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08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중간에 삽입한 BGM
함께 들어주세요.
 
 
────────────────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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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눈부신 햇살이
커튼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으음.”
 
 
꿈자리가 뒤숭숭한 탓에,
잠을 깊게 자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깬 걸 보면 말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어제 백현이의 모습이 꿈에서도
반복재생 되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어찌나 내가 가는 길을
놓치지 않고 쫓아오는지,
자꾸 자신의 눈을 바라보라며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었다.
 
하지만 잠에서 깬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던 백현이가,
결국 내 얼굴을 자신의 양손으로
못 움직이게 잡아두었고,
어제처럼 자신의 얼굴을
내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결국 그의 입술이 내 입술위로
포개어짐과 동시에
그대로 꿈속에서 깨어났다.
 
 
, 얼굴이 왜 화끈거리는 건지.
꿈일 뿐인데 말이다.
 
친구와 뽀뽀를 하는
상황자체도 어이가 없었지만,
왜 그 찰나에 난 눈을 감아버린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난 눈을 뜨자마자,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으이구,
못된 년!”
 
 
이 사실을 준면오빠가 알면
참 섭섭해 하겠네.
꿈속이라도 외간남자랑
뽀뽀나 하고 앉아있고 말이야.
 
 
침대에 누워 있어도
더 이상 잠이 안 올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던 난,
 
 
!!
 
 
오랜만에 오빠에게 먼저
연락이 온 걸 확인하자 깜짝 놀랐다.
(남들이 보기엔 연인사이에
먼저 연락 온 게
깜짝 놀랄 일인가 싶겠지만.)
 
 
-오늘 석식 먹고
잠깐 얼굴 좀 보자.
할 말이 있어.
 
 
문자를 다 읽은 난,
입가의 끝이 자연스럽게
말아 올라가 있었다.
요새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오빠를 만날 생각에
은근한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절로 새어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오빠를 오랜만에 만나니까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학교 규정에 걸리지 않을 만큼의
연한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깨우기 위해 하품을 하면서
내방으로 들어온 엄마는,
 
 
하암- 아이고, 깜짝이야.
왜 벌써 일어났어?”
 
 
화장대 앞에 앉아서 준비하고 있는
나를 보고 꽤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나도 이제 스스로 일어나야지!
나이가 몇인데.”
 
 
핑계를 대면서, 말하는 나도
실소가 픽-하니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내 스스로
먼저 일어났던 적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뭐 물론 자랑이 아닌 건 나도 알지만.)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보네?
아침 먹고 갈래?”
 
 
난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어대며,
책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힘차게 현관문을 박차고
난 지체 없이 학교로 향했다.
여전히 내 얼굴엔
싱글벙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교실 쪽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빨간 카디건을 걸친 어떤 여자애가
우리교실 앞문에서 뛰쳐나왔다.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허둥지둥 뛰어대는 탓에,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여자애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3초의 시간이 지나자
사태파악이 되었다.
 
 
설마반에 도둑이?
 
 
강렬하게 스치는 생각에,
재빨리 열린 교실 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교실은 어제의 모습대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반은 매우 고요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머리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 내가 너무 오버해서
생각했나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지만
괜스레 멋쩍어진 난,
덜 마른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내 자리에 착석했다.
 
책가방에서 풀던 문제집을 꺼내서,
한참을 집중해서 풀고 있었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 탓에,
개념을 확인하기 위해서 교과서를 찾으려고
책상서랍을 뒤적거렸다.
 
 
-
 
 
한번 접힌 쪽지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뭔가 불길한 느낌에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쪽지를 집어 들었다.
 
쪽지의 내용을 확인할까말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냥 쪽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결심했다.
 
쓰레기통 쪽으로 걸어가며,
 
 
그래, 그냥 내용을
안보고 버리면 돼.
보지말자, 괜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괜스레 보고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래 사람이란 동물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했다.
물론 거기엔 나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쓰레기통 앞에서 결국 난
쪽지의 내용을 확인해버렸다.
 
 
오늘은 아주 재밌는 일이
일어날 거야.’
 
 
내용자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쪽지를 있는 힘껏 구겨버린 뒤
쓰레기통에 화풀이하듯
신경질적으로 던져 넣었다.
 
 

ㅇㅇ,
거기서 뭐해?”
 
 
등 뒤에서 들린 소리에,
난 자연스레 몸을 돌렸다.
 
 
? 일찍 왔네?”
 
 


웬일이야.
이 시간에 깨어있고?”
 
 
나 매일 잠만 자는 거 아니거든?
, 공부 중이었어.”
 
 
책상위에 펼쳐진
문제집을 가리키면서 툴툴거렸다.
 
 
어제 나빼고 둘이서
재밌게 놀았겠다? ?”
 
 
난 팔짱을 끼고
서운한 티를 팍팍-내며
말을 내뱉었다.
 
수정이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부끄러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 대답 안하는 거봐.
완전 실망이야.”
 
 
덕분에 고마웠어.”
 
 
수정이는 숙였던 고개를 들더니,
 
 

나 어제부터 솔로 탈출했어.”
 
 
얼굴에 화사한 웃음이
가득한 채 말했다.
 
 
?”
 
 
나 태형이랑 사귄다고.
ㅇㅇ 네 덕분이야!”
 
 
난 떡-벌어진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그냥 어제 둘이 재밌게 보냈을 거라 생각했지,
사귈 줄을 꿈에도 몰랐다.
 
 
누가 먼저 고백했는데? ?”
 
 
당연히,
우리 태형이가 먼저 했지!”
 
 
대답과 동시에 수정이가 쥐고 있던 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 자기야!
나 학교 잘 도착했지, 자기는?”
 
 
수정이는 평상시에 들을 수없는
콧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대화를 하는 동안 몸을 배배꼬며
통화를 한참동안이나 하고 있었다.
 
난 그런 친구의 모습에
미소를 띠운 채
한참동안 바라봤다.
 
여자는 확실히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예쁜가보다.
 
 
 
 
*
 
 
 
 
BGM: 어반 자카파- 널 사랑하지 않아


 
 
평소라면 석식을 먹고
느긋하게 수정이와
매점을 기웃거릴 테지만,
오늘은 오빠가 반으로 온다는 소리에
빠르게 저녁을 먹고
얌전히 교실에 앉아있었다.
 
수정이는 자신의 남자친구랑
통화를 한다고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야간자율학습 때 공부할
교과서와 문제집을 챙기고 있는데,
 
 

ㅇㅇ.”
 
 
그토록 듣고 싶던 오빠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러왔다.
 
얼마나 좋은지,
내 눈매와 입가의 끝이
예쁜 호선을 만들어냈다.
난 통통 튀는 발걸음으로
오빠에게 한걸음에 달려갔다.
 
나는 이렇게 설레고 기분이 좋은데,
 

그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있을 뿐이다.
 
우리 주위에 늘 맴돌던
달콤한 공기는
더 이상 우리 곁에
남아있지 않는 듯 했다.
 
 

자리 좀 옮기자.
여기 사람이 너무 많다.”
 
 
낮게 깔린 그의 음성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는 것을 감지했다.
 
심각한 분위기가 가져온 무거운 공기가
움츠러든 나를 더욱 세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는 나와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 나갈 생각이 없는 듯,
혼자 앞서서 저벅저벅- 먼저 걸어갔다.
조용한 장소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
뒤따라가는 난 그의 안중에 없어보였다.
 
 
오늘 보여준 그의 모습이
내게 참 낯설게 다가왔다.
 
 
그의 뒷모습만 보며 조용히 따라가자
학교 뒤편에 마련된 산책로에 도착했고,
오빠는 말없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예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조용한편이었다.
 
 
우리는 마주보고 서 있었지만,
그는 멍한 눈빛으로 내가 아닌
다른 곳을 쳐다볼 뿐이었다.
 
한참동안 말이 없는 그의 모습에,
 
 
할말이, 있다면서요,”
 
 
내가 먼저 말문을 텄다.
그의 말속에는
무기가 들어있었는지,
 
 

미안하지만,
우리 그만 만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무기가 내 머리를
세게 강타한 듯 했다.
 
 
머릿속이 아주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내가 그때 네 고백을
받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가 후회 섞인 말의
끝을 늘여놓는데,
그 뒤로 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에 박혀왔다.
 
 
어머, ㅇㅇㅇ 차이는 건가봐!”
 
 
내가 오래 못갈 줄 알았어!
둘이 진짜 안 어울리잖아.”
 
 
하긴 준면선배가 뭐가 아쉬워서,
ㅇㅇㅇ랑 사귀겠냐.”
 
 
하하, 꼴좋다!”
 
 
한 두 명이 모여 웅성거리더니,
 
 
난 저 여자애가
여우같아서 싫더라.”
 
 
그니까, 쟤는 볼 때마다
남자 애들이랑 붙어있다니까?”
 
 
맞아.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니까
지금도 차이는 거겠지.”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힐끔- 쳐다보면서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았다.
 
 

ㅇㅇ 네가 싫은 게 아니야.
그냥 내 처지가
낭비할 시간조차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난 아무 말도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날 좀 이해해 줄 수 있지?”
 
 
난 그와 만남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의 입장이 되어 늘 이해를 하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그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에게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주고 싶은데,
깨물던 입술을 떼어내는 순간
엉엉- 목 놓아 울 것만 같아서
그럴 수도 없었다.
 
 

아까 미안하다는 말은 했으니까,
그 말은 더 안할게.”
 
 
그 흔한 마지막인사 조차 없이
그는 몸을 돌려 내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
 
 
 
 
맛있는 석식을 먹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급식실을 빠져나왔다.
 
단순히 배불러서 기분 좋은 나와 달리,
 
 

에휴-.”
 
 
박찬열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풀이 죽어있었다.
 

박찬열 뭔 일 있냐?
밥도 깨작거리면서 먹던데.”
 
 
그게,”
 
 
 
 
.
.
.
 
 
 
 
고민 상담을 좀 해달라는
박찬열에 의해,
난 학교 뒤편에 마련된 산책로로
질질- 끌려왔다.
 
 
내일이 대회 당일이라,
석식을 먹고 바로 집 가서 쉬면서
컨디션조절을 하려했건만.
 
 

내가 남자랑 단둘이
산책로를 돌 줄이야.”
 
 
툴툴거리면서 박찬열이
이야기를 꺼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섣불리 말을 꺼내질 못하고,
 
 
에휴!”
 
 
또 한 번의 한숨을 푹 내쉬는
그를 힐끔- 쳐다봤다.
 
 

뭔데, 그래?”
 
 
말없이 조금 더 걷다보니,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애들의 무리가 보였다.
 
 
뭐 때문에 저러지?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의 난,
휘적휘적-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겼다.
가까이 갈수록 애들의 수군거림이
귓가에 정확히 꽂혀왔다.
 
 
난 저 여자애가
여우같아서 싫더라.”
 
 
그니까, 쟤는 볼 때마다
남자 애들이랑 붙어있다니까?”
 
 
맞아.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니까
지금도 차이는 거겠지.”
 
 
 
누구를 저렇게 욕하는 걸까.
 
 
더 가까이 다가가자,
 
 
 
!!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ㅇㅇ의 모습이 보였다.
 

ㅇㅇ의 앞에는
정말 내 마음에 안 드는
ㅇㅇ의 남자친구가 서있었다.
 
 

ㅇㅇ 네가 싫은 게 아니야.
그냥 내 처지가
낭비할 시간조차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야.”
 
 
그는 애들의 웅성거림 따위는
안 들리는지,
 
 
날 좀 이해해 줄 수 있지?”
 
 
고개를 푹 숙인 ㅇㅇ에게
딱딱한 말투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ㅇㅇ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미안하다는 말은 했으니까,
그 말은 더 안할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 남자는 ㅇㅇ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저러고 진짜 헤어지는 거야?”
 
 
옆에 있던 여자애가
하는 혼잣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난 참을 수 없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저 남자는 어떻게 마지막까지
저렇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을 수가 있지?
 
헤어지더라도 조용히 두 사람만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하지.
 
사람들이 저렇게 수군거리고 있는데,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ㅇㅇ에게 망신을 주는 것만 같았다.
 
 
주변에 둘러싸인 여자애들을 지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ㅇㅇ의 손목을 잡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참지 말고 하라고 그랬지!
왜 그러고 가만히 있어,
바보같이!”
 
 
내말에 ㅇㅇ는 어깨가
천천히 들썩이고 있었다.
 
더 이상 차오는 화를
난 주체하지 못하고,
 
 

저기요!”
 
 
혼자 걸어가는 ㅇㅇ
전 남자친구를 불러 세웠다.
내 큰 목소리에 걸어가던
그 남자가 멈춰서 뒤를 돌아봤고,
 
 

제가 원래 남의 연애 사에
끼어드는 오지랖 넓은 타입은 아닌데,
이미 헤어졌다고 하니까
한마디만 좀 할게요!”
 
 
그는 큰 눈에 힘을 잔뜩- 준채,
말없이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래요?
꼭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한때 자기 여자 친구였던 사람한테
최소한의 배려도 안 해줘요?”
 
 
그가 저만치 떨어져있던 곳에서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오지랖 넓은 타입은 아니라더니,
할 말 다하면서
지금 되게 예의 없이 구네요.”
 
 
한마디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대며 말하던 그는,
얼굴이 굉장히 굳어있었다.
 
 

최소한의 배려도 안하는 사람이,
지금 여기서 예의를 찾고 있으니까
되게 웃기네요!”
 
 
내 코웃음에 그는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주변에 사람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그제야 의식했던 건지,
내 얼굴 쪽으로 올라오려던 주먹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난 그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그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고,
 
 

좋은 사람 찾기가
어디 쉬운 줄 알아요?
분명히 나중에, 후회하는 날이 올 거예요.
ㅇㅇ만큼 좋은 사람도
없을 테니까요.”
 
 
그 사람만 들을 수 있도록
귓속말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러고는 ㅇㅇ의 손목을 다시 붙들고,
 
 
ㅇㅇ. 그만 가자!”
 
 
인파 사이를 가로 질러
그에게서 빠르게 벗어났다.
 
 
 
 
*
 
 
 
 
BGM:스탠딩 에그- Voice


 
 
ㅇㅇ의 손목을 잡아끌며
조용한곳을 찾던 난,
습관처럼 옥상으로 올라와버렸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으며
고민 상담을 해줄 때마다
찾아오는 장소였다.
혹은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혼자 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학교옥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개방되었던 옥상 문을 밀고 들어오자,
야간자율학습을 알리는 종소리가
매우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꼭 그 종소리가
지금부터는 마음껏 울어.’라는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ㅇㅇ는 조용한 옥상을
자신의 울음소리로 채워나갔다.
 
어찌나 서럽게 눈물을 뽑아내는지,
지켜보는 나도 눈물이 핑 돌 것처럼
마음 한편이 시큰거렸다.
 
 
아픈 마음을 쏟아내는 ㅇㅇ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천천히 등을 토닥여주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만 울자, 이제. ?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많이 아프단 말이야.”
 
 
아픔을 털어내는 속도가
더뎌질 때 쯤 내가
ㅇㅇ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내말에 ㅇㅇ는 제 손에 파묻었던 얼굴을
그제야 들어올렸다.
 
 
그 순간 입술을 얼마나
세게 깨물었으면,
입술이 터져버렸을까.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뻗어,
 
 

입술터졌잖아.
많이, 아팠겠다.”
 
 
상처로 얼룩진 ㅇㅇ의 입술을
살포시 어루만져주었다.
 
 
내 행동에 ㅇㅇ는 잠시 움찔거렸지만,
 
 
쪽팔린다, 진짜.”
 
 
이내 잠겨버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뭐가?”
 
 
사람들 앞에서
차였던 것도 그렇고,
자꾸 네 앞에서
질질- 짜는 것도 그렇고,”
 
 

차라리 내 앞에서만 울어.
옆에서 달래줄 사람도 없이
혼자 숨어서 울지 말고.”
 
 
내말을 끝으로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고,
서로 정면만 응시한 채
해가 저무는 과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ㅇㅇ의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해있었지만,
 
 
그리고, 고마워.”
 
 
조금 전보단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진심이 담긴 너의 목소리가,
 
 
나 대신, 그 사람한테
한마디 해줘서.”
 
 
순수하고 예뻐서 좋았다.
 
 
 
나에게만 털어놓는
너의 속마음은,
 
 
사실 나연애하는 동안
되게 힘들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설렜다.
 
 
 
나에게 향하던
반짝이는 너의 눈동자는,
 
 
오빠가 어찌나 예민하게 굴던지
내가 사귀는 동안
선배 눈치를 엄청 봤거든.
많이 속상하기는 한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좀 후련하기도 하네.”
 
 
여전히 내가 설레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붉게 타오르던 노을은,
내가 ㅇㅇ 너에게 한층 더 깊이 빠지도록
마법을 뿌려놓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난 흩뿌려놓은 그 마법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부서져 내리는 노을 사이로,
앉아있는 ㅇㅇ 네 모습이,
내겐 그토록 아름다워 보였으니.
 
 
백현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 아까 좀 멋졌더라?”
 
 
ㅇㅇ의 이야기 한마디에,
어느새 내 광대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손 놓았던 정신 줄을 붙잡았을 때,
낯선 내 표정과 생소한 감정에
난 의아함을 느꼈다.
 
 
 
나 오늘 도대체 왜 이러냐?
 
 
 
 
머리는 아니라고
몇 번이나 부정을 해봤지만,
 

간질거리는 심장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머리는 도대체 뭘 부정했던 걸까.
 
 
명쾌하게 답이 나오질 않자,
싱숭생숭한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다.
 
 
꿈속을 걷는 듯 한, 몽롱한 기분은
ㅇㅇ와 단둘이 집을 갈 때까지도
여전히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건
도대체 무슨 감정인걸까.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잘 지내셨나요?
이번 편은 왜 이렇게 잘 써지질 않는지.ㅠㅠ
혹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ㅠㅠ
 
 
조금만 있으면
도 곧 완결을 맞이하겠죠?
그날까지도 지금처럼
같이 함께해주세요.
(쑥스, 부끄.)
 
 
다음을 기약하며
여기서 작가의
짧은 주저리는 마칠게요!
 
 
을 함께 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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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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