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05-2] (by. 뿜바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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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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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05-2]
 
ㅇㅇㅇ
육성재
이종석
배수지
전정국
김준면
 
-*은 시점전환, **은 과거입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대사가 있을 수 있으니
싫으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이번 편은 노래와 꼭 함께 들어주세요!
 
 
[BGM] 버즈 -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박찬열을 그렇게 보내고 난 뒤
한참을 고문실에 서있었다.
바닥에 굳어져있는 핏자국들이
이곳에 얼마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다녀갔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경시님
 

“..뭐야
 
머지 않아 고문실 문이 열리고
한 순사가 내게 다가왔다.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가보셔야겠습니다
 
눈을 감았다, 독해져야 했다,
냉정해야 했다. 안일한
감정따위는 지워버리고
내 상황에 내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올라가자
 
천천히 고문실을 나와
위로 향했다, 곧 차가
멈춰서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와
 
내 비릿한 웃음에도 넌
꺾이지 않고 당당히
고문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직접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의외네?”
 
그 말에 너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았냐고.
그래 사실 다 알고 있었다.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건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지?”
 
채찍을 집어들었다, 이걸
정통으로 맞게 된다면 아마
살갗이 다 찢겨지고
벗겨져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들 것이다.
 
대체 뭘 고민하고 있는 건지,
그 날 그 대화를 끝으로
이미 너와 나의 사이는
종지부를 찍었는데, 나는
뭘 이리도 망설이고 있는 건지.
 
독한 년, 소리 하나 안치고
 
“...”
 
결국 나는 힘조절을 하고
내리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힘조절을 했는데도 너의
하얀 살결에서는 핏물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커다란 생채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씨발
 
정신 똑바로 차려, 이종석.
넌 이미 빌어먹을 친일파고
저 아이와는 절대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뭐해, 못상자 안 가져오고
 
그 말에 모두가 놀라
날 바라봤다, 변백현 순사는
이런 내 말에 오히려 날
안타까운 눈으로 내려다봤다,
마치 너무 힘겹게 애쓰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 경시님..”
 

다들 죽고싶어?!!!”
 
두 명의 내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너를 죽이려고 하는 나와
너를 지켜주고 싶은 나.
그 두 명의 나 사이에서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너는 못상자 앞에서도
당당히 날 바라봤다,
그 모습에 절로 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너는
내 미소가 마치 비웃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싫다고 말해, 차라리
못들어가겠다 말하라고
 
그렇게 한다면 인심쓰듯
없었던 일로 해줄테니까.
 
잠깐
 
서서히 네가 못상자 안에
발을 넣고 있는데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위를 바라봤고, 난 그 틈을 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라고,
네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고문은 잠시 멈추고
다들 올라오시죠,
청장님이 찾으십니다
 
다시 표정을 갖추고
위를 보았다, 저 사람은..
그래, 너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날 그때 같이
있었다고 한 그 남자였다,
육성재.
 
누구길래, 고문실까지
쳐들어와서 명령이지?”
 
그건 올라와보시면
아시지 않을까요?”
 
그 말에 힐끗 널 바라봤다,
너는 마치 큰 배신을
당한 것처럼 눈이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속에서
울컥 화가 치밀었고
난 놈을 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놈을
지나쳐 위로 올라갔다.
 
새로 경부자리에 부임한
육성재라고 한다,
내일부터 출근하게 될 거야
 
청장의 예비사위,
그 빽 하나로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따낸 자리를
너무 손쉽게 가져갔다,
그것만으로도 속이 뒤틀렸는데.
 

ㅇㅇㅇ 고문 담당은
육성재 경부로 바꾸도록 하지
 
“...!”
 
ㅇㅇ의 고문 담당을 놈이
한다고? 유일하게 내가
너와 마주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널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인데..
그 시간마저 놈이 뺏어간다고?
 
쉽지 않을 거야
 
“....”
 
ㅇㅇㅇ이란 년, 보통
독한 년이 아니거든
 
고문실 열쇠를 놈의
손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말했다,
굳은 표정에서 날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너는
ㅇㅇ이를..좋아하고 있구나.
 

열심히 해보라고
 
그래, 어디 한 번 열심히
해볼테면 해봐, 내가
절대로 ㅇㅇ이 너를 좋게
보지 못하도록 만들테니까.
 
경시님
 
집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데 변백현 순사가
갑자기 들어와 내 앞에 섰다.
 
뭐지?”
 

굳이..이렇게 애쓰실
필요..있으십니까
 
“....”
 
굳이..그리 힘겨우실
필요가..있으십니까
 
변백현 순사
 
 

내가 같은 조선인이라고
챙겨줬다고 너무 선을
넘는 거 아닌가?”
 
“......”
 
애쓰고 있다, 무엇을?
난 내 할일을 하는 것 뿐이다
그게 애쓰는 건가?”
 
“..경시님
 

더는 선을 넘지 마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 말과 함께 나가라는
신호를 했다, 하지만
녀석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가지 않고 뭐하는 거지?”
 
저는 지금껏 친일파가 된 것도,
그 무엇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
 
근데 딱 한 가지
후회하는 것이 있습니다
 
대답은 하지 않고 녀석을
그냥 쳐다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았으면
내 진심 하나 정도는
다 말하고 떠날 걸,
하는 그 후회 말입니다
 
“....”
 
부디 경시님은 저처럼
너무 늦지는 마십시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가는 녀석이었다.
 
너무 늦지 말라고..”
 
웃음이 나왔다, 비웃음도
행복한 웃음도 아닌 씁쓸한 웃음이.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었어
 
그리고는 이내 녀석의 말을
지우고는 나머지 업무를 보았다.
 
[BGM] 버즈 -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오셨습니까 경시님
 
빠르게 다음 날은 밝아왔고
출근을 하자 날 반기는
순사들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육성재 경부는 어디 있나
 
보이지 않는 놈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바닥을
걸레질하고 있던 한
순사가 말했다.
 
고문실에 계십니다
 


고문실?”
 
, 아침 일찍 오시자마자
고문실로 가셨습니다, 열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열정이 남다르다고?
그 자식이 ㅇㅇ을 고문할리가.
 
아무도 고문실에
내려오지 말도록
 
? 어째서..”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 거지? 그냥 그러라면
그러면 되는 거지
 
“....
 
그리고는 발걸음을
고문실로 돌렸다.
 
내 앞에서 착한 척하는
꼴 보기 싫으니까
 

그런거!..아니야
 
내가 왜 몰랐을까..어차피
, 친일파의 자식인걸
 
고문실 가까이 다가가자
놈과 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그렇지, 놈이 친일을
할 리가 없지.
 

수다나 떨라고 고문담당을
맡은 건 아닐텐데
 
내 등장에 적잖이 놀랐는지
놈이 쥔 채찍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시작해볼까.
 
, 됐어 시작해
 
그 말에 놈은 놀라더니
몇 번이고 망설이다 채찍을
높이 쳐들어 너를 내리쳤다.
힘조절도 안하고 무작정 내리치니
살갗이 찢어지기 시작했고
너는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아직 멀었어, 더 괴로워하고
더 아파해라. ㅇㅇ이가 널
아예 증오하도록.
 
“..그만
 
핏방울들이 바닥으로
쉴새없이 떨어지는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놈의
채찍을 뺏어들었다.
 
나가봐
 
“..?”
 
나가보라고
 
그렇게 놈이 나가고 남은
나는 너를 보다 입을 열었다.
 
청장의 예비사위야
 
그 말에 네가 놀란다,
그것도 상처받은 눈을 하고는.
육성재만이 아니었구나,
너 또한 그 놈을..마음에
품었구나.
 

계속 그대로 반항하다간
조만간 사형을 당하게 될 거야
 
그 모습이 심사에 뒤틀려
떨어지지도 않은 명령을
말하자 너는 웃으며 대답한다.
 
너희가 더는 죽일 수도 없는
그 수많은 조선인들이
두렵지도 않은가봐
 
내게는 이렇게 대하면서,
왜 놈은 그런 눈으로 보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데,
놈과 내가 다를 게 뭔데.
 

죽어서도 그 잘난
독립운동이란 거 어디 한 번
잘해봐, 완전히 대일본제국에
먹혀버린 조선을 보면서
그렇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아무도 알아봐주지도
않는 그거 말이야
 
너의 분노가 내게 닿았고
나는 그대로 뒤돌아 고문실을
나왔다, 너의 악에 받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래야되는 거잖아,
놈에게도 그랬어야
하는 거잖아. 근데 왜?
대체 왜.
 
여기서 뭘하는 거지?”
 
차라리 내 눈에 띄지나 말지,
왜 내 눈 앞에 서있어서
날 화나게 하는 걸까.
 
네가 전에 어떤 모습이였든
지금부터는 ㅇㅇㅇ에게 넌
그저 빌어먹을 친일파일 거다
 
그래, 이제 시작일 뿐이야.
시작은 증오하는 친일파부터
시작되어 끝은 너의
존재만으로도 치가 떨리게
만들어주마.
 
그렇게 생각하며 위로 올라왔는데
경찰서 앞에 분주한 움직임들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앞으로 가자.
 

베짱 한 번 좋아, 그치?”
 
박찬열과 어린 남자가 서있었다,
당당히 호랑이굴로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독립운동이란 게
사람을 저렇게 대담하게
만드는 건가.
 

여기 갇혀있는 우리
누나 찾으러 왔습니다
 
“..누나?”
 
, 누나
 
...전정국, 10년 전 사라져
죽은 줄만 알았는데.
 

살아있었네
 
“..보시다싶이 아주 멀쩡히
 
아직도 기억한다, 순사가
되기 전 잃어버린 녀석을 찾아
울며 거리를 다니던 ㅇㅇ의 모습을,
모두 자신의 탓이라며
가슴을 치던 ㅇㅇ.
 

그거랑 별개로 내가 ㅇㅇㅇ
살려줘야 할 이유..있나?”
 
그 말에 녀석은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리고
그 종이 안에 적힌 내용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것 같죠?
그럼 데려가겠습니다
 
놀라움 뒤에는 어떻게 녀석이
이걸 가지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아니라 ㅇㅇ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음에 대한 안도였다.
 

열쇠, 주시죠
 
“...”
 
열쇠 주시라구
 
언제 올라왔는지 모를 놈에게
열쇠를 받은 녀석과 박찬열은
급히 고문실로 내려갔고
종이에 대한 정체를 알고
싶은 놈과 순사들이 내게
와 종이를 받아가 안에
내용을 확인했다.
 
문양도, 필체도, 모두
황실것과 공주님의 것이 맞다
 
종이를 꽉 쥐었다, 그리고 곧
밑에서 너를 부축하고
녀석들이 올라왔다.
 

청장님껜 그 종이 잘
전달해주시길 바랍니다
 
비웃음을 남기고는
너를 부축해서 나가는
뒷모습에 육성재를 불렀다.
 
육성재 경부
 
“..
 
따라가
 
..?”
 
가서 놈들을 감시하란 소리다
 
그 말에 놈은 마치 물 만난
고기라도 된듯이 황급히
뛰쳐나갔고 놈이 뛰쳐나간
것을 보자마자 나는
순사들에게 말했다.
 

육성재 경부를 쫓아라
 
“..?”
 
쫓아가서 감시하라고
 
의아해하던 순사들은 이내
황급히 육성재를 쫓아나갔고
서에는 나 혼자만이 남았다.
 
내가 갖지 못한다면,
너도 가지지 말아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너와
나는 똑같은 친일파의 피를
가졌는데
 
그리고 쥐었던 종이를
펼쳐 보았다.
 

독립운동가를 살린
일본의 공주라
 
공주, 당신도 어쩌면
너무 늦을 거 같아서
이렇게 종이 한 장으로
마음을 대신 전한 건 아닐까.
 
이 종이를 통해,
자신을 찾아와 달라고
 
그랬다면 당신과 나는
참으로 비극이네.
그들은 우리를 전혀
알아봐주지 않았으니.
 
 
[BGM] 이수영 - 휠릴리


 
*
아가씨께서 이런 곳을
찾아주실 줄이야
 
검은 사포를 뒤집어쓰고
도착한 곳은 대대로 뼈대깊은
무사집안에 본가였다.
 

“..사람 하나를 제게 주십시오
 
다짜고짜 자신의 사람을
달라는 말에 어이가 없을만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이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
 
무슨 일이라, 그는 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
그 여자 때문에 내 마음을
짓밟고 아프게 하였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아프다면 당신도 똑같이
아파야지.
 

처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여자가 당신의 눈 앞에서
사라진다면 그땐 당신이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껍데기뿐이라도 내 옆에서
있을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이는 일입니까
 
“..그렇게 쉽게 죽이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허면
 

서서히 목을 조이다
죽일 겁니다, 최악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차라리 자신의 입으로
죽여달라는 말이 나오게
 
“....”
 
가장 실력있는 자를
제게 주십시오
 

청장님의 딸이 이런
분이신지 미처 몰랐네요,
조금 놀랐습니다
 
전혀 놀란 눈치가 아닌
얼굴로 말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주시겠습니까, 제게
이곳에서 가장 실력있는 자를
 
제가 만약 그런 자를
아가씨께 드린다면
아가씨는 제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요
 
당신의 딸을 천황의 아들과
혼인할 수 있게 하지요
 
그 말에는 제법 놀란
얼굴을 해보인다.
 
아가씨께서 그리
하실 수 있으십니까
 

천황 다음으로 권력을
잡고 있는 경찰청장의
딸이 접니다, 그까짓 일
제게는 대수롭지 않지요
 
“...”
 
당신의 딸이 천황의
아들과 혼인하게 된다면
당신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권력을
얻게 될겁니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밖에 있느냐
 
그는 대답 대신 누군가를 불렀다.
 
, 어르신
 
기척도 없이 나타난 사내가
그를 향해 말했고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준면이를 데려오거라
 
 
그리고 또 다시 기척없이
사라진다, 역시 괜한 소문이
나오는 게 아니었구나.
 
어르신, 데려왔습니다
 
들어오거라
 
곧 문이 열리고 그가
말한 사내가 앞에 섰다.
 

이 아이에게서 무술로는
버금갈 자가 없습니다, 저를
보필하는 저 아이보다도 더
뛰어난 아이지요
 
“...”
 
만족하십니까
 

하물며 그대가 추천한
자인데 만족하지
못할 리가 있습니까
 
만족스러우시다니
다행입니다
 
저 자가 일만 잘 행해준다면
곧 좋은 소식을 들고 오지요
 
, 감사합니다 아가씨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방을 나왔다,
분명 나올 때는 혼자였는데
어느새 내 옆에는 준면이라는
자가 서있었다.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될것이다
 
“.., 아가씨
 
명심하거라, 지금부터
너는 그 자의 사람이 아닌
나의 사람이다, 오직
나의 말을 듣고 나의
명령만을 따라야한다
 

, 아가씨
 
기척을 숨기고 따라오거라
 
그 말에 어느샌가 사라진
녀석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겼다.
 
먹을 것 좀 주세요,
제발요
 
골목을 지나가는데 웬 아이가
나타나 내 발목을 잡고는 늘어졌다.
 
“...”
 
배가 너무 고파요..제발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는
부들부들 떨며 내게 말했다.
 

가엾구나
 
“...”
 
네가 왜 이리 굶고
핍박당하는 줄 아니
 
“...”
 

그건 네가..쓸모없는
조선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말에 아이는 잡았던
내 발목을 놓고는 뒤로
뒷걸음치다 넘어지고 말았다.
 
고통받지 않게 해줄까
 
..살려주세요
 
준면아
 

, 아가씨
 
내 부름에 나타난
준면이에게 말했다.
 
삶이란 고통에서 이 아이를
해방시켜 주거라
 
“...”
 

아이야, 부디 신께 가서
빌거라, 다음 생은 일본인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힘이 없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아이에게 서서히
다가간 준면이는 빠르게
아이의 목을 베었다.
아이에게 가까이 서있어서
피가 온 옷에 튈 거라
생각했지만 녀석의 실력이
뛰어나서인지 얼굴에
살짝 튀는 정도로 그쳤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피가
튀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아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이것밖에 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놀랍구나
 
아무렇지 않게 아이의 피를
닦아냈다, 자리에 쓰러져
아직도 피를 내뿜고 있는
아이를 무심하게 지나쳤다.
 
준면아
 
, 아가씨
 

조선인들이 자주 가는 곳에
저 아이의 시체를
매달아놓거라
 
“...”
 
그리고 아이의 피로
시체에 이렇게 적거라
 

, 말씀하십시오
 
경전하사(鯨戰蝦死)”
 
“....”
 
가거라
 
“..
 
준면이는 아이의 시체를
가지고는 사라졌고 나는 고개를
들어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았다.
 
더 많은 피를 보고 싶거든
계속 해보세요
 
결국 그 끝에는 그 여자의
죽음만 있을테니.
 

사실 밝은 햇빛은 승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멋모르고 덤비다간
 
영원히 빛이란 걸
보지 못하게 해드리지요
 
 
* 경전하사 (鯨戰蝦死)
강한 자들의 싸움에 아무
관계가 없는 약자가 피해를 본다.
 
.
.
.

※만든이 : 뿜바야K님
 
[]

드디어 쉴 틈이 생겨서
이제야 겨우 올리네요.
기다리셨을 독자님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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