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x Friend 中 (by. 연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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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 x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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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내가 뭐 잘못했어?”
 

 

 

 

알면서도,
그가 왜 나랑 헤어지려고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확인하려 들었다.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그는 울음 섞인 내 물음에
차가운 표정을 짓기만 했다.
 

 

 

 


아니. 그냥 내 마음이 변한거야.
미안.”
 

 

 

 

미안.
그 두 단어가
허무맹랑하기만 하다.
 

 

 

 

.. 사실 봤어 아까.
오빠가 다른 여자랑 있는 거.”
 

 

 

 

용기 내어 그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난 그래도 괜찮다고,
오빠가 다신 그 여자를
안 만난다고 약속만 하면
난 그냥 넘어가줄 수 있다고.
난 정말 오빠를 사랑한다고,
그런 말을 하려고 했다.
 

 

 

 


잘됐네.
그럼 왜 그런지 더 잘 알겠네
 

 

 

 

말문이 턱 막혀버릴 정도로,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의 입에서는 상상도 못할
말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미안하다는 마음도
이젠 없어보였다.
정말 차라리 잘됐다’, 하는 이런 느낌.
 

그는 정말 놀란 기색 하나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속이 용암같이 뜨겁게 들끓고 있는,
모든 게 타들어갈 것만 같은
나와는 다르게
 

 

 

 

“...너무하지 않아?
오빠 지금 바람피운 거 들킨 거야.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어?”
 


미안.
그러니까 그만하자.
우리 그럼 더더욱
길게 말할 필요 없잖아
 

 

 

 

오빠한테 난 그 정도밖에 안 됐었구나.
 

누구를 위한 연애였을까.
 

겨우 나를 향한 마음이
이 정도 밖에 안 됐다면
굳이 그 백 일 가까운 시간동안
나를 만난 이유가 뭘까.
 

자꾸만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려니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마저 든다.
 

눈앞이 뿌옇게 변했지만
그 앞에서 굳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아니, 사실은 창피해서
죽을힘을 다해 참아냈다.
 

 

 

 

그럼 그동안 날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그 말들도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
 

아니. 그 땐 진심이었어.”
 

“..근데 왜, 갑자기?
뭐가 오빠 마음을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건데?”
 

넌 너무 어리고 부담스러워,
날 위한다는 네 행동들이.
애 같아.”
 

“.......”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언제는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보는
딱 좋은 나이라며,
내가 지켜주고 싶은 어린애 같고 귀엽다며
듣기 좋은 말만 해놓고,
실컷 퍼주고 잘 해주니
이제와선 그런 점이 싫다고 한다.
모순도 저런 모순이 없지.
기가 찬다.
 

그냥 내가 한 번 싫어지니
내 모든 게 안 좋게만
느껴지는 거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더 이상 할 얘기 없지?
그럼 얘기 끝난 걸로 알고 간다.
그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고. 미안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더 이상 그에게 무어라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심이
땅 끝까지 처박힌 느낌이 들었다.
 

그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멀어지고 나서야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진정이 되나 싶었더니
뒤늦게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야 말았다.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많은데,
따지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할 자신이 없었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굳게 닫힌 두 입술은
열릴 틈도 없이
그를 떠나보냈다.
 

그게 우리 둘의 끝이었다.
유효기간 100일짜리 사랑.
 

ㅇㅇㅇ 첫사랑의 그 허무한 끝.
 

 

 

 

 

 

<다시 현재>
 

 

 

 

 

 

아 미친....”
 

 

 

 

머리아파...
 

뭘 얼마나 마셨기에
골이 이렇게 울려 싸냐.
 

속이 메스꺼워 눈을 뜨니,
지끈지끈한 두통이
덤으로 밀려왔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옴에
한 손으로는 머리를 꾸욱 누르고
한 손으로는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어제 집에 어떻게 왔더라.
드문드문 기억나는 것도 없이
그냥 통째로 필름을 도둑맞은 것 같다.
 

분명 이종석이랑 김예림을 만나서
술을 먹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뒤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집에는 어떻게 왔지?
 

..설마 내가 술 먹고
또라이 같은 짓은 안 했겠지?
이수혁한테 전화를 걸었다거나
카톡을 했다거나...
 

....18.
 

문뜩 떠오른 저질스러운 생각에
제발 아니어라, 아니어라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면서
얼른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핸드폰을 찾아
통화기록과 카톡을 뒤져보니,
 

 

 

 

하나님 부처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아주아주 깔끔했더랬다.
 

당연히 오빠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정말 아무 연락도
오지 않은 걸 보게 되니
정말 우리가 끝이 났구나,
하며 우리의 이별이 실감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내가 정말
구여친의 문자+전화와 같은,
그런 미친 짓을 했다면....
 

..정말 끔찍하다.
생각하지 말자.
 

더 이상 이런 끔찍한 상상 따위는
접어두기로 하고,
일단 이종석과 김예림이 있는
단톡방의 카톡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예림쓰
-ㅇㅇㅇ 일어남?
-살아 있니? 속은 괜찮고?
-정신은 멀쩡해?
-그럼
-돈 갚아^^
-어제 니 카드 잔액부족 떠서
-내 거로 긁었다 개년아ㅡㅡ
-78500
-저번에 알려준 계좌로 보내⓿⓿am 9:24
 

 종스기
-ㅇㅇㅇ
-죽었냐?
-왜 안 읽어⓿⓿am. 11:11
 

 예림쓰
-
-
-
-
-
-
-
-읽어라
-일어나라
-뒤진다⓿⓿am 11:12
 예림쓰
-죽을 거면
-돈 갚고 죽어⓿⓿am 11:13
 

 종스기
-한 번에 보내ㅡㅡ⓿⓿am. 11:13
 

 예림쓰
-시른데
-너 오늘 뭐함?⓿⓿am 11:13
 

 종스기
-?⓿⓿am. 11:13
 

 예림쓰
-놀러가자
-ㅇㅇㅇ 기분도 풀어줄 겸
-?⓿⓿am 11:14
 

 종스기
-너랑 ㅇㅇㅇ만 공강이지
난 오늘 풀강이다⓿⓿am. 11:14
 

 예림쓰
-무슨 소리야ㅇㅅㅇa
-나 오늘 공강 아님⓿⓿am 11:15
 종스기
-??
-오늘 너 안 보이던데⓿⓿am. 11:15
 

 예림쓰
-당연히 안 갔으니까 안 보이지
-자체 공강임ㅋ⓿⓿am 11:15
 

 종스기
-와 존경합니다 누님⓿⓿am. 11:16
 

 예림쓰
-^^
-그래서 이따 나올 거?
-ㅇㅇㅇ 일어나면 가자⓿⓿am 11:16
 

 종스기
-어디 갈 건데⓿⓿am. 11:17
 

 예림쓰
-영화 볼까⓿⓿am 11:17
 

 종스기
-그럼 이따 다시 연락해⓿⓿am. 11:17
 

 예림쓰
-ㅇㅋ 쟤 도대체 언제 일어 나냐
-아 이종석
-프사 좀 바꿔ㅡㅡ
-칙칙하게 그게 뭐냐⓿⓿am 11:18
 종스기
-왜 남의 프사 고나리질이냐
-ㅡㅡ
-오키⓿⓿am. 11:17
 

 종스기
-바꿈⓿⓿am. 11:19
 

 예림쓰
-?
-왜 그걸로 했냐
 

 예림쓰
-야 그거 하지 마
-마음에 안 들어⓿⓿am 11:20
 

 종스기
-뭐야ㅋㅋㅋㅋㅋ
-바꾸라며
-태세전환이 우디르급이네⓿⓿am. 11:20
 

 예림쓰
-ㄷㅊ 우디르는 또 뭐야
-나 그 언니 싫음
-우리 ㅇㅇ이가 더 예쁘지
-ㅇㅈ?
-우리 종석이 인정하는 부분?⓿⓿am 11:20
 

 종스기
-왜 싫어? 착한데
-그리고 갑자기 뭔 소리야
-뒤진다⓿⓿am. 11:21
 

 예림쓰
-부끄러워하긴ㅋㅋㅋㅋㅋㅋ^^
-그 언니 착한 건 내 알바 아님ㅎㅎ
-그냥 싫어
-아 근데 ㅇㅇㅇ
-언제까지 처 잘 거냐고
-ㅅㅂ 잠만보냐?⓿⓿am 11:21
 

 

 

 

흐미..
얘넨 아침부터 뭔 카톡을
이렇게 많이 보냈대?
 

헐 그러고 보니
벌써 12시가 넘었네?
진짜 오래 자긴 했다.
 

.. 속도 별로 안 좋고
머리아파서
나가기 싫은데..
 

하지만 왠지 안 나간다고 하면
죽일 것 같은 김예림에
 

 

 

 

⓿⓿일어났다 오바
pm 12:36 2⓿⓿일단 씻고 밥 먹고 다시 톡함
 

 

 

 

라고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은 후
내팽개쳐진 옷가지들을 발로 툭툭 차며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 정신에
옷은 또 어떻게 갈아입었고
렌즈는 어떻게 뺐지?
 

신기하네
이것도 재주란 말이지.
 

 

 

 

...”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분주하게 점심을 준비하던 엄마가
나를 돌아보더니 혀를 쯧, 하며 찬다.
 

 

 

 

아이 왜에-”
 

 

 

 

늦게 들어온 것 때문에
(물론 몇 시에 들어왔는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화가 난 것 같아
코맹맹이소리를 내며 엉겨 붙어버렸다.
 

킁킁.
울 엄마냄새는 역시 좋다.
 

그러자 저리 가라며 매몰차게
들고 있던 국자를 휘둘러버린다.
 

거 너무한 거 아니요?!
 

 

 

 

기지배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술이나 퍼 마시고,
새벽에 남자 등에 업혀나 오고,
아주 잘 하는 짓이다!”
 

..
미안해 옴망....
근데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
 

 

 

 

엄마 딸 어제 차였어..
라고 말하면 놀릴 게 뻔하지. .
 

 

 

 

일급비밀이야.
근데 남자라니, 누구?
내가 등에 업혀 왔다고?
에이~ 거짓말~”
 

얼씨구? 필름도 끊기셨다?”
 

“....”
 

~한다, 잘해
 

에이 왜 그러실까.
그래서 남자 누구?”
 

어 그 왜 있잖아,
네 친군데 멀대같은 놈-
갑자기 물어보니까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맞다면 큰일 날 소리지만
당연히 이수혁은 아니겠고-
설마 이종석?
 

 

 

 

종석이?”
 

어어 맞네.
 

 

 

 

오마이갓.
걔가 날 업어다줬다고?
집까지?
거짓말이지, 엄마?
 

 

 

 

너 새벽에 여기까지
업어서 데려다줬는데,
그 서늘한 밤에 어찌나 땀을 그렇게
한 바가지를 흘리던지...”
 

,왜이렇게 진지하게 뻥을 치고 그래, 무섭게..
그러니까 꼭 진짜 같잖아..”
 

진짜야 이년아.
네가 하도 택시 안 탈거라고
진상 부리고 토해서
어쩔 수 없이 업어왔다더라.
내 딸이지만 난 네가 가끔 창피하단다.
어제 걔한테 얼마나 미안하던지,
고개를 들 수가 있어야지-”
 

“..미친.”
 

미친?”
 

아니요 어머니.”
 

 

 

 

미쳤다 미쳤어.
나 어제 많이 먹어서 무거웠을 텐데..
 

오늘 첫 흑역사 생성인건가요.
저 정말 미친 건가요.
 

진짜 가지가지한다, ㅇㅇㅇ
 

근데 쟨 왜 말을 안 했지?
 

아씨, 미안하게!!!
 

이 자식이 설마 치사하게
이거로 몇 개월 내내 놀려먹진 않겠지..
 

 

 

 

암튼, 괜찮은 애 같더라.
늦은 시간에 와서 죄송하다고
계속 사과하는 게 예의도 바르고,
너 같은 돼지를 다
길에다 버리지도 않고 업어다 주고.”
 

그래.. 이종석이 착하긴 하지.
.. 엄마 난 밥 안 먹을래.”
 

! 다 차렸는데!”
 

먹을 기분이 아니야.”
 

지랄하네.
너 이년 나중에 처먹기만 해 봐!”
 

 

 

 

뒤통수로 느껴지는
엄마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조용히 방 안으로 다시 돌아와
충전시켜놓고 있던 핸드폰을 뽑아
카톡을 켰다.
 

 

 

 

 예림쓰
-목구녕으로 밥이 넘어 가냐?
-돈 내놔
-
-⓿⓿pm 12:38
 

 종스기
-야돈?
-#야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ㅇ닮았어⓿⓿pm. 12:38
 

 예림쓰
-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켓몬임?
-멍청하게 생긴 게
ㅇㅇㅇ이네⓿⓿pm 12:39
 

 

 

 

이 자식들이..
 

 

 

 

죽을래?
그건 그렇고
pm 12:44⓿⓿미안하다 종석아
 

 예림쓰
-올 벌써 밥 다 먹었음?
-뭐가 미안해
-또 뭔 짓 했냐⓿⓿pm. 12:45
 

 종스기
-뭐가?⓿⓿pm. 12:45
 

밥 안 먹음
니가 나 업어서
데려다줬다며..
미안
pm 12:45⓿⓿혹시 나 많이 진상이었니?
 

 예림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리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결국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그렇게 꼴아서 ㅈㄹ하더니
-흑역사 생성 ㅊㅋ⓿⓿pm. 12:46
 

그만 쪼개라
pm 12:46⓿⓿널 쪼개버리기 전에
 

 종스기
-ㅋㅋㅋㅋㅋㅋㅋ
-너 진짜 무겁더라
-우리 꿀꿀이
-기억은 나냐?⓿⓿pm. 12:47
 

..꿀꿀이...
..
미안해서 봐준다
기억은 당근!!
안 나지..........
야 종석아 뭐 먹고 싶니
말만 해 내가 오늘 다 사줄게
pm 12:47⓿⓿누나가 캐리한다
 

 예림쓰
-대박
-ㅁㅊ
-
-나는?
-나는!!!!!!⓿⓿pm. 12:48
 

 종스기
-뭘 또 사준대ㅋㅋㅋㅋㅋㅋㅋ
-됐어
-그냥 가볍게
-스테이크나 썰러 가든지⓿⓿pm. 12:48
 

pm 12:48⓿⓿둘 다 꺼져라 진심
 

 예림쓰
-예무룩⓿⓿pm. 12:49
 

 종스기
-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준비하고 나오기나 해⓿⓿pm. 12:49
 

ㅠㅠ
조금만 기다려봐
pm 12:49⓿⓿얼른 준비하고 전화할게
 예림쓰
-ㅇㅋ⓿⓿pm. 12:49
 

 종스기
-그래 꿀꿀아⓿⓿pm. 12:50
 

 

 

 

 

..아놔.
 

 

 

 

 

.
.
.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종스기!!
밖이야?”
 

-어 지금 과방.
학회장 누나가 뭐 좀 도와달래서
 

 

 

 

김예림과의 간단한 통화를 끝낸 후
종석이에게 전화를 거니
사람이 많은 곳에 있던 건지
여러 사람의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김예림이 지금 나오라고 해서
나가기 전에 너한테 전화했지.
너도 바로 올 거지?”
 

-... 나 지금 못 갈 것 같은데.
 

? ?”
 

-종석아 이것 좀 해주라!
 

-네 누나!
여보세요?
 

 

-도와줄 게 많아서
지금은 바로 못갈 것 같고,
너희 먼저 만나라.
나중에 연락할게
 

 

 

 

뭐야 자기가 먼저
얼른 나오라고 해놓고선.
 

나 지금
기분이 팍 상해부러쓰.
 

 

 

 

-종석아!
 

 

 

 

왜 남의 집 귀한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닳도록 불러 재끼시는 거죠?
 

종석이의 목소리 사이로
들리는 학회장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얄밉게 느껴졌다.
 

 

 

 

뭐야..
대충 언제쯤 끝날 것 같은데
 

-목소리 왜 그래
삐졌냐 우리 꿀꿀이
 

 

 

 

.. 역시 눈치 빠른 이종석.
 

 

 

 

아니거든.”
 

-아니긴, 목소리에 완전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는데
 

. 맞아.
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
 


-..금방 갈게, 얼마 안 걸려
 

진짜지?”
 

-
 

알겠어, 얼른 와 그럼.
진짜 금방 와야 돼
 

-맛있는 거 사줄 준비나 해라, 꿀꿀아
 

죽을래?
알겠다 바보야
 

-오냐
 

 

 

 

이래놓고 안 오기만 해봐라.
삼백만년 삐져줄 테다.
 

 

 

 

엄마!! 나 나갔다 올게!”
 

 

 

 

 

 

.
.
.
 

 

 

 

 

 

어후, 씨 미치겠네 진짜!!!
 

양치를 했는데도
입 안에서 퍼지는 알코올 향에
속이 다 미식거릴 지경이다.
 

이건 뭐
온 장기를 소주로 소독하지 않는 이상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
 

그래도 이 상태로
먼 길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전철이나 버스까지 탔으면
난 정말 그 자리에서 토했을지도 몰라.
 

다들 학교 근처에 살기 때문에
서로 학교도, 집도 가까워서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제일 좋은 점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 다는 것.
 

생각해보니 그게 우리가 이렇게까지
친해진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네가 쏴라?
어제 우리가 고생했으니까
 

아 뭐래, 나 돈 없어
 


하긴.. 그래 보이더라.
잔액부족이 뭐냐? 어휴..
내가 어제 네 몫까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긴 하니?”
 

, 그건 네가 하필
안 쓰는 체크카드를 집은 거고!”
 

그래..
그렇다고 치자.”
 

아니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라니까?”
 

~ 그래~
그건 그렇고 뭐 어떻게 할래?
뭐하면서 기다리지
 

그러게, 뭐부터 하지?
이종석은 금방 온다고 해놓고
연락도 없네.”
 

그럼 밥은 이종석도
안 먹었다고 했으니까
밥 먹고 영화 보면 되겠고,
카페에 가있을까
 

그래.
야 나 해장 좀 하자
이따 밥은 뼈다귀 해장국 콜?”
 

당빠 콜
 

역시 뭘 좀 알아.”
 

 

 

 

김예림과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로 걸어가던 길,
유난히 눈에 띄는 나무 사이
익숙한 벤치가 보였다.
 

 

 

 

오빠, 우리
여기서 조금만 쉬다 가면 안 돼?
나 다리 아파.”
 


그러니까 누가 이렇게
높은 거 신고 오래.”
 

그거야 당연히 오빠한테
예뻐 보이려고 신은거지...”
 

넌 그거 안 신어도 충분히 예뻐.
다음부턴 편한 거 신고 와.”
 

뭐야아.. 부끄럽게.”
 

귀여워
 

 

 

 


가만히 서서
뭘 그렇게 봐?”
 

아니, 그냥.”
 

 

 

 

멀뚱히 서서 예전 일을 떠올리던
나를 보며 김예림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보이곤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근데 참 이상하다.
 

고작 하루 밖에 안 지났을 뿐인데,
오빠를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도,
쓰라리다거나 아픈 기억을
회상하는 그런 느낌이 들지가 않았다.
 

어제만큼 이수혁이
죽도록 밉지도,
못 보면 죽을 만큼 그립지도 않았고,
하루 종일 끙끙 앓다 죽을 것처럼
가슴이 미어지던 게
불과 어제 일인데
마치 스쳐지나가는 감기처럼
잔열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나는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매정한 나쁜 놈이었던
그의 모습에 정이 떨어진 건지
더 이상의 미련도 남지 않았나보다.
 

그래, 그깟 바람둥이 쓰레기자식.
뭐가 좋다고 계속 떠올리나.
 

 

 

 

연애고수 김예림님.
원래 헤어지면 이런 건가요?”
 

뭐가?”
 

뭔가... 그냥 느낌이 이상해.
해탈한 느낌이랑 좀 비슷한데, 달라
 

허이구 어젠 그렇게
보고 싶다고, 불러오라고
눈물 콧물 다 짜내더니
오늘은 좀 살만 한가 보지?”
 

 

 

 

에헤이!!
어제 일은 묻어두자 친구야.
 

물론 내가
콩팥도 다 떼 줄 것처럼 굴긴 했지만..
 

 

 

 

 

몰라, 근데 나 이제 정말
연애는 못할 것 같아..”
 


얘가, 얘가-
원래 다 처음엔 그런 법이야.
지금 당장은 못 만날 것 같아도
다 맞는 남자 만나게 돼있어.
그리고 뭐 남자들이
이수혁 같은 놈만 있는 줄 알아?
다른 좋은 사람 만나면서
잊고 그러는 거지
 

이열~
김예림이 이런 진지한 얘기를?”
 

올은 무슨.”
 

부끄러워 한 대요~
얼레리 꼴레리~”
 

뚝배기 깨지고 싶냐?”
 

아니욤.”
 

 

 

 

깨갱.
 

하여간 너무 살벌해 김예림.
 

정말 때릴 것 같아서
조용히 입에 지퍼를 채우고
김예림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고 한다.
 

 

 

 

 

 

.
.
.
 

 

 

 

 

 

꺼억
 

아 미쳤냐?”
 

뭠마.
너는 트림도 안 하니?”
 

너처럼 더럽게는 안 하거든?
그리고 누가 커피를 먹으면서
트림을 해?”
 

.. 그럴 수도 있지 거참 되게 뭐라 하네.
이종석은 왜 안 와!”
 

많이 바쁜가보지.
너 아까부터 왜 그렇게
애타게 이종석을 찾냐?”
 

“..그러게?”
 

 

 

 

진짜 왜 그러지?
평소엔 당연하게 옆에 있던 애가 없어서
허전해서 그런가.
 

 

 

 

그럼 전화나 해보든지
 

 

 

 

 

분부대로 합죠.
 

단축키 1번을 눌러 전화를 거니,
신호음이 짧게 가더니
기다렸다는 듯 금방 받아버린다.
 

 

 

 

여보세요?”
 

-. 나 이제 나가려고
지금 어디야?
 

, 나이스 타이밍!
우리 여기 음..
어디더라?”
 

“Red Velvet 카페
 

어어 그래.
역 앞에 거기 24시간 카페 있잖아
Red Velvet.”
 

-오늘 진짜 고마웠어,
수고했어, 이따 연락 해!
 

-네 누나도요.
뭐라고? 어디라고?
 

 

 

 

야이씨.
싸울 테냐.
 

이좌식이 내가 말을 하면 똑디 들어야지,
감히 딴 짓을 해?
 

 

 

 

역 앞에 Red Velvet 카페.”
 

-이제 어디로 갈 건데?
 

아마 TH?”
 

-그럼 거기로 가있어.
나도 택시타고 바로 갈 테니까
먼저 도착하면 편의점 앞에서 기다려
 

.”
 

? 뭐래?”
 

 

 

 

전화를 끊고 나니
김예림이 뭐라고 하냐며
고개를 불쑥 내민다.
 

 

 

 

택시타고 온대.
우리 먼저 가있으래
 

근데 왜 이리 표정이 똥 씹었어?
난 또 못 온다는 줄 알았네
 

아니, 나랑 전화하면서
다른 사람이랑 말하잖아.
하여간 매너는 쥐똥만큼도 없는 놈.”
 

누구? 학회장?”
 

?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척이지.
~ 근데 뭐야, 질투?”
 

우웩. 미쳤니 예림아..?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제발.”
 

. 하긴..
그럼 그렇지.
불쌍한 이종석
 

걔가 왜 불쌍해?”
 


있어, 꼬맹아
어른들의 세계라는 게.”
 

 

 

 

.
키는 제일 조그만 게
어른인척은.
 

 

 

 


너 지금 속으로 내 욕 했지
 

,절대 아닌데?”
 

 

 

 

..소오름.
 

너 어디서 독심술 배워오니?
 

 

 

 

 

 

.
.
.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예림아 왜 그래..
창피하니까 제발
조용히 좀 있으면 안 될까?”
 

아니 이종석이 안 오잖아!
이러다 여기서 늙어죽겠네!!
택시는 뭐 조립해서 타고온대냐?!”
 

 

 

 

주여.
왜 창피함은 제 몫인가요.
 

영화관 앞 편의점에서
기다린 지 10분이 다 되어갈 때 쯤,
땡벌을 불러재끼며
소음공해를 하는 김예림 덕분에
내 얼굴이 다 빨갛게 달아올랐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오해하지마세요.”
 

 

 

 

미친 사람 보듯
지나가며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며 변명하기에 바빴다.
 

속도 안 좋고 배도 고파죽겠는데
이종석이 이 자식은 왜 안 오는 거야.
오기만 해봐.
등짝에 손바닥 자국을 남겨주마.
 

그렇게 오지 않는 이종석을
속으로 연신 곱씹어대며
저주를 퍼붓고 있으니
때마침 우리 근처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서고,
곧이어 내리는 이종석의 얼굴이 보였다.
 

 

 

 

 

야야야 왔다 이종석!”
 

이종석 이 새끼 나한테 죽었어 아주.
감히 날 서있게 만들어?”
 

 

 

 

드디어 왔구나, 이 망할 놈!!!
 

늦게 온 게 괘씸했지만
그래도 같이 창피해 해줄
동무가 생겨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반겨주려는 찰나,
 

내리던 이종석의 뒤로
웬 그림자 같은 게 따라 나왔다.
 

?? 그림자?
 

 

 

 


감사합니다, 기사님.”
 

 

 

 

...?
 

뜻밖의 얼굴을 본 김예림과 나는
당혹스러움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
.
.
 

 

※만든이 : 연이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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