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 Love - 22 (b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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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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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Me You – 산이




.
.
.

일어나자마자 너무 더운 듯 해 에어컨을 키려고
침대 옆 탁자를 더듬다,
폰이 잡혀 먼저 시간을 확인했다.


‘AM 11:59’


미쳤네, ㅇㅇㅇ.
주말이라고 아주 늘어지게도 잤다.

..잠시만, 잤다고?
내가 언제 잠들었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자,
침대 바로 옆 맨바닥에서 아무 것도 덮지 않고
내가 안고 자던 인형을 베고는
곯아떨어진 경수가 보였다.


미쳤네, 불편하게 밤새 저렇게 잔 거야?
깨울까 말까 하다가,
너무 불편해 보여 깨우기로 결심했다.


대충 눈곱을 떼고,
머리를 쓱쓱 정리하고는
내려가서 경수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 올라가서 자


몇 번 건드리자
화들짝 놀라며 깬 경수는,
이내 나랑 침대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다시 잠이 들어버린 경수다.


.. 미쳤지.
어젠 분명 술 덕분에 울 수 있었음에 틀림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쪽팔린 걸 보면.
지금은 하래도 절대 못 하겠다.


바닥을 치우려고 보자,
내가 어제 바닥에 던져 놓은 옷들이
한 곳에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
도경수가 다 정리해 놨구나..


식탁을 보니 술병이랑 과자도 전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경수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씻으려고
샤워를 하고는,
경수가 깰 까봐 차마 드라이기는 쓰지 못하고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틀어 올렸다.


그러고는 경수가 자나, 확인하러 왔는데
경수 이마에 땀이 조금 나는 것 같아
창문을 닫고는 에어컨을 틀어 주었다.




잘도 자네, 도경수.
자는 건 이렇게 조그맣고 귀여운데
어제는..
정말 듬직한 남자였다.


, 해장해야지.
뭐를 해 줄까, 하다가
마침 북엇국을 끓일 재료가 있는 걸 보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밥을 다 하고, 국도 다 끓이고
심지어 반찬까지 해서 상을 다 차렸는데도
경수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PM 2:10’

이미 두 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도경수 어제 많이 늦게 잤나,
근데 이젠 일어나야 할텐데..


잠시 고민하다,
역시 깨우는 게 낫겠다 싶어
침대로 가서 앉아
경수를 흔들어 깨웠다.


도경수 일어나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는 경수다.


“..나 왜 침대에 있어?”

“..너 기억 안 나?”


내 말에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불을 들춰 옷을 확인하는 경수다.


“..뭐하냐..?”

..했지..?”

미친 새끼야


어제 일이 떠오르고,
오늘 어색하면 어쩌나 한참 고민했었는데
역시나 그런 고민 따위는 필요 없는 거였다.


경수를 두들겨 패자,
미안하다며 내가 때리지 못하게
양팔을 꽉 잡는 경수다.
그러고는 장난스레 웃음을 짓는 거 보니,
이 새끼 장난이었구나.


나 근데 왜 여기 있어

“..기억 안 나?
아침에 너 바닥에서 자고 있길래
내가 올라가서 자라니까
니가 니 발로 올라갔잖아

..?”

뭐냐..?”

아 나 원래 중간에 깨면
그거 기억 하나도 안 나더라

특이한 놈..
밥이나 먹자 해장해야지

잠만 나 세수만 좀 하고


경수는 욕실로 들어 가고,
나는 식탁에 앉아 경수를 기다렸다.

..꼭 이러니까 같이 사는 거 같다.
아니, 뭐래.


니가 했냐? 독 안탔지?”

줄 때 먹어라


씻고 뽀얀 얼굴로 나온 경수는
국을 보자 마자 이 따위 소리를 내뱉는다.
이 새끼가, 해줘도 정말.


근데 너 나보다 요리 못한다

“..먹기 싫냐?”

아니 그건 아닌데,
요리를 썩 잘하진 않는 다는 거지

응 그래..”


그렇게 투덜대면서,
결국 한 그릇을 다 비우는 경수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

니가 밥 했잖아

됐어, 손님인데 뭐


내 말에 입을 벌렸다 다물고는,
이내 다시


그래 니가 해라


라고 하고는 티비 앞으로 가 앉는 경수다.

기분이 묘하다,
한 집 안에서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고
도경수는 티비를 보고 있단 게.


뭐보냐?”


설거지를 마치고 도경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아는 형님ㅋㅋㅋㅋ졸잼 쟤네 누구냐

아 엑소 나왔네

쟤 휴대폰 액정필름 붙이는 애 누구야,
쟤가 제일 잘생겼다

쟤 가슴팍에 붙어있네, 디오라고
바보야 저것도 안 보이냐?”

“….”




쎄한 느낌에 옆을 돌아보자
아니나다를까, 눈을 치켜 뜨고는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경수다.


“....하하 재밌네..”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티비를 보는 경수다.


근데 너 안 가냐

그렇게 몇 시간 째 같이 티비를 보다,
어느덧 해가 지고
배가 다시 고파질 때가 되었다.


..사실 혼자 있으면 쓸쓸하니까
경수가 안 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둘이 너무 오래 있다 보면
혼자일 때 더 외로우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는 나다.


, 몇 시냐
..벌써 8시냐,
저녁 먹고 가야겠다.”

..?”

앉아있어, 저녁은 내가 할게


내 손에 리모컨을 쥐어 주고는,
주방으로 향하는 경수다.
.. 저 놈 믿어도 되려나


너 요리 잘해?”

적어도 너보단

“…”

근데 그거 어딨어, 냄비

밑에 있는 서랍

이거?”

아니, 잠시만


냄비를 못 찾는 경수에
그냥 주방으로 가서 하나하나
직접 찾아주었다.


요리도 못하면서 있을 건 다 있네

죽는다

됐어 이제 가,
옆에 누구 있으면 불편해

싫은데?
니가 냄비 안 태워 먹나 감시해야지

에휴.. 내가 너냐

?”

몰라, 가기 싫으면 말든가


그냥 계속 티비만 보고 있으려니 심심해서
괜히 냄비 탓을 하며
요리를 하는 도경수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흠 요리하는 도경수라,
이것도 되게 새롭네.




근데 뭐 해?”

알리오올리오

.. 니가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너 파스타 좋아한다며

오 어떻게 기억해


그런 것도 할 줄 아냐는 나의 물음에
동문서답을 하는 경수다.

예전에 진짜 잠깐,
흘리듯 한 말인데
그걸 어떻게 기억하지.


시끄러워,
요리하는데 집중이 안 되잖아

이 새끼가..”

말 좀 예쁘게 하라니까


내 말에 가까이 다가와
딱밤을 한 대 놓는 경수다.
그리고는 곧바로 뒤돌아서
계속해서 요리를 했다.


근데 도경수..”


너 뒤에서 보니까..”

잘생겼냐

어깨가 흘러내려


헐 잠시만 그건 내려놓고


내 말에 발끈해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지 않은 채로
휙 뒤돌아 나를 노려보는 경수다.


한 번만 더 깝쳐,
요리고 뭐고 다 엎어버릴 거야


왠지 도경수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아,
잠자코 입을 다무는 나다.


그렇게 하염없이
동글동글한 도경수의 뒷모습만 보다,


다 됐다


이십분쯤 지나서
도경수표 알리오올리오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헐 대박,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나 한 번도 이런 맛이 난 적이 없어

니가 똥손이라 그래


파스타를 워낙에 좋아해서
자주 해 먹은 나도
이런 맛을 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도경수는 이렇게 잘 하지.


.. 어떻게 이 맛이 나?
나 맨날 밍밍하던데..”




.. 니가 바보같이 하나보지
너 요리할 때 한 번 옆에서 봐줄게


그만 떠들고 먹어,
식으면 맛 없어


, 이라고 말하자
정색을 하고 말하는 도경수다.
.. 그렇게 극혐인가.




포크를 내려놓기 무섭게
바로 그릇을 들고 가
설거지를 시작하는 경수다.
내게 행주를 던져 주고는,


식탁은 니가 닦아라


라고 말했다.


뭐하냐..? 니가 왜 설거지를 해

점심때 니가 했잖아

“..그렇게 설거지가 좋냐?
나는 뭐 좋지,
앞으로 자주 와서 설거지 좀 하고 가라
나 설거지 개 싫어해

그냥 싫어한다고만 하면 되지,
꼭 앞에 뭘 붙여야 하냐
그놈의 개라는 말은 왜 붙여



또 나왔다, 도경수 정색.
이 새끼..


식탁에 앉아 설거지하는 경수의 모습을 바라봤다.
뭐 이거 하나에 이렇게
집중하고 있냐.


나는 로망이 있어


설거지를 하면서,
갑작스레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는 경수다.


“..?”

나 이렇게 설거지하면
내 뒤에서 여자친구가
안아주고 있는 거

별게 다 로망이다

진짜야


그러고는 계속해서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경수다.


이제 가냐


아쉬웠지만,
애써 감추며 경수에게 말했다.




소화 좀 시키고 가자,
바로 나를 내쫓고 싶냐?”


다행히도 내 말에 경수는
나를 흘겨보고는 또다시
티비 앞으로 가 앉았다.


티비가 그렇게 좋냐

집에 있으면 티비 보지 뭐,
너는 뭐 하냐

“.. 나도.. 하하

누가 누구보고 뭐래


도경수랑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오늘 한 번도 폰을 보지 않은 게 생각이 나
탁자로 가 폰을 가져왔다.


카톡 30


카톡 온 걸 하나하나 답장을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제일 위에 있던
두준이의 카톡을 눌렀다.
..그러고 보니 맨날 카톡하는데,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얘한테 답장을 안 했네.


카톡방을 열자,


-누나 집 잘 들어갔어요?
-.. 일찍 자나보네
-잘자요
-누나 일어났어요?
-..아직 자나..


오후 1시까지 카톡이 와 있었다.
..이걸 뭐라 보내지,
씹으려고 씹은 게 아닌데.


-ㅠㅠ미안 내가
폰을 계속 안 봤네..


평소에 늘 칼답이었는데,
지금은 폰을 쥐고 있지 않은지
몇 분 째 답장이 없는 두준이다.


윤두준?”

?”


미안해서 카톡을 썼다, 지웠다 하는데
그런 나를 보고 경수가 말했다.


“..

그냥 씹어

“..?”




너 자꾸 걔한테 선 못 긋잖아,
언제까지 그러려고


..그러게,
언제까지 이러려고 그러는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하면서
딱히 두준이가 싫거나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때로는 두준이 덕에
웃음짓는 일도 많아서
계속해서 끊어내지 못하는 나다.


폰을 만지작거리다,
그냥 더 보내지 말자 생각하고는
다시 폰을 내려놓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신기하다

뭐가

그냥, 너랑 되게
친한 친구 된 것 같아서..
나랑 진짜 친한 애 말고는
아무도 우리 집에 안 들였거든


내 말에 아무말 없이
티비를 응시하는 경수다.
그러다 갑자기,


너는 왜 니 얘기를 잘 안하냐,
원래 그런 거야 아니면
내가 아직 못 미더운 거야


라고 질문을 했다.
..훅 들어오네, 이 자식.


아니 뭐, 꼭 요즘 힘든 것만 얘기 하는 건 아니고
그냥 평소 얘기 말이야.
늘 안 물어보면 먼저 얘기를 안 하길래

조금이라도 짜증나는 일이 있거나
아님 뭐 좋은 일이 있거나
뭐 그 정도는 얘기할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안 물어보면
입 꾹 다물고 있잖아 너


.. 뭐라고 말해야 하지.
후자는 절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지


이게 제일 맞겠다.




내 대답에 고개를 돌리고는
뒷말을 계속 하라는 듯
경수가 나를 쳐다봤다.

무언의 압박에,
결국 다시 입을 여는 나다.
도경수는 어제 내가 그러는 것도 봤는데,
이제 많이 친해졌지 않나 싶어서.


..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걸로 사람을 되게 안 믿게 됐거든
..일부러 어느 정도 이상 친해지는 것 같으면
내가 벽 세우고..
내 얘기 잘 안 하는 것도 뭐 그런 거 같애
..그냥 내 얘기 하는 거 자체가
나는 좀 그래


정확하게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어
대충 이렇게 말했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긴 하려나.

내 말에 잠깐 생각하다,


“..그게 언젠데?”

.. 뭐가?”

.. 무슨 일이 있었단 거

“.... 그게.. 6년 전쯤

..”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지만,
입을 꾹 다물고는 티비를 보는 경수다.
그리고는,


그래, 알겠어. 이해는 가는데
나한텐 벽 안 세우면 안 되냐


라고, 나를 보지 않은 채로
말하는 경수다.


너 자꾸 뭐든지 쌓아 두면 병나,
나 얘기 잘 들어주니까
그냥 나한테 얘기해도 돼
내가 못미덥다면 뭐 별 수 없지만

“…”

그러는 게 편할 것 같지,
근데 그게 널 더 힘들게 하는 거야
정 힘들면 나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경수 말이 맞다.
이렇게 벽 세우면,
육성재한테 느꼈던 것처럼
그렇게 심한 배신감을 느낄 일은 없겠지만
..평소에 늘, 힘들었다.


.. 노력은 해 볼게


그렇기에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준
경수가 너무 고맙다.
그리고 솔직히, 도경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도 하고.




간다, 이제 소화 다 됐다.
쫓아내고 싶어 죽던데 이제 좋냐

아니 뭐.. 더 있으려면 있든가..”

됐어


곧 일어서더니
짐을 챙기는 도경수다.


간다

그래 가라

문단속 잘해라


이렇게 말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 경수다.

순식간에 집안이 조용해 진 느낌이다.
뭔가 텅 빈 느낌이랄까..


다행히 경수가 어제 일을 언급하지 않아
어색하거나, 하는 상황은 없었다.

다만, 되게 가까운 친구가 생긴듯 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방민아 말고 내가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건가.


티비도 재미가 없어서,
폰을 들어 페북도 보고, 인스타도 보다가
문득 궁금해져 경수의 카톡 프로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뭐야..”


한참 전부터 내가 찍어준 사진을
계속해서 프사로 해놓고 있는 경수다.
이제 바꿀 때도 됐는데,
새로 찍어주든가 해야지.


히스토리를 들어가자,
경수가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프사를 바꿨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친구들이랑 같이 찍은 단체사진.


.. 이 분이 도비였나


개중에는 마트에서 한 번 봤던 분들 과도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다.
카톡 배경은 아무것도 설정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


재미가 없어, 도경수

그러던 찰나 마침
경수에게서 카톡이 왔다.


-집 도착

-잘했다

-뭐하냐

-폰질..

-..그럴 거면 왜 가라고 했냐?

-가라고 안 했는데 ㅎㅎ

-무언의 압박을 줬잖아

-..아닌데? 하하

-; 심심하면 소주 마셔
어제 남은 거 두 병
냉장실에 넣어 놨음

-들고 가지..

-우리 집에 많아

-; 그래^^

-집에 먹을 거 거의 떨어졌더라
내일 장 좀 봐라

-아 맞다..
집순이는 밖에 나가는 게
넘나링 귀찮은 것

-;하여간
살 더 빠질라고?

-이 참에 다이어트나 하지 뭐

-뺄 거 없어 멍청아
챙겨 먹어

-내가 한 요리는 맛이 없어서 ㅎㅎ

-..아니 맛 없다고는 안 했잖아

-그게 그 소리지 뭐

-아니….
아 뭐 여튼, 그래서 밥 안 먹겠다고?

-..몰라.. 라면 먹지 뭐

-;아 나 진짜


살이 빠졌나,
거울 보니까 잘 모르겠던데.


-내일 나올래,
내가 갈까

-??

-처먹어야 할 거 아냐,
장 보러 나올 거냐고
아님 내가 사들고 가냐고

-경수 넌 천사야
사듀세여

-ㅇㅇㅇ 진짜;


ㅋㅋㅋ뭐야 도경수,
츤데레야 진짜..
잘됐다, 내일 도경수 오는 김에
밥도 해 달라 해야지,
요리 잘 하더라.
..설거지도 시키고 헤헤


-내가 니 집요정이냐


..어 완전 정답,
방금 완전 집요정처럼
일 시킬 궁리만 하고 있었다.


-ㅎㅎㅎ..
넌 최고야! 우리 경수

-;평소에 나한테 좀 잘 해봐,
이럴 때만 그러지 말고


카톡으로만 대화하는데도
도경수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음성지원 쩐다,
얘는 카톡 말투도 평소랑 똑같네.


-그래서 언제 온다규?ㅎㅎ경슈

-니 언제 일어나

-나는.. 랜덤이야 헿

-12?

-..오늘 내가 열두 시에 일나긴 했는데..
몰라 그 때 와,
자고 있는 것 같으면 0513 누르고 들어와

-ㅋㅋㅋㅋㅋㅋㅋㅋ집 비번이냐 설마?

-웅 ㅎㅎ 왜

-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 왜 알려줘
너 다른 사람한테 막 알려주냐?

-아니.. 나랑 내 친구랑 둘만 아는데?

-나한테 왜 알려줘 ㅋㅋ

-앞으로 자주 올 것 같아서 ㅎㅎ

-?

-ㅎㅎ 아냐~ 그런 게 있어


널 자주 불러서
요리를 시켜야겠다, 라는 다짐은
혼자만 알고 있어야지


-근데 0513이 뭐냐,
니 생일은 아닌데
..뭐 전남친 생일 그런거?
사귄 날짜 그런거?

-내 절친 생일^^


웃기고 있네,
방민아 생일이다.

..사실 내 폰 비번도 민아 생일이다.


폰을 새로 사고 비번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
민아한테 물어봤었다.


야 비번 뭐하지

아무거나 해, 누가 본다고

니 폰 비번은 뭐냐

내 생일

, 그럼 그거로 해야지

ㅇㅇㅇ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내 폰 비번은 민아 생일이 되었고,
이사를 하며 내친김에
집 비번도 민아 생일로 해 버린 나다.
내 생일은 너무 뻔하니까..?


-ㅋㅋㅋㅋㅋㅋ뭐냐
알았다 여튼 내일 갈게

-넌 천사야!
떡볶이나 김치찌개나 카레나
뭐 니가 먹고 싶은 걸로 사오면 돼 ㅎㅎ

-간접적으로 압박 주기 있냐

-아니 뭐 ㅎㅎ
쏘야 김치전 만두
이런 거 먹고 싶다는 말이 아니구 ㅎㅎ

-얻어 먹는 주제에 말은 많아

-ㅎㅎ얻어 먹다니
내가 요리해 주려고 했는데?ㅎㅎ

-맘에도 없는 말 하지마

-?

-잠이나 자라

-넵 잘 자
내일 우리 집 와서 고생해야지

-??뭔 고생

-ㅎㅎ?밥 해야지

-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미친 그래
어 내일 봐라

-


카톡 하는 내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행복하다, 민아 말고
내가 친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인물과
친구가 되는 구나.
부서도 다른 데다가,
공통점도 하나 없고
게다가 여자랑 절대 친하지 않은 도경수랑
내가 친해 지리라고 누가 알았겠어.


카톡


그 때, 두준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래여, 지금은 뭐 해?

-지금은 그냥 집에 있어!

-하루 종일 집이에요?

-응응

-아 그렇구나
음 늦었네
잘자요 누나

-그래 너도~


두준이에게 답장을 해 주고는,
다시 도경수와의 카톡을 켜서
스크롤을 올리며 읽어 보았다.


신기해, 읽어도 읽어도 신기하다.
친구 한 명 생기는 게
이렇게까지 떨릴 줄이야.


물론 윤두준도 친하지만,
내 얘기를 할 정도로 친하지는 않다.
그냥 두준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같이 있고
자주 함께하는 그런 사이랄까.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민아가 직장 때문에 부산으로 이사를 가며
나 보고싶어서 너 이제 어쩌냐, 라고 했는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민아야.
어쩌다 보니 나 친구가 생겼다,
속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꽤 늦게 잠에 들었다.


.
.
.

※만든이 : HEART님

<덧>

여행 끝나고 집 왔답니당!
오랜만에 온 게 죄송해서
오늘도 조금 더 길게 들고 왔어여ㅠㅠ
간만에 투표 해볼까여 꺄륵
투표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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