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06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BGM과 함께 들으시면 더 좋습니다!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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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BGM:스탠딩에그- 데리러 갈게


 

 

 

늘 울리던 알람소리가
요란스럽게 날 깨우기 시작했다.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원인을 찾아,
그 물건을 신경질적으로 뒤집어버렸다.
 

 


으아.”
 

 

- 갈라진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무거운 몸의 상체로 억지로 일으켜,
그 상태로 한참을 앉아있었다.
맑은 정신이 들면서,
난 자연스레 화장실로 두 다리를 움직였다.
 

 


졸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탓에,
평일이고 주말이고
가리지 않고 연습을 위해,
요새 며칠 동안 새벽과 같이 일찍 일어났었다.
 

피곤이 몸에 쌓일법한 스케줄이었다.
 

 

양치질을 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ㅇㅇ네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들기려고
말아진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제정신이 돌아온 난,
 

 

하아, 변백현
정신 차리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며칠 동안 ㅇㅇ의 아침잠을 깨워줬던 게
그새 버릇이라도 된 건지,
 


자연스레 이른 새벽시간에
ㅇㅇ네 집 앞에 서 있는 내 꼴이
마냥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뭐 어차피 ㅇㅇ의 어머님이 계시니,
알아서 ㅇㅇ를 늦지 않게 깨워주시겠지.
 

 

이성적인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한 난,
다시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빠르게 등교할 준비를 끝마쳤다.
 

 

 

 

*
 

 

 

 

제법 따스한 봄바람이
형체 없는 자신이 다녀갔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흐트러뜨렸다.
 

교문을 통과하자,
- 늘어뜨린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린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박찬열!”
 

 

우렁찬 내 목소리에 박찬열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고,
눈을 휘게 접어대곤
내 쪽으로 뛰어왔다.
 

 


너도 피곤한가보다?
눈이 오늘따라 퀭하네.”
 

 


분명 피곤했는데,
어제는 이상하게 잠이 안 오더라?”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떠다니는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릿속이 어지러워,
침대위에서 한참을 뒤척이고 있었다.
 

 

원래 너무 피곤하면,
잠이 안 온대!”
 

 


이러다가 대회 무대에도
못 오르고 쓰러지겠다.”
 

 


맞아. 잘 챙겨먹기라도 해야지.
이따 연습 끝나고 매점 콜?”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우리는 동아리 실에 도착했다.
 

우리가 들어 간지 얼마 안 돼서,
하나둘씩 동아리실 안으로
멤버들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지은이 싱긋-웃으며,
연습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좋은 아침!”
 

 

다소 혼자 생기가 넘치는 인사와 함께,
그녀는 자신의 자리인 키보드 앞에 섰다.
 

 

전혀 절뚝거리지 않는 발걸음을 본 박찬열은,
 

 


? 지은아,
다리는 괜찮아진 거야?”
 

 

궁금하듯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다.
 

 


하루 자고 났더니,
괜찮아졌더라고.
지금은 완전 말짱해!”
 

 

어제 삐끗했던 발을
바닥에 소리가 날정도로 굴러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난 의문을 품었다.
 

 

멀쩡하다는 다리 쪽 발목에
왜 티나게 붕대를 감아놓은 건지.
 

 

누가 봐도 나 다리 아파요-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내가 자신의 다리 쪽에
시선을 둔걸 이지은이 봤는지,
 

 


백현아, 걱정 안 해도 돼.
나 진짜 괜찮아!”
 

 

싱긋- 웃으며 걱정한 걸로 착각한
나를 안심시키려는 멘트를 날렸다.
 

 

그래, 다행이네.”
 

 

솔직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너의 웃음을 보고 있으면,
내 친구의 눈물이 겹쳐 보이는 건
왜 일까.
 

알 수없는 이유 탓에,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
.
.
 

 

 

 

연습에 열중하던 난,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밴드부원들도 피로가 꽤 쌓였는지,
자꾸만 실수를 연발했다.
 

 


다들 정신 좀 차리자.
?”
 

 

피로도 물론 피로였지만
대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자,
나도 모르게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다.
 

 

 

 

한참을 다시 연습에 빠져있었는데,
키보드를 치던 이지은이
건반에서 손가락을 떼 내며
연주를 멈추었다.
 

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왜 치다 말아?”
 

 

연주를 멈춘 그녀를 쳐다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자 그녀는 본인의 혀끝을 살짝 내밀며,
 

 


- 미안!
치다가 헷갈려서 잘못 쳤네.”
 

 

자신의 실수쯤은 당연하게 이해해달라는
너의 당당한 눈빛과 무성의한 태도에,
 

 


너 대회 때
무대에 올라가서도 틀리면,
그렇게 손 놓아버릴 거야?
 

음이 틀린 건
듣는 사람들도 분명 알겠지만,
실수를 했어도
최대한 열심히 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성의나 열정은 보여야 될 거 아냐!”
 

 

나도 모르게
살짝 화가 났던 것 같다.
 

내게 어느새 다가와
자신의 팔을 내 팔에 휘감아 매달렸고,
 

 


아잉-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
 

 

콧소리를 잔뜩 섞어,
거기다 살짝 윙크를 내게 해보였다.
 

난 짜증을 있는 그대로
얼굴에 다 담아냈고,
 

 


내가 이런,
행동 하지 말랬지!”
 

 

거칠게 그녀의 손을
힘을 주어 빼내었다.
 

 

 

늘 상 저 애는 저런 식이었다.
방심하는 순간 내 옆에
- 달라붙어있는 건 예삿일이고,
팔짱을 껴온다거나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내 여자 친구 행세를 종종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해오는 탓에,
눈뜨고 코 베인 것 마냥
어버버-거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확실하게
선을 긋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냥 다 받아주다 보면,
도를 넘는 행동도
서슴없이 할지도 모른다-라는
나의 앞선 생각 때문이었다.
 

 


미안.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버렸나 봐.”
 

 

어느새 이지은의
눈시울은 촉촉해졌고,
얼굴 전체에
울상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아까 내가 너무
신경질적으로 이야기 했나?
 

 

갑작스레 밀려드는 미안함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를 쳐다봤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툭-치면,
곧 울음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그때 왼쪽에서는,
 

 


백현아, 그만해.
지은이 울겠다,
오늘 오전연습은
여기까지만 하자!”
 

 

박찬열의 큰 목소리에,
동아리 실에 있던 밴드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 그 일부러
사람들 있는데서 면박주려고,
그런 건 아니니까 오해는 말고.
혹시나 내가 한말에,
상처 받았다면 내가 사과할게.”
 

 

그녀는 좌우로
천천히 고개를 저어대며,
 

 

아니야, 내가 조심해야지.”
 

 

조금 시무룩한 말투를
힘없이 뱉어냈다.
 

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 건지,
 

 

우리 매점 갈 건데,
같이 갈래?”
 

 

박찬열은 그녀에게 말을 걸며,
매점에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다.
 

 

좋아!
내가 미안한 의미로
음료수 쏜다!”
 

 

이지은은 자신의 왼손을
찬열이 팔을 잡아당겨 팔짱을 꼈고,
자신의 오른손은
내 팔에 자연스레 팔짱을 껴왔다.
 

 

. 진짜 답 없다,
이지은.
 

 

또 입을 열었다가
싫은 소리만 잔뜩- 뱉어낼 것 같아,
입술을 힘주어 꾹- 누른 채
군소리 없이 끌려가고만 있었다.
 

 

 

 

BGM:스탠딩에그- 데리러 갈게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로
바글거리는 매점 안.
 

 

애들아, -기 자리 비었다!
가서 자리 맡고 있어!
빵도 먹을래?”
 

 

박찬열의 끄덕임에
이지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매점 안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췄다.
우리는 비어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고,
 


변백, 너 아까
정색을 너무 심하게 하더라.”
 

 

의자를 꺼내며 자리에 앉는 동시에
박찬열이 말을 꺼냈다.
 

 


아니, 그러니까 연습을 하는데
장난처럼 하면 어떡해!
안 그래도 며칠 안 남았으니까,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되는데.”
 

 

아니, 그때 말고.”
 

 

그때 말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앉은 그를 쳐다봤다.
 

불과 몇 분 전의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찰나에,
 


아까 지은이가
팔짱꼈을 때 말이야.”
 

 

박찬열은 답답했던지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 그건 걔가 좀 심했지.
나 원래 누가 막 만져오는 거
싫어한단 말이야.”
 

 

나도 처음엔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지은이
버릇인 것 같더라고.”
 

 

 


전에도 싫다고
단호하게 말을 했는데,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먹어야지.”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무 정색하지 말라고.
옆에 있는 사람이 다 무안 할 정도였어,
너 아까.”
 

 

박찬열의 실감나는 표현에
난 멋쩍어,
 

 


정말,
그 정도였냐?”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했다.
 

 

하여간 변백현 넌,
호불호가 너무 확실해!”
 

 

그럼!
사람이 너무 우유부단한 것 보단
낫지 않아?”
 

 

엄지만 내 앞에 치켜든
박찬열을 보며,
 

 


"그래, 네가 짱이다!"
 

 

난 웃음을 픽-하니 흘려댔다.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이지은이 빵과 우유를
우리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고마워, 지은아. 잘 먹을게.”
 

 

고맙다! 다음엔 내가 살게.”
 

 

이야-!
내가 바나나 우유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알고!”
 


당연히 다 알지!
찬열이 넌 바나나 우유 좋아하고,
우리 백현이는 초코우유 좋아하잖아.
맞지?”
 

 

- 그걸 다 기억해?”
 

 


참고로
난 딸기 우유를 좋아하고.”
 

 

이지은도 딸기우유를 좋아하네?
ㅇㅇ도 우유는 딸기우유밖에 안마시던데.
 

내가 알고 있는 여자애들은 대부분
딸기우유를 선호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이지은이 매점의 바깥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 준면오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봤는지,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며
그쪽으로 쪼르르- 뛰어갔다.
 

이지은이 뛰어가는 쪽으로
시선을 쫓다보니,
그 남자 옆에 서있는
ㅇㅇ 네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반가움에 인사를 하려는 찰나에,
이지은이 그 근처 앞에서 또 넘어졌다.
 

 

이지은이 넘어지면서,
 

 

아야-!”
 

 

무릎을 또 바닥에 부딪혔는지,
앓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던 ㅇㅇ의 남자친구는,
 

 


지은아, 괜찮아?
 

 

반사적인 행동처럼 아주 빠르게
그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그의 옆에 웃으면서 서 있던
ㅇㅇ 너를 잊은 채.
 

ㅇㅇ 넌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또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조심 좀 하지,
일어날 수 있겠어?”
 

 

절뚝거리면서
힘겹게 일어난 이지은이,
 

 


아야!
어제접질렸던 발을,
또 삐끗했나봐.”
 

 

자신의 왼쪽다리를
부여잡으며 말을 꺼냈다.
 

 

꼭 어제의 상황을
누가 리플레이라도
틀어놓은 것 마냥,
 

벌어졌던 상황과 흘려냈던 감정들이
모두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ㅇㅇ, 너 역시도,
어제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구나.
 

 


하아.”
 

 

속이 꽉- 막힌 것 마냥,
답답한 숨이 한숨으로
길게 새어나왔다.
 

 

양호실로 데려다 줄까?”
 

 

그의 말에 이지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ㅇㅇ의 남자친구는 이지은의 팔을
자신의 목에 걸치며 일어나려했다.
 

 

-!”
 

 

신음소리와 함께
이지은은 다시 주저앉으며
자신의 왼쪽다리를 부여잡았다.
 

 

 

!!
 

 

 

그때 무언가 상황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웠다.
 

분명 어제 접질렸던 발을
다시 삐끗했다던
그녀의 말과 달리
붕대는 오른쪽 다리에 감겨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에이- 설마.
 

 

 

설마를 연발하던 난,
그녀의 행동을 말없이
한참을 바라봤다.
 

 

그제야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쳐지나갔다.
 

 


-,
 

 

실소가 작게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휘적휘적-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신의 혼자 힘으로는 부축하는 게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했는지,
 

 

ㅇㅇ,
지은이 좀 같이 부축,”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그의 목소리를,
 

 


ㅇㅇㅇ!
잠깐 나 좀 봐!”
 

 

내가 중간에 끊어버렸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서있던
ㅇㅇ의 손목을 잡아끌고
그대로 매점 밖으로 향했다.
 

 

 

말없이 걷던 ㅇㅇ
내 손을 잡아끌며,
 

 

, 아파!”
 

 

자신의 손목을
내게서 빼내며 말을 했다.
 

ㅇㅇ는 자신의 손목을
살살- 어루만지며,
 

 

할말, 있어?”
 

담담한 어조로
차분히 말을 꺼냈다.
 

기분이 상했을 거란
내 판단과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너 또, 뭐 거기 있었으면,
? 싫었어도 남자친구 부탁 들어준다고,
그 이지은 부축하면서
도왔을 거 아니야!”
 

 

당황한 난 말을 더듬어가며,
 

 


내가 어제도 말했지만,
그럴 때도 싫으면 싫다,
딱 거절할 줄도 알아야지!”
 

 

앞뒤 맥락이 뒤엉켜버린
이야기를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다.
 

 

다리아파서 못 일어난다는데,
그럼 어떡해.
도와야지, 별 수 있나?”
 

 

저렇게 순진하게
보이는 그대로만 믿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지은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
사실대로 말할 수 도 없고,
 


정말 답답할 노릇이었다.
 

괜히 나만 심술부리는
나쁜 놈이 된 것만 같았다.
 

 

난 근처 스탠드 의자에 앉으며,
 

 

어쨌든 썩- 내키지는
않았을 거 아냐!”
 

 

이야기의 방향을 돌리려고 했다.
 

ㅇㅇ도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더니,
자신의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설마, 또 어제처럼,
막 울고 그런 건
아니지?”
 

 

내가 조심스레 물어보니,
 

 

아니야, 그런 거.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ㅇㅇ의 이마 부근에
내 손바닥을 가져다대며,
 

 


머리 많이 아파?”
 

 

걱정을 담아
천천히 말을 뱉어냈다.
 

생각보다 이마가 꽤나 뜨거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ㅇㅇ 너의 얼굴이
굉장히 창백해보였다.
 

 

, 감기인가 봐.”
 

 

양호실에서
약 좀 달라고 할까?”
 

 

아니야,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시계를 보던 ㅇㅇ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얼른 들어가자,
곧 종치겠다.”
 

 

자신의 교복치마를 털어냈다.
너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이 아파서 축-쳐져있는 건지,
마음이 아파서 축- 쳐져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유난히 너의 어깨가 아래로 향해있자,
 

 


기운 좀 내자,
?”
 

 

괜히 안쓰러워 보여서,
앞서 걷는 ㅇㅇ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을 꺼냈다.
 

내말에 그녀는
뒤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두 번 정도의 끄덕임으로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ㅇㅇ를 반 앞까지 데려다주자,
1교시 수업이 시작됨을 알리는
종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난 황급히 반까지 뛰어갔다.
다행히 수학선생님보다
아슬아슬하게 반에 먼저 도착했다.
 

 

 

 

*
 

 

 

 

BGM:스탠딩에그- 데리러 갈게







 

 

감기기운으로 기운이 없을
ㅇㅇ 네가 걱정이 되어,
아까 석식을 먹고 매점에서
딸기우유 하나를 사들고
너의 반으로 갔었다.
 

 


, ㅇㅇ
먼저 올라갔어?”
 

 

ㅇㅇ의 짝이 마침 교과서를 챙겨서,
따로 마련된 도서관으로 옮기려는
찰나였다.
 

내 질문에 ㅇㅇ의 친구는,
 

 


ㅇㅇ 아까 감기 때문에,
결국 조퇴했는데.”
 

 

걱정이 가득 담긴 말투로
이야기해주었다.
 

 


, 언제?”
 

 

 


아까 점심 먹기 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지고는
몸을 덜덜- 떨고 장난 아니었어.”
 

 

, 그랬어?
알려줘서 고마워!”
 

 

 

많이 아팠나보네.
웬만해서는
조퇴하는 애가 아닌데.
 

 

 

난 뒤돌아서서 동아리실로 걸어가며,
ㅇㅇ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두 번을 연달아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ㅇㅇ의 목소리는 끝내 들을 수가 없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딸기우유는 여전히 손에 든 채
동아리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비어있던 의자에 앉아있던
이지은이 문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내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 백현아, 딸기우유
나주려고 사온거야?”
 

 

입가의 끝을 말아 올리며
내 쪽으로 총총총- 뛰어왔다.
 

그러더니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딸기우유 쪽으로 자신의 손을 뻗었다.
 

 

 

밝은 모습으로
웃어대는 너의 모습과
감기 때문에 기운 없던
내 친구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이 되었다.
 

 

그리고 아까 아픈 척 연기했던
이지은 너의 모습이 떠올라,
(물론 진짜 아팠을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찡그렸다.
 

 

난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치고 있던
가방을 내려서 지퍼를 열고,
 


이거 너 주려고 산거 아니야.”
 

 

딸기 우유를 집어넣으며,
거칠게 말을 툭- 내뱉었다.
 

 


, 그래?
난 또.
나 주려고 사온 줄 알았지.”
 

 

평소보다 냉담하게
받아친 너의 말에,
난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서 있는
너를 말없이 빤히- 쳐다봤다.
 

분명 눈빛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지만,
이내 얼굴 앞면에 억지미소로 뒤덮으며
그 일그러진 눈빛을 가리고 있었다.
 

 

 

 

.
.
.
 

 

 

 

BGM:스탠딩에그- 데리러 갈게







 

연습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뛰어서
학교를 빠르게 벗어났다.
 

 

지금 이 시간이면
분명 약국 문 다 닫았을 텐데?
 

 

내 예상이 맞았다.
학교 근처와 집 근처에 있던
몇 군데의 약국을 다 찾아가봤지만,
모두 다 불이 꺼져 있었다.
 

터덜터덜- 걷던 난
반대편에 자리 잡은
편의점이 눈에 띄었고,
 

비상약 몇 가지를
진열되어있던 옛 기억이 생각나,
지체 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열은 있었는데,
기침은 했었나?
코감기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정확히 증상을 몰랐던 난,
한참을 그 앞에 서서 서성거렸다.
 

결국 난 거기에 있는 약이란 약은
종류대로 다 사서
계산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봉지를 앞뒤로 흔들어가며,
집 앞 놀이터를 지날 때였다.
 

그곳엔 하필 감기에 걸린
ㅇㅇ 네가 얇은 카디건을
하나 걸치고 나와 있었다.
물론 그 옆에는
너의 남자친구가 앉아있었다.
 

 

또 아까처럼 내 멋대로
너의 손을 끌고 올 수 없었기에,
난 말없이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그 옆에 벽에 기댄 채,
ㅇㅇ 네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약봉지를 직접 전해주겠다는 일념하나로,
불이 꺼진 복도에서 눈을 감고 말이다.
 

 

10, 15,
 

 

아니, 남자친구란 사람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감기 걸린 사람을 밖에
이렇게 오래 데리고 있으면
어쩌자는 건지.
 

 

한참을 벽에 기댄 채,
혼자 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때마침 우리 층수에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기다렸던 ㅇㅇ 너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밖에 잠시 앉아있었던
넌 추웠던 걸까.
 

자신의 양쪽 팔을 교차시켜,
자신의 손바닥으로 팔뚝을
쓸어 올리고 내리고를
여러 번 반복했다.
 

 


감기 걸렸다는 애가,
왜 이렇게 얇게 입고 나갔어.”
 

 

콧물을 훌쩍거리며,
 

 

잠깐 남자친구가
왔다고 해서.”
 

 

대답하는 너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워 보이던지.
 

 

난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
 

 

멋없이 앞으로
- 내밀어보였다.
 

자연스럽게 ㅇㅇ 너의 손이
봉지를 받아들었고,
 

 

뭔데?”
 

 

봉지를 열어보며,
살짝- 잠긴 목소리로 물어왔다.
 

 

웬 약이야?
뭐가 이렇게 많아.”
 

 


감기 걸려서 조퇴했다며.”
 

 

봉지 안에 물건에 관심을 보이며
뒤적여보던 ㅇㅇ,
 

 

, 반창고랑 연고는 뭐야!”
 

 

내가 사온 엉뚱한 물건을 보더니,
건조해진 입술사이를 비집고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려보냈다.
 

 


아니, 어떤 약이 필요한지 몰라서.
물건을 쓸어 담다보니까,
같이 딸려 들어갔나 봐.”
 

 

난 멋쩍은 탓에,
뒷머리를 살짝 긁적여보였다.
 

 

 

ㅇㅇ는 자신의 눈매를
예쁘게 휘어 접으면서,
 

 

역시, 친구밖에 없다!”
 

 

고맙단 인사와 함께
내게 예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생기가 도는 얼굴을 보니,
신경 쓰였던 내 마음 한편이
한결 편안해졌다.
 

 

ㅇㅇ는 몸을 돌려 자신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닫기 전,
문틈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은 그녀가,
 

 

우유는 잘 마실게.
그리고 백현이 네가 챙겨준 약,
오늘 꼭 챙겨먹고 잘게!
내일 보자!”
 

 

내게 손을 서너 번 흔들고는
자신의 집으로 자취를 감췄다.
 

난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컨디션으로 보자!
- 자라!”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몸을 돌려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선 그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오늘 아니면 며칠 늦어질 것 같아서,
부랴부랴 써들고 왔어요!
저번 주에 휴가가 껴있었는데,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에
컴퓨터를 만질 시간이 없었네요.ㅠㅠ
 
다들 무더운 이 여름날,
건강 유의하시면서,
다음에 또 만나요!
 
함께해주시는 모든 독자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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