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05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중간에 삽입된 BGM을 함께 들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05
 
 
BGM: 스탠팅에그- 뭘까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리기도 전에,
난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이 데이트 날이란 사실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입가위로 떠올랐다.
 
벌떡-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장롱 손잡이에 걸어둔
옷걸이 앞으로 다가갔다.
 
 
어제 잠자기 전,
침대며 바닥에 옷가지들을 잔뜩 펼쳐놓고
데이트 룩을 고르는데 꽤 고심했었다.
물론 그 끝에 나름 괜찮다고 느낀 옷을,
장롱 손잡이에 걸어두었는데.
 
 
, 분명 나름 괜찮은 옷의 매칭이었는데.
막상 오늘 아침에 다시 한 번 보니까,
-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정한데 뭔가 칙칙한 느낌이랄까?
 
명색에 그래도 오빠랑 첫 데이트인데.
 
 
결국 다시 옷장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내 마음에 들고 오빠의 마음에 들 만한
데이트 룩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을까,
핏이 사는 바지를 입을까란
고민을 시작으로,
 
반팔에 얇은 카디건을 걸칠까,
프릴이 달린 긴팔 블라우스를 입을까-
생각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묶을까.
 
귀걸이만 할까, 목걸이도 할까.
 
가방은 어떤 색상으로 가져갈까.
 
신발은 구두를 신을까, 운동화를 신을까.
 
아직도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할 사항들이
많이도 남아있었다.
 
 
숱한 선택의 고민이 끝날 때 쯤
시계를 보니,
이미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심사숙고해서 고른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착용한 후,
화장을 하기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았다.
최대한 내추럴하게 피부 톤을 보정한 후,
마무리로 은은한 핑크빛이 감도는
틴트를 입술위에 펴 발랐다.
 
 
, 이정도면 만족해!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
자연스러움에 난 만족한 미소를 지은 채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위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 뒤,
난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저 지금 출발해요!
 

-, ㅇㅇ.
난 먼저 가서 자리 맡으려고,
지금 상풀 도서관에 도착했어.
 
 
-, 벌써요?
저 여기서 버스타고 빨리 간다 해도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괜찮아. 조심히 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는지,
문을 스르륵- 열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집어넣고 1층 버튼을 눌렀다.
자연스럽게 문이 닫히려는 순간,
 
 
? 잠시만요!”
 
집 문을 열고 나온 백현이가
다급한 듯 소리쳤다.
난 두 번 정도
열림 버튼을 눌렀고,
 
 

감사합,”
 
 
백현이는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자,
인사를 하면서 재빠르게 올라탔다.
 
 
?”
 
 
안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 그는,
 
 

오늘, 어디가?”
 
 
눈을 동그랗게는 뜨고
내게 물어왔다.
 
 
? ,
공부하러.”
 
 

이 차림으로?
누가 봐도 나 오늘 신경 썼어요-
차림인데?”
 
 
아니야, 나 진짜 도서관에,”
 

에이- 화장도 했네.”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하자,
맑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우리는 나란히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났고,
 
 
- 아니야.
나 완전 쌩얼인데?”
 
 
난 아까 백현이의 말에
반박하듯 말을 꺼냈다.
내말에 순간 조용한 정적이 흘렀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는 피식- 입술사이를
비집고 나온 웃음을
내 앞에서 흘려댔다.
 
 
내가 아침마다 자주 봐오던,
막 잠에서 깬 너의 모습과
-혀 다른데?”
 
 
, 그건.”
 
 

그 모습이 진정한 쌩얼 아닌가?”
 
 
, 변백현!
넌 진짜 사람을 민망하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 너의 모습에,
솔직히 난 좀 짜증이 났다.
 
 
꼭 약을 올리는 느낌이랄까?
 
 
온전하게 내 내추럴 한 모습을
그동안 봐 온 너 때문에,
 
 
그래, 화장은 좀 했다!
그래서 뭐, !”
 
 
난 결국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래?
왜 이렇게 발끈하고 그래.
말 꺼낸 사람 당황스럽게.”
 
 
발끈한 나와 달리
침착하게 대답한 너의 목소리에,
뭔가 의문을 1패를 당한 기분이다.
 
 
, 말을 말자. 말아!
 
 
내가 빠른 걸음으로 혼자 걸어가자,
 
 
- 같이 가!”
 
 
어느새 내 옆까지 쫓아온 그였다.
 
 

오늘 데이트하러 가는 건가?
난 오늘도연습행인데.”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완전, 죽을 맛이야.
. 왜 말도 안 해?”
 
 
쉬지 않고 혼자 쫑알거렸고,
 
 

혹시,
삐졌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였다.
 
 
갑자기 가라앉은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죄지은 사람마냥 내 눈치를 살펴대는 백현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
괜스레 미안해진 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래, 내가 너한테
짜증을 내서 뭐하겠어.
 
 
잘은 한숨을 살짝- 뱉어냈다.
 
 
난 오빠에게 얌전하고
조신한 여자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 이유는 오빠의 이상형이
그런 이미지와 가까워서였다.
오빠는 화려한 타입보다는
수수한 타입을 선호한다고 했다.
 
뭐 굳이 조금 더 자세히 표현을 하자면,
범생이 쪽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혹시나 오빠가 화장한 내 모습에
편견을 가지고 좋지 않게 볼까-란 마음에,
 
삐지긴.
근데나 화장한 거,
티 많이 나?”
 
 
살짝 걱정을 담아
백현이에게 물어보았다.
 
 
왜 보통 여자들은 화장한 예쁜 모습이,
내 본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길 바라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투명메이크업, 내추럴메이크업 등등,
그런 화장법들이 생겨났다고 본다.
 
 

티 난다 안 난다라는 것을 떠나서,
난 보자마자 딱 알겠던데?”
 
 
당연한 걸 왜 묻냐-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대답한 백현이었다.
 
 
내가 너랑 알고 지낸지가 몇 년인데.
척하면 척이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우리의 우정을 운운하며,
아까의 말에 한마디를
더 덧붙여 말을 했다.
 
 
정말 여자 속을 1도 모르는 너 때문에,
금세 난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물론 내가 원하는 대답을
꼭 들어야하는 건 아니지만,
완전 티 난다-는 말에.)
 
 
힘이 빠진 탓에
발걸음의 속도도 느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자연스럽게 느려진
내 걸음에 속도를 맞췄고,
 
 
다음 주 주말에 약속 없지?”
 
 
이내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토요일 말하는 거야,
일요일을 말하는 거야?”
 
 
난 퉁명스러움을 섞어 대꾸했다.
 
 
토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탓에,
 
 
아직 그때까진
약속 없지. ?”
 
 
난 곧이곧대로 대답을 하며
이유를 물어봤다.
 
 
나 다음 주
토요일이 대회야.”
 
 
? 진짜?”
 
 

생각만으로도,
- 완전 떨려!”
 
 
덜덜-떠는 제스처를 취하는
백현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여주었다.
 
 
걱정 마!
넌 잘할 거야!”
 
 
내 진심어린 응원에
그는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을 쏟아냈다.
 
 
곧 도착 예정이라는
버스 전광판을 한번 바라봤다가,
목이 빠질 만큼 쭉- 빼내어
버스가 오는 중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럼 다음 주 일요일에는
약속 있어?”
 
 
일요일은,
또 왜?”
 
 

왜긴,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그때 개봉하니까.”
 
 
그걸 나랑, 보려고?”
 
 

! 지금 남친 생겼다고,
나한테 선 긋는 거야?”
 
 
그는 내 말에 서운한 티를
팍팍- 뿜어내고 있었다.
삐죽-내밀던 입술이 옴짝거리며,
 
 
 

ㅇㅇㅇ.
변했네, 변했어.”
 
 
자신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때마침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면서,
 
 
변하긴. 대회에서 상 탄다면,
영화는 내가 쏜다!”
 
 
난 무심한 듯 말을
- 내뱉었다.
 

이야- 내가 기껏 대회 때문에
부담된다고 했는데,
거기다 부담감을 얹어주네.
이야, 치사하다.”
 
 
풀이 죽은 목소리는
어느새 서운한티가 역력했다.
그는 나의 뒤를 이어
버스에 올라탔다.
 
 
실력이 뛰어나서
잘할 거 뻔히 아는데,
꼭 저렇게 엄살을 피운다니까?
 
 
가끔 한 번씩 백현이는,
완전 애 같은 구석을
내게 보이곤 했다.
 
 
BGM: 스탠팅에그- 뭘까



 
늘 그렇듯이
난 두 좌석이 붙어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백현이도 자연스레 비어있는
내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공부할 문제집과 교과서를
난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그 위로 한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까지도 얌전히 놓아두었다.
 
 
? 그러고 보니
이 버스는 학교 가는 방향이
아닌데?”
 
 
오늘 연습은 친구가
아는 사람 연습실에서 하자고해서,
거기로 가는 거야.”
 
 
난 그의 말에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곧 눈을 감고 잘 준비를 했다.
 
 

또 자려고?”
 
 
오늘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단말이야.”
 
 
새벽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던 난,
결국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나랑 놀아주지.
상풀 도서관까지 가려면
한참남았는데.”
 
 
백현이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꿈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
.
.
 
 
 
 
실컷 꿈속을 여행하던 난,
무거웠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
 
 
또 난 백현이의 어깨를 베개 삼아
기대서자고 있었나보다.
난 목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것 마냥,
그의 어깨에서 고개를 내 쪽으로
아주 천천히 들어올렸다.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리니,
그는 앞으로 꾸벅거리면서
졸고 있었다.
 
어깨를 베개 삼아 빌린 현장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난,
 
 
,
안 걸려서 다행이다.”
 
 
안도감의 숨을 내뱉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가, 다행인데?”
 
 
한껏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엄마야!!”
 
 
난 죄지은 사람마냥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 쪽팔려!
 
 
버스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자,
난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 깜짝이야!
뭘 훔쳐 먹은 사람 마냥
그렇게 놀래.”
 
 
안 그래도 쪽팔리니까
그냥 좀,
조용히 내리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최대한 작게 말을 꺼냈다.
 
 
다행히도 다음 정거정은,
상풀 도서관이었고
난 발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빠르게 버스에서
도망치다시피 내렸다.
 
 
아까 소리는,
왜 지른 거야?
나도 덩달아 깜짝 놀랐다. .”
 
 
아니, 잠들어있던 네가
번쩍- 눈을 뜨니까.
그래서 놀랐지!”
 
 

그럼 네가 옆에서
뭐라고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안 깨고 자는 게 이상하지.
설마, 내 욕했냐?”
 
 
어디 내가 그럴 애야?”
 
 

그럼 내가 눈을 떴는데,
왜 놀라는데?”
 
 
우린 서로 티격태격 거리면서,
상풀 도서관 앞까지 도착했다.
 
그는 도서관 정문 앞에서,
 
 

도착했다,
얼른 들어가!”
 
 
내 등을 떠밀며,
무심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 감동!
나 약속장소가 도서관이라고,
여기까지 데려다준 거야?”
 
 
-,
나도 약속장소가
여기 근처라니까?”
 
 
알았어,
뭐 그렇다고 정색까지 하냐!
너도 얼른 가봐!”
 
 

이왕 도서관까지 왔으니까,
허튼짓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나는 간다!”
 
 
그는 자신의 등 뒤에서
소리치는 나를 뒤로한 채,
 
 
허튼짓이라니!
, 변백현!!”
 
 
 
본인의 갈 길을 쉬지 않고
바삐 걸어갔다.
 
 
 
BGM: 스탠딩에그-Stay Away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전화가 2건과
문자 하나가 와있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 본 결과,
다 준면오빠한테 온 연락이었다.
 
 
오빠는 언제 전화를 했대?
 
 
이어서 문자 하나를 확인했다.
 
 

-연락했는데 안 받네?
자리는 ㅁㅁ번이야.
이쪽으로 와
 
 
 
, 하트 봐!
 
 
난 정신 나간 사람 마냥,
하트 하나에
실실 웃어대고 있었다.
 
 
오빠가 일러준 번호를 찾아,
비어있는 자리에 의자를 빼내어
조심스레 앉았다.
오늘도 역시나 오빠는
최고의 집중력으로 공부에 열중하는지,
내가 옆에 앉은 것도 모르는듯했다.
 
내가 오빠의 팔뚝을
손끝으로 툭- 찌르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그였다.
 
 
오빠는 내게
화사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왔어?’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만 뻥긋-거린 채
나를 반겨주었다.
 
오빠가 짓는 기분 좋은 미소에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져,
어느새 내 입가의 끝이
살짝 올라가 있었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펼쳐놓고,
공부를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오빠는 내 문제집 옆에
커피가 떡-하니 올려놓았다.
 
난 고개를 돌려 오빠를 쳐다봤고
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따스한 눈길로
나를 예쁘게 쳐다봐주었다.
차마 소리는 낼 수 없었기에,
 
 
고마워요, 오빠.
잘 마실 게요!’
 
 
싱긋- 웃어 보이며,
소리 없는 인사를 했다.
 
 
다시 시선을 고쳤는데,
커피에 붙은 연 노란색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주말에 공부하느라 힘들지?
우리 그래도 기운 내보자^^’
 
 
!!
오빠의 깜찍한 이모티콘을 보자,
내 안면엔 웃음꽃이 드리워졌다.
 
생각보다 오빠의 노력하는 모습에
난 잔잔한 떨림이 가슴에 전해져왔다.
 
오빠는 문자로 나와 대화를 할 때도,
이모티콘을 잘 쓰지 않는 편이었다.
내가 일전에 너무 말투가 너무 딱딱하다고,
이모티콘을 넣어달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 오빠는 원래 자신의 성격이
재미없는 성격이기도하지만
꽤 고지식한편이라,
 
그런 거 못쓰겠다고
내게 이야기를 했었기에
사실 거의 포기한 부분이었다.
 
삐뚤빼뚤한 눈웃음 표시에
난 심장이 간질거렸다.
눈웃음표정을 그리기까지
잠시나마 고민했을 오빠의 모습에,
한편으로 난 고맙기까지 했다.
 
 
 
 
.
.
.
 
 
 
 
한참동안 문제에 집중을 한 채,
잘 풀리지 않는 난이도 있는 문제에
끙끙- 거리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내 등을 톡톡- 두들기자,
난 풀던 문제는 놔두고 고개를 들었다.
오빠는 엄지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
 
 
나가자는 소리인가?
 
 
오빠가 먼저 의자에서 일어섰고,
나도 천천히 그의
뒷모습을 따라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웅성웅성-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목소리에,
 
 

푸흡, 도서관 안에서는
말도 못하고 좀 답답하지?”
 
 
오빠는 미소를 흘리며,
나를 이해해줬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 가더라.”
 
 
그제야 난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고,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에
깜짝 놀랐다.
 
 
어머, 벌써 시간이.”
 
 
 
도서관 내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비어있는 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 먹을래?”
 
 
오빠는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아니야, 내가 사줄게!”
 
 
커피도 받았고 고마워서 그래요.
어떤 거 좋아해요?”
 
 
그럼,”
 
 
메뉴를 한번 훑어보더니,
잠깐의 고민 끝에 그는,
 

라면?”
 
 
해맑은 웃음으로
라면을 외쳤다.
 
 
오빠도 라면 좋아해요?”
 
 
내 물음에 오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빠는 인스턴트음식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의외의 메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왜애!
나도 그런 거 좋아하는데.”
 
 
커피도 곡물이 들어간
음료를 선호하길래,
건강식을 좋아할 줄 알았죠.
그래서 밥 종류를 고를 거라 예상했는데.”
 
 
조금 전에 웃음이 터진 난 멋쩍어져,
 
 
금방 주문하고 올게요!”
 
 
얼른 주문하러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마주 앉아,
서로 라면을 앞에 두고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호로록- 면발을 빨아들이고,
 
 

간만에 먹으니까 맛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 오물거렸다.
 
 
맞아요.
라면은 언제 먹어도 진리죠!”
 
 
한참 맛있게 라면을 먹던 난,
 
 
오빠는 공부도
참 열심히 하네요?”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하던
오빠의 모습이 신기해
먼저 말을 꺼냈다.
 
 

열심히 해야지! 목표가 있는데.”
 
 
목표가 뭔데요?”
 
 
“S대 경영학과.”
 
 
내겐 너무 높은 목표를
태연하게 말하는 오빠의 모습에,
난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하. , 그래요?”
 
 
오빠는 자신의 시선을 내려 깔았고,
 
 

우리 아버지가
중소기업 CEO라서,
그 회사 물려받으려면
경영수업을 받아야하거든.”
 
 
조금은 지쳐 보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해주었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내게 고치더니,
억지가 섞인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힘들지만, 난 괜찮다-라는
그런 무언의 웃음.
 
 
오빠가 지어보였던 웃음 중
가장 씁쓸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
.
.
 
 
 
 
BGM: 스탠딩에그-Stay Away


 
 
우리는 그 뒤로도
두 시간 더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주말 시간을
다 날려서 어떡해.”
 
 
왜 그게 오빠 때문이에요.
저도 공부 하는 학생이라고요!”
 
 
물론
- 잘하지 못하는 게
흠이지만.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오빠의 손이 내 손을 스쳐지나갔다.
 
 
, 손끝이 스쳤을 뿐인데.
 
 
심장은 진정하지 못하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괜스레 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또 오빠의 손끝이
내 손을 스쳐지나갔다.
 
 
-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괜히 애먼 곳을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얼굴의 화끈거림을 숨길수가 없었다.
 
긴 숨을 여러 번 끊어서 내쉬며,
내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내 주변에 맴돌던 오빠의 손은,
어느새 내 손 쪽으로
가까워져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손등이
여러 번 부딪친다고 느낄 때,
 

오빠는 내손을 덥석- 잡아버렸다.
 
난 너무 떨려서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시선만 살짝 그가 서있는 쪽으로
돌려보았다.
 
 

.”
 
 
오빠 또한 목을 한번 가다듬더니,
앞만 보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 긴장 돼서
손에 땀나는 것 같은데.
 
, 어떡하지?
 
 
안절부절 못한 상태로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그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자,
난 작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정류장 안쪽에는
우리학교 밴드부원들이 모여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현이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옆에 찬열이와 장난을 치며
웃고 있었다.
 
 
점점 버스정류장에 가까워지자,
손을 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냥 잡고 있기에도
난감한 상황에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초조한 내 상황에서 들려오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에,
 

? 준면 오빠!”
 
 
나와 오빠는 서로 반사적으로
빠르게 손을 놓아버렸다.
 
그 여자애는
오빠의 아는 동생 이지은이었다.
뭐가 반갑다고
우리 쪽을 총총- 뛰어오는지.
 
 

아야-!”
 
 
우리 쪽으로 뛰어오던
그녀가 넘어지자,
오빠는 그 여자가 있는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목소리가,
 

지은아, 괜찮아?”
 
 
내 귓가에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다른 여자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는
그의 다정한 그의 행동에,
 
 
아이쿠,
무릎에서 피나는 거 봐!”
 
 
이내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으로
뒤엉켜버렸다.
 
 
이지은이 넘어진 걸
찬열이는 지금 본건지,
놀란 듯 그 여자 옆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망부석처럼
지켜보던 날 깨우건,
 
 

? ㅇㅇ!”
 
 
다름 아닌 내 쪽으로 걸어오며,
내 이름을 부르는 백현이었다.
 
지어지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얼굴에 띄어놓고,
그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이제 집 가는 거야?
잘됐다, 나도 가려고
버스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백현이는 멍하니 서있는
나를 데리고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선은 오빠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느새 그는 이지은을 부축해,
버스정류장 의자에
그녀를 조심스레 앉혔다.
 
그는 그제야 내 생각이 났는지
허둥지둥 거리며 나를 찾는 것 같았다.
 
 
난 낮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나를 발견한 그는 내 쪽으로
한걸음에 달려왔고,
 
 

, ㅇㅇ.
지은이가 발목을 접질렸나 봐.
지은이가 우리 집 근처에
살기도 하지만,
먼저
데려다 줘야할 것 같은데.”
 
 
- 내키지 않은 이야기가
오빠의 입을 통해서 새어나왔다.
 
 
알겠어요.”
 
 
그래, 미안해.
나 택시타고,
오늘 먼저 가볼게!”
 
 
때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세우고,
오빠는 결국 내게서 빠르게 멀어져갔다.
 
택시의 형체가 점이될 때까지,
난 그곳에 서서
하염없이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 시야에서
오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속상함이 담긴 눈물이
곧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길거리에서 주책스럽게
울고 싶지는 않았기에,
난 눈물을 참고자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며,
간신히 새어나오려는
눈물을 참아냈다.
 
 
힘 빠진 발걸음을
애써 씩씩한 척으로 숨겼고,
버스정류장으로 마저 걷던
걸음을 옮겼다.
 

? ㅇㅇ.
오랜만이다!”
 
 
나를 본 찬열이는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인사를 해줬다.
 
 

우리 다음 주 대회인데,
응원하러 올려나?”
 
 
, . 그럼!”
 
 

나 무대에서
기타 치는 모습보고 반하면,
이건 곤란한데.”
 
 
상대방은 대답을 하지도 않는데,
찬열이는 혼자 쉬지 않고
떠들어대느라 아주 바빠 보였다.
 
 
생각보다 굉장히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혼자 쉼 없이 말하던 찬열이는
자신이 타고 갈 버스가 도착하자,
손을 흔들며
바삐 버스 속으로 사라졌다.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어느새 정류장에는 백현이와 둘뿐이었다.
 
 
우리 둘 다 말할 생각이 없었던 걸까,
꽤나 긴 침묵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의 고개는
정면으로 향한 채,
 
 

괜찮아?”
 
 
내 기분을 조심스레
물어오는 백현이었다.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어쩔 수없는
상황이었는데.”
 
 
최대한 내 감정을 숨긴 채,
난 덤덤한척하며 말을 꺼냈다.
 
 

에휴,
착해빠져서는.”
 
 
굵은 진동이 조용한 공기를 가르며,
유난히 크게 울려댔다.
핸드폰을 한손으로 들고,
 
 
-ㅇㅇ, 이해해줘서 고맙고.
조심히 들어가!
 
 
오빠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내 문자내용을
힐끔- 본 그는,
 
 

이해한 게 아닌데.
네가 착해빠져서,
싫다고 말 못한 거지.”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본 사람처럼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난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전부 다 맞았기 때문이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할 말 있으면 다 말하면서 연애해.
너 혼자 속 끓는다고,
상대방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을 대신 알아주는
친구의 따스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아까 꾹꾹- 눌러 담은
내 서운한 마음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눈물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내가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자,
 
 
흐어엉. 흐흡, .
, 흑흑.”
 
 
그런 나를 보고
잘은 한숨을 내쉬며,
백현이는 천천히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내가 네 남자친구를
한번밖에 안 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흡흑, 흐으흡.”
 
 
 

그 사람은 영- 별로다.
자기 여자 친구를
울리기나 하고 말이야.”
 
 
내가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우리가 타야할 버스를
여러 대 떠나보냈다.
 
다음 버스가 도착해서야,
우리는 나란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나를 본 백현이는,
 
 

이제 그만 울어.
친구로서 우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프니까.”
 
 
따스한 우정으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빠른 속도로 연재를 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되네요.ㅠㅠ
생각보다 장편소설은
연재가 힘든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ㅠㅠ
 
그렇지만 연중하지 않도록
마음 다잡으면서 완결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독자님들 주말 잘 보내세요!
: )


────────────────
<늘>
■ 01 => 바로가기
■ 02 => 바로가기
■ 03 => 바로가기
■ 04 => 바로가기
■ 05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