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out - 여진구의 이야기 (by. 둥둥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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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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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여진구
ㅇㅇㅇ
도경수
조소진
강다니엘
김예림
이지은
 
 
#
 
여진구의 이야기
 
 
나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셨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버지는
나와 동생들이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음에도 항상 혼을 내셨다.
가령 일렬로 꿇어앉히고 베개를 잡고
 손을 들고 있으라고 말이다.
 
그 후엔 어머니를 찾고 때리신다.
멍이 들고 피가 날 때까지
 
한번은
어머니가 너무 많이 맞아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 싸움에 말려들었다간 정말 맞아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리지 못했다.
 
야 너 물 가져와
 
정신을 잃으려는 어머니를 다시
 깨우기 위해 물을 가져오라는 아버지
만약 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난 아버지께 혼날 것이다.
 
그러나
물가저오면 죽는다! ”
 
가지고 가게 되도 어머니께 혼날 것이다.
 
안 들고 오면 니가 쳐 맞는다.
얼른 안 들고 와!! ”
 
들고 오지 마라!!
들고 오면 때린다! ”
어머니의 멱살을 잡고 온 몸에 손찌검하는 아버지와
아버지께 멱살을 잡힌 채 온힘을 
다해 발버둥 치며 말하는 어머니
 
어린 나이의 나에게 너무나 가혹한
 선택을 하게끔 만들었다.
난 그저 울기만 했다.
 
-
 
학교를 다녀온 뒤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먹으려 했다.
피곤했던 난 잠깐 졸던 사이 온 집안을
 연기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옆집아줌마들은 우리 집에서 뭉게뭉게 피어나는 
과한 연기를 보고 깜짝 놀라 어머니를 불러왔고
 그날 난 어머니께 엉덩이가 피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
 
으이그! 도대체 넌 제대로 하는 일이 뭐야! ”
 
너무 아파 난 울었고
항상 울면 더 혼이 났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이 제대로 하는 일이 있을 리가 없다.
 
-
 
이날은 정말 내 목숨의 위협을 느꼈던 날이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유독 어머니께 
화를 많이 냈던 날이었다.
왜 그렇게 화가 많이 나셨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버지는 가까이 서 있던 나를 붙잡고 내 목에 
칼을 대고 죽여 버리겠다고 어머니께 말했다.
 

난 아버지께 붙잡힌 채
공포에 떨며 아무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지랄한다며 아버지께 욕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난 죽지 않고 살았다.
이 날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정말 무서운 날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는 문제가 많았다.
매일 밤마다 자다가 경기를 하고 이불에 소변을 봤다.
 
의사선생님께서 아이가 불안해서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따뜻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집이었기에
매번 내가 이불에 실례를 하면
괜찮다는 위로의 말은커녕
어머니께 맞고 동생을 포함한 아버지에게 한심하고 
쓸모없는 인간 취급당해야 했다.
 
그렇다 난 못나고 쓸모없는 인간이다.
-
 
아버지께 너무 많이 맞은 어머니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가셨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동생들도 어머니가 언제 오냐며 내게 물었지만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행히 친할머니께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셨지만
어머니의 자리는 어머니의 자리였다.
 
난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학교 운동회가 있던 날
그토록 보고 싶던 어머니를 만났다.
불행한 나날들을 말해주듯 얼굴과 몸에
 멍을 달고 살던 때와는 달리
많이 밝아진 모습이셨다.
 
하지만 얼마 못가 어머니가 이곳에
 온 걸 아버지께 들키고 말았다.
역시나 아버지는 또 어머니를 때리려했고 
어머니는 도망쳤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찾으라며 동생들과 내게 말했다.
어렸던 우리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근처 산에도 올라갔다.
 
사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찾아 오라해서
 찾으러 나선 건 아니다.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가 너무 좋았고
또 떠날까봐 불안감에 찾았던 것이었다.
 
그때 산 깊은 곳 바위 뒤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 ”
 
기쁜 마음에 달려가던 내 다리는 이내 곧 멈추고 말았다.
 
나 네 엄마 아니다. 얼른 가!!
뭘 서있어 얼른 가라니깐! ”
 
어머니는 불안하고 짜증난다는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난 그 자리에 서서 또 울었다.
 
그 후 어머니는 우리를 절대 찾아오지 
않았고 간간히 전화만 했다.
 
어머니가 밉지만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
 
나 그리고 동생들 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다섯 식구만이 남았다.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고 
할머니께 매번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고, 우리를 혼내고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고 어머니가 없을 뿐 
나머진 다 똑같았다.
 
이미 동네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 도망갔다는 
소문과 우리가 애미 없는 자식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래서 난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모두 나와 놀지 않으려 했고
나와 놀려는 친구가 있으면 날 싫어하는 친구들이
 매번 날 모함해 같이 놀지 못하게 만들었다.
 
학교에 새로 전학 온 친구가 나와 친해졌다.
같이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즐거웠다.
그러나 그 즐거움도 잠시
역시나 날 싫어하는 애들이 또 걔를 데려갔다.
 
쟤랑 놀지마.
쟤 엄마 없어. ”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그저 모른 척 난 내 할 일을 했다.
 
-
전학 온 친구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 친구가 먼저 내게 말을 꺼냈다.
 
있잖아..진구야..
..ㅁㅁ이가 너랑 놀지 말래.. ”
 
네가 불편하면 나랑 안 놀아도 괜찮아. ”
 
친구들과 한창 함께 뛰 놀 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기 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난 내 마음을 숨기고 참았다.
혹시나
그 친구까지 날 미워하게 될까봐 겁났으니깐
 
며칠 후
날 모함하고 싫어하던 애들이 내게 잠깐 와보라고 했다.
좀 찜찜했지만
일단 따라 나갔다.
 
혹시나 나랑 놀아주려는 걸까 라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말이다.
 
도착한 곳은 학교 화장실이었다.
 
야 너네 엄마 집나갔다며? ”
 
얘네 아빤 사람 때린데
 
내 주위를 둘러싸고 기분 나쁘게 날 쳐다보며 말했다.
 
우린 네가 싫어.
너까짓게 나대는 꼴하며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재수 없어. ”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을까?
 
모두들 날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
난 태어나선 안 되는 존재였나 보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는
내 어깨를 팍 밀치는 바람에 난 그대로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무도 너 같은걸 좋아해주지 않아.
다들 피하기 바쁘겠지. ”
 

....”
 
난 반항 할 수 없었다.
모두 맞는 말이니깐
내 가족도 날 부정하며 싫어하고 
귀찮고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그래
그 아무도 날 좋아해 주지 않는다.
 
서러웠고 슬펐다.
 
우는거야? ”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은데 그럼 얼굴에 상처가
 날 테고 그럼 선생님께 의심받을 텐데... ”
 
날 가장 싫어하는 녀석 한명이 오싹한 미소를 짓고는 
내 머리채를 질질 끌고는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푸하..,제발..살려줘..흐악.. ”
 
숨쉬기 너무 힘들었다.
 
뭐라고? ”
재미있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
 
이윽고
다시금 나를 담구고 얼굴을 들게 했다.
 
....,미안해.. ”
 
야 쟤 얼굴 좀 봐.
진짜 웃겨. ”
 
그 누구랑도 말 섞지마.
다들 싫어하는데 왜 자꾸 그러지?”
 
존나 웃겨 표정 봐.
야 이거 사진 찍자! ”
 
한 녀석이 핸드폰을 꺼내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찍어대지만 정신이 너무 없었고 반항하면 
또 괴롭힐까 그저 가만히 있었다.
 
한번만 더 그러면 이걸로 안 끝내. ”
 

,알겠어
,걱정하지마. ”
 
나는 무릎을 꿇고 손을 비비며 싹싹 빌었다.
 
그 무리들이 화장실을 나간 후
난 그 자리에 서서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
반으로 돌아온 뒤
날 변기에 집어넣은 녀석이 아무렇지 않게 
내 사물함에서 영어책을 가져갔다.
 
야 영어책 좀 꺼내간다. ”
 
그날 난 영어책을 가져 오지 않은 벌로 
뒤에 서 있어야 했다.
 
-
난 초등학교부터 쭉 고등학생 때 까지 
이 괴롭힘을 계속 당해야 했다.
그 어둠은 날 잠식시켰고 나라는 사람을 없애버렸다.
 
난 이런 취급을 당해 마땅한 사람이다.
버림받는 존재에다가 쓸모없는 사람이니깐
 
#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몇 년 전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
그리고
난 성인이 되었다.
집안 형편으로 인해 대학을 가진 못했고 
알바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마음 속 저 구석엔 나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상담사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나
모두 어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에게 내 꿈을 이야기 했다.
 
나 심리학 공부해볼까 생각중이야. ”
 
오빠가? ”
 
갈려면 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가지 
왜 뒤늦게 시작하려고? ”
 
근데 심리학 공부해서 뭐 먹고 살아? ”
 
예나 지금이나
내가 무언 갈 용기내서 말하거나 행동할 때마다
 무시하고 타박하기 일쑤였다.
 
그렇다.
성인이 된 지금의 나도
여전히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그날 씁쓸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우편함에 프로젝트에 관한 초대장이 꽂혀있었다.
처음엔 쫌 이상하다 생각이 들어 무시하려 했으나
내 무의식 속엔 이런 나를 바꾸고 싶은 
욕구가 잠재되어있었던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을 땐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용기 있는 사람,
지금 그 말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며 
감정표현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
남들의 시선과 말에 꺾이지 않는 사람.
그런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 부러웠다.
 
프로젝트 참가에 응한 후
직원은 날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된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은 꽤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행운을 빌어요. ”

직원은 싱긋 웃고는 방을 나갔다.
 
-
3학년3반에서 눈을 떴고
사람을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다 
ㅇㅇ누나를 처음 만났다.
낯가림이 심한지라 뭐라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몰라 멘붕이 오던 와중에
ㅇㅇ누나가 따뜻한 미소로 먼저 말을 
걸어줘 한결 편했고 고마웠다.
 
얼마 뒤 모든 참가자들이 모였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눈 후
방송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찾으라고 했다.
 
사실 가해자로 의심이 가는 사람이 한명 있긴 했다.
바로 소진누나이다.
ㅇㅇ누나가 접촉한 사람들마다
소진누나는 집요하게 따라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사사건건 알려고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리고 난 그 모습에서 내가
 그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하게 막던
과거 날 괴롭혔던 무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 학교건물이 예전 나의 학교와 매우 닮아있었다.
책상이며, 사물함, 교무실까지 전부다
 
-
다들 교무실에서 단서를 찾고 있을 때
아무도 모르게 교무실을 나와 가장 수상한 
소진누나가 있었던 2학년 2반을 찾아갔다.
 
역시 내 예상이 얼추 맞았다.
소진누나의 사물함 안은 날 변기에
 집어넣었던 녀석과 비슷했다.
교과서에 자신의 이름 주위를 꾸민 것까지.
 
근데 왜 ㅇㅇ누나의 영어책이 여기 들어있는 거지?
설마...
 
ㅇㅇ누나의 사물함을 찾아 열었고
충격적이게도
 
ㅇㅇㅇ누나의 사물함은 내가
 왕따 당했던 시절과 흡사했다.
망가진 책들과 성한 게 없는 물건들,
 
혹시 몰라 2학년 2반에서 깬
 민현이 형의 사물함까지 열었다.
안은 깨끗하고 심지어 비닐 커버도
 벗기지 않은 새 책들이 즐비했고
마치 예전에 전학 왔다 날 떠난
 그 아이와 비슷하게 책을 쌓아 두었다.
 
순간 난 너무 혼란스러웠다.
진짜 내 이야기가 배경이 된 건가?
 
생각에 잠긴 사이
남녀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다.
혹시나 이상한 오해를 받으면 안 되니
난 바로 옆 반으로 뛰어 들어가 숨었다.
 
그 여자와 남자는 민현형과 ㅇㅇ누나였다.
아마도 단서를 찾으러 온 것 같았다.
 
일단 난 교무실에 돌아왔다.
사람들은 여전히 단서를 찾겠다며 
이리저리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


?
근데 민현형이랑 ㅇㅇ가 안 보이는데? ”
 
숙이고 있던 허리를 쭉 피며 스트레칭을 하던 다니엘
 형은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둘이 말도 없이 어디 간 거지? ”
 
다니엘 형의 말에 다들 걱정이 된 것인지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었다.
 

찾으러 갈까요? ”
 

에이 알아서 오겠지- ”
 


안 돼.
혹시나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
 

그래 걱정된다.
특히나 이번 미션은 다 같이 머리를 합쳐야 되는 거니깐
빨리 찾는 게 좋겠다. ”
 

애기도 아니고 알아서 올 것 같은데.. ”
 

그럼 나가죠. ”
 
그 둘을 찾으러 가는 걸 소진누나는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모두 그 둘을 찾기 위해 흩어졌다.
난 괜히 혼자 나갔다 온 걸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일단 남들이 움직이는 대로 조용히 따랐다.
 
얼마 안 되서 경수가 둘을 찾아왔고
다시 단서를 찾기 위해 우린 팀을 
나누어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
난 경수와 팀이 되어 무용실을 찾기로 했다.
아까 민현이 형이 ㅇㅇ누나와 같이
 상담실을 가고 싶어 했지만
소진누나가 하도 부탁을 해 끝내는 
ㅇㅇ누나와 둘이 체육관을 갔다.
 
사실 이게 나의 이야기라면 이렇게 꼼꼼히
 무용실은 볼 필요 없다.
그 밖에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물론 가해자로 가장 의심되는 소진누나가 ㅇㅇ누나를 
데리고 화장실을 간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경수야 여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갈까? ”
 
그쵸? 아무것도 없는 것 같죠?
근데 저기 서랍이 잠겨있던데 열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
 
에이 괜찮을 거야. 그냥 가자. ”
 
쓸 때 없이 체력을 소모하는 건 싫으니깐
일단 경수와 난 무용실을 나왔다.
 

형 저 밖에 좀 다녀올게요. ”
 
갑자기? ? ”
 
서로 별말 없이 복도를 걷다 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요.
왠지 ㅇㅇ누나가 걱정되어서요. ”
 
? ”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소진누나가 계속 ㅇㅇ누나가 만난사람마다
계속 무슨 말 했냐고 추궁하는 것부터 의심이 갔는데
아까 둘이 꼭 가겠다고 하는 걸 보니 더 이상해서요. ”
 
하긴 나도 수상하다고 여기긴 했으나
이건 나의 이야기가 확실하기에
내가 체육창고에서 아무 일이 없었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뭐 경수가 굳이 가겠다고 하니 말리진 않았다.
 
그래 그럼 나 먼저 가있을게. ”
 
-
경수를 보내고
혼자 복도를 걷다 무용실 쪽으로 
걸어가는 소진누나를 발견했다.
누나는 체육복을 들고 있었고
무용실 안으로 들어가 잠깐 주위를 살피곤
잠긴 서랍 옆에 체육복을 살포시 놓아두었다.
 
아마도 자신을 가해자로 의심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려고 그런 거겠지.
 
저렇게까지 하는 소진누나의 반응이 웃겼다.
그리고
궁금했다.
 
장단 한번 맞춰줘?
 
-
경수가 ㅇㅇ누나와 함께 반에 온 뒤
모르는 척 경수에게 잠긴 서랍을 
핑계 삼아 다시 무용실을 가자고 했다.
경수는 귀찮은 듯했지만 착한아이라서 나를 잘 따라줬다.
 

! 형 여기 좀 봐요!!
체육복이 있는데요?
....? ”
 
아깐 분명히 없었지 않아? ”
 
나는 몰랐던 척 연기를 했다.
이 체육복을 들고 가면 소진누나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니깐
 
.
다시 한 번 안 올라와봤음 큰일 날 뻔 했네요. ”
 
체육복을 들고 복도를 걷던 경수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근데 좀 이상하네요. ”
 
뭐가? ”
 
ㅇㅇㅇ누나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체육복을 보니 피해자가
 둘인 건가 싶기도 하고... ”
 
설마 둘이겠어? ”
 
피해자는 한명이지.
 
제 생각에도 둘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체육복을 보니깐...
- 모르겠네. ”
 
새로운 자아가 생긴다고 했으니깐 
때가 되면 본성을 들어내겠지. ”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로써
그 체육복으로 가해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점점 본성을 들어내는 것 같으니 일단 같이 놀아주자고
 
사실 아까 체육창고에 ㅇㅇ누나가 갇혀 있었거든요.
누나가 자세히 말은 안 해줬는데 아마도 
소진누나가 잠근 것 같아요. ”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좀 이상하다.
난 체육창고에서 당한 기억이 없는데?
 
...뭐 밝혀질 일은 밝혀지지 않겠어? ”
 
그래도 어차피 알게 될 일은 알게 될 것이다.
 
형은 누가 의심이 가장 가요? ”
 
글쎄.. ”
 
사실 아직 내 이야기라는 걸 누군가에게
 알려주긴 껄끄러워서 말이야.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을래.
-
모이기로 한 장소에 도착해 체육복을 보여주니 
다들 소진이 피해자인 것 같다며 눈치를 주고 
 받는 상황이 되었다.
 
ㅇㅇ누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긴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저런 물건이 나오니
적잖이 놀랐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체육복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소진누나는 갑자기 울었다.
 
난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지라 
그 모습을 보기 좀 거북스러웠다.
자기 스스로 만들고 피해자인척 연기라니
거진(거의) 연예대상감이다.
 
눈물을 흘리던 소진 누나는 ㅇㅇ누나에게
 화장실을 같이 가 달라며 부탁했다.
생각지 못했던 전개였다.
분명 따라가면 ㅇㅇ누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상황
 
나는 다급히 같이 가드릴까요 라고 말했지만
ㅇㅇ누나도 뭔가 생각이 있는 듯 괜찮다고 했다.
 
ㅇㅇ누나와 소진누나가 나간 뒤
좀 늦는 것 같다며 다니엘 형이 나갔다.
얼마 뒤 소진누나가 들어오고 그 뒤 교복과 머리에
 살짝 물기가 젖어있는 ㅇㅇ누나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다니엘형이 들어왔다.
 
역시 내 이야기라는 것이 더 확실해 졌다.
분명 예전에 내가 화장실에서
 당한 것처럼 ㅇㅇ누나도 당한 것이다.
 
이제 ㅇㅇ누나와 소진누나를 같이 두면 안 된다.
소진누나와 접촉할수록 ㅇㅇ누나가 힘들어 질뿐만 아니라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누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만났던 밝고 순수한 모습의 ㅇㅇ누나가 아닌.
 
 
 
지은누나는 이렇게 있어선 안 된다며 
각자 반으로 돌아가 찾아보자했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3학년 반이라 ㅇㅇ누나와 층수도 달라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경수가 그 옆 반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함께 찾자는 핑계를 대면서 ㅇㅇ누나를 지켜보기로 했다.
 
경수의 반 근처에 가니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가까이서 들어보니 아까 그 체육복이 계속 의심이
 갔던 경수는 소진누나를 자신의 반으로 데려와 
그 체육복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듯 했다.
난 뒷문에 몰래 숨어 그 상황을 엿듣고 있었다.
 
소진누나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그렇게 의심이
 가면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말을 끝으로 
반에서 나와 자신의 반으로 들어갔고
얼마 뒤 ㅇㅇ누나와 같이 화장실로 향하는 듯 했다.
 
그 둘을 뒤를 밟으니 역시나 화장실에 그 둘은 들어갔다.
난 몰래 숨어 엿들었다.
절대로 누나마저 과거의 나처럼 되게 둘 순 없다.
 
너 내말이 말 같지가 않아? ”
 
“ ... ”
 
내가 말 섞지 말라고 했잖아.
인간들은 좋게 말하면 말을 안 들어. ”
 
-
 
사람 말이 말 같지가 않아? ”
 
,미안해
,진짜 별 이야기 아니었어.
,제발 용서해줘 응? ? ”
 
ㅇㅇ누나는 빌었고
소진누나는 때렸다.
 
미안할 짓을 왜해! ”
 
! ”
ㅇㅇ누나의 모습을 보니 예전의 내가 겹쳐보였다.
 
..,미안해.. ”
 
뭘 그렇게 잘못을 했길래
손이 닳아 없어 질 정도로 
빌어야 했는지 몰랐던 그때가
 
미안해 응?
내가 잘못했어..제발제발
 
그 순간 악몽이 떠오름과 동시에 
주체 할 수 없는 울분이 느껴졌다.
 
난 억울한 게 너무 많았다.
 
단지 친구와 친하게 지낸다고 맞았고
엄마가 없다고 무시당했고
내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며 욕하고 때렸다.
 
그때 난 그렇게 당해도 되는 인간인 줄 알았다.
하지만 ㅇㅇ누나를 보면서 느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누나의 빛을 지켜주고 싶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를 지켜주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와주고 싶었다.
 
더 이상 이렇게 혼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힘이 되어 주겠다고
그리고


내가 저 악마를 없애주겠다고.
 
난 가까운 교실에서 의자를 가져와 힘껏
 조소진의 머리에 그대로 내리쳤다.
 
!
 
순간 사방으로 피가 튀어 당황스러웠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가 빳빳하게 치켜세우던 얼굴이 땅으로 추락했고
곧 내 시야에서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퉁퉁 부은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ㅇㅇ누나가 있었다.
 
,진구야.. ”
 
ㅇㅇ누나는 당황한 듯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서서히 피에 물들어 가는 쓰러진 조소진을 흔들었다.
 
내가
내가 없앴다.
저 악마에게서 ㅇㅇ누나를 구했다.
 
내가 저 악마를 죽였어요. ”
 
그런데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슬프다.
 
어째서 그 당시의 난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는지 화가 났고
그렇게 힘들고 외로울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누나는 왜...왜왜왜!!!
맞고만 있어요!!
왜 그러고만 있냐고요!!”
 
그리고 누나에게 화를 냈다.
마치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하듯
그러면 안 된다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왜 그러고 있는 것이냐며.
 
,미안해
 
난 쓰러져있던 ㅇㅇ누나를 안고 그저 울었다.
 
아니
그 시절의 어린 나를 안고 울었다.
 
.
.
.

※만든이 : 둥둥미들님

<작가의 말말말>
 
자 다시 한 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소진이 폭력을 행사한 장면은 여진구가
 당했던 폭력과 비슷하죵?
, 여진구의 왕따 시절이야기가 큰 배경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 소진을 가해자로 만들고
  ㅇㅇㅇ을 피해자로 만들었습니다.
소진의 경우 어린시절 자신을 거부한 ㅇㅇ
 미워하는 마음을 쭉 가지고 있었기에 이 프로젝트를
 만든 H가 일부러 그렇게 상황과 역할을 만든 것이죠.
 
그렇다면 H는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가?
에 대해선 아직 비밀입니다. ㅎㅎㅎㅎ
 
그 외에 이해가 안 되시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아 그리고 독자님들 매번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정말정말 감사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흡..진짜 대박 리얼 헐 완전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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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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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진구의 이야기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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