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07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BGM과 함께 들으시면 더 좋습니다.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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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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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07


BGM: 페이퍼컷 프로젝트-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얼굴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른 봄의 하늘은,
 아침보다 더욱 청명해져 있었다.

중식을 먹고 수정이와
 학교 뒤편에 마련된
작은 산책로를 돌며,


“날씨 좋다!”



“흠, 그러게.
데이트하기 딱 좋을- 날씨야.”


우리만의 수다를 떨고 있었다.



“넌 좋겠다.
자상한 남자친구도 있고….”


부러움이 가득 담긴
 그녀의 말에
난 말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운 조각 같은 외모에,
늘 상위권에
속해있을 정도로 높은 성적,
모든 일에 열의를 쏟는 대단한 열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와 끈기 등등,

 내 남자친구의 장점을
하나씩 열거하자면 끝도 없이 많았다.
수많은 장점 중
 단연 으뜸은 자상한 성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점을 칭찬할 정도였으니.

그 자상하고 다정한 성격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한정되어있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우선순위 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대한다는 것이었고,

그것만이 내가 느낀 그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그러나 이 단점은 순전히 여자 친구인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지인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관된
 그의 태도를 보고,
앞과 뒤가 똑같은 사람이라며,
꾸밈없는 사람이라며
 오히려 더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너 좋다는 남자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뭘 그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념을 늘어놓는
 수정이의 모습에,


“너 혹시,
태형이 진짜 좋아하냐?”


가늘게 눈을 뜨고
 입가엔 미소를 머금은 채
물어보았다.

수정이는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좋아한다는 사실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ㅇㅇ 네가 중간에서
다리 좀 놓아줘.”


난 친구의 부탁에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교실로 돌아와 5교시 수업준비를 위해,
책상서랍에서 교과서를 뒤적거릴 때였다.


툭-


한번 접힌 쪽지 같은 게
내 책상서랍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걸 주워들어
천천히 접힌 종이를 펼쳐보았다.


‘네가 다 가졌다고 생각하지?
 틀렸어, 난 네가 가진 걸
 하나씩 뺏을 생각이거든.
나중엔 누가 웃고 있을지
 한번 두고 보자.
물론 승자의 웃음은
내가 짓고 있을 테지만.’



…!!



무슨 소리인지 알 수없는 내용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쪽지를 보낸 사람은
 나를 싫어한다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수정이는
내 손에 들려있는 종이의 내용을 읽더니,



“도대체 누가,
이딴 장난을 치는 거야!”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게 첫 번째 쪽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제도 오늘과 같은 방식으로,


‘원래는 내 것이었어,
네가 중간에서 가로채지만 않았다면.
그래서 말이야 더 늦기 전에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혹시나 내가 빼앗아간다고
날 너무 원망하지는 마,
원래대로 내 것을 되찾아가는 것뿐이니까.’


서랍 속에 한번 접힌
 쪽지가 들어 있었다.


어제는 그냥 누가
단순한 장난을 치는 건가-란 생각과
 별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기 때문에,
쪽지내용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좋지 않은 내용이 담긴
의문의 쪽지를 받으니…,
 상황은 어제와 완전히 달라졌다.

어제는 느끼지 못한 당황스러움에,
심장이 뛰는 속도가 제법 빨라져있었다.


솟아오르는 불안을 눌러대며,


“이 쪽지를 받는 이가,
내가 아닌 게 아닐까?
혹시 뭐… 자리를 착각해서
잘못… 넣을 수도 있고.”


난 애써 부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 집에 갈 때,
남자친구한테 
꼭 데려다달라고 해!”


“아니야. 괜찮, 겠지.”



“그래도 기분이 영-
찝찝하잖아.”


“사실 내일 수능 모의고사라서,
오빠가 요즘 남아서
두 시간씩 더 공부하고 있거든.
그걸 뻔히 아는데,
 데려다달라고… 말 꺼내기도
 좀 그렇고.”


쓴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하긴, 고3이라
한 참 바쁠 시기지.”


덩달아 불안해하는
수정이를 난 안심시키기 바빴다.


“아! 그건 그렇고.
내일 날이 날인만큼,
태형이 소개시켜줄까?”



“뭐? 이렇게 빨리?”


“내일 모의고사 보면
일찍 끝나니까,
완전 딱이지!”


살짝 말아진 주먹으로 수정이는,


“어우- 야,”


부끄러운 표정으로
내 팔뚝을 툭툭- 치고 있었고,



“난 몰라!”


그녀의 볼은 이미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결국 그날의 일과인
야간자율학습까지 마치고,


-오빠, 공부하느라 힘들죠?
 그래도 힘내시고,
 저 먼저 집에 갈게요.


난 집으로 혼자가게 되었다.

그러나 수정이의 우려와 달리,
 너무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하교 길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침대 위를 뒹굴-거리면서,
오빠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으로 넘어갈 때까지,
오빠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




BGM: 수란-오늘 취하면





모의고사가 끝나고
 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실 문을 빠져나가기 바빴다.

오빠에게 따로 온
연락이 온 게 없나 싶어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요즘 따라 조용한 핸드폰에,
 절로 긴 한숨이
생기 잃은 입술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오빠, 
모의고사 잘 봤어요?


조금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방금 전까지 연락하던 사이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안부를 물었다.

몇 초를 뚫어져라
 핸드폰 액정을 쳐다봤다.
깜깜한 화면이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래, 바로 연락 올 리가 없지….


난 체념하듯 주머니에
 잠잠한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자신의 손거울로
요리조리 얼굴을 비춰보던 수정이는,



“나 괜찮아?
안 이상하지?”


확인차원에서 자신의 얼굴을
 내게 들이밀며 물어보았다.


“예쁘다, 예뻐!”


입가의 끝을 예쁘게
 말아 올리며 말했던 난,


“수정아, 나 괜찮아?”


“아, 잠깐만!”


앞머리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쓰윽- 만지며 정리를 해주더니,


“완벽해!”


자신의 엄지를 위로 치켜세웠다.
난 그녀의 말에 자신감을 가지고
선배에게 전해줄 러브레터를
 양손으로 꼭- 쥐어든 채,


“으- 떨려.”


떨림을 진정시키기 위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선배가 있는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자,


“ㅇㅇㅇ, 파이팅!”


나를 응원하는 수정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우렁차게 들려왔다.


그때 나 진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리고 설레었었는데….


문득 스치듯 지나간 옛 기억에
 씁쓸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
.
.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태형이는 벌써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서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무슨 화보 촬영하는 것 마냥
왜 이렇게 멋진지.

내가 봐도 이런 느낌인데,
수정이는 오죽할까.

고개를 살짝 돌려
수정이의 얼굴을 보니,
얼굴엔 온통 긴장한티가 역력했다.
검은 눈동자가
사방으로 사정없이 흔들렸고,
혀끝으로 자꾸만 마르는
 입술을 축이고 있었다.
그리고 귓바퀴에 걸려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연신 만지작거리기 바빴다.


호감을 가진 상대를 만나기전에,
 상대를 향한 설렘과 떨림이란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수정이의 모습이
꼭 몇 개월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내게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충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나요-란
 물음을 던진다면,
난 섣불리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가 내게 연락을 하는
텀은 점점 길어졌고,
좀처럼 오지 않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일이
이젠 지친다고 느낄 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이름아래
 자리 잡은 끝 모를 기다림은,
가끔 내 목을 죄어오는
 명분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난 화를 참아야 됐고,
사랑하기 때문에
난 무조건 기다려야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난 그냥 믿어야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난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인내해야만했다.


‘사랑’이란 감정 하나에
 ‘나’를 내려놓아야만했다.

허나 그런 것쯤은 괜찮다,
 그와 사랑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주저하지 않고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더 이상 내 사랑은
 아름답게 불타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몇 가닥 남은 위태로운 불씨는
 곧 사그라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게 언제인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태형이는 우리를 발견했는지,
 안면 전체에 웃음꽃이 드리웠다.



“예쁜 누나, 안녕!”



“반, 가워!”



“누나가 먼저 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했다면서?
 나도 ㅇㅇ누나한테
말 꺼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예쁜 누나, 박력 쩐다!”


“박력은 무슨.
그때 너무 잠깐 봐서…,
아쉽더라고.”


두 사람은 두 번째 만남이지만
 스스럼없이 말을 꺼내는
태형이 모습과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정이의 모습은
 첫 번째 만남 때와 닮아있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저, 태형아?
누나도 왔는데?”


또 말을 꺼내려는
태형이의 말을 앞질렀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태형이는,



“히- ㅇㅇ누나 고마워!”


인사는 건너뛰고 웃어 보이며,
대뜸 고맙다는 말만 할뿐이었다.


“뭐가?”



“누나 옆에
이렇게 예쁜 누나를
친구로 둔거?”


딱 보아하니,
태형이도 수정이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오늘 수정이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얼굴에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미소를 짓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


“ㅇㅇ누나!”


“어, 왜!”



“진짜로 고맙다고!”


“알았어.”



“정말 진짜로 고마워!”


또 똑같은 말만 하는
태형이에게,


“알았다니까?”


살짝- 까칠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ㅇㅇ누나.”


자신의 큰 눈을
나와 똑바로 마주치며,


“고마워요, 진짜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존댓말로 섞어 고맙단 말을
또 전했다.


아…, 뭐지?


고개를 살짝 숙였던 것이 꼭,
 ‘누나- 잘 가요.’란
 인사같이 느껴지는 건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ㅇㅇ누나!”


말없이 난 태형이를 쳐다보자,
이번에는 자신의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고개를 작게 끄덕여보였다.


아…, 왜 저러는 거야.


꼭 그의 행동이
 ‘누나, 주선까지 해줬으면 됐어.’ 란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러니까 뭐야,
결론은 나는 둘 사이에서
 좀 빠져달라는 거야?


벌써부터 둘만 있겠다는 거?
어휴- 김태형,
엉큼해!


괜히 암묵적인 그의 태도에,


“그래! 
간다, 가!”


난 괜한 심술이 났다.
그들에게 등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는 찰나에,



“어, ㅇㅇ야
왜 벌써가?”


수정이의 목소리에,
난 얼굴이 화색이 돌며
뒤를 돌아봤다.


“그치,”


나를 잡아주는 줄 알았던 수정이는,
 자신의 옆에 서있는
태형이를 쳐다보기 바빠 보였다.


진짜 둘 사이를 방해하는
 방해꾼이 된 것만 같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몸을 돌려
천천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ㅇㅇ야, 잘 가!”



“ㅇㅇ누나 조심히 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저들의 인사가,
왜 알아서 빠져줘서 고맙다-라는
 소리처럼 들리는지….


쳇- 오늘 간만에 일찍 끝난 김에
 셋이서 좀 재밌게 놀아보려고 했는데.

뭐 배고픈 건 아니지만,
맛있는 것도 좀 먹고 기분전환도하면서
시간 좀 보내다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완전히 계획이 다 틀어졌다.


아까 오빠에게 보낸 문자에
 답장이 왔을까하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의 화면을 켜니,
 작은 기대감을 무너뜨릴 정도로
 내 핸드폰은 너무나 잠잠했다.


나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탄식처럼 새어나왔다.


도대체 요즘 왜
오빠랑 연락이 잘 안되는지,


“집에나… 가야겠다.”


나도 모르겠다.




***




BGM:스탠딩에그-Stay away




모의고사가 끝나고
 오늘도 동아리 실에 모여서,
짧게나마 연습을 했다.


집에 가려는 나를
 잡아 세운 박찬열은,



“변백, 나 배고픈데.
라면 콜?”


내 대답도 듣지 않고,
 학교 앞에 있는
분식점으로 나를 끌고 갔다.
간단히 라면을 먹고
 우리는 각자의 집 쪽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몸을 싣고
한참을 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혼자 걸어가는
 ㅇㅇ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버스의 정차 벨을 누르고 빠르게 내려,
 ㅇㅇ가 걸음을 옮기고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ㅇㅇ의 어깨는
유난히 아래쪽으로 향해 있었다.



“ㅇㅇㅇ!”


앞만 보고 걸어가는
ㅇㅇ의 어깨를 치면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더니,


“오? 어디가?”


반가움에 담긴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넌 어디 가는데?”


“나 집에,
가는 중이지.”


ㅇㅇ는 아까의 어깨 높이만큼
 축- 쳐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번에 감기 걸린 뒤로,
ㅇㅇ의 얼굴은 여전히 핼쑥해져 있었다.



“잘됐다! 
나 배고픈데,
 뭐 좀 먹고 가자!”


ㅇㅇ의 손목을 잡고
그 근처에 있는
떡볶이전문점으로 들어갔다.


핼쑥한 ㅇㅇ의 얼굴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에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배고프다-란 거짓말로
ㅇㅇ가 좋아하는 떡볶이전문점으로
ㅇㅇ를 끌고 들어왔다.


“치즈떡볶이, 괜찮지?”


“뭐,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주문할 때까지
ㅇㅇ의 반응은 심드렁해보였다.


.
.
.


주문한 메뉴가 우리 앞에 놓여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빨간 떡볶이를 보자,


“오- 맛있겠다.”


ㅇㅇ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자신의 포크를 집어 들었다.
포크를 떡에 꽂고 들어 올리고,
포크를 돌돌 돌려가며,
떡볶이 위에 쭉- 늘어나는 치즈를 말아냈다.

 더 이상 치즈가
늘어나지 않고 끊기자,
자신의 입속으로 떡볶이를 집어넣고
 오물오물-씹기 바빴다.


떡볶이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내가
천천히 포크질을 하는 게
 ㅇㅇ눈에 보였는지,


“백현아, 너도 좀 먹어봐!”


그녀는 내게 얼른 먹으라는
 권유를 하고 있었다.


“응, 먹고 있어.
 맛있어?”


내 물음에 ㅇㅇ는
자신의 고개를 끄덕이며,


“완-전!”


한껏 밝아진 얼굴로
 대답을 해주었다.
아까 축- 쳐져있던
 ㅇㅇ의 모습이 신경 쓰였던 난,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고 있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ㅇㅇ는 대답 대신,
잠깐 포크질을 멈칫-하는 게 보였다.


“아, 오빠가 오늘 남아서
공부한다고 해서.”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매만지면서,
머뭇거리며 대답을 했다.
잘 지내냐-란 내 질문에
 ㅇㅇ의 대답이 어딘가 이상했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애써 감싸는 듯한 대답을 한 ㅇㅇ가,



“뭘 나한테까지,
숨기고 그래.”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ㅇㅇ는 고개를 숙인 채,
 내 질문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뭐가 있는 거 같은데,
말을 안 해주면
 내가 완-전 섭섭하지.”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꺼내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이를 타이르는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난 늘 네 편이니까,
편하게 말해!”


말을 꺼내자,
고개를 숙였던 ㅇㅇ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난 기다렸다는 듯이


 푸시시- 바람 빠진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은 그게….”




요새 들어 남자친구의
 연락횟수가 줄어들고,
 연락을 받기까지의 텀이
굉장히 길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쏟는 시간과 노력에 따라
 대학의 문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
 남자친구의 입장을 고려해
 ㅇㅇ는 그 흔한 잔소리조차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에휴- 착해빠져서는….

도대체 그 사람은
진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마음 같아서는
 확- 헤어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ㅇㅇ는 그 대답을 원하지 않는 것 같으니…,
 그냥 입을 꾹-닫고
묵묵히 들어주고만 있었다.



이른 저녁을 다 먹고,
식당 문을 나섰다.
그 사이에도 ㅇㅇ는
핸드폰을 한번 슬쩍- 쳐다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남자친구한테서
연락이…없나보다.


“배도 부른데,
산책 겸 집까지 걸어갈까?”


애써 밝은척하는 모습이
 내 눈에 다 보일 정도였다.

친구로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참- 마음이 아플 뿐이다.



“오늘 모의고사 잘 봤어?”


“가채점해보니까 저번보다
 점수는 좀 올랐더라?”


“올! 요새
 공부 열심히했나본데?”


“남자친구가 공부를 잘하니까,
 덩달아 나도 모르게
열심히 하게 되더라.”


신호등의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ㅇㅇ의 남자친구 이야기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을 이어가야할까 싶어서
 막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



반대편 인도에
ㅇㅇ의 남자친구와 이지은이
나란히 걸어가는 게 보였다.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ㅇㅇ의 얼굴을 쳐다봤다.
 ㅇㅇ는 다행히 아직 그들을 못 본 눈치였다.
상처받을 ㅇㅇ의 걱정에 나도 모르게 난,
ㅇㅇ앞을 가로 막아섰다.


뜬금없이 자신의 앞에
내가 버티듯 떡하니 서있으니,


“아, 뭐야!
앞에서 왜 그러고 있어.”


ㅇㅇ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깐만 이러고 있자!”


“왜? 곧 신호가
 바뀐단 말이야!”


ㅇㅇ는 서 있던 자리에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도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ㅇㅇ의 시야를 가리기위해
빠르게 ㅇㅇ앞에 마주보고 섰다.


얘가 도대체 왜 이러지-란
표정을 짓고
 ㅇㅇ는 나를 말없이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 사이에 또 어떻게
신호가 바뀐 걸 봤는지,


“아, 신호가 바뀌었다!
 가자!”


ㅇㅇ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신호가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듣자마자,
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


ㅇㅇ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나 좀 봐봐!”


그동안 친구한테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말을,


“잠깐만 내 눈 좀
보고 있을래?”


나도 모르게 지껄이고 있었다.


“아- 왜!
할 말 있으면,
걸어가면서 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ㅇㅇ에게,



“잠시면 돼!
ㅇㅇㅇ, 내 눈 봐봐!”


내 얼굴을 ㅇㅇ쪽으로 들이밀었다.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내 얼굴에,
ㅇㅇ는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있었다.


얼마나 가깝게 다가갔는지,
검게 빛나는 ㅇㅇ의 눈동자 안에
 들어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ㅇㅇ의 불규칙한 호흡이
내 볼을 자꾸만 건드리자,
 결국 나도 모르는 어느새
몸이 서서히 뜨겁게 달구어져갔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는 중독성이 있는지,
 어느새 나도 ㅇㅇ와 똑같이
가빠진 숨을 내쉬고 있었다.

 우리 둘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과
내뱉는 순간들이
 얼추 비슷해져있었다.

또 내 심장이
얼마나 요란스럽게 뛰어대는지,
귀 옆에 바로 심장이 있다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심장소리가 내 귓가 안까지
파고 들어올 정도로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우리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고 나서도,
한동안 우리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가
 뒤섞여가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알 수없는 심장의 떨림이
 내 몸의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참으로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의
오묘한 기분이었다.






<Behind story>





지은은 밴드부 연습을 마치고,
터덜터덜- 교문을 통과해
바로 모퉁이를 돌았다.


 저 멀리 걸어가는 준면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빠! 준면오빠!”


제법 큰 목소리에
 준면이 뒤를 돌았다.
그 사이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어왔는지,
벌써 그녀는 준면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헤헤, 오빠!
지금 집에 가는 거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고,



“아까 오빠한테 연락했는데,
왜 아직까지 답장도 안 해줘요.
기다렸단 말이에요….”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속상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에구, 속상했어?
 미안해.”


준면은 지은의 등을 토닥거려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은, 핸드폰을
 일부러… 집에 놓고 왔어.”


“에? 깜박한 게 아니고,
일부러 두고 왔다고요?”


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상당히 궁금한 듯,



“왜요, 왜요?”


그가 이야기를 꺼내길 재촉했다.



“집중하면서 공부해야 되는데,
 자꾸 나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손이 가니까… 안 되겠더라고.
 더군다나 ㅇㅇ는 문자도
수시로 자주 보내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없이 두고 온 거야.”


“그럼 여자 친구가
뭐라고 안 해요?”



“핸드폰 두고 온 줄도 모를 거야,
 말 안했거든.”


“잘했어요, 오빠.
 그나저나 수능모의고사는
 잘 봤어요?”


지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준면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가라앉은 그의 표정에
그녀는 기회를 포착한 듯,



“잘, 못 봤나보네요?”


눈빛이 반짝하고
 빛나보였다.



“반 등수… 3등이나 떨어졌어,
전국으로 치면
몇 등이나 밀려날지…, 하.”


“그렇게 되면,
오빠 목표 대학과
거리가 멀어지는 거 아니에요?”


지은의 눈빛은 누가 봐도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지만,
그 뒤로 자신의 입술은
 위로 올라가려고
씰룩-거리고 있었다.


“오빠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 지금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 방향이 비슷해 그들은
발걸음을 나란히 맞추고 있었다.
지은은 옆에서 걸어가던
그의 눈치를 보며,



“ㅇㅇ라는 친구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더 늦기 전에… 연인사이 정리하고
 공부에 매진하는 게 어때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대답이 없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요,
 난 순전히… 오빠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한 거니까요.”



“과연 그러는 게 최선일까?”


그는 힘없이 자신의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래로 향했던 시선이
정면을 향했을 때는,


 그는 갈팡질팡하던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를 한 것처럼 보였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덧>

독자님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안녕하신지요.
요새 날씨가 무척이나 덥네요.


이번 편은 좀 빠르게 진행을 시켜보았는데,
어떻게 느끼셨는지 잘 모르겠네요.
(너무 빠르게 느끼셨다면
 게시글에 남겨주세요ㅠㅠ)

사실 중간에 넣었던
장면이나 상황 몇 개를
그냥 날려버렸네요.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들어서요.ㅠㅠ)


이번편의 감상은 어떠셨나요.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지기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라,
피할 수없는 부분이죠.ㅠㅠ


‘늘’을 함께 해주시는
독자님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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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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