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의 유흥 - 48 (by. 노담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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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들의 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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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어떻게 그들을 부술까.


“........”
 
부순다라.
가능은 할까.
 
이미 이 나라가 된 그들을.
내가 부수는 게 가능할까.
 
“..........”
 
그들에게 복수하는 법이 뭘까.
그들의 회사를 부수는 것?
 
“.....”
 
그게 얼마나 걸릴 줄 알고.
순간 두통이 밀려들어서
머리를 괜히 마구 쓸었다.
 
내 방 한켠에 놓인 거울이 눈에 보였다.
 
“..........”
 
살점 하나, 머리카락 하나 조차도
그들의 돈을 먹고 자란 내가 거기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역겨움에 금방이라도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싫었다.
무엇 하나 그들에게 휘둘리는 것은
이젠 제발 그만하고 싶었다.


“........”
 
눈을 꽉 감고 손을 더듬거려 일어났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간신히 참고
겨우 걸어가 방의 스위치를 내렸다.
 
.....”
 
깜깜해진 방 안에서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
 
순간, 이유 없이
그때 그 여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내가 지켜줘야 하는 거 잖아.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우빈이....슬프고 불쌍한 애야.
그 애는....그 애는.....]
 
.”
 
생각보다 너무나 단순하게 답이 나왔다.
 
그들의 회사를 부수는 건 현실적으론 불가능하지.
 
흠집이야 낼 수 있지만.
내가 그 정도로 만족할 사람도 아니고.
 
“........”
 
손에 잡힐 만큼 선명한 약점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구나.
 
그들이 언제고 내가 그들을 해치지 못하게
나에게 인질로 심었던 나의 친구들.
 
그들은 너무나 쉽게 부술 수 있겠구나.


“.........하하.”
 
느리게 눈을 감았다.
 
감은 눈 너머로 그 녀석들과의
알량한 추억들이 스칠 것 같아서
빠르게 눈을 깜박여버렸다.
 
눈알이 부서질 것 같았다.
유리알처럼.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런 느낌이었다.
 
목에 힘을 꽉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눈이 부서질 것 같아서.
 
어쩌면 그냥 울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하던 생각을 이었다.
 
우정이나 추억이라는 단어가 막아 서기엔
내 증오와 분노는 너무나 크고 매서웠다.
 
“.......어떻게.”
 
어떻게 해줄까.
어떻게 부숴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이
가장 아프고 비참하게 울까.
 
“........”
 
그래. 그 어설픈 것들을,
어줍잖고 우스운 것들을
그들의 기업의 주요인물로 키우자.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치여서 허덕이고
숨가쁘게 살고 있는데도 제 무능력 때문에
제 회사가 속절없이 녹슬어가는 걸 보여주자.
 
그러는 와중에, 나 덕분에....
아니, 나 때문에 간신히 자리에서 살아남고
자꾸만 더 높은 자리에 앉게 하자.
 
그렇게 부담감과 무능력에 터져버리려는 것들을,
내가 펑, 터뜨려버리자.
 
어떻게 터뜨려줄까.
 
“..........”
 
가엾은 내 친구들.
그래. 그 녀석들의 약점을 쥐고 흔들어보자.
 
[그때 우빈이는 친모한테 받은 학대로
그렇게나 마음이 다쳐있었는데....
매스컴한테 받을 상처들.....
나 그거 그 애한테 줄 수 없었어.....]
 
“.........”
 
그 가엾은 유년시절을 쥐고 흔들어볼까나.
 
그 녀석의 어미년이 줄 수 없었다던 그 상처.
내가 주면 참 재미있겠다.
 
아니지. 제 입으로 지 일들을 불어버리게 하면
더욱 재미있겠다.
 
그래. 그 녀석이 온 가족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승승장구 할 때....
그때 지 입으로 불게 하자.
 
“.........”
 
그럼 민규는 어떻게 할까?
민규는.....민규의 약점은 뭐지?
 
그 녀석 누나랑 아버지한테
쳐 맞고 다니는 거야
유명하니까 너무 새삼스러운데.
 
죽자마자 어미는 뒤졌으니
그걸로 건들일 것도 없고.
 
그 녀석 누나는 건들이기 좀 위험하지.
쉬운 상대도 아니고.
 
......”
 
생각을 깊게 하지 않으려고 애써야했다.
민규가 내 친구 민규로 와닿지 않도록.
정말 부던히 애써야했다.
 
그 이름을 그저 단어로만 생각하면서,
마음을 태연히 하려고 애썼다.
 
그때였다.
밖의 소란스러움을 깨달은 건.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태어나 몇 번 들어본 적 없는
아버지의 분노한 목소리였다.
 
“.........?”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오려 했다.
 
“.......?”
 
계단을 반쯤 내려왔을 때,
현관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부모님과
누군가가 보였다.
 
고용인들은 눈치를 보며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다.
 
누구인지 보려고 계단을
두 세칸 정도 더 내려왔다.
 
“.........!!!”
 
땀인지 무언지에 흠뻑 젖은 형이
현관에 서 있었다.
 
밖에 비가 오나 싶어 고개를 틀어
창문을 보려 했을 때였다.
 
차용증 내놔!!!
네가 훔쳐갔지!?”
 
어머니의 비명에 가까운 호통.
 
“.........”
 
차용증?
 
뜻밖의 단어에 내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든 형과 눈이 마주쳤다.
 
“.......이거요?”
 
형이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흔들었다.
 
“?”
 
뭐지?
 
내가 봉투를 응시하는데,
부모님은 그게 생명줄이라도 된다는 듯
절박하게 그 봉투를 잡아채려고
펄쩍 뛰고, 형을 잡고하며 애쓰고 있었다.
 
“..........”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도 덩달아 번쩍였다.
 
평생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진 적이 없던 나의 부모.
그들이 그렇게나 절박하게
무언가를 탐내는 걸 처음 보았기에.
 
저거다.
 
저게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저걸 이용하면 상동을 죽일 수 있다.
 
“.......”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
 
그러나 이내 나는 멈춰 섰다.
 
계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형의 다른 손에 들린 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쳐다본 형의 눈.
그것은 번뜩이는가 싶더니
정말 미친것처럼 부모를 밀치고
나에게로 곧게 뛰어왔다.
 
, .....!!”
 
그 눈빛에 겁을 먹은 내가
바보처럼 계단에서 뒷걸음질 치다가
발 뒷꿈치가 걸려 주저 앉아버렸다.
 
김상영!!!!”
 
부모님의 절규에 아랑곳 않고,
내 앞으로 온 형이 내 목덜미를
움켜쥐고 계단을 올랐다.
 
형이 이렇게 힘이 셌던가?
나는 어린아이라도 된 것처럼
형에게 질질 끌려 계단을 올라갔다.
 
뭘 어쩌려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힘줄이 빳빳하게 선 형의 팔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아서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또래보다 키도 크고 건장한 영광이었는데
그의 형은 그를 너무나 쉽게 질질 끌고갔다.
 
영광의 머릿속으로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자동차를 들었다는 미담이 떠올랐다.
 
뭔지는 몰라도 제 형이 그렇게
일생일대의 힘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악스럽게 걸은 형은 2층 구석의
내 방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갔다.
 
“.......!!”
 
나를 방 안쪽으로 던진 형이
들고 있던 통의 입구를 열었다.
 
아는 냄새였다.
 
휘발유 냄새.
 
“.........”
 
내가 놀라 뭘 어쩌기도 전에,
형은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휘발유를 내 방 곳곳에 뿌렸다.
 
내 책장과 침대, 커튼과 테이블에
자비 없이 휘발유가 날아들었다.
 
침대 구석에 멍하니 엎어진 내 위로도.
휘발유는 뿌려졌다.
마치 나도 그 방의 일부일 뿐인 것처럼.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에
간신히 고개를 돌리니
어머니가 방의 몰골을 보고
얼굴을 가리고 소리만 지르고 계셨고,
아버지는 그 뒤에서 나 못지않게
겁먹은 얼굴로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가 있었어요.”
 
형이 갈라진 목소리로도 제법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 아이가. 있었다구요.”
 
형이 이를 으득, 갈았다.
 
모를 리 없었겠죠. 당신들이.”
 
무딘 표정 위로 눈물이 흘렀다.
휘발유 냄새 가득한 방 안에서
보는 가해자의 눈물은 참 기괴했다.
 
어떻게 해줄까 많이 고민했어요.”
 
“...........”
 
별 생각을 다 해 봤어요.
상동의 그간 더러운 짓거리들을 전부 폭로할까?
아니면 두 분을 내 손으로 죽여드릴까?”
 
“........”
 
근데, 그거 다 너무 약해요.
당신들에게 좀 더 손해가 되고
더 수치심이 남을 일을 생각해봤죠.”
 
형이 싱긋, 웃었다.
주머니에서 아까의 그 봉투를 꺼내들었다.
 
상동의 가장 부끄러운 것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이거.”
 
“..........”
 
형의 말에 내가 고개를 들어
그 봉투를 바라보았다.
 
이것과 모든 상동의 씨를 말리고 가려고요.”
 
.......”
 
어머니가 미쳐 말리기도 전에,
형은 품의 라이터를 꺼내 봉투에 불을 확, 붙였다.
 
!!!!!”
 
그 고상한 어머니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비명이 터졌다.
 
그러나 형은 어머니의
어떤 대처도 허용하지 않았다.
 
불에 활활 타오르는 봉투를 그대로 툭,
휘발유 범벅이 된 내 방 한가운데에 떨어뜨렸다.
 
내 방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이대로는 나도 죽는 다는 걸
나는 멍청하게도 그때야 깨달았다.
 
....!!”
 
미친 듯이 일어나 방을 뛰쳐 나오려 하는데,
휘발유에 젖은 내 티셔츠는 불을 자석처럼 끌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지글지글한 느낌.
살이 타고 있다는 그 잔인한 감각.
 
아악!!!!”
 
본능적으로 바닥에 굴렀다.
불은 꺼졌지만, 등이 우그러드는 느낌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상영아, 이리 와!!”
 
그리고, 그렇게 바닥에 웅크린 채
올라다 본 나의 양부모들은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불 속에 서 있는 형에게
미친 듯이 손짓하고 있었다.
 
“.......”
 
형은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
 
등의 통증에 시야도 흐릿해졌다.
 
안개 낀 것 같은 내 시야 속에서
형은 남은 휘발유를 몽땅 제 몸에 붙였다.
 
불은 아이가 과자를 채가듯이
형을 움켜 쥐었고,
형은 그깟것,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타오르는 몸뚱이로 창문을 열었다.
 
그 와중에도 위풍당당하게
제 풍채를 자랑하는 상동관이
그 창문 너머로 보였다.
 
고용인들이 허겁지겁 와서는
방의 불을 끄려고 고군분투했고,
형은 창문 아래로 뚝, 떨어졌다.
 
“..........”
 
내가 본 것은 거기까지였다.
 
하루만에 나는 병원에서 깨어났고,
입이 가벼운 고용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2층에서 뛰어내린 형은
몸 어딘가가 부러지고 타고 있었는데도
전혀 상관없이 달려 상동관에
몸을 가져다 대었다고 한다.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상동의 모든 기쁜일에 파티를 열었던
상동관은 그렇게 형의 몸과 함께 불탔다.
 
고풍을 타령하느라
그 큰건물을 죄다 나무로 지었으니.
그래. 인과응보였으려나.
 
집은 스프링클러가 터져서 불에 탄 건
고작 내 방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동관은 완전히 전소되었다고.
 
상류층들의 모임,
그리고 그중에서 더욱 상류층만 갈 수 있던
2층의 거만한 구조도.
 
전부 다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몸을 돌려
한켠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쥐어들었다.
 
단체문자로 형의 장례식에 대한 문자가 와 있었다.
 
이렇게 초라한 죽음을 본 적이 있던가.
 
“..........”
 
아니지....
이렇게나.....
 
이렇게나 웅장한 죽음을 본 적이 있던가.
 
등의 흉터가 다시 지글거리는 것 같았다.
 
“..........”
 
형은 죽으며 상동관을 태웠으니,
나는 본관을 태워볼까나.
 
“........”
 
비죽이 웃음이 흘렀다.
왠지 눈시울도 뜨거워지는 것 같아
이불을 끌어 얼굴을 덮었다.
 
.
.
.

※만든이 : 노담도담님

<덧>
 
늦었습니다....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ㅠㅠ
 
하루에 한 시간도 글을 쓰려
앉아 있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억지로 억지로
끌고 가보려 합니다....
 
아직도 이 글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게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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