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UST GO ON - 3화 (by. 로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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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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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변백현
김민석


01.
웃고 떠들고, 농담을 건네고
 분위기를 띄우는 거 잘 한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평소보다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해도 타고난 천성이 그렇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그 날에도 마음만 먹으면 예능 
뺨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근데 굳이 
나서지 않은 건 순전히 컨디션 때문이었다.


그런 날이 있다. 웃기도, 울상을 짓기도 그렇다고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기도 귀찮아서 표정이란 게 
얼굴에서 아예 증발해버리는 날.


배우들은 인위적으로 감정을 연기하는 날이 많아 
등장인물에 동화되어 감정선이 흐릿해진다고 했던가. 
그래서 별 거 아닌 일에도 감정이 한 층 더
오버해 나타난다고.


나는 반대다. 무대 위에서 밝고 활기찬 모습이 
대부분이어야만 하는 나는 무대 아래에서는 
권태로움이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사람이다.
    

‘백현 씨는 코코아 드세요.’
    
나보다 더 한 사람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표정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뭔가가 무료해보이고 
나른한 사람.
근데 그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흔히 볼 수 없는 연예인에게 바라는 팬 서비스나 
사인, 혹은 사진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제 머릿속에만 몰두해 있던 여자.

나 엑소인데, 심지어 변백현인데 이런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생각 한다고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신기했을 뿐.

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용기에 옮겨 담든
 뾰족하면 뾰족한대로 둥글다면 둥근대로 그 모양에 
맞춰 변하는 감흥 없는 사람 같아 보였다.

어색함에 몸부림치는 건 옆에 앉은 민석이 형 혼자였다.
    
‘유명하잖아요. 백현 씨 쓴 거 잘 못 드시는 건.’
    
끽해봐야 스물다섯은 간신히 넘겼을까 한 여자가
 내게 너는 코코아나 마시란다. 쓴 걸 잘 못 먹는 건 
사실이지만 뭔가 아이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이상했다.

그렇게 말하는 자기는 주머니 안에 커피를 넣어
두고 다닐 정도면서 말이다. 회백색 탁자 위에 
내밀어진 머그컵을 천천히 들었다.


여자의 생각에 더 이상 빠져 있다가 코코아를 
마시지 않는 걸 보이면 뜨거워서 못 마시는 거냐며
 얼음 하나를 넣어줄까 물을 것만 같았다.
    
    


02.
아닌 밤중에 초코 빵이 먹고 싶다며 칭얼대는 
민석 때문에 겸사겸사 군것질거리를 사올 사람을
 뽑으려는데 그냥 나보고 다녀오란다.

     

“나 방금 팩했어. 팩하고 나서 밖에 나가는 게 사람이
 할 짓이니? 요즘 미세먼지가 얼마나 많은데.”
    
라며 미스트를 얼굴에 뿌리고는 톡톡 두드려댄다.


양심 없기로 유명한 신데렐라의 언니들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언니 둘 중 하나는 분명 민석일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는 어릴 적 내가 합기도를 오랫동안 배웠던
 이유는 오늘을 위해서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두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아 그 고민은 더욱 길어진다.
    


“......”
    

“지금 내 눈이 잘못된 거겠지? 백현이 형한테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 같아.”
    

“......”

그렇다면 잘 본 거야.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나와 
민석을 구경하다가 텔레비전을 보려던 찰나였는지 
긴 다리를 이용해 리모컨을 끌어오던
 종인이 눈을 비볐다.
    

“...암튼 난 초코빵! 롤이면 더 좋고.”
    
양심은 없는 신데렐라 언니가 눈치는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생존 본능이 뛰어나다든지.

던지듯 내게 말하고는 재빨리 발을 움직여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와중에 롤이라니 취향 
하나는 확고한 인간이다.
    

“형 그럼 저는 멤버들 다 같이 먹을 수 있게 투게더.”
    
저건 드립인가 진심인가.

평소 인생은 타이밍을 외치고 살던 종인은 제 방문을 
닫으며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평소에는 제일 느려 터져 사람 복장을 다 뒤집어
 놓더니 민석이 했던 행동을 그새 배워 따라하는데 
참 빠릿빠릿하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운다더니. 에잉-쯧쯧.

나는 노인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신발을 신는다.
    
    
03.

“어,”
    
그녀다. 어린 팀장님.

멀리 가기도 귀찮은데다 이 시간에 문을 연 곳은 
편의점뿐이라 집 앞에 위치한 편의점에 들어서는데 
딸랑하는 종소리 때문인지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끈덕진 시선에 연예인 백현을 알아본 사람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니 재빠르게 난 모르쇠를 시전하는 
그 사람이 있었다.

출근하는 차림새와 판이하게 달라 못 알아볼 뻔 했지만 
얼핏 들은 목소리는 분명 그녀가 맞다. 절대 흔하지 
않지만 특이한 것도 아닌, 그냥 단순하게 예쁜
 목소리인데 이제껏 들어왔던 어떤 여자 연예인보다도
 고운 목소리에 잠시 놀랐더랬다.


하나로 높게 틀어 올린 갈색 머리칼에 회색 
후드집업-아무리 밤이라지만 여름 날씨에 기모 
후드집업이었다-과 검은색 아디다스 추리닝 바지를
 대충 걸쳐 입은 모습이 지난번 박제한 듯 어울렸던 
오피스룩과 오버랩 된다.
    

“......”
    

모른 체 하려는 사람 굳이 붙잡아 아는 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못 본 척 아이스크림 코너에서
 투게더를 고르고 즉석 식품 냉장고에서 만두와
 치킨너겟도 꺼내 담았다.

온 신경은 그녀에게 둔 채로.
    

저렇게 술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을 텐데.

일고여덟 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그녀가 
처음처럼 두어 병과 토닉워터를 있는대로 쓸어
 담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티가 날까 흰자로 보는 중이라 눈이 빠지는
 느낌이 자꾸 든다. 그래도 편의점은 꽤 넓은 편이어서
 그녀와의 적정 거리 반경 3미터는 꾸준히 유지했다.

다행히 바로 옆에서 어색하게 못 본 체, 모르는 체 
하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하긴. 모르긴 몰라도 술을 잘 마실 상이긴 해.
    
나는 여전히 가자미눈을 사용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거짓말 않고 딱 그렇게 생겼다.

덩치가 크다거나 알코올 중독자처럼 얼굴이
 울긋불긋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자존심 때문에라도
 남보다 술에 먼저 취하는 걸 용납하지 않게 
생겼다는 말이다.

저런 타입의 열에 아홉은 처음에는 주량이 
컸을 지라도 끝까지 버티는 건 정신력인 걸 
회식 자리에서 여러 번 봤다.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됐겠지.
    

아, 쳐다본다. 물건을 다 골랐는지 계산대로 향하는 
그녀의 눈길에 내게 잠시 머물렀다. 그 뭐 먼 거리라고 
그 이후로도 계속 힐끔힐끔 곁눈질하는데



    

뭐, 나름 귀엽다. 자기 좀 봐달라고 있는 힘껏 
어필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티 없는 티 
다 내면서 살금살금 도망가는 게.

하마터면 착각하고 아는 체 해줄 뻔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편의점을 나가고 나서 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놓는데 맨 위에 어린애가 먹을 만한
 초코롤빵이 있는 거다.
만일 그녀가 봤다면 다음에 만날 때에는
 어떤 어린이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어쩌면 어린이날 선물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
.

※만든이 : 로웨나님


<덧>

그녀는 편의점에서 잘 숨어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백현이가 봐 준 거라는거 ㅎㅎㅎ
귀여운 팀장님
저번 편에서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생일이시라던 독자님!
생일 축하드려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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