


 

지조를 지키는 남자들이지.”
 

 

포부를 드러내며 컴퓨터 전원을
키는 이 남자들은 나의 동기.
 

검정 볼캡을 쓰고 제 덩치만한 패딩을
덥다며 벗어대는 남자는 남주혁,
옆의 마스크 쓴 순한 눈매는 박보검.
 

같이 다니는 동기 중에선 알아주는
게임 폐인들이다. 방학 내도록 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와 헤드셋을 끼고,
얼굴 모를 모니터 속 사람들과 쌈질을
하더니 단골 도장을 찍어버리기까지.
 

그나마 보검이는 중재하는 역할이다.
남주혁은 아가리 파이터고.
 

 

, 000!”
 

라면 주문하면 죽인다.”
 


 

손님이 라면 시키는 게
죽을 죄람?”
 

응 브론즈는 조용히 해줄래.”
 

 

주혁이의 입이 닫힌다.
진짜 브론즈일 줄은...
하도 그마 그마(그랜드 마스터)
거려서 잘하는 줄 알았잖아;;
 

 

수강신청 성공했어?”
 

휴학할 뻔 했다.”
 


 

, 시간표 뭔데?”
 

 

나는 시간표 어플을 보여주었다.
로그인을 하다말고 보검이가
내 폰을 낚아채간다.
 

밖에 꽤나 돌아다녔던지 손이
무척이나 차가워. 그 손가락으로
게임이 제대로 되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 너 황교수님 수업 들어?
완전 빡세다고 소문났는데
감당할 수 있을까....”
 

너 박교수 공학설계?”
 

...”
 

찌발, 부러워!!!”
 

 

수강 신청 1분 전 쇼핑몰에
홀려서 옷을 장바구니에 담던
나를 꾸짖어도 어쩔 수 없다.
 

롱코트와 바꾼 내 학점....
올해 학기 농사는 풍년일 게다.
하도 씨를 많이 뿌려놔서.
 

플레이 도중 리스폰이 뜬 주혁이
보검이가 보고 있던 내 시간표를
힐끔 훔쳐본다.
 

 


 

시간표가 뭐 이래?
니가 헤르미온느야?”
 

입닥쳐 말포이
 

“000하면 밥인데, 밥 먹을
시간이 없잖아? 마상에....”
 

 

대학 시간표의 나쁜 예는 죄다
내 시간표에 갖다 박아 놨다.
이러니 내가 휴학을 고심하지.
앞으로 무슨 낙으로 학교를
다녀야 하나....
 

 


 

그래도 수요일하고 금요일은 널널
하네. 수강정정 기간도 있겠다,
개강하면 박교수님 찾아가서 수업
듣게 해달라고 애원해 봐. 강준이는
작년에 그렇게 해서 성공했잖아.”
 

서강준 걔는 입을 잘 털어.
남주혁 이 새기가 게임에서
애들 상대로 입 터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고.”
 

에에? 저것들 수작질 보게?
요것도 너프해보시지!!!!!
.........., 잘못 날렸다.”
 

글러먹었어 얜.”
 

 

보검이와 나는 동시에 도리질했다.
남주혁은 어째 현실 스포츠는 다
잘하면서 궁둥이 붙이고 하는
스포츠엔 영 소질이 없네.
신이 공평하다는 건 사실인 듯.
 

 

너 손님 왔어.”
 

, 잠시만.”
 

 

주혁이의 답 없는 플레이에 넋을
놓다가 손님이 온 것도 몰랐다.
나를 툭툭 치는 보검이의 손짓에
후다닥 입구로 가서 아까보다 좀
더 간드러진 목소리로 인사했다.
 

 


 

“.....”
 

 

이어폰을 끼고 있어 인사가 닿았
는지 모르겠지만, 남자의 눈동자가
또렷이 보였을 때 나는 하마터면 입
밖으로 외칠 뻔했다. ‘, 잘생겼다!’
 

곧바로 나이를 어림짐작 하건데,
나랑 동갑이거나 고등학생이다.
 

밝게 염색한 머리카락에 검정
뿌리가 올라오지 않은 걸 보니
미용실 다녀온 지 얼마 안 됐고,
내 경험을 보태자면 막 수능
끝난 19살의 행보와 비슷했다.
 

일탈 한 번 꿈꿨다가 머리
홀랑 태워먹을 뻔했다지.
 

 

뭉치!”
 


 

“.....”
 


 

, 뭉치!!!!”
 

 

노골적으로 그를 쳐다봤던 내가
주혁이의 목소리에 확 깼다.
 

다행히 탈색머리 남자애는 기계에
돈을 넣고 2시간치를 계산하느라
내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구석진
자리로 가 전원버튼을 눌렀다.
 

나는 좀 조용히 말할 수 없겠냐며
주혁이에게 면박을 주었다.
내 말을 똥으로 아는 놈이라
으름장도 소용이 없지만 말이다.
 

 


 

강준이도 곧 이리 온대.
알바 끝나는 대로 근처
대포에서 소주 땡기자.”
 

대포 안주 새로 생겼다매?
페북에 떴더라.”
 

안주털이하면 나 아니냐.
안 그래도 개강 일주일 남아서
절망적이었는데 잘 됐다.”
 

 

개강.
문득 작년 이 맘 때 즈음의 내가
떠올랐다. 수강신청이니 개강이니,
대학용 단어들이 서툴고 신비로웠던
새내기시절의 나는 걱정도 많았다.
 

공대에 여자가 희귀하다는 소리는
친오빠를 통해 귀가 닳도록 들었으나
설마 그렇게나 없겠어?’하고 넘겨
버렸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
더니 17학번에 유일하게 여자가 한
명 있다는 게 바로 나였고, 모든
이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내가 관종이었다면 기쁨에 겨워
땡큐쏘마취를 불렀겠지만,
이건 아니야. 멀미가 났다.
 

어찌됐든 옛날이야기라 웃으며
회상하는 거지 그 때로 돌아
가라면 몸서리가 쳐진다.
 

 


 

세월 참 빠른 게, 우리 밑 학번이
생긴다? 우리도 선배 다 됐어.”
 

요번엔 여자애들 있겠지?”
 

남고도 아니고 있어야지.
끔찍하잖아.”
 

나 있어서 을매나 다행이게요.”
 

....존나 신박한 개소리.”
 

 

주혁이가 키보드 자판 대신
지가 박히고 싶어 안달이 났다.
 

 

서강준 학생회 하잖아. 걔는
신입생들 OT 때 벌써 봤을 거고,
오면 물어보자.”
 

나 불렀냐!?”
 

귀 밝은 것 봐. 소름이다.”
 

 

짤랑짤랑, 문이 거칠게 열리는 바람에
달려있던 종이 사납게 울었다.
밑에 두 팔 벌려 존재를 입증하는
강준이는, 가죽 무스탕을 입고
턱을 파묻은 채 성큼 걸어왔다.
 

PC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친구와
놀고 있었다더니 금방이네.
 

겨울바람에 긁힌 그의 뺨이 빨갛게
부어있었으나 강준은 세상 해맑았다.
주머니에서 뺀 손을 느닷없이 폴라티
차림의 내 목을 타고 파고들었으니.
 

 

으에!!! 어따 손을
집어넣는 거야 미친아!!!”
 

따듯하구만.”
 

, . 너도 한 판하자.”
 


 

나 그거 접은 지 오래야.
사나이라면 피파지!”
 

셋 셀 때까지 안 빼면
피 터지는 걸로 알게.”
 

 

피 보긴 싫은지 그의 손이
빠져나오며 어깨동무로 변한다.
철근으로 만들어놨나 졸라게도
무거워요.
 

 

다음 주 수요일에 있는
신입생 환영회, 올 거지?”
 

난 간다.”
 

난 안 가.”
 


 

?”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눈치를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이번에 박보검 생일 선물로
딱이겠는데.
 

 

그런 게 있어. 하여간 안 가.”
 


 

새내기 중에 네 스타일 꽤
있는데도?”
 

내가 어떤 스탈 좋아하는 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귀엽고, 깜찍하고, 울리고
싶은 스타일?”
 


 

딱 베스킨 31 잘하는 놈이잖아.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거에 매력을 느낀다더니...”
 

누가 남주혁 매다 꽂아줄 사람?”
 

제일 잘하는 너가 그냥 해.”
 

 

어머 그럴까?
 

 

참고로 새내기들 중에 여자,
딱 세 명 있거든? 다 예뻐.”
 

걔네 다음 달 되면 남친 전부
생긴다에 한 표.”
 


 

그리고 여름 되면 깨진다에
한 표 던진다.”
 

아예 돗자리를 깔지 그래.”
 

 

하여간 진짜 안 갈 거야?’
강준이가 와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아이씨, 가면 백 퍼 무슨 일 생길
삘인데....그렇다고 거절해봤자 오빠
들이 가만 두진 않을 거 같고. 어찌
된 게 선택지가 하나뿐이다. 차라리
서강준 따라 가는 게 차선책이긴 해.
 

 

, 알았어. !
대신 학교 앞 W찜닭 사라.”
 

생각해보니 안 와도 될 것
같습니다ㅎㅎ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이 없던 강준이 돈을 넣고
충전을 해왔다. 보검이, 주혁이랑
같은 게임을 할 생각은 없는 듯 그는
여유롭게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렸다.
 

마우스 옆에 올려둔 강준의 휴대폰이
징징 울려댔다. 얼핏 보았을 때 학생회
단톡방에서 보내온 메시지 같았다.
그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화면을
뒤집어버리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뭉치 교양 뭐 들음?”
 

나 생스(생활과 스포츠)
한국사. 인강은 너네랑 같이
듣는 명화 이야기, .”
 

인강 빼곤 겹치는 게 아예 없네?
니 혼자 어떻게 다니려고?”
 

인생은 고독을 즐기는 것이지..”
 

 

강준이의 표정이 썩는다. 그는
내 말에 맞장구 쳐주지 않고 의자를
드르륵 빼내어 풀썩 앉아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남성용
향수 냄새가 코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새 게임에서 패배한 주혁이가
헤드셋을 빼버리며 말했다.
 

 


 

000 시간표 존나 헬이야.
그러게 같이 피방에서 수강신청
하자니까.”
 

몇 개 뺄 거야! 그리고 교양은
오빠들한테 물어 보고 겹치면
같이 들을 거고.”
 

나 교양 하나 한국사로 바꿀까?”
 

헐 진짜?”
 

피방 정액 24시간 넣어주면.”
 

그래...이런 놈이였지....
엿이나 까잡솨.”
 

남주혁 니는 니네집 가정사도
잘 모른다면서, 한국사를 들을
생각을 해?”
 

ㅋㅋㅋㅋ박보검 일침 봨ㅋㅋㅋ
 

 

강준이는 제 모니터 화면에 집중한
채 으하하 웃는다. 그는 히터 바람이
더운 듯 무스탕을 벗어던지고 의자에
기대어,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지금 내 앞에서 피는 거?”
 

 

의자 윗부분을 꾹 누르자 그의
얼굴이 바로 밑에 위치한다.
턱살이 한 눈에 보이는 명당이었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내빼는 관계가 아닌
지라, 나는 잠자코 그를 내려다보았다.
 

강준은 기다랗게 늘어진 내 머리
카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당근 아니지. 대신 나 한 대
피고 올 동안 카드 좀 까줘라.”
 

이상한 거 나와도
지랄 떨기 없기다?”
 

떨 건데.
아 빡검 니는?”
 

 

나를 약올리다 옆에서 열심히
마우스를 갈기는 보검이에게
고개를 까딱이는 강준이.
 

보검이는 강준의 손에 들린
담배를 곁눈질로 보고는 거절했다.
 

 

난 나중에.”
 

아 미친!!!!! 또 브론즈야!!!!”
 

ㅋㅋㅋㅋㅋ저 새끼는 절대
심해 탈출 못한다,”
 

인정.”
 

 

아르바이트가 끝날 무렵의 저녁 9.
주혁인 실버승급을 1점 차이로 하지
못했고 보검인 원래 티어였던 다이아를
유지했다. 강준이는 학생회 일로 전화가
툭하면 울려대, 게임에 제대로 집중
하지 못하고 밖을 왔다갔다 거렸다.
 

 

야 나 끝났어
술 마시러 가자!!”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풍경이었다.
 

 

 

 

 

 

*
 

 

 

으으....머리야....”
 


 

그러게 왜 섞어 마셔.
가는 길에 여명 하나 사?”
 

됐어. 어차피 오늘 또 마시는데.”
 

해장을 술로 푸는 000 클라쓰~”
 

알쓰 미만 잡
 

 

개강 전후로 술에서 시작해 술로
끝난 지 10일 째였다. 동기랑
마시고, 고등학교 동창이랑 마시고,
휴가 나온 오빠랑 마시고.....
 

오늘은 신입생 환영식이라 마시게
생겼다. 하나 같이 이유가 다
다른 것도 웃기는 일이야.
 

오후 6시에 환영회를 한다했으니
시간에 맞춰 우리는 공대 건물로
어슬렁어슬렁 올라갔다. 쓸데
없이 높은 곳에다 지어놔선, 미듐
기장의 스커트 아래로 내놓은 종아리
알이 우직하다. 조만간 부화하겠어.
 

 


 

, 너희들 왔니?”
 

안녕하세요.”
 

 

1공 강의실 중 가장 큰 세미나실
앞을 지키고 있는 수정 언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제 막 학과 소개하고 있었어.
다음 학생회 인사할 거고,
간단한 이벤트 뒤에 뒤풀이 갈
예정이야. 너희 뒤풀이 비는 가져
왔지? 재학생은 만원.”
 


 

학생회 친구 DC 안 돼요?”
 


 

따블로 받을까?”
 

물론 장난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새내기혜택에
오천 원 받았었는데, 나이 한 살 먹었
다고 물가가 무지막지하게 올라버린다.
이에 주혁이의 입이 대빨 튀어나와
과장을 보태자면, 미국에 닿을 기세다.
나는 미리 ATM 기기에서 돈을 뽑아
놓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지갑을
꺼내들었다.
 

입장료를 내느라 약간 지체한 우린
안에서 들리는 함성소리에 서둘러
두꺼운 철문을 열었다. 단상에 일렬로
서서 차례로 우렁찬 기합을 주는 학생
회가 먼저 보였고, 나는 똑같은 아디
다스 체육복을 입을 학생회 사람들 속
에서 강준이를 재빨리 캐치해냈다.
 

 


 

쟤가 무슨 부장이랬더라?”
 

축구 동아리 부회장. 원래 회장이
남주혁 점찍었다가 막판에 바꿨
잖아. 얘는 축구 자체만 좋아할
뿐이지 누구 이끌어가고 이런 거
질색하니까.”
 

체육복 탐난다.....할 걸 그랬나.”
 

동아리 밥 말아 먹을 일 있냐~”
 

 

내가 할 말을 가로채며 끼어드는
준현이 오빠. 그렇지 않아도 덩치가
있는데 과잠까지 껴입다 보니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가 미니언이 된 기분
이다. 주혁이는 가벼운 헤드락에 걸려
버둥대면서도 오빠에게 물었다.
 

 

, 형도 학생회에요?”
 


 

난 병오 따라서 왔다. 그건
그렇고 이거 봐, 방학 때 새로
한 타툰데 깔쌈하지 않냐!?”
 

 

과잠 속 반팔을 입고 있던 그가
팔을 보여주자 전에 했던 곳보다
좀 더 위쪽에 못 보던 그림이 있다.
 

우리는 그의 기분을 맞춰주었다.
 

 

, 두꺼비네요?”
 

호랑이인데...(시무룩)”
 

ㅈㅅ
 

두꺼빜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단상 쪽에서 시선을 돌려
새내기들을 구경했다. 기계공학과
답게 남자애들 엄청나네. 그래서인지
가운데 앉아있는 여자애들이 유독
튀어보였다. 벌써 서로 친해졌는지
속닥속닥 입들이 쉴 새 없이 움직여,
우연처럼 나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
 

 

내 주관에 맡겼을 때, 가장 예쁘장
하게 생긴 여자의 입 꼬리가 올라
갔다. 비웃음? 미소? 어떤 의민가
파악하려다 강준이의 자기소개에
나는 눈을 돌려버렸다.
 

, 건치인 거 같았다.
 

 


 

서강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잘해라!”
 

 

박수소리와 함께 주혁이와
보검이가 한 마디씩 크게 질렀다.
덕분에 새내기들의 수많은 눈동자가
우리에게 꽂히고, 나는 일행이 아닌
척 했다. 강준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저만의 골 세레머니를 취했다. 그를
평소 예뻐하는 언니들의 환호가
세미나실을 가득 울린다.
 

 

, 소개는 전부 끝났고 뒤풀이 가기
전에 저희가 간단한 이벤트를 준비
했습니다! 아직 대학 생활에 서툰
새내기 여러분들을 위해 먼저 입학한
선배로써! 지금부터 제비뽑기를 통해
앞으로의 생활에 조언을 해줄 오픈
마니또를 선정하려고 해요.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를테면,”
 

선배님! 점심 사주십시오!”
 

선배님! 술 사주십시오!”
 

뭐 이런 거?”
 

 

와하하, 새내기들은 선배들이
웃으니 따라 웃는다. 반면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마니또가
아니라 순 지갑 선정하는 거나 마찬
가지 아니야? 선후배 관계를 친밀하게
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인 건 알겠지만,
내 선에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저
제비뽑기 통에 내 이름이 나 모르게
숨겨져 있지 않길 바랬다. 서강준이
내 이름을 안 적었을 리는 없겠지만.
 

 


 

로또 당첨도 이리 떨리진
않겠다. 모두 다 내 맘이겠지?”
 

?”
 

“1%의 확률 속에서 누가 저
18학번 여자애들의 마니또가
되느냐...학생회가 수를 쓰지
않은 이상 걸어볼 만하지.”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탄식이 나오는
게 그런 이유에서라고? 어쩐지
세미나실에 긴장감이 감돈다 했다.
이름을 불러주는 언니들도 덩달아 흥분
해선, 친분 있는 오빠가 남자 새내기와
매칭이 되면 같이 슬퍼해주었다.
나도 얘들을 미리 위로해줘야할까...
 

 

남주혁!”
 

넵 형님!”
 

너는.......”
 

 

쪼로로 단상 앞으로 뛰어가는
190에 육박하는 장신. 새내기
이름들이 담긴 통을 뒤적이다
꺼낸 선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당첨!!!!!
배주현 새내기!!”
 


 

, 웬일?”
 

 

웅성웅성.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아도 여한이 없다는 듯
주혁의 안면근육이 씰룩인다.
소녀처럼 수줍게 입을 가리곤
다리를 가만히 있지 못해하며 나와
보검이를 보고 세상 행복한 얼굴을
지어. 나랑 있을 때 한 번도 못 본
표정인 것 같다 너?
 

 


 

안녕하세요, 선배.”
 

, 선배...
 


 

주혁이 입 찢어질라.”
 

, 오빠라고 불러도 돼...”
 

, 오빠. 그렇게 할 게요.”
 

귀 빨개졌어 쟤.
진심 좋은가 봐.”
 

사진 찍어놨다가 6관 액자로
만들어서 줘야겠다.”
 


 

보검이는 섬세하게 사람을
잘 맥이는구나?”
 

 

대충 그려지는 주혁이의 머릿속.
설레발을 얼마나 쳐대는지 마니또의
본분은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다.
! 내일 점심은 김치찌개로 하자!
 

 

충격의 도가니였던 남주혁 마니또의
소란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회장은
이어서 이벤트를 진행했다.
 

무난하게 중반 쯤 왔을까, 회장의
목소리가 살짝 들뜬 느낌이었다.
뒤풀이는 도대체 언제 가는 거야,
슬슬 질려하던 나와 비교되게 그는
힘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남자 새내기들은 기대 좀
되겠는 걸? 다음 000!”
 

!?!”
 

 

보검이가 팔로 나를 툭 친다.
나는 떠밀리듯 단상으로 걸어가,
부담감에 내적 몸서리를 쳤다.
 

 

“17학번의 유일한 여자!
오빠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지.”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내가 널 얼마나 업어주고
먹여주고 달래주고 했는데
그걸 기억 못해?”
 


 

거의 기억 날조 수준인뎁쇼?”
 

 

회장 오빠가 업어주고 먹여줬다는
000는 대체 어떤 년이죠.
 

회장이 통을 뒤지는 시늉을 하며
흰 종이쪽지를 뽑았다. 나는 기왕
단상으로 간 김에 강준이 옆에 서서
어금니를 깨물곤 복화술을 부렸다.
 

 

느긔 느의름 느읗지...?
(니가 내 이름 넣엏지..?)”
 


 

난 이 아이디어 회의할 때 자리
없었다. 내 롤 계정 걸고 맹세함.”
 

트롤 계정 가져봤자 무쓸모야..”
 

잠깐! 무심코 던진 팩트, 누군가
에겐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넌 마니또 됐으면 들어가!”
 

 

조용히 물어보려는 걸 도루묵으로
만들어 버리는 데는 너네가 진정
국가대표급이다.
 

나는 얼빠진 얼굴로 있다
회장이 나를 다시 부르는 탓에
가출나간 멘탈을 불러 앉혔다.
 

 

, 00 너도 계 탔는데?
태용이 나와!”
 

안 돼!!!!!!”
 

“??”
 

 

이름이 불리자 여선배들의 개탄
스러운 곡소리가 나온다. ‘다시
뽑자!’ 홍보부장을 맡은 소이 언니가
종이를 뺏어들었다. 그러나 매칭은
끝난 상태였고, 나는 뭐가 잘못
되었는지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의자에서 누군가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오기 전까지는.
 

 

?!?!?”
 

“........”
 

, 피씨방??!”
 

 

그 역시 나를 알아보았다.
특이점은 나와 달리 놀란 기색이
없었고, 그 날의 대화를 용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뭉치....?”
 

 

 

남주혁 시발아.
 

 

 

.
.
.
 

※만든이 : 콩이님 

 

<>
 
 
남주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사진이 날아간 기념
으로 새로 싹 바꿔보았습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많아요!
여자 인물들은 제 취향들로..
 
회색글씨로 등장하는 몇몇 인물은
과 사람들이 많다보니 제가 지어낸
이름도 있습니다. 비중이 있는 건
아니니 참고만 해주셔요~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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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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