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밤의 고백 (by. 영감탱)






 

 

짝사랑
,
 

사랑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가장 비참한 사랑이 있다면
그건 바로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는 당신을
나 홀로 사랑하는 일
 

당신의 사랑보다 한 단계 아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일.
 

내 사랑이, 당신의 사랑보다
한 단계 아래서 보잘 것 없어지는 일.
 

내 시작과 당신의 끝이 어긋난
8, 그 여름의 밤은 온몸이 열기로 더웠고
바람이 습했고 하루가 참 길었다.
 

.
.
.
 

8월 밤의 고백
 

.
.
.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인가.
한 드라마가 있었다. 여주인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그에 걸맞게 근사한 남자들이 여럿이었고
세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 했더랬다.
 

쉬는 시간이 어제 봤어? 나 완전 심쿵으로
시작할 만큼 여고생들에게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로 인기몰이를 했는데
 

나도 한동안 이 드라마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 했다. 우습게도 내가 빠진 건
남자주인공도, 여자주인공도 아닌
대사 한 줄.
 

 

‘.....짝사랑을 오래했어
 

 

뜬금없이 가슴이 저릿하게 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절절한 짝사랑이 너무 근사하고 멋져보였고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 같았다.
아마 동경이었던 것 같다.
 

슬픈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어른의 사랑은 더 특별할 거라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
 

그를 만나고 이 생각을 후회했다.
그와 눈이 마주치고, 찌르르 울리던 마음과
내가 아닌 그녀가 담긴 시선을 봤을 때,
정말.. 두고두고 후회했다.
 

 

“...선배!”
 

 

“...? 승호야!”
 

 

말로만 들었던 그의 그녀는 생각보다 더 예뻤고,
그의 눈길이 닿을 적마다 사랑스럽게 빛났다.
그의 여주인공다웠다.
 

 

여긴 무슨 일로..?”
 

 

잠깐 도서관에.. 너는?”
 

 

오늘 기숙사 입주날이라 도우미로..”
 

 

“...고생하겠네. 더운데.”
 

 

돈 받고 하는 거라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다.”
 

 

“........”
 

 

“...바빠 보이는데 이만 갈게.”
 

 

“...저기, 선배
 

 

“...?”
 

반가웠어요, 오늘.....”
 

 

 

나도.. 꽃 고마웠어. 예쁘더라.”
 

 

“....이름 안 적었는데...”
 

 

“...알지, 나도. 그래도 알겠더라.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축하해요, 졸업.”
 

 

? 뜬금없이 지금?”
 

 

그땐 말로 못 했으니까. 아쉬워서.”
 


 

 

 

그래, 고마워. 갈게. 너도 가봐.
저기 후배가 부른다.”
 

 

“...선배도 잘 가요. 넘어지지 말고.
굽이 오늘 높네.”
 

 

 

샘도 안 날만큼 예쁜 그의 여주인공이
자리를 뜰 때까지 그는 한참을 그 자리를 지켰다.
저릿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나온 볼멘소리.
 

 

“..바보 같아. 하나도 안 멋져. 안 근사해.”
 

 

그게 그 시선을 돌릴지는 몰랐다.
 

 

“.........”
 

 

“......?”
 

 

....들었나?
 

 

 

“....죄송해요. 제가 주제넘게..”
 

 

“....뭐가?”
 

 

 

....모른 척인가?
 

 

 

“....?”
 

 

“...아니, 그냥 눈곱이 껴서 닦다가 본 건데....”
 

 

 


 

 

.... 그거구나. 하하.”
 

 

거기 많이 복잡해? 내가 도와줄까?”
 

 

아니.. , !”
 

 

가자. 어디로 가면 돼?”
 

 

“....저기 신입생 동으로. 저 근데 선배..”
 

 

“...?”
 

 

아까 뭐 보고 계셨어요?”
 

 

이름이라도 물어볼 요량이었다. 이미 직감으로
그녀란 걸 알았지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그의 입으로 확인받고 싶었다.
 

그는 뭐라고 그녀를 정의내릴까.
첫사랑? 오랜 짝사랑?
 

“.......”
 

어떤 답이 나올까 전전긍긍한 내게
그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예쁘지?”
 

 

“....?”
 

 

...자랑하는 건가?
 

 

구두
 

 

“..., 구두요?”
 

 

구두가 예뻐서. 그래서....”
 

 

“., ....예뻐서.”
 

 

.. 예쁜 사람이구나. 선배한테 그 사람..
 

 

“..., 예뻐서.”
 




 

너무 예뻐서 접어도 자꾸 피어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그 사람.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인기가 많을 법도 한데, 없는 게 이상한데
오래 혼자였던 이유는 그녀였다고
 

기약 없는 우연한 만남을
기다려왔다고.
 

그래서 다시금 만났을 때
이 소나기가 지나가지 않길 바랐다고.
 

스쳐갈 거면 좀 오래 머무르다
조금만 천천히 가달라고.
 

.
.
.
.
 

 

혹시, 09학번 ㅇㅇㅇ 씨 아니세요?
반가워요, 선배.”
 


 

이번에 선배랑 조별과제같이 하게
된 유승호라고 합니다.”
 

.
.
.
.
 

 

그렇게 빌던 3년도 더 된 마음이라 했다.
서로 호감인 걸 알면서도 삶이 겨운 상대를 위해
바라보기만 한 해바라기 사랑이라 했다.
 

그렇게 사계절을 맴돌며 속앓이하다
두 번의 겨울과, 세 번의 봄, 다시 온 여름에
겨우 만난 첫사랑이라 했다.
 

 

올해 3, 나는 복학한 그를 처음 만났고
학기가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진짜죠? 정말 선배 온대요?”
 

 

, 과목 하나가 빵꾸났대. 그래서 재이수.”
 

 

, 다행이다. 잘 됐다, 진짜로.”
 

 

어째 악담 같다? 분해서 울었어, .”
 

 

“...정말요? 어떡해...선배 많이 울었어요?”
 

 

웃다, 울다 하나만 해라. 그래도 좋아했어.
이번에 계절로 열려서. 돈 굳었다고.”
 

 

“....다행이다. 과목이 뭐예요?”
 


 

 

“...? 듣게?? 너 그거 들었어!”
 

 

에이 쁠 맞으려고요. 족보가 있으려나..
그거 조별과제도 있어요?”
 

 

“...얼빠진 놈. 우렁각시냐? 아예 다 갖다 바쳐라.”
 


 

그럴 거면 고백을 해. 뒤에서 그러지 말고.”
 

 

“...선배 저 모를걸요?”
 

 

“...에이, 설마!”
 

 

진짠데. 한 번도 이름 밝힌 적 없어요.
얼굴 드러낸 적도 없고..”
 

 

근데 넌 어쩌다가...”
 

그냥 잠깐잠깐 스치듯이 우연히 본 게 다예요.”
 

 

“...세상에. 그럼 얼굴만 보고?”
 

 

아뇨, 그 잠깐이 너무 좋아서. 순간이
잊히지가 않아서. 그래서 곁에서 맴돌다보니까
좋아졌어요. 저도 모르게.”
 


 

 

....퓨어하다 진짜. ㅇㅇ이 잡아라.
뒤늦게 복 받겠네, 우리 ㅇㅇ.”
 

 

“.....하하.”
 

 

 

, 자신 없어? 용기 내! ㅇㅇ이도 너..”
 

 

“...선배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
 

제 욕심보다, 선배가 편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선배한테 이런 감정, 부담스럽고 버거우면
고집부리고 싶지 않아요.”
 

 

 

“....승호야.”
 

 

힘들어하는 걸 봤으니까, 그래서 선배가
아직도 힘들고 여유가 없다면 이번에도,
나서지 않을 생각이에요.”
 

 

“...고맙다. ㅇㅇ이 생각해줘서.”
 

 

대신 저 밀어주세요. 가까이서라도 보게.
조별 있음 저랑 선배랑...”
 

 

오케이, 접수. 대신 잘 해라! 말 한마디
못 붙이지 말고.”
 

 

! 감사합니다!”
 

.
.
.
.
 

 

“....선배! 승호 선배!”
 

 

?”
 


 

 

무슨 생각하시는데 부르는 것도 못 듣고..”
 

 

“..., 딴 생각을 좀 하느라..?”
 

행정팀에서 연락 왔어요.
쉬었다하래요. 와서 도시락 받아가라고.”
 

 

.. 그래? 가자, 그럼. 거기로. 본관이지?”
 

 

만약...
 

이게 그의 끝이고, 나의 시작이라면
이건 절호의 찬스인걸까?
 

 

“...선배, 타이밍이라는 거 믿어요?”
 

 

“....타이밍?”
 

 

왜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모든 순간엔
타이밍이 있다고. 놓쳐선 안 될 적절한 타이밍!
선밴 어때요? 그런 순간... 있었어요?”
 

 

 

“....글쎄. 그럴지도.”
 


 

 

“...제가 이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할까요?”
 

 

글쎄, 네 고민을 내가 몰라서.. 잘 모르겠다.
근데 보편적으론 그렇겠지? 후회가 두렵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크다는 거니까.”
 

 

“..., 의미... 어렵네요. 지나고 봐야 알 것 같아서.
그래서 사람들이 후회를 많이 하나 봐요.”
 

 

생각해봐. 지나가 버릴 그 순간이
너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 감사합니다.”
 

 

갈까, 이제?
 

 

선밴... 후회해요?”
 

 

“.......”
 

 

“.., 제가 또 오지랖을...대답 안 해주셔도 돼요.
가요, 제가 음료수 살게요.”
 

 

“........”
 

 

“...무난하게 포카리?”
 

 

“....아니.”
 

 

! 이온 싫어하세요? 그럼...콜라?”
 

 

“....나는
 



 

좋았어. 놓치는 그 순간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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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작과 당신의 끝이 어긋난
8, 그 여름의 밤은 온몸이 열기로 더웠고
바람이 습했고 하루가 참 길었다.
 

 

8월 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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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이 : 영감탱님
 

 

<작가의 말>
 
포카리 리뉴얼로 돌아오려 했으나
그간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서 바뀐 캐스팅으로
가기도 그렇고, 다시 회귀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서
쓰리콤보 상큼이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가져왔습니다.
 
워낙 진행된 게 별로 없어서 참고할 거린
별로 없지만 만약 쓰리콤보 상큼이가 궁금하시다면
[포카리웨스트, 3L]를 참고해주세요.
 
오랜만에, 또 부족한 글로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셨던 분들이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에 왔어요.
 
늘 잊지 않고 저와 제 글을 기억하고, 찾아주고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 참고로 이 글의 화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처럼 제 3자이며
ㅇㅇㅇ와 유승호, 진경 씨는 [포카리웨스트]
나왔던 인물들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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