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작가님! - 04 (by. 수백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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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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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가님!


w. 수백루


04  인사, 안녕? (1)

ㅇㅇㅇ  유연석
고경표  서강준
김태형  성동일
김민석


.
.
.


"악! 깜짝이야...
거기서 뭐 해요?"

"네?"




이상한 배트맨 모양으로
숟가락을 눈에 대고
쭈그린 상태로 앉아있던
ㅇㅇ에 놀라 자지러질 뻔한 태형이었다.



"놀랐잖아요.."

정말 놀란 듯 떨리는 목소리에
괜히 미안해진 ㅇㅇ은
얼른 숟가락을 내리고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눈이 좀 많이 부어가지고"





아..

짧은 탄식 뒤 어제 일이 생각난 듯
나를 아련히 바라보는
김태형씨 눈빛이 느껴졌다.

괜히 부끄러워져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씩씩하게 일어나 괜히 아무 말이나 했다.

"오늘 아침은 뭐 먹지-."

스윽-.
내 어깨를 감싸는 따듯한 두 손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김태형 씨가 있었다.

"제가 할게요.
앉아 계세요."

나를 의자에 앉히고는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며 물어오는
이 남자

흫..

"아직 양치 안 했는데... ㅎ"

절로 웃음소리가 나왔다.
집에서도 못 받던 대접에
익숙지 않아 나온 웃음인데

언제 나왔는지
팔짱을 끼고
나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내 옆방의 작가님.


"아침부터 뭐야."

역시나 저 말투.
차갑고 적응이 안 된다.

"아. 일어나셨어요?
오늘 아침 된장 찌갠데
드실래요?"

"어. 두부 많이 넣어줘."

김태형 씨에게 말을 건네고는
역시나 감정 없는 눈빛으로
나를 한번 쓱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암-. 안녕들~ 잘 잤어?"

"네. 일어나셨어요?"

"후암... 피곤하다 피곤해.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돈 벌어야지!
그렇지 알바생?"

기지개를 펴며 파닥파닥.
나에게 장난을 쳐오는 사장님을 보니

우리 사장님은
정말 장난기가 넘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들었었지만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그런...

음..




된장찌개의 맛있는 내음이 날 무렵
혼자 요리를 하고 있는 김태형 씨의 뒷모습에
뭔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앉아계시지. 어... 그러면... "

뭘 그렇게 시키기를 미안해하는지
김태형 씨가 안절부절했다.


"그럼 제가 밥 뜰게요!
국은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아.. 저기 그게."

덜컥.

"흠.... 흫... 밥이..."








"네... 아직 안 앉혀서... 깜빡했네요..."


"어? 국 다 됐네?"


그러게요...ㅎ..
여러모로 웃음을 짓게 하는 남자다.

.
.
.

결국 급한 대로 햇반을 사와
밥그릇에 하나하나 담았다.

"아. 배고파"


"작가님! 얼른 앉으세요.
밥 다 됐어요."

"오랜만에 된장찌개네.
태형이가 끓였어?"

"네. 밥은..."

"어, 밥도 맛있네.
누가 했어."
당연히..

"ㅇㅇ씨가요."



"..."

네?! 햇반인걸요!


"오늘 밥 ㅇㅇ씨가 했어요.
입에 맞으세요?"

"제가?"



놀라 숟가락을 물고 김태형 씨를 쳐다보니
넘어가라며 코를 찡긋했다.

"했죠오... 그럼... 하하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네요.."


"호오.. 그래. ㅇㅇ이 밥 잘하네."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던 제삼자
사장님이 슬쩍 웃으며 옆에서 거들었다.


"뭐.. 나쁘지 않아.
근데 이건 뭐 이렇게 햅쌀 같니.
약간 햇반 같기도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그분에게
사장님이 툭 치며 괜히 시끄럽게 얘기했다.


"야. 유 작가. 너는 어떻게 이게
햇반으로 보이니?! 딱 보아도
우리 태형이 고향에서 보내주신
쌀! 그 맛있는 어머니 정성이 담긴 쌀이구먼.
그지? ㅇㅇ?"

응응

고개를 세차게 위아래로 끄덕거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밥을 한 술 떠서
입에 물었다.

조금 다가간 건가?

.
.
.

"왜요?"

출근하려 옷을 입고 나오자마자
내 팔을 잡고 부엌 냉장고 사각지대로
나를 끌고 가는 김태형 씨에 놀랐다.


"아까는 놀랐죠.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저 위해서 해 주신 건데요."

"다름이 아니고.
작가님이 밥 잘하는 거
진짜 좋아하셔가지고...
작가님 보기와는 다르게
한식 진짜 좋아하시거든요.
밀가루는 거의 안 드세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예 요."

"밥을 좋아하시는...구나.."


커피에 바게트 드실 것 같이 생긴
의외의 작가님의 식사 취향.

"고마워요 태형 씨!
그럼 전 가볼게요."


"네-."

김태형 씨의 배웅을 받고 곧장
1층으로 내려와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익숙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 알바생 선배가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오늘 근무이신 거예요?"


"네."

싱긋. 웃는 모습에 이곳에는 정말
잘생긴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선배의 뒤로 제일 잘생겼다고 자부하시는
사장님이 나오고 계셨다.


"알바생 왔어?"

"넵."

.
.
.

*

달그락달그락
밖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문을 열고 둘러보니

옆 방사는 여자애가
숟가락을 눈에 거꾸로 대고서는
쭈그려 앉아 있었다.

.
.



.
.




"뭐야. 미친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하고는
다시 문을 닫고 들어와
밤새 휴대폰으로 온 연락들을
찬찬히 봤다.

대부분이 편집장이었다.


"얘는 지치지도 않나."


근데 아까 그 애는 그 자세로
뭘 하고 있었던 거....

아..



울었나.

어디서 많이 봤다 한 자세였다 하니
그 애가 울 때마다 한....
하...


머리를 감싸고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기억 조각들에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내쉬었다.



책상을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집어 드니
성쌤이었다.


'오늘 상담인 거 알지?
시간 날 때 내려와.'


후우...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찾아간 적도
선생님이 나를 찾은 적도 없었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려
밖으로 나가니 태형이가 웃으며
그 아이를 의자에 앉혔고
그런 태형이를 바라보며 그 애는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흫.."

흐음. 뭔가 이상한 기운이 도는데..
팔짱을 끼고는 어제 일을 찬찬히
떠올렸다.

.
.
.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나가니
달그락달그락 태형이가
머그잔에 무언가를 타고 있었다.


짜식. 나 돌아왔다고 
유자차 타주던 거 타주나 보네.




"안 잤네."



"아. 작가님."


"뭐 하는 거야? 그거 뭐야."



"아. 이거요?"


내 거지? 하며 손을 뻗으니
태형이가 슬쩍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ㅇㅇ씨 거요."


"..."
"... 아.."


"어? ㅇㅇ씨면.. 저 새로 들어온 여자애?"



네.
잠시 민망한 손을 머리로 가져가
괜히 머리 정리를 했다.


"이거 유자차. 작가님이 저 처음에 왔을 때
목 칼칼할 거라고 타주셨잖아요?
그게 생각나서요. 타드리려고."


"그래. 그러면 타 주고 들어가서 쉬어
나도 이거 물 마시고 들어갈게."



괜히 내 거지-. 했나.
민망하네.

"네. 작가님. 근데..."





잠시 머뭇거리는 태형이를 바라보았다.





"ㅇㅇ씨한테 너무 차갑게
안 그래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따뜻한 분이시잖아요.
ㅇㅇ씨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작가님 마음도 이해 가지만
원래 어떤 분인지 아니까
얼른 마음 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이 나쁠까 한단어 한단어
조심스레 내뱉는 이 아이에
괜히 객기를 부린 것 같아
민망해졌다.



이런 말을 듣기까지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한 번도 이런 말
한 적 없는 아이였다.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정말
다른 나이기에

마음을 열지 않은
상대에게는
정말 냉대하는 나인 걸
알기에

한 번도 이렇게
조언 같은 부탁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냥... 어색한 것도 있고 
꽁기한 마음에
그랬던 건데.




"태형이 너... 너는 뭐 내가 얼마나... 어?
그렇게 차갑게 했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닌... ㄷ.. 에
그래 알겠어ㅓ..."

"네! 작가님, 주무세요-."

그렇게 태형이가 들어간
그 아이의 문을 바라보며
다시 또 말로 이룰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한동안 그곳에 서있었다.


*



"내가 그렇게 보이나..."


작게 읊조리고 있는데
나를 쳐다보는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괜히 말을 돌렸다.

"아침부터 뭐야."

.
.
.

밥을 한 술 뜨자
밥 특유의 단 맛이 찰지게 넘어갔다.

"어, 밥도 맛있네.
누가 했어."



"ㅇㅇ씨가요."

의외였다.
밥 하나 못하게 생겼는데
밥은 꽤 하네.

"오늘 밥 ㅇㅇ씨가 했어요.
입에 맞으세요?"



"제가?"

국물도 한 술 뜨고는
당황해하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했죠오... 그럼... 하하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네요.."

괜찮네. 근데 어디서 가끔 먹어본 맛인데..


"호오.. 그래. ㅇㅇ이 밥 잘하네."

"뭐.. 나쁘지 않아.
근데 이건 뭐 이렇게 햅쌀 같니.
약간 햇반 같기도 하고?"


그래 햇반. 그 맛 같기도 하고


"야. 유 작가. 너는 어떻게 이게
햇반으로 보이니?! 딱 보아도
우리 태형이 고향에서 보내주신
쌀! 그 맛있는 어머니 정성이 담긴 쌀이구먼.
그지? ㅇㅇ?"


아 맞다. 태형이네 쌀.
괜히 오해했네.




여전히 불편한 듯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그 아이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
.
.



"내가 그렇게 차갑나? 그렇게 냉대했나?
내가? 그냥 인사를 조-금.
아주 조금 무시했을 뿐인데?"


어제 태형이의 말과 오늘 그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괜히 혼잣말을 했다.
커피가 다 떨어져 거실로 나가는 참이었다.


"고마워요 태형 씨!
그럼 전 가볼게요."


"네-."


현관에서 그 아이를 배웅하는
태형이의 모습에 놀랐다.

원래 정이 많아 누군가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
배웅과 마중을 잘 해주는
편이기는 하나
이렇게 빨리 친해진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 아이가 나가고 
태형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태형아. 넌 쟤 어디가 좋아서
친하게 지내?"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요 작가님!!"



"야! 너는 소리는 지르고...
왜 이렇게 놀래.
내가 뭐 또 잘못한 거야?"

나에게 놀라는 태형이에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어
조금 퉁명스레 말했다.



"아.. 그건 아니고.
그냥 놀랐어요."

"그래, 그건 그렇고.
쟤 어디가 좋아?"



"네? 어디가 좋냐뇨?"

"음... 그래,
질문이 조금 이상했어.
쟤 어디가 그렇게 정이 가니."

"정이요? 정 가는 건... 그냥 다..?
그냥 지방에서 혼자 올라온 것도 그렇고
나이가 비슷한 것도 그렇고 그렇네요.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것도 있고요."



"나는 그렇게 정이 가진 않던데..."


"작가님. 왜 그러시죠-?"

뒷짐을 지고 의심의 눈초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오는
태형이에 괜히 뒷걸음질 치며 변명했다.

"그냥. 네가 이번에는 새로운 입주자랑
좀 빨리 친해지는 것 같길래 그래.
그리고 네가 어제 말한 것도 있고.
내가 쟤한테 정이 많이 안 가서
어떤 점이 정이가나 하고 그런 거야."

괜히 조급해진 마음에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컵을 마셨다.



"아무것도 없잖아.."

괜히 민망해져
빠른 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하는 연석에
태형이 슬쩍 웃으며
따라갔다.



*


"어서 오세요-.
유 작가님!"


"김민석, 잘 지냈어?"

유 작가님?

홱.

알바 선배가 반갑게
마중 나가 대화하는 사람이
저 작가님이라니...
실화인가..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멍을 때리고 있으니
딱!
손으로 내 눈앞에서
소리를 내는 사장님이었다.


"알바-.
누굴 그렇게 보ㄴ..
설마 유 작가?!"


여성스럽게
입을 두 손으로 예쁘게 가리고는
눈을 껌뻑껌뻑 하는 사장님에
소름이 끼칠 뻔했다.

"아뇨아뇨아뇨아니요
아니... 아니에요.
절대... 네버..."

"그렇게까지 부정할 필요는..."

"하핳...ㅎ.."

절대 오해받기 싫은
마음에 진짜 강한 부정을
해버리고. 

그 작가님과 눈이 마주쳤다.



"흠흠.."

"음료 사시러 온 거예요?"

"어. 나 마실 건 아니고
성쌤 뭐 드셔?"

"아아 가장 많이 드십니다."


"아아? 그건 뭐야."

"풉. 유작가.
유 작가도 이런 거에 약하구나.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

"뭐야. 그게.
별걸 다 줄여 말하네."


"발전 좀 해라. 발전 좀.
그래서 태형이랑 말이
통하겠니.
간호사님 것도 살 거지?
뜨바라 한 잔이랑.
청포도 쥬~스 한~잔.
레고"


"넵."

"뜨바라는 또 뭐야."
라며
사장님에게 물어오는
작가님에
사장님은 또 혀를 차며
알려주고
저 둘의 우정은
정말 알 수 없었다.
뜨바라가 뭔지 듣고 나서
굉장히 감탄하시고는



사장님에게 리스펙 하시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저 둘의 사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나뿐?

"ㅇㅇ. 민석이 옆에
착 달라붙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보고
다음 주 까지 마스터.
오케이?"

"저요?
네... 노력해보겠습니다.
화이팅... 촤하.."


"잘 알려줄게요.
천천히 배워요."


*

여전히 내 눈치를 보는
그 아이에
오히려 내가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왜 세 잔인데?"


나에게 아아를 건네고
자연스레 내 앞에 앉은
고경표에 물었다.


"너 못 들었어?
아직도 쌤이랑 연락 안 했니?"

"흠흠. 오늘 상담이야.
어쨌든. 왜?"

괜히 오기를 부렸던
그날의 내가 생각나
민망해졌고
아직도 화해의 손을
아니 사과를 하지 못한
내 모습에 민망했다.

"선생님 새로 왔잖아.
이번에 뽑기로 마음 먹으셨나 봐.
아주 잘생겼던걸?"

느끼한 표정을 짓는
고경표에 몸을 뒤로 뺐다.



"잘생긴 거랑 무슨 상관이냐."

"중요하지.
아주 중요한걸?"

"남자 좋아해?"



"웅, 근데 남자는
연석이 너만 좋아해"

팍. 진짜.
단호하고 새침한 표정을
종이였다면 구겨버리고 남았다.

"아. 해봐. 아-."

턱.
나에게 준 아아를
그 고경표 입에
넣어주곤
울리는 진동벨을 가지고
음료를 받으러 갔다.

"주문하신 음료
세 잔..나왔습ㄴ..다.."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괜히 또
태형이 말이 생각나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뭐 어쩔 거야.
마음이 덜 열린 건
내가 어쩔 순 없잖아?

"저는 작가님 마음도 이해 가지만
원래 어떤 분인지 아니까
얼른 마음 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에잇.



"고마워. 잘 먹을게."

아이.
진짜 유연석 미쳤지.



자신에게 소름이 끼친
연석은 밖을 나가며
부르르 떨었다.




"유 작가...
미친 거야?
와우.."


"어머-.
유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여전히 생글생글한
김간호사님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셨어요?
오늘 상담 잡혀서.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청포도 쥬스입니다-.“

"하하. 감사해요.
원장님 지금 환자 한 분이랑
면담 중 이세요.
그 분 나오시면
바로 들어가시면 돼요.
아 참.

선생님 새로오신 건
들으셨어요?“

"네. 뭐..
대충.“

"그 분
유 작가님이랑
대학 동기신 것 같던데요?"


"저랑요?“

.
.
.

"네. 같은 대학 나오시고
학번도 같은 것 같던데요?"


궁금한 마음에
천천히 새로 왔다는
선생님의 진료실 앞으로
가 보았다.


서강준.

나와 동문이라는
새로 온 선생님의
이름은
서강준 이라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졸업 후 5년이나 지났고
게다가
문과대학과 의과대학은
떨어져 있었으니까...

모르겠ㅈ..

벌컥.



"어이쿠야"


"헙."

앞에서 문을 벌컥
열고 나오는 바람에
놀랐다.


"어...진료 받으러 오셨나요?"

쉼호흡을 하고는
아직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 오는
선생님이었고
나도 조금 진정을 하고는
대답했다.


".....아..네. 저는
진료 받으러 온 건 맞는ㄷ.."


"그럼 우선 들어오시겠어요?
저는 잠시 간호사님께 다녀와야 해서.
잠시만요-."

"아..저기."

내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빠른걸음으로 나를 스쳐지나 갔다.
얼떨결에 진료실로 들어오게 되었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정리가 덜 된 진료실 안을
둘러보았다.


책상에 있는 액자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어디서 본 액자인데?"


집어 들어
앞면을 보았지만
아무 사진이 없었다.


"죄송해요-.
근데 간호사님이
잡힌 진료는 없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오셨어요?"


"저는 성 선생님
진료 받으러 왔습니다.
선생님 새로 오셨다길래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한 번 와봤어요."


"아아. 그러셨구나.
전 그것도 모르고
제 환자분인 줄 알고.
죄송해요."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서강준 선생님에
손사래를 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유연석이라고 합니다."



"아, 네..
저는...어?!
그럼 그 위층에 사시는
ㅇㅇ씨랑 같이 사는
그 작가님....와..
이런 데서 뵙네요."



ㅇㅇ? 아... 그 애.
아는 사인가..



"....아..네.
하하. 반갑습니다.
인사가 좀 늦었죠.“

"아뇨아뇨. 아니에요.
제가 작가님 정말 팬이거든요
제가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해서
작가님 책만 책장 한 켠에
다 있어요.

나중에 기회되면 책에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말 반가웠는지
빠른 속도로
말을 해왔다.


"하하. 네 그럼요.
언제든지요.
시간이 된다면요.

아.. 그럼 전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선생님이 기다리실 것 같아서요."

"아. 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분이 넘게 흘러있었다.
선생님을 기다리게 할 순 없으니까


"그럼 다음에 꼭
뵙겠습니다-. 꼭이요-!"

내가 문을 닫으며
나갈 때까지
나를 배웅하며
밝게 인사해주었다.

그것도 설레는 목소리로...


"뭐지...?
이 열성팬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은...“


"아후. 작가님
찾았잖아요.
어디계셨어요?"

프론트로 나가니
김간호사님이
나를 찾으셨는지
얼른 오라며 손짓했다.

"앞의 환자분
나가신지 얼마 안 됐어요.”
똑똑.

"원장님-.
유 작가님 오셨습니다."

"어. 들여보내요."


*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둘...셋...

"넷."

테이블에 앉아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을 세고 있는 와중에

내 마음속에서
세야할 숫자가
귀로 들려
고개를 홱 돌리니

잘생겼다고 자부하시는
사장님이 날 보며
웃고계셨다.


"뭐 해?
알바생-."

그리고는 나와 같은 자세로
마주앉아서는
꽃받침을 하고
나를 바라보셨다.


"아...생각 좀.."


"뭐. 연석이 때문에?"


"어....뭐...그렇죠
근데 저 오기 전에도
저런 말 하실 줄 아셨어요?"


"아니, 절대. 유작가 알잖..
아니다. 했네. 했었ㄴ...
저기 유작가 간다."

쌀쌀한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총총 뛰어가고 있었다.


고마워...잘 먹을게.
"



서툰 표현에서도
조그마한 마음이
느껴져 어느새
조그마한 미소가 피었다.


"자! 얼른 가서 일하자!!
쉬는시간 끝!”

"네엡."



"이제 좀
돌아오려나..."


*


"어서와라. 앉아.
연락한 번 없어서
오늘 안 올 줄 알았는데
진료 비워놓길 잘했네."


"상담은 받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서. 마음은 덜 풀렸다고?"

장난스레 슬쩍 웃으며
말을 건네는 선생님에
나는 언제쯤 마음이 유해질지
한 번 더 반성하게 되었다.


"아니요. 마음은 풀린지 오래죠.
사실 마음이 풀렸다고 할 수 없죠.
제가 괜히 객기부린거고
선생님은 그 객기를 또 받아주신거고."


"그래서?"


"죄송했어요. 제가 좀 오기도 부리고
객기도 부리고 좋지 않은 것만 골라 했네요.
선생님이 잘못하신 거 없는데
그냥 제가 마음이 그랬어요“


"아냐. 괜찮아.
네 마음 충분히 이해됐다.
그래서 마음은 좀 열렸니?"


따듯한 홍차가
내 앞에 놓였다.

이 향기.

언제 맡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

녹차를 좋아하지 않고
커피로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나에게는
휴식처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내가 이 상담을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떤 마음....
아.. 그 아이요?"



말없이 홍차를
한 모금 마시는
선생님을 보며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홍차 잔으로 눈길을 옮겼다.



"부정의 뜻으로 보이는구나?"



선생님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속여서 좋을 것 없으니까.
어... 전혀 안 열린 건 아니에요."



"응? 정말이야?
아직 마음 꽁꽁
얼려있을 줄 알았더니
조금은 열렸나보네."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선생님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렇다고 열린 것도 아니고...
그냥 여지를 뒀을 뿐이에요.
태형이가 저한테 부탁을 하더라고요."


.
.
.


"그랬구나.
생각보다 애들이
ㅇㅇ이한테 마음을
많이 열었네?"

태형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찻잔의
온기는 사그라들었다.

"그런가봐요.
근데 제가 그렇게

마음을 많이
닫은 것 같아 보여요?"

응응. 조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차를 담으러
가는 선생님이었다.


"내가 그렇게나 그런가..."

"그런데 넌 왜
태형이 말에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어?"

"네? 태형이요?"



"그래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거지만
참 태형이 좋아하는 것 같다."

다시 따뜻하게
채워진 잔을 손에 감쌌다.

"아-.
태형이 제가 진짜
정말로 아끼거든요.
아시잖아요.
애 예쁜거."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태형이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는지
미소가 슬쩍 퍼졌다.



"걔 첫날에
들어왔을 때
기억나세요?"

"그럼. 어떻게 잊니.
얼마나 비에 젖은
강아지 같았는지.
추위에 떠는 게
안쓰러워 보였지."


"애 비에 젖은
수첩 말려주는데
저에 대한 이야기가
막 적혀있는 거 있죠?
그거 한 장 한 장
말리면서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구요."
.
.
.


'오늘 유작가님 책을
한 번 더 정독했다.
장하다 김태형!'


'싸인회를 놓쳐서
너무 아쉽다ㅜㅜ'


'요즘 슬럼프시라는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지겠지? 내 우상.'




“...”

.
.
.


"그래서 문하생으로 받은거야?"

"갈 곳도 없고
글에 대한 열정도 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없던
저에 대한 순수한 마음.
그 팬심이랄까..
그런 게 보여서 말이죠."

"그래. 나도 네가
그 많은 문하생
후보자들을 차고
태형이를 받아줬을 때
납득이 되긴 됐어."

"정말요? 하하.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다시 따뜻해진
분위기에 연석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이건 긍정적이에요.
태형이가 괜찮은 사람이라 하고
저에게 부탁을 할 정도면
진짜 괜찮은 아이일 수도 있겠지 싶고
요 며칠간 그 아이가 저한테
내보인 진심도 있고 해서요."

"그래. 누구에게나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나도 아직 ㅇㅇ이를
잘 모르지만서도
괜찮은 아이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닦달하는 편집장
좀 만나러요.

아 참,
이건 선생님 음료.
이건 새로 오신 선생님 거요.
웰컴 음료입니다."


"그래 잘 전해줄게.
가렴."



*



선생님 방을 나와
현관으로 나가려는 순간
서강준 선생님과
한 번 더 마주쳤다.


"아, 지금 가시는 거예요?
생각보다 얼마 안 걸리셨네요?
평소에는 꽤 걸린다고
하시던데..?"

왼손잡이인 듯
오른 손목에 시계를 보며
한 손에는 차트를 들고
물어보는 선생님에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제가 약속이 좀 있어서요
그럼 저도 다음에 뵙죠."


간단한 목례 후
그를 지나쳐 갔다.
코 끝을 스치는
옅은 향수가
기억 한 부분을 건드렸다.




뭐지?

*


똑똑.

"네."

"선생님, 접니다."


"어, 서선생-.
들어와."

"네."

"어쩐일이야?"


"이 환자 때문에요.
여쭤볼 게 있어서요."

"이 환자 왜?"

"약물치료로
효과가 약한 것 같아서요.
물론 효과를 금방 기대하진 않았지만
너무 천천히 일어나는 것 같아서
상담치료를 한 번 같이
진행해보는 게 어떤가 싶어서
의견 여쭈러 왔습니다."

"그래-.
서 선생 맘대로 해.
서 선생, 인턴 아니고
의사야. 하나하나
물어볼 거 없어.
자신 판단 가지고 하는 거지.
나는 그저 동료 의사일 뿐이고."


"아...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한걸요.
그럼 이번 환자까지만
의견 좀 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서 선생 의견 좋은 것 같아.
그 효과가 가장 크긴 하니까.
환자가 거부감만 가지지 않는다면
그래도 좋을 것 같다."

"네. 감사합니다."


"아, 이거.
유 작가 알지?
자네 주라고 하던데?
웰컴 음료.
나는 뭔지 모르는데.
입맛에 맞으면 마셔."


"정말요? 감사하네요.
이렇게 까지 챙겨주시고.
아까 잠깐 만나서
얘기 나눴었는데.
듣던 대로 좋은 분 같던데요.
제가 그 분 소설을 꽤 좋아하거든요."


"그래? 잘 됐네.
아 참. 그리고 우리 식구들
상담 받는 거 알고 있지?"


"네."

"이번에 ㅇㅇㅇ이라고 전에 봤던 친구.
그 친구 상담을 시작할까 하는데."


"아, 네-."

고개를 끄덕이며 바닐라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던 그에게
동일의 시선이 꽂혔고
다음 말이 나오지 않자
강준도 고개를 돌려
동일을 쳐다봤고 얼마 가지 않아
눈빛을 이해했다.


"제가요? 장기 상담을요?"

"못할 거 뭐있어?


서선생도 이제 인턴 아니고 선생인데."

"아이. 그래도.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됐는걸요."


"완벽히 준비된 사람은
없어. 부딪히면서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런가요..?"


"할 수 있을 거야.
아직 어린친구라 내가 부담스러울까봐서."


"네에...그럼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ㅇㅇ이가 찾아오면."


"네? 아직 상담신청도 안 된 건가요?"


"아직 마음이 덜 열린 건가 싶기도 한데.
조만간 올 거야.
그러니 잘 대해줘.
아직 어리고 많이 서툴 거니까.
마음 좀 잘 보듬어줘."


"네. 선생님."


*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늦은 저녁. 달빛이 차가운 바람을
뚫고 내려온 시간.
마감 준비를 하며 퇴근하는 사장님을
마중하고.
민석 선배와 함께
가게 의자를 정리했다.


"일은 어때요?
많이 힘들진 않아요?"


"네. 그럼요.
선배님도 많이 챙겨주셔서
어렵지 않고 좋아요."


"내가 뭐 챙겨준 거 있다고.
앞으로도 불편한 거나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해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

"네."


히힛. 오늘도 뿌듯한 하루가 지나간 것 같군.
그나저나 진짜 이틀 뒤에
나 데리고 서울투어 가실 생각인가?
잠시 의자를 들려다 생각했는지
자세가 우스꽝스러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네? 아. 그냥. 좀..흫"


지잉지잉.

진동이 울리고
민석 선배의 핸드폰인 걸 확인하곤
다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ㅇㅇ씨.
미안한데.

내가 지금 좀 급해서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이거 문만 잠그고 가줄래요?
진짜 미안."

정말 미안한 듯
두 손까지 모으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사과를 하는 선배에
나까지 마음이 급해졌다.

"아...네. 괜찮아요.
가 보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급해 보이는 민석 선배를 보내고는
다시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튼튼히 닫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그와 마주쳤다.


*



"어...그래..요. 안녕."




그가 처음 건넨 인사.

어색함이 묻어나는
쭈뼛쭈뼛한 인사.



"네...안녕...하세요."

그에게 건넨 처음 같은 인사.

이젠 익숙한
안녕하세요란 인사.


그가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먼저 걸었다!!! 그것도 인사로!


.
.
.

※만든이 : 수백루님

<덧>

안냐세요ㅎㅎ


또 늦게 온 작가입니다ㅎ
변명을 해 보자면

1. 해외연수를 다녀왔구요ㅠㅠ
2. 글이 한 번 날라갔구용ㅠㅠㅠㅠㅠㅠ
3. 여기까지 할게여ㅎ

멘붕도 오고 해서
잘 못썼네요ㅠㅠ

사실 그래서 틈틈이
단편도 썼꾸용

꾸꾸꾸꾺ㄲ

단편은 3부작짜리에용


또한
작가의 양조절능력 부족으로
2부로 나눈 이 글을
재미있을지 모르겄어요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
항상 욕심이 많아서
늘 글을 몇 번 씩이나 보는지
모르겠네요(욕심쟁이)

다들 단편 남주 마음속에
하나씩 품어주시고

저는 이만 다음 회차에 뵐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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